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2
김광수경제연구소 엮음 / 김광수경제연구소 / 200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엇그제(15일) 저녁 여의도에서 진행된 '공부방'에 참석했다. [김광수경제연구소]의 다음 카페인 '김광수경제연구소 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에는 오늘 현재 94,106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고. 몇 년 전부터 카페 '포럼'에서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지역별 '공부방'을 개설하여 자체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서울만 해도 강남, 여의도, 종로 등에서 공부방이 개설되어 있고 경기, 인천에서 제주, 해외까지 광범위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 모습은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나 역시 지난 2월에 카페에 가입한 후 몇 번 참석하려 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았는데 어제는 운 좋게 참석할 수 있었다. 어제 공부 주제는 지난 4월 18일 연구소의 '경제시평' '(11-18)성장과 복지를 양립시키는 서유럽 복지선진국가'를 기초로 하여 "유럽 복지국가와 경제성장의 관계"였다. 30명이 넘는 카페 회원과 비회원이 참석했다.(김광수 소장도 참석) '여의도 공부방'을 개설한 회원이 사회를 보고 회원 중 한 사람이 별도로 준비한 자료가 참석자들에게 전달되었다.
 
발제자는 '경제시평' 자료와는 조금 달리 유럽에서 재정위기에 처해있는 'PIIGS' 5개국(포르투칼,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과 6개의 북유럽 복지국가(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덴마크, 룩셈부르크)의 부동산과 재정, 복지 부분을 비교함으로써 복지와 성장이 선순환 관계라는 점을 설명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발제자의 자료와 설명은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지 못했고 발제 후 여러 참석자들로부터 문제제기를 받았다. 직장에 근무하면서 근무 외 시간을 투입하여 발제자료를 작성한 발제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허점이 많았다. 발제자 역시 그동안 카페 회원으로 많은 공부와 논의를 진행했을텐데 발제와 토론을 지켜보니 머리 속으로 이해하는 것과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자료를 직접 작성하고 말로 표현하는 것이 전혀 다른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논의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자 김광수 소장이 참석자들의 동의를 얻어 당초 공부의 취지였던 '복지와 성장'에 대해 강의를 하고 참석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읽어온 '경제시평'과 '경제보고서', 그리고 연구소의 저작들에 들어있던 김광수 소장의 해박한 경제학 지식과 정책적인 진단이 돋보였다.
2시간 반이 넘도록 토론이 진행되어 뒷풀이에는 참석하지 못한 채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2000년에 설립된 [김광수경제연구소]는 2003년 5월에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1>을 발간하였다. 그리고 1년 뒤인 2004년 7월에 두 번째 시리즈로서 이 책을 발간한 것이다. 연구소가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1>을 발간한 후 1년 동안 발표하고 용역과제를 수행한 결과물을 재정리하여 일반인에게 공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2>는 투기와 부동산, 경기변동, 혁신과 산업클러스터, 개혁 등을 주제로 하여 한-미-일 3국을 비교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주요 내용을 정리해보면,
 
1부. [투기와 경제]
제1장 [부동산투기 버블과 경제적 영향 분석]에서는 최근 가계부문의 부동산투기와 관련한 자금흐름 분석을 통하여 국내 내수경기가 적어도 4,5년간 장기침체를 겪을 위험이 매우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연구소측은 부동산 투기버블이 가계의 금융 이자수지의 적자를 확대하여 국가경제를 장기적인 내수침체의 위험에 빠뜨리고 있고 임금상승율과 노동생산성을 부조화를 일으켜 노사갈등을 심화시키며, 노동의욕 상실과 사회적 빈부격차를 심화시켜 사회 공동체를 붕괴시킴과 동시에 계층간 계급적 대립를 심화시키고 금융기관의 부실 위험을 증가시켜 부동산 버블이 붕괴할 경우 제2의 국가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2001년부터 발생한 부동산 투기 원인을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첫째, 금융당국의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가계의 자산운용 포트폴리오의 변화가 발생했고 둘째, 금융업의 경영능력이 부족한 예금은행들이 소매금융 강화 차원에서 무차별적인 아파트 담보대출을 확대하였고 셋째, 부동산 임대업자 및 건설업자 등 이른바 부동산 투기 선봉대들이 투기심리를 조장했기 때문이다.
연구소측은 2004년 현재 부동산투기 버블 규모를 최소한 30~41%로 추정하였다. 금액으로는 237~183조원이고 이 중 자기자금은 27~73조, 은행 차입금은 110조원이고 연간 금융이자 손실은 13조원에 달한다.(GDP 총액의 1%)
따라서, 버블에 대한 정책대안으로 단기간에 부동산 가격을 20% 정도 하락을 유도하여 적정 수준으로 환원시키는 것을 제시한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서민의 주택구입을 촉진시킨다는 명분으로 모기지론을 도입한 것 이외에 특별한 대책을 수립하지 못했고 부동산 투기자들과 이에 편승한 관료들에 설득되어 신행정수도, 기업도시, 혁신도시, 제2신도시 등 개발정책을 남발하는 등 2006~2007녀 부동산 가격 폭등에 빌미를 주었다.

제2장 [미국의 부동산 경제 분석]에서는 가격과 수요, 금리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미국의 주택시장 버블 위험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제3장 [신용카드 버블 재론]에서는 작년의 신용카드 버블의 경제적 영향 분석에 이어 신용카드 버블규모와 부실규모를 분석하고 있다. 2004년 당시 전업카드사의 부실 규모는 22.7조원, 카드겸영 은행의 부실규모는 9.5조원, 합계 32.2조원이며 2004년 중에 버블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한다. 
연구소측은 카드 버블 사태에 대한 평가에서 정부의 정책 부재를 주요 요인으로 지적했다. "카드사이기 때문에 대출영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놔두는 것이 아니라 대출영업을 하기 때문에 카드사를 철저히 감독하고 통제했어야 한다. 자기자금만으로 대출영업을 하지 않고 유동성 통화 형태의 카드채 발행을 통해서 대출영업을 하는 금융사라면 그것이 카드사이든 할부사이든 소비자 금융업이든 금융당국과 통화당국의 철저한 감독과 통제가 필요했던 것이다"(p.128)
 
물론, 2004년 이후에도 금융감독원의 무능함과 전문성 부족은 개선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악화된 것 같다. 재경부와 금융감독원 출신 관료들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금융산업을 감독, 통제하기는 커녕 방치, 기생왔던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작년부터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축은행과 예금은행의 PF부실과 저축은행 파산 사태이다.

 
2부. [경기변동과 경제]
제4장 [경기변동과 수급갭 분석]에서는 경기변동에 대한 분석방법론으로서 수급갭지수 기법을 설명하고 이를 이용한 한미일 3국 제조업의 업황을 알기 쉽게 비교분석하고 있다. "일본은 1990년 초의 버블 붕괴를 기점으로, 한국은 1998년 IMF 사태를 기점으로, 그리고 미국은 2001년 IT 버블 붕괴를 기점으로 과잉설비 압력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그러한 압력은 경기변동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이 기업경영과 경제운영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시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p.129)
 
3부. [혁신과 경제]
제5장 [균형발전과 경제]에서는 균형발전을 시장균형, 기회균등, 균재와 조화라는 세 가지 해석을 바탕으로 균형발전을 둘러싼 문제점과 논쟁을 명쾌하게 분석하고 있다.
연구소측은 한국경제가 1980년대 말까지 독재정권 시대의 중앙집권적 고속성장을 추구한 '성장독재 패러다임'이라고 정의한다. '성장독재 패러다임'은 정치독재와 경제독점 세력의 결합으로 중앙집권 지역의 선택받은 계층에 의한 양적 고속성장 추구가 가능했다.  하지만 1990년대 민주화이 진전으로 정치독재가 붕괴함에 따라 그와 연결된 경제독점 역시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성장의 한계를 노출하였다고 분석한다. "IMF 사태는 성장독재 모델의 모순이 임계점을 넘어 폭발한 결과라 할 수 있다."(p.220)
 
연구소측은 21세기는 IT혁명으로 참여 민주주의와 세계화, 그리고 경제사회의 네트워킹이 급진전을 이루는 세기가 될 것임을 예상하면서 그 결과 '분권 참여정치 = 분산 네트워킹 경제성장' 모델이 새로운 21세기형 성장 패러다임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한국경제가 광의의 균재와 조화가 달성되는 균형성장을 할 수 있도록 균재와 조화, 기회 균등, 시장균형의 세 가지 균형발전 측면이 동시에 달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함을 강조한다.
 
연구소측은 성공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조건으로 정책당국자의 강력한 실천의지가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강력한 실천의지를 높게 평가한다. 그렇지만 정책의 성공이 의지만이 아니라 충분조건으로 정책추진 방법론에 관한 전문성 확보가 중요함을 지적하면서 참여정부가 강력한 실천의지에 비해 전문성 부족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하면서 우려한다.

제6장 [경제 발전과 산업클러스터 전략]에서는 노동집약적, 자본집약적, 기술집약적 단계에 이어 새로운 경제발전 패러다임으로서 산업클러스터의 중요성을 논하고 있다.

제7장 [한미일 3국의 지역별 기술혁신 역량 비교]에서는 기술특허 분석을 통한 한-미-일 3국의 기술혁신역량 비교분석을 하고 있다. 연구소는 한국의 기술역량과 대학의 수준이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하다고 평가하면서 한국 대학의 과감한 개혁을 주문한다. 개혁의 내용으로 외부인의 경영참여를 통한 대학 경영의 투명성 강화, 과감한 경쟁 시스템과 인센티브 도입, 외부 전문기관에 의한 엄정한 대학별 순위 평가 등을 제시한다.
 
연구소의 개혁 내용은 국공립대를 중심으로 한국의 대학을 혁신시킬 최소한의 조치라고 평가할 수 있겠으나,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한국의 대학은 존재 이유와 이념, 목표가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공립대의 대학 행정과 교수들의 모습은 관료조직의 공무원과 별 차이가 없다. 사학재단의 경우 오로지 '돈벌이'로만 대학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회와 국가에서 요구하는 대학의 이념과 역할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학재단의 소유와 경영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존재 이유와 역할을 재정립하는 가운데 자율과 평가, 감시/견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4부. [개혁과 경제]
제8장 [주 5일제와 한 미 일 3국의 고용구조 분석]에서는 한-미-일 3국의 고용구조 특징 및 제조업의 고용유지력 비교분석을 통하여 주5일제 도입에 관한 문제점을 분석 제시하고 있다. 연구소는 주 5일제 도입 문제를 단순히 IMF 사태 위기극복의 임시적 수단으로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주 5일제 문제는 궁극적으로 한국 제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여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주 5일제 도입 합의는 결과적으로 정규직 노조와 사측간에 비정규직을 희생함으로써 성립된 정략적 타협안이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함을 지적한다.
 
2011년 현재 피고용자의 거의 50%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고려할 때 연구소의 주장은 뼈아프게 들린다. 정부와 사용자측이 주 5일제를 이용했다는 것은 차치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전체 노동자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자신의 조직에 가입되어 있는 일부 정규직을 위해 대다수의 비정규직을 희생시킨 것은 치사하고 이기적이라 할 수 있다.
연구소는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총조세(직접세 + 간접세)를 포함하여 세제 전체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개편이 필요함을 지적한다. 그리고 노사간에 있어서도 총액연봉제의 도입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또한, 연구소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의 경우, 임금상승이 노동생산성과의 연동성이 적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그 이유가 노동자의 실질 생활수준이 노동생산성과는 무관한 요인, 특히 주택 가격 급등과 같은 요인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그 결과 노동자는 주택 가격 급등으로 인해 저하되는 실질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인상을 요구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제9장 [경제와 정부 구조개혁]에서는 공무원의 부정부패 최소화를 위해 공무원 보수현실화 필요성과 신분보장제 폐지 등 공무원 인사제도를 포함한 정부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소는 한국 정부가 비효율적이고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진단하고 그 이유는 정부조직의 잘못된 구조나 기능 등의 요인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와 부정부패에 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와 부정부패는 잘못된 공무원 보수체계가 뿌리라고 분석한다. 그런 문제들이 역대 정권마다 집권 초기에 '정부개혁'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도록 했으며 하지만 대부분 실패했음을 지적한다. 역대 정부를 통하여 정부부문의 구조개혁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지 못한 이유의 하나가 공무원 스스로가 폐쇄적인 조직체계를 구축하여 민간과의 정상적인 교류를 막았기 때문임을 지적한다. 그 결과 구조개혁으로 발생하는 잉여인력이 민간부문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사실상 차단되고 말았다는 것이라 지적한다.
 
그리고 공무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신분보장제'를 폐지하는 것이 필요함을 지적한다. '신분보장제'는 전문성 향상을 위한 자기개발 노력에 대한 동기부여가 없고 피라미드식 연공서열적인 인사체계에서 상명하달식 업무추진 방식으로는 구조적으로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없음을 주장한다. 또한 극심한 인사적체를 유발시켜 과도한 업무 세분화와 불요불급한 업무 양산 등을 통한 자리 만들기로 업무의 중복과 구조적인 비효율성을 초래함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공무원의 '신분보장제'는 민간기업과 일반 국민들에 비해 지나친 '특권'이며 그러한 정부조직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나 기업부문의 유연성 정책을 추진할 권위와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음을 주장한다.
 
연구소는 공무원과 대기업의 '평균 생애연봉'과 '승진-보수경로'를 계산, 비교하면서 공무원의 연봉이 적절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공무원 보수 현실화 방안을 제시한다. 그러나 공무원이 평균적으로 대기업 직원보다 보수가 낮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연구소의 공무원과 대기업의 보수 비교 결과는 연관/통합적인 분석이 부족하다고 본다. 민간기업의 신입사원 동기들이 연차가 늘어날수록 줄어듬에 비해 공무원은 정년까지 거의 신분을 보장받는다. 따라서 그런 점을 연관시켜 통합적으로 분석하게 되면 현재 '신분보장과 낮은 보수'는 커다란 맥락에서는 존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임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책임과 의무가 높아지는 고위직으로 올라가더라도 보수가 '연공서열식'으로 책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결론으로써 연구소가 제시하는 정부 구조개혁의 큰 과제는 부정부패 최소화를 위한 보수체계 현실화,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평가 및 감사제도 개편, 전문성 강화를 위한 신분보장제 폐지, 폐쇄적 인사제도 개혁을 위한 임용제도 단일화다.

제10장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서는 대통령 탄핵소추 사태와 관련하여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에 대해 논하고 있다. 연구소는 정치경제 체계의 가장 이상적인 결합 형태로 정치적으로는 진보주의적이고 경제적으로는 보수주의적인 민주주의-시장경제 체계라고 평가한다. 이는 공동체의 선을 강조하는 진보주의적 정치성향과 개인의 선을 강조하는 보수주의적 경제성향의 상호 역학적인 견제를 바탕으로 조화로운 균형을 이룬 국가일수록 가장 이상적인 정치경제 발전을 이루어 오고 있다는 역사적 경험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연구소는 민주주의-시장경제의 가장 이상적인 국가의 예를 미국과 일본으로 제시한다. 동의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나는 미국의 경제가 자기완결적인 시장경제의 경쟁력을 발휘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미국은 제1,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냉전과 베트남전쟁 등 각종 전쟁과 군사개입을 통한 군산복합 경제와 이민을 통해 부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도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으로 전후 경제가 급속하게 회복되었고 미국의 냉전전략과 군사전략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엄청난 보호와 특혜를 받았기 때문에 한 때 세계 2위의 경제력을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가장 훌륭하게 적용하고 있는 국가는 북유럽 복지국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연구소는 민주주의 제도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언론의 올바른 여론형성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단순히 개개인의 직업이나 사적인 소유물로서가 아니라 한 사회의 민주주의-시장경제 발전을 위한 공기(公器)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언론 스스로가 끊임없이 객관성과 공정성, 그리고 전문성을 입증하고 일반 대중들로부터 검증 받는 것을 주저하거나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언론들에게, 특히 조-중-동 등 보수언론에게 너무 순진하게 정도와 원칙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지...^^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1>에 이어 이 책도 아주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다. 보통 서구 경제학자들이 발간하는 경제관련 도서들은 너무 이론적이고 현실성이 없어서 재미도 없고 유익한 점도 부족했다. 하지만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저작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경제학적 실체, 그것도 우리와 피부로 맞닿아 있는 한국경제의 실상을 대상으로 구체적으로 이론적인 분석과 평가를 시도하기 때문에 재미있을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유익할 수 밖에 없고...
 
특히 이번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2>에서 부동산, 경제정책, 기술혁신, 산업분석, 대학, 고용 등에서 한국과 일본, 미국을 직접 비교해준 것은 인상적이었다. 2004년에 발간한 '과거'의 책임에도 책 속에서 진단하고 예상한 많은 것들이 그 이후 미국과 일본, 한국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실감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연구소가 우려하거나 예측한 많은 것들이 2006~2011년에 실현되었기 때문에 더 신뢰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사실 하나...  책의 앞머리에 여러 명이 추천사를 써놓았다.
당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던 이헌재씨와 여러명의 언론사 기자와 논설위원들의 글이었다. 그는 '무능한 관료'의 전형이자 고위 공무원 재직시의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일삼은 것 때문에 부총리가 되지 못한 자이다. 몇 년 사이에 무려 80억원을 부당 축재하고서도 법망을 피해간 파렴치한. 참여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전국에 골프장을 300개 설치하면 경제가 살아난다'고 설쳐댄 참으로 무식한 관료였다. 연구소가 이 책 속에 누누히 강조했던 '참여정부의 전문성 부족'과 '부정부패와 무능'을 질타한 상대방이자, 경제분야 관료의 총수인 그가 자신을 적나라하게 비판한 책에 추천사를 쓴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개그콘서트]나 [코미디하우스]의 한 꼭지를 보고 있다고 해야 하나...
또한 한국경제의 현장을 발로 뛰고 있는 주요 언론사 경제부 기자들이 추천의 글을 덧붙였다.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서울경제신문, 뉴스위크, 이코노미스트 등... '전문성 부족'과 '부정부패와 무능'이 어디 정부관료에게만 해당할까? 제10장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마지막 절에는 한국 언론산업과 종사자들의 문제점이 지적되어 있다. 그들 역시 언론인의 사명이나 역할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언론권력'의 우산 아래 '거저' 기자생활을 누리는 상당수의 언론인들, 정치-경제-외교-사회-문화 등 어느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도 없는 대다수의 언론인들의 한 사람일 것이다. 그들은 추천사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임을 모르는 걸까?
 
아무튼 연구소의 정부정책에 대한 평가와 대안은 향후 민주정부 수립시 중요하게 검토, 논의해야 할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 2011년 6월 17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장 피에르 카르티에.라셀 카르티에 지음, 길잡이 늑대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남미 콜럼비아에서 있던 실화...
어느 날 콜럼비아에 도착한 미국인들은 콜럼비아 원주민들이 보잘 것 없는 도구로 나무를 자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미국인들은 생각했다.
’불쌍한 사람들 같으니... 우리가 이들을 구해주어야겠다...’
그들은 미국에서 큰 도끼를 가져와 원주민들에게 가져다 주었다.
미국인들은 원주민들이 더 빨리 나무를 짤라 생산성을 높이고 잉여물을 만들어 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 이듬 해, 미국인들은 콜럼비아 원주민들이 도끼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기 위해 마을을 다시 방문했다.
미국인들이 도착하자 느긋해 보이는 원주민들이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다가왔다.
마을의 추장이 미국인들에게 한 말...
"우리는 당신들에게 고마움을 어떻게 다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이 도끼를 보내 준 다음부터 우리는 더 많은 휴식을 누릴 수 있었다"
 
이 책은 지난 7월에 법정스님의 <내가 사랑하는 책들>에 소개된 50권 중 <소로우의 무소유 월든>에 이어 두 번째 책이다. 법정스님은 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나 소감을 말씀하시지는 않았고 "누구나 읽어보면 깨우침을 얻는다"고만 소개하셨다.
 

열정적인 한 사람이 상품 농업에 저항하고, 대지가 자신의 존재 가치만큼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 온 이야기들로 채워진 이 책은, 환경 운동가 ’피에르 라비’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며, 그의 실천적 삶뿐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관계에 대한 사상까지 폭넓게 들려준다.
그의 말을 옮겨 적음으로써 생생하게. 피에르 라비의 삶과 사상이 얼마나 감동적인지는 그와 나누었던 일주일간의 대화에 대해 저자들이 “자연과 생명, 인간에 대한 물음에 답하는 그의 말은 대지의 노래다. 그의 말은 우리에게 대지 가까이 머무는 것이 자신의 삶 가까이 머무는 것임을 저절로 깨닫게 한다.”고 한 데서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책 속에 피에르 라비의 삶과 각 챕터에 적합한 시를 골라 소개하여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각 챕터 사이에서 한 번씩 마음을 가라 앉히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여유를 두었다.
시인들은 앤 히긴슨 스파이서, 이반 라코비크 크로아터, 랄프 왈도 에머슨, 낸시 우드, 월트 휘트먼, 시몬스 목사, 룰프 에드버그, 다이앤 디 프리마, 로버트 프란시스, 토머스 머튼...
 
이 책의 주인공인 ’피에르 라비’는 1938년 알제리의 남부 오아시스에서 태어나 10대 시절에 알제리 식민제국인 프랑스의 교사부부에게 입양되어 프랑스로 건너간다.
 
(후에 그는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돌투성이의 황량한 풍경 속에서 인간이 대대손손 정성을 쏟아 녹지를 일궈 낸 문명은 그곳 말고는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전 생애는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며 혹독한 풍경 한가운데 조화로운 공동체를 창조한 농부들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알제리의 독립전쟁 시기에 양부에게서 ?겨나 파리로 건너간 그는 회사에서 단순 기능공으로 생활하다가 ’자신이 이용할 수 없는 부를 생산하기 위해 일해야 하는 삶의 부조리함’을 발견하고 도시 생활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진보’란 몇몇 사람들의 부를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부과하는 규율들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빈곤에 이르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1960년 자신과 뜻이 맞는 미셸을 만나 결혼한 후 프랑스 남부의 시골 마을 아르데슈로 내려가 그동안 자신이 느끼고 공부하고 생각하던 바를 시도한다.
 
하지만 도시화와 산업화의 방식은 이미 시골에까지 침투해 있었다. 아르데슈에서의 처음 3년 동안 피에르는 생산성 증대라는 개념에 근거를 둔 농사 방식의 해롭고 부정적인 결과를 경험했다. 화학 비료를 생산하는 회사는 농민들에게 농약을 사용하도록 권장했고, 농업 기술자들 역시 더 높은 생산성을 위해서라며 농민들에게 화학 비료를 이용한 농법을 계몽했다.
농부로서 그는 대지를 황폐하게 만들고 인류에 피해를 입히는 생산 제일주의의 논리에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무엇보다 대지, 물, 식물, 동물 같은 지속적이며 재생할 수 있는 자원의 자율적인 운영 원칙으로써 ‘생명 농업’에 의지한다.
 
그들은 자연 친화적인 농법들을 연구하고 시험하며 자신들의 땅을 일구기 시작한다.
그것은 살충제나 비료, 전략적인 물 관리 같은 현대적인 방법이 아니라 전통적인 방법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들은 토양 구조와 비옥한 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기물과 부식토를 이용했다.
말하자면 거름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그것들로 돌투성이의 땅을 비옥하게 가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가족이 먹을 만큼만 일하고 거두었을 뿐, 자연을 바라보며 음악을 연주하고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렇게 하여 그는 생태계를 전복시키지 않고도 충분히 한 가정을 부양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피에르의 전통적 농법은 단지 한 가정을 부양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자신들처럼 농촌으로 살러 오는 사람들이 생겨나자 피에르는 자신의 경험을 나눠 그들의 정착을 도왔으며, 그렇게 시작된 수업으로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자신이 성공시킨 농업 방법을 적용할 수 있었다. 사막에서 태어난 그가 다시 사막으로 돌아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피에르 라비의 수업은 이제 농부들을 교육하고 위기에 처한 나라들의 농촌에 그들을 보내고, 사라져 가는 재래종 씨앗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으로 확장되었다.
2001년부터 그는 과소비 사회의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안하기 위해 유럽 강연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은 그가 처음 정착했던 그곳에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햇볕에 그을리며 밭을 일구는 일과 함께 진행된다.
 
서구 사람들이 그를  ‘생명 농업의 선구자’로, ’제3세계 국가들의 농업과 생태학을 연계한 농학자’로, ’아프리카 농업의 전문가’로, 그리고 ’모든 권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하는 환경 운동가’라고 부르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서구에서 산업자본주의의 추악한 이면은 이미 19세기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서구에서 ’자본’이나 ’물질’이 아닌 ’생명’과 ’사람’을 인간생활의 중심에 내세우기 시작한 시기는 이처럼 20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태동하기 시작한 셈이다.
피에르 라비가 ’생명’을 부르짖기 시작한 이래로 이제 60년이 경과했다.
한국은 피에르 라비가 ’자본주의’의 맹점을 거부하고 ’생명’을 선언한 시점에 한국전쟁의 포화에 휩싸이고 그 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으로부터 자본주의가 이식되기 시작했다.
한국이 자본주의 체제 60년 만에 OECD 국가가 되고 ’G20’ 회의를 개최한 만큼 서구에서 산업자본주의 태생으로부터 120년 가까이 걸렸던 ’생명’과 ’인간’에 대한 존중이 더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피에르 라비의 ’말’에는 언제나 철학과 가치와 희망이 들어있다.
- "나는 늘 기적에 대한 말을 들어왔다. 하지만 나에게 기적은 일상이다. 흙 속에 씨앗 한 알을 심으면 자라나 식물이나 나무가 된다. 밀할 한 알갱이에는 대지 전체에 양분이 될 모든 에너지가 들어 있다. 그것이 바로 기적이다. 우리 모두는 그 초자연적인 존재가 되루 수 있다. 모든 것이 기적이다. 우리는 바로 그 기적 안에 존재하고 있다. 또한 영원은 지금 이 순간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종교이다."
- "나무는 우리 행성에 난 털과 같습니다. 활짝 깨인 감각을 갖고 가까이서 관찰해 보면 나무들이 하늘을 향한 열망을 가지고 있음을 알 것입니다. 그것은 태양의 에너지를 받기 위한 행동입니다. 이 우주 안에서 지구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외부와 소통할 수 있습니다. 나무는 그 중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나무는 단지 섬유질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생리학적인 요소들로도 구성되어 있습니다. 나무 안에는 마술과도 같은 일을 벌이는 살아 있는 존재가 있습니다."
- "부패와 부패한 사람들이 아프리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구사회에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부패에 대해 아무비난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빚을 갚는다 하더라도 또 다시 빚을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저개발국가들의 가난을 누가 만들어 냈는지, 두 말할 필요없이 그 주된 원인은 부정부패에 있습니다."
- "한 해 동안 행복해지고 싶으면 돼지를 잡고, 한 해 동안 행복해지고 싶으면 결혼을 하고, 전 생애를 거쳐 행복하고 싶으면 밭을 일구라.(중국 속담)"
- "무한한 성장과 발전은 불가능합니다. 설령 무한한 발전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바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원인입니다. 이런 현상을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들이 그렇게 진행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인간의 무엇을 발전시켜야 할까요? 바로 자국민들의 능력에 따라 경제를 구축하고 그것에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다시말해,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은 서양을 모델로 한 불가능한 꿈을 좇아 질주하는 대신, 스스로의 능력으로 일어서야 합니다. 이것은 결코 이상적인 애기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미 수천 년에 걸쳐 사람들은 자급자족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 "우리는 지구에 모든 사람을 먹일 충분한 양의 식량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에는 조건이 따릅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60배를 더 먹지 않는다는 조건입니다. 곧 낭비를 멈춘다는 조건입니다.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음식만으로도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먹일 수 있습니다. 이런 낭비는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저지를 수 없는 일입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상황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세계화가 그것에 한 몫을 합니다. 세계화는 시스템의 통일과 약탈이라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악화시킵니다."
- "사자는 양을 잡아먹고 배를 채우지만, 나중을 위해 따로 저장해 두지는 않는다."
 
* 이번 서평의 제목인 "우리는(넌) 우리(네)가 지금 하는 말과 일치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는 피에르 라비가 항상 살아가면서 스스로에게 자문하는 말이라 한다...

내가 하는 말을 나 스스로 얼마나 지키며 살고 있을지...
아무래도 앞으로는 말을 조금 더 아껴야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 2010년 10월 13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험실 지구 - 스티븐 슈나이더가 들려주는 기후 변화의 과학 사이언스 마스터스 10
스티븐 H.슈나이더 지음, 임태훈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보게,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이 논쟁을 해결할 수 없을 거야.”
그러나 경제학자는 그를 무시하고 소리를 질렀다.
“20, 80, 160, 430.”
마침내 최후가 다가왔고 생태학자가 어리둥절하여 외쳤다.
“자네 지금 뭘 하는 건가?”
그의 친구는 확신을 갖고 대꾸했다.
“가격이 충분히 올라가면, 누구든 우리에게 낙하산을 팔 거야!”-본문에서

이 이야기는 하이킹을 나섰다가 절벽에서 떨어진 생태학자와 경제학자의 마지막 대화이다. 저자는 이 우화를 통해 경제학자와 발전지상주의자들이 고전적인 경제 이론에, 전통적인 문제틀에 묶여 있어서는 지구 및 기후 변화와 생태 문제들 속에서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 섹스의 진화 >, <원소의 왕국>, < 마지막 3분 >, <인류의 기원>, <세포의 반란>, <휴먼 브레인>, <에덴의 강>, <자연의 패턴>, <마음의 진화>에 이어 -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 - 의 열 번째 책으로,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와 생물의 다양성’을 주제로 삼았다. 
 
이 책은 기후 변화 및 지구 변화의 현상황과 그 문제를 탐구하는 과학을 개관하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이 책은 본질적으로 독자들의, 인류의 행동을 촉구하는 책이다.
저자는 기후학적, 지구과학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환경 운동에 회의적인 경제주의자,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발전 지상주의자, 국가 경쟁력에 볼모가 된 행정 관료들의 주장과 행동을 비판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그들의 정책과 행동이 과연 정말로 효율적인가, 그들이 내놓는 환경 운동 비판이 정말로 과학적인가? 하는 질문들을 제기하며 ‘회의적 환경주의자’의 주장을 하나하나 비판적으로, 유머러스하게 논박해 나간다.
 
저자는 이 책을 2006년 2월에 발간했다.
2006년 1월 말, 살인적인 시베리아 한파가 유럽을 강타했다.
평균 기온이 영하 18-20도를 기록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는 보름 동안 589명이 죽고 7,000여 명의 동상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
인접한 러시아에서도 9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서유럽 지역에서 한파로 인한 사망자와 사회적 마비 사태가 속출했다.
이 책을 발간한 시점, 즉 한파 사건으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후 잠시 닥친 이상 기후로 잊혀져 가고 있지만 이러한 한파가 2005년 12월 온난화에 따른 멕시코 만류의 수온 저하(온난화로 북반구의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민물이 멕시코 만류의 수온을 저하시켰다.)가 이상 한파와 빙하기를 야기할 수 있다는  권위있는 과학잡지 [네이처]의 경고 직후 찾아왔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했다.
2005년은 기상 이변, 지구 변화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한 해였다.
동남아의 휴양 지대를 휩쓴 지진 해일을 시작으로, 카트리나의 미국 습격과 유럽의 한파까지 기후 변화와 지구 변화가 인류 문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동시에 미국의 교토 의정서 서명 지연 등과 같이 인간의 어리석은 행위와 지구 및 기후 변화의 관계에 대한 문제 의식이 높아졌던 해였다.
(단위 : 백만년)

 
책 속에는 지구 온난화, 천재지변의 빈번한 발생, 오존층의 파괴 등 지구 환경의 변화를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그 현상 이면에 있는 자연 법칙을 ’지구 시스템과학’으로 통합적으로 설명한다.
제1장에서는 대기 조성에 대한 무기적,유기적 영향을 살펴 보고
제2장에서는 온실 기체의 많고 적음이 지구 온도의 높낮이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음을 지질 시대의 증거와 남극 빙하의 연구 결과를 통해 밝힌다.
제3장에서는 대기와 해양의 순환과 기후의 비선형 구조를 살펴보고
제4장에서는 지구를 직접 실험실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대신 사용하는 시뮬레이션 모형의 필요성 등을 알아본다.
제5장에서는 다윈의 시대 이후로 널리 퍼져 있는, 기후 변화가 일어나면 생물은 이동을 통해 자신들의 다양성을 보존할 수 있다는 관점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를 살펴본다.
제6장에서는 사회는 자연과 관계없다는 패러다임을 신봉하는 전통적인 경제학자들의 안이한 인식을 비판하면서 생태학적 패러다임을 주장한다.


 
’기후와 생물의 공진화’에 대한 요약 정리...^^
- 지표면 위에 존재하는 수증기 형태의 물은 바다와 빙하에 있는 물의 50만분의 1 정도이다.
- 수증기가 매년 비나 눈이 되어 지표면에 떨어지는 양(연강수량)은 50만 세제곱 킬로미터로 지구 표면 5억 제곱 킬로미터를 1미터 두께로 덮을 수 있는 양이다.
- 태양은 바다, 호수, 육지에서 물을 증발시키고 식물은 잎에서 수증기를 증산시킨다. 그 뒤 응결과 물방을 성장 같은 다른 요인들에 의해 물은 다시 땅으로 떨어진다.
(바닷물의 증발은 육지에서의 증발산 양의 6배 정도다. 그러나 대륙의 중심에서는 증발산이 수증기의 주요 공급원이다.)
- 물이 어떻게 분배되는가에 따라 생물이 살 수 있는 지역이 결정된다.
- 눈과 비는 육지와 바다에서 물질들이 정착하는 것을 돕는다. 이 퇴적물의 순환은 침식과 영양 물질의 수송, 퇴적물의 형성이라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 퇴적물의 순환은 여섯 가지 주요 원소(수소,탄소,산소,질소,인,황으로 지구상 유기물의 95%의 성분))의 양과 흐름의 분배를 둘러싸고 서로 얽혀있다.
- 생물들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원소들이 적당한 양으로 균형을 이루며 적절한 장소에 배치되어야 하고 재순환해야 한다.
- 질소는 대기의 78%를 차지하며, 질소는 식물 스스로 또는 균을 통해 식물 흡수되어 단백질로 고정된 후 식물이 죽거나 동물에게 먹힌 후 배설물, 사체를 통해 다시 대기 중으로 순환된다. 이 때 일부 질소가 일산화이질소로 돌아가 ’온실 기체’가 되고 이는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어 일산화질소, 이산화질소가 된 후 오존의 양을 제한한다.
- 황은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황의 일부는 식물 속으로 편입되거나 식물성 플랑크톤을 통해 바닷물 속에 들어간다. 이산화황은 화산 활동이나 산업활동에 의해 지구 환경에 제공되며 수분과 섞여 산성비의 형태로 환경을 파괴하는 원인이 된다. 스모그에 포함된 미세한 황산 방울들은 폐의 질환을 일으키거나 대기의 반사율을 변화시키는 황상 에어로졸이라는 안개층을 형성하여 지표면을 식히는 작용을 한다.
- 탄소는 대기 속에서는 이산화탄소 형태로 아주 적은 양(0.035%, 하지만 질량은 7,500억톤)가 존재하고 해양과 퇴적물, 암석에는 이산화탄소나 다른 형태로 훨씬 많은 양이 존재한다. 식물들은 탄소를 이용해(광합성) 탄수화물과 당류를 만든다. 지구 북반구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 사이에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3% 정도 떨어진다. 탄소로 구성된 이산화탄소와 메탄, 염화불화탄소는 아주 중요한 ’온실기체’다. 이산화탄소는 대부분의 태양 복사 에너지는 통과시키는 반면 대부분의 지구에서 복사되는 적외선 에너지는 흡수한다.
(아마존 밀림 등 숲과 서식지 파괴는 물과 원소의 순환, 생태계의 대규모 혼란을 가중시켜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산업혁명 이후 150년 동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20~30% 정도 증가했다(기온은 0.5도 상승). 거의 모든 예측 결과에 따르면 21세기 중반에는 그 양이 2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기온은 2~2.5도 상승).
- 하지만 지질조사 결과, 지구의 최근 5,000년 동안의 기온 변화는 5도 정도 상승한 것이다. 즉, 1천년에 1도..
- 21세기 현재는 신생대 홀로세로서 가장 최근의 빙하기는 약4만년 전에 시작하여 2만년 전에 끝났고 간빙기 중이다. 최근 진행 상황을 볼 때 다가올 빙하기는 빠르면 1~2만년 이내에, 늦으면 4~5만년 이후에 시작한다.
- 지구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되어 온도가 급상승하면 최근의 엘니뇨와 같은 기후변화 뿐 아니라 빙하기가 훨씬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
- 아주 단순한 시나리오는 지구 온도 상승으로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급속하게 녹고 빙하의 민물이 바닷물의 염도를 낮추어 대기와 해류, 기상의 이변을 낳고 담수가 급속하게 퍼지고 수증기가 증가하여 태양 에너지를 반사시켜 역으로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간다는 것...
(2004년에 개봉된 영화 ’투모로우’를 생각하면 됨...^^)
  




 
"이제 우리는 인류가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선언하는 저자는 더 이상 인류는, 지구를 자기 멋대로 조작할 수 있는 ‘실험실’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우리의 생물학적, 생태학적 뿌리를 파괴하는 것이며, 우리 미래의 후손들의 생존 조건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실험실 지구>라는 제목에서 ‘실험실’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우리가 현재의 기후 변화 및 지구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질학적 시간 동안 지구에서 벌어진 기후 변화의 역사를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되므로, 지구와 그 지질학적 역사 자체가 실험실처럼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실험실 지구는 기후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방법론적 비유이다.
둘째는 인간의 활동에 따른 지구 및 기후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면서 지구 자체가 인간이 만든 기후 실험실처럼 되어 버렸다는 비판적 비유에 해당한다.
 
저자는 환경 운동가들의 주장에 회의적인 경제학자들 역시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환경 운동가들이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내놓는 환경 정책 역시 경제학자들이 만들어 낸 결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인식 속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해결책들을 내놓는다.
그는 바로 이 해결책들을, 생태학자와 경제학자, 환경주의자와 정책 집행자의 대화가 시작되는 출발점으로서 제시한다. 

1. 염화불화탄소(CFCs)와 온실 기체의 배출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할 대체물을 계속 개발한다. 2. 에너지 생산과 이용의 가격에 환경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
3. 에너지를 이용하고 소비하는 동안 보존성과 효율성을 강화함으로써 온실 기체의 배출을 줄인다.
4. 미래의 에너지 공급 방안에 대한 계획을 수립할 때 온실 효과로 인한 온난화를 주요 요소로 삼는다.
5. 전 세계의 삼림 벌채를 줄인다.
6. 국내의 적절한 재조림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국제적 재조림 노력을 지원한다.
7. 농업 연구를 지속함으로써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농업 시스템을 구축한다.
8. 물 시장을 통한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현재의 물 공급 시스템을 더욱 잘 관리하여 현재의 가변성에 대처함으로써 물 공급이 보다 확실하게 이루어지도록 한다.

9. 기후 변화의 가능성을 고려해서 수명이 긴 구조물에 대한 안전성의 한계를 계획한다.
10. 현재의 생물 다양성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강구한다.
11. 지구 온난화를 상쇄할 지구공학적 연구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12. 인구 증가율을 조절한다.
13. 미국은 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는 국제 협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아직 한국에게는 아직 머나먼 동쪽 나라의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한국에서도 4계절이 모두 이상 기온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의 이상기온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기상청도 정부도 학자들이 대부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구 차원의 이상기온과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에 함께 동참하지 않았을 때 급변하는 사태에 대해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위에서 저자가 열거한 13가지 중 적어도 5~10가지는 한국 정부와 언론, 학계, 시민단체와 일반인들도 고민하고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이 정권에서는 별로 기대하기도 어렵겠지만...

[ 2010년 10월 14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우석훈 지음 / 녹색평론사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지금 돌이켜보면 2004~2007년의 기간 동안 나는 정말로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렸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기 전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졌던 삶에 대한 가치관이나 태도, 사회와 주변에 대한 관심도 크게 줄어들었다. 사업을 한다는 핑계와 자기최면에 빠져 지낸 기간이었다.
2007년 중순 회사를 접고 연말부터 개인적인 시간을 가졌다. 그 때부터 미친듯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 책을 읽은 이유는 어떤 지식이나 지혜를 바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책을 읽었다고 하여 사회나 주변에 다시 관심이 생겨난 것도 아니었다. 당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5년 넘게 미친듯이 살아온 관계와 업보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피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책이 유형도 주로 자연과학이나 소설에 집중되었다.
 
1년 정도 책에 빠져 지내다가 스스로도 어느정도 추스릴 수 있게 되었고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해야 하기에 후배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회사에 피고용인으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또 다시 ’일벌레’가 되어갔다. 다행히도 책을 읽는 습관은 유지되어 꾸준히 독서는 이어졌고 회사를 통해서 주변사람이나 새로운 사람들을 접하면서 다시 ’외부’에 대한 관심도 생겨났다.
조금씩 내 과거의 모습을 회복하면서 주변 사람과의 관계도 복구하고 사회와 현실에 대해 다시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대한 김정욱교수의 <나는 반대한다>를 읽으면서 현 정권의 ’4대강 죽이기’ 토건공사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그동안 사회나 정치, 생활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출 인식해온 터라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그 책은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의욕적으로 외부에 관심을 돌리는 기회가 되었다.
지난 5월부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이하여 노 전대통령의 자서전과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오현호 기자의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노 전대통령의 <여보, 나 좀 도와줘>과 <성장과 좌절>, 노무현재단의 <운명이다>까지 읽었다.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몇 권 더 남았다.
그런데 노무현 전대통령 관련 책을 읽으면서 노무현 전대통령의 생애과 생각, 철학 등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개혁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와 한미 FTA나 ’대연정’ 정책의 배경과 이유가 궁금했다. 나 스스로 참여정부에 대해 평가해보고 앞으로의 과제가 무엇인지 따져보고 싶었다.
이 책은 그런 이유 때문에 읽게 되었다. 
 
그 배경과 진위가 어떻든 간에 ’한미 FTA’만큼 참여정부와 민주개혁세력(또는 진보세력)이 결정적으로 등을 돌리게 한 정책도 없을 것이다. ’대연정’은 하루아침에 해프닝으로 끝나버렸고 ’이라크 파병’은 잘잘못과 대미 종속적인 정치경제군사 구조에 따른 한계를 일부 인정하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한미 FTA’는 그 시작과 과정, 향후 후폭풍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 굉장한 논란을 일으켰고 아직도 수 많은 진보개혁세력들이 한사코 반대하는 대상이 되어 있다.
도대체 무엇이 참여정부를 ’한미 FTA’를 추동하는 이유였고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그리고 왜 많은 이들이 문제삼는지 어느정도 깊게 알고 싶었다.
그것은 대한민국 국민 중의 한 사람으로, 진보개혁의 대의에 동의하는 사람으로, 민중을 위한 지식인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개인적인 의지로서도 꼭 필요했다.
 
이 책은 예전에도 인터넷에서 접한 기억이 난다. 한참 ’한미 FTA’에 대한 논란이 커졌을 때 반대하는 이유에 대한 많은 논리를 제공했다고 인정받는다.
2006년에 발간된 책이기에 2011년인 현재 시점에서는 많은 내용이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당시 정책 추진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했기에 참여정부를 평가하기 위해 적절한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2006년 ’한미 FTA’를 극렬하게 반대한 당사자의 논리와 이유를 2011년에 비추어 역사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 * 우석훈은 누구인가? ---------------------------------
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현대환경연구원, 에너지관리공단 등에서 근무했고, 유엔 기후변화협약 정책분과 의장과 기술이전분과 이사로 국제협상에 참가했다. 이후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초록정치연대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며, 경제와 사회, 문화와 생태의 영역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글쓰기와 강연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아픈 아이들의 세대], [음식국부론],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88만원 세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직선들의 대한민국], [조직의 재발견], [촌놈들의 제국주의], [괴물의 탄생], [생태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등이 있다. ---------------------------
 
책은 서문, 프롤로그와 6개 장의 본문,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이 이 책을 쓴 이유가 "한미 FTA는 다른 국제 협상이나 조약과는 달리 국민들 전체에게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잘 모르는 국민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누군가는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참여정부의 ’한미 FTA’ 추진을 계기로 노무현 정부의 ’로드맵’이 ’예측불가능’하게 되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한미 FTA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분석해 본 바로는 대체로 "4인 가족 기준으로 연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가족은 ’노무현호’라는 배에서 내리고 심각하게 이민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1장 한미 FTA란 무엇인가
1. 전쟁 이후의 세계무역체계
2. WTO와 미완의 협상, 그리고 FTA
3. WTO 이후:‘조기개방’의 세가지 흐름, 그리고 EU 방식과 나프타 방식의 차이
4. ‘MAI’와 한미 BIT
5. BIT와 ‘뜨거운 감자’ 스크린쿼터
6. 드디어 등장한 한미 FTA
7. “미국과의 FTA가 가장 참혹”

제2장 왜 한미 FTA는 준비가 덜 되었다고 하는가

1. 한국,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FTA’를 제안하다
2. 경제적 효과, 그리고 CGE 모델
3. 이상한, 너무나 이상한 결과물
4. 미국시장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는가
5. 그렇다면 한국시장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
6. 혹시 서비스업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
전기가스수도사업 · 건설업 ·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 운수창고 및 통신업 ·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서비스 · 사업 서비스 · 교육 서비스 ·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 · 기타 서비스업―동네 미장원의 운명이 걸려 있다
7. 그럼 도대체 정부가 아는 건 뭐야?

제3장 노무현 시스템의 닫힌 의사결정 구조

1. ‘대통령 폭주’는 9차 개정헌법의 아킬레스건
2. 외교부의 ‘뻥 축구’와 허술한 조약비준 시스템
3. 대통령 측근들의 폭주―황우석 사태와 한미 FTA

제4장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철학적 질문

1. 어쩌면 핵심은 경제가 아니라 철학일 수 있다
2. 근대 일본의 철학적 선택
3. 한국 경제는 왜 위기에 빠진 것인가
4. 국민경제의 모델별 특징
5. 한미 FTA를 통해서만 미국형으로 갈 수 있나
6. 철학자들의 몫

제5장 한미 FTA, 주요 체크 포인트

1. 국민의 비준권 행사에 관한 일
2. 협상 일정
3. 미국과 한국 사이의 ‘비대칭성’
4. 우리에겐 ‘이순신’이 필요하다―노동시장 개방

제6장 양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1. ‘늑대와 양’의 집단 진화 모델
2. 컴포넌트의 4가지 전략을 사용한 사회생태 모델
3. 동네 미장원이 살아남는 법
4. 그렇다면 다른 ‘양’들은 누구?
5. 가냘프지만 그래도 존재하는 ‘희망’
6. 한미 FTA, 폭주를 어떻게 멈추게 할 것인가 
 
처음 기대와 달리 책 속에는 ’한미 FTA 협상’의 내용에 대한 분석과 비판이 들어있지 않았다. 미국 협상단과 ’비공개’를 약속했기 때문이라는 외교통상부의 주장이지만, 미국 협상단이 의회와 기업, 주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참여정부의 주장은 공허했다. 나 역시 미국 협상단이 ’비공개’ 약속에 따라 미국 기업과 의회에 알려주지 않더라도 한국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국민들과 국민들의 대표인 국회의원, 그리고 적어도 산업별 주요 협회와는 사전에 협의하고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제 협상은 서로의 필요에 의한 것이고 서로 얻는 것이 많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협상의 결과가 국내의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것은 굳이 박사나 고위관료, 정치가가 아니더라도 12년간 의무교육을 받은 한국사람이라면, 아니 초등학교까지 나오지 못한 우리 어머니라도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1장. [한미 FTA란 무엇인가]에서는 국제 무역과 통상 협상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게 해준다. "한미 FTA만이 한국의
살길이다."라는 정부측 관계자의 주장은 어처구니 없다. 마치 조선 말기에 이완용 등 매국노들이 일본에게 한반도를 팔아먹기 위해 주장하는 소리와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세계적인 흐름에 대해 자의적으로 생각하고 한미 관계의 불평등성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면서 ’공격적’으로 한미 FTA를 추진한 노무현 전대통령과 참여정부 주체들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참 어처구니가 없다. EU나 일본은 그럼 바보, 멍청이라서 미국과 FTA 협상에 나서지 않았다는 말인가?
 
2장. [왜 한미 FTA는 준비가 덜 되었다고 하는가]에서는 참여정부가 얼마나 사전 준비없이 엄청난 정책을 추진했고 국제 협상이나 국민적 합의를 무시했는지 알 수 있다. 정부가 자신이 있으면 있을수록 국회와 국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가급적 자세하게 공개해야 한다. 한미 FTA를 준비하면서 관련 전문가에 폭 넓게 자문을 받지도 않았고 협상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일반 국민들, 기업들, 농민들, 노조, 자영업자들에게 협상 준비를 위해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 자체가 가장 큰 문제다. 그러니 정부는 ’한미 FTA’ 효과 분석에 대해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의구심만 들게 했다. 4대 선결조건을 먼저 양보해버린 것은 일개 중소기업 CEO를 했던 내가 보기에도 참으로 황당하다. 어떻게 그런 머저리같은 인간들이 국가를 대표하여 외국과 통상 협상의 대표로 나가게 되었단 말인가!!
그리고 대외경제연구원이 제시한 ’효과’ 자료는 참여정부의 ’한미 FTA’ 추진이 얼마나 허술하고 명분이 부족한지 알 수 있게 해준다.
 
3장. [노무현 시스템의 닫힌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참여정부’의 ’참여’란 단어가 무색하다. 나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선의를 믿고 싶다. 그렇다면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문제일 것이다. 열린 논의구조가 없이 무작정 공무원을 믿은 ’노무현호’의 한계이자 오류일 것이다.
’한미 FTA’를 통해서 드러난 시스템의 문제를 개인이나 집단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해결하려면 저자의 주장처럼 ’9차 헌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그헣다면 어떻게?  앞으로의 연구 과제다...쩝...
 
4장.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서는 ’한미 FTA’를 둘러싼 경제구조와 방식에 대해, 미래의 사회 구조에 대해 철학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우리사회의 인문학적, 철학적 소양이 전반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투여되어야 할 분야다. 일반 국민들과 학생들부터 독서와 토론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5장. [한미 FTA, 주요 체크 포인트]에서는 2006년 기준으로 이후 전개될 협상 일정에 따라 고비가 될 몇 가지 지점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미국과 한국의 국회 비준, 협상에서 발효까지의 일정, 한국과 미국의 ’비대칭성’, 그리고 협상의 분위기를 역전시킬 비장의 무기(노동시장 개방)을 제시한다.
 
6장. [양들이 살아남는 방법은?]에서는 ’한미 FTA’ 협상에 따라 산업별, 계층별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참여정부의 ’폭주’를 멈출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의 분석은 매우 현실적이고 업종별로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저자는 때로는 정부에서 국제협사을 담당한 경험에 기초하여 협상가의 시각에서, 때로는 정부 실무자의 시각에서 한미 FTA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때로는 평범한 직장인이나 ‘동네 빵집 주인’의 입장에서 한미 FTA를 분석하기도 한다. 특히 저자는 한국은행의 ‘표준경제분류’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업종’에서 벌어질 상황들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지금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정과 내용대로 한미 FTA가 추진될 경우, 어떤 직종에 속하는 사람들이 이직을 준비해야 할지, 또 어떤 사람들이 좀더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지 조언해준다. 심지어는 법률회사와 은행, 공무원, 그리고 건설회사에 이르는 다양한 직종에서 벌어질 변화와 함께 분당에서 압구정을 거쳐 일산에 이르기까지 지역난방망을 따라 형성된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까지, 저자의 조언이 미치지 않는 부문이 사실상 없을 정도로 한미 FTA와 경제의 관계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그러고 난 다음 저자는, 지금의 일정과 내용대로 한미 FTA가 강행된다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의 봉급생활자들은 차라리 ‘이민’을 심각하게 검토해볼 것을 권유한다.

한미 FTA 협상 속에는 1,000가지 이상의 다양한 옵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서비스 산업의 ‘최후 보루’로서 동네 미장원을 비롯한 도시 자영업자들이 한미 FTA로 인해 받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과 방안을 제시한다. 그런데 정작 정부는 지금 그러한 ‘협상 조건’에 대해서는 전혀 상관하지 않으면서 협상 ‘체결’을 목표로 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저자는 한마디로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 그리고 외교부의 ‘폭주’로 규정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9차 개정헌법의 오류 위에서 폭주하고 있는 중이다. 외교부는 조인 및 비준 절차와 관련된 시스템의 약점을 붙잡고 폭주하는 중이다. 저자는 이러한 폭주를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는 지금 한국사회의 시스템, 특히 9차 개정헌법에 토대를 둔 ‘87년 체제’의 맹점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분석한다.(
저자의 ’9차 개정헌법 검토’는 나로 하여금 우리나라의 현행 헌법과 헌법 개정과정에 대해 추가로 공부하게끔 자극했다.ㅋ)

‘EU형 경제통합’과 ‘나프타형 경제통합’의 차이점을 비교 분석한 다음, 한미 FTA의 ‘부정적 효과’를 줄이기 위해 협상 내용에 ‘노동시장 개방’ 같은 안전장치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만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무척이나 통쾌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그 측근들, 그리고 외교부의 한미 FTA 체결을 위한 ‘폭주’가 초래할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저자는 9차 개정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민투표’를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대통령이 한미 FTA 협상 결과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한다면, 현재 부실하게 진행되는 협상의 내용을 보다 충실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소한 50% 이상의 국민들로부터 ‘찬성’를 받아야만 하는 이 절차를 통해서 정부의 폭주 시스템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하나의 제안은, 만약 국민투표가 어렵다면, 한미 FTA로 인하여 부정적 효과가 실제로 발생하게 될 다음 정부가 협상의 기본 내용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한미 FTA의 최종조인을 최소한 2007년 12월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포괄적 FTA’인 한미 FTA가 발생시킬 수 있는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이자 매력은, 보통 시민들(생활인)이 자신의 처지,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서 한미 FTA를 새롭게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것이다. 실물 경제학자의 시각답게 냉정하고 현실적이지만, 한미 FTA라는 이 거대한 변화 앞에서 “나에게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궁금해 하고 고민하는 많은 생활인들에게 이 책은 작지만 알찬 지침서의 역할을 했음을 인정한다.

 
다음은 당시 정부측 인사인 김현종씨의 주장을 다룬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의 <한미 FTA는 우리의 미래가 아닙니다>, 그리고 최재천의원의 <한미 FTA 청문회>를 읽을 것이다. 
  
[ 2011년 6월 15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데이비드 뱃스톤 지음, 나현영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스무 살 베트남 신부가 한국에 온 지 일주일 만에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27세 연상의 남편은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았지만 그녀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맞선 한 번만으로 결혼했다.
지방의 윤락업소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연이어 자살했다. 업소에서 이들은 ’돈 버는 기계’처럼 착취당했고 사채와 연대보증으로 엄청난 빚을 졌다.
다른 한편에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들의 노예 계약에 대한 기사가 끊이지 않는다. 텔레비전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오랜 세월 노예 생활을 해온 사회적 약자들을 보도한다.
노예제는 과연 과거의 문제일까?
(추석 전에 극장가에서 흥행한 영화 <아저씨>는 그냥 시나리오일 뿐일까??)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여러 노예노동의 실태를 읽다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동남아시아의 태국/캄보디아/베트남..., 남아시아의 인도/네팔/방글라데시..., 아프리카, 남미, 유럽, 동아시아...
캄보디아 난민 출신 스레이 네앙은 어린 시절 노예로 팔려가 갖은 고생 끝에 하갈 쉼터의 도움으로 이제 재봉사가 되었다.
카스트 하층 계급인 마야의 가족과 친척들은 얼마 안 되는 빚 때문에 벽돌 가마에서 강제 노동하다가 국제정의선교회의 도움으로 풀려났다.
우간다의 찰스와 마가렛은 신의 저항군에 납치당해 소년병이 되었다가 구출되었다.
몰도바의 나디아는 이탈리아에 취업시켜준다는 꾐에 넘어가 인신매매되었다가 간신히 자유로워졌다.
 
한국은 안전지대인가?
미국의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법’에 의해 2001년 7월 발표된 <인신매매 보고서>에 한국은 러시아, 이스라엘, 루마니아를 포함한 3등급(미국법의 최소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국가)로 분류되었다.
이 책속에서 한국은 인신매매와 노예노동의 공급자, 경유자, 최종소비자로 분류되고 있다.
2달 전인가 영화관에서 개봉한 <아저씨>라는 영화(이정범감독, 원빈 주연)도 내용 중에 소녀가 인신매매되는 내용이 나온다.
한국도 안전지대는 당연히 아니라는 것을 반증(심증?)하는 것이겠지...
 
과거 이 땅 한반도에서도 불과 몇 십년 전에는 ’노예’와 다름 없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마 지금도 한국의 어두운 어디에선가에는 법과 시민들에게 보호받지 못하는 한국사람과 외국인들이 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삶의 희망을 빼았긴 사람들을 돕는 ’천사’이자 ’전사’같은 이들이 소개된다.
’끄루 남’은 인신매매된 동남아시아 아이들을 구출하는 태국 화가다.
’애니 디젤버그’는 태국의 성노예 여성들이 제2의 삶을 살도록 돕는 ’야간등 디자인’의 대표다.
’피에르 타미’는 캄보디아 성매매 여성과 아이들을 지원하는 하갈 쉼터의 설립자다.
’게리 하우겐’은 전 세계의 노예들을 해방시키는 국제정의선교회의 설립자다.
’플로렌스 라코르’는 월드비전의 18세 미만 소년병 재활 센터의 상담자다.
’이단 라굼 루모로’는 월드비전의 18세 이상 소년병 재활 센터의 책임자다.
’체사레 로 데세르토 신부’는 인신매매된 동유럽 여성들을 구하는 ’레지나 파키스’의 성직자다.
’루시 보르하’는 페루의 거리 아이들을 돌보는 단체 ’헤네라시온’의 대표다.
’루이스 에통웨’는 일곱 번이나 노예를 구한 카메론 출신의 미국인이다.
’캐서린 천’과 ’데릭 엘러먼’은 현대판 지하철도 ’폴라리스 프로젝트’의 공동 대표다.
’아나 로드리게스’는 ’플로리다 인신매매 반대 연합’의 대표다.
이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현대판 노예상인에 맞서 영웅적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동 노동자, 성노예, 강제노역자, 인신매매 피해자 등 우리 주변엔 가난과 억압의 짓눌려 사는 이들이 많다.
인간의 자유를 느끼지 못한 채 상업적 도구로 쓰이는 이들의 서글픈 이야기를 담는다.
현대 자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가난은 사회적 불평등과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가난한 나라에서부터 이끌려 국경 너머로 노예로 팔려나간 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글로 표현하여 이들의 아픔을 전한다.
납치 당하거나 채무 관계로 강제 노역을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이들의 관심과 구원의 손길이다.
핍박 받고 구원 받지 못한 이들의 구구절절 이야기를 통해 부정부패가 만연하는 이 사회를 비판해 보면서 이제 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남미에서 어린이와 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 노예노동, 성착취를 성행하는 이유는 그들 나라의 극도의 가난, 무력갈등, 급격한 산업화와 폭발적인 인구증가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거기에다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남성들의 ’성상품화’ 의식과 도덕성의 빈곤, 저렴한 착취노동에 대한 욕구 등이 끊임없는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 부분 모두 근절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진국에서는 무척이나 음성적으로 노예노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사람들이 자신들의 나라에 ’노예노동’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각하기가 쉽지 않다.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의 경우 문화의식과 부정부패가 수요와 공급 양측을 모두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 역시 1980년대 엘살바도르에서 친구 몇 명과 성공적인 인권 운동을 펼쳤다.
그는 보통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개인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노예제를 끝내려면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며 따라서 우리의 도움이 절실하다.
먼저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기소하려면 법률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해방된 노예들을 고용하려면 기업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노예제에 대해 조사하고 정책을 바꾸려면 학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피해자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건강 관리사와 정신 건강 전문가가 필요하고 보호 시설을 지으려면 건축가가 필요하다. 사람들을 착취해서 만든 상품을 사지 않는 현명한 소비 활동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방식이 아니라 노예제 폐지 운동에 실제로 도움을 보태는 것이다.
 
2007년 현재 세계 전역에 노예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노동자는 3,000~5,000만명에 달한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점점 더 그 숫자가 늘어난다는 것...
그들은 가내노동, 가사노동, 섹스바, 성매매업소 등에서 착취당한다.
한국인들은 중국, 일본, 대만인들과 함께 동남아시아 어린이 성노동의 주요 고객이다... 이름하여 ’섹스관광객’...
 
신문기사나 영화 한 편으로 스쳐가듯 보여지는 모습과 달리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는 노예노동과 성착취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고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영화 포스터]










 

[ 2010년 10월 15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