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2 - 한니발 전쟁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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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5권 중 두 번째...
2권의 부제는 ’한니발 전쟁’이다.
시기적으로는 기원전 264년 ~ 기원전 146년에 해당한다.
(책 읽는 시간은 추석 연휴 2일째 + 3일째 오전까지 소요되었다.)


 
로마는 이 시기에 서구에서 가장 유명한 전쟁 중의 하나인 ’한니발전쟁(포에니전쟁)’을 승리로 거두었다.
’한니발전쟁’의 승리를 통하여 로마는 이탈리아 반도의 지배국가에서
이탈리아 반도를 넘어서 지중해 전역에 대한 지배국가로 탄생하게 된다.
여기서 지중해 전역이라 함은,
1. 지중해 서쪽으로는 이베리아도 전역(현재의 스페인과 포루투칼)
2. 지중해 서북부지역(현재의 프랑스 남부)
3. 지중해 동북부지역(현재의 크로아티아와 알바니아 해안가, 그리스전역)
4. 지중해 동부(터키 서부, 시리아, 이라크 서부, 이스라엘)
5. 지중해 남부 전역(튀니지, 알제리와 리비아/이집트 해안가)


 
로마는 이탈리아 반도를 제외한 지역에 대한 지배방식을 ’속주’, ’자치국’, 그리고 ’동맹국’으로 나누어 통치,관리했다,
당시 로마 지배지역의 국가와 도시명으로 보면,
1. 속주 : 먼에스파냐, 가까운 에스파냐, 카르타고, 시칠리아섬, 사르데냐섬, 코르시카섬, 갈리아, 일리리아, 마케도니아, 아카디아동맹, 소아시아, 마그네시아
2. 자치국 : 프랑스남부 프로방스, 스파라타, 아테네
3. 동맹국 : 누미디아왕국, 이집트왕국, 비티니아왕국, 폰투스왕국, 아파도키아왕국, 시리아왕국, 크레타왕국, 키프로스왕국, 로도스왕국이 이에 해당한다.
 
어떻게 하여 로마는 약120년 만에 그 거대한 지중해 전역에 대한 패권을 장악했을까?
그것은 외형적으로 크게 두 가지 이유인데,
하나는 로마가 융성하기 시작한 이 시기에 이르러 그 전까지 절대적, 상대적으로 강력했던 국가인 마케도이나왕국과 페르시아왕국이 쇠퇴한 때문이고
또 하나는 당시 지중해 패권국이던 카르타고와 국가의 운명을 건 ’한니발전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저자도 그런 이유로 <로마인 이야기> 제2권을 대부분 ’한니발전쟁’에 할애했다.
마케도니아왕국은 알렉산더대왕 사후에 알렉산더의 유언에 따라 몇 개의 지역이 왕국-마케도니아, 아카디아, 소아시아, 시리아, 이집트-으로 분할되어 각자 유지되어 있었다.
 
* 한니발전쟁과 포에니전쟁 : ’한니발전쟁’은 카르타고의 명장의 이름이 ’한니발’이었기 때문에 후세에 붙여진 이름이고 ’포에니전쟁’은 포에니가 라틴어로 페니키아인을 의미하고 카르타고는 페니키아인들의 후손이기 때문에 로마인들이 칭한 이름이다.
 
’한니발전쟁’은 세 차례로 나누어 전개되었다.
제1차 전쟁은 기원전 264~241년에 진행되었는데, 어렵지 않게 로마가 승리하였고 로마는 그 대가로 시칠리아섬에 대한 지배권과 이탈리아반도와 그리스 도시국가의 해상통로에 대해 안정을 가져왔다.
제2차 전쟁은 기원전 219~216년에 진행되었고 가장 치열한 전쟁이었으며 로마와 카르타고의 국가운명을 건 한 판 승부였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경로(아프리카 -> 이베리아반도 -> 프랑스 중부 -> 알프스산맥 -> 이탈리아북부)를 거쳐 로마 본토에 진입한 것이다.
한니발은 이베리아반도에서 보병 9만명과 기병 1만2천명을 구성하여 프랑스를 지날 때 보병 5만9천명과 기병 9천명이었으나 로마의 본토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보병 2만2천명과 기병 6천명 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한니발은 로마와 속국을 분리시켜 갈리아용병 2만4천명을 추가하였고 로마는 시민병 4만2천명과 동맹국 4만5천명을 동원하였고 이탈리아 반도 중부 평원에서 그 유명한 ’칸나이 전투’를 치르게 된다.
’칸나이 전투’는 한니발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으나, 한니발은 로마를 공략하지 않고 이탈리아 남부로 위회하여 로마의 속주와 자치국을 공략하여 ’로마연합’을 붕괴시키려 했으나 시라쿠사와 타란토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실패했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로마는 새로운 집정권과 장군 크라쿠스, 마르켈루스, 스키피오가 등장하여 한니발을 이탈리아 반도 내에서 고립시키고 카르타고 본국의 지원을 차단하였다.
로마는 이탈리아 반도 내에서는 장기전을 치르되, 이베리아 반도의 한니발 후속군대와 카르타고 본국에 대한 전투에서 잇달아 승리하여 결국 한니발은 본국으로 후퇴하였으나,
결국 한니발은 아프리타 북부 자마에서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군대에 결정적으로 대패한다.
제3차 전쟁은 기원전 149~146년에 진행되었고 이 전쟁은 전투가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이 되버리고 결국 카르타고 왕국은 멸망하여 역사에서 사라진다.


 
로마가 ’한니발전쟁’을 승리로 이끈 근본적, 구조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저자가 주장하는 몇 가지 이유를 정리해 보면,
첫번째는 로마 건국 후 500년 넘게 정착된 정치체제(공화정)에 있었다.
- 특히, 당시의 로마는 원로원과 로마시민, 평민이 똘똘 뭉쳐있었다.
  그만큼 원로원은 정치와 정책제안이라는 제 역할은 다하였고
  집정관, 장군들을 비롯하여 전쟁에서 사망한 원로원 의원이 상당수였다.
두번째는 역시 로마 건국 후 500년 넘게 정착된 외교체제에 있었다.
- 비록 이탈리아 북부의 갈리아인과 시라쿠스 등 일부 속주와 동맹국이 로마를 배신하였으나,
  다른 속주들과 동맹국들은 로마와 함께 군대에 동참하여 전쟁에 참여하였다.
  이들이 없었다면 수 십 만명이 참가한 ’한니발전쟁’에 로마는 제대로 군인을 충원할 수 없었다.
- 특히, 로마가 건국 이래 지속해온 대외 정책, 즉 ’주변국의 로마화’가 핵심...
  로마는 원칙적,기본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한 후 패배한 민족이나 국가를 멸망시키거나 말살시키지 않고 가급적 상대방의 체제와 종교,문화를 인정하되 세금이나 군대협조를 이끌어낸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로마의 세력권과 경제력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나머지 요소들은 모두 ’운’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한니발의 실책, 카르타고 본국의 실책, 명장 스키피오의 등장, 그리스 도시국가의 동요 등...
 
저자는 <로마인 이야기> 제1권과 제2권을 통하여 로마가 지중해 패권을 차지하게 된 이유가 결국 공화정과 속주/동맹국 체계 등 로마의 초기 국가체제에 있었음을 이야기하였고
그와 동시에 원로원 등 공화정 자체의 구조적인 약점과 한계도 암시하고 있다.
 
1권과 2권을 통하여 가장 인상깊은 로마의 모습은 ’로마연합’과 ’로마화’에 있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 주변국가를 침략하는 대다수의 지배국가들의 승전 원칙은 대부분 ’학살’과 ’노예화’, ’약탈’과 ’점령’이었다.
그리스 문명의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그랬고 이집트와 페르시아가 그랬으며,
중세의 유렵, 십자군전쟁, 이슬람이 그 인간성과 전통(?)을 이었다.
심지어 19세기와 20세기까지 그렇게 지배가 이어졌으며,
아시아지역과 아메리카 지역을 비롯한 지구상 모든 승전국가가 그런 식이었다.
로마는, 인류문명이 아직 제대로 태동하기 전인 기원전에 새로운 체계와 정책을 시도했고
그 결과 1,200년 동안 지중해 인근의 패권국가로 군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우수한 로마의 역사와 전통을 이었다고 자부하는 서구 열강들이 19세기와 20세기에 보여준 수 많은 학살과 노예화, 약탈과 점령을 계속해온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종교와 이념을 무기로 자행된 수 많은 학살과 약탈을...
물론, 한반도도 그런 면에서는 자유롭다고 말 할 수 없다.
21세기에 들어서도 현대식 ’학살’과 ’약탈’이 자행되고 있으니...


그런 면에서 기원전 1세기 경에 카이사르가 한 말은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명언이 될 것 같다.
"인간은 보통 자기가 보고 싶은 것, 보이는 것만 본다..."

  

[ 2010년 09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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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자 행성 - 린 마굴리스가 들려주는 공생 진화의 비밀 사이언스 마스터스 15
린 마굴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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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주말에 TV에서 방영되는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을 좋아한다. 요즘은 자주 보지 못하지만, 예전에는 즐겨 시청한, 몇 개 되지 않는 프로그램이었다. ’동물의 왕국’을 좋아했던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자연 그대로의 조건 속에서 조건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인간이 아닌)동물들의 삶과 행동이 편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수 십억 년의 진화를 통해 태어나고 자란 동물로써 조상이 같은 먼 친척에 대한 향수와 친밀감일 수도 있고 동물 수컷의 한 마리로 ’정글의 법칙’과 같은 양육강식의 피비린내 나는 ’먹고 먹히는’ 동물 세계를 내심 즐겼을 수도 있다.


내가 어려서부터 학교와 사회, 방송을 통해 듣고 배운 것 중의 하나가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이었다. ’인간도 동물의 일종’이라는 이야기는 지구상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할 공동 운명체라는 뜻보다도 인간사회도 생존경쟁이 본질이고 따라서 ’약육강식’이 시스템이라는 뜻으로 애기되곤 했다. 결국 21세기 10년이 지난 지금 전세계 대부분의 인류사회에서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이라는 문화와 의식이 지배하고 있다. 그런 개념을 미리 배우고 익힌 사람들이 지배자와 상층에 올라서서 나머지 사람들에게 ’인생은 생존투쟁’이라고 설득하고 주입했을 것이다. 특히 서구사회는 기독교 사상과 진화론이 맞물려 18세기 이후 ’생존경쟁’의 문화가 자리잡았고 자본주의 산업사회는 ’생존경쟁’의 덕을 톡톡히 보면서 성장하였다.

하지만 한국사회에 ’생존경쟁’이 문화와 의식으로 들어온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내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한 학교와 방송의 ’의식주입’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올라올 때까지 가정과 사회에서는 ’생존경쟁’이 부분적이었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그토록 남과 북,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 지방, 전라도와 경상도, 남자와 여자, 구세대와 신세대를 대립시키고 갈등을 조장시켰어도 한국 국민들의 공동체 의식과 협조 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내 생각에 한국 사회 내부에서 서서히 커가던 ’생존경쟁’이라는 의식이 본격적, 지배적인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1997년 IMF 사태 이후였다. 물론 시점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경쟁’과 ’대립이 국가와 국가, 국가 내 사회 각 분야, 계층과 계급, 개인들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격화시키고 고립화시키고 소외시키고 있는 것이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나는 현대사회에서 ’대립’과 ’경쟁’이라는 개념과 문화를 개인과 사회집단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 깊숙하게 각인시킨 요인 중에서 근대과학, 그 중에서도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서 추출된 ’자연선택’, ’자연도태’, ’생존경쟁’, ’약육강식’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그러한 개념이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대변하는 개념과 다르던, 그렇지 않던 간에...)


’인간’, ’사람’의 생물학적, 인류학적 학문적 이름(학명)은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배운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아니라 그 아종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라고 한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뜻은 말 그대로 ’슬기로운(지혜로운) 사람’이다. 
일반 사람들이 알고 기억하는 ’인류의 진화’의 가장 기본적인 이론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Evolution)’이다. 현재 과학계에서 지배적인 이론이고 전 세계 대부분의 정규 교육과정의 교과서에 실려 있는 ’진화’란, 생물 집단이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변화를 축적하여 개체와 집단의 특성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새로운 종의 탄생을 일으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과학자들은 여러 생물 종 사이에서 발견되는 유사성을 통해 현재 존재하는 모든 생물 종이 진화 과정을 거쳐 먼 과거의 공통 조상, 즉 공통의 유전자 풀로부터 점진적으로 분화되어 왔다고 설명한다. 즉, 진화는 ’세대에서 세대로 유전형질이 전달되는 도중에 일어나는 유전자의 변화가 누적된 결과이다. 유전자는 DNA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전자 변화가 일어나는 요인은 ’자연선택에 의한 돌연변이’와 ’유성생식에 의한 유전자 재조합’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유전자의 전달, 변화, 조합 등을 다루는 학문이 ’유전학(Genetics)’이다. 진화론은 생물학에서 ’유전학’이 분화되도록 만들었다. 
 
’진화론’과 ’유전학’의 주요 개념인 대립과 경쟁에 반기를 들면서 진화이론을 뿌리채부터 흔들고 있는 이론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린 마굴리스’도 새로운 이론을 주장하는 과학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녀는 지구상에 최초의 생물체가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진화’를 거쳐 현재의 생물종들이 이어져왔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DNA의 역할이나 돌연변이를 부정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녀는 생명체의 탄생과 진화가 ’대립’이나 ’경쟁’이 아니라 ’협조’와 ’공생’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대립’과 ’경쟁’이 지구상 생명체의 존재양식이라는 전제를 근본에서부터 부정하는 이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의미가 크다. 지구 탄생 이래 자연이, 그리고 인류가 ’경쟁’과 ’투쟁’ 속에서 생존해왔고 앞으로도 ’경쟁’과 ’투쟁’만이 생존의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주장하는 수 많은 주장과 이론, 협박과 회유의 근거를 깡그리 부정하고 ’공생’과 ’협조’를 인류사의 전면에 내세우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새로운 과학 이론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그녀는 10대 시절부터 ’비주류’였다. 기존의 사고방식, 기존의 학교체계를 부정하고 스스로 학습과 존재방식을 창출하기 위해 홀로 노력하였다. 그러한 그녀의 태도는 과학계에 들어간 이후에도 기존 이론, 기존 문화, 낡은 관념과 싸우면서 시작된다. ’자연선택’이라는 주류 과학계의 이론을 ’회의’하면서 올바른 길을 추구한 것이다. 
 
-------------------- * 린 마굴리스는 누구인가? ---------------------------미국의 생물학자로 메사추세츠 앰허스트대학교의 교수이다. 세포생물학과 미생물 진화에 대한 연구, 지구 시스템 과학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미항공우주국(NASA) 우주과학국의 지구생물학과 화학진화에 관한 상임위원회의 의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NASA의 지구생물학에 관한 실험들을 지도하고 있다. 공생진화론과 같은 충격적인 가설로 생물학계를 놀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지칠 줄 모르는 연구로 19개의 상을 수상했으며 수많은 국제학술 강연, 100종이 넘는 논문과 더불어 10권이 넘는 책을 펴냈다. 영국의 대기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에 공헌한 바가 크다. 아들인 도리언 세이건과 함께 책들을 펴냈으며, [진핵세포로의 진화], [공생과 세포진화]등의 저술이 있다. ---------------------------------
 
이 책은 행성의 생명, 행성의 진화, 그리고 그것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다룬다.  
 
1. [지구는 공생자 행성]에서 저자는 ’공생’이라는 현상이 지구 전체에, 생명체 전체에 걸쳐 아주 광범위하게 존재함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생물 시간에 배운 ’공생(共生, Symbiosis)’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악어와 악어새, 상어와 빨판상어, 고래와 따개비 등 우리는 우리의 눈이 쉽게 볼 수 있는 현상만을 알고 있고 기억한다. 그렇지만 ’공생’은 아주 일상적이고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사람의 소화관과 눈썹에는 세균과 동물 공생자들이 우글거리고 있으며, 화분이나 공원에도 드러나지는 않지만 공생자들이 널려 있다. 흔한 잡초인 토끼풀과 갈퀴나물의 뿌리에는 작은 구슬들이 달려 있다. 이 구슬들 안에는 질소가 부족한 토양에도 식물들을 자라엑 해주는 질소 고정균들이 들어 있다. 사람이나 개 등, 포유류의 소화관에 벌레들이 공생하고 있다. 

[ 식물의 뿌리와 균근 ]

[ 소화기관 속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 ]



저자는 생물체들 사이의 ’공생’이라는 생존방식은 현재 뿐 아니라 생명체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음을 주장한다. 실제 수 억년 전부터 생존해 온 세균이나 버섯류, 원생동물들 사이의 공생 관계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저자는 그러한 일상적이고 구조적인 생명체 사이의 공생이 생명체의 부분적인 진화와 새로운 종의 탄생을 가져왔음을 설명한다. 장기간 지속적으로 공생관계가 확립됨으로써 새로운 조직, 기관, 생물, 더 나아가 종이 생성되는 것을 진화 용어로 ’공생 발생(Symbiogenesis)’이라고 한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세균들이 서로 융합하여 식물과 동물의 조상들을 비롯한 더 큰 세포들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유전자 분석 같은 분자생물학적 기술들은 저자의 세포 공생 이론 중 상당부분이 옳다는 것을 입증해 주었다. 세균이 식물과 동물의 세포에 들어가서 영구적으로 통합되어 색소체와 미토콘드리아로 변했다. 
[ 말미잘의 공생 ]


2. [정통 견해에 맞서다]에는 저자가 13세부터 기존 관념에 맞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는 만14세에 시카고 대학교의 특수 조기 입학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행운을 얻었고 3년 반만에 학사 학위를 받고 <코스모스>의 저자이자 천제물리학자인 칼 세이건과 결혼했다. 저자는 대학원에 들어간 이후 기성 생물학자, 유전학자, 화학자들이 서로의 연구분야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협력도 없이 관성대로 기존 학문을 이어가고 있는데 반발한다. 그녀는 세포질 유전학, 세균 유전학, 세포학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에 몰두한다. 그녀가 자신의 주요 이론적인 결과물인 ’연속 세포 내 공생 이론’ 논문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학회지들로부터 15회나 거부당했다. 
’연속 세포 내 공생 이론’이란 "식물과 동물 뿐만 아니라 곰팡이와 핵이 있는 세포로 이루어진 모든 생물들의 세포가 서로 다른 종류의 세균들이 특정한 순서로 융합됨으로써 유래했다"는 것이다.
[ 원핵세포와 진핵세포의 비교 ]


3. [개채는 합병에서 태어났다]는 ’연속 세포 내 공생 이론’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여기서 
’연속’이라는 말은 융합이 순서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가리킨다. 그림처럼 처음에는 ’스피로헤타(스필로플라즈마)’와 ’서모플라즈마’가 융합하여 진핵세포가 되고 여기에 ’파라코쿠스 델로비브리오’가 융합하여 원생생물계를 구성한다. 원생생물계는 ’구형 시아노박테리아(클로록시박테리아)’와 융합하여 식물계를 구성하고 다른 세균들과 융합, 진화 후 동물계와 균계를 구성하게 된다. 


처음에는 황과 열을 좋아하는 발효성 ’고세균(테르모플라스마류, 호열산세균)’이 유영성 세균과 융합했다. 하나가 된 융합체의 두 구성 부분은 함께 핵세포질이 되었다. 이 최초의 헤엄치는 원생생물은 현대의 후손들과 마찬가지로 혐기성(산소를 싫어하는) 생물이었다. 이들은 유기물은 풍부하지만 산소가 희박한 진흙, 모래, 암석틈새, 물웅덩이, 연못에 살았고 체세포 분열을 했다.
유영하는 원생생물은 자유생활을 하는 또 다른 미생물인 산소 호흡하는 세균(프로테오박테리아,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이 융합체에 합쳐졌다. 그리고 더 크고 더 복잡한 세포가 지금으로부터 20억년 전에 생겼다. 산소 호흡을 하는 삼자 복합체(산과 열을 좋아하는 세균 + 헤엄치는 세균 + 산소 호흡하는 세균)는 알갱이 먹이를 삼킬 수 있게 되었다. 산소를 호흡할 수 있으므로 대기에 점점 축적되는 자유 산소에 대처할 수 있게 되었고 엄청나게 증식할 수 있었다.
산소 호흡하는 삼자 복합체는 초록색 광합성 세균(시아노박테리아)을 삼키고 그것을 소화시키는데 실패하면서 이루어졌다. 결국 소화되지 않은 초록색 세균은 살아 남았고, 그것까지 몸에 지닌 융합체는 번성하게 된다. 그 초록색 세균은 엽록체가 되었고 녹조류가 생겼다. 
[ 고세균 ]

[ 스피로헤타 ]

[ 프로테오 박테리아 ]

[시아노 박테리아 ]


4. [생명의 덩굴]에서 저자는 기존의 생명체의 ’계통분류학’의 변경을 시도한다. ’공생발생’을 주장하는 저자로서는 새로운 종의 탄생과 기원이 ’분리’가 아닌 ’융합’이니 당연한 주장일 것이다. 1735년 린네에 의해 시작된 생명체의 분류체계는 처음 ’동물-식물’처럼 단순하게 구분되었고 2004년 기준으로 ’캘비어-스미스’의 ’6계 분류’로 구성되어 있다. ’6계 분류’는 세균 - 원생동물 - 크로미스타 - 균류 - 식물 - 동물로 이루어졌다. 저자는 ’2단 5계 분류체계’를 주장한다. 생물 전체를 크게 원핵생물(세균)과 진핵생물로 구분하고 공생발생을 통해 진화한 진핵생물은 원생생물 - 균류 - 식물 - 동물 체계이다.


5. [세포는 생명 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에는 생명의 기원, 즉 지구 생명체의 모체이자 아주 작은 단위인 세균 세포의 등장을 다룬다. 저자는 "생명이 시작될 때부터, 즉 유전 분자들(RNA 같은)과 그것들을 환경과 격리시키는 기름막의 상호 작용체였다."라고 주장한다. 과학은 실험실에서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을 합성시킬 수 있다. RNA는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능력과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 때문에, 생명의 역사에서 DNA보다 먼저 나타난 것으로 여겨진다.  


6. [섹스의 진화]에서 저자는 고대의 스피로헤타-고세균 융합에서부터 원생생물의 동족 섭식형 ’원시 짝짓기’까지 분석한 후에 ’성()’도 공생과 마찬가지로 ’융합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융합체로부터 주기적으로 탈출하는 문제이고 하여 성은 주기성을 띤 공생의 아주 특수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7. [초바다의 해변에서]에서는 현재 육지에 사는 생물 종들의 수와 다양성, 그리고 종들의 상호 연결 양상이 생명의 본래 서식지였던 바다의 종들을 훨씬 초월함을 말한다. 육지의 생물량이 바다의 생물량보다 수 백배는 된다는 것이다. 육지 생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곰팡이와 조류, 균류다. 거의 모든 식물의 뿌리에는 균근 곰팡이가 달라붙어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곰팡이의 존재와 역할을 저자는 ’초바다(Hypersea)’라고 표현한다. 


8. [가이아]는 ’생리적으로 조절되는 지구’를 뜻한다. 1970년 초에 제임스 러블록이 제안한 이론이다. ’가이아 이론’은 "행성 생명의 총합인 가이아는 우리가 환경 조절이라고 말하는 일종의 생리현상"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들은 가이아에게 결코 위협이 될 수 없다"(p.211)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공생발생 및 융합 이론과 러블록의 ’가이아’ 이론이 비슷한 지점에 도달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지구는 생명체와 지구가 서로 ’공진화’하기 때문이다. 
 
진화와 생명의 기원에 대한 비주류 이론이지만 과학기술의 발달과 분자생물학 등의 진전으로 저자의 중요한 근거들이 사실로 판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생물학자들과 유전학자들이 저자의 이론에 공감을 표시하고 후속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긍정적이고 기대가 되는 현상이다.


저자의 ’공생’ 이론은 서구사회에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은 특성이 있다. 그것은 서구사회의 역사와 문화, 이념과 철학이 ’이분법’과 ’세분화’에 찌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서구의 철학과 과학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저자는 과학이론으로서 뿐이 아니라 그러한 서구의 관성과 경향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와 같은 새로운 통합과 협동에 대한 학문적 분위기가 서구사회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에서 시작하여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 중에서도 리 스몰린(Lee Smolin)의 <양자중력의 세 가지 길>과 스티븐 슈나이더(Stephen H. Schneider)의 <실험실 지구>는 ’경쟁’, ’투쟁’이 아닌 ’공생’과 ’협동’, ’통합’의 철학적,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저자는 인간의 관념과 상식에 대해 늘 경계하기를 당부한다. 우리의 상식이나 생각은 사회적, 역사적으로 규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인간의 지적 탐구, 특히 과학적 탐구와 그것을 장려하거나 방해할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입장과 상황을 살펴본다. 과학적 발견들, 특히 기존 사회가 신성시하는 규범을 불편하게 하는 발견들을 제소리를 못내도록 침묵시키려는 음모가 지금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 우리가 사실이나 진리라고 여기는 관념들은 하나로 통합되어 우리의 사고방식을 형성한다. 우리는 보통 그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길들여진 무능력’, ’생각 집합’, ’현실의 사회적 구성물’ 같은 문화적 제약들을 생각해 보라. 매사에 우리의 관점을 결정하는 지배적 억업을 생각해 보라. 그런 것들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며, 과학자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언어, 국가, 지역, 시대는 우리의 인식에 한계를 설정한다. 누구나 다 그렇듯이, 과학자들이 은연 중에 갖고 있는 가정들도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사유를 한정지음으로써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p.14)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경쟁’이나 ’대립’보다 ’공존,공생’과 ’협동,통합’이 더 본질적인 모습이다. 공생과 협동이 중심일 때 인류사회는 질적으로 더 나은 새로운 결과물을 가져오지만, 지금처럼 경쟁이나 대립이 중심일 경우에는 갈등과 반목만 가져올 것이고 결국에는 상호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 우리는 ’동물의 왕국’이 보여주지 못하는 더 자세한 현상과 더 거시적인 현상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뇌 속에 무의식적으로 또는 의식적으로 심어져 있는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의 논리는 잘못된 자연과학과 ’진화론’에 기인한다. 그리고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의 문화 속에서 이익을 얻는 집단들의 노력 덕분이라 할 수있다. 스스로 깨어나지 못한 채 그 문화에 계속 빨려들어갈 경우 ’소외된 삶’에서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 

* 책 속의 책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윌리암 골딩 <파리대왕>, 앤서니 기든스 <제3의 길>
 
[ 2011년 6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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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1-06-29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사두고 여태껏 읽어보지 못했다는 걸 여기서 확인하게 되는군요.

붉은구름 2011-07-07 13:46   좋아요 0 | URL
^_^ 재미있어요. 한 번 읽어보세요...^^
 
로마인 이야기 1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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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첫날부터 <로마인 이야기> 15권에 대한 ’책읽기 전투’에 돌입했다.
9일에 15권을 읽어야 하니 하루에 한 권하고도 반 권을 읽어야 하는데 이틀 동안은 실패했다.
목요일부터 목이 간질간질하더니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금요일 저녁에 약국에 가서 목감기 약을 이틀 분 사서 먹었다.
그 바람에 토요일 종일 헤롱헤롱하는 통에 책을 읽다가 자다가 읽다가 자다가를 반복했다.
오늘(19일, 일) 아침에 깨보니 감기는 내 몸에서 빠져나갔고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
일요일 하루 만에 어제 읽다만 1권 나머지와 2권을 단숨에 읽었다.
밤에는 <월든> 서평을 쓰고 이렇게 <로아인 이야기 1>에 대한 서평도 쓴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한다.
9일만에 15권이 가능할까???
서평을 쓰는 것만 아니면 가능할 것 같은데.... 모르겠다. 한 번 도전해 보는 것일뿐...ㅎㅎ
 
이 책 <로마인 이야기>는 워낙 유명한 책이라 주변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듯 하다.
하지만,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중고책이라도 빌려 읽어보려 도움을 청했을 때 정작 소장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오래전부터 알던 권00선배로부터 선뜻 한 질을 사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물론, 권선배도 아직 읽지 못했기에 내가 먼저 읽은 다음에 돌려달라는 뜻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선배의 추석 선물(!)이 너무 반가울 뿐이었다.
 
저자가 왜 20세기 후반에 로마사를 다시 재해석해야 하는가에 대해 답한 글이 있다.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족이나 게르만족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라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진 로마인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만이 번영하고 마침내 지중해 세계의 패자가 되어 천 년 제국을 경영할 수 있었는가?"를 찾기 위해서였다.




<로마인 이야기> 제1권은 ’로마’라는 국가의 탄생으로부터 제1차 포에니전쟁 직전까지의 500년을 다룬다.
로마인들이 자신들의 건국을 기원전 753년이라고 주장한 것을 인정한 상태에서 츨발하여
제1차 포에니 전쟁이 기원전 264년에 시작되었으니 약500년이라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로마는 라틴족의 일부가 현재 로마시 지역에 모여 부락을 구성하기 시작하였고
주변의 다른 부락이나 민족, 종족, 민족들과 생존과 농경지, 민족간의 전쟁을 통해 거주지역 경계를 넓히고 인구를 늘렸다.
로마가 전투를 벌인 민족은 사비니족, 같은 라틴족의 알바롱가, 에트루리아족, 켈트족(갈라리아인), 삼니움족, 프렌타니족, 다우니족, 그리스인 등이다.
이 중 그리스인의 도시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종족,민족은 모두 현재의 이탈리아 반도 내에 거주한 상태였다.
로마는 이 시기를 거친 후, 라틴족을 통일하고 사비니족과 에트루리아족 일부를 통합하였고
이탈리아반도 중북부의 에트루리아족 일부, 반도 북부의 켈트족(갈라리아인), 반도 중남부의 삼니움족, 프렌타니족, 다우니족, 그리고 그리스인의 도시국가 5~6개와 동맹을 체결하여 이탈리아 반도 전체에 대한 주도권을 장악하였다.




저자가 1권의 부제를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고 정한 것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그것은 1권을 다룬 그 500년 동안 로마는 건국 이후 고난이 끊이지 않았던 세월이었기 때문이다.
로마는 ’순조로왔던’ 시기에도 일보 전진과 일보 후퇴를 거듭했고 잘못하여 10~20보씩 후퇴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마는 그 500년 과정에서 자신들만의 철학과 제도, 정치와 정책, 군사와 외교를 만들어왔고
그런 과정이 로마보다 더 강력했던 카르타고, 그리스, 마케도니아 등을 물리칠 수 있었다.
즉, 포에니 전쟁에서 시작된 ’강력한 로마’는 하루이틀이 아닌 500년 동안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간략히 요약하면,
로마 건국 -> 제1기 왕정의 시대 -> 제2기 공화정의 시대로 나뉜다.
로마의 건국자는 로물루스이고 로물루스의 이름을 따라 국가 이름이 ’로마’가 됨.
로물루스는 군신 마르스와 알바롱가 왕녀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왕녀의 삼촌에게 쫒겨나 늑대가 키움.
알바롱가는 트로이의 왕의 사위 아이네아스가 트로이 멸망 후 정착하여 이끈 왕조...
 
로마는 건국 이래 244년 동안 7명의 왕(민회에서 선출)이 이끈 ’왕정’ 체제로 이루어짐.
1대 왕 로물루스는 민회와 원로원, 백인대를 창설하고 사비니족을 흡수함.
2대 왕 누마는 달력을 개혁하고 수호신을 정비함.
3대 왕 툴루스 호스틸리우스는 알바롱가를 명망시키고 주민들은 시민권을 부여함.
4대 왕 안쿠스 마르티우스는 테베레강에 다리를 놓고 오스티아를 정복함.
5대 왕 타르퀴니우스 프리스쿠스는 원로원수를 200명으로 늘리고 간척사업을 벌임.
6대 왕 세르비우스 툴리우스는 성벽을 쌓고 군제를 개혁함
7대 왕 거만한 타르퀴니우스는 쫒겨나고 기원전 509년에 공화정이 수립됨.
 
로마의 2기 공화정은 매년 2명의 집정관과 관리를 민회에서 선출하는 제도...
2기 공화정 260여년 동안 로마의 공화정은 일보전진과 일보후퇴를 거듭하면서도 결국 괄목한 성과를 이루어내었다.
로마는 테베강 중류의 조그마한 도시국가에서 출발하였으나,
제1차 포에니 전쟁 직전인 기원전 250년경에는 이탈리아 반도 거의 전체를 자국의 영토와 동맹국의 영토로 만들었다.
그리고 로마 공화정의 기본 국가체계인 원로원, 집정관, 법무관, 회계감사관, 재무관, 안찰관, 호민관, 민회, 시민권, 법률체계, 국방체계 등을 갖추었다.


 
이러한 로마의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1. 집정관-원로원-민회로 이루어진 3각 의사결정체제와
2. 귀족과 평민에게 동등한 선거권,피선거권을 공유한 제도,
3. 전쟁의 승전물에 욕심내기보다 전쟁의 승패를 세력권 확대의 기회로 삼는 외교정책(로마연합)
    (초기에는 원로원 의석과 시민권을 부여하면서 로마인으로 흡수하고
     후기에는 동맹국으로 삼아 자치권과 안전을 보장하되 전쟁시 군대를 파견하도록 함)
를 핵심으로 들 수 있다.
 
소문대로, 팔려나간 책만큼 깔끔하게 재미있게 정리한 로마사였다.
 
그런데, ’한국인판에 부치는 저자의 말’에 조금 기분이 상했다.
저자는 ’한국과 일본이 불행한 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계 개선이 어려운데,
두 나라 국민이 서로 자기네 이야기만 하는 것도 요인의 하나다.
다른 나라 이야기를 소재로 서로 이야기하다 보면 두 나라 국민 사이를 맺어주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저자가 쓴 <로마사 이야기> 15권을 읽은 후에 관계가 개선되었을까?
로마사를 그렇게 연구할 정도로 똑똑한 저자는 알고 있을 것이다.
일본이 과거사를 인정하지도 반성하지도 배상하지도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 2010년 09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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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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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고른 이유는 <해리포터>와 함께 영국 카네기 메달상 후보에 올라 <해리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메달을 받았다는 홍보 문구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책을 사고 몇 년 그냥 책 꽂이에 꽂아 두었가 최근에야 문득 생각나 읽었다.
나의 딸이 올해 드디어 1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
 
국내에서는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이 유명하지만 실제 영국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청소년기의 심리와 그 시절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팀 보울러의 작품에 끊임없이 열광한다고...
한국인들과 같이 영국인들도(판타지도 좋지만..)교복을 입고 줄지어 걸어가면서 자신만의 꿈을 얘기하던 시간들, 그 이전에도 그 후에도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강렬하고 끈끈한 친밀감, 별 것 아닌 일에 킬킬대며 웃고 꺽꺽대며 울었던 순간들을 그리워하는 것이리라.
그 흔들리던 감성과 섬세한 욕망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게 바로 팀 보울러 소설의 특징이라고 한다.
특히 그는 매 작품마다 격렬한 통과의례를 경험하는 십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이 "아이가 고통과 방황의 끝에서 유년의 껍질을 벗고 한 발짝 더 성장하는 이야기는, 건조해진 가슴을 울리고 묻어두었던 감수성을 일깨우고 인생의 소중한 지혜를 곱씹게 하고,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소중한 사람의 죽음, 폭력과 학대, 차가운 고립감’ 등을 겪으면서 좌절하고 주저앉지만 결국에는 다시 일어나 삶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거침없이 인생의 한복판으로 나아간다."고 평가한다.
 
어찌보면 스토리를 단순한 편이다.
무뚝뚝하지만 누구보다도 손녀 제스를 사랑하는 할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의 모든 면을 자신처럼 이애하고 있는 제스.
그러나 항상 강인할 것만 같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심장발작으로 쓰러진 후, 그녀는 할아버지를 영원히 잃을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렇게 죽음과 이별, 상실의 공포가 제스를 짓누르는 사이 기력을 되찾는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미리 계획해놓았던 유가여행을 떠나자고 재촉하고...
결국 제스는 불안한 마음을 감춘 채 할아버지와 함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행길에 오른다.
그리고 여다섯 살, 제스와 똑같은 나이에 화재로 집과 부모를 잃은 후 한 번도 찾아가보지 않았다던 할아버지의 고향에서 그들은 가슴 뭉클한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게 된다.
그러나 관광객도 없고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그곳에서 자꾸만 마주치게 되는 한 소년.
제스가 그를 ’리버보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할아보지와 제스, 리버보이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강의 마법에 휩싸이게 된다.... 


책에서는 10대 소녀가 공포와 슬픔을 동반하게 되는 이별의 과정과, 그 순간,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차분하게 그려낸다.
내가 10대였을 때에도 어려움에 처하면 간혹 들었던 슬픔, 분노, 좌절, 포기, 고통 등의 모든 종류의 감정을 경험하고 마침내 한 가지씩 깨달았듯이...
인생을 결국 수 없이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과정임을 알아가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그것들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10대들의 삶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작가는 주인공의 감정과 생각을 통해 독자들에게 밑바닥가지 슬퍼하고 다시 웃는 법을 알려주려고 한다.
"수많은 돌부리를 만나도 결코 멈추는 법 없는 강물처럼"  인생은 그렇게 사랑과 추억을 바탕으로 아름답게 흘러가는 것임을...
 
이 책이 단순한 성장소설은 아닌 것 같다.
영국의 문화와 생활방식, 가족관계 등이 동양이나 한국과는 다소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전제하고 책 속에 들어가야만이 조금 더 가슴에 와닿을 것 같다.
하지만, 미스테리한 ’리버보이’와 섬세한 풍경묘사, 그리고 갈등을 표현하는 글은 좋아 보인다.
 
한국의 10대들은 영국의 10대들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10대들이 한 번씩은 공감하여 서로 돌려보고 어른들까지 알려질 정도로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는 ’한국인의 성장소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1990년대 초 대중음악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타나 10대~20대에게 열정과 희망을 제시한 것처럼...
  

[ 2010년 10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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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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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에 따르면,
천지창조 초기에는 남녀가 오늘날과 전혀 달랐다고 한다.

하나의 몸, 하나의 목, 그리고 각자 반 방향을 바라보는 두 개의 얼굴이 있는 남녀 양성의 존재들만 있었다.
마치 두 피조물의 등이 붙어있는 것처럼 성기가 둘이고 팔 다리는 네 개씩...
그런데 질투심이 많은 신들이 그 피조물은 팔이 네 개라 일을 훨씬 많이 하고 얼굴이 두 개라 번갈아 잠을 잘 수 있는 바람에 몰래 공격할 수 없고, 다리가 넷이라 큰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오래 서 있거나 먼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 그 피조물이 양성(兩性)이어서, 어느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스스로  번식할 수 있었다.
올림푸스 신전의 최고 주인 제우스는  ’나에게 저들의 힘을 빼앗을 방도가 있다’고 말하고는 벼락을 던져 그 피조물을 둘로 쪼개 남자와 여자로 나누었다.
이렇게 해서 지상의 인구는 훨씬 늘어난 반면, 그들은 힘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이제 그들은 잃어버린 반족을 되찾아 다시 결합해야만 예전의 힘, 습격을 피하는 능숙함,피곤과 일을 견뎌내는 지구력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두 개의 육체가 서로 뒤섞여 하나가 되는 결합, 그것을 ’섹스’라 한다.
 
하지만 그 피조물 중 일부는 재결합을 통해 에너지를 증가시키기는 커녕 빼앗기만 하는 다른 일들과 똑같은 일로 느겨지도록 했을까...
책 속 주인공은 이런 재결합을 ’매춘’이라고 한다.

주인공은 ’매춘’의 역사가 두 가지라고 했다.
하나는 통상적인 매춘...
어떤 아가씨가 자신이 선택한, 또는 다른 누군가가 그녀 대신 선택한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몸을 파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고전 텍스트에도,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에도, 고대 수메르의 기록에도, 구약과 신약에도 창녀가 언급되어 있다.
직업으로서의 매춘은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입법자 솔론이 국가에서 관리하는 공창(公娼)을 설치하고 ’살의 매매’에 대한 세금을 거두어들이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조직화되었다.
또 하나의 역사는 성(聖)스로운 매춘이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바빌론에 대한 글에서 ’수메르에서 태어난 모든 여성을 적어도 평생에 한 번은 사랑의 여신 이슈타르의 신전으로 가서 환대의 표시로 상징적인 돈만 받고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몸을 바친다’라고 했다.
이 여신 이슈타르의 영향은 중동 전역으로, 사르디니아, 시칠리아, 지중해의 항구까지 이루었고 로마의 여신 베스타는 철저히 순결을 지키거나 아니면 누구에게든 몸을 줄 것을 요구했다.
베스타 신전의 무녀들은 성스러운 불을 유지하기 위해 청년들과 왕들을 성(性)에 입문시키는 역할을 했고...
그 성스러운 매춘은 2000년 동안 지속되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고 한다.
 
이 책은 작가의 이전 작품과 사뭇 다르면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
다른 점은 기존의 작품들이 자아나 사랑, 성령 등에서 희망이나 신화를 찾고자 했지만 이번 작품은 아주 통속적인 소재인 성(性)을 주제로 한 점이고
비슷한 점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세상과 삶을 바라보고 영적인 삶과 고민을 주제로 했다는 점이다.
 
작가는 브라질 태생의 10대 후반 처녀의 성 입문과정을 통해 몸과 마음의 화해, 영적 자기 발견을 내밀하게 표현했다.
이 책은 2003년에 출간되어 유럽, 남미 등에서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누르고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제목 ’11분’은 성 행위의 평균 지속시간을 의미한다.
인간에게 사랑과 성이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 성에 성스러움이 담길 수 있는가, 그 성스러움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오래 전부터 성에 대한 소설을 구상하고 있었지만, 늘 실패로 끝났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0년에 젊은 시절 창녀라는 직업에 종사한 적이 있는 한 여성과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이 소설이 구체화되었다고...
 
출판사의 책 자랑은 "사랑을,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이만큼 내밀하게 담은 책은 없었다"로 요약된다.
작품의 줄거리는,
브라질의 한 시골도시에 마리아라 불리는 한 젊은 처녀가 있다.
열한 살 때 이웃 남자아이를 짝사랑했지만 소년이 건넨 말을 마음에도 없이 외면해버린 후 그와 다시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한 채 떠나보내고 만다.
이후 10대 시절 남자친구를 사귀지만 가장 친한 친구에게 빼앗겨버린 후 사랑이란 고통만 줄 뿐이라고 여기게 된다.
고등학교를 마친 뒤 직물 가게 점원으로 일하다 리우데자네이루로 짧은 휴가여행을 떠난 그녀는 그곳에서 한 외국 남자로부터 유럽에서 연예인으로 성공하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부와 모험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로 떠난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일은 몸을 파는 일.
마리아는 새로운 세계 앞에서 비틀거리는 대신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서 자신을 지켜나가면서 자신이 깨달은 것을 기록해나가기 시작한다.
몇 개월이 지난 후 우연히 들른 한 카페에서 그녀는 그녀에게서 ’빛’을 보았다는 한 젊은 화가를 만나게 되는데...
 
이 작품 속에서의 주인공의 어렸을 때 성(性)에 대해서는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고 교육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열려있는 사회구조와 문화 속에서 성(性)에 대해 이런 작품을 쓸 수 있고 그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상황은 서구의 장점이라 하겠다.
서구와 달리 동양이나 한국에서의 성(性)은 아직 ’금기’스러운 주제이기 때문에 깊이있게 다루는 작품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문화가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점점 성 범죄가 늘어만 가는 사회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소유하지 않은 채 가지는 것"
작가는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고 진정한 자유라고 말한다.

[ 2010년 10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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