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천재들의 수학공식 7가지
권승희.이윤 지음, 오덕환 감수 / 맑은소리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인터파크에서 구입했을 때(2008년 4월)가 <무한의 신비>, <수학의 확실성>, <0의 발견>, <쿠르트괴델의 불완정성>, <리만가설>, <힐베르트>, <허수> 등을 읽고 있었다.
대부분의 수학 교양서적이 외국서적의 번역본이기에 한국 수학자들이 직접 발간한 수학 교양서를 찾는 중, 한국인이 발간한 <한국수학사>와 이 책을 구입했다.
하지만, <한국수학사>와 이 책을 구입한 후 얼핏 ?어보니
일본 와세대대학을 졸업하여 현재 단국대 수학과 석좌교수로 재직하는 저자가 발간한 <한국수학사>의 경우, 일본 서적을 그대로 배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고 1970년대식으로 편집하고 대부분의 용어에 한자를 사용하는 바람에 포기했고
이 책의 서문을 읽어보니 고교생들이 수능시험을 잘 보게 하기 위하여 수학문제 푸는 기술을 나열하고 있기에 포기했다.
(언젠가 충분히 시간 여유가 생기면 옥편을 꺼내들고 읽으리라...^^)
 
어느덧 세월이 2년 넘게 흘렀다.
요즘은 자연과학과 정치경제학에 주로 포커스되어 있던 책읽기 분위기를 잠깐 벗어나기 위해 책장 속의 책을 하나씩 짚어가다가 이 책을 발견하였고
한창 수학에 열을 올리던 어렸을 적 생각도 나고 카이스트를 다니던 후배들과 지도교수들이 수학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 궁금하여 책장에서 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한 것...
 
회사에서 일하는 매일매일 틈틈히 밤 시간을 쪼개어 며칠 동안 읽었다.
이 책이 애기하고자 하는 요점은 다음과 같다.
1. 수학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정의, 명제, 공리, 공식,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자.
2. 수학에 관련된 중요한 데이터를 확실하게 암기하자.
3. 단계적으로 각 단원을 시작하면 중단하지 말고 끝까지 한 번에 끝내자.
4. 수업을 받기 전에 반드시 예습을 하고 시작하자.
5. 수학문제는 반드시 풀린다. 문제를 잘 분석하고 전략을 세운 후 끈기있게 집중하자.
6. 수학문제를 볼 때 절대 해답을 먼저 보지 말자.
7.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여유를 가지고 꾸준하게 머리 속에서 풀어보자.
 
즉, 이 책은 수학 문제 풀이를 위한 선배들의 경험담이다.
수학이 무엇이고 수학에서 배울 것은 무엇이며,
수학을 통해 대학과 직장, 사회에서 어떤 기초가 되었는지가 아니라,
고등학교 선생들이 학원강사들만큼 가르치지 못했던 기술적인 방법론을 알려준 것일 뿐...
좋게 해석하면 수학 때문에 힘들었던 수학 잘하는 선배들의 경험담을 전수하는 것이고
나쁘게 받아들이면 어려운 수학을 잘했던 카이스트생들이 수험생들에게 자신들의 경험담을 책을 통하여 판매하는 것이다.
(나는 미련하게 ’수학공식 7가지’라는 제목에 속은 것 뿐이고...
사실 난 카이스트생들이 21세기 세계적인 수학 미제에 도전하는 것을 다룬다고 착각했다.)

수학이란 무엇인가?
수학은 한 마디로 인간이 동물(포유류, 영장류등)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인간의 ’이성’과 ’의식’ 중 가장 위대한 결과 중 하나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생각하고 의식하고 기억하고 사고하고 계획하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고 지구가 탄생한 지 45억년 만에, 생명이 탄생한 지 35억년 만에, 인류가 나타난 지 700만년 만에 우주 속에서 스스로를 자각할 수 있었다.
또한 인류가 타나난 700만년 전 이후 인간이 언어와 기술을 사용하여 거친 자연을 이겨내고 자연과 우주에 숨은 진리와 법칙을 찾으면서 온갖 민간신앙과 종교를 극복하여 ’이성의 시대’를 열어나가는데 있어 수학은 자연과학과 함께 가장 선두에 서왔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자신들이 일구어낸 문화와 의식을 조직적,집단적,계획적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더 개선시키면서 진화해왔다.
 
그 이후 수학은 ’공리와 정리’, ’명제와 함수’, ’증명과 논리’에 의하여 ’확실성’과 ’엄밀성’의 대명사가 되었고 모든 학문의 뿌리이자 기둥이자 어머니 역할을 자임해왔다.
수학개념과 공리가 물질서계의 관찰에서 부터 생겨났고 논리학 법칙, 정리를 낳는 문제와 증명방식에 대한 암시까지도 경험의 산물일 것이다.
수학시간에 공리, 정리, 명제를 배우는 이유는 인간의 의식과 사고가 좀 더 분명하고 정확하고 엄밀하게 다듬어지도록 하기 위함이고
증명과 논리는 사고와 의식을 이성적,합리적으로 전개시켜 나가게 하기 위한, 인간들 사이에 대화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집단적인 이성과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함이며,
도형과 기하학, 방정식과 함수, 지수와 로그, 미적분과 확률통계는 인간만이 가진 추상화,개념화 능력을 통하여 자연과 사물, 현상을 분석하고 그 관계를 규정하고 미래를 계획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모든 자연과학의 합리성과 논리성은 수학의 언어를 통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수학과 자연과학은 인류가 인류를 위하여 탄생시킨 것이기에 오로지 모든 인류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
 
이러한 수학의 개념과 정의, 수학의 지위와 역할, 수학의 역사와 취지를 배우고 익히지 못한 대학생, 대학원생, 연구원, 석박사, 교수들은 그저 자동기계나 정부,기업들의 기술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한국 과학,공학분야 종사자의 인문학 부재를 어이해야 할꺼나...ㅠ.ㅠ;;
 

[ 2010년 8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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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정치경제학 -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진실들 한겨레지식문고 1
마크 마슬린 지음, 조홍섭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온실가스, 환경, 생태, 기후변화, 녹색성장 ...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단어들이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 기후변화를 다룬 책들은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처럼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사건과 사진을 통하여 감각적인 충격과 각성을 제기한 것과 스티븐 슈나이더의 [실험실 지구]처럼 지구시스템 과학과 환경공학 차원에서 다룬 책도 있었다. [실험실 지구]는 기후변화의 역사적인 증거(데이터)를 제시하고 지구의 ’공진화’라는 관점에서 기후변화의 위협을 지적하면서 인류의 대안을 제시했다.
그 외에 앤서니 기든스의 [기후변화의 정치학], 김창섭의 [그린 패러다임], 마이클 클레어의 [21세기 지구자원 쟁탈전]이나 최근에 독후감을 쓴 문하영의 [기후변화의 경제학]은 ’기후변화’ 자체를 다루기 보다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의 정치,경제,사회의 변동과 갈등, 위협 등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는 종류의 책이었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기후변화’가 인류에 의하여 발생하는 문제인지에 대한 과학적, 객관적 논의를 진행하기 보다 ’갑론을박’이 있지만 어찌되었든 객관적으로 ’지구의 온난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인 것 같으니 정치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나서는 것이 각국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읽은 여러 기후변화 관련 도서 중에서 ’기후변화’의 개념, 논쟁, 증거, 이론, 미래영향 등 ’기후변화’ 자체에 대하여 가장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인 것이다. 온실가스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관계,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논쟁의 역사, 온도/강수량/해수면 등 지구온난화의 증거, 과거와 미래의 기후변화를 분석하고 예상하는 기후모델링 연구의 역사와 현재, 해수면/폭풍/홍수 등 기후변화가 미래에 끼칠 영향, 현재로서는 예상하기도 어려운 추가 위협 요인 등을 핵심적으로 짚어내면서 인류의 적극적인 대처를 호소한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환경연구소 소장이자 고기후학자인 저자는 기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자이면서도 기후변화를 둘러싼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맥락을 놓치지 않고 있다. 기존의 기후변화에 관한 책들이 기후 그 자체에 관한 논란을 얼버무리기 십상인 데 반해 이 책은 기후 논란의 쟁점을 비껴가지 않으면서 기후변화가 단순히 자연과학적 관심사만이 아니라는 점을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쟁점들을 통해 균형감 있게 전하고 있다. 
 
수 많은 과학자와 양심적인 정치가,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듯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는 정부의 수반이나 관료, 정치가나 환경운동가 뿐 아니라 모든 지구인에게 닥친 문제라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서로가 자신들의 눈 앞의 이익을 위해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면서 살아간다면 누구도 그 ’재앙’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그 끔직한 피해는 경제개발이 덜 된 나라일수록,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일수록, 해안가와 강가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집단일수록...
우리가 영화관에서 보았던 ’투모로우’같은 재난영화는 충분히 현실로 닥칠 수 있다.
 
우리 개개인이 막연하게 ’온실가스’나 ’지구온난화’, 그리고 ’기후변화’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한다는 초보적인 수준의 정보를 가지고서는 아무 것도 해낼 수 없다. 우리 스스로도 변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할 수 없다. 눈 앞의 이익에 눈이 먼 자본가들이나 정치가들, 언론에서 약간 수준 높은 반대 명분을 제시하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맞서 정치가와 관료, 기업가들, 과학자들이 해야할 일이 있고 우리와 같은 평범한 개인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물론, 정치가와 관료, 기업가들을 압박하고 감시하는 일까지 포함하여...^^)
우리는 알아야 한다.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대안인지, 무엇이 기후변화를 가져오고 미래에 어떤 일이 닥칠지,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런 책이라도 사서 몇 번이고 읽어야 한다. 읽고 나서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주위 사람들에게, 자식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고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다행하게도 이 책은 작다. B6 사이즈에 270쪽 밖에 되지 않는다. 하루 이틀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과학적인 지식이 조금 더 필요하면 스티븐 슈나이더의 [실험실 지구]를 함께 읽으면 좋다.)
 
----------- * 마크 마슬린은 누구인가? ------------------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환경연구소장, 카본 오디터스 이사, 기후변화와 예술을 잇는 시민단체인 티핑포인트의 이사 겸 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뛰어난 기후학자인 그의 주전공분야는 과거 지구와 지역의 기후변화이다. [뉴사이언티스트],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에 기고했으며 라디오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사회자로 일했다. 지구온난화와 자연재해에 관해 많은 책을 썼으며 90편 이상의 기후변화 관련 논문을 [사이언스], [네이처], [지올로지]에 게재했다. -------------
 
저자는 이 책을 10개의 장으로 구성했다.
 
1장 - 지구온난화란 무엇인가 : 지구의 대기층은 사과의 껍질 정도의 수준 만큼 얇다. 하지만, 대기층은 태양에서 날아오는 엄청난 에너지를 일부 반사시킨다. 대기층을 통과한 태양 에너지의 일부가 다시 대지와 바다에서 반사되어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는데 대기층(특히 온실가스)은 그들 중 일부를 다시 흡수하거나 대지와 바다로 반사시킨다. 그래서 지구의 기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하지만 온실가스가 너무 많이 대기층에 존재하게 되면 대기층 내에 태양 에너지가 많아져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는 것이다. 그 과정이 ’지구 온난화’다.(아래 그림 참조)
 
그린란드 빙하에는 지난 65만년 동안의 지구 기온에 대한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인정하는 한 최근 250년간의 지구의 기온, 이산화탄소(CO2)/메탄(CH4)/아산화질소(NO)의 농도는 그 이전의 수준에서 완전하게 벗어나 확연하게 상승일로에 있다.(아래 그림 참조) 과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을 인류, 인류의 에너지 사용, 산업생산, 화석연료 사용이라고 규정했다.


2장 - 간단히 알아본 지구온난화 논쟁의 역사 : 전환점이 된 사건인 1988년 유엔환경계획과 세계기상기구에 의한 유엔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설립, IPCC의 보고서 출간,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 공식 서명, 이 협약이 공식적으로 채택된 1997년 교토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교토의정서가 합의된 2007년 7월 본 당사국 총회, 2005년 2월 16일 교토의정서 발효 등을 세계인들이 지구온난화 가설을 깨닫고 받아들이게 된 과정을 추적한다. IPCC 2007년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는 명백하며, 그것이 인간 활동 때문이라는 데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천명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과학 뒤편에 자리잡은 동기를 조사함으로써 "기후변화에 관한 많은 주장이 주로 화석연료 산업과 관련된 로비 압력에 의해 퇴색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상당수의 선진국 언론과 관변 과학자들의 주장이 석유업계, 원자력업계, 석탄업계, 가스업계 등과 이에 연결된 금융자본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3장 - 기후변화의 증거는 무엇일까 : 과학자들은 지난 1,000년의 지구 북반구 기온을 재구성하기 위해 나무의 나이테, 산호초, 얼음시료, 시추공의 기온을 분석했다. 북반구의 기온은 20세기 들어 지난 1,000년 동안의 어느 시기보다 더워 이른바 ’하키 스틱’ 모습을 드러냈다. 2005년 이전 100년 동안 지구 표면의 온도는 0.74도 상승했다.
지구 해수면의 높이는 지난 100년간 12~22cm 상승했다. 시베리아와 캐나다 지역의 영구동토대가 지난 50년간 지표면에서 땅속 1미터까지 3도 가량 높아졌다.(영구동토대 속에는 거대한 이산화탄소가 저장되어 있다.) 북극, 그린란드, 알래스카, 록키산맥, 남극, 히말라야, 안데스 산맥의 빙하가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또한, 저자는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론자들의 주장을 제시하면서 조목조목 그 주장을 비판한다.



4장 - 모델링으로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나 : 며칠 앞의 기온도 밝히지 못하는 현재의 과학이 긴 기간의 기후를 밝힐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뒤이어 홍수와 가뭄, 열파, 폭풍 등이 우리 자연환경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를 밝힌다. 여기에서 세계 인구의 3분의 1은 해안선에서 96㎞ 이내에 살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20개 중 13개가 해안에 위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수십억 인구가 강제로 추방돼 환경 대이주를 시작할 수 있음도 시사한다.


5장 - 미래에 끼칠 영향은 무엇일까 : 저자는 기후모델링이 예측한 결과를 통해 2030년, 2050년, 2100년의 해수면, 폭풍과 홍수, 열파와 가뭄, 엘리뇨 남방진동, 공중보건, 생물다양성, 농업의 위협을 제시한다. 아래의 표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5~6도 상승할 경우까지 요약하고 있다. 만약 6도를 넘어서면 그린란드와 남극 서부 얼음평상이 다음 세기에 녹기 시작하고 그후 해수면은 12미터까지 높아진다고 한다.


6장 - 예상치 못한 일들 : 지구온난화는 북대서양의 깊은 바다 밑을 순환하는 해류에 변화가 생겨 유럽에 극단적인 계절 날씨를 가져올 수 있다. 아마존 우림이 미래에 불타버려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생물다양성을 파괴할 가능성도 있다. 바다 온도의 급격한 상승은 어마어마한 바다 밑바닥 속 가스 수화물을 끌어올려 극단적인 지구온난화의 격화를 가져올 수 있다.그 결과가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이미 4,000~5,000년 전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인더스, 홍산문명 등 고대문명이 붕괴한 것으로 능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7장 - 기후변화의 정치학 : 따라서 저자는 IPCC의 시나리오에 근거하여 세계 각국이 강력한 ’포스트 2012 협약’을 작동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세계적인 탄소 거래와 개발도상국의 의무감축을 포함시켜야 함을 역설한다.

8장 - 해결책 : 저자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두 가지 근본적인 원칙에 직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진국 사람들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현재의 생활양식에 의문을 던져야 하고, 지구촌의 일원들이 스턴 2007년 보고서에 따라 세계 GDP의 약 1~2%를 투자해서 미래의 큰 비용을 막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에너지 효율화, 대체에너지원, 탄소 거래, 탄소 상쇄 등과 현대 과학을 바탕으로 한 기술을 통해 인류를 기후변화의 충격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에 대한 전망으로서 미래의 가정, 사무실, 도시, 수송, 경제의 모습을 그리면서 탄소 제로에 대한 미래 비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9장 - 탄소 제로에 대한 미래 비전 : 탄소 제로가 이루어진 미래 사회의 모습... 꿈만 같은...

10장 - 결론 :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위해 무려 1조 달러를 지출했다. 지구촌 세계가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의지가 부족할 뿐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경우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과 신속한 정책에 대한 전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에는 많은 한계가 도사리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특히 정치가와 경제인들이 미래의 후손들을 생각했다면, 사회 공동체 구성원을 생각했다면, 국가 경영과 사회운영을 한국 전쟁 후 60년 동안 그런 식으로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천민 자본주의, 관료독재, 언론독과점, 부정부패한 기득권자들이 기승을 부리는 덕분에 사회가 극단적인 불신과 대립,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그로 인하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가 불가능하고 정치사회적인 자유와 민주주의가 억눌리고 양보와 타협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상황에서 전국민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기후변화 문제가 처리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수준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대신, 국민들이 동네 불량배 수준의 정치가와 경제인을 믿고 60년을 지나온 것을 이제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다행인 것은, 이처럼 어려운 조건에서도 일부 양심적인 지식인과 과학자들, 교사와 환경운동가, 일부 관료와 많은 시민들이 노력한 덕분에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한 여론이 일정정도 형성되어 있고 정부가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정부예산을 일부라도 집행해왔고  ’쓰레기 분리 수거’라도 성실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 밑바닥 곳곳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논의와 시민들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사회구조에 대한 움직임이 싹트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관료와 정치권이 보여준 부정과 부패, 무기력함과 무능함이 오히려 시민들, 민중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해주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는 새로운 주체에 의해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임을 믿는다.
 
[ 2011년 7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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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는 덫을 놓지 않는다
시드니 셀던 지음, 최필원 옮김 / 북앳북스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책은 2006년경에 구입했다고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책의 제목에 약간 끌리기도 했고 인터넷에서 저자의 명성을 언듯 읽은 기억이 나서 깊은 고민 없이 책을 구입했다.
책의 제목은 과거 배우였던 오드리 헵번의 <어두워질 때까지>를 연상시키기도 했고 약간 미스테리나 스릴러쪽이라고 짐작했다.
저자는 자신의 글솜씨를 발휘하여 스토리와 반전을 구성했다.
소설의 스토리 구조와 주인공들의 캐릭터, 암시와 반전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안정적으로 펼쳐지고 있기는 한데, 소설의 맛을 더할 수 있는 좀 더 깊은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 배경 장면들이 아쉽다.
 
출판사 소개문에는 스릴러의 성격을 위해 각 장면간에 반전을 끌어내고 세계 주요 도시의 배경을 보여주며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를 꾸미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한다.
그렇지만, 소설이라기 보다 시나리오 같은 느낌이 든다.
소설 속 중간중간에 디테일한 상황이나 현장묘사가 부족한 곳이 보이고 앞뒤 연관관계가 부족한 채 건너뛰는 대목도 거슬린다.
저자는 영화와 뮤지컬, 드라마에 두루 경험과 재능을 인정받았고 21세기 문화가 점점 ’독립’보다는 ’퓨전’으로 통합되는 것이 분위기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실체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소재로 한 소설...
이미 21세기 이전에도 날씨를 컨트롤하려는 움직임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니 명망있는 저자가 소설에 도전하고 싶은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소설에서와 같이 20세기 후반부터 인류를 긴장시키는 기후변화가 미국이나 여러 강대국 또는 다국적기업의 ’음모’일 수 있다는 생각이 존재하는 상황이니 그 것도 원천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름 독자들에게 경고를 보내려는 저자의 의도가 보인다.

하지만, 소설을 다 읽은 후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조작이나 환경문제에 대해 저자가 많은 공부를 한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막연하게 기후조작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려는 음모가 아니라 조금 더 과학적인 소재와 사실들을 도입하여 독자들에게 지구온난화나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으면 저자의 작가로서의 정신과 지식인으로서의 역할, 그리고 부수적으로 좀 더 높은 판매부수를 올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리고, 한글 제목도, 영문 제목도 소설의 소재나 전체 내용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줄거리>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여러 사람들이 실종되거나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한 여자가 시내 한복판에서 사라진 뒤 자신의 욕실에서 처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서 몸을 던져 자살하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미국 덴버에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소형 비행기가 산에 부딪혀 폭파하고, 맨해튼의 이스트 강에서는 한 남자가 익사한 채 발견된다.
처음에는 모든 사건들이 단순한 사고로 보였으나,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네 명의 희생자가 세계에서 가장 큰 싱크탱크인 킹즐리 인터네셔널 그룹(KIG)과 연관되었음이 밝혀진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두 여인 ’켈리 해리’스와 ’다이앤 스티븐스’는 KIG의 태너 킹즐리 회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전화를 받은 후,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의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뉴욕에 온다.
 뉴욕에 온 두 미망인은 태너 킹즐리 회장으로부터 시원한 답변 대신에 누군가각 두 여인의 남편을 의도적으로 살해한 것 같다는 얘기를 듣는다.
또한 남편이 죽기 전에 그녀들에게 증거가 될 만한 중요한 얘기를 하지 않았는지를 묻는 질문을 집요하게 받는다.
평화롭게 지내던 그녀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사건들로 괴로워하던 그녀들에게 설상가상으로 누군지 모르는 남자들로부터 죽음의 위협까지 받고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남편의 죽음으로 인한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진 켈리와 다이앤은 서로 의지하면서 누가 왜 그녀들을 죽이려고 하는지 그리고 자신들의 남편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죽었는지를 밝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살해된 사람들은 모두 KIG의 극비 프로젝트인 ’프리마 ’팀의 연구원들이거나 연구원으로 영입이 시도된 사람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연구가 날씨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만일 그 연구결과가 나쁜의도로 쓰이게 된다면 전 세계를 어떤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결국 이들은 모두 이러한 사실을 환경담당 의회 상원의원인 폴린 메리 반루벤 의원에게 폭로하고 사전에 그런 거대한 음모를 막아 보려고 워싱턴으로 향하던 중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태너 킹즐리 회장과 폴린 메리 반 루벤 의원의 합작품이었다.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모든 것들을 철저히 제거해 나가면서 야망을 채워나가던 태너 킹즐리와 폴린 반 루벤은 성공을 눈앞에 둔 듯했다.
하지만, 뜻밖에 자신들이 완전히 바보로 여긴 태너 킹즐리의 형인 앤드류에 의해 최후를 맞게 된다.(실제 KIG를 설립하고 자금을 모으고 연구개발을 진행한 인물....)
과학기술을 이용해 세계를 구원할 목적으로 프리마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으나 탐욕에 눈이 먼 자신의 동생의 손에 철저히 농락당했던 앤드류 킹즐리는 마지막 순간에 결국 인류를 구하고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한다 

[ 2010년 8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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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경제학 - 에너지 비즈니스시대, 당신의 생활에 혁명이 일어난다!
문하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최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세계사적 흐름 중 에너지와 기후변화가 있다. 두 가지는 지구상 국가를 서로 다르게 접근하도록 추동하고 있는 것 같다. 40년 넘도록 중동의 분쟁상태를 구조적으로 조장하고 있는 등 에너지는 국가들 사이의 갈등과 분쟁을 점점 더 격화시키고 있는 반면에 기후변화는 지구전체의 ’공멸’에 대한 위기감으로 인해 좋든 싫든 국가들이 서로 협조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자본주의적 성장’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심각한 이해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름값이나 전기료가 비싸지만 그에 맞게 생활과 삶의 방식을 적응할 것이고 지금부터 조금씩 줄여나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전혀 다른 문제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에서, 그리고 앞으로도 자의든 타의든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데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지금보다 더 큰 고뇌나 깨달음을 가지고 있다면 현재 묶여있는 많은 인연의 고리를 끊고 내가 있는 자리에서 훌훌 떠날 것이다. 물론, 지금 내가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다만 그동안 배우고 깨달은 것은 있다. 지난 해 법정스님의 [무소유]와 이반 일리히의 [성장을 멈춰라]를 읽고 ’소유’와 ’집착’에 대해, ’성장’과 ’발전’에 대한 세계관을 바꿀 수 있었다. 더불어 사는 삶, 물질이 아닌 정과 의식을 나누는 삶, 주어진 조건에 만족하는 삶,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삶에 대해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기후변화와 에너지에 대한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발생한 쓰나미와 핵발전소 사고, 나눔문화의 ’평화나눔아카데이’의 강연을 들으면서, 공부모임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몇 년 동안 미루어왔던 환경, 생태, 기후변화, 에너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아직 많은 책을 읽지도 못했고 아는 것도 턱 없이 부족하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읽은 책은 제레미 리프킨의 [수소혁명]과 [육식의 종말], 히로세 다카시의 [원전을 멈춰라], 스티븐 슈나이더의 [실험실 지구], 이유진 등의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 윤순진교수 등의 [지속가능한 사회 이야기],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 존 벨라미 포스터 등의 [생태논의의 최전선], 앤서니 기든스의 [기후변화의 정치학], 마이클 클레어의 [21세기 국제자원 쟁탈전], 김창섭의 [그린 패러다임] 정도다. 비슷한 이론과 상반된 이론도 있고 정치적 측면을 강조한 책도 있고 경제적 측면을 강조한 책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0년 한국전쟁 후 외형적인 경제성장과 무차별적인 재테크와 성공의 신화 속에서 살아왔다. 그 과정에서 도덕과 양심은 발붙일 곳을 잃었고 권력자와 기득권자들은 오로지 ’권력’과 ’돈’을 향해 모든 제도와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 지도자와 리더쉽은 무너졌고 대화와 타협은 정치적인 술수에 불과한 상황이 되었다. 2011년 한국에서 ’거버넌스’라는 단어는 무색할 지경이다.
 
외형적인 경제규모는 세계 제12위로 뛰어올랐고 그만큼 지구의 대기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바다 기온의 변화에 따른 수산물 어종의 교체, 극단적인 기온 변화와 강수량, 생태계의 교란 등 전세계적인 기후변화의 후유증이 한반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와중에 현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4대강’ 공사를 통해 그나마 남아있던 한반도 물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현 정부에게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은 ’정치적인 구호’에 불과한 것이고 자신들의 권력 유지와 탐욕스러운 돈벌이의 수단일 뿐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권력자와 기득권자들의 ’여론 호도’에 길들여져 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고 그 반대급부로 물가 상승과 사교육비, 주거비, 실업과 소득감소, 건강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변화의 거대한 흐름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이 책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새롭게 떠오르는 저탄소경제시대에 어떻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 방향을 제시해 준다.
특히, 저자는 기존의 외국 도서 번역이나 지구 차원의 기후변화가 아닌 한국의 처지와 조건에 맞추어 우리의 현실에 대해 진단하고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저자는 30년간의 외교업무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현장에서 배우고 느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치고 있다. 기후변화가 무엇인지에서부터 국제연합(UN)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동향, 유럽연합과 미국, 중국, 인도의 실상, 신재생에너지와 부상하고 있는 사업 기회들, 우리나라와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 * 문하영은 누구인가? -----------------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미국 보스톤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취득하고, 경희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사마르칸트외대에서 명예정치학 박사와 우즈베키스탄 세계언어대에서 명예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았다.
주 프랑스 한국대사관 1등서기관으로 외교 업무를 시작했다. 주 태국대사관 참사관 및 외교부 경제기구과장을 거쳐, 환경기구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수차례 기후변화회의에 참석했다. 주 유엔대표부 참사관으로 개발 및 환경부분을 담당했다.
그 후 국무조정실 외교안보심의관과 주 영국대사관 참사관을 지냈다. 유엔총회의장실에 파견되어 한승수 유엔총회 의장을 보좌했으며,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반기문 현 유엔사무총장과 한 팀을 이루어 일했다.
외교통상부 정책기획국장과 주 우즈베키스탄대사를 역임했고, 중앙아시아에서 여러 건의 에너지. 자원협력 프로젝트들을 성사시켰다. 2007년 7월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 발생 당시 가즈니주에 파견되어 현장 지휘를 맡았고, 2명의 여성인질 석방이 실현되어 함께 귀국했다. 2007년 10월에는 여수엑스포 담당 대사를 맡아 유치실현에 적극 참여했다.
현재는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외교특임교수로 파견 중이며, 한국외교의 7대 현안과제, 국제관계의 이론과 현실적용에 대해 강의 중이다. -------------------
 
 
책은 5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기후변화란 무엇인가?]는 기후변화의 한국적 상황을 보여준다.
2007년 8월 발표된 국립기상연구소 권정아 박사팀의 <기후변화보고서>는 2090년이면 한반도 기온이 4도 상승해 수도권 남쪽이 아열대 기후로 변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 현재 귤과 사과의 주산지가 변하고 있으며, 부산, 목포, 강릉 등의 도시들의 기온이 높아져 21세기 후반에는 겨울에도 더 이상 눈을 볼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침엽수림이 사라지고, 아열대성 병충해가 늘어나며, 한반도 주변 해역에는 난류어종이 풍년을 이루게 된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로 국가 및 개인의 경제적 피해가 매년 증가하게 된다. 폭우의 증가와 거대한 태풍의 영향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규모의 피해가 예상된다. 2005년 미국의 뉴올리언즈를 죽음의 도시로 만들어버린 허리케인 카트리나급의 태풍이 우리나라를 덮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나 등장하는 자연재해로 인한 ’인류의 멸망’이 더 이상 상상 속의 미래가 아닌 것이다.

저자는 기후변화가 왜 심각한 문제인지 간략하게 설명한다. 기후변화는 지구가 뜨거워져 가는 지구온난화 과정이다. 2020년이면 지구온도가 1도 상승해 양서류가 멸종되며, 생물 종에 변화가 발생한다.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강우에 의존하는 농업이 50%까지 줄어든다. 세계 인구의 대부분은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예상된 파국을 막으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2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기후변화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지금까지 세계는 무엇을 했는지, 현재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하게 국제적인 논의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저자는 교토의정서에서 합의된 온실가스 배출 저감 목표와 선진국에 부과된 의무감축이 부족하다는 것과 개발도상국에 감축이 면제되어 있어 실효성 있는 온실가스 저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1차 의무 감축기간이 종료되고 새로운 기후변화 협약의 목표를 설정하는 2012년이 21세기 지구의 기후변화에 특히 중요함을 역설한다.
 
3부.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아라!]에서 저자는 기후변화로 인한 저탄소경제 혁명에 주목해야 함을 말한다.
1999년에 체결된 교토의정서(2005년 현재 175개국 비준, 미국과 호주는 탈퇴)에서 부과된 의무에 따라 선진 각국과 기업들은 온실가스를 감축 중이다. IT, BT에 이어 눈부신 신재생에너지 기술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정해진 의무량만큼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하면 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기업윤리면에서도 탄소중립운동이 시대의 대세임에 따라 세계 일류기업들이 앞 다투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감축에 둔감한 기업은 시장에서 뒤떨어질 뿐 아니라 기업의 생존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아직 교토의정서상 감축대상국은 아니지만, 빠른 시일 안에 국제 온실가스 감축체제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대한 각국의 대응과 한국의 현황은 아래와 같다.
- 수소에너지 : 일본,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캐나다가 선두권이다. 일본은 2020년까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500만대, 수소충전소 3,000개를 목표로 한다. 미국은 2030년까지 총에너지의 10%를 수소로 공급한다는 목표다. EU는 2006년까지 수소에너지에 21억달러를 투자했다. 캐나다는 수소연료전지, 수소저장용기, 시험장비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업을 갖고 있다. 한국은 에너지관리공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수소에너지를 연구하고있다. 정부는 2040년까지 수소에너지 비율을 15%로, 연료전지 자동차를 54%, 가정용 연료전지를 전력수요의 23%로 올리는 것이 목표다. 두산중공업이 2012년 연료전지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중이고 포스코파워는 미국 PCE와 제휴를 맺고 2010년 완공을 목표로 포항에 연간 100MW의 발전용 연료전지 공장을 건설중이다.
- 핵융합에너지 :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06년 핵융합로개발프로젝를 발주했고 EU,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한국, 일본이 참여했다.(2016년 가동 예정) 한국은 한국형 핵융합 실험로를 2007년 가동하고 있다.
- 석탄액화기술 및 가스화복합발전(IGCC) : 미국, 독일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중국도 2004년 석탄액화사업을 시작했고 남아공의 사솔사는 세계 선두기업이다. 미국, 일본, 독일은 200~300MW의 가스화복합발전소를 시운전 중이다. 한국은 IGCC사업단을 발족했고 2006년 2014년 연간 100만톤 인조석유 생산시설 및 300MW의 가스화복합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이산화탄소 포집,저장기술(CCS) : 노르웨이와 캐나다는 폐유전 공간에서 CCS사업을 진행중이다. EU는 2030년까지 CCS가 이산화탄소 감축에 14%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10~12개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미국은 2003년부터 1조원을 투자한다. 한국은 아직 연구중..
- 태양광,태양전지 : 2010년 360억달러 규모의 세계시장이 예상되었다. 태양광발전은 일본과 독일이 선두주자다. 일본의 샤프(세계 1위), 교세라, 산요, 미쓰비시가 태양전지를 생산하고 있고 독일 Q-Cell은 태양전지 생산에서 세계 2위다. 영국의 BP도 생산 중. 한국도 동양제철화학, LG전자, 삼성전자, 삼성SDI, KPE, 현대중공업, 한국철강 등이 태양전지 제조 및 장비사업에 착수했다.
  미국은 2010년까지 100만호 태양주택을, 일본은 160만 가구를 건설하는 프로그램 시행중이다. 일본은 2030년까지 가정용 에너지의 50%를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한국은 2002년부터 10만호 태양광주택 보급사업을 진행중이다. 전남 신안(20MW), 영광, 고흥, 강진, 경북 봉화 등에서 국내 기업들이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동서발전의 동행 태양광발전소가 유일하게 유엔 CDM 사업으로 등록되어 있다.
- 태양열 이용 기술 :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에 350MW의 태양열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 풍력발전 : 2010년 세계 340억달러 시장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덴마크는 2006년 전기의 18%를 풍력으로 생산한다. 독일은 7.3%. EU는 2010년까지 1,000MW의 풍력발전 추진. 한국은 이제 풍력지도를 작성중이고 제주 월정리 해변에 1.5MW 풍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강원 대관령에 98MW, 경북 영덕에 40MW가 가동 중이고 앞으로 양양 60MW, 신안 300MW, 부안 1,300MW, 새만금, 인천, 제주, 부산에서 검토 중이다. 강원풍력과 영덕풍력, 중부발전풍력이 CDM사업으로 등록되어 있다.
- 조류,조력 발전 : 프랑스의 랭스발전소 240MW가 1867년부터 운영, 캐나다 아나폴리스발전소 20MW가 건설되어 있다. 한구은 안산시 시화호에 수자원공사에서 254MW 조력발전소를 건설중이다.(2009년 예정) 인천 강황에 812MW 조력발전을 검토중이다. 전남 진도 울돌목에 해양연구원이 주도하는 1MW 조류발전소가 건설중이다. 타당성이 있으면 이후 울돌목에 50MW, 장죽수도에 150MW, 맹골수도에 250MW를 건설할 예정이다.
- 바이오에너지 생산 : 미국은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20개 주에서 5~10% 바이오에탄올을 섞은 휘발류 사용이 의무화되어 있다. 2017년까지 5배 늘리기로 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는 2010년까지 바이오연료 자동차를 연간 200만대로 늘리겠다는 입장. 브라질은 세계 최대(70%)의 바이오에탄올 수출국이다. EU는 바이오에너지 비중을 3%에서 2010년까지 9%로 확대할 계획. 문제는 바이오연료 때문에 국제적으로 옥수수, 팜유, 대두유 등 곡물가격이 급등. 한국은 바이오디젤 혼합비중을 0.5%에서 2010년 2%로 확대할 계획. 유채꽃 재배에 보조금 지급.
- 매립지가스(LFG) 생산 : 한국은 2006년 전국 200여개 폐기물매립장 중 15개에서 매립가스를 자원화해 전력을 생산. 26개 LFG발전소 가동 중. 2건이 CDM 등록.
- 지열 : 지열냉난방은 미국, 독일, 스웨덴, 스위스, 오스트리아에서 많이 활용. 한국은 2000년 도입 후 90개소 이상 보급/확대 중. 지열냉난방 시스템 설치자금 및 운전자금을 지원 중. 지열발전은 미국, 프랑스, 일본, 아이슬란드, 필리핀이 적극적. 캘리포니아 지열발전소는 750MW 가동 중. 필리핀은 지열발전이 전체 전기의 27% 차지. 한국 없음.
- 소수력 : 중국이 58,000개소, 일본이 600개소, 미국이 1,715개소, 독일 5,882개소, 프랑스 1,479개소 운영. 한국은 2007년 40개소. 4건의 소수력발전이 CDM으로 등록. 2011년까지 400개소 개발 목표.
 
저자는 한국 정부와 기업의 기후변황 대응상황(2007년 기준)도 소개한다.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11년까지 5%로 확대하고 태양광 및 수소연료전지 부분을 2011년까지 세계 3위의 기술력을 확보할 계획이다.(예산 3조7천억 투입) 에너지 원단위를 0.345에서 2030년 0.2로 낮추고 에너지 효율향상을 위해 고효율기기 보급확대, 대기전력 저감, 자동차 평균연비제, 자발적 협약 증진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수소경제 시대를 준비내나감과 아울러 에너지 효율화(품목별 세계 최고 효율 달성), 이산화탄소 포집/저장기술, 신재생에너지 기술, 원자력 기술 분야의 핵심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문제는 참여정부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참여정부의 전략과 투자계획을 폐기하고 ’4대강’ 토건공사에 수 십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퍼부은 것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그림만 화려한 상태다.

4부. [국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이 궁금하다]와 5부. [청정개발체제 사업에 도전하라]에서 저자는 탄소배출권 거래와 청정개발체제(CDM)가 향후 각 나라와 기업에게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열어주고 있음을 설명한다.
세계은행은 국제탄소시장 규모가 2010년이면 1,5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며, 그 규모는 앞으로 더욱 확대되어갈 것이다. 아울러 유엔의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기업들에게 동시에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세계 각국과 에너지 분야 유수 기업들은 이미 발 빠르게 새로 형성된 탄소시장과 CDM 사업을 선점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탄소배출권시장을 개설하고, CDM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책은 새로 열리는 탄소시장과 CDM 사업에 관심이 높은 기업과 개인에게 세계시장의 동향 및 환경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개인의 재테크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풍력발전, 태양전지나 수소전지, 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주도하는 세계적인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 기업들의 매출규모와 이익이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탄소펀드에도 주목하라고 말한다. 세계 탄소시장의 성장이 확실시 되는 현재, 대체에너지펀드나 지구온난화펀드 같은 기후관련 신규 상품들이 장기적으로 유망한 투자처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본다.
부동산시장에도 변화가 생긴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주거 형태가 새로운 부동산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그린빌딩’이 시장에서 고가를 유지할 것이다. 
 
 
저자는 현재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기후변화 대책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기회를 주로 다루고 있다. 외교관이 주된 직업이었음에도 기후변화를 해결하는데 있어 유엔이나 국제기구에서 협약과 규제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탄소배출권 거래나 CDM 등 경제적인 해결책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기후변화는 국가, 기업 그리고 상당수의 개인들이 잘 알고 있고 어쩔 수 없이 넘어야 할 미래의 파도임은 분명하다. 기후변화로부터 파생되는 시대의 흐름과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타는 기업과 국가들은 성장하겠지만 이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퇴보하게 될 것이다. 역사상 선례가 없는 이 어려운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발상과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기후변화는 바로 우리 삶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대안이 없는 국제적인 자본주의 체계에서 자본주의적 해결방안을 통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은 현실적이고 효율적일 것이다. 이것을 부정하는 것은 한강의 거대한 물줄기를 하류에서 막겠다고 나서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이익’이 보이는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규제와 강제를 한편의 ’채찍’으로 하되, ’이익’이 보이는 방향을 제시하는 ’당근’이 함께 제시될 때 어느정도 원하는 방향으로 자본주의의 물길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익’과 ’경쟁’과 ’성장’만을 위해 뛰쳐나가는 상황에서 누가 그 방향을 당초 의도대로, 방향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가 우려될 뿐이다.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지 않았던 시절에 존재하던 환경관련 규제나 공정거래 규제, 제도와 상식도 지키지 않던 자본가와 기업들이 새로운 규제와 제도를 지키고 공정한 자본주의 시장게임을 진행할 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EU처럼 국제적, 국가적 차원에서 공통의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협력해 나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 호주, 중국, 인도 등 일부 국가들의 기후변화 국제협약에 대한 입장은 다분히 기회적이고 비양심적이다. 미국과 호주는 과거에 그들이 기여한 기후변화의 피해를 고려했을 때, 중국과 인도는 당장 현시점에서 그들이 방출하고 있는 온실가스를 고려할 때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 애써서 이룩해놓은 국제적인 선의의 합의와 노력과 행동이 미국이나 중국의 국가이기주의로 망가질 것이다. 각국이 국가이기주의로 치닫기 시작하면 결국 약소국가와 각 국가내의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미국과 호주의 행태를 보면 한국사회 내에 도사리고 있는 탐욕스러운 기득권자들과 자본가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60년 넘게 국민들의 희생과 국가의 지원에 힘입어 현재의 그들이 존재할 수 있었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탐욕과 착취를 멈추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들을 제어하려면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이 깨닫고 나서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인과 관료, 보수언론, 재벌, 기득권자들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 그들을 강제하는 수 밖에...
 
한국의 경우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여러가지 정책과 제도가 기존에도 남아있는 각종 사회문제들의 처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외적 성장 과정에서 무수하게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했다. 정치-관료-경제-언론-학계-사법의 부조리하고 부패한 유착도 근절되어야 하고 모든 분야에서 개혁을 이루어야 한다. 사회적 형평성과 경제민주화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 국가 내 대화와 타협은 거부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은 ’대화와 타협’의 과정으로, 사회적 형평성과 경제민주화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적인 저항과 무관심으로 그 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기후변화의 위기를 사회 전체적인 민주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편, 21세기 지구의 기후변화를 강제한 지난 250년간의 자본주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개인도, 집단도, 국가도 현재의 사회운영 시스템에 대해 재고해야 할 것이다. 현재 지구인이 처해있는 상황은 ’이익’만을 위해, ’성장’만을 위해, ’자신’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던 결과라 할 수 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양적이 아닌 질적인 삶을, 경쟁이 아닌 공생의 삶을 살려고 마음 먹을 때 기후변화 문제도, 사회갈등 문제도, 개인적인 고통의 문제도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 2011년 7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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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공화국, 대한민국
김희수 외 지음 / 삼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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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대해 한판 코미디가 연출되었다. 웃기지도 않는 검찰의 행태를 보면서 평소 궁금증이 증폭되었고 그들의 그런 못된 짓거리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직접 알고 있는 판사는 없다. 하지만 현직 검사는 몇 명 있다. 고등학교 동창생 한 명, 대학교 동기생 한 명, 타대학 후배 한 명 정도다. 
고등학교 동창생은 3학년 내내 같은 반이 아니었기에 친하지는 않았지만 대학 다닐 때 고교동창회 자리에서, 졸업 후 재경 동창회 송년회에서 몇 번 자리를 같이 했다. 하지만 몇 년 전 송년회에서 그 검사 동창생 주변에서 그 친구에게 친한척 하면서 아양떠는 친구들과 친구들의 그런 모습을 즐기는 그 검사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대학 동기생은 80년대에 학생운동까지 함께 열심히 했던 다른 과 친구였다. 그 친구는 검사 초임시절 내가 다니는 직장과 지검 사무실에 가까워서 한 두번 식사를 같이했고 2000년에는 전국일주 하면서 친구들을 만나러 다닐 때 지방에 있던 그 친구와 저녁을 먹고 술도 한 잔 같이한 후에 그 친구 집에서 자기도 했다. 그 뒤에도 개인적으로 한 두번 만났고 그 친구가 서울에 올라온 작년 봄에 동기생들 모임에서 함께 즐겁게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영문인지 그 뒤로 그 친구는 동기생 모임에 나타나지 않았다.
마지막 후배 검사는 1992년 대통령 선거 때 시민단체 중심으로 구성한 공정선거감시단에서 함께 활동했던 후배였다. 감시단 활동이 끝나고 몇 년 후에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검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감시단 활동을 하던 다른 후배와 함게 2003년에 한 번 강남에서, 2007년에 인천에서 술을 먹기도 했다. 그 후배도 그 뒤로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
이렇게 직접 아는 검사들과는 좋은 추억도 많고 찜찜한 기억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검사들은 개인적인 자리에서 ’검사동일체’로 인해 폭탄주를 자주 마셔야 하고 과도한 업무로 고생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부정한 짓이나 부패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동기생 검사는 개인적으로 만날 때 가급적 자신이 술 값이나 식사비를 지출하려 했고 동기생 검사나 후배 검사 모두 개인적으로 부당한 청탁이나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 친구들이 검찰에 들어가서 어떻게 업무를 하고 정치적, 조직적 부당행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내가 알 수는 없다.
 

그 이외에 내가 직접 알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검사들과 자리를 몇 번 했다. 대부분 사업하는 자들이 미래에 자신이 형사적인 문제에 얽혀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보험’을 드는 마음으로 검사들에게 술접대를 하는 자리였다. 그런 자리에 참석해보면 그 검사가 나이가 어리든, 많든 접대하는 자들은 그저 검사들에게 잘 보이고 기분에 맞추려고 노력했고 접대를 받는 검사들은 그런 자리가 아주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분위기를 즐겼다. 적지않은 경우 부담없이 ’2차’까지 자연스럽게 즐긴다. 그리고 그렇게 접대를 정기적으로 받으면 나중에 사업하는 자들이 필요할 때 그들의 편리를 봐주겠지만... 그런 검사들이 소위 ’섹검’이고 ’스폰서 검사’다.
 
이외에 검사와 맞딱드린 것은 모두 6~7 차례 되는데 대부분 회사 경영을 하면서 상대방과 충돌하게 되는 경우였다.
경찰이던 검찰이던 내가 상대한 모든 경찰관, 검사들의 특징은 ’권위적’이었고 증거가 아닌 ’진술 위주’로 조서를 작성했고 결정적으로 자신들은 하는 일이 거의 없고 대부분 고소고발인이나 피의자가 제출하는 자료에 근거하여 조사를 진행했다. 그들의 주된 조사 입장은 "죄가 없으면 당신이 그것을 입증해라"였다. 피의자를 범죄행위를 조사하고 입증해야 하는 것이 경찰과 검사의 1차적인 의무이자 역할인 것은 모든 형법과 재판의 원칙이자 제도일텐데도 그들은 자신들의 최소한의 역할도 수행하려 하지 않았다.
재판까지 이어지면 더 가관이다. 우리나라 검찰 구조는 조사하는 검사와 재판정에 참여하는 검사가 분리된다. 소위 ’공판검사’라는 자가 법정에 들어와 조사한 검사가 전달한 서류만 가지고 재판에 임한다. 그들의 발언과 태도를 보면 사건에 대한 성실한 태도는 없고 그냥 일반 회사의 업무를 처리하듯이 관련 법규에 맞추어 질문하고 자료 제시하고 구형하는 모습으로 일관한다. 조사한 검사의 자료가 앞뒤가 맞는지, 추가조사할 내용은 없는지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도 없다.
이런 한심한 검사를 상대하니 변호사도, 판사도 자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차피 상대적인 관계이니...
 
작년(2010년), 우리 사회에는 ‘떡검’, ‘섹검’,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등 신조어가 생겼다. 이는 MBC PD수첩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문제 검사를 일컫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지만, 오늘날 검찰의 이미지를 통칭하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이러한 말들이 나돌기 전부터도 여러 사건에서 검찰의 파행적인 모습을 본 국민들은 이미 검찰이 공정하게 검찰 업무를 수행하리라는 믿음을 접은 지 오래일 것이다. 검찰은 어느덧 국회에 이어 국민이 가장 불신하는 국가기관으로 자리를 잡았고, 일각에서는 검찰을 ‘떡검’을 넘어 ‘떡껌’으로까지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은 본디 사법 정의를 추구하며 공정한 법 집행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책무를 지닌 기관이다. 검찰은 별정직 공무원이면서도 스스로 준사법기관으로 인식되길 원하고 또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외압이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다른 공무원에 비해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지기도 한다. 그러한 검찰에 왜 ‘떡’, ‘섹’, ‘스폰서’ 등 민망한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어 통용되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검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 인터넷에서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던 미네르바 박대성 사건, KBS 정연주 사장 사건,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등 국민의 실생활과 정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여러 사건의 배후에 검찰의 검은 칼날이 번뜩거리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과연 이명박 정부 때만 유독 파행적인 수사와 기소를 하고 비도덕적 행태를 저지른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 까닭은 무엇일까? 검찰이 도대체 어떤 조직인지, 검찰의 권한은 무엇이고 문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자나 실무자, 언론 등은 나서서 국민의 궁금증과 의혹을 풀어주지 않고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은이들은 이러한 이상한 현상을 깨고자 평소 검찰 개혁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연구와 사회적 실천을 진행해왔다. 대학 강단에서, 때론 인권연대나 참여연대 같은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통해, 또 사법제도 개혁 추진위원회나 검·경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 같은 위원회 활동을 통해, 그리고 언론을 통한 다양한 사회적 발언을 통해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그리고 검찰의 실체를 알 권리가 있는 일반 시민들에게 그들의 모습을 알리고 함께 개혁 방안을 모색하고자 1년 반에 걸쳐 이 책을 집필했다.  
 
------------- * 저자들은 누구인가? ------------
<김희수> 제29회 사법시험 합격해 서울, 수원, 군산 검찰청에서 검사로 재직했었다.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일했고 전북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지금은 법무법인 창조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법도 때로는 눈물을 흘린다], [병사들을 위한 군 인권법](공저) 등이 있다.
<서보학> 독일에서 형사법 학위를 받고 현재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사법을 강의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와 대통령 사법제도개혁위원회에서 전문위원 및 기획연구팀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형법총론』『형법각론』(이상 공저) 등이 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인권 운동가이다.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활동을 거듭하고 있다. 신학을 잠깐, 불문학을 아주 조금 공부했지만, 그건 학교 다닐 때 이야기일 뿐이고, 요즘은 형사사법 절차에 관심을 갖고 있다. 수사부터 재판, 형 집행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 공부하고,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태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사법을 강의하고 연구하는 형법학자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초창기부터 실행위원으로 일하다가 2009년 초부터 소장을 맡고 있으며,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활동한다. 지은 책으로 『판례 중심 형법총·각론』, 『사례 중심 형법총론』, 『떼법은 없다』(공저) 등이 있다. ---------------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검찰의 길을 묻다_검찰의 역사]에서는 이승만 정권부터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역사를 밝혔다. 특히 반공이라는 명목으로 국민에 대한 인권 침해가 스스럼없이 자행되던 박정희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 때로는 독재의 주구로, 때로는 인간 파괴를 조장하는 법률 기능공으로 고문 사건, 조작 사건을 은폐하고 엄호하면서 권력에 기생한 검찰의 모습을 주요 사건 중심으로 파헤쳤다. 검찰은 옳은 방향으로 검찰권을 행사하려는 몇몇 소신 있는 검사의 싹을 자르면서, 정의의 수호자라는 소임을 외면한 채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이고 그 대가로 서서히 권력의 저변을 확대해온 것이다. 본연의 책무를 넘어 국민 여론의 심판관으로 행세하며 임기도 없는 절대 권력으로 군림하기까지, 검찰에는 이런 60여 년의 역사가 있었다.
 
제2부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에서는 한국의 검찰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독점 영장청구권, 독점 기소권, 기소재량권, 형 집행권 등 법률에 정해진 권한만도 막강한 데다 범죄 예방, 정보 수집 등 법률로 정해지지 않은 활동까지 벌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사권을 검찰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데다 기소독점권, 기소재량권도 함께 가지고 있다. 즉, 법원의 판단에 앞서 검찰이 재량으로 죄가 되는지 아닌지를 결정해 영장청구에서부터 기소까지 모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다. 전 세계적으로도 같은 모델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이 검찰에게 집중되어 있기에 검찰이 정치권과 결탁해 표적 수사,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 등을 하거나 스스로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구조적인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제3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_우리 시대가 바라는 검찰]에서는 이미 궤도를 이탈한 검찰 권력을 통제할 방안을 이야기한다. 법무부의 탈검찰화,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대검 중수부 폐지, 검찰권 분권화, 검찰에 대한 시민 감시와 사법적 통제, 감찰권 강화 등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검찰 권력이 더는 폭주하지 않도록 제어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검찰 스스로 혁신하지 않는다면 검찰 조직 전체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타율적 개혁을 강제 당하게 될 것이라고...
 
 
이 책을 보면 지끔까지 한국사회에서 검찰은 수사와 기소라는 권한을 아무런 제한 없이 쓸 수 있고 필요에 따라 마음껏 써왔다.
죄가 없는 게 뻔해도 수사를 진행하고 기소를 감행해서 당사자를 괴롭힌 일도 한두 번이 아니다. 가령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게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검찰은 이미 사문화된 조문을 끄집어내어 그를 기소했다. 검찰의 기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고 그를 기소한 법률적 근거인 전기통신기본법의 처벌조항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해 위헌법률이 되었으니 검찰의 패배가 분명하다. 하지만 정권의 의중을 좇은 충성의 대가로 검찰 조직은 기득권을 보장받고 사건 담당자들은 승진하여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되었다. 나아가 검찰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면서 정의하는 권력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글쓰기도 검찰권 행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 일종의 공포감을 심어준 것이다. 법원에서 무죄가 나든 말든 수사와 기소권이 발동되면 피고는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받고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검찰이 의도하는 대로 분위기가 형성된다. 

국세청에 대한 1심 소송에서 승소한 후 법원의 조정 권고를 수용해 항소심을 취하한 정연주 전 KBS 사장 사건 때만 해도 그렇다. 검찰은 법리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배임죄’를 이유로 정연주를 기소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법원의 권고에 따른 것이 죄가 될 수 있나’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상부의 지시대로 기소를 감행했고, 정연주는 당연히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의도대로 정연주는 KBS 사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정연주 전 사장과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정연주가 통합방송법을 근거로 KBS 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해임권까지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사퇴 압력에 굴하지 않자 정연주에 대한 먼지털이식 내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별다른 비리 혐의가 드러나지 않으니 검찰은 대통령이 정연주를 해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무리하게 배임죄를 적용하여 기소한 것이다. 전형적인 표적 수사다.
한편 이명박 정부 최고의 파트너답게 대통령 사돈 기업 봐주기(효성그룹 사건), 대통령 친구 봐주기(천신일 사건), 공권력의 민간인 불법 사찰, 경제권력 봐주기 등 노골적인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를 해 국민의 빈축을 샀다. 검찰이 이러한 파행적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는 까닭은 그들의 권력이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법을 가장하여 민주주의 체제에서 교묘하게 빠져나가 있고 그것 때문에 오히려 민주주의에 적이 되고 있다.


한편, 법무부를 장악하고 한나라당 등 정치권과 국회를 장악하다시피 한 것도 검찰 세력들이다. 한쪽은 현직 검사, 다른 한쪽은 전직 검사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금 몸담고 있는 곳이 검찰인가 국회인가의 차이만 있을 뿐, 한 식구나 다름없이 똘똘 뭉쳐 있다. 스스로 만들어낸 그런 환경을 바탕으로 검찰 세력의 권력욕이 우리 공동체의 안정성과 법의 지배를 파괴하는 형국에 이르게 되었다.
여기에 폐쇄적인 엘리트주의, (형식적으로 폐지되었으나 실제로는 살아 있는) 검사동일체 원칙이 버무려져 검찰은 한국 사회 전반에서 보이지 않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18대 국회의원 중에서 법조인 출신은 모두 59명이고 이 중 검사 출신이 22명으로 가장 많다. 판사 출신은 17명, 검사, 판사 경력 없는 변호사 출신은 19명, 법무사 출신이 1명이다. 

더 심각한 것은 검사 출신 정치인들의 위상과 역할이다. 이 책이 발간된 시점을 기준으로 국회의장(박희태), 한나라당 전·현직 대표(강재섭, 안상수)와 전·현직 사무총장(권영세, 원희룡), 최고위원(홍준표), 선거관리위원장(김기춘), 중앙위원회 의장(최병국) 등 한나라당에 포진한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의 면면은 화려하기만 하다.

성추행 사건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최연희(무소속)나, ’대구의 밤문화’ 운운하며 물의를 일으키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로 유죄를 선고받은 주성영도 검사 출신이다. 검사 출신들은 집권 여당에서 가장 확실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고 검찰 문제에 있어 가장 유능한 로비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 검찰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검찰을 이용해 집권과 정권 유지를 하려는 권력층과 그에 호응해 충성을 맹세하고 반대급부를 얻어내려는 검찰이 쥐락펴락하는 형국이 계속될 것이다. 이는 일부 정의로운 검사들에 의해 개선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극단적인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몇몇 검사를 처벌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검찰 바로 세우기가 시급한 까닭이 여기 있다.

 
이 책은 한국 검찰의 역사, 수사권과 기소권 독립이 좌절되는 과정, 검찰권 남용의 사례, 구조적인 문제점과 대책 등 모든 면에서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이나 형법 등의 자세한 조항이나 이론, 판례, 헌법과의 관계 등 독자들에게 어려운 내용은 모두 제거했기 때문에 독자들은 관심분야에 집중하여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필요한 중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다. 
저자들이 제시한 검찰 개혁 방안이 조속히 제도화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이 정치검사가 검찰에서 사라지고 다시는 정치검사가 나타는 토양을 제거할 수 있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후손들을 위해 일부 정치검사들이 검찰조직을 망가뜨리고 정부와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분노를 증폭시키는 상황을 계속 방관할 수는 없다. 그것은 성실하게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법과 제도와 양심에 근거하여 자신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는 대다수 검사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조직폭력배같은 구조와 문화에서 올바른 검찰과 검사의 위상과 역할을 찾을 수는 없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자체장과 시도 교육감 직접 선거처럼 지방 검찰청장이나 지방 경찰청장을 직접 선거로 선출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즉, 중앙 검찰청이나 경찰청은 두고 수사와 기소에 있어서 중앙과 지방의 검찰,경찰의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법원의 경우에도 지방법원장은 직선으로 선출하게 될 것이다. 권력이나 자본이나 언론이 아닌, 국민들과 유권자의 엄정한 시선으로 통제되고 잘하면 재선되고 잘못하면 ?겨나는 제도가 우리나라 현실에 더 맞을 수도 있어 보인다. 
 
* 책 속의 문장
- 시민이 긴급조치를 위반하면 검찰은 어김없이 징역 15년 형을 구형했고 법원은 ’그대로 들었다 놓아버리는 식’으로 징역 15년 형을 선고했다. 이를 두고 한승헌 변호사는 ’정찰제 판결’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검찰은 긴급조치가 요구하는 가장 높은 형량을 구형하고 법원은 검찰의 주문과 똑같은 형량을 선고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반복되었다. (p.66)

- 후일 김근태 사건 담당 검사는 ’다리를 절룩거려 고문이 있었을 것으로 직감했으나 수사해달라는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아 수사하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검찰 고위간부들의 고문 은폐 대책회의가 보도되기도 했다. … 1987년 6월 항쟁으로 세상이 조금 바뀌고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자 여론의 압력에 밀려 재정신청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김근태 사건에서도 검찰은 고문의 방조자이자 적극적인 조력자였을 따름이다. (p.81)

- 검찰은 ’권인숙이 조사받은 방은 안이 들여다보이는 곳이고 다른 경찰관들이 옆방에서 날씨가 무더워 모두 문을 열어 넣고 왔다갔다하는데 성고문이 있었다는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성고문에 대해’혐의 없음’이라 결정했다. 겨우 폭언과 폭행에 의한 가혹행위 부분만 인정된다고 했다. 그나마 문귀동이 직무에 집착해서 벌인 우발적인 범행이고 경찰관으로서 그동안 성실하게 봉사했다는 이유를 들어 기소유예 결정을 했다. (p.89)

- 특정 정치 세력이나 정치인을 죽이거나 살리는 일, 특정 기업을 죽이거나 살리는 일, 노동자나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 2008년 촛불집회에서처럼 시민을 폭행한 경찰관은 단 한 명도 처벌하지 않으면서도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2000명 가깝게 처벌하는 일 등을 통해 검찰은 한국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거대한 권력 집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대형 비리 사건에 대한 특수수사를 전담하면서 정치?경제?사회 영역의 주요 인사나 기업 또는 단체가 관련된 주요 (범죄) 정보도 검찰이 독점하고 있다.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빗대 ’검찰 공화국’, ’검찰 파쇼’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이다. 정치권력이 집요하게 검찰을 장악하려는 것도 이런 까닭 때문이다. (p.147)

- 검찰이란 조직 자체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데, 그 막강한 권한이 모두 검찰총장 1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검찰총장은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검찰청법 제34조) 따라서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검찰총장 한 명만 장악하면 검찰 조직 전체를 안정적으로 장악할 수 있게 된다. … 검찰의 목소리가 외부에 전달될 때 그것은 다양한 의견의 형태가 아니라 단일한 하나의 의견으로만 전달된다. 목소리는 오로지 하나뿐이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검찰총장이거나 검찰총장의 사전 결재를 받은 그의 부하일 뿐이다. (p.165)

- 검사들은 초임 시절부터 선배들에게 ’우리 사회 최고의 엘리트’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는다. 엘리트주의는 패거리 문화로 연결된다.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하기에 굳이 검찰 외부의 시선 따위엔 신경 쓰지 않는다. 다른 영역에는 가혹하면서 스스로에겐 관대한 것도 특유의 패거리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2010년 ’그랜저 검사’ 사건에서 서울중앙지검이 해당 부장 검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 2001년부터 2010년 8월까지 징계를 받은 검사는 모두 31명뿐이었다. 이 중 해임은 1명, 면직은 3명뿐이었고 근신, 견책 등 가벼운 징계를 받은 사람이 14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2001년, 2002년, 2005년에는 징계를 받은 검사가 1명도 없었고, 2006년 2008년에는 1명뿐이었다. 근신, 견책 다 합해봐야 1년에 겨우 3명 남짓한 검사가 징계를 받았을 뿐이다. (p.176)

- 대검 중수부는 검찰의 최정예 반부패 수사 부서라고도 하지만 정작 대검 중수부가 기소한 사건의 1심 무죄율은 검찰의 전체 형사사건 평균 무죄율보다 훨씬 높다. … 일반 형사사건의 무죄율보다 대검 중수부의 무죄율이 30배 이상 높게 나타나는 것은 대검 중수부가 다루는 적지 않은 사건들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수사를 진행하고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p.256)
 
[ 2011년 7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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