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의 반란 - 로버트 와인버그가 들려주는 암세포의 비밀 사이언스 마스터스 5
로버트 와인버그 지음, 조혜성.안성민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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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 섹스의 진화 >, <원소의 왕국>, < 마지막 3분 >, <인류의 기원>에 이어 -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 - 의 다섯 번째 책이다.
 
’암(癌, Cancer)’은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외부에서 침입해 들어오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아니다.
’암’은 다른 모든 인체 조직을 구성하는 똑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내부의 반란자’다.
’암’은 정상 조직과 똑같은 구성 요소, 즉 인체의 세포를 이용해서 생물학적 질서와 기능을 제멋대로 파괴하는 해로운 세포 덩어리를 만들고, 이 세포 덩어리를 막지 못하면 인체라는 복잡한 구조물은 무너져 내린다.
 
모든 사람들이 알다시피, 인체는 ’세포(Cell)’라는 기본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세포들은 언제 성장하고 언제 분열하며 다른 세포들과 어떠한 방식으로 뭉쳐서 조직과 장기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관한 분명하고도 고유한 규칙을 가지고 있다.(유전자 속에...)
따라서, 인체는 나름대로 자치적인 세포들로 구성된 대단히 복잡한 사회에 지나지 않으며, 각각의 세포는 완전히 독립적인 생명체의 속성을 상당 부분 지니고 있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숨이 멎을 듯한 생명체의 아름다움과 무한한 위험을 동시에 맞이한다.
 
대부분의 세포는 각각 독립적이지만, 놀랄 만큼 복잡하면서도 조화로운 질서를 이룬다.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복제와 확산이 동일한 유전자를 지닌 모든 세포들의 이익과 생존과 운명을 같이 하기에 세포는 생명체와 함께 지구상의 모든 조건을 헤쳐나간다.
우리는 그렇게 700만년 전부터 수 십조 개의 세포에 의하여 인류라는 생명체로 진화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하지만, 때때로 세포가 공익을 무시하고 자기만의 조직이나 장기를 만들려고 할 때가 있는데, 이때 우리느 그렇게 두려워했던 혼돈 - 즉, 암 - 을 목격하게 된다.
불행한 사실은, 이렇게 자기만의 길을 선택한 세포가 10억 개 이상의 군집을 이룰 때까지 인체는 이러한 반란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감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암’ 또는 ’종양’으로 불리우는 덩어리가 어떻게 시작할까?
모든 ’암’과 ’종양’ 덩어리는 단 한개의 세포에서 출발한다.
단 하나의 세포가 똑같은 사상과 규칙을 가진 후손을 어마어마한 규모로 생산해 내는 것이다.
이 세포들은 주위의 조직이나 생명체의 안녕에는 관심이 없으며, 조상과 마찬가지고 후손들도 한 가지 프로그램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성장, 복제 그리고 끝없는 확장이다.
 
이들이 초래하는 혼돈은 인체의 개별 세포에게 고유의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인간을 비롯해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진 복잡한 생명체들은 지난 60억년 동안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여 왔다.
즉, 암이 일으키는 혼돈은 현대판 질병이 아니라, 고대부터 지금까지 모든 다세포 생명체들들이 감수해 온 위험에 불과하다.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가 수 십조 개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길고 긴 인생을 살면서 암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놀랍지 않은가?
 
현재까지 진행된 암 연구의 현 주소를 살펴보자.
 
부모에게 물려받아 인간 개개인이 보유하는 유전체는 약 30억 개의 DNA 염기서열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각각의 유전자를 나타내는 7만~10만 개의 조각으로 나뉜다.
인체는 유전자들 중에 적지 않은 수의 ’원형 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유전자 복제 불량, 발암물질 공격 또는 외부 바이러스의 침투에 의해 ’원형 암 유전자’는 ’암 유전자’로 탈바꿈하게 된다.
’원형 암 유전자’ 1개가 ’암 유전자’로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그 때부터가 시작이다.
 
하지만, 다행하게도 ’암 유전자’ 하나 정도로 인체의 정상 세포를 암 세포로 전환시킬 수 없다.
인간의 DNA에는 유전자 복제 불량을 복구하는 유전자, 암 억제 유전자, 암 유전자를 파괴하는 유전자 등이 존재하여 마지막까지 암 유전자를 파괴하기 위해 싸운다.
다양한 조합의 암 유전자들이 실제 서로 협력해서 세포의 형질을 변환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한 번 암 세포가 인체의 다양한 저항을 물리치고 나면 기하급수적으로 그 후손을 늘려가게 되고 인간의 조직과 장기에 몹쓸 세포 덩어리를 키운다.
그리고 혈관과 신경을 통해서, 효소와 단백질을 보내서 다른 장기와 조직에까지 암 유전자를 확산시켜 결국 인체가 무릎꿇게 하는 것이다.
 
’암’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현대 암 연구의 수준과 치료 수준으로 아직 ’암’은 불치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과 ’조기발견’일 뿐이다.
담배는 폐암에 직접 연관이 있으며, 식생활과 출산태도는 유방암과 자궁암에, 육류와 동물성 지방은 대장암에 치명적이다.
담배와 고지방, 고육류 식생활을 피한다면 현재의 ’암’ 중에 거의 절반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암 연구의 긍정적인 측면을 끝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10~20년 내에 암 연구는 모든 암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게 되고
개별 인간의 유전자 연구를 통하여 암에 걸릴 확률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저자가 간파하지 못한 현실이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막대한 자금을 들인 암 연구의 진단과 처방에 따른 비용이 어느 정도일까?
아마도 중산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려면 앞으로 적어도 30~50년이,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현재의 사회체제로는 어림없지 않을까 싶다...
 
결국, ’암’은 인체 신체구조 속에 내재되어 있다는 결론이고
인간이 주어진 생명과 조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연과 함께 사는 것 밖에 없지 않을까?
감사한 마음으로...^^
 
난 언제나 담배를 끊으려나...ㅉㅉㅉ
 
* 저자 소개 : 로버트 와인버그(Robert A. Weinberg)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 부설 화이트헤드 연구소 생물의학 교실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연구실은 정상 세포를 암세포를 바꾸는 암 유전자가 있음과 그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밝혀내 암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와인버그는 이 연구 업적으로 미국 국가 과학 훈장 등 여러 과학상을 받았다.
 
-------------------------------------------------------------------------------------------[ 2007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암 진료환자 분석 보고서 ] 보도자료(2008. 12) 중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www.nhic.or.kr)이, 2007년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하여 발표한 『2007년 건강보험 암 진료환자 분석』에 따르면, 2007년도 신규 암 진료환자는 모두 13만9,660명으로서 2006년도 신규 암 진료환자 13만1,604명보다 8,056명(6.1%↑)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2007년 우리나라 건강보험 암 진료환자수는 49만3,584명이며, 이는 2006년도 암 진료환자 42만5,281명 보다 6만8,303명(16.1%)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2007년 건강보험 암 진료환자 49만 3천명에게 2007년 한 해 동안 지출한 보험급여비는 2조1,863억원으로 확인 되었으며, 이는 건강보험 적용항목(선택진료료, 병실료차액 등 비급여항목 제외)의 총진료비 2조4,633억원 중 88.8%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험재정으로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암 진료환자 건강보험급여비(2조1,863억원)는 전체 건강보험급여비(24조5,600억원)의 8.9%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년도인 2006년 암 진료환자 건강보험급여비(1조8,383억원) 보다 18.9% 증가한 것으로서, 건강보험 전체 급여비 증가율 13.8%(2006년, 21조 5,880억원 → 2007년, 24조5,600억원)보다 증가율 측면에서 40%나 높은 수준이다.
 
[ 건강보험 급여비와 암 진료 급여비 지출 추이 ]                             (단위 : 억원, 명)


2007년도 신규 암 진료환자 13만9,660명를 연령대별로 분석해 보면 65세 이상이 5만7,684명으로 41.3%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이어 40~50대가 5만2,345명으로서 37.5%를 차지하고 있어, 2007년도 신규 암 진료환자중 90%가 40대이상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암 유형별로 남자는 ①위암 15,086명 > ②폐암 10,771명 > ③대장암 10,101명 > ④간암 9,600명 > ⑤전립샘암 3,572명 이고, 여자는 ①갑상샘암 14,297명 > ②유방암 10,772명 > ③위암 7,405명 > ④대장암 7,282명 > ⑤폐암 4,367명 순으로 진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진료기준 인구 10만명당 건강보험 전체 암 진료환자수는 1,032명으로서 남자(1,017명)와 여자(1,047명)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시?도별로는 전남이 1,479명으로 최고이고, 인천은 822명으로 최저로 나타났는데, 2007년 신규 암 진료환자 분석에서도 전남이 474명으로 최고이고, 인천은237명으로 최저로 나타났다.

이것을 다시 시ㆍ도별로 연령표준화하여 분석하면 10만명당 건강보험 전체 암 진료환자수는 울산이 1,246명으로 최고이고, 강원도가 905명으로 최저로 나타났는데, 2007년 시?도별로 연령표준화한 신규 암 진료환자수는 광주가 360명으로 최고이고 울산은 349명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강원도가 262명으로 최저로 분석되었다.

2006년 신규 암환자(131,604명) 기준으로, 암 진료환자 1명이 2007년 한 해 동안 사용한 건강보험진료비(비급여 제외)는 평균 1,175만원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89.5%인 1,052만원을 건강보험 보험급여재정에서 부담하였다.

특히, 암 유형별로는 백혈병이 환자 1인당 진료비 4,424만원 중 92.5%인 4,094만원을 건강보험에서 지급하였으며, 그 뒤를 이어 다발성골수종 2,316만원, 비호지킨림프종(혈액암) 2,137만원, 뼈 및 관절연골암 1,904만원 순으로 급여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최근 우리나라 암 진료환자수 증가에 대하여 건강보험연구원 박일수 연구원은 “매년 신규 암 진료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조기검진에 의한 암진단과 의료기술 발달, 예방 및 치료기술 발달에 의한 치료율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 진단하면서 아울러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조기진단에 의한 암 진단 및 치료율 증가는 암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에 발표한 분석자료는 건강보험 또는 의료급여를 통해 암진료를 받은 사람을 대상자로 분석한 자료이므로, 중앙?지역암등록본부(보건복지가족부)의 국가암등록통계사업을 통해 발표되는 암발생통계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라고 설명했다.

 

[ 2010년 8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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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사는 즐거움 - 시인으로 농부로 구도자로 섬 생활 25년
야마오 산세이 지음, 이반 옮김 / 도솔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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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의 저서 [내가 사랑한 책들]에 소개되어 있는 50여권 중 [비노바 베베]에 이어 14번째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1996년 7월 호부터 98년 6월 호까지 만 2년에 걸쳐서 일본에서 발간되는 월간지 <아웃도어>에 연재했던 것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고향의 꿈과 ‘나도 여기서 살고 싶다’는 평화롭고 행복한 삶의 비전을 제시하는 수필이자 철학책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 들어 인류는 미래 삶의 방향을 잃은 것 같다. 18세기부터 전지구의 구석구석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산업화'와 '경쟁지상주의', '물신주의'와 '과학만능주의'가 한계에 다다랐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산업생산양식과 신자유주의, 물신주의와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앞이 안 보일 때, 우리는 무엇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였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앞으로의 인류의 문명은 앞으로는 반드시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방향은 이제까지처럼 개인과 개인이 대립하며 문명과 자연이 상반하는 전개가 아니라 문명과 자연이 혼연일체가 된 새로운 발전이어야 한다. 산업에서든 문화에서든 삶의 방식에서든 자연을 약탈하고 거기에 폐기물을 돌리는 방식은 이미 과거의 것이 되었다.

저자는 그러한 위기에 처한 인류가 추구해야 할 문명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모든 생물과 무생물의 영성과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는 '신애니미즘'을 제시한다. 자연의 안쪽으로 더 깊게 뿌리를 뻗는 새로운 인간 문명을 찾고, 자연과 아주 가까이 접촉하고 있는 수렵과 채집을 기반으로 한 석기시대 문명의 풍요로움을 되찾자고 주장한다. 그는 ‘석기시대 충동’이라는 말로 부르는 자연 회귀의 바람이 앞으로 우리가 우리의 문명을 균형 잡힌 모양으로 만들어 가려고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환경 문제나 현대 문명과 정치 문제를 해결해 가기 위한 지침으로 "지구 크기로 생각하며, 지역에서 행동한다 Think Globally, Act Locally"를 이야기한다. 어디서 많이 보던 문구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다국적 기업 뿐 아니라 삼성이나 현대 등 한국식 다국적 기업, 즉 재벌들이 내세우는 구호다. 하지만 그 구호는 상품과 서비스를 지구 곳곳에 팔아먹기 위해 다국적 기업이 내세우는 '마케팅 전략'이 아니다. 다국적 기업들은 가증스럽게도 새로운 미래를 향한 다짐까지도 '이익 극대화'를 위해 차용하고 있다.
인간은 자기가 사는 이 지역이라면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지고 직접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은 지구 문제는 개의치 않는다는 관점이 아니라 지역이라는 현실을 통해 이 지구 전체와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자연을 물건으로 간주하며 착취해 온 삶의 방식을 버리고, 우리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 것을 깨닫고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의 삶의 방식을 바꾸자는 ‘생명지역주의bio-regionalism’와 상통하고 있다. 






 
 



 
 



 
 



 
 



 

------ * 야마오 산세이는 누구인가? -----------

야마오 산세이는1938년에 도쿄에서 태어났다. 1960년대 후반부터 ‘부족’이란 이름으로 현대문명에 대항하여 원시 부족민들처럼 자연과 하나가 되기를 꿈꾸는 대안 문화 공동체를 시작하였다. 1973년 가족과 함께 1년간 네팔과 인도의 성지를 순례하였고, 1975년부터 도쿄에 호빗토 마을이란 이름의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 참여하였다. 1977년에 온 가족이 일본 남쪽의 작은 섬인 야쿠 섬의 한 마을로 이사하였다. 이곳에서 버려진 마을을 다시 세우며, 그곳의 산과 바다, 그리고 그 안의 모든 목숨붙이를 스승으로 삼아 한없이 자기를 초극해 가려는 구도자로서의 삶을 사는 한편 농사일 틈틈이 시와 글을 쓰는 문필 활동을 하며 살다가 2001년 8월에 그의 영혼의 별인 ‘오리온의 세 별’로 돌아갔다. 지은 책으로는 <성스러운 노인> 게리 스나이더와의 대담집 <하나로 이어진 성스런 지구>, <여기에 사는 즐거움>, <애니미즘이라는 희망>, <물이 흐른다>, 시집 <비파잎 모자아래서>등이 있다. ----------
 
 
이 책은 21개의 짧은 수필을 엮어낸 것이다.
각 수필의 제목은, "조몬 삼나무 앞에 서다 / 석기문화를 즐기다 / 야생 사슴과 함께 사는 길 / 바다가 차려 주는 풍요로운 밥상 / 다만 나팔꽃이 피어 있을 뿐인데 / 아웃도어 라이프 / 서부 숲길 / 땔감 구하기가 주는 즐거움 / 토란 / 우수 / 숲은 바다의 연인 / 지구 크기로 생각한다 / 천사백만 년이라는 시간 / 내 별 내 나무 내 바위 / 햇살이 아프다 / 물의 길 / 아난다처럼 울다 / 여기에 사는 즐거움 / 내 집 짓기의 즐거움 / 이대로 충분히 행복하다 / 끝없는 여행"이다.


야마오 산세이는 1977년부터 일본 규수 섬의 가고시마 현 아래에 위치해 있는 '야쿠 섬'으로 이사했다.
그는 야쿠 섬에 살면서 하루 중 반나절은 농사일을 하고, 나머지 반나절은 명상하고 연구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생활을 한다.
그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 화학비료 대신에 음식 쓰레기, 똥오줌, 나뭇재를 밭에 낸다. 잡초는 베어 낸 다음 그대로 밭에 덮는다. 잡초는 끝도 없이 나지만, 그는 잡초를 미워하지 않고 잡초는 베어서 땅에 덮으면 마침내 비료가 되기 때문에 밭에 잡초가 무성해 있으면 실은 비료가 무성해 있는 셈이라고 한다.
그의 밭은 좋게 말하면 자연농법이고, 나쁘게 말하면 아무 일도 안 하고 내버려 놓은 밭 같다. 때로 작물 주위의 풀을 낫으로 벤 다음 벤 풀을 작물 주위에 덮어 주는 일 이외는 하지 않는다. 목욕탕 아궁이에서 생기는 나뭇재를 퍼다 뿌리는 일 외에는 비료도 하지 않는다. 나날이 부엌에서 나오는 음식 쓰레기를 차례대로 밭에 파묻어 가는 정도의 일밖에는 하지 않는다. 이것을 그는 ‘풀 두고 가꾸기’라 부르고 있다.
이러한 저자 가족의 생활양식은 그보다 150여년 전 앞서 자연 속의 삶을 실천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모습, 농부철학자였던 50여년 전 프랑스의 피에르 라비, 영국의 '핀드혼 공동체'를 떠오르게 한다.(물론, 실상은 조금 다르다. 저자는 전기도 끌어다 쓰고 자동차도 이용하기 때문에 엄밀하게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같다'고 할 수는 없다.)

그는 동물들과 이웃하여 공생하면서 살고 있다. 야쿠 섬에서는 사슴과 원숭이의 피해가 심하다. 그냥 두면 과일과 야채는 모두 그들의 차지가 돼 버린다. 사람들은 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전기 철책을 치지만 그는 버려진 그물을 이용하거나 사슴과 원숭이가 손을 대지 않는 토란, 아스파라거스, 자소와 같은 작물을 택해 그들과의 공생을 꾀한다. 왜냐하면 지구의 주민은 단지 인간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라만상의 생물과 무생물의 상호 연쇄 속에서 인류의 생명은 존재하고, 따라서 거기에 우리가 속해 있다. 인간이 아무리 인류 문명과 문화를 뽐내며 독립된 개인임을 자랑하고, 의식을 가진 존재인 점을 내세워도 그 생명의 본질은 물과 빛에 속하고, 흙과 공기에 속해 있다는 사실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푸른 풀들은 우리의 생명의 조상이자 고향이고, 그리고 지금 여기서 함께 살며 기쁨을 맛보고 있다는 점에서는 형제자매이기도 하다.
이런 저자의 생각은 마치 제임스 러브룩의 '가이아'를 연상케 한다. 저자는 이론상으로 존재하는 '가이아'적 삶을 현실에 맞도록 야쿠 섬에서 실현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석기문화, 혹은 석기시대라고 하면 사람들은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고, 또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의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 문화는 현대에서도 충분히 가치 있는 문화다. 석기문화란 수렵과 채집을 기반으로 한 문화이기 때문에 자연과 아주 가까이 접촉하고 있으며, 지금 우리들의 삶 속에서 더욱 소중하게 취급되어야 하고 되찾아야 문화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야외 활동인 등산, 폭포 오르기, 강 따라 내려가기, 다이빙, 캠프, 낚시, 자전거 여행 등이 모두 그 근원을 더듬어 올라가 보면 그 바탕에는 자연과의 밀접한 관계를 되찾으려는 강한 충동이 감춰져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는 그 충동을 석기시대 충동 혹은 생명의 직접 충동이라 부르고 있다. 
석기시대 사람들에게 그 시대가 풍요로운 시대였는지 어땠는지는 물론 알 수 없지만 우리들의 시대에 그 시절의 문화가 풍요로움과 기쁨을 가져다 준다. 그는 여기서 ‘석기시대 충동’이라는 말로 부르는 자연 회귀의 바램이 앞으로 우리가 우리의 문명을 균형 잡힌 모양으로 만들어 가려고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결코 서두르지 않을 것, 집중할 것’ 이 둘이다. 이 두 가지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 한 어떤 일을 해도 그 작업은 한없이 즐겁다. 그는 그런 작업을 통해 생의 근원적인 충동(석기시대 충동), 곧 생명의 충족감과 내밀함을 손에 넣을 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야마오 산세이는 무기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지구에 소속돼 있음과 동시에 지역에 소속돼 있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지구 즉 지역, 지역 즉 지구’라고 말한다. 지구의 주민은 단지 인간만이 아니다. 무기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지구에 소속돼 있음과 동시에 지역에 소속돼 있다. 우리는 카메라의 눈이나 상상력을 통해서밖에 지구를 볼 수 없다. 하지만 자기가 사는 이 지역이라면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지고 직접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은 지구 문제는 개의치 않다는 관점이 아니라 지역이라는 현실을 통해 이 지구 전체와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  
 
* 야마오 산세이가 말하는 가미란 무엇인가?
야마오 산세이에게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가미다. 가미란 무엇인가? 선한 것으로 나타나고, 아름다운 것으로 나타나고, 사랑스러운 것, 행복한 것, 고요한 것, 영원한 것, 진실한 것으로서 나타나는 것은 모두 신이자 신의 숨결이다. 그러나 교회나 사원 안에 있는 신과 구별하기 위해 삼라만상으로서 나타나는 오래되고도 새로운 신을 가미라고 표현한다.
이 가미는 지배하지 않고 강제하지 않고 조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제까지의 신과는 다르다. 하지만 소중하게 취급되고 존경을 하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이제까지의 신과 같다. 가미란 우리를 초월해 있으며 우리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것, 깊고 강한 에너지를 주는 것의 별명이다. 그러므로 좋은 기운을 가져다 주고, 깊고 강한 에너지를 가져다 주는 것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것을 가미라 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연인이 가장 리얼한 가미일지도 모른다. 결혼한 사람에게는 아이가 가미일지도 모른다. 자연의 만물은 절로 가미가 될 소질을 가지고 있다. 가미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어떤 의미에서 우리 주변에 가득 차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만나서 진심으로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풀이든, 나무이든, 바위나 돌이든, 바다이든, 사람이든, 곤충이든 그는 그것을 가미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그리고 그것을 찾는 것이 진정으로 산다는 것이다.
가미란 무엇인가를 찾아가다 보면 그것은 분명 자연 또는 가미에 가 닿게 되고 거꾸로 자연 혹은 가미는 무엇인가를 찾아가다 보면 그것은 반드시 나에 이른다고 그는 말한다.
 
야마오 산세이는 인간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혹은 생명이 없다고 여겨지고 있는 암석이나 강이나 우주 그 자체 모든 존재의 가장 깊은 안쪽에는 영성, 혹은 영혼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이 깃들어 있다고 하며, 우리는 모두 친화력으로 자기 자신의 영성과 깊이 이어져 있음과 동시에 자기 외의 수많은 나와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여자와 남자 사이에 친화력이 발동하면 행복한 관계가 형성되는 것처럼, 산에 대해서나 강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친화력으로 깊이 하나로 맺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제멋대로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라 부르며 뻐기고 있지만 돌도 또한 영장류이고, 풀이나 나비도, 원숭이나 사슴 또한 영장류이다. 그는 이와 같은 사상을 신애니미즘이라 부르며, 자연 환경을 어떻게 지키고 되살릴 것인가가 최대의 화두가 된 현대 문명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희망으로 신애니미즘을 제시하고 있다. 


 
법정스님은 [내가 사랑한 책들]에서 "이 책에는 그가 일생을 걸고 일관되게 꿈꾸며 바라 왔던 평화로운 세계를 조용하게 그리고 깊게 실천해 가기 위한 방법이 쓰여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의 아내의 글을 빌려 "'여기에 사는 즐거움'이란 '여기에 사는 슬픔'이자 '여기에 사는 괴로움'인 동시에 '여기에 사는 즐거움'이자 그것들을 넘어서 '모든 것은 즐거움'이라고 하는 삶에 대한 찬가"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비록 지금 당장 보따리를 싸고서 야마오 산세이의 가족처럼,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처럼 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야마오 산세이의 삶과 글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거창한 무슨무슨 '주의'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가슴 속에 품을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절대 홀로 살 수 없다는 것이고 인간이 '인류'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류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햇빛과 물, 공기와 나무, 풀과 동물, 물고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 모든 존재 속에 자리잡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소와 입자, 의미와 정령이 한데 어우러져 지구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나만을 위한 삶, 우리만을 위한 삶, 인간만을 위한 삶은 오히려 머지않아 나와 우리, 인류를 해치게 될 것이고 최악의 경우 인류가 없는 원시시대의 지구 생태계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경쟁 위주가 아닌 공생 위주'의 삶만이 그 해답일 것이다. 

[ 2011년 8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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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브레인 - 수전 그린필드가 들려주는 뇌과학의 신비 사이언스 마스터스 6
수전 그린필드 지음, 박경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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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현실은 각자 생각하기에 따라 하루하루가 지옥같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어제를, 작년을, 10년 전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똑 같은 우주 안에서, 지구라는 행성 위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식물들과 달리 인류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순응하지 못한다.
그리고 고릴라와 침팬지의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이후, 지금으로부터 700만년 전 유인원에서 또 갈라져 나온 ’사람종’은 지구 상에서 살아오는 동안 그래왔기 때문에 ’아바타’를 만들고 보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좁은 한반도에서 태어나 비슷한 경험을 거치면서 살아온 나와 내 친구는 어찌하여 그렇게 세계관도, 개성도,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미래에 대한 예측도 다를까?
사람들 개개인의 특징과 성격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도대체 마음과 영혼의 물질적, 육체적 실체가 있을까?
30년 전 일인데도 기억이 나는 일도 있고 일주일 전 인데 왜 기억이 나지 않을까?
동물은 마음이나 기억이 있을까?
인류의 경험과 지식, 습관이나 성격은 과연 실제 유전되는 것일까?
과학의 발달은 인간의 뇌 수준에 근접한 컴퓨터를 발명할 수 있을까?
생각과 지식, 추억과 예측은 뇌의 어느 부분에서 일어나는 현상인가?
CT, PET, MRI, MEG는 뇌에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 CT : Compted Tomography, 전산화 단층 촬영술 (엑스선)
- PET : Positron Emissions Tomography,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술((방사성 동위원소)
- MRI : Functional Magnetic Response Imaging, 기능적 자기공명영상검사(산소와 전자기파)
- MEG : Magnetoencephalography, 자기뇌파검사(자기장)

그것에 대한 답의 기초는 이 책 안에 들어있다.
이 책은 < 섹스의 진화 >, <원소의 왕국>, < 마지막 3분 >, <인류의 기원>, <세포의 반란>에 이어 -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 - 의 여섯 번째 책으로, 현대 과학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는 ’뇌과학’을 주제로 한 것이다.

(주)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내고 있는 세계적인 과학 교양서 시리즈인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는 세계의 최고 과학자들(Masters)이 참여했다. 영국 굴지의 출판 그룹인 오리온 출판 그룹의 회장 앤서니 치텀(Anthony Cheetum)과 세계적인 출판 에이전트 존 브록만(John Brockman)이 공동 기획한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에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과학 저술가 ’제러드 다이아몬드’, 베스트셀러 화학 저술가 ’피터 앳킨스’, 뛰어난 우주론 해설가 ’폴 데이비스’, 고인류학의 대가 ’리처드 리키’, 암세포의 발생 과정을 밝혀낸 ’로버트 와인버그’, 최고의 진화생물학자로 평가받은 ’에른스트 마이어’와 ’리처드 도킨스’, 인지과학의 개척자 ’대니얼 데닛’, 공생 진화론의 창시자 ’린 마굴리스’ 등 과학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약리학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세계적인 뇌과학자이자 뇌과학에 대한 가장 친절한 해설가로 이름 높다. 뇌의 약리학적 현상에 대한 연구는 물론, 다양한 대중 강연과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 참여해 과학 대중화에 힘써 온 그녀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다양한 과학 저술상을 받았고, 오랜 역사를 가진 영국 왕립 과학 연구소(The Royal Institution of Great Britain)의 초대 소장으로 임명되었다. 또한 1826년 전자기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마이클 패러데이’가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이래 영국 최고의 과학자들만이 강연자로 초청받을 수 있는 영국 왕립 연구소 성탄절 청소년 과학 특강의 연사로 초청받아 뇌과학에 대해 강연한 바 있다.(지난 30년 동안 BBC 중계방송되고 있음... 서구문화 중 부러운 모습..)

바로 그 저자의 성탄절 특강과 영국 그레셤 칼리지에서 의학 교수로 일하면서 2년간 진행했던 대중 강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단순히 강의 내용을 글로 정리하는 게 아니라, 강의를 통해 얻은 생생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청소년에서 일반인까지 뇌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현상과 그 바탕에 있는 원리, 그리고 더 나아가서 “어떻게 뇌에서 ‘마음(정신)’이 일어나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이 책은 본질적으로 ‘마음의 본질’에 관한 책이다. 책 속에서 뇌가 작동하는 원리에서부터, 신경세포와 뇌가 만들어지는 과정, 신경세포와 신경세포가 신호를 주고받는 방법을 거쳐 뇌라는 물질에서 기억과 의식이라는 정신이 생기는 과정을 탐구할 수 있다. 그리고 뇌에 구멍에 뚫린 환자에서 2년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환자까지 진기한 사례들과 뇌의 신비를 밝혀낸 과학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도 들을 수 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1장. 뇌 안의 뇌] 맨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뇌의 구조를 알아보고 뇌의 여러 부위 사이의 관련성을 탐구한다. 

[2장. 시스템의 시스템] 운동과 시각 같은 대표적인 특정 기능을 검사하고 이 기능들이 뇌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알아봄으로써, 뇌의 부위별 기능을 파악하는 문제를 다룬다. 이로써는 뇌의 각 부위가 어떤 신체 기능과 연관되어 있는지, 사람의 행동을 어떤 방식으로 통제하는지 설명한다.

[3장. 흥분과 흥분파]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거시 세계에서 벗어나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신경세포의 세계를 다룬다. 신경세포를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는지 연구의 역사를 개괄하는 것뿐만 아니라, 뇌를 형성하는 기본 단위인 신경세포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과, 전자적 정보 교환이 화학적 정보 교환으로 전환되는 양식, 그리고 이것이 이 정보 교환이 약물에 의해 변화되는 양상에 대해 알아본다.
또한 도파민, 아드레날린, 아세틸콜린 같은 신경 전달 물질들의 작동 원리와 신비한 뇌 현상인 약물 중독에 대해서 설명한다.

[4장. 세포 위의 세포] 하나의 수정란에서 뇌가 발생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6개의 피질 세포 층으로 이뤄진 대뇌 피질이 어떻게 형성이 되며 그 세포들이 경험을 통해 한 사람의 본질을 결정짓는 인체의 중초로 발전하게 되는지, 즉 뇌의 운명을 살펴본다.

[5장. 마음의 주춧돌] 기억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일어나고, 뇌의 어느 부위에서 일어나는지를 조사하여 개인적 차별성, 즉 개성의 본질을 다시 추적한다. 저자는 "기억이라는 화려한 무늬의 융단”을 분석함으로써 뇌과학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마음의 수수께끼를 해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주장한다.

인간의 뇌가 얼마나 인간의 상식과 상상을 초월하는지 여러분은 아는지....
인간의 뇌 안에는 평균 약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들어있다.
신경세포는 주변 신경세포, 멀리 떨어진 연관된 신경세포 등 수 많은 세포와 정보를 주고받는다.
그 중 뇌의 바깥층을 피질이라고 한다. 이 피질에 존재하는 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을 1초에 하나씩 세려면 3,200만년이 걸린다.
또, 피질에서 신경세포 연결이 이루어지는 서로 다른 조합의 수만 계산해도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양성자의 수를 넘어선다. 컴퓨터가 계산하기에도 벅차다...

실질적인 우리의 삶을 위한 뇌과학적 결론 하나...
우리의 뇌는 ’쓰면 쓴만큼 더 연결이 늘어나고 활성화된다.’
즉, 치매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려면 늙어갈수록 TV, 영화, 음악, 여행, 관람 등보다 직접 책을 읽고, 바둑이나 장기를 두고, 계산을 하고, 글을 쓰고, 고민을 더 많이하면 된다...

[ 2010년 8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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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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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도 여러 곳에서 들었다. 특히, 작년 연말 공부모임 송년회에서 한 참석자가 '기억에 남는 책,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이 책을 소개했을 때 올해에 한 번 읽어보리라 마음 먹었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및 독일 동맹국 지역 내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진 약600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 학살'과 관련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대인 학살에 대해 '히틀러의 광기'나 '종족 우월주의의 폐해' 정도로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유대인 학살에 대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연구,분석한 결과물도 그다지 없다.
 
1940년대에 유럽인들이 나치즘과 파시즘으로 고통받고 유대인들이 대대적으로 핍박바다고 학살당할 때 동아시아에서도 일본에 의한 학살과 만행이 동시에 저질러지고 있었다. 특히 한반도의 경우 그보다 앞선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일본이 전쟁에서 패망한 1945년까지 일본군의 침탈과 착취, 억압과 학살은 계속되었다.
1945년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패망과 한반도의 독립은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대한제국의 상해 임시정부는 연합국에게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따라서 임시정부는 한반도 남단을 점령한 미군정에게 탄압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일본이 한반도를 점령,속국화하면서 사전,사후에 미국, 영국과 이를 합의했기 때문이다.
1945년 해방 후에도 한반도는 외세로부터 남과 북으로 갈라졌고 남쪽의 대한민국은 36년간 일제의 만행과 학살에 동조하고 부역하고 독립군과 민중을 학살,탄압한  친일분자들을 처단하지 못한채 오히려 친일반역자들을 정부조직에 끌여들였다. 그 과정에서 친일과 반역은 유야무야되었고 친일반역자들은 대를 이어 지금까지 한국의 모든 권력과 기득권을 장악했다. 일제의 만행에 대해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질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어찌보면 우리나라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36년에 걸친 점령과 만행에 대해 조사와 연구가 턱 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운운하는 것이 한가로운 소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단순히 독일제국의 유대인 학살을 고발하고자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그녀는 천륜과 인륜을 저버리는 유대인 학살에 어떻게 정상적인 사람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독일이나 유럽만의 문제만도, 제2차 세계대전 시기의 문제만도 아니다. 일제시대에 비슷한 유형의 일본군과 조선사람도 많았을 것이고 해방 후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 아래에서도 존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지난 뒤 유대인 학살 소식이 전세계에 알려졌을 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자도 그것이 진실이라고는 믿지 못했지만 결국 그 소식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는 유대인 학살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아돌프 아이히만이 이스라엘 비밀경찰에 의해 잡혀와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저자는 예정되었던 대학의 강의를 취소하고, 미국의 교양잡지 『뉴요커』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특파원 자격으로 예루살렘에 가서 재판을 참관하게 된다. 이로써 이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탄생한 것이다.
 
 
---------- * 한나 아렌트는 누구인가? ------------
1906년 하노버에서 출생하여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쾨니히스베르크에서 보냈다. 1924년 마르부르크 대학에서 하이데거에게 수학하였으나 1926년 하이델베르크 대학으로 옮겨 야스퍼스에게 수학하였으며 1928년 「아우구스티누스의 사랑 개념」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나치체제의 등장으로 1933년 이후 프랑스와 미국에서 18년간 무국적자로 생활하였다. [전체주의의 기원]을 출간한 1951년 학계로부터 주목을 받았으며 이때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였다. 이후 정치철학자로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저서들을 출간함으로써 ‘진정한’ 정치, 정치의 고유성을 밝히는 데 헌신하였다. 만년에는 ‘정신의 삶’을 연구하는 데 전념하였다. 1975년 12월 ‘정신의 삶’ 3부작 중 마지막 저서를 구상하던 중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다.
주요 저작으로는 [전체주의의 기원], [인간의 조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혁명론], [과거와 미래 사이],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폭력에 대한 성찰], [공화국의 위기], [정신의 삶 : 사유/의지], [칸트 정치철학 강의], [정치의 약속]등이 있다. ---------------
 
이 책은 서문과 에필로그, 그리고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들께 드리는 말 / 제1장 정의의 집 / 제2장 피고 / 제3장 유대인 문제 전문가 / 제4장 첫 번째 해결책: 추방 / 제5장 두 번째 해결책: 수용 / 제6장 최종 해결책: 학살 / 제7장 반제회의, 혹은 본디오 빌라도 / 제8장 법을 준수하는 시민의 의무 / 제9장 제국으로부터의 이송: 독일, 오스트리아 및 보호국 / 제10장 서유럽으로부터의 이송: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이탈리아 / 제11장 발칸 지역으로부터의 이송: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 그리스, 루마니아 / 제12장 중부 유럽으로부터의 이송: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 제13장 동부의 학살센터들 / 제14장 증거와 증언 / 제15장 판결, 항소, 처형 / 에필로그 / 후기 
 
 

1906년 독일 졸링겐에서 태어난 아이히만은 1932년 비밀 나치당에 입당했고, 같은 해 하인리히 히믈러가 조직한 나치 친위대(SS) 정예부대에 들어갔다. 히믈러가 국가안전국(RSHA)을 창설했을 때 베를린에 있는 유대인 담당부서에서 일하게 되었다.
1942년 1월 베를린 근교에서 나치 고위관리들이 모여 유대인 문제의 '최종 해결책(대량학살)'에 필요한 계획과 병참업무 준비에 관한 회의를 열었는데, 아이히만은 이 문제의 책임을 맡음으로써 사실상 대량학살을 뜻하는 이 마지막 해결책의 집행자가 되었다. 그는 유대인을 식별하고 집결시켜 그들을 집단수용소로 보내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히틀러를 처음부터 끝까지 존경했고 히틀러와 제3제국의 법, 그리고 정부와 군의 명령에 충실했다.
그는 독일 내에서 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이탈리아,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 그리스, 루마니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유럽 전역에서 유대인을 색출하여 주거지에서 추방하고 국적을 박탈시키고 수용소에 격리시킨 후 학살센터로 보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일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행했다.

전쟁 뒤 아이히만은 미군에 붙잡혔으나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했다. 이후 몇 년 동안 중동지역을 전전하다가 1960년 5월 부에노스아이레스 근처에서 체포되어 이스라엘로 이송되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예루살렘의 특별법정에서 재판을 열었는데, 1961년 4월 11일부터 시작된 이 재판에서 아이히만은 교수형을 선고받았다.

저자는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살인자이자 반인륜 범죄를 일으킨 아이히만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그것에 대해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에게는 어떠한 '특별한'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정상적이고 평범했던 것이다. 그는 '도착적이거나 가학적이지' 않았다. 따라서 아이히만은 "잘못을 행하려는 의도가 범죄를 구성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모든 현대 법체계에서 통용되는 가정"을 무시했다. 아이히만에 대해 진행한 이스라엘 경찰의 심문기록은 아이히만의 '악의 평범성'에 대한 저자의 보고를 지지한다.
유대 민족에 대해 자행된 그의 범죄의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아이히만은 어떠한 후회도, 어떠한 가책의 감정도 표현하지 않았다.
 
저자는 아이히만을 '사유할 능력이 없는 존재'로 규정했다. 그는 '타인의 과점에서 생각할 능력'도 없었다. '사유'도 '의지'도 '판단'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초현실주의적이거나 몽상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아이히만의 타자의 관점에서 생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아이히만의 재판에 대해 보고를 하면서 나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 언급을 하였는데, 이는 어떠한 이론이나 사상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아주 사실적인 어떤 것, 엄청난 규모로 자행된 악행의 현상을 나타내려고 한 것이었다.
이 악행은 악행자의 어떤 특정한 약점이나 병리학적 측면, 또는 이데올로기적 확신으로는 그 근원을 따질 수 없는 것으로, 그 악행자의 유일한 인격적 특징은 아마도 특별한 정도의 천박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행위가 아무리 괴물 같다고 해도 그 행위자는 괴물 같지도 악마적이지도 않았다.
그는 한때 자기가 의무로 여겼던 것이 이제는 범죄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그는 이러한 새로운 판단의 규칙을 마치 단지 또 다른 하나의 언어규칙에 불과한 것처럼 받아들였다. 그는 다소 제한된 양의 관용구에다 몇 가지 새로운 것들을 추가했던 것이고, 따라서 그가 그 관용구 가운데 어떤 것도 적용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는 전혀 어찌할 수 없었다."(p.37)

 
저자는 이 책을 발간한 후 유대인 공동체에 소동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자신의 가까운 친구들을 포함한 유대인 인사들로부터 엄청나게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그녀 자신도 유대인이었다.)
논쟁의 가장 초점이 되었던 것은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이었다. 그녀의 보고서에는 아이히만이 저지른 흉악한 악행이 고의이거나 사전에 고안된 것, 즉 범죄의 의도를 미리 갖고 있거나 고려했던 것이 아니었다.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은 아이히만을 '인류역사상 가장 극악한 악마'로 규정하고 싶은데 저자의 보고서가 전혀 다른 관점과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저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부은 것이다.
 
 
사실 아이히만이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법률적 문제, 유대민족 지도자들의 나치스에 대한 협조, 이스라엘과 유대민족과 저자간의 갈등, 이스라엘 정부의 불법성과 부도덕, 검찰과 법원의 무능과 무책임 문제 등은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내가 이 책에서 강렬하게 반응하고 공감한 부분은 저자의 결론인 '악의 평범성'이었다. 그것은 사고와 말을 허용하지 않는 일상적인 '무사유'를 말한다. 다시 말해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결코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무사유'와 '악의 평범성'이야말로 아이히만이 유대인의 대량학살을 '성실'하고 '충실'하게 감행하게 한 가장 근본적인 동력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무사유'와 '악의 평범성'은 아이히만의 문제일까? 전쟁시기만의 문제일까?
경쟁과 생존경쟁을 최고의 가치로 만들어내는 현대사회에서 기술, 특히 미디어 기술이 우리를 점점 더 일차원적으로, 심지어 전체저의적으로 만들고 있다. 미디어가 메시지가 되어감에 따라 미디어는 우리를 더욱 더 평범하게, 획일적으로, 그리고 생각 없이 만든다.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 역시 '무사유'에 빠지게 되고 '무사유'는 우리를 '악의 평범성'으로 인도할 것이다.
사유와 판단보다 '잡담'과 '농담'이 우리의 일상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다. TV와 인터넷, 스포츠와 정보와 미디어, 드라마와 연예프로그램이 아이들과 청소년, 대학생과 주부와 직장인들의 주된 대화 소재가 되어 있다. 무상급식과 비정규직 문제는 몰라도 되지만 '무한도전'과 '남자의 자격'을 모르면 대화가 안된다. 한나라당이 8월 국회에서 KBS 수신료 인상을 단독으로 추진하는 문제는 남자들의 술자리에서 절대 꺼내면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대신 프로야구 롯데의 성적과 월드컵 국가대표팀의 경기결과, 박태환과 김연아의 위대함, 소녀시대의 섹시함과  '하의실종' 패션이 안주거리로 삼아야 즐거운 술자리가 된다. 이것들은 결코 '사유'가 아니다.
 
아이히만의 '무사유'와 우리 시대의 '무사유'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리 세대들의 '무사유'가 어떤 '악'을 낳을 것인가? 아니 어떤 '악'을 낳고 있는가? 앞으로 또 어떤 '악'을 만들어내고 그것에 동참할 것인가?
(이미 한국인 대다수의 '무사유'와 '무행동'은 이미 부자감세와 4대강 죽이기,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축소, 빈부격차와 사회적 양극화, 재벌집중과 중소기업 피폐,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양산으로 나타났다.)
 
[ 2011년 8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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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언 드림 -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과 세계의 미래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원기 옮김 / 민음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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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서문을 읽어보니 첫 줄부터 MB정권이나 조중동,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등 한국의 기득권 세력이 이 책을 대번에 좋아할 수 없는 구절이 있다.
그 첫 구절은 "1960년대에 나는 피 끓는 운동권 젊은이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로 시작한다....ㅋㅋ
저자는 60년대 미국 학생운동과 민권운동, 반전운동에 함께 했다.
 
우리는 60년대 이후 미국의 진보흐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1960년대 미국의 학생운동과 반전운동 이후의 미국의 ’운동권’과 ’좌파’는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저자에 의하면, 1960년대 학생운동과 민권운동의 대세는 ’해방’이었다. 민방공훈련, 냉전, 회색정장, 점잖은 교외생활에 신물이 난 젊은이들은 너도나도 기성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에 따라 표현의 자유, 성 개발, 로큰롤, 마약, 히피 스타일이 미국의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갔다.
계급투쟁이 문화투쟁으로, 그 다음에는 성(性) 정치로, 그리고 마침내 환경정치로 바뀌었다.
구시대의 좌익은 신좌익에게 자리를 내줬다. 역사의식과 변증벌, 물질주의, 제국주의에 관한 추상적 주장이 ’집단 치료읫기’에 의해 밀려났다.
그리고 정치혁명의 주장이 개인의 정신적 변혁 추구로 바뀌었다.
1970년대가 되면서 이념은 거의 퇴색했다. 그러나 그 주변에서 새로운 운동이 움텄다.
여성운동, 환경운동, 인권운동 및 동물권리 보호운동, 동성애자 권리 옹호운동 등이 우후죽순처럼 돋아나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미국은 세계 제1위 초강대국이라는 지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미국이 20세기 중반부터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군사,경제,문화의 힘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 이유를 넓은 국토, 많은 인구, 풍부한 자원, 지리적인 이점 등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국토와 인구, 자원과 지리는 미국보다 더 우월한 사례가 많다.
저자는 그 본질적인 이유를 한 때 세계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고 말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성공하기 위해 개인에게 주어지는 무한한 기회(물론 물질적인 부)를 강조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칼뱅의 청교도주의와 벤저민 플랭클린의 신성한 노동으로부터 탄생했다.
아메리칸 드림은 자신의 운명은 정부나 가족친지, 집단이나 조직이 아니라 개개인 자신이 개척할 수 있고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물질적인 부를 확보함으로써 가능하고 그것은 오로지 개개인의 몫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자유는 적대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세계에서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나 다른 나라에게 의지하거나 신세를 지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이 건국 초기부터 미국의 외교 및 안보정책의 중심이었다.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인들에게 미국이 하느님이 준 ’약속의 땅’이고 자신들이 ’선택받은 사람들’로 믿게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개인의 물질적 출세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리스크, 다양성, 상호의존성이 증가하는 세계에 걸맞는 더 넓은 사회복지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메리칸 드림이 얼핏 21세기 초 한국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아메리칸 드림이 전세계인뿐 아니라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이 미국에서 태동한지 100년이 넘었지만, 미국의 빈부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으며 GDP, 소득, 산업, 교육, 의료, 복지, 범죄, 고용, 휴가, 여유, 행복지수 등 모든 면에서 EU 15개국 평균치에 한참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모든 통계를 구체적으로 비교해준다.
어쩌면 미국은 물질만능주의와 한탕주의로 물든 자본주의의 추악한 이면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며, 아마도 가장 먼저 내부에서 붕괴될 가능성 큰 자본주의이지 않을까?
저자가 주장하는 ’유러피안 드림’이 과연 인류와 지구를 구원할 것인가?
’아메리칸 드림’은 200년 전부터 시작하여 약100년간 미국인들의 희망이자 미래였다.
하지만 그 뒤로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 내에서 뿐 아니라 전 지구상에 고통과 절망만 안겨주었다.
그렇다면 ’유러피안 드림’이 완성되는 과정과 그 결과가 ’아메리칸 드림’과 다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인류의 역사에서 찾아봐야 할 듯 싶다.
인류의 정신과 문화는 언제나 인류가 휘드른 셈이고 어떻게 휘드르냐에 따라 무우를 자를 수도 있고 사람의 목을 칠 수도 있으니...

그 분은 돌아가시기 전에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미래를 설계하였고
나 역시 이 책을 보면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유럽이 과연 미래사회의 대안인가?
미래사회의 모습은 공간으로서 민족국가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국경없는 경제,사회,문화생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또한 시간 마저도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이미 모든 정치,경제,사회,문화,정보의 교류와 이동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저자는 유럽의 역사, 유럽의 가치, EU의 태동과 운영과정을 차분히 모색하면서 그 가능성을 진단한다.
EU의 설립정신이 ’포괄성’, ’다양성속의 조화’, ’지속가능성’, ’삶의 질’이고 유럽의 역사와 현실만이 가능하다는 것...
그렇다면 아시아는 21세기의 대안이 될 수 없을까?
5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중국과 한국...
인구와 경제규모로는 이미 미국이나 유럽을 능가하는 동아시아...
음양의 조화, 연관성과 정반합, 물질보다 정신을 이미 역사문화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동아시아...
아시아가 21세기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한 해답이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 같다.
하나는 중국의 대국주의(중화주의), 한반도의 분단과 갈등, 일본 민족성의 변화...
이런 생각이 또 다른 민족(대륙) 이기주의인지, 민족 이기주의는 잘 모르겠지만...
 
저자는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 <육식의 종말>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한국의 경우 2009년 5월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거하기 전 마지막에 읽은 책으로 유명하다.
노전대통령은 이 책을 주변의 지인들에게 특별히 추천했다고 전해진다.
저자는 이 책 이외에도 21세기의 과학과 기술혁명을 예견하는 <수소혁명>과 <바이오테크시대>를 집필했다.
이 책 <유러피안 드림>은 저자가 산업혁명에서 시작한 산업,금융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로 기승을 부리다가 인터넷혁명을 기점으로 새로운 시대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인류의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종합적인 결론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미 저자가 발간한 책 중에 <소유의 종말>과 <노동의 종말>을 읽었고 <엔트로피>, <육식의 종말>, <수소혁명>, 그리고 <바이오테크시대>를 아직 읽지 못했다.)
<소유의 종말>에서 저자는 20세기 지구를 지배해온 ’상품의 시대’가 저물고 있으며, ’시간과 체험의 상품화’라는 새로운 경제방식이 등장하고 있음을 알린 바 있고
<노동의 종말>에서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종말을 예견하면서 ’기업영역’, ’정부영역’을 넘어서서 ’제3의영역(민간)’이 새롭게 경제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으며, 기업과 정부가 망하지 않으려면 ’고용없는 성장’을 계속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한 바 있다.  

[ 2010년 8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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