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 하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2
박지원 지음, 길진숙.고미숙.김풍기 옮김 / 그린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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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혹자는 이 [열하일기]를 읽고서 50대의 뒤늦은 나이에 연암 박지원 선생을 '인생의 멘토'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그 사람은 단지 보리출판사에서 완역하여 출간한 [열하일기 세트] 3권을 읽었고 그 이외에 열하일기나 박지원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아서 추가로 공부했을 뿐이다. [열하일기]의 무엇이 그 중년의 직장인을 '열하광인' 또는 '연암광인'으로 만들었을까?
 
고미숙씨의 이야기처럼 [열하일기]에는 유머와 우정, 유목이 가득하다.
'유머'와 관련한 두 가지 내용. 첫 번째는 산해관에 들어서서 연암은 옥전현이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게 된다. 무심하게 거리를 쏘다니다 한 점포에 들러 벽에 쓰여 진 기이한 문장을 발견하고는 촛불 아래 ‘열나게’ 베껴 쓴다. 이 문장이 바로 그 유명한 [호질]이다. 점포 주인이 연암에게 묻는다. “선생은 이걸 베껴 대체 무얼 하시려오?” 연암은 이렇게 답한다. “돌아가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한번 읽혀 모두 허리를 잡고 크게 웃게 할 작정입니다. 아마 이 글을 보면 다들 웃느라고 입안에 든 밥알이 벌처럼 튀어 나오고, 튼튼한 갓끈이라도 썩은 새끼줄처럼 툭 끊어질 겁니다.” 연암은 고국에 돌아간 후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이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연경에 도착하여 태평하게 쉬고 있다가 느닷없이 열하로 떠나게  되어 사람들이 울고불고 난리를 칠 때였다. 연암과 같이 자던 수행원들이 일어나 연암에게 물었다. “불이 났소?” 순간 악동 기질이 발동한 연암은 이렇게 대답한다. “황제가 열하로 가는 바람에 연경이 비어서 몽고 기병 십만 명이 쳐들어 왔다는구먼.” 수행원들은 기절초풍하기 직전이다. “아이고!”

'우정'과 관련해서는 북경과 열하로의 여행일정 내내 연암이 만인이나 한인을 가리지 않고 누구를 만나던지 지필묵을 들고 상대방과 통성명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연암의 이러한 태도는 산해관까지 가는 길에 어느 술집이나 찻집에 들러서도 자신의 글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청나라 학자나 선비를 만나면 사서삼경과 중국의 역사, 시와 고문, 철학과 학문, 이용후생 등에 대해 거리낌 없이 대화하고 정을 나누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연암의 열린 자세와 태도는 비슷한 중국인 학자들로부터도 크게 환영을 받아 서로 동등하게 논의하고 우정을 쌓게된다.
 
'유목'과 관련한 것은 연암 박지원이 아무런 공적 지위가 없음에도 사신단의 수장인 정사 박명원의 친척임을 내세워 일행 중에 합류한 것에서부터 엿볼 수 있다. 공식적인 지위와 역할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연암이 자유롭게 활보하면서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그는 때로는 사신단 본진에 앞서서 한참을 앞서 여행길을 달려가서 마음껏 새로운 경치를 맛보기도 하고 때로는 다음 날 공식 일정이 없기 때문에 중국인 학자들과 밤을 세워가며 필담을 나누고 술을 마시다가 숙소로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연암이 진정한 '유목인'이었음은 그가 여행기간 동안 취한 행동보다는 40대 중반의 나이에, 그것도 지금으로부터 230년 전인 1780년 봉건시대에 자신이 살고 있던 좁은 세상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맛보고 겪어보고 사귀어보고 싶은 강렬한 의지를 가지고 몸을 움직였다는 사실일 것이다.
 
 

------ * 연암 박지원(1737~1805) 일대기 --------
1737년 2월, 박사유와 함평 이씨 사이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출생
1752년  월 :관례를 올리고 유안재 이보천의 딸과 결혼
1757년  월 : 시정의 기이한 인물이나 사건을 듣고 '방경각외전'을 쓰다.
1766년  월 : 장남이 태어나다.
1767년  월 : 아버지 사망. 장지 문제로 녹천 집안과 시비가 벌어짐. 벼슬길을 단념함.
1768년  월 : 백탑 근처로 이사하고 이덕무, 이서구, 유금, 유득공과 가까이 지내다.
1770년  월 : 감시의 양장에서 모두 일등으로 뽑혔다. 입궐하여 영조에게 극찬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박지원을 급제시켜 공을 세우고자 했으나 회시에 응하지 않거나 응시한다 하더라도 시권을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하더라도 노송과 괴석을 그린 그림을 제출하여 벼슬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1772년  월 : 식솔들을 처가로 보내고 서울 전의감동에서 혼자 살기 시작하다.
1778년  월 : 사은진주사 일원으로 북경으로 떠나는 이덕무와 박제가를 전송하다.
1780년 5월 : 진하사 겸 사은사 박명원과 동행하여 북경 등지를 여행
1786년 7월 : 유언호가 천거하여 선공감역에 임명되다
1787년  월 : 부인이 죽었다. 연암은 그 뒤로 죽 혼자 지냈다.
1791년 월 : 한성부판관, 안의현감으로 부임하다.

1793년 월 : <열하일기>의 잘못된 문체에 대해 속죄하라는 정조의 하교를 받고 반성문을 제출하다.
1797년 월 : 면천군수에 임명되다. <나는 껄껄 선생이라오> 집필하다.
1799년 월 : <과농소초>를 집필하다.
1800년 월 : 정조 승하하다. 양양부사로 승진하다.
1802년 월 : 아버지 묘를 이장하려다 유한준이 방해하여 좌절되다.
1805년 월 : 가회동 집에서 향년 69세로 죽다. ---------
 
 
고미숙씨가 번역, 편집하여 발간한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하)]는 크게 관내정사, 막북행정록, 태학유관록, 환연도중록 4개의 장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박지원의 원본에 별도의 권으로 분리되어 있던 황도기략, 황교문답, 곡정필담, 환유기, 옥갑야화 등을 4개의 장 속에 편집하여 삽입하였다. 역자는 [열하일기] 원본 중에서 독자들이 난해하거나 지루하다고 생각할만 한 부분들을 생략한 것이었고 그것은 책의 서문에 기술되었듯이 보리출판사에서 [열하일기 3세트] 완역본이 이 책 출간 직전에 출판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권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 관내정사(關內程史) > 7월 24일 / 7월 25일 / 7월 26일 / 백이 숙제 묘당을 둘러보며 / 난하를 건너며 / 석호석기 / 7월 27일 / 7월 28일 / 범의 꾸중(虎叱) / 7월 29일 / 7월 30일 / 8월 1일 / 8월 2일 / 8월 3일 / 8월 4일 / 북경의 이모저모(黃圖記略) / 공자묘를 다녀와서(謁聖退述)
- 산해관에서 북경까지의 기행을 담았다. 북경까지의 여행 중에 느꼈던 몇 가지와 북경에서의 특이한 여행기를 기사체 형식으로 별도로 정리했다.
- 호질 : 역자는 연암이 '열하일기' 속에 기록한대로 '호질'이 연암의 창작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자는 연암이 연행 기간 중에 많은 이야기를 구한 것 자체만으로 연암의 역할이 크다고 주장한다. 호질의 줄거리는 다 아는 바와 같이 사람 고기를 먹고 싶어 하는 범(호랑이)에게 졸개인 창귀들이 사이비 유학자인 북곽선생과 수절과부로 소문난 동리지를 추천하면서 전개된다.- 황도기략 : 북경의 이모저모를 관람한 소감을 적었다. 황성의 아홉 개 문, 서관, 만수산, 체인각, 황제의 마구간, 종묘와 사직, 천단, 범의 우리, 풍금, 서양화, 코끼리 우리(상방), 황금대, 황금대기, 옹화궁, 개우리(구방), 공작포, 오룡정, 구룡벽, 남해자, 회자관, 유리창- 알성퇴술 : 공자묘를 구경한 소감을 적었다. 태학, 학사, 관상대, 시원, 조선관
 









 
< 막북행정록(漠北行程論) > 막북행정록 서 / 8월 5일 / 8월 6일 / 8월 7일 / 밤에 고북구를 나서며(夜出古北口記) /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다(一夜九渡河記) / 8월 8일 / 만국진공기(萬國進貢記) / 8월 9일
- 북경에서 열하까지 가는 길이다. 청나라 황제의 독촉으로 인하여 400리 넘는 여정을 단 5일만에 도달했다. 휴식도 잠도 없는 강행군을 별도로 정리했다.- 야출고북구기 : 고북구는 예로부터 전쟁의 중심터였다. 후당의 장종, 거란의 태종, 여진의 희윤, 원나라 문종 등이 고북구에서의 승전으로 전쟁의 승기를 잡았다. 연암은 고북구의 장성에 붓을 꺼내 (물이 없어서) 술을 부어 먹을 간 후 "건륭 45년 경자 8월 7일 야삼경, 조선의 박지원, 이곳을 지나노라"라고 적는다.- 일야구도하기 : 연암 일행은 하루 밤에 하나의 강을 아홉 번 건너게 된다. 그만큼 강이 굽이쳐 흐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연암은 도를 깨우친다. "나는 이제야 도를 알았다. 명심이 있는 사람은 귀와 눈이 마음의 누가 되지 않고 귀와 눈만을 믿는 자는 보고 듣는 것이 더욱 섬세해져서 갈수록 병이 된다. 지금 내 마부는 말에 밟혀서 뒷수레에 실려 있다. ... 한번 떨어지면 강물이다. 내 마음이라 생각하리라. 그렇게 한 번 떨어질 각오를 하자 마침내 내 귀에는 강물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무릇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넜거난 아무 근심 없이 자리에서 앉았다 누웠다 그야말로 자유자재한 경지였다.)- 만국진공기 : 청나라 황제의 천추절을 맞아 주변 국가들이 사방으로부터 공물을 바치기 위해 열하를 향해 몰려들었다.



 
< 태학유관록(太學留館錄) > 8월 9일 / 8월 10일 / 8월 11일 / 찰십륜포(札什倫布) / 황교에 대한 특별 보고서(黃敎問答) / 8월 12일 / 8월 13일 / 8월 14일 / 천하의 형세를 논하다(審勢篇) / 왕민호와 나눈 말들(鵠汀筆談) / 코끼리를 통해 본 우주의 비의(象記) / 환타지아(幻戱記)
- 열하에서의 일정이다. 황교(라마불교)의 반서(달라이 라마)를 접견한 것, 황교에 대한 탐문 결과, 중국 학자들과의 밤을 세운 필담, 기타 열하에서 보고 들은 특이한 것들을 별도로 정리했다.- 연암은 조선이 가난한 까닭을 대체로 목축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목축과 관련한 조선의 한심한 상황을 여섯 가지로 정리하면서 그 이유가 '말을 다루는 솜씨가 틀렸고 말을 먹이는 방법이 옳지 못하며 좋은 종자를 받을 줄 모르고 관원들이 말 기르는 방법에 무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황교문답 : 연암은 '적국을 염탐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겉으로 드러난 형상을 통해 상대국을 제대로 분석해야 함을 역설한다. 연암은 열하에 이르러 자신이 헤아려 본 천하의 형세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또한 황교와 관련하여 청나라 관료나 학자인 학성, 추사시, 왕민호, 윤가전, 기풍액 등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곡정필담 : 이 글에는 연암의 우주관과 철학이 나타나 있다. 조선 후기에 한반도에서도 빛에 대한 학설, 지동설, 티끌을 통한 우주만물 생성론, 자연과 인간의 동일성, 제3세계설 등에 대한 주장과 이론이 있었다는 것은 뜻밖이었고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비록 그 이후에는 왕조와 사대부들에 의해 싹이 말라 버렸지만...


 

< 환연도중록(還燕道中錄) > 8월 15일 / 8월 16일 / 8월 17일 / 8월 18일 / 8월 19일 / 8월 20일 / 옥갑에서 밤들이 주고받은 이야기(玉匣夜話)
- 열하에서 북경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 옥갑야화 중에 그 유명한 '허생전(許生傳)'이 들어 있다. 연암은 청나라 학자들과 변승업이라는 조선 갑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윤영'이라는 사람에게서 허생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한다.


 
역자는 글들을 일상적인 여행기 뒤에 두어 시간의 흐름을 따름으로써 이해와 감정의 효율을 최대치로 올리려는 시도를 했다. 왕민호와 기풍액과의 인상적인 만남 이후 연암이 따로 「경개록」에 엮어 둔 그들에 대한 글을 「태학유관록」속에 넣은 것, 고북구를 떠나는 여정에「야출고북구기」가 따라 나오는 것, 열하에서 성승을 만나고 티베트 불교(황교)를 접하면서 그 뒤로 「찰십륜포」와 「황교문답」이 이어지는 배치. 그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배치는 자신의 호흡으로 직접 읽어본 이들만이 느끼고 행복해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바로 『세계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가 갖는 편집의 힘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역자는 편집 과정에서 연암과 이국 친구들과의 길고 긴 밤샘 필담 부분은 희곡 형식으로 처리했다. “형식적 구속 때문에 가슴속의 말을 자유롭게 쏟아낼 수 없다” 하여 시(詩)를 멀리했던 연암의 글답게, 형식의 구속 없이 자유롭게 희곡으로 엮은 것이다. 그리하여 예속재와 가상루에서 연암이 나누었던 필담의 희곡버전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을 박진감 넘치고 리드미컬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질적 존재들의 시끌벅적한 향연을 즐긴 건 에피쿠로스를 닮았고, ‘친구에 살고 친구에 죽는’ 우정의 정치학을 설파한 건 스피노자를 닮았으며, 웃음이야말로 삶과 사유의 동력임을 보여준 것은 니체를 닮았으며, ‘투창과 비수’의 아포리즘으로 통념의 기반을 가차 없이 뒤흔든 건 루쉰을 닮았구나!”
역자 고미숙이 박지원의 묘비명으로 바치고 싶다는 이 헌사에서 우리는 연암이 자신의 삶을 통해 그가 구현하고자 한 철학적 실천들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철저하게 비타협적인 연암, 그는 스스로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결국 자기 인생은 자기가 굴려가는 것, 그러니까 ‘내 멋대로’ 하는 거라는 진실은 현대의 경쟁 속에서, 그리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천편일률의 일상 속에서그래도 좀 괜찮은 삶을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가르침이다. 
역자는 좀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이들, 지루한 삶의 해독제가 필요한 이들에게 '연암과의 접속'을 강추한다! 
 
연암 박지원 선생의 [열하일기]를 다 읽고 보니 역자 고미숙씨를 비롯하여 그토록 많은 이들이 한반도의 수 많은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당부하는 뜻을 조금 알 수 있겠다.
 [열하일기]만 하더라도 당시 조선이 세상의 흐름에 닫혀있는 상태에서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진 명나라의 후계국임을 자임하고 유학의 고리타분함만을 암송하는 새태를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고리타분한 유학에서 벗어나거나 서학을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조선이 벽돌, 구들, 수레, 목축, 축성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청나라의 '이용후생'을 도입하여 백성들의 후생과 복지를 위해 노력했다면 역사는 지금까지와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암이 [열하일기]에서 지적하는 상당수 논거와 주장의 큰 틀은 연암이 연행기를 쓴 이후 2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가 지리적으로 사방이 바다와 대륙에 막혀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사방의 효과적인 문물을 도입하고 내세를 강화한다면 21세기 지금에서도 한국은 더욱 강력한 공동체와 국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가 공동체의 정책입안자, 관리자의 위치에 있는 자들이 '기득권'에 안주하여 과거의 잘못과 병폐를 고치지 못하고 미래를 향해 손에 움켜진 것을 내던지고 과감하게 나서지 못한다면 단기적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이 유지될 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신들의 기득권마저 아지랑이처럼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에서 말기까지의 과정에서 가장 크게 고통받는 것이 조선의 백성들과 뜻있는 지사들이었다면 앞으로 21세기의 남은 기간 역시 잘못하게 되면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중산층 이하 민중들과 뜻있는 사람들이 쓰러지고 고통받을 것이 자명하지 않을까???
 
[ 2011년 8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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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새로 쓴 물리교과서
최원석 지음 / 이치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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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청소년용 과학교양서다.
저자는 한국에서 상영하였거나 알려진 영화 속 스토리와 장면을 통해 청소년들이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연결하고자 한다.
 
저자는 책 서문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안방극장을 장악하기 시작한 사극들 - ’이산’, ’대조영’, ’주몽’, ’태왕사신기’ -에서 국사시간에 배웠던 시전이나 난전, 금난전권 등에 대해 새롭게 인식했다.
그런 드라마를 통해 저자는 잘 만든 드라마 하나가 역사 교과서 역할을 해낼 수 있고 청소년과 일반인들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마찬가지로 저자는 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이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업 매체가 영화라고 판단한 것이다.
단순히 과학에 대한 흥미를 넘어 과학-기술-사회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까지...
 
학생들의 질문을 끌어내고 대답을 끌어내어 과학에 유도하는...
사람을 극저온으로 냉동시킨 후 살려낼 수 있을까?
슈퍼맨이 공을 던지면 우주까지 날아갈까?
실제로 제다이의 광선검을 만들 수 있을까?
영화의 주인공처럼 전기에 감전되어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전구의 발명자가 에디슨이 아니라면?
날아가는 로켓을 기어 올라갈 수 있을까?
 
[힘과 에너지]를 배울 수 있는 영화 -
1. 운동의 기술 : 진주만, 슈퍼맨, 아폴로 13호, 80일간의 세계일주, 딥불루씨, 매트릭스3, 스피드, 아마겟돈, 터미네이터2, 슈퍼맨4, 투루라이즈, 사하라, 인크레더블,
2. 힘과 운동의 법칙 : 토이스토리2,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 헐크, 신세기 에반게리온, 툼레이더, 스파이더맨,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배트맨4, 스파이더냄2, 원피스, 라이터를 켜라, 트리플X, 아폴로13, 슈퍼맨2, 아마겟돈, 옥토버 스카이, 블랙호크다운, 슈퍼맨, 스타쉽 트루퍼스, 진주만,
3. 운동량과 충격량 : 엑스맨3, 슈퍼맨, 매트릭스, 플러버, 러쉬아워2, 아마겟돈, 툼레이더
4. 일과 에너지 : 반지의제왕3, 인크레더블, 터미네이터2, 블레이드3, 윔블던,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
5. 열역학 : 배트맨4, 투모로우, 매트릭스, 어비스, 타이타닉, 슈퍼맨3,
 
[전기와 자기]를 배울 수 있는 영화
1. 전류와 전압 : 슈퍼맨4, 신세기 에반게리온, 80일간의 세계일주, 스파이게임, 할루우맨, 미션임파서블3, 백투더픽처, 스타워즈-에피소드3,
2. 전기 에너지 : 아폴로13, 나홀로집에, 헐크, 미션임파서블3, 쥬라기공원
3. 전류에 의한 자기장 : 스파이키드2, 엑스맨, 터미네이터3, 스파이더맨2, 할로우맨,
4. 전자기 유도 :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대결, 한반도, 아는여자, 고공침투,
 
[파동과 입자]를 배울 수 있는 영화
1. 파동의 발생과 전파 : 마이너리티 리포트, 스타워즈, 쿵푸허슬
2. 파동의 반사와 굴절 : 미션임파서블3, 할로우맨, 어비스, 더 록, 블루스톰, 쿵푸허슬, 로드 투 퍼디션, 판타스틱,
미녀삼총사2,
3. 파동의 간섭과 회절 : 에너미라인스, 엑스맨3, 신세기 에반게리온, 아마겟돈, 더 록, 아이 로봇,
4. 빛과 물질의 이중성 : 엑스맨3,
 
[영화를 과학으로 생각하기]
80일간의 세계일주, 밀리언달러 베이비, 매트릭스, 아이로봇, 스타워즈 에피소드3, 마스터 앤드 커먼더, 스팀보이, 신화-진시황릉의 비밀, 나비 효과
 
조금 아쉬운 것은 저자가 영화를 보고 영화 속에서 과학을 이끌어 낼 때,  ’과학’ 그 자체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 이상의 교육자적 자질을 갖추지 못하는 것...
저자는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학생들에게 한 순간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고 왜 학생들이 과학을 배우는지에 대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저자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과학’ 그 자체만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즉, 저자 세대마저도 불완전하고 낮은 수준의 교육철학과 교수들을 접했기 때문이리라...
 

[ 2010년 7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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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미래 - 부동산 패러다임 시프트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 더팩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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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민간 싱크탱크 중 최근들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올해 두 번째 책을 출간했다.(첫 번째 책은 동연구소의 부소장인 선대인씨의 [세금혁명]) 이번 책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미래에 대한 내용이다.
 
2000년대 중반에 한국사회에는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불패신화'를 처음 받들었던 사람들은 '영원한 부동산 투기자'들이었고 조중동을 비롯한 상업 언론들이 부동산 광고에 현혹되어 앞다투어 불패신화를 가공, 포장하여 보도하였다. 부동산 불패신화에는 굳건한 6각 동맹이 있었다. 동맹이자 부동산 거품의 창조사슬, 그리고 부패 사슬은 투기자 - 건설회사 - 고위 공무원, 국토부와 재정부 관료 - 상업언론 - 부패 정치인 - 부패 교수/학자로 이어진다. 뒤이어 일반 직장인들과 주부, 서민들도 이 대열에 합세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불패신화가 깨지며 이젠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혼돈의 시기에 봉착한 부동산 시장. ‘빚내서 집 사고 땅 샀던’ 사람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부동산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꿰뚫어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거시경제 분석과 국내 부동산 분야에 전문성을 인정받는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집필진들이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분석방법에 입각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이야기한다. 우선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의 원인을 진단하고, 이로 인해 금융권을 비롯한 전체 경제 시장에 미칠 영향과 앞으로의 시장 동향을 예상한다. 이밖에도 유럽과 미국, 일본 등 해외 부동산 시장의 분석을 통해 세계 시장의 흐름 또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국책연구소나 민간경제연구소와는 달리 유료회원들이 연구소 운영의 토대라고 한다. 연구소는 매주 4~5회에 걸쳐 유료회원들에게 '경제시평', '특집', '시사경제', '경제단신', '일본/중화/미국 경제동향' 자료를 메일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보다 조금 더 깊숙한 경제분석 결과물을 원할 경우에 해당하는 '경제보고서' 회원제도도 운영 중이다. 
민간 연구소의 비밀이기 때문에 회원에 대해서는 외부적으로 공개되지 않지만, 연구소가 운영중인 인터넷 다음 카페의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의 회원이 오늘 현재 95,572명인 점을 감안하면 내 추측으로는 10만 명 전후로 보인다. 카페 회원 중에서 카페에 들어오고 의견이나 댓글을 남기는 회원이 매일 5,000명이 넘어설 정도로 회원들의 참여도가 높다.
 
이 책은 연구소가 올해 초부터 회원들에게 제공한 '경제시평' 등 자료를 기초로 하여 발간된 것으로 보인다. 3~4월 연구소가 발송해준 이메일 자료 중 이 책과 관련있는 자료는 올해 3월 11일 특집 '수도권 주택시장 현황'을, 3월 21일 '경제시평 '매매가 하락과 전세가 상승의 원인(1)', 3월 24일 경제단신 '1,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공공채 발행잔고', 3월 2일 특집 '투기에 취약한 지방 주택시장(1)', 3월 28일 특집 '전국 주택시장 동향 분석(1)'과 '매매가 하락과 전세가 상승의 원인(2)', 3월 31일 경제단신 '예금은행 대출로 본 지역경제 및 주택시장 동향', 4월 1일 특집 '전국 주택시장 동향 분석(2)' 등이다.
연구소는 이와 같은 식으로 매달 경제관련 자료를 회원들에게 발송해준다.
 
책은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 : 5.1 부동산대책과 시급한 건설업계 구조조정 / 주택공급 부족론의 허구 / 파주운정3지구 사태와 LH 구조조정
- 1장에서는 건설업계 사정이 개선되고 주택 가격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정부와 관제연구소, 상업언론의 주장을 비판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천문학적인 재정지원을 건설업계에 퍼주면서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미루어왔음에도 건설업계의 사정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더 이상 정부 지원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수도권 및 전국에 아직까지도 남아돌고 있는 미분양 주택과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규모를 고려하면 '신규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사기와 선동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2장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고 있는 대한민국 : 외환위기와 부동산투기의 시작 / 이명박정부의 부동산부양책 / 거품 붕괴에 대비하는 금융권
- 2장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저금리 정책이 부동산 거품의 불씨를 제공했고, 노무현 정부의 자기모순적 정책이 부동산 거품을 키웠다.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값과 건설업계 살리기를 공약으로 당선되었기에 당연하게도 부동산 경기부양과 건설업계 먹여살리기에 목숨을 걸고 있다.

3장 총체적 부실에 빠진 저축은행 : 저축은행 부실의 전조 / 참담한 저축은행의 현실 / 부동산 침체와 수익성 악화 / 저축은행 사태의 유일한 해법
- 3장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가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축은행의 부실은 구조적이고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측면도 있다. 90년대 금융자유화 정책을 추진할 때, 그리고 IMF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저축은행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방치했다.

4장 매매가 하락과 전세가 상승의 원인 : 전세 존재의 근거 / 전세가격의 형성 / 주택가격 상승시의 투기자 행태  / 주택가격 하락시의 투기자 행태
- 4장에서는 거품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전세가가 상승하는 이유를 분석한다. '전세대란'은 투기자들이 자신들의 투기실패에 따른 이자비용을 세입자들에게 전가하는 파렴치한 행위이다.

5장 전국 주택시장 동향 분석 : 수도권 주택시장 분석 / 광역시 주택시장 분석 / 지방 주택시장 분석
- 5장에서는 전국의 주택시장 동향을 분석한다. 거의 전국 모든 주택시장은 공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매매가 하락과 거래 실종, 시중은행의 대출 축소와 비은행 금융권의 대출 확대, 2009년을 전후하여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으로 인한 일시적인 가격 반등, 미분양 주택과 준공후 미분양의 잔류...

6장 해외 부동산거품 붕괴 사례 : 유럽발 위기의 근원: 부동산 거품 붕괴 / 더블딥 우려가 높아지는 미국 주택시장 /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 6장에서는 유럽과 미국,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 사례를 비교, 분석하고 있다. 올해 들어 국가부도와 채무불이행이 거론되고 유럽중앙은행과 IMF로부터 막대한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루투칼 그리고 PIIGS의 나머지 국가인 아이슬란드와 스페인 모두 200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가 재정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부동산이 한국경제와 한국민들에게 미치는 여파는 엄청난 수준이다. 그것은 한국인들에게 부동산(주택)이 의미하는 바가 서구국가들과 다르기 때문일 것이고 현실적으로 한국인들, 특히 중산층 이하 한국인들이 가계에서 지출하는 금액 중에서 부동산이 교육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0년대 들어서 대부분의 한국 중산층들은 부동산에 막대한 투자, 과투자를 감행했고 지금은 상당수 중산층들은 주택대출 이자로 고통받고 있거나 과도한 전세가와 임대료로 고통받고 있다.
지금 당장은 사람들이 물가인상과 반값 등록금, 무상교육과 무상급식, 최저임금과 세계적 재정/금융위기에 관심이 쏠려있고 보수언론 역시 부동산 문제가 보이지 않도록 이슈를 분산시키고 있지만 부동산은 언제 화산으로 분출될지 모르는 마그마처럼 대지 속에 도사리고 있을 뿐이다.
 
연구소의 결론은 한 마디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미래는 거품 붕괴"라 할 수 있다. 이미 한국의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2007년에 최고조에 달하였고 그 해에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 후 국가의 세금과 빚으로 거품 붕괴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3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부동산에 대한 공공부채 투입은 빠르면 이명박 정권 임기 내에, 적어도 다음 정권 임기 중에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루투칼처럼 '부메랑'이 되어 한국경제에 되돌아올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엄청난 피해가 누구에게 닥칠 것인가? 이미 지난 과거에서 수 없이 나타난 것처럼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될 것이고 국민들이 뼈를 깍는 고통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제외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제외되는 계층은 이명박정권의 측근들, 재벌과 대기업, 기득권층, 정부관료, 정치인, 보수언론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부동산/건설시장 부양'과 '부자 감세'를 통해 부자들과 기득권층의 배를 불려준 뒤 그 피해를 일반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구조인 것이고 가장 힘 없고 빈곤한 계층일수록 그 피해는 파괴적인 수준으로 다가올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부동산 거품의 붕괴는 당연한 것일 뿐이고 다만 붕괴 시나리오에서 두 가지만 남아 있다. 하나는 시점이고 하나는 방식이다.
첫 번째 문제인 '시점'은 이명박 정권의 집권 이내에 닥칠 것인가 다음 정권으로 떠넘겨질 것인가이다. 이명박 정권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다음 정권으로 넘기기 위해 집권 초기부터 해왔던 대로 온갖 부양책을 남발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국내 부동산의 거품 붕괴를 저금리와 부양책으로 버텨내고 있지만 우울하게도 외부로부터 충격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신용위기 강등과 유럽 PIIGS의 재정위기가 앞으로 국제적인 금융위기로 전개된다면 국제경제, 특히 미국경제에 80% 이상 동조화되어 있는 국내경제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고 그 불똥은 부동산 거품 붕괴로 번질 수 있다.
두 번째 문제인 '방식'은 서서히 붕괴할 것인가 아니면 일본처럼 대폭락할 것인가이다. 그리스와 아일랜드의 사례는 일본 사례와 비슷하면서도 더 심각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은 그리스와 아일랜드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고 4대강 죽이기 등 재벌건설업체를 먹여살리기 위해 투입한 수 백조원은 한국의 공공부문 부채비율을 PIIGS 수준으로 근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들은 2007년 '경제대통령'을 자임하는 이명박과 한나라당에게 사기당한 것이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던 것이다.
 
이론적으로 즉 경제학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는 시장이 왜곡된 수급 및 가격 불균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누적되어온 부동산 시장의 왜곡과 모순, 그리고 그로 인한 한국경제의 왜곡과 모순은 결국 시장의 힘에 의해 해소될 수 밖에 없다. "시장의 힘에 맡기는 것만이 경제의 성장 잠재력 훼손과 고통의 기간을 최소화하고 기회비용도 최소화하는 길이다"라는 것이 연구소의 '거품'에 대한 결론이다.
다만, 이 책은 부동산 시장이 '거품 붕괴'로 향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을 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는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연구소는 이 책 이외에도 [프리라이더]와 [세금혁명] 등 기존 발간 서적에서, 그리고 매주 발표하는 경제시평과 경제보고서 자료 등에서 대안과 정책방안을 계속 제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연구소가 아무리 적절한 정책을 제시한다고 해도 이명박 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연구소의 정책방향과 같은 제안들을 '여론 호도'나 '유언비어', 또는 포퓰리즘으로 매도하고 있을 뿐이다.
김광수소장이 다음 카페에서 현재의 정치권을 청년세대로 전면적으로 물갈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선대인 부소장인 '세금혁명당'을 조직하고 있는 모습이 연구소의 실망과 분노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거품 붕괴 과정에서 정치권과 정부가 할 일은? 그동안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고 방치해온 원인과 구조들을 규명하여 제거하고 시장 경쟁력을 상실한 건설회사와 금융기관, 부동산 관련 업체들을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을 키우고 방조한 각종 법규와 제도를 정비하고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기업이나 투기자들이 아니라 선량하고 성실한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은 연구소도 지속적으로 강조한 바 있는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임대차 주택의 안정화 제도 도입, 부동산 거래세 인하와 보유세 현실화, 각종 세금감면 취소, 임대사업 양성화 등이 될 것이다. '주거권'은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국민들의 기본적인 권리임을 다시 새겨야 한다.
  
이 책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흥미를 가지고 볼만한 책이다. 아니 한국경제와 부동산, 개인들의 삶이나 아이들의 미래의 삶을 걱정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이 책을 통해 조금씩 알고 인터넷이나 다른 자료를 통해 지식을 축적한 후 개인적인 의견과 입장을 세워야 한다.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전파하여 국민들의 여론으로 만들어야 하고 정치권과 정부에 정당한 국민적 요구를 전달하고 강제해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나서야만이 사회와 국가는 올바르게 정의롭게 운영되기 때문'이다.
 
[ 2011년 8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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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 까치글방 170
토머스 S.쿤 지음, 김명자 옮김 / 까치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사학자 토머스 쿤은 50여년 전(1962년) 이 책 한 권으로 과학계에 충격을 주었고 그 이후 끊임없는 열광과 찬사, 비판과 논쟁을 낳았다.
쿤은 처음 이 책을 출간한 이래로 2회에 걸쳐 수정판을 발간하였고 세 번째 수정판을 발간을 준비하다가 1996년에 타계했다.

토머스 쿤과 이 책은 과학사를 대학과 학계의 전공으로 탄생시켰고 ’패러다임(paradigm)’과 ’과학혁명 Scientific Revolution)’이라는 단어가 과학 뿐 아니라 전분야에서 사용되도록 영향을 미쳤다.
한 마디로 근본적으로 과학적 지식의 변천 및 발전이 혁명적으로 이루어진다 것으로, 과학의 진보가 축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종래의 귀납주의적 과학관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이 책은 발간 이후 과학계 그 자체 뿐 아니라 철학, 심리학, 언어학, 사회학, 정치학 등 학문과 정치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지금까지도 자연과학, 과학사, 인문학, 사회과학, 문화를 연구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되었다.
 
1922년 미국에서 태어난 토머스 쿤은 1943년 물리학 전공으로 하버드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였고 과학개발연구소에서 2년간 일한 뒤, 모교 대학원 물리학과로 돌아가 학위 과정을 받았다.
쿤은 1948년 하버드 대학 ’신진 연구원(junior fellow)’ 기간과 1951년 하버드 대학 교양과정 및 과학사의 강사와 조교수 경력을 거치면서 과학 사상의 혁명적 변화들에 대해 깊이있게 연구했다.
10여년간 철학, 심리학, 언어학, 사회학 분야의 폭 넓은 독서와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쿤은 자신의 과학혁명의 이론의 틀을 조금씩 갖추게 된다.
[코페르니쿠스 혁명(Copernican Revolution)]의 업적으로 학문적 역량을 널리 인정받은 쿤은 버클리 대학으로 옮겨서 과학사 과정의 개설을 주도한다.
그리고 2년 뒤 스탠퍼드 대학의 행동과학고등연구센터에서 사회과학자들과 생활한 것을 계기로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의 창안에 이르게 된다.
 
언론이나 학자, 그리고 우리들 마저도 가끔 사용하는 단어,  ’패러다임(paradigm)’....
패러다임은 어떤 뜻인가?
백과사전에서 ’패러다임’의 정의는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이론적 틀이나 개념의 집합체(네이버)’, ’어떤 한 시대의 지식인들의 합의로 형성된 지식의 집합체들(다음/구글)’로 풀이된다.
보통 우리가 ’패러다임’이라 용어를 사용할 때 역시 한 시대를 관통하는 일관된 사고방식을 뜻하게 되고 ’패러다임이 변했다’라는 식의 표현이 자주 나타난다.
즉, 과거의 낙후되거나 잘못된 생각들과 사고방식들에 대한 비판과 변화를 촉구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패러다임이란 언어 학습에서 사용되는 ’표준예(exemlar)’라는 뜻의 단어다. 즉, 언어학에서 나온 표현이다.
과학지식의 발전 이론에 이 용어가 도입된 것은 언어학의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쿤의 견해에 따르면, 학생들이 과학 교육에서 습득하게 되는 것은 흔히 논쟁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인 과학적 개념의 정의라기보다는 오히려 용어들이 사용된 예제들을 푸는 표준 방법에서이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과학 연구가 수행된다는 실제 과학의 특성에 주목함으로써, 과학 활동을 어학을 배우는 학생들이 표준형으로부터 여러 가지의 변형들을 이끌어내는 과정에 비유하게 된 것이 ’쿤의 패러다임의 출현’을 낳았던 것이다.
 
쿤은 이 책에서 자신의 이론을 역사적, 실제적으로 과학 활동이 어떻게 수행되는가에 대해서 경험적, 사회적 측면에서 타당한 설명을 제시한 다음에 규범적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쿤은 자신의 이론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구체적이고 방대한 실증자료와 역사적인 고찰, 전공을 막론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관점과 이론을 도입한다.
그 속에는 수 많은 과학자들과 그들의 저서, 특정 과학적인 실험과 이론을 둘러싼 논쟁과 결론들이 등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Physica), 프롤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Almagest), 뉴턴의 프린키피아(Principia)와 광학(Opticks), 프랭클린의 전기에관한실험과관찰기록(Experiments and Observations on Electricity), 라부아지에의 화학요론(Traite elementaire de kimie), 라이엘의 지질학(Geology), 막스 플랑크, 아인슈타인, 프레넬, 다윈의 종의기원(Origin of Species), 캐번시티, 쿨롱, 볼타, 리히터와 프루스트 등등...
 
역자(김명자교수)는 저자의 표현과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의역이 아닌 직역을 하였다고 소개한다.
그 대가로 나는 무지하게 난해한 표현과 문장으로 한 쪽 한 쪽 이해하고 넘기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상당한 집중력과 생각을 거듭하면서 여러번 앞뒤장을 다시 읽어야 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책을 모두 읽고 책장을 덮으면서 토머스 쿤과 이 책이 서구사회와 과학계에 미친 영향이 단순하지도 가볍지도 짧지도 않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한국사회에도, 한국 과학계에도 ’패러다임’이 존재할까 생각해본다.
’패러다임’은 그 당시 시대에 맞는 과학적인 것이어야 하고 과학적이라는 의미는 합리적이고 열려있어야 한다.
 
21세기 대한민국... 과연 ’패러다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아니, 1945년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어느 정도 기간이나 ’패러다임’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패러다임’이 존재하기 위한 전제는 합리적이고 열려있는 사고가 필요한데, 한국 과학계는, 한국 지성계는 과연 그러한가?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반공이데올로기와 국가기관에 의한 사찰이 횡행하고 있음에도???
 

[ 2010년 7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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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 상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2
박지원 지음, 길진숙.고미숙.김풍기 옮김 / 그린비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번 공부모임에서 차기 세미나 교재 선택을 위해 논의하다가 조선시대 연암 박지원선생의 [열하일기]로 결정했다. 여러 가지 [열하일기] 중에서 보리출판사에서 출간한 3권짜리로... 보리출판사 발간본은 북한문예출판사가 펴낸 <겨레고전문학선집> 시리지 중 하나로 북한 고전전문가인 리상호선생이 완역한 것이었다.
완역본이기 때문에 3권을 합하면 모두 1,500쪽을 넘었다. 인터넷에서 책 소개를 찾아보았더니 보리출판사의 완역본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박지원선생의 [열하일기]를 본격적으로 소개한 고미숙씨가 번역한 책도 출판되어 있었다. 특히 고미숙씨가 편집,번역한 이 책은 초보자가 쉽게 읽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이 들어있다고 소개되어 있어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연암 박지원선생과 [열하일기]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 잠깐 아주 간략하게 소개된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열하일기]를 접하지 못하다가 지난 2008년 소설가 김탁환씨의 '백탑파 시리즈'를 읽으면서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김탁환씨의 '백탑파 시리즈'는 [방각본 살인사건] 상/하권과 [열녀문의 비밀] 상/하권, 그리고 [열하광인] 상/하권을 말한다. 세 가지 소설 모두 김탁환씨가 고전과 자료들을 고증하고 연구하면서 써낸 '팩션소설'이었다. 조선 정조시대 박지원을 비롯한 이덕무, 박제가, 홍대용, 백동수 등 실존인물과 함께 가공인물인 의금부 도사 이명방을 주인공으로 하여 당대의 사회상황과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여 흥미롭게 풀어낸 작품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참 무식했던 것이 [열하광인]을 읽기 시작할 때까지 '열하광인'의 '열하'가 [열하일기]를 말하는 지 알지 못했다. 
 
나는 언젠가부터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굳이 '온고지신'이라는 말을 떠올릴 필요도 없이 인류가 호포사피엔스로 진화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록과 문화가 존재했고 인류는 자신의 가장 진화된 특성, 즉 과거의 기록과 문화를 통해 미래를 열어나간다는 측면에서 '역사'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과거의 기록과 문화 중에서 '고전', 즉 인간사회의 보편성과 창조성을 보여주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영향을 끼친 학문이나 이론을 알기 위함이었다.
나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고전'으로 받아들인 만한 것이다. 한국 고전으로는 이미 유득공의 [발해고]를 읽은 바 있다.
 
연암 박지원선생은 1780년 청(靑)나라 건륭황제의 칠순을 축하하는 조선 사절단의 수행원으로 동행했다. 음력 5월에 길을 떠나 6월 24일에 국경을 넘었고 북경(연경)과 열하를 거쳐 다시 북경을 통해 조선으로 돌아오는 장장 6개월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하룻밤에도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너는 사투와 2,300리에 이르는 여섯 달간의 대장정, 그리고 귀국 후 연암골에 틀어박혀 7년 동안의 각고 끝에 26권 10책에 이르는 [열하일기]가 완성되었다. [열하일기] 속의 기록은 6월 24일부터 8월 20일까지의 여행기와 별도의 수필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역자인 고미숙씨 등은 [열하일기]에서 여정 뿐 아니라 유머와 우정, 그리고 유목이 가득하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열하일기]는 역사상 세계 그 어느 여행기보다도 더 가치가 있고 뛰어난 여행기라고 주장한 것이다.
 
연암이 생각컨대 소(小)중화주의에 찌든 조선의 사대부들에겐 당시 청나라 문명의 풍요로움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중화 문명을 보는 연암의 유일한 잣대는 중국 사람들의 생활상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것! 그래서 그의 눈에 가장 눈부시게 다가온 것은 화려한 궁성이나 호화찬란한 기념비가 아니라 구체적인 일상을 끌어가는 벽돌과 수레, 가마 등이다. 조선의 현실이 그만큼 열악했던 것이다.
오랑캐의 문물을 소개하며 현실을 바로 보자는 연암의 주장은 기존의 질서와 가치를 뒤엎으려는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명나라가 망한 지 100년이 넘은 시점에도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게 얼마나 어려웠는지는 연암이 옛 성터에서 눈물짓는 장면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다양한 은유와 역설, 그리고 종종 남의 이야기를 전하는 듯한 형식의 [열하일기]는 성리학과 중화의 울타리 밖으로 나가려 한 당대 지식인들이 겪은 사상적 고투의 기록인 것이다. 

 



 
이 책은 사행단 구성과 여정도,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 시작하고 있다. [열하일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사행이나 비장이 무엇인지 감을 잡기란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고전에 익숙지 않은 모든 이들을 위한 편집의 일환으로 다른 판본과는 차별화된 배치를 하고 있다.



 
 



 



 
 
[ 2011년 8월 10일 ]



 
------ * 연암 박지원(1737~1805)은 누구인가? --------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며 문인이다. 호 연암(燕巖). 정조 4년(1780), 진하사 겸 사은사가 되어 청나라에 가게 된 종형 박명원과 동행하여 북경 등지를 돌아다니며 이용후생(利用厚生)하는 청인들의 실생활을 보고 돌아와 쓴 기행문이 [열하일기]이다. 홍대용·박제가 등이 소속되어 있던 북학파의 거두로서 우리나라 실학 연구에 있어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였다. 문학에 있어서도 유려한 문장과 진보적인 사상으로 한문소설인 [양반전], [허생전], [호질], [마장전], [예덕선생전], [민옹전] 등 여러 작품을 썼으며, 저서에는 [연암집], [과농소초], [한민명전의] 등이 있다. ---------
 
 
이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이 정리되어 있다. 국경 출발부터 '산해관'까지의 여정이다.
< 도강록 > 도강록 서 / 6월 24일 / 6월 25일 / 6월 26일 / 6월 27일 / 6월 28일 / 6월 29일 / 7월 1일 / 7월 2일 / 7월 3일 / 7월 4일 / 7월 5일 / 7월 6일 / 7월 7일 / 7월 8일 / 7월 9일 / 요동 옛 성에 올라 / 요동의 백탑 / 관제묘 풍경 / 소묘 / 광우사 이야기 - 6월 24일 : 비장과 역관, 하인들의 옷차림을 설명한다. 수역 홍명복에게 "자네가 길을 아는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6월 26일 : 마두 득룡이 금석산을 가리키며 명나라 말기 형주사람 강세작에 대해 이야기한다.- 6월 27일 : 중국 봉황산의 전경, 사행단의 관례, 책문에서 청나라 관리들에게 예단 전달, 책문 내 시장의 전경을 기록했다.- 6월 28일 : 중국의 벽돌과 기와의 제작, 이용의 장점과 조선의 건축과 기와의 단점을 비교한다. 중국 변경 인근의 주택구조를 설명하고 한사군, 발해, 평양, 패수의 지리적인 혼란스러움을 지적한다. 중국 성과 성문, 누각을 설명한다.- 7월 1일 : 만주족 여인의 옷과 머리차림을 설명한다.- 7월 2이 : 중국의 벽돌가마와 조선의 기와가마를 비교,설명한다.- 7월 3일 : 중국의 결혼 행렬과 풍습을 설명하고 만주족 훈장과 필담을 나눈다.- 7월 5일 : 중국식 벽돌식 방고래/구들의 건축과 그 장점을 설명하고 조선의 그것과 비교한다.- 7월 7일 : 관제묘의 구조와 장식을 설명한다.- 7월 8일 : 요양의 백탑을 이야기하고 아이의 울음에 대해 설명한다. 요양의 드넓은 벌판을 마주하면서 "훌륭한 울음터로다! 크게 한 번 통곡할 만한 곳이로구나!"라고 외치다.

< 성경잡지 > 7월 10일 / 7월 11일 / 예속재에서 만난 친구들 / 가상루에서의 아름다운 만남 / 7월 12일 / 7월 13일 / 7월 14일 / 성경의 사찰들 / 요동의 산과 강
- 7월 10일 : 작은 마을의 객점에 들어가 그 구조를 살피고 주인 부부와 필담을 나누다. 심양 가기 전의 불탑을 기록하고 심양에 도착하여 심양성의 내부를 살피다.
- 7월 11일 : 예속재에서 이귀몽, 배관, 비치, 전사가, 오복과 필담을 나누다.
- 7월 12일 : 여행 중 상가집에 우연히 들러 문상하게 되고 이도정에 도착하여 술가게에서 붓글씨를 뽐내다.
< 일신수필 > 일신수필 서 / 7월 15일 / 7월 16일 / 7월 17일 / 7월 18일 / 7월 19일 / 7월 20일 / 7월 21일 / 7월 22일 / 7월 23일 / 망부석이 된 맹강녀 / 장대에 오르내리기가 벼슬살이 같구나 / 산해관에 올라 고금의 역사를 생각한다.
- 7월 15이 : 일류/이류/삼류 선비론을 논하고 중국 수레구조를 설명하고 수레제도의 장점을 논하다. "사방이 수 천리나 되는 나라(조선)에서 백성들의 살림살이가 가난한 까닭은 한마디로 말해 나라 안에 수레가 다니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찌하여 수레가 다니지 못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역시 양반들 잘못이라고 답할 수 밖에 없다."(p.244) 연희무대, 저자, 점방, 교량을 설명하다.- 7월 16일 : 북경 8경 중의 하나인 '계문연수'를 말하다.- 7월 17일 : 호행통관 쌍림의 인물됨에 대해 말하다. - 7월 18일 : 송행전투와 오삼계, 이자성의 난을 거쳐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가가 세워지는 과정을 논하다.- 7월 19일 : 영원성과 초가패루를 감상하다. - 7월 20일 : 청돈대의 해돋이를 감상하다. - 7월 22일 : 중국의 털모자와 조선의 은의 상거래 관계를 논하다.출판사는 고문(古文)의 고루함을 비웃었던 연암의 글이니 만큼, [열하일기]가 읽히지 않는 것은 죄악으로까지 규정한다. 이 책[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는 그러한 연암의 애초 의도와 문장론을 살리는 데 집중한 책이다. 풍부한 그림과 자료, 상세한 해설, 배경지식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이 연암의 문장을 타고 막힘없이 흐를 수 있도록 편집의 과정에서 최대한의 친절을 발휘했다.
원래 [열하일기]는 여정을 따라 가는 편년체 방식으로 쓰인 7편의 글들과, 여정과는 별도로 쓰인 기사체 글들이 공존하는 책이다. 기존의 배치대로라면 읽는 이들이 연암의 여정과 의식의 흐름을 밀도 있게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역자들은 각 여정 편들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사건들에 대해 적은 기사체 글들을 그 뒤에 두어 시간의 흐름을 따름으로써 이해와 감정의 효율을 최대치로 올리려는 시도를 했다.
[열하일기]는 200년을 훌쩍 넘긴 고전이다. 나도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 완역본 3권 중 두 번째 권을 읽고 있지만, 보통의 독자들이 읽기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역자들은 편집 과정에서 연암과 이국 친구들과의 길고 긴 밤샘 필담 부분은 희곡 형식으로 처리했다. “형식적 구속 때문에 가슴속의 말을 자유롭게 쏟아낼 수 없다” 하여 시(詩)를 멀리했던 연암의 글답게, 형식의 구속 없이 자유롭게 희곡으로 엮은 것이다. 그리하여 예속재와 가상루에서 연암이 나누었던 필담의 희곡버전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을 박진감 넘치고 리드미컬하게 풀어내고 있다. 또한, ‘유머리스트’로서 연암을 파악하고 있는 역자들은 이 책에서 마치 연암이 살아 돌아온 것 같은 생생한 말투를 씀으로써, 연암이 보여준 기행(紀行) 속의 기행(奇行)과 그의 경쾌함을 거침없는 번역으로 표현하고 있다.


----- * 역자 고미숙, 김풍기, 길진숙은 누구인가? -------
<고미숙> 1960년 강원도 정선군 함백에서 광부의 딸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에서 독문과를 졸업하긴 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대학원은 국문과로 ‘전향’해서 고전시가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내 일상의 대부분은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이루어진다. ‘공부와 밥과 우정, 그리고 자전거’, 이것이 요즘 내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이다. 지난 10년간 내 공부의 원천에 『열하일기』가 있었다면, 지금 나를 매혹시키는 건 루쉰과 『동의보감』이다. 『열하일기』가 그랬듯, 루쉰과 『동의보감』과의 마주침 또한 내 인생의 큰 변곡선이 될 것 같은 ‘강한 예감’에 휩싸여 있다. 그 동안 쓴 책으로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나비와 전사』,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등이 있다. 내가 쓴 거라기보다 연구실이 내게 준 선물들이다.
<김풍기>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시작한 고등학교 교사생활은 내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지 못했다. 내 정신을 맑게 해주는 것이라곤 오직 책과 더불어 노니는 것뿐. 그러던 중에 고려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가 한문 공부를 하면서 오만과 허영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만나게 된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는 들뢰즈를 만나고 니체를 다시 만나고 스피노자와 원효를 만났다. 예전에 읽었던 책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읽혔고, 평범한 이야기도 경이롭게 들렸다. 그제야 비로소 고전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인생의 전환점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적극적으로 포착하려는 순간, 내 삶이 한 순간도 멈춘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옛시와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삼라만상을 열치다』, 『시마』 등을 지었고, 『누추한 내방』, 『옥루몽』 등을 옮겼다.
<길진숙> 고등학교 때 고전문학을 향한 무모한 애정으로 이화여자대학교 국문학과에 들어갔고, 대학원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학력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공부는 점차 협소해지고, 사유는 날로 빈곤해져 갔다. 감동을 상실한 공부로 고민하던 차에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만났다. 이곳에서 나는 공부라는 드넓은 세계와 만났다. 여러 사람들과 『열하일기』를 함께 읽고 강독하면서 박지원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그 관심은 동아시아 고전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지금은 18세기 조선시대의 사상과 문화, 명청시대의 철학과 사상을 공부하고 있다. 양명학과 노자, 장자, 불교의 세계에 매료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조선전기 시가예술론의 형성과 전개』가 있다. -------- 


 
역자 고미숙은 조선 왕조 5백년에 더하여 한반도 5천년 역사를 통틀어 꼽는 단 하나의 텍스트로 [열하일기]를 들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오천 년 이래 최고의 명문장’이기 때문일까? [열하일기]를 읽어보면 연암은 자신의 지위에도, 머무는 곳에도 정착하지 않았던 진정한 ‘노마드’(유목민) 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가고자 했던 삶과 그 삶에 대한 믿음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이 꾸려가는 삶의 선택이나, 젊음의 특권인 용기를 상실한 21세기 한국인에게는 없는 그 믿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2000년대를 살면서도 여전히 고리타분한 우리에게 230년 전 연암의 삶과, 여행과, 기록은 긴 시간을 초월하는 ‘색다른’ 고전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도 요동치면서 그 생명력을 자랑하는 [열하일기]를 새삼스럽게 지금 다시 불러온 이유는 바로 그것이 발산하는 다른 고전과의 ‘차이’ 때문인 것이다.

여행기를 읽다가 연암의 포복절도할 행각들에 잠시, 우리의 고등학교 시절에는 ‘박지원’과 ‘이용후생’이 동급으로 암기되었단 사실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수레와 수차, 도르레와 벽돌, 기와, 가마, 복식과 말 기르기 등에 대해 풀어 놓은 ‘실용적’ 입장에서의 관찰과 성찰을 읽고 있노라면, 비로소 그가 북학파의 핵심인물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오르게 된다.
함께 길을 가다가 몰래 빠져 나와 남의 집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기록해 놓은 그의 호기심과 열정은, 이 책을 여타의 여행기들과는 차별되는 독보적인 위치에 자리하게 한다. 그리고 그 호기심의 산물인 이 책에서 우리는 ‘18세기 그때 그시절 박물관’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구들과 중국식 구들인 ‘캉’(?)이 어떻게 다른지 시시콜콜하게 적어 놓고, 깨진 기와조각을 마당에 박아서 진창을 예방하는 데 쓰임을 발견하여 그 감탄을 적어 놓은 이 책은 연암의 ‘지식저장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가 [열하일기]를 읽는다는 것은, 연암이 발로 뛰며 채워 놓은 지식저장소를 가만히 앉아서 훔쳐보는 조금은 뻔뻔한 일이 된다. 말똥과 수레를 찬양한 연암, 저잣거리에서 이야기를 채집하는 연암, 점방 벽에 적힌 재미난 얘기를 밤새 베껴 썼기에 이 책이 "세계최고의 여행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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