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의 도시정책 (양장) - 더 좋은 도시, 더 행복한 시민
조명래 외 지음, 한국공간환경학회 기획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5세훈 전서울시장이 '복지 포퓰리즘'을 내세우며 강행한 주민투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10월은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한창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이명박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 정책에 대한 심판이란 성격을 띠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삽질행정'으로 국토의 산과 강을 파헤쳤고 박정희식 토목공사와 건축공사로 '경제성장'을, 금융자유화와 부자감세, 재벌편중 정책을 내세웠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정책이 실패임이 드러나고 있다.
한나라당은 5세훈의 '복지 포퓰리즘'을 강력하게 지지했던 나경원 의원이 단독으로 출마한 상태고 그녀보다 더 수구적인 심은하의 남편이 자유선진당 후보로 나서겠다고 선언했다가 포기했다. '나꼼수'에서는 두 사람을 매개로 한 보수대연합을 예측하기도 하지만...
야권에서는 모레 단일후보가 결정된다. 평생을 인권변호사, 시민사회운동, 기부와 나눔운동, 희망제작소 활동으로 살아온 박원순 후보가 현재 민주당의 박영선 후보, 민주노동당의 최규엽 후보를 누르고 야권 단일후보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서울시장이 펼쳐야 하는 서울시의 새로운 정책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혼자서, 혹은 몇명이 서울시 행정을 결정할 능력도 지위도 없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시장과 서울시 관료, 서울시 의회가 앞으로 진행할 정책들이 과연 서울시민과 한국의 장래에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각자가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또 다시 서울시민들의 삶이나 의사, 행복과는 거리가 멀게 될 것이다. 적어도 기존의 정책에 대해, 새로운 정책에 대해, 서울시 운영방식에 대해 각자가 '예', '아니오'라는 의사를 표시할 수 있어야만이 조금이나마 서울시 행정이 서울시민의 의지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현재의 정치상황, 선거상황과 맞아 떨어진다. 이 책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어떻게 도시정책을 펼쳐야 하는가에 대해 일부 학자들이 새로운 방향과 방식을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의 화두는 뉴타운이나 도시는 개발이 아닌 복지와 교육이었다. 무상급식, 보육, 사회적 기업과 일자리, 생태와 환경은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까지도 거역하기 어려운 정책영역이 되어 버렸다. “콘크리트 예산에서 사람 예산으로”가 설득력 있는 구호로 다가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야당은 압승했고, ‘사람 중심 도시’가 미래 도시비전을 압축하는 말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방선거의 열기가 식어갈 무렵, 몇몇 연구자들에게 걱정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른바 새로운 도시정책을 공약하고 당선된 수많은 단체장이 실제 어떤 정책으로 성공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과거 개발주의 열풍이 불 때는 그저 조감도만 내놓고, 인허가만 챙겨 봐도 도시의 변화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다른 조건에서 도시정책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의 부동산 경기 침체나 산업 침체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성장의 한계 혹은 저성장 시대의 징후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새로운 도시정책에 대한 기대는 커졌지만, 실제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있느냐에 대한 걱정이었다. 자칫 기대만 부풀려 놓았다가, 결국 과거 무분별한 개발패러다임이 더 나았다는 실망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커졌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에 2010년 9월부터 한국공간환경학회에 소속된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도시를 진단하고, 개혁적 도시정책의 목표와 실행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연구모임이 그 시작이었다.
 
책을 기획한 김수현교수에 따르면, 이 책은 여러 학자들이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새롭게 대두된 ‘사람 중심 도시’ 개념에 따른 도시개발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필자들이 논의한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우선 지금 우리나라 도시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인구, 산업, 개발여건 등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따라서 우리 도시정책의 토대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를 알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적어도 상당기간 저성장 단계에 들어설 수밖에 없고, 이는 종전과 같은 개발주의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서둘러 대안적 도시성장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이미 바뀐 상황을 과거의 수단으로 대처하는 모순에 빠진다는 문제의식이었다.
두 번째는 그 같은 새로운 도시모델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산업에서부터 도시계획, 문화, 인권, 공동체에 이르는 각 분야에서 개혁적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었다. 이미 6·2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런저런 ‘좋은 모델’과 사업도 제안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실제 실행할 수 있는 지방정부 조직이 있는 마당에 보다 현실감 있는 과제를 마련해야 하는 고민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실제 지방행정과 지방정치에 몸담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현장에서의 실험과 경험을 함께 고민하는 과제가 있었다. 아직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어떤 문제의식과 정책으로 새로운 도시패러다임을 실천할 것인가 하는 논의였다."(p.05)
 
이 책에는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어떻게 도시정책을 펼칠 지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많은 아이디어와 세부정책이 담겨있다.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지역 시민사회단체, 개인들이 지역사회를 어떻게 활성화시키고 시민들의 참여를 높일지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책의 앞 부분에 한국경제가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다는 논리와 근거가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 어설프게 한국경제가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다고 주장하기 보다 기존에 저성장 시대임을 제시한 여러 자료와 책자를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타당한 듯 하다. 책 속의 저자들은 경제학 전공가들이기 보다 지리, 도시, 행정, 부동산, 정책 분야의 전공가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해당 학문의 전공자가 반드시 탁월한 전문가는 아니지만...ㅋ)
 
 
책 속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서장>에서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저성장'에 대해 이론적인 설명을 덧붙인 후, 한국 경제가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다고 분석하면서 고성장 시대와 달리 저성장 시대에 도시화와 도시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고, 도시정책의 조건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제시한다.
그가 제시하는 조건은 적정한 도시성장 모델을 찾아 이를 구현하는 데로 정책자원을 집중해야 하고, 선진국 경험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하며, 개발주의 도시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을 구현하는 데 최대의 역점을 두어야 하고, 고도성장 시대를 넘어서는 정책의제를 다양하게 발굴하여 제도화해야 하며, 한국적 성공사례를 발굴하여 널리 소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1부 [진단과 방향], 제1장 <21세기, 좋은 도시의 조건>에서 정춘호 강원대 교수는 '좋은 도시'에 대한 여러가지 개념과 요소를 소개한 후, '좋은 도시의 틀'에서 바라본 한국의 주요 도시의 현황과 상태를 비교,분석한 결과를 보여준다. 분석 결과, 그는 한국의 도시에는 다양성의 경제를 활용한 기존 지식의 조합을 의미하는 슈페터적인 혁신을 이루기 위한 필요조건인 사회자본과 개방성,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그에게 있어 '좋은 도시'란 "연대성의 확장, 즉 차이와 다원성이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동원되는 일련의 실험을 의미한다. 사회정의, 돌봄의 윤리, 평등, 상호성의 원칙에 기반을 두어 시민적 공동체를 확장, 심화하는 것이 좋은 도시의 요체이다. 따라서 집합적 비전을 창출하고 공공재를 제공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주요 임무이다." 따라서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적인 인프라 건설, 즉 개발주의적 사고 대신에 다양성과 차이를 담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투입요소에 의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어야 현재 도시의 성장 과정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대안 모색이 가능할 것이다."
 
제2장 <도시발전 패러다임 변화와 성장편익 공유 도시>에서 서울대 김용창 교수는 자본주의 발전단계에서 도시 성격이 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도시는 끊임없이 생성, 소멸하는 숙명'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저성장 시대에는 과거의 고속성장 도시발전 모델에서 새로운 도시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의 도시 성장 모델이 공간효율성, 생활양식, 환경영향 측면에서 가져오는 각종 병폐를 나열한 후, 새로 부상하는 도시발전 패러다임으로 성격에 따라 광역도시, 세계도시, 네트워크도시, 창조도시, 유비쿼터스도시, 생태도시, 건강도시, 슬로시티, 스마트성장도시, 지방의제21 등을 제시한다.
김교수는 광역도시화와 거대개발사업 위주의 도시발전전략은 '결과적으로 대다수 주민에 대한 지속적인 무력화를 낳고 궁극적으로는 이중도시와 빈부격차의 확대만을 남겨놓을 뿐'이라고 비판하면서 새로운 도시발전전략으로 환경적 지속가능성, 민주적 의사결정, 사회문화적 가치, 계층 통합적 가치를 반영함으로써 개발사업의 '다목적' 통합성을 높여야 하고 이러한 통합적 발전전략을 통해 더 견고하고 활력이 있으면서 더 평등주의적인 도시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3장 <6.2 지방선거에 나타난 진보적 도시정책의 과제>에서 서울대 박배균 교수는 2006년 전국 지방선거에서 각 후보, 당선자들이 제시한 정책공약과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의 정책공약을 비교하면서 지방선거 공약과 민심의 동향에 대한 대응관계를 연구한 결과를 제시한다. 2006년과 비교하여 6.2 지방선거 당선자의 공약의 변화는 몇 가지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그것은 성장주의와 개발주의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고 그럼에도 복지에 대한 정치적 요구가 증가하였으며, 그만큼 성장주의와 개발주의가 2006년과 비교하여 약화되었음을 나타났다.
박교수는 6.2 지방선거의 민심을 통해 본 진보적 도시정치의 과제로 지자체 발전을 저해하는 기존 행정제도와 중앙-지방 특수관계의 틀을 바꿀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의 필요, 기존의 중앙-지방관계의 틀 속에서 지자체에 허용된 정책적 자율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진보적 정치세력 확대의 전기가 될 수 있는 정책의제의 개발, 도시나 지역사회 내 지역토호들의 정치적,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풀뿌리 민주주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수단의 강구, 지역주민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장소적 정체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열려 있는 장소적 정체성을 구성해야 함을 제시한다.
 
제2부 [분야별 평가와 제안], 제4장 <대도시 경제의 전환과 대응>에서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정병순 연구위원은 20세기 후반기 이후 선진국 대도시의 경제는 서비스화로 변화되었고 서비스산업 내에서도 사회서비스업이 급성장하여 사회경제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아이디어 기반의 창조경제(Idea-based creative economy)가 부상하면서 대도시 공간경제가 재구조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대도시의 모습은 대도시 경제정책에 있어 성장의 지체, 고용 없는 성장, 경제사회적 양극화라는 삼중고를 가져왔다.
정연구위원은 구조전화기 대도시 산업정책의 미래를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21세기형 대안경제(커뮤니티비지니스, 사회적 기업)를 육성해야 하고 '지구기반 권역중심'의 발전전략을 모색하고 상향적 네트워크형 정책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5장 <시민과 지역 친화적 복지를 찾아서>에서 유범상 방송통신대 교수는 시민들의 사회적 위험(양질의 교육,의료,주거,소득 등)에 대한 책임은 개인이나 가족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가 담당해야 함을 강조하고 따라서 사회복지는 선별주의가 아니라 보편주의가 중요함을 말한다. 그리고 보편주의는 사회복지 관련자들의 참여, 특히 조직된 시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이런 점에서 복지국가는 "자각한 시민과 조직하는 시민들이 관료와 군부의 통치가 아닌 자신을 통치하는 제도화의 과정, 다시 말해 '시민의 자기통치'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결과물"이다. 역으로 말하면, '자각하고 조직하는 시민이 없는 복지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사회복지를 위한 비용은 당연히 시민의 사회적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지역에서 구체적으로 집행하는 지자체야말로 사회복지 수행의 실질주체가 된다. 지자체의 역할은 사회복지정책 수립의 기본 틀을 수립하고 주민의 조직화와 거버넌스를 형성해야 하며, 보편주의 사회복지를 위한 프로그램과 제도를 도입하고 지역의 복지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제6장 <회색의 세상, 녹색의 도시>에서 이상헌 한신대 교수는 토건국가 패러다임이 지속되고 있는 한국에서 녹색도시의 가능성을 검토한 후 녹색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과제를 제시한다. 이교수가 제시한 과제들로는 전문가의 공정성 및 책임성 확보, 정보 공개, 시민참여 확대, 개발의 공공성 확보, 녹색건물, 녹색일자리, 녹색교통 등이 있다.
 
제7장 <사람 중심의 도시개발이 가능하다>에서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박정희 정권이래 시작된 팽창적 도시개발정책의 도입과 전개를 역사적으로 검토한 후 21세기 한국에서는 팽창적 도시개발과 공급만능주의 부동산 정책이 불가능함을 설명한다. 즉, MB 정부와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뉴타운개발 등 도시개발방식의 전환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저성장 시대에 맞는 도시개발방식을 제시한다.
변교수는 앞으로의 도시개발 원칙은 물리적 시설개선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종합적인 발전방안의 하나로 추진, 지자체의 역할을 사업의 신속한 추진 지원이 아니라 도시발전에 대한 종합계획 수립자로의 변경, 사업추진과정을 주민들을 위한 사회적 학습과 민주주의 교육의 장으로 이해, 도시개발사업이 부동산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기반을 둔 고유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으로의 인식, 개발 후 청산이 아니라 관리와 운영이 중심이 되는 개발 등이라 주장한다.
 
제8장 <성장기 택지개발의 후유증과 치유 : 경기도 사례>에서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택지개발 제도의 변천 경기도 택지개발 현황을 조사한 후, 경기도 지역의 택지개발의 한계를 지적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다. 한계로 지적되는 사항은 1. 도시계획과 무관하게 벌어지는 택지개발은 입지조건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무계획적으로 이루어져 도시의 공간구조는 물론, 경부고속도로 축을 따라 '포도송이'처럼 집중되어 광역 공간구조를 왜곡시켰고 2. 경기도의 택지개발은 '신도시 건설'을 뒷받침하는 도구로 활용되어 자족성과 다양성이 결여된 베드타운으로 전락시켰고 3. 저렴한 주택공급이 아니라 '개발이익'을 ?아 이주하는 주거인구를 단시일에 흡입하는 불균형을 초래하였고 4. 공익을 빙자한 사실상의 사적인 '개발이익'을 취대한 실현하는 조건에 충실하여 공공임대주택의 실종 등 주택정책을 왜곡시켰고 5. 저렴하고 신속한 토지개발을 선호함에 따라 택지개발이 대부분 도시 밖 그린벨트를 침범하여 도시의 외연적 확산, 지역 간 불균형 심화, 토지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제한, 구도심의 재개발 억제의 결과를 가져왔고 6. 그동안 택지개발을 주도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재정난으로 사업추진의 한계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조교수는 바람직한 택지개발의 방향으로 지자체가 직접 관장하는 계획방식으로 추진, 택지개발방식에서 도시개발방식으로 전환, 신개념 도심재생 우선, 개발주체와 방식의 다양화,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또는 도시개발법 등과 통폐합(택지개발촉진법은 특별법으로 국토계획법을 무시하여 국토의 난개발을 주도해왔다.) 등을 제시한다.
 
제9장 <진보 단체장을 위한 도시계획 십계명>에서 정석 경원대 교수는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진보적 지자체장들에게 도시계획 행정을 펼치는데 반드시 유념해야 할 열 가지 원칙을 제안하면서 세부적인 사례와 정책과제들을 제시한다.
첫째, 도시는 떡이 아닙니다. 마구 주무르지 마세요. 둘째, 도시계획의 본연은 공익 지킴이, 시장(市場)에게 먹히지 마세요. 셋째, 작지만 가까운 구청, 다가가는 행정서비스를 베푸세요. 넷째,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 주인인 도시로 바꾸어주세요. 다섯, 개발과 재개발 대신에 마을만들기 행정을 펼치세요. 여섯, 이벤트나 관광보다는 시민의 일상이 편안한 도시를 꿈꾸세요. 일곱, 새들도 함께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주세요. 여덟, 자연의 질서, 자율의 질서가 살아 있는 도시를 생각하세요. 아홉, 전문가들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세요. 열, 엄마 같은 도시를 부탁해요.
 
제10장 <거꾸로 가는 자치재정 : 지방이 진짜 주체가 되어야>에서 이재원 부경대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의 위기'는 곧 '재정의 위기'임을 제기하면서 근대 도시의 지방재정 위기의 구조적 요인들을 살펴본다. 그리고 저성장 시대에 자치재정을 위한 정책과제를 제시한다.
이교수가 제시한 정책과제는 자주재원 중심의 재정분권 원칙 정립, 중앙이 아닌 주민들을 향한 책임경영체제 구축, 지역 특성을 고려한 지방재정 관리제도 재설계 및 운영의 유연화, 전략적 감축관리체계 구축과 결과 지향적 예산 혁신, 국고보조금에서 정부 간 재정관계 재정립이다.
 
제11장 <주민의 인권과 권리를 보장하는 참여도시 만들기>에서 강현수 중부대 교수는 지방정부의 존재 이유 중 중요한 한 가지가 주민들의 인권과 권리를 보장하는 것임을 말한다. 강교수는 한국의 경우 기본 인권이 일상적을 침해되는 등 주민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지방 재정이 인권증진에 사용되지 못하고 있고 주민 참여가 저조한 가운데 일부 집단이 과잉 대표성을 띠는 것도 큰 문제점임을 지적한다. 그는 일본의 시빌 미니멈,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캐나다의 몬트리올, 미국의 유진 등 해외 인권 도시의 사례를 소개하고 인권증진을 위한 도시 정부는 지역 인권 조례나 인권 헌장을 제정, 인권전담기구 및 옴부즈맨 제도 도입, 지역 인권 증진 계획 수립 및 인권 교육이 필요함을 제기한다.
또한, 도시행정에 주민 참여 권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로써 정보 공개 및 주민 감시 활동 보장, 주민 참여 기본 조례 제정, 취약 주민 대변 조직 지원, 주민참여 예산제의 실질적 수행, 마을 만들기 등 도시계획에 대한 참여 보장, 주민 교육 및 주민 역량 강화, 마을회의 운영을 제시한다.
그와 동시에 강교수는 주민의 참여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함을 지적하고 참여자의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나 폭이 확대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제12장 <문화예술로 여는 사람  중심의 도시>에서 송경년 부천문화재단 본부장은 문화의 가치와 공동체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제기하면서 공동체에 기반을 둔 문화예술의 몇 가지 사례 - 일본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헌터스 포인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라익스 아카데미, 프랑스 마르세이유 라 프리시 라 벨 드메,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스애덤스시 메스모카 등 - 를 보여줌으로써 공공예술, 커뮤니티아트와 공동체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제3부 [외국의 경험], 제13장 <혁신 지자체는 가능하가 : 일본의 경험과 교훈>에서 박경 목원대 교수는 1963년 도쿄 시장선거에서 시작해 1970년대 후반에 퇴조한 일본의 혁신 지자체 사례를 통해 지자체가 국가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주민복지와 공해반대, 주민참여, 지자체 개혁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었음을 이야기한다. 비록 혁신 지자체가 한계는 있었지만 일본식 근대 시민사회와 분권형 복지사회를 구축하는데 전기가 되었다고 한다.
박교수는 이어 한국과 일본의 여건이 많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본 혁신 지자체가 한국에 제공하는 시사점을 몇 가지로 제시한다. 생협과 협동조합 등 공동체 경제의 지원, 불균일 과세 등 재원 면에서 독창적 재원 아이디어 개발, 지방정치에서 진보세력의 연합전선 구축, 혁신의 지지기반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주민 참여와 학습제도의 구축 등...
 
제14장 <풀뿌리 진보정치의 가능성 : 광역 런던시의회 사례>에서 서영표 성공회대 교수는 1981년~1986년 광역런던시 의회의 사례를 통해 진보적 지역정치의 또 다른 역사와 특징을 말한다.
서교수는 진보세력의 연합전선을 통해 광역런던시를 집권한 영국의 진보정치 급진적 GLC에서 배울 점으로, 사회운동과 노동운동, 이들의 결집된 형태로서 출현한 노동당의 지역거점에 기초했고 대처 총리의 중앙정부의 압박과 거대한 시장의 힘에 맞서 진보적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관건이 되는 것은 제도정치에서의 민주적 절차를 엄어선 급진적 민주주의라는 점,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이 장기적인 계획, 특히 산업정책과 노동정책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 대중이 현존 질서 내에 살고 있으므로 탈자본주의적 계획이 자본주의적 질서의 외부로부터 시작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 대중의 실천적 지식과 에너지는 지속적인 실천 속에서 발전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제15장 <시장지배 경제에서 사회중심 경제로 : 영국과 이탈리아 사회적 기업>에서 엄은히 부산대 교수는 영국의 사회적 기업과 이탈리아의 사회적 협동조합의 현황과 성과, 지방정부의 지원정책 등을 비교,검토하면서 한국의 사회적 기업의 현황과 과제를 살펴보고 지자체의 사회적 기업 정책의 과제를 도출한다.
엄교수는 한국의 사회적 경제 및 사회적 기업에게 주어진 정책적 과제로 1.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 2. 사회적 경제 및 사회적 기업의 지역화에 관한 고려를 제시한다.
 
제4부 [현장과 과제], 제16장 <사람이 반가운 도시를 위한 거버넌스 : 해피 수원 만들기>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은 민선 5기 수원시 정책방향과 수원시의 중점적인 도시정책 방향을 소개한 후, 주요 도시정책의 해결과제를 제시한다.
염시장이 제시한 주요 해결과제는 시행 초기부터 적극적인 주민참여 우선, 대도시 지역공동체 의식의 고양, 삶의 질 향상과 행복추구가 가능한 도시정책 구현 등이다.
 
제17장 <풀뿌리 정치와 개발 욕구 : 더불어 사는 전원도시 과천의 딜레마 풀기>에서 서형원 과천시의회 의장은 과천시 도시공간의 특징과 주민의 삶, 과천의 풀뿌리 운동과 풀뿌리 정치를 소개한 후, 2000년대 이후 일어난 개발 욕구의 폭발적인 상황과 이에 따라 과천에서의 도시, 삶, 관계, 정치의 위기상황을 제기한다.
서의장은 모든 변화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주어지는 변화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변화에 대해 고민한다. 의회, 전문가, 주민들이 참여하여 시의회는 변화된 조건에 맞는 도시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지역사회의 토론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가장 관건은 다양한 방식으로 주민을 조직하고 주민의 목소리를 키우는 것...
 
제18장 <진보집권 도시의 성공 전략 : 두바이 인천의 신화 깨기>에서 이혁재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정책위원장은 진보적 지방자치의 성공 조건으로 자각된 시민의 양성과 시민사회운동과의 동맹, 진보정당의 정책정당과 생활정치로의 혁신, 핵심의제의 선정, 주민과의 직접 소통체계 마련을 제시한 후, 진보집권의 성공을 위한 도시전략을 제시한다.
이위원장이 제시하는 전략은 실업과 일자리 정책, 주택 및 도시개발 정책, 공교육지원 정책, 복지 정책, 보건의료 정책, 에너지 환경 정책, 주민자치 정책 등이다.
 
제19장 <사람 중심의 생활구정 : 서울시 성북구의 변신>에서 윤진호 성북구 생활구정기획단장은 선거에서 정책공약의 중요성이 점점 커져가고 있고 자치단체장의 정책적 준비정도가 자치단체 행정의 성공을 보장하는 중요한 기초이며, 기초자치단체의 기획역량을 강화해야 하고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라는 도시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교육은 자치단체에게 새로운 도전이고 복지전달체계를 개선하여 복지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하며, 도시재개발에서 도시재생으로 선택의 폭을 넓히고 커뮤니티 비지니스를 지원해야 함을 역설한다. 또한, 작은 도서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주민의 참여가 중요함과 공무원들 역시 새롭게 일하는 방식과 태도가 중요함을 지적한다.

 
제20장 <더 좋은 도시, 더 행복한 시민을 위한 기초자치단체장의 과제>에서 김수현 교수는 저성장 시대를 맞아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펼쳐야 할 기초자치단체장의 과제는 도시를 공부하고 학습 동아리를 만들고 생활공간을 복원하고 '10분 동네'를 만들며, 지방정부 최대의 책임이 주민의 복지임을 다시금 깨닫고 인권의 시선으로 지역을 돌아보아야 함을 제시한다. 또한 문화게길라를 조직하고 골목경제를 살리고 도시계획을 제대로 행사하고 재개발이 불가피한 곳은 제대로 진행해야 하며, 수공업적인 생태조직 건설이 필요하고 지방의 혁신을 조직해야 함을 말한다.
  
[ 2011년 10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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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 대통령 - 노무현, 서거와 추모의 기록 1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한걸음더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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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가 집 안의 모든 커튼을 내리게 했는가?
누가 그가 그를 보고싶은 사람도 보지 못하도록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게 했는가?
누가 책도 못 읽도록 만들었는가?
누가 연구도 못하게 글도 못쓰게 만들었는가?
누가 그의 꿈의 강제로 접게 했는가?
누가 그에게 삶을 포기하도록 만들었는가?
누가 그를 자살로 몰고 갔는가?
우리는 그 때 무엇을 하고 있었나?
 
이 책은 노무현 전대통령이 삶을 포기하도록 전개된 2009년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서거 배경과 7일간의 추모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MB의 집권으로 시작된 대통령기록물 사건...
촛불시위와 MB의 위기...
’봉하마을 할아버지’에 대한 MB의 적개심...
’먼지떨이 수사’와 ’피의사실 공표’의 등장...
집요한 하이에나, 보수언론...
전국 봉하마을의 슬픔...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은 공식출범 이후 첫 번째 추모기록사업으로 ‘내 마음속 대통령-노무현, 서거와 추모의 기록 1’을 펴냈다. 노무현재단 기록위원회 윤승용 위원장(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출판 배경을 “이 책은 노 대통령 서거와 수백만 국민의 추모과정을 사실대로 정리해 역사적 기록으로 보존하고 국민에게 보고하기 위해서 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기록화 작업의 첫 번째 결실”이라고 말했다.
 
"만일 사건이 이대로 굴러가면 검찰은 기소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검찰의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결론이 나왔을 때, 그리고 검찰의 수사과정의 무리와 불법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대한민국 검찰의 신뢰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상황이 이러하니 수사팀은 새로운 증거가 나올 때까지 증거를 짜내려고 할 것입니다. 이미 제 주변 사람들은 줄줄이 불려가고 있습니다. 끝내 더 이상의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다른 사건이라도 만들어내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은 검찰권의 행사가 아닙니다. 권력의 남용입니다." - 본문 중에서 -
 
"이미 제 주변에는 사람이 오지 않은 지 오래됐습니다. 저도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전에는 조심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조심을 하지 않아도 아무도 올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미 모든 것을 상실했습니다. 권위도 신뢰도 더 이상 지켜야 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저는 사실대로, 그리고 법리대로만 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검찰의 공명심과 승부욕입니다. 사실을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
- 4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쓴, ‘부치지 않은 편지’ 중에서 - 

사람들은 노무현을 어떻게 기억하며, 어떻게 그를 떠나 보낼수 있을까?
노무현편지 내용에는 상실돼 버린 도덕적 권위에 대한 노 전대통령의 깊은좌절감도 엿보인다.  

수 백만명의 국민을 울리고 가슴 아프게 하고 후회하게 만든 그날의 기록...
1년이 지났음에도 그 기록은 다시 읽어도 그 때와 같은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2010년 5월 나는 무엇을 꿈꾸며 사는가...
 

[ 2010년 05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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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순 씨를 빌려 드립니다 - 대한민국 상상력 업그레이드 교과서
박원순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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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훈이가 쫒겨난 뒤, 서울시장 선거가 이제 1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1개월 동안 한국사회는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8월 24일)과 5세 훈이의 사퇴 -> 곽노현교육감 '2억' 사건 -> 안철수 현상 -> 안철수 박원순에게 양보 -> 한명숙씨 후보 포기...
 

일부 언론에서 기존 정당 후보들에 비해 앞도적인 여론조사 지지율을 보이던 '안철수 현상'이나 '박원순 현상'에 대해 처음에는 '잠시 지나가는 태풍'으로만 여겼지만, 오랜 기간 동안 그 현상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밑바닥에는 '정치혐오'에 대한 국민들, 서울시민들의 반발감도 존재하지만, 그와 동시에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들, 서울시민들의 기대감과 의지도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되새겨 보면 기억할 수 있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의의는 5세훈식, 한나라당식 경제운영을 지속하느냐, 아니면 사회복지와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중심으로 한국정치와 경제를 운영할 것이냐의 시발점이 됩니다.

이번 선거의 결과가 곧바로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의 향방을 제시할 것이며, 한국정치의 개혁과 세력교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사회의 대부분 중산층과 하류층은 하루하루 생존을 연명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지난 24년 동안의 과정이 말해줍니다. 1987년 항쟁을 통한 '87년 체제' 이후 조금씩 발전하던 한국사회가 기존 정당과 정부관료, 기득권층에 의해 썩어들어가면서 1997년 'IMF 사태'를 맞이하면서 사회적 양극화와 빈부격차, 신자유주의 세계경제체제에의 편입, 금융자유화의 부작용, 수출중심과 대기업 편중의 경제구조, 사회안전망의 부실이 누적되어온 과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무모함과 부동산 거품, 경기부양, 재정적자가 이어지면서 2007년 미국발 경제위기는 지난 5년간 잠복되어 있다가 올해 다시금 폭발하고 있습니다. 해외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세계에서 톱 클라스인 한국 역시 그 파도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지난 9월 7일 email로 보내드린 <복지국가를 위한 시민정치운동과 사회연대운동>에 관한 글을 읽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가 직접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야권단일후보가 될 것인가, 그리고 단일후보가 되어 한나라당의 나경원을 꺽을 것인가는 이제 서울시민의 손에,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어제(24일) 박원순씨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권단일후보 협상이 결렬될 위기를 맞자,  '정치적 이해관계를 타산하느라 시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은 안된다며 민주당이 제시한 단일화 경선방식을 조건없이 수용했습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또 다시 정당이기주의에 빠져버려 우리를 실망시켰습니다...)

'경선방식'에 대한 유불리를 떠나 단일후보를 전제하고 서울시민을 믿겠다고 마음 먹은 것입니다.

(역으로 단순하게 여론조사 방식으로 야권단일후보를 세우게 되면 서울시민들이 스스로 서울시장 후보 선출과 정치개혁의 주체로 참여할 수 없다고 지적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박원순과 안철수, 그리고 다시 박원순...

국민들이 생전 본적없는 대의를 위한 라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대단하다 싶기도 하겠지만 그게 왜 큰 결단이고 양보인지는 쉽게 다가오지 않기도 합니다. 

 

을 위한 방식으로 민주당이 제안했고 박원순 변호사가 수용했다는 경선 방식은 여론조사 30%, TV토론 후 배심원평가 30%, 국민참여경선 40%를 합산해 1위 후보를 선출하는 것입니다.

 

여론조사와 TV토론 후 배심원평가는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섭외해 의뢰하기 때문에 비교적 현재 서울시민의 여론 흐름을 반영할 수 있으면 있는 방법입니다.  

문제는 국민참여경선 40%를 반영하는 룰입니다. 박원순 변호사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룰입니다. 

 

경선관리 기구는 국민참여경선인단 모집을 위한 하나의 홈페이지를 개통하고 그곳으로 경선인단 참가신청을 접수하게 됩니다. (9월27일 ~ 10월 1일 오전 사이) 콜센터는 신청자에게 전화를 해 본인가입 여부 등을 확인합니다.

추첨을 통해 경선인단에 선출되면 10월 3일 지정된 장소에서 투표에 참여하게 되는 절차입니다.
 

국민참여경선이 박원순 변호사에게 불리한 이유는,
 

첫째, 박원순 변호사 발목 잡는 선거법

선거법 상 박원순 변호사는 국민참여경선인단을 모집하면서 박원순을 표시할 수 없습니다. 사전 선거운동이 되기때문입니다.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하는 캠프 역시 공식적인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반면 정당은 당명을 걸고 자당 후보를 위한 경선인단 모집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 민주당 30만 서울시당원 VS 2천여 팬클럽 회원

시민참여경선인단 모집기간은 대략 만 4일(96시간) 정도 될 것 같습니다. 경선인단 등록 홈페이지에 누가 많이 등록하게 될까요. 해보나 마나한 게임입니다. 

 

셋째, 25일(일) 민주당 전당대회 통한 조직가동 연습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진행되었고 박영선씨가 민주당 후보로 당선되었습니다.

전당원투표제라고 해서 당적에 이름이 올라간 사람은 누구나 투표할 수 있었고 4명의 후보가 치열한 경합하였으니 민주당 조직을 일단 한 번 최대한 가동해본 셈입니다. 연락처도 새로 확보하고 연락망도 갖추겠죠. 

자연스럽게 박원순 변호사와 경선을 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보수세력이 주민투표를 통해 조직준비를 마치게 된 것처럼 말이죠. 
 

이렇다 보니 대다수 정치전문가들이 서울시장 선거 전망을 두고 박원순 "압승 구도에서 혼전 구도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박원순 변호사 스스로 절대 불리한 룰을 받아드림으로서 누가 야권단일후보가 될지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박원순 변호사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배심원평가에서 비슷하더라도 40%의 국민참여경선에서 3:7 (박원순:민주당후보) 정도의 비율이 나온다면 지게되는 것입니다.
 

국민은 새로운 정치와 큰 변화를 바라고 있으며 그런 기대감으로 문재인, 조국, 안철수, 박원순 같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보냈고...

처음으로 박원순변호사가 그것을 실현하려고 하는데 결국 기성정당의 벽에 막혀 좌절된다면...ㅠㅠ

역시 정치를 바꾸는 것은 안되는구나... 그 한숨과 실망과 회의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그러고도 2012년에 야권통합과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말하며 지지를 호소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럼에도 박원순 변호사가 큰결단을 내리고 양보한 것은 '내 마음을 비우면 국민이 채워진다는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는 말처럼 자신이 희생하더라도 파국을 막고자 합의하면서 국민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박원순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정치와 더나은 서울 바라는 모든 시민들이 함께할 것을 아래와 같이 제안드립니다.  

 

< 개천절(10월 3일)에 희망서울을 만들어 봅시다!!! >

 
이번 시민참여경선은 박원순후보에게 불리한 힘든 여정이 될 것같습니다만, 시민참여만이 이것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려 4가지나 있습니다. 두 가지는 직접, 두 가지는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첫째, 여러분이 직접 시민참여경선 선거인단에 신청 후 참여하는 것입니다. 첫번째가 가장 중요한 참여입니다.(아래 참조)

        본인 뿐 아니라 가족, 친척, 친지, 친구, 지인들과 상의하여 가급적 함께 선거인단에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선거인단은 10월 3일 장충체육관에 출석하여 투표하게 됩니다.

 

둘째, 여론조사를 위해 단일화 주최측에서 내일부터 전화가 올 수 있습니다. 이 때 정확하게 '박원순후보'를 눌러주시면 됩니다.

 

셋째, 시민배심원단을 요청하는 전화가 올 수 있습니다. 가급적 참여하시기 바랍니다.

         (배심원단은 10월 3일 전에 토론회장에 참석합니다.)

 

넷째, '박원순 희망펀드'에 가입&투자하는 것입니다. 사이트(http://www.wonsoon.com/notice/fund)에 들어가면 펀드 조건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어제 26일 오후 8시 현재 2,349명으로부터 무려 14억8,500만원 모여졌습니다. 시장 선거비용 목표는 39억원입니다...)

 

위 네 가지 참여는 모두 이번 주, 이번 달(9월 30일) 밖에 할 수 없습니다.

[ 범시민야권단일화 위한 선거인단 모집 ]

 
<일정>
1. 9월 27일(화)부터 : 전화 (1566-1003)로 신청등록

2. 9월 28일(수)부터 : 인터넷으로 신청등록 -- http://www.win2011.or.kr/

3. 10월 1일(토) 낮 12시 마감

4. 10월 3일(월) 오전7시~오후7시 : 현장 투표 (장충체육관)
# 선거인단 선발은 20대와 30대를 묶고, 40대 이상을 묶어 인구비율로 추출합니다.
# 토요일 오후에 선거인단 선발 결과를 개인에게 전화로 통보하는데 3회의 전화를 안받으면 다른 사람에게 자격이 넘어갑니다.
 


 
[ 박원순 펀드 모집 ]
 

박원순펀드란  현역 정치인이 아닌 후보는 2011년 10월 6일 후보자 등록신청일까지 후원회를 할 수 없습니다.

깨끗한 선거자금으로 선거를 치르고자 고민한 박원순후보는 약정액을 입금하면 연금리 3.58%로 선거비용보전후 원리금을 전액 갚는 방식으로 공개모금을 하기로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급하고 부족하다는 이유로 많은 대통령 후보, 지자체장 후보, 국회의원 후보에게 크고 작은 선거비용을 준 경험이 있지만, 어느 누구도 법정 선거비용을 보전받은 후 돌려주거나 모아진 선거비용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전해들은 바 없습니다.

정당이든, 단체든, 정부든 지지자나 유권자, 국민들의 소중한 돈을 소중하게 사용할 뿐 아니라 어떻게 사용했는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음모적인 관행이자 부도덕한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후보 선거에서 박원순씨는 '박원순 펀드'를 통해 그동안 '안철수 양보' -> '한명숙 양보' -> 야권단일후보 경선방식 양보에 이어 선거자금을 깨끗하게 모집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당하게 돌려주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앞장서서 실천하고 계신 것입니다.

 

* 펀드방법은 약정희망자들이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 펀드 게시판(http://www.wonsoon.com/notice/fund)에서 진행합니다.

 



1. 모집주체 : 박원순 

2. 펀드 모금액 : 39억(서울시장 보궐선거 법정선거비용:38억8천5백만원) 

3. 펀드기간 : 2011년9월 26일 ~2011년9월30일 (39억이 달성하면 조기마감) 

4. 상환액 : 원금+금리(연)3,58%. 

5. 상환일 : 2011년 12월 25일 이전에 상환

(선거비용보전은 “선거일:2011년 10월26일”후 60일이내 환급) 

6. 이자소득세 원천징수,양도불가 

7. 차용증서 이메일로 발급

* 펀드 최소금액은 10만원 이상입니다.  상한액은 없습니다^^

한국정치의 새바람을 일으키고 기존 정당의 혁신과 물갈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기 바랍니다. 

참여하고 실천하는 국민들의 노력이 한국정치의 수준과 국가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것이라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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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 - 인간의 외모를 바라보는 방식을 리디자인하다
데버러 L. 로드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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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뱃살이 더 나왔네?"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지. 다만 게으를 뿐.. 시간은 주어디든지 아니라 만드는거야" "더 예뻐졌네!"
가족이나 친한 지인들에게 아무런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꺼내는 이야기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나니 후 나는 아무런 느낌도 없다.
반대로 내가 자주 듣는 이야기는 "머리 좀 이쁘게 다듬지?" "옷을 왜 이렇게 촌스럽게 입어?" "그래가지고 어디 사업(영업)하겠어?" 등이다.

시내 카페에 책을 읽고 앉아가 잠시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주변 자리에 앉은 여학생, 아줌마, 여성들의 이야기가 들리기도 한다. 드라마 이야기, 연예프로 이야기와 더불어 반드시 대화 소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외모, 패션, 연예인, 성형수술, 다이어트, 화장류의 이야기다.

언젠가 우리 주변에서도 크고 작은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10대 청소년들은 연예인 누가 성형을 했는지 훤히 알고 있다. 우리나라 케이블 TV 프로그램에서도 참가자들에게 성형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기사도 읽은 기억이 난다. 이휘재가 진행자로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여자 연예인들은 성형수술을 했던 사실을 전혀 꺼리지 않고 자랑하고 다른 연예인은 부러워하기도 한다.
현재 TV, 인터넷, 모바일, 지하철, 옥외광고판 어디서도 성형과 화장, 패션 등에 대한 광고와 기사가 넘쳐난다.

얼핏 생각해보면 이러한 모습과 생각들이 아주 당연한 듯 한 상황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사회적 편견'이자 '외모지상주의'라고 비판한다.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사회적 '병리'현상이고 또 다른 사회구조적 차별이며 부도덕한 자본의 착취이자 결과라고 주장한다.

예일대학교를 Summa Cum Laude로 졸업한 데버러 로우드는 미국에서 법 윤리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지도자이며, 남녀문제, 법률 및 공공정책 분야에서 가장 주도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는 탁월한 학자인 동시에 미국 최고의 지성인이다. 미국변호사협회 여성분과위원회 회장 및 미국로스쿨협회 회장을 역임한 로우드는 현재 스탠퍼드 법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녀는 스탠퍼드 윤리센터를 설립했을 뿐 아니라 남녀 성차 연구를 위한 미셸 클레이먼 인스티튜트를 이끈 적도 있으며,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하원 법사위원회 소수민족 선임자문관으로 봉직했다. 법 윤리 분야의 탁월한 업적 등을 인정받아 변호사협회가 수여하는 Michael Franck상, Pro Bono Publico상, W. M. Keck Foundation상 등, 수많은 상을 타기도 했다. 로우드는 분주한 가운데 시간을 쪼개 전국법학저널에 칼럼을 기고하는가 하면,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 외에도 [Managing Pro Bono], [Women and Leadership], [In Pursuit of Knowledge], [Moral Leadership], [Gender and Law], [Access to Justice], [In the Interests of Justice], [Ethics in Practice], [Speaking of Sex] 등 20여 권의 저서를 발표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선호하는) 것은 단지 인간의 본능일까? 따라서 그것은 비난하거나 개탄할 수 없는 일일까? 하지만 미모라는 개념이 허망하고 부당하게 정의되었다면, 그리고 그 왜곡된 이미지가 위험하게도 인간의 판단과 행동을 좌우한다면, 그냥 방치해도 좋을까? 근거 없는 아름다움의 이상 때문에 상상을 불허하는 경제적자원이 낭비되고, 사기성 광고가 판을 치고 건강을 위협하며, 외모로 인해 혹독한 차별이 자행되고, 수많은 삶이 피폐해지고 있는데도 (특히 어린이들부터 그런 편견에 물들고 시달리고 있는데도) 국가와 사회는 이를 수수방관해도 좋은 걸까?

이 책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저자는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이 인간의 영혼을 지배해온 내력을 꼼꼼히 살펴보고, 소위 ‘루키즘’으로 불리는 외모지상주의의 엄청난 폐단을 세심하게 따져본 다음, 법률적, 정책적, 사회적 조치를 통해 이를 최소화하고 개선하기 위한 전략을 제안한다.
저자의 아이디어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외모를 단순히 심미적 이슈로만 볼 것이 아니라 법적,정치적 이슈로 취급할 때 비로소 외모로 인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진정한 사회적 정의와 평등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외모로 인한 차별이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편견은 아니다. 하지만 그 피해와 영향은 너무나도 심각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되기만 한다. 즐거움의 원천이요, 당당한 정체성의 표현 방식이어야 할 외모가 수치심의 원천, 피눈물 나는 투쟁의 목표로 삼았다.
이 책에서 그 해결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외모는 단순히 얼굴의 미모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몇 십년은 확장된 세계화에 따라 지금은 전세계 그 어디에서나, TV 시청이 가능한 곳에서는 여자애들이 패션모델과 연예인의 몸매와 외모에 자신을 맞추어야 밥을 굶고 살을 빼려고 애쓰고 있다. 세계화의 부정적인 모습은 각 지역의 고유 농산물과 문화, 언어를 멸종시키는데 이어 '미'의 기준, '인생'의 기분부터가 획일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외모의 중요성은 생각보다 크다. 그리고 외모지상주의에 따라가기 위한, 순응하기 위한 대가는 너무 크다. 대인관계애 있어, 경제적 기회에 있어, 자존감과 낙인찍기, 그리고 삶의 질에 있어서 외모중심의 문화는 사람들에게,  특히 여성들에게, 특히 청소년들에게 커다란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누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를 조성했을까? 저자는 이 문제를 사회생물학적 기반, 문화적 가치, 아이덴티티, 시장 요인, 테크놀로지와 미디어, 광고에서 찾아본다,

인간이 머리를 가꾸는 데 쓰는 돈만 매년 총 45조 2,200억 원, 효과조차 의심스러운 화장품에 허비되는 돈은 21조 4,200억 원, 오프라 윈프리조차 살빼기 스트레스로 넘어진다, 모든 의학 분야 중에서 발군의 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성형외과, 발이 뭉그러지는 한이 있어도 ‘킬 힐’은 신어야 한다, 5세~10세 소녀들을 위한 미인대회만도 3천 개...
자, 이러고도 이 세상이 과연 제정신인가?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끔씩은 개탄해 마지않으면서도, 다음 순간 한숨과 함께 잊어버리기 십상인 외모지상주의 혹은 ‘루키즘’의 모든 것을 파헤치고, 나아가 그 개선과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탁월한 인문서다. 외모라는 편견의 오랜 역사, 그 가공할 폐단과 피해, 우리의 일상에 나타나는 그 편견의 모습들, 이로 인한 차별과 눈물겨운 투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가 하면, 법조계와 학계에서 쌓아올린 치열한 연구와 경험을 토대로 이 괴물과도 같은 외모의 편견을 타파할 현실적인 전략을 제안한다. 특히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을 바라보는 페미니즘의 고민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있기도 하다.
아름다움의 허상에 온통 넋이 빠져버린 우리의 문화 ! 청소년들까지 미모의 노예로 전락시키기를 주저하지 않는 우리의 문화 ! 이 책으로 그 탈출구를 찾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미모에 집착하는 편견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사회 정의와 도덕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은 우리 모두의 책꽂이에 반드시 꼽혀 있어야 할, 허영과 편견에 관한 최고의 인문서이다.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을 생각하는 지인들에게 먼저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 책 속의 문장 :
- 우리 여성들은, 스스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끔 그들을 세뇌하고 있는 얼토당토않은 미의 기준에 얽매인 채, 남자들의 인정을 받을 것을 매일같이 강요당하고 있다.

- 외모에 관한 선입견 때문에 우리가 치르는 대가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금액으로 따져볼까. 전 세계적으로 외모 가꾸기에 투자되는 돈은 적어도 136조 8,500억 원이다. 머리 가꾸는 데 대충 45조 2,200억 원, 스킨케어로 28조 5,600억 원, 성형수술 비용으로 23조 8,000억 원이 들어가고, 화장품 및 향수에 소비되는 돈이 각각 21조 4,200억 원과 17조 8,500억 원이다. 그뿐이랴, 미국인들은 다이어트로 47조 6,000억 원을 쏟아 붓고 있으며, 살빼기를 위한 피트니스에다 그보다 더 많은 금액을 소비한다. 그러면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 한다. 다이어트를 했던 사람들 중 95퍼센트는 1~5년 사이에 다시 몸무게가 늘어나며, 화장품 중에서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혜택이 전혀 없는 것도 너무나 많다.

- 외모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외모의 개선에 신경을 쓰는 것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한다. 이건 참으로 역설적이 아닌가! 외모에 대한 투자는 다른 형태의 소비처럼 지속적인 만족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단 그 새로움이나 참신함이 없어지면, 혹은 하나의 ‘문제’가 해결됐다 싶으면, 새로운 형태의 자기표현이나 개선이 필요한 것처럼 보이니까. 이러한 패턴을 사회학자들은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라고 부른다.

- 월터 크롱카이트나 톰 브로코 같은 앵커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남자 배우들은 노년에 접어들어서도 연애영화의 주연을 꿰찬다. 숀 코너리는 60대에 피플지가 선정하는 “가장 섹시한 남자”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여자는 어떤가? 젊었을 땐 자기 나이의 두 배인 남자들을 상대로 연기하다가, 노화의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우아하게 퇴장하거나 온몸에 “손을 봐야” 한다. 어떻게든 열심히 노력해봤자, 어느 칼럼니스트가 짙은 화장을 하고 나온 여성 정치인을 두고 했던 핀잔이나 듣기 일쑤다: “엔간한 나이가 되었는데도 아등바등 붙어 있으려고 무진 애를 쓰는 그녀에게는 어딘지 굴욕적이고, 슬프고, 필사적이며, 보기에 민망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그가 말했던 그 “엔간한 나이”는 기껏 43세였다!

- 스튜어트 이원의 유명한 표현처럼, 광고주들은 단순히 상업의 캡틴이 아니라 “의식의 캡틴”이다. 사회적인 의미를 창조하고 개인의 욕망과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 젊음을 격려해주는 건 좋지만, 젊겠다고 아등바등해서는 안 된다. “나라는 존재는 내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있지, 내가 어떻게 보이느냐에 달린 게 아님”을 이해할 때에만 비로소 중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 여자들이 외모 때문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만 없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성취할 것이라는 생각은 한 마디로 논센스다. 여자들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하는 것은, 아름다움을 포기할 때가 아니라, 법적이고 사회적인 권리와 특전을 얻게 될 때다... 우리가 그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한다면 이 세상은 한층 더 생기를 잃을 뿐이다. 물론 우리가 아름다움에 얽매어 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여자들에게 힘을 주는 원천의 하나를 깎아 내리는 데 급급하지 말고, 페미니스트들이 여자들의 힘의 모든 원천을 고양시키는 노력을 한다면 좀 더 유용할 것이다.

- 외모는 즐거움의 원천이 되어야지, 수치심의 원천이 되어서는 안 된다. 외모에 대한 우리의 이상은 인종, 연령, 몸의 크기에 따른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외모의 중요성이 과도하게 평가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취업과 교육이란 장으로 외모의 중요성이 넘쳐흐르는 일도 없을 것이다. 또 성에 따라 차별화된 그루밍을 강요당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여성의 자존감은 외모가 아니라 성과에 직결될 것이다.

- 외모로 인한 차별을 보여주는 하나하나의 예는 사소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축적될 때의 충격은 어마어마하다. 그러한 편견은 능력의 원칙에 위배되며, 기회 균등을 잠식할 뿐 아니라, 오명을 악화시키고, 자존감을 갉아먹는데다,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고, 계급, 인종, 민족, 성, 성적 취향에 근거를 둔 불이익을 한층 더 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외모를 위한 제품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소비자들을 보호해주는 것은 상식뿐이다. 사람들은 광고에서 주장하듯이 주름살이 그냥 사라지는 법은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 것도 받아들이는 인간의 수용력 또한 과소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 ‘코즈메수티컬’ 스킨 케어 제품의 시장이 연 640억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은, 소비자가 ‘알아야 할’ 것과 ‘실제로 행하는 것’ 사이의 엄청난 간격을 말해준다.

- 진보는 개인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그 초점을 단순히 그들의 선택에 맞추어선 안 된다. 진보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향한 너그러움과, 사회적 태도 변화나 외모에 관한 정책의 변화를 위한 지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2011년 9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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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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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의 원저서인 <시간의 역사, The Bridr History of Time>의 축약 버전이다. 저자는 원저서를 통하여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명성을 날렸고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명강연자로 등극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궁금증을 다룬다. 즉, "우리가 우주에 대해 아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 우주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현대 과학자들은 위와 같은 궁금증을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찾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고 그들은 20세기 인류의 위대한 지적 성취를 두가지로 내세운다. 그것들은 일반상대성이론(General Theory of Relarivity)과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이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중력과 우주의 거시적인 구조를 기술한다. 그리고 양자역학은 1센티미터의 100만분의 1의 100만분의 1처럼 극도로 작은 규모의 현상들을 다룬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대 과학자들은 두 이론이 서로 모순된다는 것을 안다. 21세기 현대 과학자들이 경주하는 중요하 노력의 하나이자 이 책의 중심주체는 두 이론을 포괄하는 새로운 이론-중력에 관한 양자역학, 즉 양자중력이론(Quantum Theory of Grarity)-을 탐구하는 것이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20세기 전반기에 아인슈타인 박사에 의해 발견된 천재적인 이론이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우주가 지속적으로 팽창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역으로 우주가 빅뱅(Big Bang)에서, 즉 우주의 밀도와 시공의 곡률이 무한대인 시점에서 시작되었다고 이론적으로 예측한다. 그렇지만, 최초의 시점인 빅뱅으로 인해 일반상대성이론은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시작 전에는 무엇이 있었는지를 논리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함정에 빠진다.

양자역학은 우주와 미시세계 속에 존재하는 4가지의 힘, 즉 전자기력, 강력, 약력, 중력 중에서 중력을 뺀 나머지 3개를 훌륭하게 설명할 수 있으나 단 한가지 중력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저자를 비롯한 현대 과학자들 중 일부는 양자중력이론의 모델로 '시공의 경계가 없는 우주'에 대한 이론을 세우고 있다. 즉, 우주는 완전히 자족적이고 외부에 있는 어떤 것의 영향도 받지 않으며, 창조되지도 파괴되지도 않는다는 것...

이 밖에도 이 책에는 타임머신과 미래/우주로의 여행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 등 흥미로운 몇 가지 설명이 더 들어있다.

스티븐 호킹박사 등이 제시하는 '경계없는 시공'이론과 리차드 파인만교수 등이 제시하는 '초끈이론'이 현대 물리학의 두 기둥일까 궁금해진다...

* 저자 소개 :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74년 최연소 왕립학회 회원, 1979년 케임브리지대학 루카시언 석좌교수, 갈릴레오, 뉴턴,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세계 최고의 우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갈릴레오의 사망 300주년이 되는 1942년 1월 8일에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났다. 1등은 아니었지만 반 아이들은 사이에서 아인슈타인이라 불릴 만큼 어릴 때부터 수학과 물리학에서 남다른 실력을 보였던 그는 우주론에 관심을 갖고 옥스퍼드 대학원에 진학한다. 그리고 그 무렵부터 퇴행성 운동신경질환 증상이 나타나, 스물한 살 어린 나이에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2년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그는 좌절 대신 희망을 택했다.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손가락 두 개뿐이었지만 머릿속으로 수식을 계산하며 ‘블랙홀이 사라진다’는 놀라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일명 ‘호킹 복사’라 불리는 이 이론은 물리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현대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40년 넘게 루게릭병을 안고 살면서도 전 세계를 여행하며 강연과 강의를 했던 그는 지금도 케임브리지에서 살면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쓴 최초의 대중과학도서인 [시간의 역사]는 [선데이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237주 동안 올라 있었고 전 세계 30개국에 수백만 부가 팔린 세계적 베스트셀러다.
1979년 아이작 뉴턴이 지낸 바 있는 케임브리지대학 루카시안 석좌교수로 임명되었고, 로마교황 과학아카데미의 회원이며, 열 두 개의 명예학위, 대영제국 상급 훈작 CBE(Commander of the Order of the British Empire),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명예훈작(Companion of Honour to Queen Elizabeth II)을 수여받았다. 최근에는 2009년 은하우주선 버진 갈라티카를 타고 떠나는 우주여행을 위해 무중력 사단법인과 함께 무중력 비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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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호킹의 외계인 위협론의 가능성 > http://diarix.tistory.com/rss


-외계 문명의 침략 가능성-
최근에 저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박사는 디스커버리 채널의 다큐멘터리 '스티븐 호킹의 우주(Stephen Hawking‘s Universe)'에서 이전까지 "은하계에서 원시 생명체를 발견할 수는 있지만 인간 같은 생명체는 없을 것"이라고 했던 자신의 주장과 다소 다른 의견을 내놓아서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는 외계생명체의 대다수는 미생물의 형태일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는 매우 진화돼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고, 그 중에는 아예 우주를 떠돌고 있을 수도 있으며, 그들 행성의 자원이 고갈되면 지구를 정복하고 식민지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외계인과 접촉을 시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주장에 대하여 학계나 일부의 종교계뿐만 아니라 외계지적생명체탐사계획(SETI) 연구소와 NASA에서까지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막대한 에너지를 들여 지구에 올 만큼 지구가 가치 있는 행성이 아니라는 의견에서부터 자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한 문명이라 평화적일 것이라는 의견, 외계인에게 배울 것이 있을 거라는 의견, 외계인과의 접촉을 목적으로 한 메시지 송출을 금지해야 한다는 등, 그 대부분은 놀라움과 더불어 외계인 위협론 자체를 부정하는 회의적인 반응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스티븐 호킹 박사의 주장은 상당 부분에서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외계 생명체는 여러 종류가 있을 것이고, 그 외계 종족마다 고유한 생존가능 환경이 있겠지만, 그 중에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에서 진화해 문명을 이룬 외계인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생명체가 진화해 지성을 가진 고등생명체가 되고, 다시 문명을 이루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경우만 보더라도 수십억 년이 걸렸습니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원시 생물이 정보를 누적해 고등 생물이 되기까지는 5억년 이상이 걸릴 것입니다. 그런데 우주는 위험한 곳입니다. 문명을 이루었다고 해도 충분히 발전한 상태가 아니라면 우주에서 날아온 거대운석 하나 때문에 한순간에 사라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주에는 생명체는 많아도 문명은 드물지도 모릅니다.

또한 그 문명을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문명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문명을 지속할 수 있는 도덕성이 필요합니다.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올 수 있는 환경오염이나 대량파괴 무기를 극복하기 위한 도덕성 말입니다. 그래서 도덕성이 없는 문명은 일정한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자멸하게 됩니다. 그러나 문명이 종말을 맞이하는 원인은 자멸보다 행성 외부의 요소의 작용때문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과연 행성이 얼마나 안전한 장소에 위치해 있는가?’와 ‘우주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곳을 묵인해 주느냐’의 문제입니다.

다행히 지구는 지난 수십억 년 동안 항성의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habitable zone, HZ)에서 적당히 떨어져서 내행성의 궤도를 망가뜨리지 않고, 내행성의 궤도를 질서 있게 유지시켜 기후가 안정되게 형성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동시에 스스로도 원에 가까운 공전궤도를 그리면서 파국적인 충격을 안겨 줄 수 있는 혜성이나 소행성과의 충돌로부터 내행성들을 보호해주는 지구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선량한 목성의 도움으로 수많은 우주폭주족의 위협에도 안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주에는 지구처럼 안전한 행성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한 문명이 이주해야할 행성이 필요하게 되었다면, 자신들의 거주 행성 근체에서 자신들의 행성과 비슷한 조건-태양과의 거리, 일조량, 중력, 물, 등-을 가진 행성을 찾을 것이지만,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조금만 달라도 행성의 환경은 극단적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최소의 환경만이라도 만족하는 행성을 선택하여 그곳을 자신들의 행성과 비슷해지도록 개조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행성 하나를 테라포밍(Terraforming)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어마어마합니다. 그리고 그 기간 역시도 최소 수백 년에서 수만 년 이상이 걸립니다. 과연 황량한 행성에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자신들의 모든 자원을 쏟아 부어가며 개조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랄 수 있을까요? 지구 같은 행성을 찾아 낼 수만 있다면, 탐사에 아무리 많은 자원이 든다고 해도 테라포밍에 비하면 거의 공짜와 다름없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그들에게 있어 지구는 환경을 조금만 변경하면 당장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면 말입니다.

(아폴로 17호에서 바라 본 지구 - 사진 제공 : NASA)

물론 갑작스런 재앙으로 수십 년 이내에 당장 이주를 해야 한다거나 최소의 문명 보존이라도 필요할 만큼 절박한 상태의 위기를 맞았다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실제 그런 문명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런 행성에서라면 임시 거주를 위한 정도의 시설만 하고는 탐사대를 우주로 보내 영구 이주를 위한 행성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주가 아무리 넓다고 해도 지구처럼 교묘한 곳에 위치한 행성도 그리 흔치 않습니다.

만약 행성의 문명이 더 발달한 상태라면 그런 위기가 오기 전에 이미 장기적인 안목으로 식민행성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다행히 운이 좋다면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자신들이 거주하기에 적당하고, 자원이 넘치는 행성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지구처럼 이미 생물이 거주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문명을 가진 행성을 발견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어린아이가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호기심 가지듯 모든 문명은 자신들의 존재를 우주에 알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잘하면 그런 곳에서 ‘나 여기 있어요.’ 하며 보낸 수백 년도 안 된 싱싱한 전파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우주를 가로질러 별사이를 오갈 정도의 기술을 가진 문명이라면 학자들의 지적처럼 도덕적일 것이므로 위협이 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 전파를 받은 문명이 하필이면 모성이 우주의 재난으로 위기에 처했거나, 이미 위기가 닥쳐서 급히 피난선에 올라 갈 곳을 찾아 떠도는 중이라면 어떨까요? 수억 명의 외계인들이 바글거리는 피난선 무리의 문명은 황량한 행성을 테라포밍할 여력도 없거니와, 오랜 떠돌이 생활로 지쳐있고, 예민해진 상태입니다. 그런 그들이 발견한 지구는 신이 내려준 선물일 것입니다.

다행히 그들은 그렇게 지쳤음에도 여전히 도덕적입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분명 재난이 됩니다. 체제가 다른 지구 내의 두 문명이 만나도 재난입니다. 문화가 다른 두 문명이 만나면 언제나 대립이 있었고, 수준이 다른 두 문명이 만날 때마다 정복의 역사가 반복되었습니다. 같은 사람끼리의 만남에서도 그랬는데, 완전히 다른 이질적인 문화를 가졌고, 완전히 다른 이질적인 체제를 지닌 채, 완전히 다른 이질적인 기술을 보유한 수억의 존재가 인류와 충돌 없이 공생할 수 있을까요?

큰 충돌 없이 공생하는 길은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첫째는 우리가 그들의 문명에 동화되는 방법입니다. 즉 우리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체계를 존중하며, 그들의 기술을 전수받는 것입니다. 흔히 진보한 외계문명과 만나면 그들의 우수한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여기지만, 모든 기술은 그 문명의 주체에 맞게 설계되어 있고, 그 문명의 철학이 깃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는 우리 인류가 사용할 목적으로 우리의 가치를 존중하도록 설계되고 있습니다. 즉 좌석의 크기와 배치에서부터 동체와 날개의 크기, 중량, 최대 출력 등이 인류를 기준으로 우리의 가치에 따라, 기능과 성능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안전성도 고려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도덕입니다.

그런데 극단적인 비유지만 안전성보다는 최대의 수송능력이나, 최고의 성능이 도덕인 문명이라면 비행기의 모양부터가 우리와 전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모든 기술에는 문명이 추구하는 철학과 그 기술을 감당할 수 있는 문명 고유의 도덕성이 들어있습니다. 외계의 기술을 안전하게 전수 받으려면 우리는 그들의 가치관을 배우며 그들의 문명에 동화되어야 합니다. 오직 기술만 빼내려 한다면 매우 위험한 대가를 치러야만 할 것입니다.

두 번째 공생하는 방법은 그들이 우리 문명에 동화되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지구를 먼저 선점하고 있는 인류에게 기득권이 있으므로, 이 방법이 더 합리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마 외계문명에서 반발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지금의 문명과 그에 따른 문명의 이기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중세시대로 돌아간다고 하면, 과연 그 시대의 가치체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우리도 그들과 같은 가치 아래서 살 수 있을까요? 무리 사이에 귀족이나 평민, 노예 같은 계급을 두고, 여성에 대한 심한 차별을 하며, 종교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그 시대의 가치를 그대로 인정하며, 그들과 동화될 수 있을까요? 그것도 수백만 명이 같이 그 시대에 갔다면 말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이 시대의 우리가 평등하고, 자유로우며, 합리적인 사회에 살고 있다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수백 년 후나 수천 년 후의 후손들에게 이 시대는 가장 불행했던 시대로 평가될 수도 있습니다. 하물며 완전히 다른 과정을 거치며 문명을 이룬 외계문명에게 인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비도덕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문명으로 보일 수도 있다. 아니면 아예 인류는 문명이 아닌 야만적인 존재의 집합으로 인식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도덕적인 문명이라고 해도 서로 추구하는 가치와 선의 기준이 다르다면 평등한 공생이 쉽지 않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호킹 박사의 ‘그들 행성의 자원이 고갈되면 지구를 정복하고 식민지화할 수도 있다’는 의견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호킹 박사가 말한 ‘행성의 자원’이 어떤 의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단순히 우리가 생각하는 지하자원이나 해양자원, 에너지 등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것이 식량 문제라면 문명의 발전하면서 인구조절, 환경보존 등으로 자연스럽게 해결하게 될 것이고, 에너지 문제라면 화석에너지가 아닌 태양력 등의 대체 에너지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 인류의 문명이 수십억 년 후에 발현되었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문명이 한창 발전하고 우주시대를 맞이할 무렵, 우리의 영원할 것 같은 태양이 내부에 있는 수소를 전부 태우고 주계열을 떠나 적색거성(red giant)으로 진화는 중인 사실을 알아냈다면 인류는 충격에 빠질 것입니다. 물론 매우 천천히 진행이 되겠지만 태양은 그 지름을 현재의 200배로 확장하며 수성과 금성을 빨아들일 것이고, 지구도 먹일지 말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보다 훨씬 전에 지구는 태양이 수소를 소진하고 헬륨 융합을 하는 과정에서 계속 밝고 뜨거워짐에 따라, 바다와 대기는 모두 증발하여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고, 지표면은 암석이 녹아내리는 뜨거운 불바다가 될 것입니다. 이럴 경우 자원 문제는 에너지 문제를 넘어 문명의 존속이 달린 ‘장소와 시간’ 문제가 됩니다.

인류는 그날이 오기 전까지의 시간 동안, 모든 기술과 자원을 집약해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류가 유사한 지구,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열악한 외계 종족이 사는 유사한 지구를 발견한다면, 과연 도덕성을 내세워 포기할 수 있을까요?

물론 이런 가설은 말 그대로 가설에 지나지 않습니다. 외계인, 더군다나 외계 문명의 존재 여부조차 논란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스티븐 호킹 박사가 던진 우려의 말도 너무 앞선 기우에 지나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이나 그에 대한 반대의 생각이 모두 틀린 것도 맞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은하에만 해도 2000억 개 이상의 항성이 있고, 그 보다 많은 수의 행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주에는 우리 천만 개에서 1조 개의 항성으로 이루어진 은하가 약 천억 개 정도 있습니다. 아무리 우주가 거칠고 위험하다고 해도, 이 많은 별 중에는 지구처럼 생명을 잉태한 별이 셀 수 없을 만큼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는 분명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할 지성을 가진 도덕적인 문명도 있을 것이고, 수억 년 문명을 이어오며 전지적인 능력을 얻은 문명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객체보다 집단에 가치를 두는 문명이나 기술을 선(善)으로 삼는 문명, -우리 도덕을 기준으로- 야만적이고 야비한 문명, 침략과 전쟁을 미덕으로 삼는 호전적인 문명 등,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가치관을 가진 문명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위기에 처한 문명, 우주를 떠돌고 있는 문명도 있을 것입니다.

호킹 박사의 우려는 언제까지나 바위 밑에 숨어있자는 말이 아닙니다. 최소한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때까지라도 조심하자는 뜻일 것입니다. 외계인이라면 무조건 선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를 구원의 도구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이며, 그들이 행하는 선이 우리가 받아들이기에는 선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또한 그럴 생각으로 던진 게 아닌데 그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을 수도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반짝이는 빛은 별이 아니라 은하들입니다. - 사진 제공 : NASA)

그러나 이제는 늦었습니다. 우리가 지난 세월 동안 우주로 쏘아 보낸 수많은 공식적인 메시지와 TV, 라디오 신호들은 이미 반경 백 광년을 퍼져나갔습니다. 물론 지름이 십만 광년인 우리 은하에서 그 정도라면 거의 표시도 나지 않는 작은 동심원에 불과합니다. 어쩌면 외계문명이 우리 전파를 받을 수천 년 후에 이미 인류는 자멸하고 사라져, 지구는 주인 없는 별이 되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라도 일부러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 2010년 5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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