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의 조건 - 나눔과 희망의 전도사 박원순 에세이
박원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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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에서 나타나듯이 박원순씨는 지금으로부터 1년 전만 해도 "나눔과 희망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세계 최초의 직업이라는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 : 한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사회의 설계 및 디자인 방법을 고민하는 직업)의 명함을 들고 다니던 박원순이 제시하는 바람직한 사회상은 아주 단순하다.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사회이다.
그리고 이것을 이루기 위한 첫발을 ‘기부와 나눔’이라고 단언했다. 기부와 나눔을 21세기 키워드라고 믿는 그는 이성적인 기부를 권했다.

그러던 저자는 지난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었고 다음 날부터 서울시장으로서 공직을 시작했다.
왜 그는 공직에 출마했을까?
2010년 6월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시 야당으로부터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를 권유받고도 거절했던 그가 1년이 조금 지난 후 마음을 바꾼 것이다.
 
언론기사에 나타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주변에서 문제제기한 것이 크게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당신만 편하게 지내고 시람들의 절망에 대해 왜 몸을 던지지 않느냐", "강연때마다 사회변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 '왜 그걸 실천할 수 있는 공직으로 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수천번 받았다",  "이명박 정부들어 정부와 시민사회의 균형과 협력관계, 감시 시스템이 완전히 깨졌다", "무상급식 문제만 해도 야당과 시민사회와 논의해 풀 수 있는데 쓸데없이 정치쟁점화되면서 어마어마한 경비가 낭비됐다"고 직접 말했다.
또한 2009년에 불거진 국정원의 사찰과 MB정권의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에 대한 외압도 한 원인이 될 것이라는 애기도 전해진다.
 
사실 개인적으로 나는 박원순이라는 사람이 살아온 길을 되짚어보면, 그가 정치인이나 관료보다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로 이어지는 삶의 궤적을 따라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중간지대, 즉 NGO 쪽에서 한국사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1% 기득권들과 그 대리인인 MB정권, 관료기관, 우익언론, 우익정당은 기본적으로 작동되는 사회시스템마저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 연장선 상에서 박원순의 NGO 활동도 불편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앞으로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직을 잘 수행해 나갈 지, 3년 후 서울시장 선거에 재선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스스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 지 그렇지 않을 지도... 본인 스스로 재선하여 서울시를 "시민이 시장이 되는 지자체"로 만들겠다는 다짐만이 알려져 있을 뿐이다. 3년이 지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고 유권자들이 판단하겠지...
 
이 책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던 저자가 서울시장에 나선 이유보다 그 전에 국정원 사찰까지 받아 자신의 활동과 단체의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박원순이 계속 가고자 했던 길에 담겨있는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를 통해 자신이 실천하고자 했던 '나눔과 기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여러가지 사례들 속에서 발견한 희망을 이야기...
 
그는 "사실 우리가 지금 가난해서 불행하거나 힘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마음이 가난한 탓에 불행하고 힘든 것이지 않을까"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삶의 가치를 외형과 물질에 두기 때문이다. 물질과 상품은 행복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요소일 수는 있지만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역으로 우리들 스스로가 정작 잘 사는 것이 무언인지,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소중했던 가치들, 나눔과 배려,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 마음, 따뜻한 이웃 간의 정, 형제애, 부모에 대한 공경과 존경, 공동체 정신, 농부들이 정성들여 키워 열매를 맺은 쌀 한 톨과 배추 한 잎까지도 귀하게 생각하는 그런 마음들을 다 잃어버렸다는 것... 그리고 자기를 희생해서 사회와 공동체를 위하는 헌신, 세상에 바른 목소디를 내고 기꺼이 좋은 사회를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용기도 사라졌다...
그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편하고 든든한 직장이라고 공무원과 교사가 인기라고 하는데, 이런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은 사회가 희망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더 인간적인 사회, 더 합리적인 사회, 더 민주적인 사회, 국민과 지구촌 시민들이 더 행복한 사회, 지속가능한 미래가 담보되는 사회, 누구나 자신의 인격과 삶을 풍요롭게 실현하는 사회, 누구나 절망하지 않고 좋은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사회, 이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어야 한다.”

미국의 부자들이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이유도 부자들이 갖고 있는 기부의 습관에 있다. 빌 게이츠도 4년 동안 자기 자산의 60%인 20조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박원순은 스탠포드 대학을 방문했을 때, 미국의 기부 문화를 직접 보고 깜짝 놀란다. “도서관 건물에서부터 그 안의 장서에 이르기까지 큰 대학건물에서부터 작은 벤치에 이르기까지 기부되지 않은 것을 찾는 게 어려울 지경이었다”는 것이다.
기부의 형식은 다양하다. 돈일 수도 있고, 시간일 수도 있고, 물건일 수도 있으며, 자신이 가진 재능일 수도 있다. 소리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오태양 군은 틈틈이 무료 공연을 기부한다. 나눔의 습관이 어릴 때부터 몸에 배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생각 때문이다. ‘사랑의 고물상’이라는 별칭이 있는 아름다운가게는 기부 받은 물건을 팔아 나온 수익을 전부 공익을위해 쓴다.
지금은 상당히 널리 퍼진 1% 나눔운동은 자기 수입의 1%를 기부하자는 운동이다. 가게에서 나오는 수입의 1%, 책 판매 수입의 1%, 강연료의 1% 등 전국에 106개의 점포가 있는 아름다운가게에 1%씩 기부하는 사람은 4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어떤 것이든 자신이 가진 것 가운데 1%를 이웃과 나누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훨씬 더 따뜻해지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실제로 무엇이든 기부한 사람은 보람과 즐거움을 얻는다.
 
“눈앞에 굶주리는 사람을 보고 돈을 내는 즉자적이고 감성적인 기부보다는 어느 쪽에 돈을 내는 것이 사회의 풍요와 발전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인지 잘 판단하는 이성적인 기부로 바뀌어야 한다. 상속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보람 있고 훌륭한 삶이며 삶의 성취인 자산을 어떻게 정리하는 것이 가장 보람 있는 삶인지 철학적으로 성숙해야 한다.”

저자는 정부의 예산만으로는 빈부격차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다고 본다. 일반인의 힘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해 100억대를 모금하고 매출하는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가 100개, 1000개가 되면 그 과정에서 고용이 창출되고 또 수많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사회마저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헌 물건을 거래하다보면 일자리뿐만 아니라 서로 소통을 하게 되기 때문에 지역 공동체의 사랑방 구실을 하고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장까지 된다.

저자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재단법인제도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낱 물질에 지나지 않던 돈이 재단법인에 출연됨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부여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재단들이 편법 상속의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 발전에서는 재단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토크빌에 따르면 19세기 NGO가 활성화했는데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NGO의 역할이 필수적인데, 이를 뒷받침한 게 시민들이 자벌적으로 참여하여 재정적 기원을 아끼지 않은 재단이었다는 것이다. 15년 전에 이미 미국의 재단은 4만 개가 넘었고 자산도 300조가 넘었다 하니 어마어마하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이 재단들이 개인재단이라는 것이다. 재단 재원의 90% 가까이를 개인이 기부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에는 재벌의 재단이 지배적이고 이들은 NGO 지원에 인색하다. 향후 한국이 질적으로 도약하려면 개인재단이 많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NGO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이 책은 강조한다.
우리가 바라는 대안적 사회, 좀 더 민주적이고 인간적인 사회를 위한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업은 기업이되 일반기업처럼 이윤만 추구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기업처럼 수익과 효율성을 추구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사회적 기업은 공공의 이익이나 사회적 목적을 기업이라는 형식을 통해 추구하고 달성하려는 것이다. 사회적 목적 실현을 위해 이윤의 대부분을 재투자한다.”

새로운 기업 정체성의 모델로 사회적 기업은 그만큼 중요하다. 결국 21세기에는 어떻게 하면 기업이 공동체와 자신의 지역에 공헌할지 생각하는 않으면 기업의 성장과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현장 그 자체가 진리라고 생각하는 저자는 2006년부터 지금(2010년)까지 지역투어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촌과 지역을 구석구석 돌며 리더들을 만나 지역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발전을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인 것이다. 지역을 살려 전체를 살려가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동일 건물 건축금지 조례에서 보듯 개성 있는 도시 만들기, 지역 특산물 사업, 다랭이마을에서 보듯 단점이었던 환경을 오히려 장점으로 되살리는 사업 등이 좋은 사례라고 지적한다.
은퇴한 사람들의 제2의 삶을 돕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96세까지 산 피터 드러커는 “60세 이후 30년 동안이 내 황금기였다”고 말한다. 희망제작소에서는 전문직 은퇴자들에게 사회공익을 위해 일하는 비영리단체에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호스피스 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능행 스님은 사람들이 영원히 살 것처럼 죽음을 미리 준비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매우 안타까워했는데 특히 재산을 미리 정리하지 않는 것은 남은 사람들에게 큰 짐을 지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만 제2의 갑부이며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던 왕융칭의 유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유언한다. “돈은 하늘에서 잠시 빌린 것이니 내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라”고. “자식이 능력이 있으면 물려줄 필요가 없고, 자식이 무능하면 물려주더라고 간수할 수가 없다”는 이유다.

이 책에는 세계의 구두쇠 할머니들 이야기도 등장한다. 라디오 한 대도 없이 살거나, 남루한 아파트에서 살거나 한겨울에도 전혀 난방도 하지 않고 살다가 생의 마지막에 자신의 전재산, 많게는 수백억에서 수십억원을 공익을 위해 쓰라며 사회에 돌려주고 간 사람들.
말 그대로 ‘개미같이 벌었지만 거지같이 살다가 정승같이 기부한’ 사람들이다.
나눔의 길에 동참했던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도 만날 수 있다. 가게의 수익 중 1%를 기부하다가 여덟 형제 남매 모두 아름다운재단의 기부자로 이끈 사람, 택시 승객에게 기부하라고, 좋은 일에 돈을 쓰라고 쉼 없이 권하는 택시 기사, 저소득 지역 공부방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가 되어 해마다 선물을 하는 기업, 생명나눔실천회를 만들고 안구와 장기 기증운동을 벌이다 운명하자 자신의 몸마저 의과대학 실험실에 남기고 간 스님, 엄혹한 시절 변호사로서 모범을 보여주었던 선배의 이야기까지.

“운동은 늘 마이너리티 운동이다. 사람들이 반대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일을 가지고 온갖 고난 끝에 마침내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지지하도록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사회운동의 본령이다.”

참여연대, 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까지 어찌 보면 무모하고 사회를 바꾼다기에는 ‘너무 낭만적일 것 같은’ 비전과 방식으로 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박원순은 이 책에서 보듯 우리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회의 설계 방법과 디자인 방법을 얻고 함께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희망제작소에서 벌여오거나 벌이고 있는 작은 지자체에 대한 컨설팅, 지자체 공무원에 대한 교육, 조례연구소, 주민자치 클리닉, 간판문화연구소, 공원연구소 사업 등도 그런 실험들이다.
‘21세기 실학운동’의 일환인 희망제작소의 모험이 어디까지 갈지 어떤 결과를 얻어갈지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출마를 내 맘대로,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싶었다. 한 사회의 거대한 시스템과 문화가 일부의 노력만으로, 특정 집단만의 힘으로 바꾸어질 수 없기 때문에 시민사회단체의 자발적인 '나눔과 기부' 문화와 더불어 정부,정치권의 제도와 시스템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박변호사가 출마한 것이라고...
박변호사 말대로 정부 예산만으로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반대로 정부의 노력 없이 민간의 자발적인 운동만으로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없는 것은 더욱 당연한 사실이다.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으로서 지자체의 정책을 통해 새로운 거버넌스와 '나눔과 기부'를 구현할 정책을 선보이고 민간에서 자기 역할을 수행하여 변화된 사회문화를 만들어내기를 기대해본다...
사실 박원순이라는 인물이 떠난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가 지금까지의 발전과 성과를 계속해서 만들어낼 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책 속에 들어있는 박변호사의 NGO 활동이 창조적이고 긍정적인 것으로 나는 아주 모범적인 일이라 평가하고 싶다. 특히 다른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지지부진했던 지난 날을 돌아보면... 그는 '나눔과 기부'라는 키워드로 한국사회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그럼에도 시민사회단체에서의 그의 노력은 아직 크게 결실을 맺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2010년 기준으로는 '나눔과 기부'를 시작한 지 시간도 얼마 되지 않았고(7년 정도?) 한국사회의 문화와 정서가 제대로 그의 문제의식을 받아주지 못하는 형편이었던 것이다. 나 역시도 주변에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럴 정도로 한국인 1%에게까지 영향이 확대되지 못한 상태였다.
물론,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한 '나눔과 기부' 운동을 공권력을 악용하여 방해한 현 정권과 집권당, 기득권 세력은 정말이지 무지몽매하고 악질이었다.
 
저자가 서울시장이 되어 정책으로 구현하고 여전히 시민사회단체에서 '나눔과 기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도 애초에 저자가 가졌던 문제의식, 즉 "잃어버린 가치의 회복"은 아직도 남아 있다. 그것은 단순히 '나눔과 기부' 운동을 활성화하는 것으로도, 빈민구제정책을 펼치는 것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다.
사회의 문화와 시스템, 소통과 참여, 개방과 공유가 어우러져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하고 또 진행해야 할 지 막막하기는 하지만...
 
[ 2011년 12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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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으로 산다는 것 - 개정판
전경일 지음 / 다빈치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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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한민국 40대, 그들은 누구인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2005년 기준으로 40대들이 처해있는 현실과 그들의 느낌,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태도와 방법을 제시하려 한다.
 
먼저, 저자는 한국의 40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낀세대, 어정쩡한 세대
- 진화와 도태 사이에 있는 세대
- 마지막 주산세대이자 첫 번째 컴맹 세대
-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의 부양을 기대할 수 없는 첫 세대
- 조기은퇴 대상자에 속하는 세대
- 안정과 변화에 대한 욕구를 동시에 갖고 있는 모순된 세대
 
저자가 보고 듣고 느끼는 40대는... 시간은 거침없이 흘렀지만,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고... 직장에서, 가정에서 자신 있게 호기도 부려보지만 예전에 없던 불안감과 두려움이 엄습하며.... 지금껏 이곳저곳에 씨 뿌리고 열심히 뛴 것 같은데, 지금에 와서 텅 빈 들판에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 신세라는 느낌이 든다... 
 
386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40대. 그들을 가리켜 불행한 세대라고도 한다.
대한민국의 40대는 변화무쌍하고 굴곡진 세월을 살아온 세대다.
20대에는 ‘민주주의’를 외치며 거리에서 청춘을 불사르기도 했고, 30대에는 IMF를 맞아 주변사람들이 ‘조기퇴직’이라는 불운을 당하는 것을 직접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또 산업시대에서 정보시대로 넘어오면서 살아남기 위해 숨 가쁘게 적응한 세대이기도 하다.
겪어온 역사적 환경도 남다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직선제 쟁취, 6월 항쟁에 이어 동서 냉전이 붕괴되고 지구 전체로 자본주의가 확장되는 것과 동시에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분단국가의 현실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살아오고 있다.
 
하지만, 과연 한국사회에서 40대만이 불행할까?
배운 것, 가진 것 하나 없이 일제시대에 태어나 혼란스러운 해방과 6.25전쟁을 겪고 4.19혁명과 5.16 쿠테타의 과정에서 배우는 것은 고사하고 하루하루 한 가족 먹고 살기도 힘들게 연명하면서 자식들을 건사한 우리 부모세대와 전쟁 전후세대가 40대보다 더 불행하지 않을까?
 
아니면, 40대처럼 5.18민주화운동이나 6월 항쟁을 겪지도 못하고 뒤늦게 태어나 한국 자본주의 성장의 혜택도 보지 못하고 IMF 이후에 대학에 입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하여 이전 세대들이 구축해놓은 체제와 기득권에 밀려 오로지 입시지옥, 취업전쟁과 비정규직 신세를 면치못하는 20대~30대가 어찌보면 더 불행한 것이 아닐까?
 
그만큼 굴곡지고 변화무쌍한 삶을 살아오면서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대한민국의 40대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누구나 마흔이란 나이를 맞게 되면 삶에 대한 생각이 많아질 것이다. 우리 부모세대나 선배세대들고 그렇고 우리의 후배들 역시 40대가 되면 생각이 많아질 것이다.
 
어느 세대건 나이가 든 후 자신이 살아온 시간의 궤적을 떠올리며 허탈해지기 마련이다. 첫사랑 열병에 몸살을 앓던 20대와 달리, 이제는 인생의 허허로움에 몸살을 않게 된다. 직장에서, 때론 가정에서 자신 있게 호기도 부려보지만 예전에 없던 불안함과 두려움이 자주 엄습한다. 지금껏 이곳저곳에 씨 뿌리고, 열심히 뛴 것 같은데 지금에 와서 내가 살아온 이유와 살아갈 이유들이 흔들리고 있다. 인생의 이정표 위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갑자기 막막하기만 하다.
 
세대를 떠나 부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자식을 둔 한 가정의 버팀목이 된 그들이 마흔 고개를 넘으면서 때론 울고 싶어도 울 수도 없는 감추어진 속내를 한번쯤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어떨까? 이 책은 386세대를 떠나, 누구나 닥쳐오는 40대의 고민과 방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기업 임원으로 있는 저자 역시 탄탄대로를 달려온 순조로운 이력서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40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그렇듯 동시대의 아픔과 고민, 못다 이룬 꿈과 미련에 대해 저자는 현실을 맞대 듯 솔직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대한민국에서 40대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희망 찾기를 진솔하게 이야기하려 한다.

평생 뼈 빠지게 일해 처자식 먹여 살리고 집 장만해 이제 한숨 돌릴 때쯤이면 인생은 어느 새 내리막길이더라는 마흔 가장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는 우리 모두가 드러내놓지 않는 인생의 비애를 안겨주는 한 단면이다.
직장에서 사오정 운운하면 지레 내 나이를 손꼽아 겁먹고, 강남불패다, 하면 그곳으로 진입 못한 패자의 느낌에 주눅이 들고, 이 사회가 조기 유학이다, 하면 또 어떻게 해서든지 애들을 유학 보낼 궁리를 하는 사십대에서 바로 우리들의 모습을 본다.
또 마흔에 이른 나이라면 누구나 직장에서건, 사회에서건 한번쯤 좌절을 겪어보았을 것이다.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십여 년 이상을 일해 왔어도 어느 날 기업은 난데없이 감원,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른다. 극심한 고용불안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40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나이듦에서 오는 초조함’이다. 누런 황금 들판을 바라보며 추수의 기쁨으로 들뜨기보다는 오히려 다가올 세찬 겨울이 한없이 두렵다. 행여나 주위의 누군가가 갑자기 쓰러지면, 내게도 곧 닥쳐올 일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한다.
모든 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다가오기도 하고,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며 닥쳐오기도 한다. 이렇게 이 시대의 마흔 가장들은 40대 사망률 1위인 나라에서 ‘나는 아니겠지…’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음은 사실이다.

매일 매일 생존의 치열한 전쟁터와 다름없는 직장생활은 또 어떤가. 매출은 만만치 않고, 점점 커가는 아이들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교육비는 지금껏 벌어오는 월급만으로는 벅차기만 하다.

더군다나 회사란 조직은 자신의 이런 고군분투에 대해 전혀 인간적인 따뜻함조차 보이지 않는다. 해가 지기 전까지 소리 없는 전쟁터에서 하루 종일, 1년 365일 전투를 치르고 있지만 너나할 것 없이 이렇게 힘겹게 싸워야만 먹고 사는 세상이 때로는 야속하기도 하다.
꼬리를 물고 이어진 아침 출근 행렬길에서 어떤 날은 아무런 굴레와 책임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도 싶은 유혹도 강하게 느낀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40대는 남달리 겪어온 시대적 환경이 다른 만큼 강하다. 의지와 성취동기도 강하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또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처지에 있다 보니 책임감도 무척 강하다. 그래서 전날 늦게까지 남아 일한 피로가 채 가시지 않아도 가장과 아빠라는 사랑스런 이름을 달고 오늘도 씩씩하게 출근길에 나선다.

이 같은 불안과 절망을 희망으로 180도 변화시켜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각 개인이 불안과 절망을 이겨내기 위한 여러가지 방향과 방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과연 그런 개인적인 노력으로 얼마큼이나, 얼마나 많은 개인들이 불안을 이겨내고 희망을 일으켜세울 수 있을까...
자신의 세대만, 각 개인이나 가족이 불안을 이겨내 이후 그들의 주변에 흩어져 있는 이들과 10년, 20년 후 자식세대들은 또 어떤 사회적 현실을 맞이할까... 
 

역으로, 저자가 열거하는 심정과 느낌들은 인간의 역사 이래로  40~50대들이 겪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아닐까...
그렇게 세대에 세대를 이어 조금씩 조금씩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가끔은 뒤로...) 밀고서 역사위 뒤안길로 퇴장하는 것은 아닐까...
 
저자의 애기하는 40대의 애환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냥 겉으로 존재하는 현실과 당사자들이 느끼는 감정만을 열거할 뿐... 그렇기 때문에 다분히 소박하고 무기력한 희망을 제시할 뿐이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런 느낌과 모습들이 당연한 것인지 아닌지, 다른 나라나 다른 시대에는 어떠했는지, 일부의 모습인지 전체의 모습인지, 개인의 노력으로 가능한지 아니면 사회적, 전체적인 방향과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아무런 분석도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 2010년 4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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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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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노동의 종말>에 이은 저자의 기념비적 역작이다.

저자는 통신과 과학의 발전이 가져온 자본주의의 새로운 전개양상을 ;접속의 시대(The Age of Access)'라 정의하고 '접속의 시대'에 대한 구체적인 현상과 증거를 밝힌다. 또한, '접속의 시대'가 도래한 이유와 그 이전 자본주의와의 차이점, 향후 전망을 제시하면서 독자들이 이에 대비할 것을 당부한다. 동시에 '접속의 시대'가 가져올 폐해를 경고하면서 그 대안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18세기에 유럽에서 시작된 시민혁명, 르네상스, 근대화, 산업생산은 세계의 주요지역을 봉건주의 시대에서 '사적소유'를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대를 가져왔고 자본주의는 '소유의 시대'를 의미한다.
1990년대부터 '정보화시대'라는 말이 대두되었고 이제는 웬만한 사람이라면 '정보화'라는 말에 전혀 거부감이나 이상한 느낌을 받지 않을 것이다. 20세기 내내 이루어진 첨단과학의 발전은 세계 방방곡곡을 1일 생활권으로 지리적으로 단축시켜 놓았고 인터넷을 대표되는 기술혁명은 빛의 속도로 세계인들이 정보를 접하고 전달하고 결정하는 시대로 바꾸었다. 

'변화'와 '혁신', '효율'과 '시장'을 내세우며 300년간 공룡처럼 커지기만 하던 자본주의는 '소유'에 근거한 '변화'와 '혁신'에 한계를 느끼고 스스로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이미  20세기 말부터 북미와 유럽에서는 자동차, 주책, 전자제품, 공장, 도소매 등 다양한 시장 영역에서 '소유'를 확대하는 것이 불리함을 깨닫고 '접속'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경영을 재편하고 있다.
즉, 20세기 말부터 제기되어온 '신자유주의'는 결국 '접속 자본주의'를 애기하는 것이고 21세기 자본주의의 중심은 '접속'이 '소유' 대신 모든 존재가치와 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산업시대는 지난 300년간 '소유'가 인류의 최대 관심사였기 때문에 '소유'의 범위를 정의하기 위한 싸움에 수많은 세대의 정치적 정열이 소진되었다. 근대의 정치 형세는 무엇보다도 계급과 계급 사이에 형성된 전선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상류층, 자본가층, 권력층, 노동자농민층, 빈민층은 물리적 자본을 가용하고 물자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재산을 분배하는 최선을 방안을 놓고 끊임없이 갈등을 빚었다. 한마디로 생산수단을 누가 장악하고 인간 노동의 결실을 누가 주도적으로 분배할 것인가를 놓고 정치세력이 좌우로 갈라져 대립해왔다.
접속의 시대에는 좌우가 대립하는 정치가 내재가치와 효용가치가 갈등을 빚는 새로운 사회구도에 흡수될 것이다. 한마디로 문화적 정체성, 문명의 존엄성이 그 자체로 인류의 목적이냐, 아니면 상품 생산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냐라는 갈등이 될 것이다.

글로벌 거대독점기업들에게 이제 중요한 것은 대규모로 생산하여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고객의 관심과 시간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 조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관심을 돌려 고객을 감동시키는 서비스, 고객을 감동시키는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상품을 팔지 않고 그냥 준다. 그리고 상품의 유지관리와 체험에서 오히려 장기간의 수익을 확보하려 한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는 한국사회에서도 이미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요즘 누가 핸드폰을 돈을 지불하고 사는가? 복사기,복합기를 임대하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냉장고도 거의 무상으로 제공한다.)

 '접속의 시대'에 몇 십년 내에 글로벌 기업들은 지역, 국가, 지구의 접속권을 독점권을 획득할 것이다. 또 기존의 자본주의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삶을 영위했다면, 이제 자신의 체험과 삶을 팔아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소유'를 기초로 계급과 인간을 나누었다면, 앞으로는 '접속' 여부가 사람들을 가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미디어와 인터넷, 체험과 문화 상품에 길들여진 세대들이 지구상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시기가 도래하면 '문화'와 '문명'은 도태되고 문화상품이 인간을 점령할 것이다.

'접속의 시대'에는 체험과 놀이와 문화가 상품의 중심을 차지할 것이다. 심지어 타인의 시간, 타인의 배려와 애정, 타인의 공감과 관심을 돈으로 사는 경우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심지어 인간관계도 상품화되고 있다. 우리의 삶은 점점 상품화되고 공리와 영리의 경계선은 점점 허물어질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21세기 자본주의가 바야흐로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 전화되고 있으며, 이 대세를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렇지만, 그와 함께 두 가지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다. 
첫째는, '접속'의 불평등이다. 최근 몇 십년 동안 자본주의의 전개과정은 '부익부빈익빈'을 가중시켜 왔고 이 상황을 개선시키지 않은채 '접속의 시대'가 도래하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는 점과 공익적,인권적인 관점에서 '접속할 수 있는 인간의 권리'를 제기한다.... '부익부빈익빈'은 신자유주의가 더욱 심화시켜 왔으며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인류의 심각한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두번째, '접속의 시대'에 인류 문화와 문명의 고유가치, 생물 다양성과 함께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노력을 게을리할 경우, 문화자본주의와 인류는 스스로 자멸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수 밖에 없음을 경고한다.

 저자가 이 책을 발간한 것이 2001년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저자의 뛰어난 분석력과 통찰력이 돋보였다. '접속의 시대'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전망은 우리에게 세계경제의 거시적인 안목을 키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우리도 또한 적어도 지구상의 흐름을 방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동시에 비판적인 관점에서 '접속의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한 저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 2010년 5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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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심다 - 박원순이 당신께 드리는 희망과 나눔
박원순 외 지음 / 알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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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변호사, 그리고 '참여연대'라는 시민단체의 사무처장... 이 정도가 내가 기억하는 박원순씨에 대해 아는 전부였다.
인권변호사로서는 조정래 변호사를 더 기억하고 있었고 '참여연대'는 2000년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이끌었다는 기억과 재벌 독점의 고리를 끊으려고 노력하는 시민단체 정도로 기억하는 수준...
결국 그동안 나는 박원순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지난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진행되어 오세훈 전시장이 시장직을 사퇴하고 곧이어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되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안철수 원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하고 더불어 한명숙, 박영선, 박원순씨등이 야권의 후보로 거론되었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안철수 원장과 박원순 변호사가 '후보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신선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안철수 원장에 대해서는 여러 신문기사나 인터넷 글,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문득 안철수 원장과 비교하여 박원순 변호사라는 사람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지지율을 얻고 있는 사람이 5% 지지율에 그친 사람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할까? 박원순 변호사의 어떤 점이 안철수 원장의 양보를 이끌어 냈을까? 박원순씨의 삶과 철학, 인생역정과 고민, 아이디어와 비전이 궁금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박원순 변호사에 관한 책을 두 권 구입하여 지난 추석 연휴에 읽었다. 이 책 [희망을 심다]와 [아름다운 세상의 조건]...
한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동고동락을 함께해 보거나 여행을 함께 떠나는 등의 방법이 있지만, 내 입장에서 가능한 것도 아니고 시간도 부족하니 책을 통해서 어느정도 박원순 변호사를 알고 싶었다.
(맨 처음에는 내가 박원순 변호사의 책을 읽어보고 지인들에게 책에 대한 소감과 책을 통해 알게된 박원순 변호사를 소개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책만 읽고 서평을 이제야 쓰게 된 것...)
 
아래는 이 책의 목차...
 
1장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 깡촌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난 박원순
2장 석 달 동안 양말 한 번 안 벗었어요 - 서울대생이 된 촌놈 박원순의 공부법
3장 검사 그만두고 공부하고 싶었어요 - 6개월 만에 사표 쓴 청년 검사 박원순
4장 구석구석에서 할 일이 쏟아지는 원순씨 - 인권변호사, 시대의 영웅들을 변론하다
5장 앞으로 나아간 2보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 밖에서 본 한국, 밖에서 한 궁리
6장 맥주 구걸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 대한민국 안 걸리는 데가 없는 '박변 주소록'과 참여연대
7장 나눔과 봉사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 아름다운재단의 아름다운 사람들
8장 한국 사회의 업그레이드를 꿈꾸며 - 희망을 나누는 희망제작소
9장 세상은 버린 만큼 얻는다 - 시민운동은 블루오션이다
10장 일하다 과로사하는 게 꿈입니다 - 즐겁게, 신나게 일하는 사회
 
원순C가 말하는 어린시절, 학생시절, 대학시절, 검사,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 시절을 들어보면 가장 먼저 부모의 역할이 새삼스럽게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
부모님의 성실한 삶의 태도와 부지런함, 이웃에 대한 사랑과 정직한 모습이야말로 원순C의 성격과 태도,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 입학 이후 원순C가 독서실, 입주과외, 전셋집, 고시공부, 유학생활에서 보여준 모습은 어린 시절 부모님 곁에서 보고 느끼고 자란 가정환경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모습들은 결코 가장하거나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하여 꾸준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것을 '고난의 내재화'라 말한다.
"하지만 내가 힘들었다고 말하는 이 모든 것은 어린 시절 그 농부의 일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p.5)"
 
군사쿠테타를 통해 집권한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온 세상이 감옥이었던 시대, 차라리 고난의 길에 서 있는 수인들이 편을 드는 것이 마음 편했던 원순C였다. 검사 생활을 1년 만에 때려치우고 변호사로 개업한 원순C는 곧바로 인권변호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조영래 변호사를 통해 인권변호사의 길에 뛰어든 원순C는 1985년 미문화원점거사건, 1986년 부천서성고문사건과 보도지침사건, 건대사태, 1987년 박종철고문치사사건과 구로구청부정선거사건, 풀빛출판사사건, 민족미학연구소사건, 서울대우조교성희롱사건 등 중요한 시국사건을 맡아 변호했다.
원순C는 스스로 당시에 조영래 변호사를 통해 "사회적 통찰력을 가지고 법률을 통해서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과 "그것을 혼자의 힘으로가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세력을 연대시키면서 풀어가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양김씨의 분열은 1987년 대통령선거에서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 역시 이에 좌절했고 1989년부터 시작된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으 몰락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거대한 시대의 흐름이 급박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원순C는 조영래 변호사의 조언으로 1991년 영국으로 떠나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서 자원봉사도 하고 강의도 하고 유럽의회, 함부르크의회에서 세미나를 하면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분법을 극복해내고 유연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1년 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학 도서관, 법대 도서관, 워싱턴의회 도서관, 미국국립문서보관서 등에서 자료를 복사하고 자료를 구하여 공부했다.
 
원순C는 귀국 후 사람들과 함께 참여연대를 설립했다. 이전 방식의 저항운동이 아닌 새로운 사회운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현 사회제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해야 될지 고민하고 있던 사람들이 합류했다.
참여연대는 1994년 국민생활최저선운동, 1995년 사법개혁운동, 1997년 작은권리찾기운동, 1998년 소액주주운동, 1999년 예산감시정보공개운동, 2000년 부적절한국회의원후보자에대한공천반대및낙선운동, 2001년 이동통신요금인하운동, 2002년 대선정치자금감시운동 등의 활동을 펼치며 강력한 정치적 힘을 가진 시민단체로서 한국사회의 많은 변화를 이루어냈다. "역할과 한계를 아는 운동이 필요하다.(p.266)"
 
2002년 참여연대 내외부의 많은 이들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원순C는 참여연대를 '폭력적'으로 정리한 후 미국 헤리티지재단에 갔다. 거기서 그는 "모금은 예술이고, 과학이다"라는 말을 듣고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재단의 사례와 제도를 연구한 후 한국에 돌아와 '세상의 좋은 변화를 위해서 꿈꾸고 일하는 사람들을 좀 편하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아름다운재단을, 재활용과 사회적 기업의 모델인 아름다운가게를 설립했다.
아름다운재단은 한국사회에 "1% 나눔운동"을 통해 기부와 나눔 문화를 확산시켰고 공공의 장점과 기업의 장점을 결합시킬 수 있는 모델인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켰다.
아름다운가게는 7년 만에 전국 100여개 매장, 상근간사 300명, 자원봉사자 5,000명을 기록했다.
 
원순C는 2006년에 아름다운재단을 떠나 희망제작소를 설립했다.
그는 희망제작소를 '21세기 실학운동'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소프트웨어나 콘텐츠에 취악한 구조이며, 총론은 강한데 각론은 없다'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희망제작소는 '씽크탱크(think tank)'를 지향하면서 동시에 작지만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데 주력하는 '두탱크(do tank)'를 지향한다. 또한 '지역사회가 붕괴되면 중심도 흔들린다'는 이론을 가지고 붕괴되어 가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실증주의자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나 큰 거대담론 과잉의 시대이고, 이념을 흑백으로 무모하게 분류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각론과 디테일한 부분을 고민해야 하며, 같은 부분에서는 합의하고 다른 부분에서는 조율해나가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가 안보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입니까? 국가보안법을 존치하자고 하는 사람들은 인권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입니까? 둘 다 해야 되잖아요"라고 말한다.
 
원순C가 인권변호사,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활동을 하는 과정은 활동가들 뿐 아니라 개인이 시대의 흐름과 사회의 변화를 어떻게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주도하는지 보여주는 귀중한 모범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인권변호사로서의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 후 시대가 변했음을 깨닫고 자신이 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분야로 참여연대를 설립하여 새로운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참여연대에서 10여년 정도 성공적으로 활동한 후,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후배들을 위해 과감하게 참여연대를 박차고 나간 후 '나눔과 기부'를 새로운 사회운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를 설립했다. 또한, 아이디어와 창업, 참여와 사회적 기업 등을 사회활동으로 승격시키면서 희망제작소를 설립하게 되었다.
 
시민운동가나 직장인, 전문가라는 분야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한 자리, 한 위치, 한 역할에서 10년 이상 꾸준하게 성과를 내고 스스로를 혁신하기가 무척 어렵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소통이 어렵고 사고방식과 일처리 방식이 고루해지게 된다. 개인과 조직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개인들의 활력과 창의력은 억눌리며, 조직은 후퇴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공무원 조직은 10년이 지나면 해외 유학을 보내주고 대학교수는 안식년 제도를 도입하고 기업은 새로운 역할이나 업종으로 재배치시켜준다. 물론, 시대의 흐름이나 환경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은 유학, 안식년, 재배치의 기회를 얻어도 그것을 자기 혁신과 새로운 가치 창출로 연결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기회마저 생각하지 못하거나 얻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원순C는 젊은이들에게 주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꿈을 꾸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라고 미국 사람인데, 일본 홋카이도에서 교육운동을 하신 분입니다. 그분이 '보이스, 비 앰비셔스 Boys! Be Ambitious'라는 말을 했죠. 앰비션 ambition이라는 것이 꼭 좋은 의미로만 해석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람은 그런 앰비션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꿈이잖아요. 좀 황당해도 좋으니까 젊은 시절에는 그런 꿈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 시기에 그 말 한마디가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우리 시대에 제가 그 역할을 충분히 못했다고 생각하는데요. 더 큰 역할을 하는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그런 천박한 꿈이 아니라 정말 세상을 향해서 자기 일생을 한 번 바쳐보겠다는 꿈을 꿔봤으면 좋겠어요. 인생을 살다보면 마모되고 성숙되면서 결국 현실화되거든요. 청년 시절에는 무모한 꿈도 꿔봐야 합니다. 그게 그들의 특권이고 장기고, 그럴 수 있는 유일한 시기잖아요. 세상을 살다보면 안 그래도 소시민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젊은 시절 그런 꿈이라도 꿔봐야 하지 않겠어요?(p.381)"
 
 
이 책을 읽고나서 원순C에 대해 기본적으로 신뢰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그래서 야권단일후보 경선 때부터 서울시장 선거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고  지난 10월 26일 원순C는 개표 결과 큰 표 차이로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그는 시장 업무를 개시한 이래 지금까지 자신의 지지자들과 서울시민 대다수를 위해 좋은 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일방주의가 아닌 소통으로, 토건행정이 아닌 복지행정으로, 돈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서울시정을 바꾸어나가고 있다.
자신이 평생에 걸쳐 고민하고 준비해왔던 '희망'을 '시민이 시장이다'라는 구호 아래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한 가지씩 정책을 실현시켜 새로운 정치와 행정의 모범을 실현시켜 나가길 기대해 본다.
 
[ 2011년 11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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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나선 - 생명에 대한 호기심으로 DNA를 발견한 이야기 궁리하는 과학 1
제임스 D. 왓슨 지음, 최돈찬 옮김 / 궁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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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53년 세계 최고권위의 과학잡지 <네이처>지에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히는 논문을 발표하여 전세계적인 이목과 찬사를 받아 1962년 그 공로로 프랜시스 크릭, 모리스 윌킨스와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의 저서이다.

왓슨은 이 책의 서문에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캐번디시 연구소에서 크릭과 함께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하게된 이야기를 소설의 형식으로 펴낸 것이라 말한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서문이라기 보다 자신의 일기를 바탕으로 자서전 비슷하게 풀어쓴 글이다.

책 속에는 노벨상을 염두에 두고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본심과 그에 따른 적나라한 이야기들이 숨김없이 드러나 있다. 또한, DNA 구조를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성격, 의욕, 능력, 경쟁심과 더불어 과학자들의 일상생활도 일반인들과 비슷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저자는 아주 운이 좋은 것처럼 보인다. 겸손하게 책을 써내려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DNA 이중 나선 구조를 밝히는 과정에서 저자는 아이작 뉴튼이나 스티븐 호킹의 말처럼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내는 행운을 잡은 것이다. 로잘린 프랭클린이라는 과학자의 능력으로 X선 회절법으로 DNA의 결정체를 촬영한 사진이 아니었다면, 라이너스 폴링이 단백질의 결정체를 일부라도 먼저 밝혀내지 않았다면, 모리스 윌킨스의 선구자적인 DNA 연구가 없었다면 저자에게 노벨상의 행운이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저자가 운 좋게 논문의 저자이름에서 맨 위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이 책을 발간하고 언론에 그렇게 많이 노출되지 않았다면 "DNA=제임스 왓슨"이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읽어온 수학자,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돌이켜 보면 뛰어난 과학자들의 경우 수 많은 연구와 실패, 갈등없이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낸 적이 없었다. 아이작 뉴턴, 라이프니츠, 파스칼, 페르마, 칸토어, 가우스, 푸앙카레, 힐베라트, 괴델, 아인슈타인, 호킹 등등... 20세기에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 역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밝혀낸 앤드류 와일즈처럼 오랜동안 노력한 결과이며,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논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자가 무척 겸손하다고 하더라도 저자가 노력한 정도나 저자가 발표한 논문이 앞 선 수학자, 과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더불어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왔던 노벨상의 권위가 논문의 뛰어남이나 역사적인 위대성보다 점점 이벤트나 형식으로 치부되고 인종차별적인 느낌까지 든다. 물론, 한국에서는 그 정도의 노벨상을 취득한 과학자들도 없으니 국가적으로는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김대중 전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니 그것으로라도 위안을 삼아야...^^)

어떤 측면에서는 이 책에 긍정적인 장점도 들어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과학자는 식음을 전페하고 골방에 처박혀 연구와 계산만 해대는 '괴짜'라는 선입견이 지배적인데, 저자는 매일 8시간~12시간 정도만 연구하고 토론하고도 노벨상을 탄 것이다. 저녁식사는 언제나 친구들, 지인들과 함께 하고 한 달에 몇 번씩 파티와 술자리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했으니까...

세상은 어쩌면 노래말 그대로 '요지경'일 수도 있다...
 

[ 2010. 5. 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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