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만들기 - 왜 우리는 교육을 받을수록 멍청해지는가
존 테일러 개토 지음, 김기협 옮김 / 민들레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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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1992년에 초판이 출간되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교육 전문가나 학계의 석학, 박사가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26년 동안 재직한 현직 교사가 발간한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의 학교, 교육 이야기보다 생동감이 있고 구체적이다. 저자 존 개토는 삼십 년 가까이 미국의 심장부에 있는 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했고, 심지어 뉴욕 시, 뉴욕 주 ‘올해의 교사’ 상을 연거푸 받았다. 학교제도에 대한 직격탄에 가까운 이 책의 주요 내용은 공교롭게도 그 상을 받는 자리에서 연설하기 위해 저자가 밤을 새워 쓴 것들이다.
저자의 이야기의 대부분은 현재 우리 제도교육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1970년대 이반 일리히가 출간한 <학교 없는 사회 Deschooling Society>를 저자가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의 교육 철학은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다.

저자는 주로 미국의 학교교육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미국의 제도교육은 우리나라가 지난 일 세기 동안 받아온 학교교육의 뿌리이기에 전혀 낯설지 않다. 국민 통합을 위해 미국이 프러시아에서 빌려온 학교제도를 미국과 일본이 모방하고 그것을 그대로 우리 교육에 이식하면서 서구의 근대교육은 우리의 근대화 과정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셈이다.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교육 문제의 진짜 뿌리는 거기, 즉 서구 교육제도에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학교를 거치는 동안 대부분의 아이들이 생기를 잃어버리고 가능성을 매장당한 채 그저 밥벌이나 하면서 살아가는 어른이 되는 현실은 근대화 과정을 거친 국가들이라면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이 겪는 비극인 셈이다.
 
"아이들과 교육 사이를 갈라놓는 장애물들과 여러 해 동안 씨름해 오면서 저는 국가 독점 교육제도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교육제도는 그 핵심적 신화들이 까발려지고 버려지면 기능을 상실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 제가 가르쳐 온 것은 이 교육제도를 지탱하는 신화들, 계급제도에 근거한 경제체제를 떠받드는 신화들을 뒷받침해 주는 보이지 않는 교과서였던 것입니다.(p.22)"

 

저자는 교사들이 학부모들의 돈으로 12년간 학교에서 하는 몹쓸 짓 7가지에 대해 말한다. 그것은 '혼란, 교실에 가두기, 무관심, 정서적 의존성, 지적 의존성, 조건부 자신감, 숨을 곳이 없게하는 것'입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학교의 필요성으로 제기하는 읽고 쓰기나 덧셈 뺄셈에 대해 학교의 기능을 비판한다. 실제 아이들이 읽고 쓰고 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가정에서 100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배우는 사람이 의욕만 있다면 가르쳐 달라고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배우려는 마음이 식기 전에 가르쳐 주는 것"이 요령이라는 것..(실제 미국에서는 의무교육 전에 2%에 불과하던 문맹률이 1990도에 9%까지 증가했다고...헉!)
따라서 저자는 학교의 숨겨진 교육과정이 사실은 ‘바보 만들기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학교교육을 더 많이, 더 잘 받은 엘리트일수록 실제로는 남의 생각을 자기 생각으로 착각하고 살면서, 자신이 궁극적으로 무엇에 봉사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물신의 제단에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이 말은 우리 한국사회에서도 조금씩 현실화되기 시작했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마약, 자살, 이혼, 폭력, 잔인성 등이 유행하는 현상, 그리고 미국에서 사회계층이 계급으로 굳어지는 현상도 모두 중앙통제의 강황에서 파생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이 비인간화되고 개인과 가정, 지역사회의 의미가 퇴화되는 것입니다. 대형 의무교육기관이 이런 성질을 갖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일입니다. 이 기관들은 끝없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p.38)"
 
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길은 어디 있을까? 저자는 민주주의로, 개인의 세계로,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독려적인 학습방법, 지역사회에서의 봉사활동, 모험과 경험, 충분한 개인 시간과 혼자 있기, 온갖 종류의 견학과 견습.. 저자는 이런 것들이 모두 진정한 학교제도의 개혁을 위한 강력하고 값싸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손상받은 아이들과 손상받은 사회를 회복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개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교'의 개념을 열어젖혀 가정을 교육의 주된 동력원으로 받아들여야"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가리키는 그 길은 어려운 길이 아니다. 돈이 더 필요한 길도 아니다. 교육 예산이 늘어난다고 해서 우리가 맞닥뜨린 교육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답을 찾는 지름길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다. 말 잘 듣는 아이를 길러내기 위한 근대 학교의 근본 패러다임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전미 가정교육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6월 현재 미국 홈스쿨링 인구는 약 204만명, 전체 학생의 3.8%에 달한다.)

 

"교육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든 그것은 독창적인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어야지, 틀에 맞춘 인간형을 찍어내는 것이어서는 안됩니다. 아이들에게 커다란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창의성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자기 인생에 지표로 삼을 가치관을 세울 수 있게해 주어야 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 자신이 있는 장소, 자신이 함께 하는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도록 정신적 풍요로움을 키워 주어야 합니다. 세상에 중요한 일들이 어떤 것들이고, 사람이 살고 죽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알게 해 주어야 합니다."(p.118)
 
우리나라도 교육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교육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무한입시경쟁과 학벌독점만능주의, 대학서열화, 사교육 광풍 등 '교육제도 내부'의 문제만을 들여다 볼 뿐이다. 무한입시경쟁과 학벌독점만능이 한국보다 심하지 않은 미국 제도교육이 저자의 주장처럼 100년간의 국가독점교육체제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사회문제로 발전된 것이라면 우리 역시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검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2012년 8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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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힘 - 2012 시대정신은 '증오의 종언'이다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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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김대중 죽이기>를 출간하여 김대중 전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2002년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을 출간하여 노무현 전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일조했던 강준만 교수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이 책을 발간하여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따라서 올해 대통령 선거에 크게 민감한 나로서는 이 책을 사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강준만 교수의 시대상황 인식과 명석한 분석을 인정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강 교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분석하고자 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중요한 언론 매체와 책 등을 인용하여 분석하는 방식은 국내의 웬간한 학자들은 따라올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뉴스클리핑' 같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뉴스나 자료를 정리할 것이라고 예상은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는 건 해본 사람은 안다.
더군다나 1년 넘는 정보를 토대로 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뉴스와 해설, 사설, 칼럼 등을 모으고 골라내고 분석, 비판, 재구성하는 능력은 하루 아침에 닦여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강 교수는 이 책에서 안철수 지지 선언과 함께 본격적인 대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안철수 자질론, 진보와 보수 진영의 안철수 비판론, 정권 교체론과 박근혜 대세론 등 가장 뜨거운 화두들을 거침없는 문체로 비평한다.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을 이유로 ‘안철수 대통령은 없다’라고 단언한 일부 정치권과 언론의 주장에 대해 저자는 "지난 세월 한국 사회는 ‘대통령은 정치인이 해야 한다’는 원칙을 충실히 수행해온 셈인데, 과연 그 결과가 무엇이었느냐"고 되묻는다. 지난 한국정치사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엮임한 정치인들의 사례와 결과는 대다수가 부패하고 무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기 때문이다. "한국정치란 무엇인가? 그런 '연줄의 예술'이다. '안철수 비토론'의 주요 논거 중 하나는 그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것인데, 이를 뒤집에 말하면 안철수는 연줄 부패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뜻도 된다. 연줄 부패, 정말 지긋지긋하지 않은가? 안철수의 청교도적 기질이 꼭 좋은 건 아니지만, 이 지긋지긋한 연줄 부패를 끊기 위해 한시적으로나마 청교도적 기질을 지닌 지도자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닐까?"
세계 10위권 규모의 민주 국가 운운하며 정당정치의 중요성을 제기한 주장에 대해서도 지은이는 한국의 ‘포장마차 정당론’을 언급하며, 컴퓨터 게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심심하면 때려 부수고 다시 만드는 정당 정치를 펼치면서 세계 10위권 규모 민주 국가라는 기준으로 한국의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느냐고 반격한다. 야권의 박근혜 비판론에 대해선 비판의 주된 화두가 고작 ‘독재자의 딸이냐’며, 이는 콘텐츠의 빈곤을 드러낼 뿐이라고 강조한다.
 
2012년의 시대정신을 ‘증오의 종언’으로 규정한 강준만은 지난 5년 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이게 다 노무현 때문’과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라는 정서에 이의를 제기한다. 증오가 정치의 주요 동력과 콘텐츠가 되고 시종일관 진영 논리의 포로가 돼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증오 시대에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이념과 진영 논리에서 자유로운 안철수야말로 증오 시대를 끝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게 강준만 교수의 결론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안철수식 문제의식의 예를 들면서, 저자는 진보 진영 내에서도 폭넓게 공유되고 있음에도 "진영 논리에 빠져서 보수언론에서 선점해서 다루니까 우리가 외면해버리거나 무방비로 안 다루고 놔뒀던 영역"이라고 보는 게 옳다."고 말한다. 안철수의 강점은 기존 진영 논리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활용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증오' 또는 '진영논리'는 진보세력 사이에서도 뿌리가 깊다. 중도적인 시각을 가진 정치세력이나 유권자들이 보기에는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 진보세력은 진보정당 사이에서, 진보정당 내부에서, 진보정당 바깥에서 상대방을 '제거해야 할 적' 만큼의 증오와 욕설을 내뱉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는 그런 문제를 여실하게 보여주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안철수 원장에 대한 지지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안철수는 증오 시대를 끝낼 수 있는 적임자다. 안철수는 “우리 정치권은 승자 독식이 반복되기 때문에 결국 증오의 악순환에 빠진다”며 “여나 야, 누가 이기든 국민의 절반이 절망한다”고 말한다. 또 그는 “상대방을 지지하는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리고,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는 낡은 프레임과 낡은 체제로는 아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그의 정치 관련 발언은 거의 모두 이런 문제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
둘째, 안철수는 ‘공정 국가’ 실현을 위한 적임자다. 공정 국가는 시장을 적대시하지 않으면서 공정한 시장을 지향하는 국가다. 시장 논리를 배격하는 기존 진보적 틀은 평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아름답긴 하지만, 5천만 한국인을 먹여 살릴 수 없다. 안철수는 시장주의자이면서도 오래전부터 지겨울 정도로 경제 민주화의 가치라 할 정의, 공정, 공생을 강조해왔다. 말로는 누군 그런 말 못하느냐고 일축하기엔 그의 지나온 삶이 그 정신의 실천에 지독할 정도로 충실했다.
셋째, 안철수는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다. 스마트폰 혁명과 SNS혁명이 잘 말해주듯이 인류는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혁명적 변화를 맞고 있다. 이 변화를 어떻게 이끄느냐에 따라 한국의 선진국 진입 여부가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안철수는 디지털 선구자일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이 일을 하면 우리가 좀 더 잘되겠지”라는 판단 기준 대신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생존을 위협받을 것이다”라는 기준을 적용하고 실천해온 사람이다. 그는 안철수가 전 분야에 걸친 패러다임 전환을 잘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정책적으로나 정치적인 태도에서 민주통합당이 부정적이다. 특히 지난 4.11 총선을 전후하여 민주통합당이 '사실상 승리'라며 보여준 모습은 실망을 넘어 절망에 가까웠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40%를 넘는 지지는 역으로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에 대한 불신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사실이 이와 같은데도 노무현의 FTA는 '착한 FTA'이고, 이명박의 FTA는 '나쁜 FTA'란 말인가? 이 사안을 둘러싼 논란은 이후로도 수개월 동안 지속됐는데, 나는 이 주제로 열린 TV토론을 몇 차례 시청하면서 새삼 '당파성은 무엇인가?'로 시작해 '인간은 무엇인가?'로까지 나아간 의문에 빠져들곤 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4.11 총선에서 야권의 참패를 초래한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었을까?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라는 구호도 그런 불신에 일조한 것은 아닐까?(중략)
민주당은 4.11 총선을 오직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라는 전략으로 임한 셈인게, 그 결과는 비참했다. 이젠 생각이 달라졌을까? 아니다. 변한 건 없다. 환상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는게 아니다."
 
나꼼수 모델과 팬덤정치에 대한 강 교수의 비판도 수긍할 만 하다. "나꼼수 모델로 정권 교체가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 모델은 우리 편엔 너그럽고 상대편에겐 엄격한 '응징 모델'인데, 우리 편을 제외한 다수 유권자들은 그런 게임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정치인이다 역사가인 액턴(Lord Acton)은 "권력은 부패하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라고 했다. 진영 논리도 마찬가지다. 진영 논리는 부패하며, 절대 진영 논리는 절대 부패한다. 물론 진영 논리는 초기엔 큰일을 해낼 수 있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규합해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나꼼수가 바로 그 일을 해낸 산증인이 아닌가? 그러나 이제는 진영 논리의 부패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균형 감각을 갖추어야 할 때다. 그래야 다수 무당파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게 가능하다. 우리 편의 마스터베이션만으로 정권 교체를 이룰 순 없다. 그건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는 세상의 이치다."
정치인에 대한 팬덤정치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커질 때 유권자들은 진영논리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향수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친노 정치인들(문재인,이해찬,문성근,유시민등)은 불행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니...
 
안철수는 ‘진보의 구세주’인가, ‘정의의 신기루’인가? 안철수는 ‘진보의 구세주’도 아니고 ‘정의의 신기루’도 아니라는 사실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저자는 안철수 현상이 역사의 산물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좀 더 미시적이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난 민주정권, 특히 노무현 정권이 만든 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안철수 현상의 뿌리는 무엇인가? 저자는 그 뿌리가 그동안 한국 정치가 보여준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와 편 가르기, 진영 논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결과 이 시대는 타협을 모르는 ‘증오 시대’로 돌변했다는 것이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듯 개판이 된 현실을 성토하거나 그렇게 개판을 만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건 옳을지는 몰라도 현명한 일은 아닐 터. 이제 우리는 미래지향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우연인지 아닌지 마침 그 중심에 안철수가 있다."
정치 양극화와 편 가르기에 대한 역사적 원인과 책임의 상당 부분은 보수정당으로 돌릴 수 있다. 하지만 민주진보 진영 역시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집권 시기에 걸쳐 지난 15년 동안 그것을 이용해 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 기간 동안 민주통합당은 '수권능력'과 '대안의 정책'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신뢰받기 보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의 부정과 부실에 대한 반사이익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과 지지율을 버텨왔기 때문이다.
 
나는 안철수 현상이 민주통합당과 진보정당에 실망한 다수의 유권자들이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와 같이 2012년 대통령 선거는 안철수 원장으로 야권단일화를 이루어 정권교체를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야권의 연립정부를 구성하여 대화와 타협, 진보적인 정책, 공명정대한 인사와 정부운영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바란다. 또한 그 동안 야권은 뼈를 깍는 내부 혁신과 물갈이를 통해 진정한 정책정당, 대중정당, 진성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5년은 무지 짧다.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개혁이 마무리되려면 앞으로 20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 2012년 8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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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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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어느날 칠순의 노모께서 <안철수의 생각>을 구해달라고 말하셨습니다. 지금껏 한 번도 정치적 발언이나 정치인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지 않으셨던 분입니다. 그래서 묻지 않고 한 권 사다 드렸습니다. 며칠 전, 함께 식사한 후에 책을 읽은 소감을 여쭈어 보았더니 어머님 왈 "안철수씨가 책 내용대로만 하면 우리나라가 정말 좋아지겠구나"하십니다...^^
 
사실 저도 안철수 원장을 잘 모릅니다. 보통사람들이 알고 있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의사 노릇하다가 밤을 세워 컴퓨터 바이러스를 연구했고, 안철수연구소라는 기업을 창업하여 어려운 한국 경제조건에서 수 많은 도전을 물리치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컴퓨터를 사용하는 개인들에게 무상으로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베포했다. 회사 경영을 어느 정도 안정화시킨 후 새로운 도전을 위해 유학을 갔다와서 연구개발과 후진 양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재벌기업 등 국내 기득권자들에 대해 무척 비판적이며 일자리 창출과 창업에 대한 의욕이 크다. 청년학생들의 어려운 처지와 조건에 마음 아파하며 그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작년 이 맘 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생각을 하다가 높은 여론조사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현 시장과 전격적으로 단일화했다. 선거 후 본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올해 대선 후보로 부각되었고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저는 기존 정치권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어느 정도까지는 '어떻게 할 것이다' 또는 '어떻게 될 것이다'라는 예상도 합니다. 제 생각에, 박근혜씨와 새누리당은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민주통합당과 그 당의 후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쉽게 변할 수 없듯이, 정당도 쉽게 변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씨와 새누리당이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를 통해 '혁신'과 '재창당'을 외쳤지만, 지난 10개월 동안 박근혜씨와 새누리당은 이명박 대통령보다 더 심하게, 또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 역시 민주당에서 민주통합당으로 세를 불리고 모바일 투표로 당 대표를 선출하면서 개혁과 혁신을 외쳤지만,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에게 참패해습니다. 그리고 왜 패배했는지, 뭘 잘못했는지, 패배이기나 한 것인지도 잘 모릅니다. 오로지 '정권 교체'만을 온 세상의 '정의'와 '혁신'인 것처럼 외치고 있습니다. 진보정당은 특유의 '분열'로 자중지란에 빠졌습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는 기존 정치구조에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박근혜씨나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정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최악'을 방어하는 것입니다. 민주통합당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보다 삼성 등 재벌 기득권을 덜 보호해줄 것이고, 시민들의 헌법 상 자유를 조금 더 확보해줄 것이고, 국가자산을 국내외 금융자본들에게 덜 매각할 것이고, 4대강 같은 수준의 미친 짓은 하지 않을 것이고, 출산율과 자살율은 조금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1997년부터 2007년까지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씨에게 패배했는지 알지 못하는 이상, 참여정부가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이상, 민주통합당 후보에 의한 정권교체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습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대통령 후보, 대다수 국회의원과 정당원에게는 정치철학도, 정치도덕도, 일관된 신뢰도, 진정성도, 진심어린 정책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새로운 희망과 대안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안철수 원장은 일찍 정치에 발을 내딛지 않았기에 알려진 게 많지 않습니다. 아니 언론이나 유권자들이 지금까지 관심을 갖지 않았기에 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합니다. 더군다나 안 원장은 최근까지 대통령 후보 출마에 대해 깊이 고민했고, 대선 출마를 고민하고 소통하는 방식이 기존 정치권 인사들과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언론과 유권자들이 헷갈려 합니다. 그래서 저도 잘 모릅니다. 물론 많이 궁금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안철수 원장은 <힐링캠프>에 출연하여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며 출마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데 있어 저는 일단 안 원장의 이야기 그대로를 적힌 그대로 믿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여러 가지 경로로 접한 안 원장은 자신의 이야기를 뒤바꾼 적이 없었고, 거짓말을 했다고 드러난 적이 없으며 자신의 말을 지키려고 최대한 노력해온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읽었던 이 책의 내용과 안 원장의 향후 발언이 달라지거나 달라지면 그 때가서 비판하고 비난할 생각입니다.
 
책 속에서 안 원장은 자신의 대통령 후보 출마 여부가 스스로의 선택이나 결단이 아니라 야권의 상황과 유권자와의 소통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고 밝혔습니다.("제가 정치에 참여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제 욕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저 역시 지금까지 안 원장의 행보가 그런 맥락에서 이어져왔음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안 원장이 출마해야 하는 조건이 더 굳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잇단 실정과 부정부패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시민들의 절실함을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고, 박근혜 후보와 대선 경선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를 비판하고 비도덕성을 비난하되, 미래를 향한 희망과 대안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안 원장이 2013년 이후 체제를 '구체제와 미래가치의 충돌'로 묘사하는데 동의합니다. 그것은 바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외면하는 태도, 성장과 효율성만 앞세워 경제력 집중과 양극화를 방치, 청년들이 기회를 잃고 국민들이 불안에 떠는 현실을 도외시, 사회갈등을 해소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증폭시키는 정치시스템, 계층이동이 차단된 사회구조,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시스템,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기득권 과보호 구조"를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대 정신을 정의함에 있어 안 원장에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현존하는 '구체제의 모습'을 포괄적으로 지적한 것에는 공감이 되지만, 안 원장 자신이 작년 인터뷰에서 말한 '역사인식'이 반영되지 않아 조금은 실망이다. 당장의 현실에서는 야당의 부족함으로 인하여 '갈등하는 정치시스템'이 부각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되돌아보면 그 근원에는 친일파-군사독재-민간독재-자본독재로 이어지는 부패하고 무능하고 탐욕스러운 반역사적 정치집단과 기득권층이 반공이데올로기와 성장이데올로기로 국민들을 억눌러 왔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내용이 시대 정신에 대한 규정과 해석에 필요했다고 봅니다.
안 원장이 정당후보가 아니라거나 안 원장의 '정치경험 부족'에 비판에 대해 저는 가소롭게 생각합니다. 한국정치의 특성은 정치경험이 많을 수록 더 부패하고, 더 연고주의적이고, 더 패권주의적이고, 더 재벌친화적이고, 더 관료주의적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이번 대선에서 야권단일후보는 박원순 시장처럼 비정당 후보가 적합할 지도 모릅니다. 지금과 같은 정당 내 권력구조와 운영방식에서는 어느 누구도 기존의 무능하고 비효율적이고 소통 없는 운영방식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치 경험 부족'은 현재 서울시장 직을 수행하는 박원순 시장의 모습이 충분한 답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박원순 시장은 선거 후 민주통합당에 입당했지만, 박 시장이 민주통합당에 끌려다니거나 의존하거나 연고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 원장이 생각하는 '새로운 리더쉽'에 대해 저 역시 크게 공감합니다. 소통, 공감, 통합의 리더쉽... 인터넷과 SNS는 21세기가 소통, 공감, 통합과 더불어 개방, 공유, 참여의 시대임을 말해줍니다. 박원순 시장도 이미 강조했고 지금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런 리더쉽에 있어서는 새누리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통합당 역시 아직 멀었고 통합진보당 역시 지금까지 당원들이나 유권자들에게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제가 안 원장을 지지하는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원장의 '새로운 시대'와 리더쉽에 개방, 공유, 참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여러가지로 아쉽고 조금은 불안합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경우 명칭은 '참여정부'고 소통과 통합, 개방과 공유를 외쳤지만 지독하게도 '그들만의 리그'였고 개방도 참여도 배제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이다. 현재의 정치적 조건에서 안 원장이 '청춘콘서트' 등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지만 5천만에 달하는 국민들과 소통하려면 틀과 방식에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안 원장이 대안으로 생각하는 '미래 가치'는 그는 "복지, 정의, 평화"를 말합니다. 한 마디로 '평화 위에 세우는 공정한 복지국가'입니다. 그는 자살률과 출산율에서 대표적으로 보여지듯이 "우리 사회는 지금 주거, 보육, 건강, 노후 등 민생의 기본적인 영역에서 광범위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개인들이 각자 불안하다 보니 자기만 생각하는, 그리고 자기가 속한 집단만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습니다.", "이 문제를 개개인의 경쟁력이나 책임에만 맡기지 말고 국가가 기본적인 안전망을 제공해서 불안을 해소해줄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합니다.
특히 이번 대선 과정에서 사회적 복지에 대한 생산적인 논쟁이 불붙어야 합니다. '복지를 해야 전체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안 원장을 통해 사회문화적으로 자리잡는 것만으로도 이 책과 안 원장의 활동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다. 출마하던 하지 않던, 대통령으로 당선되던 그렇지 않던...
안 원장이 복지, 정의, 평화와 관련하여 몇 가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정책들은 대부분 현재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들도 제시하는 공약입니다. 책 속의 분야별 정책 내용 중에서 개인적으로 불만이고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부분은 외교부분, 교육과 표현의자유,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분입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한국 정치인들과 행정관료들의 외교력은 참으로 창피한 수준입니다. 아니 한반도의 외교력 부족은 조선 왕조 탄생시점인 14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14세기 말부터 21세기 초까지 한반도의 외교는 '사대주의'와 '굴종주의'에서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문화적 유전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안 원장이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현실적으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안 원장이 그 이외에 외교철학이나 정책의 비전을 제시하지 않은 것이 안타깝고 조금 불안합니다. 적어도 '국내의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둔 자주외교, 자국이익 중심 외교, 평등외교' 정도는 밝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원장이 말한대로, '교육 자체만 개혁하는 것으로' 크게 바꾸기 어렵고 사회적인 구조개혁이 동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무한경쟁 대입제도는 '학벌과 불평등의 대물림 구조'로 정착한지 오래되었고 더욱 강화되는 추세이기에 이 부분에 대한 개혁이 등한시되어서는 교사, 학부모들이 전인교육에 '공감'하고 '협력'하고 '풍토를 바꾸어서'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사회구조개혁은 시간이 오래 소요될 수 밖에 없고 그 사이에 학생들은 입시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많은 아이들이 고통받고 자살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있을지...? 일단 현실 속에서 학생들의 지옥으로 존재하는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을 그치게 하려면 전면적인 대학평준화를 시도하던지, 적어도 국공립대학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수능을 자격고사로 대체하여 '시험성적이 의해 1등에서 꼴찌까지 일렬로 세우는 방식'을 없애야 하지 않을까 고민해야 합니다. 교육 부분에 대해 안 원장은 앞으로도 많은 전문가와 시민단체, 개혁을 추진하는 이들과 많은 소통과 논의가 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책 속에서 '표현의자유' 부분은 교과서 수준의 답변에 그치고 있습니다. 언론이 권력화되어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르고 여론을 조작하려고 하는 문제에 대한 진단과 의견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여론이 특정 정치, 이념 집단에 의해 또는 자본력에 의해 왜곡되는 현실은 분명 개선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약자 부분도 안 원장이 깊이 고민하지 않은 분야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애인은 교육 부분에서부터 건강, 일자리, 취업, 편견 등 광범위하게 차별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성폭력이나 아동학대, 장애인이나 노인 차별 등은 '옴부즈맨' 같은 제도를 두어서 강제수준을 높이는 등 제도적, 구조적, 행정적으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야권후보들의 주장들을 ?어보면 생각나는 것이 정책 내용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 의지'와 '실천 능력'일 것입니다. 노무현 전대통령도 대선 공약은 나름 괜찮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운영에서부터 삐걱대기 시작하여 결국 '좌회전 깜박이 켜고 우회전'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안 원장의 경우 참여정부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안 원장이 기존 민주정부와 달라지기 위해서는 저를 비롯하여 많은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와 행정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여'는 굳이 안 원장이 아닌 어떤 대통령이 나타나더라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몇 가지 부분을 제외하고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일 문제가 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안 원장의 '생각'은 저로서는 합격점입니다. 그 생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회적 의제로 삼아 광범위한 동의와 합의를 이루어내로 정책과 제도로 구체화할 것이며, 정부의 시책으로 실천할 것이냐는 이 책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가 제시한 '소통, 공감, 합의, 존중'이 정치와 행정의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될 지 몹시 궁금합니다.
제가 생각컨대, 안 원장의 '생각'은 한 마디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제일주의,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을 방치항 채 밀어붙인 개발정책,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고 말살하려는 정치지형, 사회전체적으로 만연해진 승자독식과 무한경쟁을 극복하고 실패자와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할 때 중장기적으로 사회 전체가 균등하게 발전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10여년 동안 그러한 생각들을 우리사회 여러 곳에서 지적해 왔으나 정치권과 기득권층이 억눌러 왔고, 이제 바야흐로 안 원장을 통해서 폭발적으로 분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가 아무런 노력 없이 50% 가까운 지지율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착각하고 있고 그간의 과정을 모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 책 속의 문장 :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건전한 생각을 가진 것만으로는 곤란합니다. 결과를 잘 만들어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난 10년 동안의 진보정권은 성과도 있었지만 아쉬움이 큰 게 사실입니다."
"제가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야당을 편들지 못했던 이유는 후보 공천이 국민의 뜻을 헤아리기 보다 정당 내부 계파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또 사장에서의 경쟁에는 공정한 기회와 규칙이 보장돼어야 하고요."
"부자가 되어야 복지를 하는게 아니라 복지를 해야 부자가 됩니다."
"또 복지와 정의는 평화가 전제되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으니, 남북의 통일을 추구하면서 평화체제도 구축하는 과제도 절실합니다."

"지금 제 생각은 장애인이나 극빈층 등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 대상의 복지를 우선적으로 강화하고, 동시에 지금부터 보육, 교육, 건강, 주거 등 민생의 핵심 영역에서 중산층도 혜택을 볼 수 있는 보편적 시스템을 사회적 하?와 재정 여건에 맞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OECD 국가들보다 사회적 지출이 가장 낮고, 조세제도와 소득이전 제도들이 사회적 재분배와 빈곤 해결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작고, 이원적 노동시장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소득격차가 큰 불평등을 낳고 있습니다."
"거시적 정책의 초점이 일자리 중심이어야 하고, 내수산업, 서비스산업,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에 맞추어져야 합니다." "노동시장의 수급개선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강화"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그리고 임금 피크제 도입"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의 제도화 필요" "최저 임금 인상 : 단계적으로 평균임금의 50%로" "법치주의는 약한 사람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노동자와 기업간의 관계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계부채는 금융만의 문제가 아니고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일자리 사정과 높은 주거비용, 사교육비 부담, 낮은 복지 수준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는 데도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2012년 8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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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대국민 사기극 -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 전면 비판과 대안
정진상 외 지음 / 책갈피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1987년 6월 항쟁 이후 새로운 가치와 방식으로 한국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흐름이 꺽이기 시작하고 지금까지 어려워졌던 이유이자 앞으로 한국사회가 나아지기 위해 꼭 해결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로서, 나는 교육문제를 꼽는다. 유치원생 어린이부터 대학 재학 중인 청춘들까지 입시지옥, 자격증 지옥, 무한경쟁에 내몰아 버린 한국의 교육 현실이야말로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 부동산 거품과 경제구조의 비효율성, 연고주의와 승자독식주의를 악순환시키는 주요한 고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교육이 작동하게끔 발동을 건 첫 계기는 역설적이게도 6월 항쟁 이후 최초로 들어선 김영삼 문민정부의 '5.31 교육개혁안'이라 생각한다. 김영삼 정부의 대통령 자문 교육개혁위원회 명의로 개혁안이 만들어졌으며 이를 주도한 인물은 박세일 당시 대통령비서실 사회복지수석비서관(교육개혁위원 엮임), 김신일 당시 교육부장관, 이주호 KDI 연구원, 강봉균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이었다. 1995년 5월 31일 교육개혁위원회는 “신교육체제는 1) 교육 공급자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 교육으로 2) 획일적인 교육에서 다양하고 특성화된 교육으로 3) 규제와 통제 중심 교육 운영에서 자율과 책무성에 바탕을 둔 교육 운영으로 4) 획일적 균일주의 교육에서 자유와 평등이 조화된 교육으로 5) 흑판과 분필 중심의 전통적 교육에서 교육의 정보화를 통한 21세기형 열린 교육으로 그리고 6) 질 낮은 교육에서 평가를 통한 질 높은 교육으로 전환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라는 취지로 '5.31 교육개혁안'을 발표하였다.
 
'5.31 교육개혁안'으로 시작된 '교육개혁'은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 도입, 그리고 김영삼 문민정부를 뒤이어 김대중 국민의정부와 노무현 참여정부는 원칙적으로 '5.31 교육개혁안'을 토대로 교육정책을 펼쳤고, 현 이명박 정부 역시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어떠했나?
자사고는 '평준화 보완을 빙자한 귀족학교 만들기'로 전락하였다. 자사고를 신청한 학교들은 자사고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면서 귀족학교와 고급입시전문 고등학교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학습자 중심의 교육'은 '우열반' 편성으로 변질되었고, '다양하고 특성화된 교육'을 이유로 확대된 과학고와 외국어고는 '대학입시 전문학원' 수준으로 전락해 버렸다. '자율과 책무성에 바탕을 둔 교육 운영'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획일적 균일주의 교육에서 자유와 평등이 조화된 교육'은 오늘도 '대학입시 무한경쟁' 속에 파묻혔다. '교육의 정보화'는 각급 학교 교실에 컴퓨터와 빔프로젝트, 영상과 음향시스템을 구축하는 하드웨어 제작회사들만 배부르게 해주었고, '질 높은 교육'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버린 지 이미 오래다. '대학 자율화'를 외치면서 수능시험을 통해 '일렬로 줄세우기'는 폐기하지 않았고 본고사 도입이나 고교 등급제를 시도했다가 전사회적인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다. 대학 설립을 무분별하게 허용하여 교육 시스템과 인력을 갖추지 못한 2년제, 4년제 대학이 급속하게 늘었고, 오히려 '대학 서열'은 강화되었다. 사립대학은 '교육'이 아니라 '돈벌이'로 전락한 지 오래되었고...
 
나는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 교육관련 시민단체들이 '신자유주의 교육의 심화'라고 비판하고 비난하는 것은 오히려 가벼운 질책이라 생각한다. 지난 4개의 정부가 진행한 '교육 개혁'은 그나마 부분적으로나마 진행되어 오던 '제도교육을 통한 학생들의 자유와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의 제공, 학생들 간의 창의성과 협동성의 배양, 사회적 평등의 추구'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었다. 지난 17년 동안 학생들의 공부시간은 늘어났지만 학생들의 창의성은 떨어졌고, 대학입시는 '과열'에서 '입시지옥'으로 변했다. 성적과 시험 스트레스로 인한 아이들의 자살과 학교 폭력은 늘어났고, 사교육 산업은 날로 번창하여 이제 유치원부터 대학 재학생까지 '평생 학원 학습 체제'가 구축되었다. 그들은 교육개혁을 통해 '교육'이 아이들을 전인적인 인간으로 자라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자산과 소득에 따라 사회적 계층을 나누는 과정'으로 만들어 버렸다. 아이들과 청년들을 '입시지옥과 자격증 지옥'으로 내몰았고 그 '지옥'에 빠져있는 기간도 3년에서 16~20년으로 늘렸다. 우리의 아이들을 죽이고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것은 비판이나 비난을 받을 일이 아니라 단두대로 보내거나 광장에 꿇어 앉힌 다음 돌팔매질을 당해야 할 일이다.
 
내가 분통이 터지는 것은 이렇게 '아이들을 죽이는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심화시킨 주체들이 군사독재자나 보수우익 세력이 아니라 6월 항쟁의 주역들이었다는 사실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정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그들이다.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는 과거 민주 정부의 각종 정책을 부정한다고 선언했음에도 교육정책만큼은 기존 방향과 방식을 더욱 심하게 몰아부쳤다.
하지만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의 핵심 주역들은 그러한 사실에 대한 사과는 커녕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중권, 한광옥, 박지원(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문희상, 김우식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이홍구, 이수성, 고건이 문민정부의 국무총리를, 장상과 장대환이 국민의정부 국무총리를, 고건, 이해찬, 한명숙, 한덕수가 참여정부의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이해찬 현 민주통합당 대표, 송자, 한완상, 윤덕홍, 안병영, 김진표 현 국회의원 등이 3개 정부의 주요 교육부 장관이었다. 이기호, 김진표, 한덕수, 이영탁, 조영택 등이 국무조정실장, 행정조정실장이었다. 민주통합당의 대통령 후보인 문재인 의원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김두권 전 경남지사는 행정안전부 장관, 정세균 전대표는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 손학규 전대표는 통합민주당 대표였다.
 
이 책은 문민정부-국민의정부-참여정부의 교육정책 중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에 국한하여 전면적인 비판을 가한 책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집권 초기에 여소야대 국회로 인하여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지만, 2004년 탄핵정국을 통해 국회 과반수 의석을 점유했다. 그렇지만 여당이 된 후 교육개혁의 전면적인 수정과 재개혁을 요구하는 교육관련 단체와 개혁적인 정당, 국회의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5.31 교육개혁안'을 밀어붙이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에 저자를 비롯한 교육시민단체와 학계가 중심이 되어 참여정부의 교육정책 난맥상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비판한 후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책을 2005년 발간한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참여정부가 교육정책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잘 알 수 있다.
내 개인적인 평가는,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이 '신자유주의적'이 것도 문제지만 더욱 큰 문제는 '참여'정부임에도 정부의 정책에 참여정부의 비판적 지지세력인 시민단체와 개혁적인 전문가들 그리고 학부모와 학생들을 배제한 것이다. 참여정부는 '참여'도 없고 '소통'도 없었다. 그러한 참여정부 핵심세력의 모습은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내 생각에는 '자신들이 그때 당시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와 시민단체들은 이 책에서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을 '교육부의 대국민사기극'으로 규정한다. 2005년 발표된 대학입시제도는 '가장 오래된 대국민사기극'으로, 자립형 사립고 정책은 '평준화 보완을 빙자한 귀족학교 만들기'로, EBS 수능강의 시행은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않는 또 하나의 학생 부담'이 된 사기극으로, 교원평가제는 '학부모를 볼모로 한 사기극'으로 비판한다. 대학구조개혁은 '책임 회피를 위한 교육부의 안간힘'으로 평가하고, 국립대 독립법인화는 '공교육 포기로 가는 길'이라 비판한다. BK21과 NURI사업은 '고등교육정책의 반민중성'을 지닌 것으로서 대학서열을 심화시켜 버렸음을 지적한다. 교육개방은 '대국민 사기극의 백화점'으로 비판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은 '사립학교 운영의 민주화를 위하여' 절대적으로 필요함에도 부분적으로 도입되었음을 비판한다. 결론은 "참여정부 교육정책은 신자유주의의 절정판"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 거대여당을 동원하여 시민단체와 학부모, 학생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법 등 참여정부가 조금이라도 개혁적인 모양새를 낸 제도마저 철저하게 유린하였다.

 

1995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17년간 계속 추진된 '5.31 교육개혁안'은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교육문제에 대한 공약은 비정규직, 양질의 일자리, 사회적 안전망(보편적 복지), 사회적 정의와 더불어 주요 이슈로 제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 정책 논의 과정에서 교육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논의 과정에서 '무한경쟁, 입시지옥, 대학서열, 학벌사회'의 문제점이 전국민적으로 교감이 이루어지게되면, 차기 대통령이 취임 직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여 획기적으로 교육문제의 주요 골격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2012년 8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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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를 팝니다 - 대한민국 보수 몰락 시나리오
김용민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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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 보수 정치세력의 특성을 설명한 책이다. 정치적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읽기 쉬운 에세이 같은 느낌을 준다. 
'나는 꼼수다' PD이자 시사평론가인 저자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청년 보수로서 사회활동을 시작했지만 보수의 부도덕한 실체를 경험한 후 이를 비판하고 맞서는 과정에서 해직의 아픔을 겪으며 진보성향의 평론가로 거듭났다. 보수와 진보 모두를 겪어본 저자는 우리나라 보수가 왜 득세해 왔는지, 하지만 왜 결국 몰락할 수밖에 없는지를 논리적이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냈다. 보수라는 대상을 분석하면서 향후 대한민국 정치 흐름을 예측한다.
김용민은 보수를 이기고, 보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수가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겉으로 봐서는 이해가 안 가는 보수의 모습 뒤에 어떤 속셈이 깔려있는지를 간파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계략에 속아 넘어가지 않고 오히려 카운터펀치를 먹일 수 있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꼼수의 '시사 돼지'로만 알고 있던 김용민이 단순한 방송 프로그램 PD가 아니라 시사평론가로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가 학문적으로 이념과 정치를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통해서 '보수정치'와 '보수정치인'에 대해 설명한 것은 제법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보수를 모태 보수(선천적 보수), 기회주의 보수(후천적 보수), 무지몽매 보수(묻지마 보수) 등으로 구분하는 센스를 발휘하며, 그들이 가진 강점, 약점, 한계점, 미래 등을 친절하게 분석해낸다. 저자에 따르면 보수는 원칙이나 철학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역량을 총동원해 왔으며, 그 집단의 핵심은 돈에 대한 열망과 비즈니스 마인드, 조급증과 오버액션 등으로 압축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보수정치인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보수라 자칭하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도대체 왜 저러지?" 우리나라 최고의 학벌을 자랑하는 보수 정치인들이 초등학생 수준에도 못 미치는 무식한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듣기만 해도 섬뜩한 이름을 가진 이른바 보수 단체들은 마치 최면에 걸린 듯 '빨갱이 척결'이라는 주문을 외면서 마구잡이 폭력을 휘두른다. 그들은 왜 그렇게 말하고, 그들은 왜 그렇게 행동할까? 그리고 왜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이해 안 가는 사람들을 지지하고, 선거 때만 되면 마치 기계처럼 저들에게 표를 던져왔던 걸까?
저자 김용민도 역시도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보수의 가치를 믿었고, 보수라는 것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좋은 전통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보수가 이 나라를 바로 잡아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쓰라린 경험을 몇 차례 겪고 나서야, 생각하고 믿었던 보수가 대한민국에서는 환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미련 없이 보수에서 떠났다고 한다. 그 당시에 겪었던 경험과 상처와 고민들이,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보수는 왜 그럴까?"와 같은 의문에 대해 나름대로의 분석과 해답을 내는 데 필요한 자양분이 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미 5년 동안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헌법으로 보장된 자유와 권리가 심각하게 위축되는 현상을 목격했다. 그 동안 진보 진영의 목을 조르기 위해서 동원된 이런 모든 꼼수들이 이제는 거꾸로 보수의 목을 조르기 시작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대통령 선거로 이어지는 2012년은 자기 덫에 자기가 걸려 버린 보수가 본격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저자의 전망과 달리 지난 4.11 총선은 '야권의 참패'였다. 지난 1990년 이후 최초로 총선에서 야권단일화까지 이루어 보수 기득권을 대변하는 새누리당과 대결했지만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김용민 자신의 존재는 야권의 패배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왜 그랬을까?

저자와 '나꼼수' 멤버들은 4.11 총선 결과가 '사실상 승리'라고 주장했다. 나꼼수가 없었다면 그 정도의 의석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 생각으로는 나꼼수의 주장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 같다. 
'나꼼수가 없었으면 그 정도 의석을 얻을 수 없었다'라는 말은 맞다. 야권의 형님 격인 민주통합당이 작년부터 올해까지 유권자들에게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했고, 4.11 총선에서 집권당의 능력과 자질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민주통합당은 4년 내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독재적 정국운영에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했지만, 나꼼수는 움추러든 유권자들과 지지자들을 '쫄지마 씨바' 한 마디로 집결시키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나꼼수의 지난 1년이 없었다면 4.11총선은 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4.11 총선은 사실상 승리'라는 주장은 틀렸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참여정부의 과오와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하고 '착한 FTA와 나쁜 FTA'라는 식으로 자신들의 짐을 회피했으며 선거의 의제설정조차 주도하지 못했다. 총선 후보를 공천하는 과정에서 자질과 능력보다 계파와 연줄을 기준으로 삼았다. 제1야당이 총선 준비 과정에서 나꼼수에게 끌려다녔고, '김용민 막말' 파동이 나왔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저자 김용민은 나꼼수의 '시사 돼지'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자질과 능력을 보여주었지만, 정치인 '김용민 후보'로서는 미달이었다. 나꼼수는 정치에서 한 발 떨어져 제 자리에서 충실하게 자신들의 본분을 다했어야 했다. 팟캐스트 시사프로와 정치 개입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완전히 정치로 넘어가는 순간 판이 바뀐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세상 사는 이치가 다 그렇듯이, 나꼼수 멤버들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싸워나가기 위해 자존감과 자신감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들이 골방 속에 갇혀 자족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이라면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차분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거듭나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틀리지 않는다'라는 자만이 불러온 결과는 현직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표로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벅차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나꼼수의 열기는 확실하게 사그라들었다. 그것이 나는 더 안타깝다. 김용민이 당선되지 못한 것보다. 하지만 나꼼수는 쉬지 않을 것임을 안다. 적어도 12월 대선까지는. 나 역시 나꼼수의 활약과 노력을 지지할 것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본분에 충실하는 한.

'나는 꼼수다' 화이팅!!!

[ 2012년 8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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