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에게 만주국이란 무엇이었는가
강상중.현무암 지음, 이목 옮김 / 책과함께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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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강상중, 현무암 저, 이목 역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에게 만주국이란 무엇이엇는가>를 읽고 / 2012. 09., 350쪽, 책과함께

홍익표 의원의 '귀태(鬼胎, 태어나서는 안될 존재)' 발언 논란으로 '귀태'라는 단어와 이 책에 대해 관심이 생킨 데다가 페이스북에서 이정희 대표가 소개하여 읽게 되었다.

괴물 같은 독재자로 최후를 마친 마사오 다카키, 즉 박정희한테서는 피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그리고 '쇼와의 요괴'로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권세의 정치가로 불렸던 기시 노부스케는 A급 전범이라는 어두운 과거가 지워지지 않는다.
국가의 재건과 총력안보라는 외형적 '돌격적 근대화'를 달성한 박정희는 한국의 노년층과 보수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지금도 '민족중흥의 기수'로 변함없이 살아 있다.
끝없이 권력을 추구한 마키아밸리스트 기시 노부스케야말로 전쟁 전에는 국가개조의 핵심관료로서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고, 전후에는 보수합동을 낳은 주인공으로서 최고 권력자의 지위에 오름과 동시에 전후 일본의 고도성장의 틀을 만들고 미일안보조약 개정을 주도했다.

이처럼 두 사람에게는 반대의 극단적인 평가가 공존하며, 두 사람은 많은 부분 공통점을 보이기도 한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일제가 전쟁에서 패망하고 해방이 이루어진 후 68년이 지난 후, 박정희의 딸이 한국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 기시 노부스케의 손자가 일본 수상이 된 2013년에 두드러진다. '독재자와 요괴의 자식들'로...

그렇다면 두 사람, 그리고 두 가계의 공통점은 뿌리는 무엇일까?
저자는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가계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뿌리를 만주국에서 찾는다. 일제가 대륙을 침략하면서 괴뢰국으로 세운 만주제국. 박정희를 '군인'으로 변신시킨 것도, 기시 노부스케를 '정치가'로 단련시킨 것도 훗날의 '독재자'와 '요괴'의 요람의 땅이었던 만주였다.

만주괴뢰국, 만주제국은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에게 어떤 경험이었고 그들은 어떻게 연결되었나? 왜 그들은 '귀태'라 불리우는가?
이 책은 이 두 가지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젊은 시절의 박정희의 맨얼굴, 지금까지 이름 이외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기시 노부스케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일제와 조선인들에게 만주가 어떤 땅이었고, 일제가 만주땅을 어떻게 강점하고 어떤 방식으로 괴뢰국을 세웠으며 그 과정에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두 사람은 모두 냉전이라는 조건에서 미군에 의해 목숨을 부지하고 복권되었고, 한국전쟁 후 미군의 필요에 의해 집권한 후 만주제국의 경험을 자국에서 실험했다.

독자들은 이 책을 박정희의 통치방식, 근대화 방식과 기시 노부스케의 전후 일본 재건 방식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공통점은 만주제국에 뿌리를 두고 만주인맥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 연계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다시는 재발해서는 안되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저자의 표현 그리고 홍익표 의원의 주장처럼 그들은 '귀태'가 맞다고 인정한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의 주제는 '귀태'가 아니라 '만주제국'이다. '귀태'는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에 대한 조사와 설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책 속에 단 한 번인가 나올 뿐이다. 홍익표 의원 역시 저자처럼 기본적인 한국현대사 속에서 일반적인 인식을 문장 속에 표현한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홍 의원의 표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와 새누리당, 극우보수언론은 쌩난리를 첬고 민주당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런 상황은 한국 정치권을 주도하는 인라들의 역사인식이 초라한 것을 떠나 전근대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한국사회를 주도하는 기득권자들이 귀태를 귀태라 주장하지 못하고, 친일파를 친일파로 부르지 못하고, 다까끼 마사오를 다까끼 마사오로 부르지 못하고, 쿠테타를 쿠테라라 부르지 못하고, 친미사대주의를 친미사대주의로 부르지 못하고, 작전권이 없음을 굴욕으로 느끼지 못하고, 경제 예속을 예속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문화 종속을 종속으로 느끼지 못하고, 학문 식민지화를 식민지화로 느끼지 못하고, 분단과 정전체제를 전쟁위기로 느끼지 못하고, 극우세력 콤플렉스를 '국민의 눈높이'로 생각하고, 반북 세뇌를 보편 상식이라 느끼고, 재벌의 착취를 착취로 느끼지 못하고, 비정규직화를 분열책과 노예화로 느끼지 못하면, 우리 사회와 민족은 대를 이어서도 친일파가 득세하여 식민사관이 국사를 대체하는 것을 멍청하게 지켜보게 되고,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해외에서는 미국의 식민지라 손가락질 하는데 독립국가로 자위하고, 극우파시즘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하느님'처럼 전지전능한 북의 '위협'이라는 공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NLL과 같은 종북공세에 끌려다니고, 하루 4~5만원 벌어 재벌과 극우세력에게 5~6만원을 갖다 바치고, 알량한 기득권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짓밟으면서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성공과
출세를 향해 질주할 것이다. 어차피 저 성공과 출세의 꼭대기 자리는 1%로 제한되어 있음에도...
2013년 9월 1일 현재 한국인들은 '귀태'를 청산하지 못한 대가를 처절하게 치르고 있다. 부정선거와 유신회귀와 정치공작으로...

참고로, 박정희(다까끼 마사오)가 귀태(鬼胎)인 이유 중 몇 가지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의 내용과 페이스북 친구분의 글을 일부 인용한다.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만큼의 정신과 기백으로 일사봉공(一死奉公)의 굳건한 결심입니다. 확실히 하겠습니다. 목숨을 다해 충성을 다할 각오입니다. 한 명의 만주국군으로서 만주국을 위해, 나아가 조국을 위해 어떠한 일신의 영달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멸사봉공, 견마의 충성을 다할 결심입니다" - 만주군관학교 지원서류에서 "한 번 죽음으로써 충성함 박정희(一死以テ御奉公 朴正熙)"라고 쓴 혈서에 첨부되었던 박정희의 각오 내용

"박정희는 1940년 4월 만주신경군관학교 2기생으로 입교하고, 2년만에 수석 졸업, 일본 육사 57기에 3학년으로 편입하고 1944년 4월 졸업한다. 이 후 1944년 7월 만주군 보병 제 8사단에 배속되었고, 12월 23일 정식 만주군 소위로 임관되었다. 박정희의 보병 제8사단은 중국 항일 팔로군부대와의 전투가 주 임무였다."

"해방 후 박정희는 조선경비사관학교 2기생으로 입학 단기과정을 마치고 한국군에서 육군 소위로 임관하여 군인생활을 시작한다.
1948년에는 육군본부 작전정보국에 근무하던 중 여수 순천 사건이 발발하고 한국군 내의 남조선로동당 조직책이었던 박정희도 체포되어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고, 2심에서 징역10년으로 감형됨과 동시에 형 집행정지 선고를 받고 강제 예편된다. 한국 전쟁이 발발하면서 박정희는 다시 현역 소령으로 복귀하였다."

"만주군관학교 출신 선배 인맥의 지원에 힘입어 군부 내에서 인맥을 확보하였던 박정희는 1961년 5.16일 군부 쿠테타를 일으켜 장면정부를 무너뜨리고 군사정부를 수립하였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국정원은 박정희가 군부쿠테타를 일으킨 직후 본격적인 군사정부수립 이후 설립하였던 비밀정보조직인 중앙정보부를 전신으로 하고 있다."

"3선에 성공한 박정희는 급기야 1972년 10월 유신을 단행해 기존 헌법을 전면 중단 폐기하고 대통령 명령에 의한 초법적 긴급조치권, 국회의원정수의 3분의 1을 대통령이 임명할 권리, 대통령 간선제 및 6년 연임제 등을 포함하는 유신헌법을 발효시킨다. 이 과정에서 국회는 무력화되고 정치인들의 정치활동은 금지된다."

[ 2013년 9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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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별 여행자
무사 앗사리드 지음, 신선영 옮김 / 문학의숲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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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무사 앗사리드 저, 신선영 역 <사막별 여행자>를 읽고 / 2007. 8., 248쪽, 문학의숲

법정스님의 추천 도서 34번째인 이 책 역시 나에게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사하라 사막에서 대대로 살아언 유목민 투아레그족의 열세 살 소년이 어느 날 사막에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주워 읽고 생텍쥐베리를 만나기 위해 오랜 준비 끝에 파리로 간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편리해 보이는 문명. 그는 그 문명의 이면에서 비인간적이며 허구적인 삶으로 엮어진 맨얼굴을 발견한다. 그 문명세계가 서구 문명의 하나인 파리의 모습이지만 서구문명, 특히 프랑스보다 더 비인간적이고 황금만능주의에 오염된 미국의 문화가 범람해 있는 한국의 모습은 더욱 비참하게 느껴진다.

사막에서 온 여행자는 문명 세계를 살아가는 서구인들의 풍경과 관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비록 많은 걸 소유하지는 않았지만 자유롭게 살아가는 또 다른 세계에서 온 여행자의 시선을 전하고 있다. 그의 시각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들이 잃어버린 모습을 발견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파리에 도착한 그는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의 기적, 자동문의 마법,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음식에 감탄한다. 동시에 문명인들의 결핍된 열정, 고독을 감춰 버리는 높은 건물, 뭐든 빨라야 하는 조급증, 있는 그대로보다 더 많이 가지려는 끝없는 욕망을 발견한다.
그는 이 경험을 토대로 우리가 자랑해 마지않는 이 문명이 벗어나 있는 참된 길에 대해 묻고 또 묻는다. 입는 옷 색깔 때문에 ‘푸른 사람들’이란 별칭으로도 불리는 투아레그족은 스스로를 ‘자유인’이라는 뜻의 ‘이모하’라 부른다고 한다. 

소설보다 더 놀라운 이 실화의 주인공 무사 앗사리드는 파리의 첫날 밤 호텔에서 사막의 천막 속 아이들이 함께 잘 수 있을 만큼 넓은 호텔 침대와 마법처럼 열리는 자동문, 다양한 식물과 꽃, 넘쳐나는 음식에 감탄한다.
하지만 그는 며칠 만에 그처럼 많은 것을 가졌건만 문명세계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음을 발견한다. 삶의 한 부분 한 부분을 소중하게 음미하지 못한 채 앞만 보며 달려가는 문명인, 이웃과 단절된 채 고독하게 욕망을 좇으며 살아가는 도시인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문명세계의 사람들은 기적으로 가득 찬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 즉 이 순간의 행복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상에서 인간에게 가장 적대적인 곳 중 하나가 사하라 사막이라 할 수 있다. 그곳에 인디고빛 두건과 푸른색 베일을 둘러 쓴 신비의 부족이 있다. 새로운 물과 풀을 찾아 유목생활을 하는 투아레그족.
그 투아그레족 젊은이는 사하라 사막의 삶과 문명세계의 삶을 비교하면서 단봉낙타가 내딛는 발걸음의 리듬에 맞춰 한걸음씩 나가가는 삶과 테제베를 타고도 더 빨리 가지 못해 조급해 하는 삶, 자연의 신호에 응답하는 삶과 기술의 발견에 응답하는 삶, 단순함과 복잡함, 관계 중심적인 삶과 이해 중심적인 삶, 진지함과 가벼움, 본질적인 것에 충실한 삶과 현실적인 것에 충실한 삶의 충돌을 보여준다.

그는 우리가 오래도록 가지고 있었지만, 오늘날 잃어버리고 있는 참된 삶을 위한 기억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힘 중 하나는 있는 그대로의 우리 자신과 조화를 이루어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자신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막은 늘 비어 있되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다 가지고 있다. 유한한 이 삶에서 우리는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우리는 왜 그토록 불안한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는 우리 삶을 장식하고 있는 복잡한 그 많은 것들은 허구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 책과 함께 사막별 여행자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본다면 사라져 가는 유목민 문명이 들려주는 행복의 방법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법정스님은 추천서에서 "가난하지만 소박하고 지혜로운 유목민의 삶이, 도시의 사막에서 끝없이 표류하고 있는 오늘 우리들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스님의 말씀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 인상 깊은 문장 :

"여행은 자기 자신에게로 떠나는 것이며, 또한 그 여행은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여행을 하는 동안 사람들은 삶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 순간에는 소유해야 할 것도 잃을 것도 없기 때문이다."(34쪽)

"유목민들은 늘 새로운 초목을 찾아 길을 떠난다. 황폐해진 땅을 피해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땅과 새로운 날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한 시간들 속에는 배움이 있다. 나는 삶을 여행하며 내가 가진 것들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다른 이들이 가진 것들을 나누어 받는다. 알고, 배우고, 깨닫는 것, 그것은 여행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며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이유가 된다."(12~13쪽)

"우리는 인내심을 통해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인내를 통해 자기 자신과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머무를 수 있다. 우리 부족에 이런 말이 있다. “서두르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죽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관조할 시간도 없이 소멸을 향해 내달리기만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내심은 시간과 짝이 되어 여유 있는 행동을 하게 해 줌으로써 자신에게 충실하도록 도와준다. 참을성이 있으면, 우리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일이 결코 없다. 실제로 서두르다 보면 흥분하고 놓치는 것들이 많아져, 우리의 온 존재는 조화를 잃어버린다. 지각했을 때 버스를 기다리는 일은 성급한 사람에겐 고통이겠지만, 시간에 머무를 줄 아는 사람에겐 매우 풍요로운 시간이 될 수 있다.
행인들과 예쁜 여자들, 거리에서 펼쳐지는 삶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 버스는 뜻밖의 선물이 된다. 더 이상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쳐 지나는 삶만으로도 우리 자신이 풍부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128쪽)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불멸의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지고, 흐르는 세월은 그것에 영혼을 불어넣는다. 우리 조상들은 말했다. “인내의 끝에는 하늘이 있다.” 나는 사람들이 “시간이 없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몹시 놀랐다. 시간은 우리 것인데! 시간에 전념할 줄 안다면, 시간의 곡선을 따를 줄 안다면 시간은 우리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건 언제나 기다림을 친구로 만드는 것이다. 때로는 현실로 이루어지기도 하는 기다림의 신기루를 양식으로 삼으며..."(130쪽)

"투아레그족 사람들이 삶을 통해 궁극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이다. 이는 곧 진정한 자아와 만나고, 자기 안에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우리는 배움을 얻기 위해 이 세상에 왔고, 그 배움을 통해 성장한다.
우리가 이 삶에서 겪는 모든 경험들은 영혼의 성장을 위해 주어진 것들이다. 삶이라는 커다란 운동장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경험을 통해 삶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배움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다. 자기 안에 평화를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 또한 우리가 배워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려면 먼저 자기 자신과 평화로워져야 한다."(34쪽)

[ 2013년 8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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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당한 패스워드 - 한국 인터넷에서 살아 남는 법
김인성 지음, 이상.내리 그림 / 홀로깨달음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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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김인성 저 < 도난당한 패스워드 : 한국 인터넷에서 살아 남는 법 >을 읽고 / 2013. 06., 303쪽, 홀로깨달음

이 책은 네티즌의 자발적인 소셜펀딩 기부금으로 완성된 소셜 웹툰이고, 완벽하게 무너진 한국의 보안 현실을 고발하고 그 속에서 생존하는 법을 알려주는 만화책이다.

저자는 한국의 보안 현실이 직면한 위기를 고발하고, 그 속에서 생존하는 법을 알려주는 가이드북이자 한국 IT의 총체적인 모순이 집결된 보안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모습을 만화로 그려냈다.
그는 허점이 많은 공인인증서, 마이크로소프트 - 윈도우 - 인터넷익스플로러로 단일화되어 단 한 개의 악성코드로도 전 국가가 초토화되는 보안 환경. 해킹 사고가 나도 책임질 필요가 없는 기업, 북한 탓만 하는 관계 당국, 세계화를 가로막는 한국식 보안 체계 등을 짚어내며 보안의 개념과 원리, 한국식 보안의 작동 방식과 문제점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

아마존과 이베이 그리고 페이팔을 사용하면서 내가 느꼈던 쾌적함과 국세청이나 은행 사이트, 쇼핑몰을 사용하면서 무지하게 불편함을 느낀 원인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내가 느꼈던 그 불편함은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보안 시스템 구조 자체에서 파생된 문제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 '보안 시스템 구조'라는 것은, 한국의 공인인증 기관은 미국을 포함하여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에서 인터넷 표준으로 사용되는 국제표준 보안방식인 'SSL(Secure Socket Layer)'이 요구하는 검증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한국의 인증서는 국제 사회에서 신뢰성 있는 인증서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화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는 정부기관과 정치권, 대기업, 은행, 보안업체들이 실상 국제 표준을 어겨가면서 까지 폐쇄적인 보안 시스템을 운영하고 그로 인하여 전 세계 해커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 표준 보안방식은 포털이나 은행, 기관 등이 보안을 책임지는 구조인 반면, 한국식 보안 방식은 한마디로 말해 개인에게 보안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우리가 은행의 인터넷뱅킹을 시작하려고 할 때 다운로드 받는 여러 개의 프로그램은 결국 "보안의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컴퓨터 시스템에 설치하는 것에 불과하고, 컴퓨터나 인터넷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개개인의 컴퓨터, 인터넷 유저들은 국내 보안업체의 시스템과 국내외 해커들의 장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국의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이 미국 CIA만큼 국내외 해커의 위치를 추적하거나 그들을 막거나 잡아낼 능력도 없다.

정부와 정치권의 '개인에게 책임을 떠 넘기는' 방식은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의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나 정치권은 유권자 개개인의 인권과 복리를 책임지기 위해 주권자의 권한의 일부를 잠시 '위임'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보안은 정부와 정치권이 개인에게 책임을 떠맡기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금을 낼 이유도 없고 직책을 받거나 월급을 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인터넷 사용자 개개인이 IT나 인터넷의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제도와 시스템으로 보안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개인에게 인증서를 잘 간수하라거나 백신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하는 식으로 보안을 해결하려는 태도는 공직자로서 근본이 안된 것이다.

물론 한국사회 전체가 이렇게 인터넷 보안을 엉망으로 구축하는 이유를 따지고 들어가 보면 보안업체의 이익과 보안업체와 연루된 수많은 정부기관 관계자들의 이해관계 때문임을 알 수 있다. 국제 표준 보안 방식을 이용하면 국내 보안업체의 존재 이유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이 웹툰이 인터넷에 연재될 때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독자를 위해 이 만화는 끝까지 연재했다.

그런 상황과 구조가, 농협이나 청와대, 정부기관의 인터넷 보안이 뚫리면 인터넷 보안의 구조나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가장 손쉬운 해결책인 '북한 카드'를 꺼내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조선일보와 같은 극우보수 언론이나 어용방송이 그런 근거도 없고 허무맹랑한 '북한측 소행'이라는 기사를 남발하는 것이다. 
'북한'을 내세우면 모든 문제가 잠재워지고 아무도 떠들지 못한다는 한반도의 분단체제와 반북 이데올로기를 치졸하게 이용하는 것이고, 이런 계기를 통해 반북 이데올로기를 또다시 재생산하는 것이다. 남북화해와 협력, 남북교류와 평화협정이 IT산업과 같은 경제의 투명성과 발전을 위해서도 절실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국내 최고의 보안업체라는 안랩의 성과나 사업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왜 그동안 안철수 씨가 국내 보안 시스템과 제도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진실을 저 너머에 있다."는 말이 새삼 다가온다.

IT산업이나 인터넷, 정보통신(핸드폰 포함) 분야에 대해 기존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떠드는 내용이 아니라 좀 더 소비자에게 진실한 것들이 궁금한 사람들은 저자 김인성 교수가 발간한 <한국 IT산업의 멸망>(2011, 북하우스)를 읽기를 추천한다.

[ 2013년 8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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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에 反하여 희망하라 - 한총련을 위한 변명
최진섭 / 살림터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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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최진섭 저  < 희망에 반하여 희망하라 : 한총련을 위한 변명 >을 읽고 / 1999. 05., 312쪽, 살림터


이 책은 지난 2008년을 끝으로 활동이 종료된 학생운동 조직인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지메(왕따)' 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책이다. 특히 1996년 '연세대 사건'과 1997년 '프락치 오인 치사 사건' 발생 후, 한총련에 관한 한 우리 사회의 누구도 선뜻 한총련의 원군이 되지 않으려 하며 언론과 지식인 사회도 마찬가지였던 태도에 대한 비판서라 할 수 있다.
책이름 '희망에 反하여 희망하라'는 성서에서 인용한 말이다. 아브라함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믿어서"(로마서 4장 18절) 후세의 사람들이 '믿음의 아버지'로 부르게 되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1985년 '전학련(전국학생총연합)'으로 시작된 학생운동 연합조직은 1987년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을 결성하고 그 해에 6월 민주항쟁을 주도하면서 군사독재정권의 6.29 선언을 끌어내고 대통령 직선제와 87년 헌법 개정이라는 성과를 냈다.
1987년 대선에서 야권의 단결을 이끄는 데 실패하여 대선에서 패배하였지만 1988년 그 해 5공비리와 광주항쟁 청문회를 이끌어내어 전두환을 백담사로 유배보냈고, 1989년 임수경 방북으로 오랫동안 금기로 묶여있던 '통일'을 대중운동의 광장으로 끌어냈다.
1990년 3당 합당과 1992년 대선 패배라는 극우보수세력에게 역공을 당하는 과정에서도 꾸준하게 학생운동 조직역량을 키워냈다.

전대협을 계승하여 1993년 출범한 한총련은 1993년 대학생 8~10만명이 모여 출범식을 거행했으며, 출범식 참석 인원이 1994년 조선대 5만명, 1995년 경북대 4만명, 1996년 전북대 16만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것처럼 강력한 대중조직으로 거듭났다. 이에 따라 한총련은 1995년 군사쿠테타와 광주시민 학살을 저지른 전두환, 노태우의 구속 기소와 사형 판결을 이끌어내는 데 가장 큰 힘을 발휘했다. 
한총련은 해방 후 친일파가 한국의 기득권으로 정착하도록 만들어 주고 군사독재정권과 재벌 독점을 지원해 준 미국에 대해 정확한 역사인식과 해결방향을 제시했다. 즉 반외세 투쟁과 평화통일 투쟁도 거세게 벌였다.
극우보수세력과 김영삼 정권은 이후 한총련에 대한 대대적인 이념공세와 폭력탄압으로 반격했다. 이런 탄압은 1996년 '연대 사태'와 1997년 '프락치 치사 사건' 그리고 학생회 간부에 대한 폭력적인 한총련 탈퇴 강요라는 반인권적적인 행태와 불상사를 낳았다.
한총련 조직은 급격하게 위축되었으며 1997년 출범식은 한양대가 봉쇄되어 무산되고 고려대에서 5천명이 정리집회, 1998년 조선대 5천명, 1999년 경희대 5천명까지 정체되다가 2000년 부산대 2만명, 2001년 한양대 5만명, 2002년 서울산업대 1만명으로 부침을 격었으며 이후 침체를 거듭하다가 2008년 한총련 의장 선출에 실패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한총련 탄압에는 보수적인 사법부도 기여했다. 1999년 6기 한총련이 대법원에 의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판결되어 정부로부터 극심한 탄압을 받았고 언론과 정치권, 지식인들로부터도 마녀사냥을 당했다. 이후 강령과 규약을 일부 변경한 2004년에도 또다시 대법원이 이적단체로 규정하여 시민단체와 학생회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국가보안법은 1999년 방송사 전화여론조사에서 시민들의 66%가 개정 내지 폐지에 찬성한 대표적인 악법이고,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사회에서 매년 폐지를 촉구당하는 상황이며, 참여정부 시절 폐지를 추진하다가 좌절된 바 있다.
한총련이 대법원에서 이적단체로 판정된 주된 이유는 한총련의 투쟁 목표인 '주한미군 철수'와 '연방제 통일' 등이 단순히 북이 주장하는 것과 같다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일본의 전쟁범죄 사죄와 보상' 역시 북이 주장하는 것이기에 국가보안법 상 찬양,고무이고 그런 개인은 이적행위이며 조직은 이적단체가 되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즉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가보안법 자체가 위헌이고 정당성이 없는 것이다.

특히 한총련의 선배라 할 수 있는 전대협동우회 등 전대협 출신 일부가 한총련에 대한 극우보수정권과 언론의 탄압에 대해 침묵하고 동조함으로써 후배들에 대한 마녀사냥이 동참한 것이 한총련 세대들에게도, 사회운동측에게도, 한국사회 전체에서도 뼈아픈 일이었다. 한총련에게도 비판받을 면들이 많았을테지만, 비판과 왕따(배제, 마녀사냥)은 전혀 별개다.
소위 민주정부라 불렸던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에서 연거푸 한총련을 탄압하면서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지키지 못한 것과 국가보안법을 폐지 내지 전면 개정하지 못한 것은 민주정부가 대다수 국민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지지를 받지 못하고 헌법을 올바로 세우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인 셈이다. 극우보수세력의 전가의 보도인 국가보안법과 분단트라우마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는 데 필요한 제도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1998년 11월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는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를 위한 목요기도회'가 열렸다. 이날 기도회에서 강연을 맡은 강희남 목사의 연설, 1998년 10월 목요기도회에서의 홍근수 목사의 강연, 1998년 가을 김종맹 목사의 조선대 교지 인터뷰 일부를 소개하면,
"3.8선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싸우는 것을 보면서 '나는 죄인이다'고 자책한다. 한총련만이 민족의 예속에 분노하고 저항할 줄 안다. 한총련은 아직도 살아 있는 민족의 양심이다. 국민들은 나라가 외세에 종속되어 있고 외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데도 분노할 줄을 모른다.
구한말의 어느 선비는 글 배운 사람들이 사람 노릇하기 힘들다고 했다. 수많은 선비들이 총들고 싸우거나 자결로써 외세에 저항했다. 그런데 지금 대다수 지식인이 분단이 역사를 방관하고 있다. 역사는 이들의 태만함과 비겁함을 묵인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은 지식기사에 불과하다. 이들 모두를 합쳐도 몸을 던져 싸우는 한총련 학생 하나만도 못하다.(강희남 목사)"

"한총련 학생들이 꽉 막힌 역사의 출구 앞에서 고난을 당할 때, 우리 기성세대는 무엇을 했고 무슨 말을 했는가? 우리는 한마디로 말해서 비겁하고 용기가 없어서, 역사에 대해서 무책임하여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만일 예수님이 이 사회에 오신다면, 그는 틀림없이 좌경, 용공, 빨갱이라고 낙인찍히고, 유죄판결을 받고 십자가에 달려 죽임을 당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에수님이 빨갱이로 규정된다면 예수의 제자로서 좌경이면 어떻고 용공이면 어떻습니까?(홍근수 목사)"

"지금 우리 사회는 재야단체가 실종된 위기시대라고 생각한다. 군부독재시대에 많은 재야인사들이 탄압 속에서도 투쟁했지만 문민정부 들어서면서 재야가 유명무실해지고 군부독재 시절의 재야인사들이 모두 국회의원이 되고 장관도 되는 등 자기의 자리를 확고히 차지하고 있다. 노동자들과 학생들만이 외롭게 고통당하고 있고, 대부분의 재야인사들은 관망만 하고 있을 뿐이다. 한총련은 한국 학생운동사의 정통성을 잇는 큰 동맥이다.
이제는 새로운 재야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한학협(한총련학부모협의회)은 순수한 학부모들로 구성할 것이고 만약 학부모들의 한계점이 나타난다면 순수한 인권단체들과 함께 연대해서 문제를 풀어볼 생각이다. 시작은 순수하게 한총련 학부모들로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21세기 우리의 통일조국을 이끌어나갈 사람들이다. 학생들을 훌륭하게 여기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부모가 자식들을 억압하고 무시하면서 키운다면 삐뚤어질 수밖에 없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역사가 증명해 주듯이 대통령이라고 해서 학생들을 탄압하고 무시한다면 그 정부는 성공할 수 없다. 학생들을 탄압한 정권은 망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사를 지고 나갈 젊고 귀중한 학생들의 입장을 존중해 주고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김종맹 목사)"(p.272~275)

그 때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그분들은 여전히 똑같은 말을 하실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 같다. 한총련의 왕따 과정을 살펴보니 작년 통합진보당에 대한 엄청난 언론 왜곡 공세와 마녀사냥, 왕따와 종북공세가 떠오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은 한국사회에 꼭 들어맞는 교훈이다.
1990년대 중후반 이후 한총련이 국가보안법으로 탄압당할 때 이를 지지,지원해주 않고 오히려 분단 마녀사냥에 가담한 선배들, 지식인들, 정치인들의 과오가 너무나 컸다. 그리고 참여정부 시절 국가보안법을 폐지 내지 개정하지 못한 당시 국회의원들, 장관들, 청와대 참모들, 지식인들, 언론인들, 학자들, 법조인들은 모두 국가 범죄, 극우보수세력의 악행을 저지하지 못한 죄를 저지른 셈이다.
당사자들은 지금이라도 뼈를 깍는 각오를 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에 나서야 한다. 국가보안법이 이 땅에서 존재하는 한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총련은 '이적단체'에서 복권되어야 하며, 역사는 그들을 '민족자주와 평화통일의 전사'라고 평가할 것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악법의 거미줄로 둘려싸여 있는 사회에서 있을 곳은 감옥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양심을 버려 준법서약서를 써서 사면되느니 차라리 감옥을 택하는 사람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최진섭의 시각은, '반백 년이 넘도록 분단의 마취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사람의 등을 내리치는 죽비가 되어 독자 가슴을 울릴 것이다."(편집자의 말)

* 이 책을 통해서 박노해(박기평) 시인이 왜 최근까지도 민주진보진영측 대다수 사람들에게서 신뢰와 애정을 받지 못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동안 막연히 주변 친구 몇 명에게서 박 시인의 사적인 평판에 대해서만 들어왔는데, 이 책을 통해 박 시인이 1990년대 말 악명 높은 '준법서약서'에 날인하고 감옥에서 나왔고 당시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알게 된 것이다.
비록 10년이 훨씬 넘은 과거의 일이지만, 현재 박 시인의 모습과 당시의 모습은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당시 생각과 행동의 연장선인가. 사람의 일이란 참 모를 일이다.

[ 2013년 8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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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한국사회 - 왜 우리 모두는 아플 수밖에 없을까?
김태형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강추!!! [서평] 김태형 저 <트라우마 한국사회>를 읽고 / 2013. 04., 368쪽, 서해문집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한국사회의 구석구석에 강력하게 또아리를 틀고 있는 한국인들의 심리는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를 불안케 하고 가정을 파괴하고 공동체를 와해시키는가? 누가 약자들과 선량한 이들을 분열시키고 싸우도록 부추기는가? 주변을 돌아봐도, 신문방송을 보아도 우리를 마음 아프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인들의 마음이 오래도록 불안정하고 아프다는 것은 곧 그들의 마음 속에 커다란 심리적 상처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마음의 상처를 '트라우마(Trauma)'라고 부른다.

"이러한 트라우마들은 한국인의 불행한 역사적 경험과 관련이 있다. 즉 한국인의 트라우마는 대부분 왜곡된 역사와 잘못된 사회로 인해 생겨난 집단 트라우마라는 것이다. 물론 그 중에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과 관련된 개인적인 트라우마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다수 한국인들이 동일한 트라우마애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의 주요한 원인이 각자의 개인사에 있다기보다는 공동으로 경험했던 집단의 역사에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시사한다."(저자 서문)

"한국 사회의 집단 트라우마가 심한 이유는 일제 식미지와 미군정, 한국전쟁, 군부독재 등을 압축적으로 겪으면서 매우 폭력적인 과정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민주화됐다고 하는 현 시점에도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법에 의해 일부 사람들을 가두는 것이 집단 트라우마가 강한 사회임을 증명합니다." - 독일 경제학자 홀거 하이데 (2008년 9월 경향신문)

○ 세대, 계층, 분단, 지역으로 쪼개진 한국사회는 좌절과 미완성, 혼돈과 공포에 지배당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군부독재, 민주정부 실패, 극우보수세력의 연이은 재집권으로 이어진 한국 현대사는 한국인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게다가 이런 상처들이 채 아물기도 전에, 돈 중심, 경쟁 중심의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서 한국인들은 세대와 계층, 중심과 변방으로 갈가리 쪼개졌다. 
저자는 이러한 한국사회의 상황을 세대 트라우마와 집단 트라우마로 나누어 세밀히 분석한다. 

우선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각 세대가 가진 마음의 상처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 성인·중년기별로 나누어 분석한다.(자세한 내용은 제 블로그 http://blog.daum.net/hy2oxy/8691537를 참고)
유년기부터 반복된 좌절의 경험으로 인해 생긴 50년대생(좌절세대)의 ‘좌절 트라우마’, 포기할 수 없는 청년기의 꿈으로 인해 생긴 60년대생(민주화세대)의 ‘미완성 트라우마’, 세계관과 인생관의 혼돈으로 인해 생긴 70년대생(세계화세대)의 ‘혼돈 트라우마’, 공부기계에서 삼포세대로 이어지며 누적된 공포감으로 인해 생긴 80년대생(공포세대)의 ‘공포 트라우마’는 현재 한국사회의 치명적 고질병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세대 갈등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각 세대의 트라우마와 세대 갈등의 근본 원인은 서로 다른 경험과 트라우마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외세와 극우보수세력에게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입니다. 저 또한 이해 적극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저자는 세대별 트라우마의 치유방안에 대해서도 제시합니다.
좌절세대가 좌절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면, 먼저 패배주의와 자기혐오감에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며, 그 다음 사회를 빈곤하게 만드는 잘못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젊은이들이 노력할 경우 그런 시도를 적극 지지해주고 동참해야 한다. 또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노력을 함으로써 남은 인생을 보람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민주화세대가 미완성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좌절세대와 마찬가지로 잘못된 사회가 강요하는 '돈을 벌지 못했으니 내 인생은 실패했다'는 식의, 돈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잘못된 자기평가에서 해방됨으로써 자기의 인생을 다시금 긍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청년기의 꿈을 부활시켜 그것을 완성하는 데 기여하는 여생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10대에서 20대 초반인 자녀들을 도와주는 데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민주화세대가 미완성 트라우마를 완치하려면 청년기의 꿈, 즉 '인간다운 세상'을 완성시켜야 한다.
세계화세대가 혼돈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면, 무엇보다 세계관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이미 파산선고를 받은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개인주의적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 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세대적 결속력과 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화세대도 민주화세대와 마찬가지로 정신건강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 자녀들의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공포세대가 공포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면, 무엇보다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면서 동시에 부모와의 동맹을 성사시켜야 한다. 또한 공포감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집단적인 승리의 경험을 축척해야 한다.

○ ‘분단 트라우마’는 언제든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극우세력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되었다!
"분단 트라우마는 한국인들의 심리를 병들게 만드는 첫째가는 원인이자 한국인들에게 밝은 미래를 박탈하는 기본 장애물이다. 따라서 한국인들의 정신을 불구화하고 정치를 기형화하며 민족분단을 영구화하는 분단 트라우마를 치유하지 못하는 한 한국사회의 발전이란 요원한 일이다."(p.208~209)

저자는 세대 트라우마에 이어 계층, 분단, 지역감정으로 생겨난 한국사회의 집단 트라우마를 들여다본다. 돈 중심의 세계관이 가져온 계층 간의 갈등은 ‘우월감 트라우마’로, 죽음에 대한 공포에 기반한 한국사회 최대의 장애물은 ‘분단 트라우마’로, 차별과 학대, 죄의식의 얽힘으로 인한 지역 갈등은 ‘변방 트라우마’로 규정하고, 이들 트라우마가 생긴 원인과 문제점, 해결 방안 등을 세밀히 분석한다.(자세한 내용은 제 블로그 http://blog.daum.net/hy2oxy/8691542를 참조)

분단 트라우마와 극우세력 콤플렉스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종북(반미)이 아니다",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다까끼 마사오'를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단순히 북한에 대한 공포로 여겨졌던 ‘분단 트라우마’가 실은 언제든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극우세력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히는 대목은 명쾌하면서도 탁월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영호남 갈등으로 여겨지는 지역감정이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로 나뉘어 어떻게 전국적으로 퍼지게 되었는지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서울과 변방(지역)으로 나뉘는 새로운 지역 갈등이 나타나는 현상을 분석한 부분 역시 절로 고개가 끄떡여진다. 

한국인의 집단 트라우마인 우월감 트라우마, 분단 트라우마, 변경 트라우마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주역들은 세대별 트라우마와 마찬가지로 외세와 극우보수세력, 극우보수언론 등이다. 특히 분단 트라우마의 경우 친일파와 월남세력, 극우기독교 집단과 국가보안법이 추가된다. 따라서 한국인의 집단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공통적인 과제는 역시 외세와 극우보수세력, 극우보수언론을 이 땅에서 퇴치하는 것이다.

집단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각 트라우마별 방안은,
우월감 트라우마의 경우, 첫째 개인들이 우월감 중독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둘째, 한국사회는 사회양극화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야 한다. 셋째, '돈 중심의 세계관'을 강요하는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
분단 트라우마의 경우, '북 콤플렉스'를 치유하려면 남북이 서로의 체제와 사상문화를 존중하고, 남북 사이의 교류와 협력을 확대시키고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레드 콤플렉스', 특히 '극우세력 콤플렉스'를 치유하려면 극우보수세력을 정치권에서 퇴장시키고, 그들의 절대 무기인 국가보안법을 철폐해야 한다. "나는 특히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는 데 한국사회가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방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면 영호남 차별, 서울과 변방 사이의 차별을 없애야 하고, 전국적인 진보정당 혹은 계급정당이 출현해야 하며, 서울을 제외한 변방이 단결해야 한다.

○ 폭발 직전의 위험 수위에 이른 한국, 트라우마 없는 한국사회를 꿈꾸며…

몸의 상처는 눈으로 보이는 데다, 직접적으로 고통을 주기에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치료를 받는다. 반면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아 파악하기 힘들고, 정신적 고통을 주기에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가 쌓이고 쌓여 직접적인 문제로 드러날 때는 손쓰기 힘든 경우가 많다.

과거 불행한 현대사를 지나오며 생긴 한국인의 집단 트라우마는 IMF경제위기와 돈 중심, 경쟁 중심의 신자유주의 체제 안에서 세대 트라우마라는 형태로 더욱 확대되어, 이제는 폭발 직전의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이라고 해서 이대로 방치하다 보면 한국사회는 벗어날 수 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미 이러한 마음의 병은 높은 자살률과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 학교 폭력, 배금주의, 도덕적 해이로 표출되고 있다. 우리가 매년 지겹게 들어온,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다는 조사(OECD 34개국 중 32위-2012년 기준) 또한 현재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과연 한국사회가 집단 트라우마에서 해방되어,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한국사회 전반의 문제들에 대한 날카로운 심리학적 분석과 함께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트라우마 없는 한국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 2012년 대선의 승부를 결정지은 한국인의 트라우마

2012년 대선은 한국인의 트라우마가 가진 파괴력을 잘 보여주는 선거였다. 각 세대, 계층, 분단, 지역 문제로 생긴 트라우마로 인해 이번 선거의 결과가 갈렸다. 유년기부터 중년기까지 지속적으로 좌절을 맛본 좌절세대(50년대생)는 주도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대세를 따르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이들은 야권의 바람이 불면 야권 쪽으로,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여권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많았는데, 이번 선거에서 결국 여권 쪽으로 움직였다.

‘우월감 트라우마’는 경기 변동에 극히 민감한 자영업자들과 생존 공포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보수세력에 대한 의존심을 부추기고, 부자 되기 열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을 또 한 번 유혹함으로써 보수세력의 승리에 도움을 주었다. 
‘분단 트라우마’는 야권 진영의 운신의 폭과 공격력을 심하게 위축시킨 반면, 나이가 많은 세대에게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함으로써 여권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마지막으로 영호남 갈등에서 서울-지역 갈등으로 옮겨가면서 한국사회에 날이 갈수록 더 극심해지고 있는 ‘변방 트라우마’ 역시 충청도와 강원도, 나아가 수도권 주민들이 여권에 표를 던지도록 만들었다.

저자는 심리학자로서 현재 미국의 주류 심리학으로, 동물과 사람을 본질적으로 동일하게 보는 진화 심리학이나 뇌 과학의 오류를 비판하며, 사회심리학 이론을 정립하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집필 강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개인의 마음은 개인이 치유해야 한다는 식의 긍정 심리학, 위로의 메시지로 포장한 자기계발 서적들의 달콤한 유혹을 통렬히 비판하면서, 이 책을 통해 한국사회의 성장을 가로막는 거대한 심리적 장애물이 무엇인지를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하나하나 세밀히 분석하였다.

○ 인상 깊은 문장

"좌절세대는 순응의 대가, 즉 한평생 극우보수세력이 시키는 대로 성실하게 일하고 노력한 결과가 결국 좌절이었다는 사실에서 교훈을 찾아 저항에 나서기보다는, 반복된 좌절의 경험으로 인해 여전히 세상에 순응하는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좌절세대를 가장 고통스럽게 만들고 그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반복된 ‘좌절’이 준 상처이기 때문에 이들의 대표적인 트라우마를 ‘좌절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다."

"민주화세대는 한국사회를 바람직하게 개혁하는 데 실패했다는 자괴감을 떠안게 되었고,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한국사회가 옛날보다 더 나빠졌다고 생각하며 과거의 민주화운동이 다 헛고생에 불과했다는 허무감과,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느라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는 패배감까지 느끼고 있다. (중략) 나는 이들의 가장 큰 트라우마가 청년기의 꿈이 완성되지 못한 것과 불가분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므로 이들의 트라우마를 ‘미완성 트라우마’라고 부를 것이다."

"이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청년기에 받아들였던 개인주의적 세계관과 인생관으로는 바람직한 사회개혁도, 행복한 미래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으면서 세계관적 · 인생관적 혼돈을 경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화세대의 가장 큰 트라우마는 ‘혼돈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다."

"공포세대는 그야말로 공포에 짓눌려 있는 세대이므로 이들의 가장 큰 트라우마는 ‘공포 트라우마’가 될 수밖에 없다. 공포세대가 공포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면 무엇보다 부모와의 동맹을 성사시켜야 한다. 좀 심하게 말하면, 공포세대의 부모들은 한국사회와 더불어 이들에게 공포 트라우마를 강요한 주범이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내가 너보다 더 잘났다’는 우월감을 느끼는 데에서 삶의 기쁨을 찾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려 한다. (중략) 나는 모든 한국인들 사이에 널리 확산되어 있는 이런 집단심리, 즉 병적으로 우월감을 추구하면서 우월감에서 삶의 기쁨을 찾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려고 하는 마음의 병을 ‘우월감 트라우마’로 정의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는 해방 이후의 좌우 대립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분단 트라우마가 극대화되었으나, 시간이 흐르고 남북 간의 화해가 추진되면서 레드 콤플렉스와 북 콤플렉스는 지속적으로 약화된 반면 극우세력 콤플렉스는 여전히 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따라서 탈냉전의 21세기를 맞이한 현재 시점에서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분단 트라우마의 기본 내용은 ‘극우세력 콤플렉스’라고 할 수 있다."

"지역차별은 그 차별로 인해 이익을 얻는 지역주민, 피해를 입는 지역주민, 옆에서 구경을 하는 지역주민까지 모두 정신적으로 병들게 한다. 즉 지역차별을 당해왔던 호남인만이 아니라 그 차별로 인해 일정 정도 혜택을 입은 영남인, 지역차별을 목격해왔던 나머지 모든 한국인이 변방 트라우마의 희생자인 것이다. 나아가 점점 심해지고 견고해지는 서울공화국 체제로 인해 한국인의 변방 트라우마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 2013년 8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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