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와 비엔날레> 카페 안젤로는 그 두 사람의 그림을 비롯하여 다른 많은 이들의 그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베네치아의 풍습에 의해 화가들은 음식값을 작품으로 지불할 수 있었던 것이다. - P131
1895년 시작된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국제적인 현대 미술 전시회로, 2년마다 베네치아의 한쪽 끝에 있는 리도 섬 개펄에 있는 공원에서 열렸다. 무솔리니 시대에 지어진 흉물스러운 건물이 많다는것이 그 지역의 특징이었다. 잘 손질된 나무와 뜰이 여러 건물의 아름다운 배경이 되었다. 비엔날레가 시작되는 6월 중순에는 라임나무들이 꽃을 피워 그 향기에 아찔해지는데, 내 느낌으로는 그것이 비엔날레만큼 매력적이었다. - P131
그 전시회의 방문객 중 두 번째 유명인은 번하드 베런슨이었다. 계단을 올라오는 그에게 인사를 하면서 나는 그의 책으로 많은 공부를 했다는 것과 그것이 내게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그런데 당신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겁니까?"라고물었다. 나는 그가 현대 미술을 몹시 싫어하고 있음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으므로, 이렇게 대답했다. "저로서는 옛 거장들의 작품을 살 수가 없었고, 어쨌든 누군가는 한 시대의 미술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 P136
다음번에 베런슨을 만난 것은 피렌체 근처에 있는 그의 집 ‘이타티‘ (‘재치‘라는 뜻의 이탈리아 어)에서였다. 그의 컬렉션을 감상하면서 나는 내 컬렉션을 감상할 때보다 훨씬 더 예의 바른 태도를 취했다. 그의 손을 거쳐 간 수많은 멋진 그림 중에서 남은 것이 너무적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 나는 그에게 베네치아에 와 달라고 간절히 청하면서, 혹시 내 그림들이 보기 싫어 안 오는 거라면 컬렉션 전체에 흰 천을 씌워 놓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는 죽을 때 컬렉션을 누구에게 물려줄 생각인지 내게 물었다. 내가 그에게 "당신에게죠, 베런슨 씨."라고 대답하자 당시 이미 여든다섯 살이었음에도 그는 겁에 질린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 P137
내 컬렉션이 대중에 공개되자,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중략..나를 하나의 구경거리로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안면조차 없는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 "당신은 나를 모르시겠지만, 나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당신 여동생 헤이즐을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거나 "당신 친구 폴 볼스가 전화하라고 했다."거나 "우리는 지금 베네치아에 도착했는데, 당신에게 보내는 소개장을 갖고 있으니 점심 식사나 저녁 식사 혹은 음료를 대접할 시간을 내 달라."는 식이었다. 한번은 구겐하임 음악 장학금으로 이탈리아에 온 미국 청년이 연주를 하고 싶은데 내 집에 피아노가 있는지 편지로 물어 오기도 했다. 나는 피아노가 없다고 대답할 수 있어서 기뻤다. - P153
"어떻게 수집가가 되었는가." 하는 글에서는 한 미술 전시회에와서는 줄곧 씁쓸하게 푸념을 늘어놓던 여자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토록 불쾌한 그림을 왜 수고스럽게 보러 왔는지 물었다. 그녀는 도대체 현대 미술이란 게 뭔지를 알고싶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녀에게 그건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왜냐하면 자칫했다간 중독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 P156
나는 우리 하녀들을 큐레이터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곤돌라 사공 두 사람을 노련한 그림 운반자로 만들었다. - P159
나는 나의 애완견 중의 한 마리에 리드 씨(당시 그는 허버트 경이 아니었다.)를 지칭하는 허버트 경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니까 허버트 리드가 작위를 받기 훨씬 전에 내 애완견은 작위를 받은 셈이다. 한번은 내가 라울에게 전화를 걸어 진짜 허버트 리드의 작위에대해 이야기하자 그가 이렇게 묻기도 했다. "그러니까 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허버트 리드 경이 손님으로 올 때면 우리 집에서는 언제나 그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하인들이 줄곧 물어 댔던 것이다. "사람 말인가요, 개 말인가요?" - P191
1954년 가을 라울이 죽은 후 나는 이탈리아를 떠나 뭔가 다른것을 생각해 보기로 결심했다. 폴 볼스가 나를 스리랑카로 초대했다. 그는 그곳에 작은 섬을 하나 구입했다. 인도양 최남단의 무인도로 동양 원산의 이국적인 식물과 생각할 수 있는 온갖 꽃이 만발한 환상적이고 아름답고 호화스러운 곳이었다. 팔각형으로 지어진저택은 타지마할을 연상시켰다. - P166
베네치아에서는 자기 소유라 할지라도 나무를 베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나는 이웃집과 사이에 있는 벽을 따라 건물을 짓기로 결정했다. 이웃집은 몇 년 전 미국 국무부가 구입해 미국 영사관저로 쓰고 있었다.(외면상 골치 아픈 일이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 이후 우리 집은 밤낮으로 군인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셈이었다.) - P176
멋진 여행이었다. 카디프와 함께 유카탄 반도 팔렌케에 간 나는 더할 수 없이 환상적인 폐허를 보았다. 정글 속 깊이 세워져 있는 팔렌케 유적은 정말이지 이 세상 밖에 있는 것 같았다. 깊은 정글 속에 자리 잡은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헬리콥터를 타고 40분을 간 다음 내려서 가파른 계단을 한없이 올라야 했다. 그 한 달동안 내가 본 것 중에서 팔란케가 가장 압권이었다. 주위는 원시적이고 아름다웠으며, 조각과 건축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실제로 그폐허들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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