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엘리자베스 왕조였고, 당시의 도덕은 우리와 달랐다. 그들의 시인도, 풍토도, 심지어는 야채도 지금과는 달랐다. - P27
그는 정원의 꽃만을 사랑하지는 않았다. 야생화, 심지어는 잡초도 항상 그에게는 매력이 있었다. - P28
말로 듣는 이야기는 글로 쓴 것만금 세련되거나 각색된 것이 아니었다. - P29
그 낯선 여인의 이름은 마루샤 스타니로브스카 다그마르 나타샤 일리아나 로마노비치 공주였고, - P37
사랑이란 그에게 있어 톱밥과 재에 불과했다. 그가 맛본 사랑의 맛은 극도로 진부했다. 하품도 하지 않고 어떻게 그것을 견뎌냈는지가 놀라웠다. 그녀를 바라보았을 때, 그의 진한 피는 녹았고, 혈관 속에서 얼음이 포도주로 변했기 때문이다. - P38
그는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었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들었다. 황량한 겨울 풍경 위로 봄이 넘쳐났다. 올랜도는 남자를 느꼈다. 손에 칼을 잡고, 폴란드 인이나 무어인보다 더 대담한 적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깊은 물속으로 뛰어들어, 바위틈들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위험한 꽃을 보았다. - P38
만약에 그것이 잠이라면 어떤 성격의 잠인가, 라고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잠은 치료를 위한 하나의 방편일까 더없이 화가 나게 하는 기억들, 인생을 망쳐버릴 것 같은 일들을 검은 날개로 문지르고, 가장 추하고 천한 것들마저 까칠한 부분을 문지르고 금박을 입혀, 광택과 광채가 나게 하는 최면상태인가? - P62
병은 고독한 올랜도를 맹렬하게 파고들었다. 밤이 깊어질 때까지 6시간씩이나 책 읽는 일이 있었고, 가축의 도살이나 귀리 추수에 관한 지시를 받으려고 사람들이 찾아오면, 그의 2절판 책을밀어놓고, 그들이 한 말을 알아듣지 못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 P68
일단 독서병에 걸리면, 몸의 기관이 약해져서 쉽사리 다른 재앙에 빠지게 되는데, 그것은 잉크 병 안에 숨어 있고, 깃털 펜 속에서 곪고 있는 것이다. 불쌍한 병자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것은 가진 것이라고는 비가 새는 지붕 아래 놓인 의자 하나와 테이블뿐이어서, 잃을 것이 별로 없는 가난뱅이에게도 문제려니와, 집이 있고, 가축이 있고, 하녀들이 있고, 나귀들과 리넨이 있으면서 글을 쓰는 부자의 경우에는 그 입장은 참으로 딱하다. 이런 물건들을 즐길 수 없다. - P69
자연은 인간에게 많은 해괴한 농간을 부리는데, 이를테면어울리지 않게 우리를 진흙과 다이아몬드로 만드는가 하면, 무지개와 화강암으로 만들고, 그것들을 더없이 어울리지 않는 하나의 상자에 채워 넣는다. 그리하여 시인이 푸줏간 주인의 얼굴을 하고 있는가 하면, 푸줏간 주인이 시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 자연은혼란과 신비를 좋아해서, 지금도(1927년 11월 1일) 우리는 왜 이층으로 올라가는지, 왜 또다시 내려오는지 모르는 것이다. 우리의 가장 일상적인 동작들은 미지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의 항해와도 같다. - P71
사랑과 야망, 여인과 시인은 꼭 같이 허망된 것이었다. - P87
왜 할 말을 간단하게 말하고 그치지 않는가? - P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