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프로젝트 - 남자들만 모르는 성폭력과 새로운 페미니즘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5
토마 마티외 지음, 맹슬기 옮김, 권김현영 외 / 푸른지식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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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모이다보면 캐릭터가 강한 사람이 한 명 정도는 있게 마련이다. 그 사람이 만일 상대를 깎아 내림으로써 자신을 빛내려하는 성향이라면 보통은 분위기를 심각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웃어 넘긴다. 타깃이 된 사람은 '유별난'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특별히 대꾸를 하거나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역시 넘어간다. 하지만 때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오랜기간 곱씹으며 화살을 쏜 상대를 원망하기도 한다. 친구들 고민을 들어주다가 인간관계에서 이런 문제가 드물지 않다는걸 알게됐다. 보수적인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양에서는 불쾌한 상황을 문제삼지 않는것,논쟁을 피하고 튀지 않고 무던한 사람으로 비춰지는것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우리에게 대표적 서구인 미국의 경우, 영화에서 보면 이와 대조적인 대응을 더러 목격한다. 상대의 모욕이나 조롱 또는 비하에 적절하게 되받아치기가 마치 중요한 미션인듯 느껴져 보는이로 하여금 통쾌함을 맛보게 한다. 예를들면 이런것이다. 



내가 본 '성범죄수사대'라는 미드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투투올라 형사가 범죄자를 찾기 위해 탐문수사에 나선다. 한 목격자가 대화중 이민자 출신인 범죄피해자를 느닷없이 모욕한다. 자기네 조국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식으로.  그러자 투투올라 형사는 "그래 당신 조상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왔지 아마?"하고 응수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제는 이런 대응법을 강좌로 수강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성범죄에 대한 대응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상당수의 여성들이 살면서 작고 큰 성범죄를 경험한다. 지하철에서 추행당하기도 하고 하교길에 신체 특정부위를 노출한 바바리맨을 발견하기도 하고 대학에서 동료 학생들이나 교수에게, 또는 직장에서 상사의 성희롱이나 추근거림에 난처해지기도 하는 등 그 방식과 상대도 천차만별이다. 이렇듯 거리,대중교통,아는 사람,가족에게 여성들은 성적 괴롭힘을 당해도 이런저런 이유로 침묵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말로 상대를 모욕하고 조롱,비하하는 사람들처럼 습관적으로 성폭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역시 침묵을 먹이삼아 그런 행동을 반복,강화한다.



여성이 발언권을 얻기는 어렵다. 사회는 남성에게만 발언권을 주는 경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실화든 허구든 간에) 어떤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흔히 남성이다. 특별히 여자가 주인공이 되어야 할 이야기가 아니면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여자 친구, 누군가의 엄마등으로서의 여성일 뿐이다.) 마치 모든 문화가 남성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듯하다. 한편 우리는 이야기를 들을 때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을 한다. 이야기의 의미를 파악하려면 그 속에 깊이 들어가야 하므로 감정이입은 필수적이기도 하다. 이야기에 직접 들어가서 자기도 그곳에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여성은 곧잘 남성 등장인물에 자신을 동일시할 수밖에 없다. 내가 어렸을 때 ‘젤다‘라는 게임이 유행이었다. 여자들은 링크라는 인물을 자기라고 여겼다. 링크가 구해줘야 하는 공주님이 아니라. 왜냐하면, 게임 속 주인공은 링크였고, 공주님이 되는 건 별 볼 일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임의 주인공이영웅이고, 그 영웅은 링크라는 ‘소년‘이었으니까.- P158



이 책은 남성작가가 그려낸 작품이다. 남성들을 악어로 그림으로써 남성들의 입장이 아닌 여성들의 입장으로 상황들을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만일 남성들을 사람으로 그렸다면 남성들이 이 책을 볼때 여성들의 입장에 몰입하기는 힘들었을것이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사회,대중문화에서도 보통은 남성들 위주이기 때문에 여성들조차 무의식적으로 남성들 기준에서 감정이입하고 사고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작가가 쓰고 그린 이 그래픽북을 보면서 프랑스 역시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인식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되었다. 침묵하지 않고 대응한다고 해도 때로 폭력적인 반격을 당할수도 있다. 목격자들이 주변에 많아도 누군가 나서 도와주는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가만히 있으면 공격적이고 비하하는 언행처럼 이런 문제는 끝도 없이 반복된다. 여성들이 경험하는 세상을 더는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공유하는 것은 분명 의미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누구보다 남성들이 더 많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여성의 입장에서 느끼고 관찰해본뒤 그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면 분명 비슷한 상황을 목격했을 때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남성도 성폭력적인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여성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성범죄자는 사회와 문화적 현상에 의해 만들어지고 방치되어진다. 뒷부분에 나온 여러 운동가와 학자들의 코멘트도 인상적이고 간단한 대응방법도 담겨있어 도움이 된다. 이런 실험을 통해 남녀가 보다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성의 관점에서는 남성이 좋은 남자와 공격자, 이렇게 두 가지 범주로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이 두 범주는 종종 서로 만나고, 섞이고,혼동된다. 모든 남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범주에서 저 범주로 순식간에 옮겨갈 수 있다. 거리에서 마주친 남성, 남자 친구, 남편, 친오빠………. 얼마나 많은 여성이 주변인에게 강간당해왔는가?
『악어 프로젝트에서 한 여성의 끔찍한 경험담을 보자. 흔히 일어나는 애인의 강간은 악어의 다음과같은 속삭임으로 끝난다. "고마워. 아까 정말 끝내줬어." 그러나 이 남자가 그저 비열한 놈, 강간범이기만 했다면 여성이 그와 사귀었을까? 모든 악어가 어느 순간에는 좋은 남자로 바뀔 수 있으므로 반대로 모든 좋은 남자는 악어가 될 수 있다. 모든 남성은 잠재적으로 독재자다. 실제로 우리가 어떤범주의 남성을 상대하는지 모른다는 의미에서 남성은 모두 약탈자로 보일 수 있다. 또한, 특권이 있다면 그것을 사용하기 바라는 게 인간이기때문이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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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4-28 07: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미미님이 깊이있게 써주시니 책을 다시 읽은 것처럼 좋네요^^ 가만 있으면 가마니인 줄 안다고.. 요즘 엄마들 고민 중 하나가 싫다는 말도 잘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방법인데요, “착하다”는 말로 칭찬하지 않을 것, 가해자 입장을 대변하지 않을 것(걔가 네가 좋아서 그런거지), 스킨쉽을 사랑하면 받아들이는 행위로 인식시키지 않을 것(뽀뽀해달라고 하고 안 해주면 할머니 사랑 안 해?라고 하거나 뽀뽀해줘야 간식을 준다고 하는 등..) 등을 실천하려고 노력중입니다!

미미 2022-04-28 10:42   좋아요 6 | URL
와 정말 중요한 것들을 가르치고 계시군요!!! 아는 것을 넘어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실천하게 하는것. 그 이상 중요한게 있을까요? 괭님 너무 멋진 엄마네요^^*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저 어릴때도 어르신들이 그렇게 아이들에게 말하곤했는데 말이죠. 아무렇지 않게...가정에서부터 사회로 인식이 확장되었던걸 새삼 느낍니다.

새파랑 2022-04-28 08: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가 나쁜놈이네요 ㅋ 프랑스든 어디든 성처별 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은거 같아요 ㅜㅜ

미미 2022-04-28 10:54   좋아요 6 | URL
네 새파랑님!🐊 가 하는 행위들이 악어 그림때문에 더 분명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실제로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사례들을 바탕으로 그렸다고 해요. 제가 만일 교육부장관이라면 남학교 필독서로 지정하고 싶을 정도였어요ㅋㅋㅋ

단발머리 2022-04-28 08: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여기든 미국이든 프랑스든 ..... 참 그래요. 전, 남성을 악어로 그렸다는 그 점, 한 가지만으로도 이 책은 널리 읽혀야한다고 생각해요.
그 격렬하고 열정적인.... 난 악어가 아니라는 외침....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해요, 미미님. 매일 열공, 열독하시는 모습 너무 보기 좋아요.

미미 2022-04-28 10:53   좋아요 5 | URL
초반 읽어나가면서 남성들의 반발이 크겠다 싶었는데요, 만화를 다 보고 뒤쪽에서 취지를 읽고나니 소름이더군요.
이렇게 표현해야만 남성들도 그 끔찍함을 어느정도 알지 않을까, 사실 여성들이 이런 일을 경험할때 상대를 악어이상으로 느끼기도 하고요. 이거 연극으로도 공연했음 좋겠어요. 단발머리님 응원 감사해요^^*

페넬로페 2022-04-28 12: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적절하게 되받아치는 대응이 부족해 매번 배우고 싶은 생각이 한 두번이 아니었어요.
제목인 악어 프로젝트가 뭔 의미인지 궁금했는데 그런 의미였네요.
악어=남성으로 표현한 거군요.
정말요.
사람은 어떤 한가지 성향만을 가지지 않기에 더 상대방을 파악하기 어려운것 같아요^^

2022-04-28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8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4-28 13: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 이야기인줄 ㅠㅠ 그 어색함이 싫어서 전 자주 자기비하 유머를 쓰곤했는데 ㅠㅠ집에 오면 우울했어요 ㅠ 저도 그 부분 보면서 통쾌했던 기억나요 미미님. ㅠㅠ 마지막 저 놈의 옷 이며 화장 등에 대한 착각.! 진짜 악어로 표현한게 딱 어울리네요 ~ 악어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ㅎㅎ

미미 2022-04-28 13:56   좋아요 4 | URL
저도 예전에는 무례한 말에 웃어넘긴적이 많았어요. 좋은게 좋은거다 생각하고 넘겼는데 오래 남더라구요. 그런 상대는 자기 잘못을 모르고 반복하구요.ㅠ.ㅠ 미니님도 이 책 읽어보셨군요! 치과가 나온 첫 그림부터 쇼킹했어요ㅋㅋㅋㅋ악어가 이 사실을 알면 억울하겠죠?ㅋㅋㅋ

페크pek0501 2022-04-28 16: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은연중 무던한 사람으로 비춰지길 바라는 편이라 싫어도 싫지 않은 내색을 할 때가 있었어요.
예를 들면 김밥을 먹어 보세요, 할 때 저 혼자만 안 먹으면 까다로운 사람으로 보일까 봐 배불러도 먹는다든지...
남자의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서도 주목 받는 사건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여성들이 자기 마음을 표현하지 않을 때가 있을 거예요.
앞으로는 당당하게 NO를 외쳤으면 합니다.

미미 2022-04-28 18:10   좋아요 4 | URL
네! 분명한 의사표시는 서로의 다름에 대한 존중을 끌어낸다고 생각해요.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엔 ˝재 뭐야?˝하지만 이후로는 그 사람을 배려하고 조심하고요. 뭐든 참아주는 사람에겐 계속 더 큰 요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걸 봤어요. 다른게 나쁜게 아닌데도 유교적 사고방식 때문인것도 같고요. 세대가 거듭될수록 달라지겠죠?^^*

가필드 2022-04-28 21: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꼭 읽어야 할거 같아요 주먹을 불끈 쥐며 장바구니로 향합니다

미미 2022-04-28 22:0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가필드님! 앞쪽의 만화는 보통이었고(but 인상적) 뒤쪽의 글이 별5개였어요.
가필드님도 만족하심 좋겠네요^^*
 




평등의 말단에는 여성이 있습니다.

풍요로운 현대사회에서도

반복되는 전시상황에서도

60년대 시민운동에서도

흑인인권운동에서도

프랑스대혁명에서도

그리스로마 전쟁에서도

신화에서도

종교서사에서도

여성은 가장 말단에 있었습니다.


인종차별내부에서도 여성은 차별받고

장애인내부에서도 여성은 성범죄에 희생되고

인권운동에서도 여성의 문제는 뒤로 밀리고

혁명후에도 여성의 교육권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여성의 문제는 항상 뒤로 밀립니다.

"우선 이것만 해결되면"

"이게 더 중요하니까" 


하지만 절반인 여성을. 너무도 많은 여성을. 너무도 가까이에 있는 여성을

차별하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가능한 것은 아닐까요?

수천년에 걸친 차별과 배제가 '과거보다 더 나아졌다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어

또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구조적인 불공정'의 개선이 우선이다라고 하면서 말이죠. 

그 '구조적인 불공정의 핵심'에 인구 절반인 여성이 있습니다.

심지어 더욱 차별받던 세대의 여성들이 지금도 살아 숨쉬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원인이 항상 뒤로 밀리기 때문에 뒤이은 불평등은 늘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불공정과 불평등의 근본은 젠더불평등입니다. 

젠더불평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다른 문제도 영원히 반복될것입니다.





*하나의 성이 다른 성을 돈으로 살 수 있는것만큼 불평등하고 부정의하고 그릇된 행위가 용인되는 한

어떤 불의도 가능하다. 


*'이정도면 남녀가 평등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데이터는 찾아볼 여력도 없으며 그만큼 자신이 누리는 특권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도 못하고 차별받는 이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지구상 어디에도 여성우위인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 한곳도! "이정도면 충분히 평등한 사회"라고 생각한다면 이점이 전혀 이상하지 않냐고 묻고싶다. 그들은 '남성우위'를 스스로 자연스럽게 느낀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한국사회에서 공정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능력주의'를 말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들은 공정하지 않은 출발선은 의식하지 않으려하고 애써 '결과'에만 집중해 그것이 공정이라 단정짓는다. 자신이 여성이라는 아스팔트를 딛고 서 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채로.



"인간은 어차피 죽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저 죽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편에서 죽는 것이다." 오리아나 팔라치가 정치에 묻는다 권력은 누구의 편인가? p.144





 "모든 것은 밥그릇(정치권력) 싸움이다. 여성은 밥그릇 싸움의 테이블에 아직 앉지도 못햇다."



"여성문제를 배제한 공정과 정의는 무너질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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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0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0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0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0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0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0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2-04-20 21: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평등의 말단에 여성이 있다는 것에,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것에 좌절하고 먹먹해요~~
바뀌어야 하겠죠!
바뀌어져야 합니다~~

미미 2022-04-20 22:00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님~^^♡ 말단에 있는 여성의 존재를 직시해야 하겠죠! 모든 불평등의 기원이고 뿌리니까요. 그만큼 공고해서 의식하기 힘든것 같아요. 바뀌어야 합니다!

새파랑 2022-04-20 23: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북플에서는 미미님이 가장 우위이십니다~!! 글이 점점 멋져지는거 같아요 ^^ 책을 통해 점점 전문가로 다가가시는거 같아요~!!

미미 2022-04-20 23:57   좋아요 4 | URL
에구 아닙니다 새파랑님~♡ 저 돌맞습니다ㅎㅎ다소 거친글임에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힘이됩니다^^*

감은빛 2022-04-21 1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말씀에 공감하고 바꾸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우리가 바꾸어야 할 과제는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순위를 매길 순 없으니 같이 해야 하는데,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미미 2022-04-21 11:53   좋아요 2 | URL
감은빛님 말씀 감사합니다~♡ 남성분들의 연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작은 힘을 보태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늘려나가려구요. 사회 문제들을 들여다볼수록 바꿔야할 것들이 참 많네요^^*

scott 2022-04-21 15: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질 만능 주의 세상에서
밥 그릇 전쟁 ㅠ.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미 2022-04-21 15:48   좋아요 2 | URL
스콧님~♡ 그렇죠! 끊임없는 밥 그릇 전쟁ㅠㅠ

10프로가 아닌 모두를 위한 밥그릇 나눔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mini74 2022-04-21 1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케테 콜비츠 그림이 눈에 확들어오네요
평등의 말단에서 옹기종기 힘을 모아 앞으로 나가보아요. 미미님*^^* 새파랑님 말씀처럼 미미님 깊이 있게 읽고 사유하는 내공들이 빛을 발하는거 같아요. 맛집니다 미미님 *^^*

미미 2022-04-21 18:53   좋아요 2 | URL
미니님!!*^^*♡ 미니님 아실것 같았어요 역시👍
처음엔 ˝무슨 표지 그림이 이래?˝했는데 이 책에서 케테 콜비츠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새롭게 보였어요. 역시 앎의 힘, 서사의 힘을 느꼈습니다. 네~♡ 말단에 있지만 미니님 포함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항상 힘이납니다*^^*

얄라알라 2022-04-25 13: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어 시제에서 진리는 항상 현재형을 쓴다고 배웠는데,
˝지구상 어디에도 여성우위인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 한곳도!˝
이 문장이 과거형으로 쓰여질 날을 상상하며

미미 2022-04-25 13:57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진리는 분명 현재형으로 써야하는데 현실에선 종종 부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저도 기대해봅니다. 말씀처럼 과거형이 되기를요!*^^*
 



2014년 하버드대학교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는 로힝야족의 상황을 '천천히 태우는 제노사이드라고 표현했다.(중략) UN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62퍼센트가 강간당했고 여덟 달 된 아기들까지 목이 잘렸다. p.107 

*제노사이드: 인종, 이념 등의 대립을 이유로 특정집단의 구성원을 대량 학살하여 절멸시키려는 행위



버마군은 로힝야족의 거주지에 들이닥쳐 남성들을 불태우고 여성들을 강간, 살해했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며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는 사실상 정부 수반이었음에도 이 일에 침묵했다. 불교인들이 다수인 미얀마에서 무슬림인 로힝야족은 '구더기','침략자','검은 쓰나미'라 불리우고 로힝야라는 단어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르완다,보스니아,나이지리아 등 분쟁지역에서 여성들은 잔인한 전쟁무기인 강간으로 수없이 살해당했고 삶의 터전과 가족을 잃었다. 전쟁 후 곳곳에 남성들을 위한 기념비가 세워졌지만 여성들은 전쟁의 피해자임에도 같은 이유로 핍박당하고 손가락질당하며 역사에서 지워져왔다. 언론인이자 작가인 크리스티나 램은 인류 최악의 무기인 강간에 의해 희생당한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여덟 살부터 여든 살까지 모든 여성이 강간당했다"고 붉은군대의 작전을 지켜본 소비에트 종군기자 나탈리야 게세Nataly Gesse가 말했다."그들은 강간군대였다" 당시 젊은 대위였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이야기시'프로이센의 밤'에서 그 끔찍함을 묘사했다.


어린 딸이 매트리스 위에 

죽어 있다. 그 위에 얼마나 많은 자들이 있었을까?

한 소대가, 어쩌면 한 중대가?  P.235



전시강간은 전략적인 용도로 사용된 경우가 많았다. 지휘자의 지시나 방관으로 집단적인 강간의 광기는 질병처럼 퍼저나갔고 피해자들은 악의로 가득찬 광기에 무너져내렸다. 종교,이념,복수,이권다툼으로 범죄자들은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했고 피해자들의 침묵속에 흩뿌려진 피와 잔혹행위는 지워지고 묵인되었다. 전범으로 기소되더라도 처벌은 쉽지 않았다. 여성들은 보복의 위협과 살해협박에도 목숨을 걸고 용기를 내어 증언을 반복하면서 트라우마에 시달렸지만 대량 살상에 비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으로 기소장에서 지워지기 일쑤였다. 더 기막힌 사실은 다른 종족에 대한 증오 문제로 벌어진 학살과 강간에서 바로 어제까지 이웃으로 얼굴을 맞대고 지내던 사람들이 가해자로 돌변해 마체테를 들고 달려드는 것이었다.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살인자들을 길에서 다시 마주치는 끔찍한 일들도 빈번했다. 


저는 그 사람들을 알고 있었어요. 저희 이웃이었죠. 저희 가게의 일꾼도 있었고, 동네 초등학교 선생님도 있었어요.p.155 (르완다에서 후투족이 벌인 투치족에 대한 제노사이드)



강간의 피해는 남성들도 예외가 아니다. 분쟁지역에서 남성의 거의 4분의 1(23.6%)이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강간 피해자인 여성들은 남편에게 버림받거나 살해당하고 이웃으로부터 창녀 취급당하고 마을에서 쫒겨나는 경우고 있었다. 전쟁 중이 아닌 사회에서도 성범죄 피해자들은 비슷한 경험을 한다. 어떤 범죄도 피해자다움을 요구받지 않지만 오직 성범죄피해자들은 각종 꼬리표를 달고 의혹에 맞서 싸워야만한다. 이런 여성들을 보면서 남성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는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제가 지켜본 바로는 치유에 확실한 도움이 되는 것은 가해자들의 처벌이에요. 그럴 때 피해자는 그 일이 자기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고 자기에겐 죄가 없다고 사회의 권위로부터 인정을 받았다고 느끼거든요. p.230 ('여성의 힘'이라는 의미의 '스나가제네'라는 단체를 운영하는 브란카 안티츠스타우베르박사


읽기 힘든 내용들이었다. 읽어내려가다보면 어떻게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그렇게 잔인한 짓을 저지를 수 있었던건지 각종 질문들이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럼에도 뉴스에서 조금씩 접하던 이야기들을 자세히 읽어보고 짚어볼 수 있어서 의미있었다. 역사가 지워버린 절반의 사실들을 어느정도 가늠한 느낌이다. 피해 여성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손잡고 같이 울어주며 살아남았다. 그리고 많은 여성들이 용기를 내어 증언하고 가해자들을 감옥에 보냈다. 결코 쉽지 않았다. 살인에 비해 강간에 대한 인식은 너무도 관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비록 미미한 결실이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의로운 행동이었다. 강간 피해자들에게 치유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를 살려내는것, 그리고 가해자들을 처벌하는것은 이들이 누려야할 최소한이다. 




문학은 우리 아닌 다른 사람들이나 우리의 문제 아닌 다른 문제들을 위해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고, 발휘하도록 해줄 수 있습니다. 우리 아닌 다른 사람이나 우리의 문제 아닌 다른 문제에 감응할 능력이 없다면,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겠습니까? 아주 잠깐만이라도 우리 자신을 잊을 능력이 없다면,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겠습니까? 뭔가를 배울 능력이 없다면, 용서할 능력이 없다면,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겠습니까? p.208 '타인의 고통'수전 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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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4-19 19: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전손택의 이 책 많이 인용해요. 요즘 말로 뼈때리는 문장이 많아요. 잠시라도 배움과 생각을 멈추면 선택이란 기로에서 길을 잃게 되는 것 같아요

미미 2022-04-19 19:14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 수전 손택의 글 너무 좋죠! 맞아요. 뼈 때리는 문장들 잔뜩 담긴것 같아요~♡ ‘타인의 고통‘읽은 뒤부터 특정사건,장면에 고개돌리지 않게 됐어요.

페넬로페 2022-04-19 22: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즘같은 현대에도 이런 비참한 일이 일어난다는건 끔찍해요
문명이 발달해도 의식은 그 자리에 있는듯요 ㅠㅠ
로힝야에 대한 아웅산 수치의 태도에 실망했어요~~

미미 2022-04-19 23:18   좋아요 4 | URL
네! 페넬로페님~♡ 집단광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ㅠㅠ
직접적인 지시를 받거나 선동에 의해 어린 소년들까지 폭력적으로 변하기도하는등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국제재판소의 대응도 그렇고 아웅산 수치도 실망스럽고 답답했어요. 페넬로페님 이 책 <세계는 왜 싸우는가>다크버젼같아요^^;

페넬로페 2022-04-19 23:56   좋아요 3 | URL
저도 그 책 생각했어요~~

새파랑 2022-04-20 1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글 리뷰만 봐도 고통스럽네요 ㅜㅜ 읽기 힘드셨을텐데 고생하셨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은 언젠가는 꼭 처벌 받으면 좋겠어요~!!

미미 2022-04-20 11:57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네ㅠㅠ 단련이 된 줄 알았는데 이 책은 좀 힘들었습니다. 글로 읽기도 버거운 이 일들을 몸소 겪어낸 분들의 심정이 어떨지...생각만해도 먹먹해지더라구요. 제대로된 처벌이 시급합니다!!

mini74 2022-04-20 11:2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의도적 계획적 범죄이자 제노사이드죠. 미미님 글 읽으니 다시금 분노가 ㅠㅠ 타인의 고통 저도 너무 좋아요. 종교라는 이름 인종이라는 구분짓기 결국은 돈문제 ㅠㅠ죠.

미미 2022-04-20 12:02   좋아요 6 | URL
미니님~ㅠㅠ♡ 이 책 힘들지만 많이들 읽어보심 좋겠어요! 너무 화가나서 책에다가 몇번 제가 욕을 썼어요ㅠ 맞아요! 돈 문제,권력 문제 다 그게 원인이죠. 아기들에게 한 짓은...뭐라 표현도 안되네요

얄라알라 2022-04-25 13: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실 북플에서 플친님들 리뷰로는 접해왔지만,
막상 제가 읽으려하니 겁도 나고 ˝읽기 힘들다˝시는 말씀 알 것 같아서, 머뭇거려집니다. 솔직히....인간에 대한 신뢰나 상상이 흔들릴 것 같아서

미미 2022-04-25 14:01   좋아요 4 | URL
네 얄라알라님~♡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는데요, 읽다보니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목숨을 걸고 증언하고 침묵하지 않는 사실들을 읽으며 계속 읽게되더라구요.

분쟁국들에서 처벌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희망이 과연 있는건지 읽어보면 의미있는 노력들,변화들도 눈에 들어오실거예요!

새파랑 2022-05-07 08: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3관왕 실화임? ㅋ 축하드립니다. 역시 북플의 황제~!! 즐거운 휴일이 되실거 같아요. 이번달 미미님 책 구매는 30권 예상해 봅니다 ^^

미미 2022-05-07 11:00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 감사해요^^♡우등생 친구들 틈에서 오랜만에 저도 우등생이 되었네요ㅋㅋㅋ글도 다 별론거 같고 영상도 창피해서 전혀 기대를 안했던터라 아직도 잘 믿기지가 않아요. 읽지 않은 책이 많아서 조금만 사려고요^^;;

mini74 2022-05-07 08: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축하드려요 ~~ 좋은 책들 마니마니 사셔서 눈호강 시켜주세요 *^^*

미미 2022-05-07 11:04   좋아요 4 | URL
감사해요 미니님^^♡ 화창하고 아름다운 날이네요ㅋㅋㅋ^^*

그레이스 2022-05-07 08: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미미님~~

미미 2022-05-07 11:04   좋아요 4 | URL
감사해요 그레이스님^^♡

서니데이 2022-05-07 17: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미미 2022-05-07 17:53   좋아요 4 | URL
감사해요 서니데이님!!*^^*

scott 2022-05-09 16: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달의 당선 추카!

이 책을 출간 한 출판사는
미미님에게 감사의 사랑을 💓ㅅ💓

미미 2022-05-09 16:48   좋아요 3 | URL
좋은 책인데 충분히 알리지
못한것같아 아쉽습니다ㅎㅎ
감사해요 스콧님!!🥰

페넬로페 2022-05-10 00: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2관왕 축하드려요^^
묵직하고 묵묵하게 독서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길을 가시는 미미님!!
넘 멋지고 존경합니다**

미미 2022-05-10 11:31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이번에는
아예안될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기뻐요!페넬로페님처럼 든든한 동행들에 늘 힘을
얻고 있습니다. *^^*
 



많은 페미니스트가 여성의 노동이 비노동으로 정의되면서 자본주의적 사회관계가 구성되었음을 지적한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최초의 기계는 증기기관이나 시계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신체인데(Federici,2011(2004);218), 클라우디아 폰 베를호프의 연구 이래 최초의 기계인 신체는 성별을 갖게 되었다.  그에 따르면 원시적 자본축적에서 여성의 신체와 섹슈얼리티 역시 토지와 함께 수탈되었다. p.59


원시적 자본축적에서 시작한 여성 신체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수탈은 지금도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N번방 사건, 손정우의 웰컴투비디오, 버닝썬 사태는 진화하고 있는 한국 성매매 산업의 심각성을 국내외적으로 알리게된 계기였다. 이러한 지능적 성범죄의 급격한 발전과 규모에 비해 사법부의 보수적이고 더딘 성범죄에 대한 인식도 가시화되어 법재화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특히 '버닝썬 사태'는 공권력과의 연류의혹으로 버닝썬 게이트로 명명되기도 했다. (레이디 크레딧)의 저자 김주희는 금융화된 성매매 산업의 메커니즘을 추적해 여성의 성을 담보로 유지,발전되는 금융자본을 고발한다. 


여성 노동의 비 노동화, 여성의 가정주부화, 나아가 매춘화는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사회를 조직하는 원리다. 여성은 주부 또는 매춘부로, 이들의 노동이 교환되는 비자본주의적 외양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위해 기능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Fortunati, 1997 [19951: 69) - P60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적게는 하루 20~30만원에서 한달에 수천만원에 이를정도로 실제로 많은 현금을 벌어들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스스로 채무자가 되어 발을 빼기 힘든 상황으로 빠져든다. 유흥업소와 관련자들, 이들에게 사업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업계는 대출상품을 미끼로 여성들의 수익을 자신의 수익으로 편취하고 이로인해 여성들은 다층적으로 성매매 산업에 결박되는 것이다. 또한 '업소 등급화전략'은 여성들의 외모로 해당 업소들간의 계층화를 이룬다. 이는 이용자인 남성들에게는 합리적인 소비를 통해 성매매가 탈도덕적인 구매활동이 되게하고 여성들에게는 자발적인 조정과 순응을 통해 스스로의 외모에 투자하게 하는 동시에 이로써 또다른 대출이 이어져 여성들의 종속이 견고해지게 한다. 


지난 10년 동안 성매매 산업의 계층화는 중급 업소와 하급 업소의 세분화로 요약될 수 있다. 이는 '쩜오','쩜칠','하이쩜오'와 같이 '텐프로급'이라 일컬어지는 새로운 등급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것을 통해 증명된다. 이러한 세분화 과정은 여성들로 하여금 언제나 최상급 업소 여성들과 비교하게 하면서 자신의 몸 가치가 객관적 등급화 과정에 의해 정해진 것이라고 순응하도록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P.234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 2012[2010]: 13)는 여성혐오가 남녀에게 비대칭적으로작용하며, 남성에게는 ‘여성 멸시‘, 여성에게는 자기혐오‘로 나타난다고 정의한 바 있다. 여성의 ‘자기혐오‘를 여성혐오의 효과로 보는 그의 주장에 따르면, 룸살롱 종사 여성들로 하여금 언제나 자신들의 몸 가치의 부족분을 깨닫도록 만드는 성매매 산업의 등급화 과정역시 여성혐오에 기반한 구조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P235



성매매 산업에서 여성들은 자신들에게 대출이 이루어지는 것을 '신용'이 주어진것으로 자신의 가치가 '증명'된 것으로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자유'이자 '이익'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실제로 수익이 자신에게 들어오지 않고 계속 대출이 증가하는데도 끊임없이 갚아나가기를 반복하고 업계의 요구에 맞도록 자신을 치장하고 변화(성형)시키는데 또다른 대출을 늘려가는 식으로 자신을 제외한 관련업계의 이익에 동원된다. 성매매에 진입하는 여성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인 경우도 있고 과도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혹은 등록금으로 인한 대출을 빠른 시일내에 갚기위해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들은 사회구조의 불평등과 부조리를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현실에 여성의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1학자금 채무 문제와 청년 빈곤 이슈에 대해서는 천주희(2016)의 연구를 참고할 수있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의 누적 물가상승률(37.2%)을 훨씬 상회하는등록금 누적 인상률(국공립 70.3%, 사립 55.8%)로 인해 현재 대학등록금은 연간 500~1300만 원 수준에 이른다(이준호, 박현정, 2012; 106),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2014)가 한국장학재단에 정보공개를 요청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학자금 대출을 받은 8523명이 555억 8500만 원을 갚지 못해 가압류·소송·강제집행의 법적 조치를 당했다.- P268



이를 통해 사회 구조적인 모순과 금융의 관련성을 배제하고 개인에게 성매매의 책임을 묻는것은 더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미 한국에서 성매매 산업은 큰 돈이되는 굵직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금융화된 부채경제 시스템을 이해하지 않고는 자발적 의지로 끊임없이 성매매 산업에 채워지고 결박되고 있는 여성들을 구해낼 수가 없다. 이른바 '채무자 뽑아먹기'로 여성들을 착취하는 금융의 '빈곤 매커니즘'을 이해해야만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부채의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금융적 생태계는 여성 몸의 증권화, 담보화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P.68) 이다.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대치동에서 적발된 한 ‘매직미러 초이스‘ 유흥주점은 150명의 여성 종업원을 고용한 결과 하루 평균 5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적발 전까지 대략 38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추정된다(뉴스1, 2013).- P237






저자 김주희 인터뷰




같이 읽으면 좋을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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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4-14 17: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성매매 산업에서 여성들은 자신들에게 대출이 이루어지는 것을 ‘신용‘이 주어진것으로 자신의 가치가 ‘증명‘된 것으로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자유‘이자 ‘이익‘으로 생각한다.‘ 이 부분 진짜 빡치면서 읽었어요. 돈은 버는데 빚은 느는... 가난하고 힘이 없는 여성들이 한 번 발을 들이면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나오미 울프 책을 저도 읽으면서 떠올렸답니다.

미미 2022-04-14 17:07   좋아요 3 | URL
거리의화가님~♡ 그쵸! 고리대금업자의 발언도 황당하더라구요. 말도 안되는 이자를 갈취하는 이유가 여성들이 못미더워서 위험부담을 포함한거라고. 저자의 덧붙임처럼 아니,그렇게 위험한 대출을 굳이 여성들에게 하는지 말이죠. 이 체계적인 시스템에 읽는내내 어이가없었습니다.

레삭매냐 2022-04-14 17: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이런
부조리한 일들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을
수가 없네요 정말...

우선 빈곤의 악순환부터 해결
해야 반인간적인 산업이 사라
지지 않을까 싶네요.

미미 2022-04-14 18:02   좋아요 3 | URL
레삭매냐님~♡ 이름있는 금융사들까지 ‘아가씨 대출‘등으로 성매매 산업에 깊숙히 관련되어있더라구요.아웅...

네! 저도 이 책을 읽어보니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하고는 절대 해결될수 없겠다고 생각하게됐어요.

mini74 2022-04-14 17: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받아서 읽기시작했어요 미미님 *^^* 저 그 여성위주의 무슨무슨 머니 광고나오면 너무 불쾌하더라고요 ㅠㅠ 저도 열심히 읽어볼게요 미미님 *^^*

미미 2022-04-14 18:10   좋아요 3 | URL
네!! 미니님~♡ 그런 광고 주 타깃이 성매매 여성들이라니 너무 충격이었어요! 자본이 여성들의 성을 끊임없이 이용한다는 생각이 듭니다ㅠㅠ 끝까지 쇼킹이지만 분명 의미있는 읽기가 되실거예요! 미니님 화이팅^^*

다락방 2022-04-14 19: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가씨 대출이라는 게 있다는걸 이 책 읽고 처음 알았는데 마음과 생각이 여러가지로 복잡하더라고요. 저도 열심히 따라 가겠습니다!!
그나저나 김주희 님 인터뷰가 다 있네요? 찜해놓고 조만간 봐야겠어요. 감사해요!

미미 2022-04-14 19:55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덕분에 또한번 중요한 지점을 알게되었어요~♡ 국가도 성매매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보다는 합법적인 세금추징의 분야로 인식하고 있다는게 화가나고요. 대표적인 등골브레이커인 대학입시도 좀 없어졌음 좋겠고 다층적으로 얽힌 사회문제들을 봐야겠다고 느꼈어요. 저자 인터뷰를 마침 발견해 퍼왔습니다. 감사해요 다락방님^^*

페넬로페 2022-04-14 22: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인간에게 굴레를 씌우는 행위가 성매매 산업에서 제일 많이, 체계적으로 이루어 지는것 같아요. 소시적, 남자 영화감독이 만든 영화에서 본 것들이 지금까지도 개선이 안되었고 더 치밀해졌어요 ㅠㅠ

미미 2022-04-14 22:41   좋아요 4 | URL
네 페넬로페님~♡ㅠㅠ 가장 분명한 성착취의 형태라고 생각해요. 이제 금융화되면서 자본주의 소비형태로 탈바꿈하고 있네요.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본인의 의지로, 자유로운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가장 안타까웠어요. 보다 다각적인 접근과 해결책이 절실해보여요.
페넬로페님 굿밤되세요^^*

독서괭 2022-04-14 23: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1등 완독에 이어 이런 멋진 리뷰까지!! 꼬옥 저도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ㅠㅠ

미미 2022-04-15 09:29   좋아요 3 | URL
괭님~^^♡ 감사해요!! 1등 뿌듯합니다ㅎㅎ인터뷰 내용도 제법 삽입되어 있어서 탐사보도를 글로 읽듯이 흥미롭게 읽으실수 있어요^^*

2022-04-15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15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15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15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15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15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2-04-15 20: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치동은 여러가지 돈이 모이는 곳이네요!
덫에 걸린 것처럼 발버둥칠수록 한없이 조여오는 이미지.

미미 2022-04-15 20:38   좋아요 3 | URL
네! 그레이스님~♡ 강남구에 대형 룸싸롱이 발달해있고 룸싸롱창업 대출도 수월하게 받을 수 있다고해요. 한때 대출이 과열되어 법적인 문제로 심화된 일도 있었고요. 벌어도 벌어도 결코 여성은 돈을 모을 수 없는 구조였어요!ㅠㅠ

희선 2022-04-16 02: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을 하고 돈을 벌면 돈이 늘어나야 할 텐데, 반대로 빚만 늘다니... 그렇게 만드는 구조고 거기에 발을 들이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군요 발을 들이게 하는 것도 개인보다 사회가 그렇게 만들고... 돈이 아닌 사람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희선

미미 2022-04-16 12:07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희선님~♡ 게다가 신체적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지는 일이죠. 급격한 스트레스, 우울증등의 정신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고 폭행사건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자본주의의 잔인함을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읽어봐주셔서 감사해요^^*

2022-04-25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5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성산업에서 여성이 하는 일은 중도동이고 위험한 노동이다. 여성이 사망해도, 공권력도 가족도 나서지 않는 보이지 않는 노동이다. ‘성노동‘ 담론이 여성 혐오에 근거한 무지의 산물임에도 한국 사회에서 그럴듯하게 통용되는 이유는, ‘노동의 신성화‘ 라는 서구 근대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식민주의 인식 때문이다.
- P11

10대 때 저와 같이 성매매되던 다수는쉼터에서 함께 지내는 아이들이거나 다른 쉼터에 사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가난, 중독, 정신 질환, 성 학대가 한두 가지 혹은 모두 뒤섞인 불우한 가정 출신이었습니다. 물론 어떤 경험이든지 문화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지만 성매매 경험에는 보편적인 현실이 있기에 여느 나라의여성들처럼 한국의 여성들에게도 그 현실이 존재한다고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경험을 설명하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어는 상황에 대한 우리의이해를 구성하며 특히나 성매매는 아주 절실하게 이해가필요한 영역입니다.  - P18

거의 4천만 명의 여성이 전 세계적으로 성매매라는 구조 안에서 학대된다고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구에 비하면 여전히 적은 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매매를 경험한 적이 없이 성매매에 대한이야기를 한다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성매매를 경험한 사람들은 수치심 때문에 이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성매매를 벗어날 정도로 운이 좋았던 여성들 중 대부분은 그저 상처를 보듬으며 삶을 살아가고 그 경험에 대해 언급하기 꺼려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니다. 이로 인해 성매매가 존속되고 비밀스런 상태가 유지되며, 정확하게는 바로 그 비밀스러움이 성매매를 정상적이고 그럴듯하게 채색합니다. 

또한 성매매를 그렇게 보이도록 하는 이들은 주로 국제적인 성매매에 이권이 개입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들이 거짓말을 하게끔 두는 이유는 진실을 말하기가 두려워서입니다. 저는그 상황에 있는 여성들과 공감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진실을 말하기 두려웠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제 자신의 두려움에 의해 조종되기를 거부했다는 점입니다.
- P19

성매매여성(능동적표현)ㅡ>성매매된 여성 - P21

감사의 글

무엇보다도 본명을 이 책에 쓰라고 말해주며 나이가 몇배나 많은 어른들보다 더 진정한 남성임을 보여준 나의 아들에게 특히 감사하다. (ㅠㅠ) - P23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포함하여 성매매에대항해 목소리를 내는 남성들에게 각별한 감사를 전하고싶다. 성매매는 인류 전체를 훼손하므로, 남성들 자신과 우리 여성들을 위해 함께 싸울 남성들이 필요하다.

🌟🌟🌟🌟🌟🌟🌟🌟 - P23

궁전의 건전함을 위해서는 하수 설비가 필요하다고 교회 신부들은 말했다. 일부 여성을 희생하고 다수의 여성을 지켜 더 심각한 문제들이 생겨나지 않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해왔다 (…) ‘창피한 줄 모르는 여성‘ 계층이 있기 때문에 ‘정숙한 여‘
들을 더욱 신사적으로 배려하며 대할 수 있다. 성매매 여성은 희생양이다. 남성은 극악무도한 행위를 성매매 여성에게 쏟아내면서도 그녀를 경멸한다. 성매매가 경찰의 관리감독 아래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은밀하게불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성매매 여성은 사회에서 버림받은 자로 취급된다.
- 시몬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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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1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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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13: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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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0 17: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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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0 17: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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