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의 임산부 요가 - 아기는 건강하게, 엄마는 날씬하게
박서희 지음 / 리스컴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소피아의 임산부 요가

 

 


 

CAM34846.jpg

 

한국에서 "임산부의 날"은 10월 10일, 그만큼 엄마 뱃속에서의 열 달이 평생 중요하다는 이야기겠지요? 임신과 출산, 여성의 몸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헐렁한 임부복으로 감추려 들었던 부풀어 오른 배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곡선으로 칭송받고, 임산부들의 'D라인 패션쇼'도 열립니다. 열 달 동안, '조신하게' 몸을 사리며 하던 태교는 옛말이 되어, 임산부 발레, 임산부 요가, 임산부 아쿠아로빅 등 예비 엄마의 몸태교도 적극적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백화점 문화센터나 요가 학원에서 쉽게 임산부 요가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고요. 일생에 어쩌면 한 번(한국사회가 극도의 저출산 국가임을 고려했을 때) 뿐일지 모를 10달의 임신기간 동안에 이왕이면 임산부의 몸과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에게 임산부 요가를 배워보고 싶은데, 연습실로 나가기 여의치 않다면 <소피아의 임산부 요가> 책과 CD를 스승 삼아보면 어떠할까요?

소피아는 무용을 전공한 전직 슈퍼모델이자 건강관리 전문가로서 15년째 요가에 헌신해왔다합니다. 요가 수련과 티칭을 하면서 많은 임산부들을 만나왔던 그녀 자신이 이제 예비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 자신의 아름다운 몸을 최고의 교과서 삼아, 대한민국의 예비 엄마아빠들에게 요가를 전파하고자 책을 펴냈네요. 바로 <소피아의 임산부 요가>입니다.


 

CAM34844.jpg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다"라는 대전제 아래, <소피아의 임산부 요가>는 개월별 맞춤요가, 증상별 치유요가, 커플 요가, 산후요가 파트로 크게 나누어 구성되어 있습니다. 리스컴 출판사 특유의 세련되고 아름다운 편집과 요가 선생님 소피아의 비주얼 덕분에 페이지를 넘기는 손과 눈이 즐겁습니다. 중간중간 '소피아의 임신 다이어리'나 '임신 중 체중과 식단 관리' '임산부 요가 Q&A' 등 요긴한 정보가 많아서 어느 페이지 하나 쉽게 넘기기엔 아쉽지만 말입니다.  

 

 

CAM34843.jpg

 

 

본격적인 요가 수련에 들어가기 앞서, 임산부 요가의 좋은 점이나 기본 자세 등에 대한 소피아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이 제시됩니다. 한 마디로 임산부 요가는 태아뿐 아니라 예비 엄마에게도 꼭 필요한 현명한 태교법이지요. 평상시 호흡에 집중하고, 바른 자세를 취하는 자체로도 큰 도움이 된답니다. 임신해서도 손바닥에 문어빨판이라도 달린 듯 구부정한 자세로 스마트폰 두드리는 예비엄마들은 아래 사진을 보면 뜨끔해질 거예요.


CAM34844.jpg
 
 
피로감이 쉽게 오는 임신 초기, 무리한 운동은 금물이지만, 늘상 발과 발목을 풀어준다면 마치 운동한 것과 같은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이왕 하려면 소피아 선생님처럼 포엥트와 플렉스 동작 확실하게 해야겠지요?
 

CAM34845.jpg
 

CAM34847.jpg 
 
<소피아의 임산부 요가>에서는 개별 동작을 정확하게 익힌 후, 개별 요가동작을 연결하여 하루 30분 정도 할 수 있는 운동 프로그램도 시기별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매일 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뱃속에서 엄마를 통해 호흡하는 아기를 생각하며 꼬박꼬박 따라 하면 분명 큰 성과가 있겠지요?
 
CAM34912.jpg
 

CAM34850.jpg 
 
 임산부 요가 책이야 많이 보아왔지만 <소피아의 임산부 요가>에서처럼 커플 요가를 아름답게 제시한 참고서는 보지 못했어요. 커플 요가는 단순히 몸뿐 아니라 정서적 힐링과 안정을 도모하는 일석이조의 운동이랍니다. 예비엄마아빠가 태담을 나누며 서로의 발을 애정어린 손길로 마사지해준다면 뱃속의 아가도 그 온기 다 느끼겠지요?
 
CAM34855.jpg

CAM34853.jpg
 
임신했다고 몸매를 포기할까요? 힙업 운동 못할까요? 소피아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서서도 누워서도 엎드려서도 힙업 운동이 가능하네요. 임신=몸매 망가짐의 생각에 전환을 가져오는 동작이네요.


CAM34852.jpg
 
CAM34912.jpg

요가, 특히 임산부와 산모를 위한 요가는 무엇보다도 정확한 동작으로 공들여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작을 잘못 취하게 되면, 몸의 균형이 오히려 깨지고 역으로 나쁜 증상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의미에서 운동역학과 몸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전문가 스승을 모시는 것이 중요하지요. 소피아는 현재 숙명여대 체육학과 박사과정 재학생으로 이 분야에서 식견을 쌓아왔어요. 정확한 동작을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임신 기간과 출산 후에 여성을 괴롭히는 대표적 증상인 '부종'예방 및 완화를 위한 정확한 동작을 시연해보입니다. 역아를 제 위치로 돌려주는 자연 운동법도 소개해줍니다. 한 번을 하더라도 설명을 잘 읽고 제대로 따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CAM34914.jpg
<소피아의 임산부 요가>에는 태교 음악을 다운받을 수 있는 소리바다 1개월 무제한 이용권과 30분 요가 동영상 CD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임신한 지인에게 정성어린 손편지와 함께 선물하기에도 좋은 아이템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지요. 엄마 행복의 필요조건이 바로 건강인만큼, 산전 산후 건강 요가로 꼭 챙기세요.


CAM34854.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아지와 염소 새끼 우리시 그림책 15
권정생 시, 김병하 그림 / 창비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아지와 염소 새끼

 

 

 

CAM34733.jpg

 

표지가 참 무던히도 단순하다 싶었습니다. <강아지와 염소 새끼>의 표지에는 파란 색을 배경으로 달랑 검은 염소 새끼 한 마리 뿐입니다. 그런데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분명 혼자가 아닙니다. 눈빛에 장난기를 가득 담아 대상을 응시하고 있거든요. 곧 뭔가 재미나고도 생기발랄한 사건이 벌어질 것같아 독자는 책장을 열기도 전부터 설렙니다.



CAM34740.jpg


"염소야 염소야 / 나랑 노자아."하면서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네요. 새침쟁이, 먹음쟁이 염소는 귀로 눈까지 가리고 못 본 체, 못 들은 체. 새침떠는 염소를 점잖게 지나치면 강아지가 아니게요? 강아지 염소 귀를 앙앙 잘근 물면서 놀자고 보챕니다.  염소 새끼가 골을 부리네요. <강아지와 염소 새끼>의 삽화를 위해 무려 삼 년이나 공을 들였다는 김병하 작가가 어찌나 실감나게 잔뜩 골이 난 염소를 그렸던지, 염소가 종이를 뚫고 독자를 향해 달려들 듯 보입니다.

 

CAM34741.jpg


 뿔대가리 내밀어 강아지를 콱 떠받으려 해봤자, 요놈의  꾀보쟁이 강아지는 어찌나 날랜지 살짝꽁 비켜서 염소의 속을 더 뒤집어 놓습니다. 자꾸자꾸 떠받으려해도 밧줄이 짧다보니, 기를 쓸수록 약만 더 오릅니다. 여기서 익숙한 그 대사, "용용 죽겠지. 날 잡아 봐아라"가 등장하네요. "용용 놀리는 강아지"와 "엠엠 내젓는 새끼 염소"의 능청망청 귀여운 다툼을 김병하 작가는 어찌나 사랑스럽게 그려놓았는지요. 꼭,  아슬아슬 화를 돋우면서도 경계를 넘지 않고 아웅다웅 다투는 꼬마들의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CAM34742.jpg


 

 저렇게 "용용 죽겠지" 놀림 당하다가 약이 올라 염소 새끼가 제풀에 어찌될까 걱정스럽던 차에, 클라이맥스!  사실 권정생 선생의 원작 시에는 등장하지 않는 설정인데, 시의 행간까지 고민하여 읽어낸 김병하 작가는 염소를 묶어둔 말뚝이 뽑혀지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뽑힌 말뚝을 바라보는 염소와 강아지 둘 다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나는 게 불 구경, 싸움 구경이라고 독자는 은근 신이 납니다. 용용 약올림만 당하던 염소가 이제 말뚝에서 풀려났으니 강아지를 어찌 요리할까하고.

 

CAM34744.jpg


  강아지는 똥줄 빠지게 달아나고, 염소는 작은 뿔이랍시고 반 뼘 길이도 안 되는 뿔을 들이밀고 죽어라 쫒아가는데 독자는 즐겁기만 합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넓디 넓은 언덕을 염소와 강아지와 함께  뛰어노는 듯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염소와 강아지 얼굴에서 모두 재미만 가득합니다. "나 잡아봐라," "그래 너 잡는다"하며 노는 폼이 부럽도록 재미나보입니다.

*

CAM34745.jpg


 이 때 갑자기 나타난 제트기, 깜짝 놀라 깨갱거리는 강아지를 염소가 폭 감싸주었네요. 놀란 두 친구, 이젠 골대가리도 다 잊고 그냥 좋습니다.  언제 싸웠냐는 듯, 그냥 즐겁습니다. '내 편, 네 편, 내 친구, 친구할만하지 않은 아이' 야박하리만큼 철저히 잘 구별하는 요즘 아이들의 정서와는 상당히 다르지요? 놀다보면 미움도 다툼도 웃음으로 사르르 녹아버리는 옛 정서에 독자는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권정생 선생은 불과 열다섯의 나이에 썼다합니다. 권정생 선생 사후, 2011년에 발견된 이 시를 창비 출판사가 김병하 그림작가의 그림을 입혀서 멋지게 소개해준 덕분에 독자는 강아지와 염소 새끼의 놀이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네요.

 

CAM34746.jpg


 

CAM34747.jpg

 

  김병하 그림작가의 깜짝 선물 하나, 시를 쓴 권정생 선생님에 대한 애정을 담아 그림책 속에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어스름 해 질 녘, 염소 새끼와 강아지를 끌고 마을로 돌아가는 이의 모습에서 권정생 선생님이 보입니다. 물질적으로는 척박하고 어려웠던 시절, 그래도 따스한 온기로 세상을 품었던 소년 시인 권정생의 모습이 독자에게도 보입니다. <강아지와 염소 새끼>야 말로 청명한 가을하늘 만큼이나 마음의 잡티를 싹 씻어내 줄 맑디 맑은 힐링그림책이네요. 많은 이들이 이 아름다운 동시그림책을 읽고 그 정화의 즐거움을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CAM34748.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글 논어 - 시대를 초월한 삶의 교과서를 한글로 만나다 한글 사서 시리즈
신창호 지음 / 판미동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 졸업장 갖춘 교양인을 자부하며 '논어? 읽어야지, 읽어야지.'하면서도 막상 그 제목 정도만 알고 넘어가기 십상이다.  이런 <논어>를 30여 년간 수십 번 읽고, 어떤 구절을 무려 수백 번을 암송했다는 신창호 교수 (고려대)가 <한글논어>를 펴냈다. 그가 "독해했던 <논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한 시도 (p.8)"로서, 논어를 한글로 번역해주었다. 아니 번역이란 단어는 야박하다. "술이부작 述而不作의 정신으로 한 현대적 재해석이자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의 생산(p.9)"이다.

부록까지 총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한글논어>의 1부에서는 공자의 삶을 담고 있다. 본격적으로 <논어>를 독해하기 전에 공자의 인간됨, 사유의 핵심 궤적을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며 신창호 교수는 사마천의 <사기>를 빌어 공자 삶의 희로애락을 보여준다. 1부를 읽다보니 세상에 인간의 도리, 상식을 전하고자 하는 대의에 비해 제대로 등용되지 못한 공자의 천하주유(天下周遊)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새는 나무를 선택하여 서식할 수 있다. 나무가 어찌 새를 선택할 수 있겠는가?"했다는 공자의 말에서 생각이 짧은 독자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운 공자의 깊이를 엿보았다.

2부에서는 논어의 본격 독해를 시도한다. 논어는 사실 공자가 살아생전 혼자 저술한 책이 아니다. 신창호 교수는 논어를 집단 지성의 산물이자 일종의 지적 대화록이라고 말한다. 공자의 제자나 후대 학자들이 쓰다 보니 20편 각 편과 각 장이 통일성을 띠기보다는 개별적 경향을 보인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논어의 1편, "학이"에서 인상깊었던 문장이 있다. "효도와 우애야말로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사람답게 대하는 길을 실천하는 기초 윤리이다."  공자는 자기 자신이 인성과 덕성을 갖추었기에 각국의 지도자를 만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었고, 세상에 인간의 도리를 설파할 수 있었다.

 

제2편 배움을 바탕으로 정치를 실천한다.’는 유교 논리를 담은「위정」, 마찬가지로 예악을 활용하여 정치를 잘하는 요건을 논한 「팔일」, ‘열린 마음으로 선행을 베풀다’라는 의미의 「리인」이 제 4편에 배치되었다. 공자의 제자를 위시한 인물평이 주를 이룬 제5편 「공야장」과 제6편「옹야」,공자가 지향하는 뜻과 행실에 관한 문장이 많은 제7편「술이」,제8편 성현의 덕을 기술한「태백」이나 공자의 덕행을 기술한「자한」, 10편「향당」에서 제20편 요왈 까지 20편이 2부에 실려 있다.

 

한자를 가급적 쓰지 않고, 한국적으로 사유하려 노력하며 해제했단 신창호 교수의 노력 덕분인지 <한글논어>는 형이상학적이거나 접근하기 어렵게 추상적이지 않고,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한마디로 이 시대 한국인들 역시 춘추전국시대에 공자가 고민했던 삶의 문제에 공감하고, 공자의 말씀을 스승삼을 수 있다. 그래서 공자가 살아서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고 개탄하였어도 사후 존중받고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스승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 아닐까? 공자는 3000여명에 이르렀다는 제자를 가르칠 때 - 네 가지, 글을 하는 일,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 최선을 다하는 충실함, 타자에 대한 믿음- 을 기본축으로 삼고, "억측하지 말 것, 독단하지 말 것, 고집하지 말 것, 스스로 옳다고 여기지 말 것(64)"을 강조했다는 공자의 가르침은 시대를 초월해서 2014년의 제자들에게도 울림을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 - 세계적 석학 마이클 만과의 권력대담
마이클 만 외 지음, 김희숙 옮김 / 생각의길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

 

 

 

CAM33733.jpg

 

 

대담집, 특히 사회과학 등 전문 분야에서의 최고전문가들간 대담집의 장점은 위압해오는 거대개념들을 일반인들에게도 조금 더 쉽게 전해준다는 점이다. 마이클 만(Michael Mann)의 2011년도 출판작이자 <사회적 권력의 원천들 (The Sources of Social Power)> 연작 시리즈의 세번째 볼륨인  <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 (원제: Power in the 21st Century)> 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독자에게 고마운 책이다. 사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마이클 만은,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학자이자 UCLA 교수이다. 대담은 마찬가지로 사회학과 교수(캐나다 McGill University)이자 저널리스트인 존 홀 (John Hall)이 진행했다.


9780745637549_p0_v3_s260x420.jpg

 

 


마이클 만의 연작이 사회학계에서 신고전처럼 주목받은 이유는, 그가  막스/베버적 (Marxian/Weberian)의 전통에서 변별되도록 권력을 네 가지 흐름에서 분석하기 때문이라 한다(참조). 그는 사회적  권력의 차원을 '이념적,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의 네 가지 차원에서 분석한다. 사실 제목만 보고 유추했던 바와 달리,   <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은 권력 개념 자체의 이론화에 주력하지 않는다. 대신, 권력의 지형도 변화를 역사의 맥락에서 해독하여 나아가 미래의 지구촌이 직면할 환경 재앙까지 예견하는, 스케일이 큰 책이다.

*

마이클 만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어용학자'와는 정반대에 서 있는 소신있고 솔직한 학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미국인 학자로서 그는 "미국의 미래"라는 소제목으로 아예 한 챕터를 할애할 만큼 미국에 주목한다. 비록 미국이 "이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기에 덫에 걸리 사회"라고 하면서도 미국이 리더 국가로서의 위상을 잃게 되려면 오래 걸리리라, 즉 상당기간 계속 미국은 제국으로서의 패권을 유지하리라 전망한다. 하지만 마이클 만은 압도적으로 군사적 우위에 있다고 전쟁을 일으키거나 후원하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맹비난을 여러 차례한다(pp.56-7).  특히 "2003년 이라크 침공은 테러에 효과적 대응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테러리스트의 위협만 더 키운 재앙(pp.49-51)"으로 비난한다. 왜냐하면 미국은 "체제를 전복할 수는 있지만 재건할 수 있는 이념적, 정치적 권력을 갖지 못했기(pp.53-55)" 때문이다. 게다가 '관중 - 스포츠 군사주의(spectator-sports militarism)"를 낳은 미국의 침공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한다.

그 외에도 마이클 만은 "미국의 법과 정치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의 수중에 있고 경제적 권력관계들이 정치 영역을 공공연하게 침범 (p.82)"하는데, 기득권을 가진 "엘리트들이 중요한 사안을 비공식적으로 결정(p.84)"해버린다며 대놓고 쓴소리를 한다. 쿨!


CAM33734.jpg


 

 

마이클 만은, "미국은 제국주의적 권력이 아니라 헤게모니를 통해서 인정받은 리더 국가 (p.66)"로서 강제적 물리력으로 많은 지역을 지배하는 대신 "부드러운 지정학'soft geopolitics' (110)으로 지배하는 제국의 성격을 띤다고 본다. <사라진 권력, 사라질 권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챕터는 9장과 10장인데, 9장에서는 20세기가 전쟁이라는 도박으로 인한 우연성의 세기라면 21세기는 필연의 세기라는 해석이 돋보인다.  필연이라니 궁금해질 예비독자가 많을 텐데, 마이클 만은 21세기에는 "자본주의가 가진 예기치 못한 환경 파괴성의 위기(39)"에 필연적으로 처할 것이며, "환경주의가 토탈 이데올로기(total  ideology)"(224)로 작용하리라고 예견한다. 환경 문제는 분명 인류가 모두 직면한 재앙이나, 21세기에 부상한 신자유주의 때문에 재앙의 임계점(인류 최후의 순간)에 이를 지경이 되어야 환경 정책들이 제대로 실행될지 모른다며 마이클 만은 현실적이면서도 두려운 전망을 한다. 그가 준비하는 다음 저서에서 이 문제를 본격 다루겠다니, 이왕이면 보다 강도 높게 '인류 최후의 순간'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피하도록 행동하라고 촉구하기를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 가는 미술관 - 기억이 머무는 열두 개의 집
박현정 지음 / 한권의책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혼자 가 미술관

 

 

 


 


CAM34006.jpg

 

 

<혼자 가는 미술관>의 저자 박현정은 "지극히 사적인, 그래서 누구에게는 오해에 불과한 하나의 이해들을"  "객관성과 보편성을 찾아주는 논문보다 스스로에게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체념 아래" 풀어 놓았다 아마, 학문 공동체의 승인을 받아내기 위한 논문형식의 글쓰기에 매달려오다 보니, 숨통을 트여줄 개성체의 글에 갈증을 느꼈으리라. "미술관에 혼자 간 적이 있습니까?"라는 출판사 홍보 문구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 고독한 자유로움이 12편의 에세이에 배어 있다.


CAM34007.jpg


혼자서도 얼마든 뷔페 차릴 수 있다는 듯, 박현정은 12편마다 다양한 문체로 각기 다른 풍미와 식감을 낸다. 기본 양념으로는, 오랜 세월 구도하듯 그림을 공부해온 미술사학자의 특유의 고독한 섬세함을 버무려 놓았지만......2012년부터 2013년까지 쓴 12편의 글에는 저자가 덕수궁미술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아예 하룻밤을 무단탐험했던 1999년의 기억이며, 대학원 시절 셋방 구하다가 '어수선하고 무질서함의 최고봉, 여자들의 방'을 보고 아찔해졌던 이야기, 어린시절 어머니께서 곱게 차려 입으시고 미술학원으로 나서던 때의 애잔함도 담겨있다. 마치 일기인양, 편하게 쓴 웹로그인양, 세피아톤으로 쓰인 회상의 문체가 읽기에도 편안하다. 


 

CAM34117.jpg


 읽다 보면 "혼자 가는"은 물리적으로 '동행 없이 미술관을 찾았다'는 의미 외에도, 혼자만의 기억의 방을 더듬는다는 이중적 의미로 다가온다. 짐작하건대 내성적이고 감수성이 예민한 성격의 저자는, 1700여 년 전에 만든 '닭 모양 토기'에서 어려서 키웠던 노란 병아리를 떠올린다. 아울러 자비 정신으로 그 병아리를 돌봐주신 불교신자 할머니도 추억한다. '불사의 약'을 만들겠다는 미션 임파서블의 포부를 밝히는 동생 앞에서 가족들이 어떻게 은밀한 공모자가 되었는지의 기억, 고문이 인간사의 '당연지사'임을 알고는 인간 잔혹성에 대한 분노가 놀라움으로 옮겨왔다는 고백 등, 다양한 추억과 정서가 <혼자 가는 미술관>의 서랍을 열 때마다 빼꼼 고개를 내민다.

 

 

 

CAM34117.jpg

 

 

 

 연결고리를 생략한 채 기억의 파편만 얼기 설기 엮어 놓았다면, <혼자 가는 미술관>에 이처럼 빨려 들지 못 했을 것이다. 사학, 그중에서도 미술사를 전공한 학자답게 그녀는 기억의 편린에 미술사적 해독력을 입혀 보기 좋게 내놓았다. 게다가 낮은 목소리,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를 시공을 초월하여 듣고 통역해주는 능력이 탁월하다. 박현정의 이 산문집이 아니었던들, 서용선의 '단종 연작'에 대해서도 '사육신'에 대해서도 깊이 들어볼 수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 장을  "온 세계 사람들이 우리가 겪은 일을 다 알았으면 좋겠어"라는 부제와 함께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보여준 점도 좋았다. 미술관 기행의 에세이가 독백이 아닌, 광장으로 나와서 소통을 호소하는 지점이기에. '기억이 머무는 열두 개의 집'인 <혼자 가는 미술관>을 읽으며 자신의 기억이 어디까지 거슬러 올러가고 흐르고 또 박현정의 기억과 조우하여 다른 물길을 트는지 경험해보기 좋은 계절이다.

 

 

 

CAM34008.jpg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소장 작품들을 <혼자 가는 미술관>의 본문에서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CAM34009.jpg


 

CAM34010.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