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 밀양 할매 할배들이 발로 쓴 대한민국 ‘나쁜 전기’ 보고서,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부분 후보작
밀양 할매 할배들 지음 / 한티재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활자로만 문제의식을 소비하는 비겁자의 의례 중 하나는, 최신간 소비.  나름 명분을 끌어오며 독서하는데, 우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더 많이 알리고 우연한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같이 목소리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명분.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는 부제가 "밀양 할매 할배들이 발로 쓴 대한민국 '나쁜 전기' 보고서이다. "탈핵 탈송전탑 기행"에 참가한 주민의 목소리를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인 이계삼이 정리해서, 국민들에게 전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을 10여년 해오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육성을 가급적 생생히 옮기되, 원정대(?)가 만난 다른 지역 주민들의 고충과 연대의 요구도 담고, 탈핵으로 나아가야하는 과학적인 자료들도 중간중간 실은 책이다. 여러 이유에서 메모하며 읽었고, 읽게 되는 책.
*

본문에 등장하는 분들은 "밀양 송전탑 건설"의 문제를 '사람보다 전기 우선'하는 인권의 문제로 파악한다. 투쟁이 외부에 알려질수록, 장기화될수록 한전이 제시하는 보상금은 억대로 올라갔다고 하지만, 끝까지 보상 합의라는 회유에 넘어가지 않은 분들은 "돈보다 더 소중한 무엇," 즉 존엄성과 살 권리를 지키고자 함이라고 한다. 단순히 자신의 삶이 아닌, 미래 세대 그 땅에서 살게될 자손들의 삶을.

*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을 읽다보면, "한전"으로 집약되는 '(권력을) 행사하는 집단의 논리는 한국의 미세먼지를 둘러싼 박근혜 정부의 대응 방식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먼저, 숫자 놀음의 면에서. 이미 많은 국민에게 알려졌지만 한국의 미세먼지 기준치라는 것은 상당히 느슨하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 때는 미세먼지라는 용어대신 '부유먼지'를 제안하는 개소리도 들리기도 했다. 국민의 경각심을 낮추어 안전불감증에 걸려 침묵하는 양으로 만드려는 전략이었다. 송전탑의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했다. 나는 전기 kV, kW이런 걸 잘 구별도 못하는 무식쟁이이지만, 스웨덴은 2밀리가우스(mG), 네델란드와 스위스 이스라엘은 10mg를 안전기준치로 삼고 있다는데 한전측은 무려 833mG를  기준치로 삼으며 "문제 없다"고 주민을 회유한다는 데서 불끈하지 않을 수 없다.  

 

 


탈송전탑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결국 탈핵으로 이어진다.

1.    이름의 정치학

Ÿ   신고리 3*4호기는 행정구역상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위치했으나, 울산원전이라 하면 울산 지역민이 반발하고 서생원전이라 하면 서생 배라는 특산물이 안 팔리게 생겼기에 결국 신고리 3*4호기로 명명

Ÿ   기장지명 회피: 기장 지역에서 나는 미역, 멸치 등 수산물 판매에 영향, 실제 세슘과 요오드 검출로 길천 어업은사실상 소멸. 

Ÿ   경주 방폐장의 원이름은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BUT 이름 세탁으로 원자력환경공단

 

2.    한전의 전략

Ÿ   숫자놀음: “833mG 안되니 괜찮아요.” (그러나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전자파의 장기노출 한계치를 2mG로 설정, 강원도 삼척 옥원리의 경우 철탑 아래 측정치가 이미 60mG 이상)

Ÿ   위협

Ÿ   축소: “그냥 전봇대

Ÿ   돈으로 회유

Ÿ   분열조장: “당신들끼리 싸워보세요.” (보상금 등을 놓고 내부분열이 일어나도록 조장, 원전 찬성 주민들만 단체로 일본 환경관광여행을 시켜준다든지 하는 일차원적 향응도 대접)

Ÿ   감사원과 밀약: JTBC 뉴스 중 성매매 현장에서 감사원 간부 적발, 한전 직원이 접대하다 적발된 경우.

Ÿ   원전 안전 First, 주민 안전 뒷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쓰나미에 대비하는 것은 좋은데, 마을은 원전 부지보다 저지대가 되어버렸어요. 7m 차이가 나요. 원전 안전은 그렇게 챙기는데 주민 안전 조치는 하나도 없어요. 작년 8 25일에 50세대가 침수되었습니다.” (151, 길천 마을 주민)

3.    건강 불평등의 지형도

Ÿ   월성 핵발전소 인근 감포읍 대본리 해녀 12명 전원 갑상샘암, 삼중수소제거설비를 4호기까지 모두 달지 못하여 배관에다 하나를 달아서 옮겨가며 제거하는 수준.

Ÿ   오마이뉴스충남 당진의 765kV 폐형광등 실험

라돈 걸”: 시계침 끝의 형광물질(방사능 물질인 라돈) 을 붓으로 하던 여공들이 붓끝을 혀로 핥아서 가지런히 하며 일하는 과정에서 라돈에 노출되어 백혈병 등으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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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켜주고 싶은 그림전




[정보]

장소: 판교생태학습원

전시 : 9월 17일 (일)까지


수 년의 문제의식, 몇 달간의 공동 작업, 한 달 간의 전시, 그리고 스마트폰 클릭질로 남는 사진 몇컷. 이들의 고민과 노력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서 가볍게나마 글로 남긴다.


 


재개발로 변해가는 도시 풍경. 삭막한 풍경. 어쩌면 석면이 검출되는지도 모르는 건물 철거한 잔해 이전에 그 땅엔 푸르름이 있었다는 메시지. 작가는 사진을 통해 서울 재개발 지역의 풍경을 증거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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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아이와 작가(죄송합니다. 성함을 잊었어요)가 몇 달에 걸쳐 "잊고 싶지 않은 동물들"을 작업하여 전시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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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접초 족두리꽃을 찾아서




[정보]

장소: 올림픽공원 내 들꽃 마루

개화 시기 : 9월 중순 ~ 10월 초


 어려서 "족두리꽃"이라고 부르고 그렇게 들으면서도, "가짜 이름"일거라고 생각했다.  우연히 책을 보다, 이 그리운 들꽃의 학명이  '풍접초(Cleome hassleriana)'라는 걸 알았다. 클릭질 몇 번 만에, 이 꽃을 보려면 어딜 가야하는지도 알았다. 알게 된지 2주 동안 계속 마음이 근질근질, 풍접초 들판을 상상하기만 해도 더 늦기 전에 이 들꽃을 꼭 보아야겠다는 사명감(?)까지 느꼈다.

올림픽 공원 내, 들꽃마루에 풍접초를 심어놓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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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울 만큼 조촐한 규모에, 꽃까지도 덜 피었다. 아...차 엄청 밀리는 토요일 고생해서 왔건만.

그런데 풍접초 꽃 냄새 (꽃 냄새라고 하기엔 짓찧겨서 아파하는 풀 냄새같은)를 맡았다. 타임 머신을 탄 그런 기분. 냄새로 과거를 기억한다.

어린 시절 보았던 꽃을 보고 싶었던 그 절실한 동기는 무얼까. 사라져가는 식물, 변해가는 도시 풍경에 대한 아쉬움이 반이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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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접초가 조촐한 대신, 들꽃마루의 맞은 편 경사면에는 어마한 규모의 황화코스모스.

서울의 젊은 연인들이 다 여기 몰린 듯,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의 대다수는 연인들인지라 발 딛기도 애매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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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미씽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정보]

문의: 031) 783-8141~9 

장소: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전시 기간 7.28 ~ 10. 1 (일) / 매주 월요일 휴관

도슨트: 11시 14시 16시

 

 

 

 

 

 

 

 

최근 『결코 가볍지 않은 동물 환경 보고서』라는 어린이 책 리뷰를 쓰면서 검색하게 된 "미씽 Missing"전에는 열혈팬이 많은 듯 했다. 휘리릭 둘러보면 고작 10~20분이면 관람할 규모의 전시인데 여러 번 다녀가고 성실 후기를 올리다니, 홍보성 광고일까? 아님 "미씽 Missing"전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솔직히 궁금했다. 그래서 찾았다.

미세먼지 수치 한 자릿수의 날씨렸다!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 뒤로 연결된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는다. 9월의 대낮에도 극성인 모기 떼의 습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산책로를 즐기며 도토리를 줍는다. 다람쥐 모이통에 모아본다. 그런데 이렇게 모은 도토리는 겨울 도토리 비수기에 산에 다시 풀어놓으려나. 관리업체며 책임자는 누구일까? 실제 얼마나 모일까? 궁금하기 짝이 없는데 누구에게 물어야 좋을지 모르겠다. 1시간 동안 꽤 열심히 많이 모아서. 다람쥐에게 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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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만 관조의 대상으로 멈춰버릴 수 있다. 함께 가지 못하고. "미씽 Missing"전은 사라져 가는 종 species을 환기시키고, 행동을 촉구하는 전시회이다. 전시회장에서 나눠주는 기념품 뱃지의 아이콘은 "~ing"가 아닌 완료형으로서의 종이다. 멸종이 완료된 도도 새. 인간의 포획으로 1681년에 멸종되었기에, 아래 이미지는 실물에 기초한 그림이 아닌 상상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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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라져가는 동물 그래픽 아카이브를 "성실화랑"에서 시도하였다. "그래픽 디자인을 통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라는데, 성남아트센터에 설치된 총 50점의 작품은 멸종위기 동물을 담고 있다. 사람들에게 쉽게 각인될 수 있는 형태와 선, 색을 고민하며 귀한 생명을 그래픽화했다고 한다.  "너희 참 예쁘다, 따뜻하겠구나."하며 말을 걸고 싶다가도 미안해진다. 너희의 최대 적이 어쩌면 인간이었는지도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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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전" 가기 전 검색해본 이미지만으로는 이 공간이 주는 독특한 느낌을 상상할 수 없었다. 경건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의외로 이 곳엔 사람들이 잘 머무르지 않는다. 동행이 없었다면 혼자 수십 분을 더 머물고 싶은 공간이었다. 이 창원 작가는 거울과 빛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동물의 실루엣을 벽면에 배치한다. 빛을 손으로 가리면 벽면의 형체, 즉 species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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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이창원 작가의 작품 "Release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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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노아 (작가 인터뷰 한겨레 신문 기사: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807587.html )


 그림책으로 출간된 『Missing Animals』의 원화를 큐브미술관 "Missing 전"에서 만나보게 된다. 각각의 그림마다 상세한 설명이 있다. 소녀, 사라져버린 혹은 사라져가는 동물, 그리고 초고층 빌딩이라는 3요소가 모든 그림에서 공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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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을 찍어온 다음 날, 한 번 더 다녀왔다. 10월 1일 마지막 전시 이전에 한 번 더 다녀올지도...마지막날엔 도록 50% 할인 판매라니 특히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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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de Runner 2049

 

 

 

 

 

지금 생각하면 억울하지만, 그 유명하다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때문에 꽤 오래 두려움에 떨었다. 북핵이나 지진처럼 현실감 있는 위협이 아니었는데도, 흰 수염 길게 난 노스트라다무스 할아버지의 예언이라니 정녕 2000년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나만 그랬던 것도 아니겠거니 하는 위안 아닌 위안을 삼아도 보지만...... 리틀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타이틀의 2019라는 숫자도 그런 공포감을 부추겼다. 존재하지 않을 미래 사회의 묵시록이라 생각했기에.

그런데 지금. 2017년.

그리고 드니 뵐뇌브 감독이 선보일 "블레이드 러너"의 후속편에는 2049라는 숫자가 등장한다. 30여년 후의 지구 모습일텐데 어둡기는 어둡다. 많은 SF의 공통 문법이라도 된다는 듯. 

1999년에건, 2017년에건, 2049년에겐 인간의 외피와 사회적 삶이 어떻게 바뀔지라도 인간은 자신과 자기 종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품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할 것 같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인간 종의 미래는?"

그 오래되고 거창한 질문의 답을 천재 감독 드늬 뵐뇌브가 자기 스타일로 풀어보인다니 어찌 10월, 개봉일이 기다려지지 않겠는가?

 

 

 

 

 

 

유연성이 많이 떨어지는 요 몇년, 내가 던지는 질문은 꽤나 지루하다. 독특한 천재, 드늬 뵐뇌브 감독이 인간을 화두로 어떤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줄까? 그라면 '인간과 기계의 모호한 경계, 혼종, 새로운 형태의 식민화 정치' 등 진부한 화두 그 이상을 비주얼로 그려낼 것이다.  빨리 예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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