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숲 하늘파란상상 10
이정덕.우지현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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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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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여름에 생일을 맞는 제게는 붉은 장미 한 다발 선물이 자주 옵니다. 하지만, 만약 제게 "선물 뭐 받고 싶어?"라고 물어 준다면 이렇게 대답하겠어요. "숲에 가자!" 숲이 참 좋습니다.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 좋고, 직접 찾으면 더욱 좋고, 숲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습니다. <내가 태어난 숲>의 우지현 작가와 이정덕 역시 숲을 사랑하겠지요? 책의 표지부터 속지까지 온통 초록 연두 기운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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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숲>은 아주 특별합니다. 과수원집 7남매 중 맏딸로 태어나 부지런히 살아온 어르신이 한땀한땀 자수로 만든 책이거든요. 표지의 글자가 두툼하다 싶었는데 고동색 실로 한땀 한땀 새겨만든 글자랍니다. 아름다워요. 가지와 줄기의 질감이 살아 있고, 나뭇잎의 도톰한 촉감이 전해지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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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록이 너울거리는 숲을 배경으로 한 줄의 문장이 새겨있습니다. "내가 태어났어요." "나?, 누굴까? 누가 태어났다는 거지?" 독자의 머릿 속에 반짝 하고 떠오르는 첫 번째 답은 무엇일까요? <내가 태어난 숲>에서는 숲 속 친구들로 시작합니다. 숲에서 태어난 작은 열매, 분홍 날개가 예쁜 작은 새, 달팽이와 나비 등 작은 생물들.

비오고 바람 부는 날에 특히 잘 태어나는 것도 있대요. 꼬마들과 이 대목을 읽으며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봤지만 아무도 '옹달샘'을 생각해내진 못했어요. 의외였네요. "바람이 불고 비오는 날 태어나는 것은 바로 옹달샘"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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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작은 집에는 꼬마가 살고 있어요. 친구를 기다린답니다. 숲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숲에서 보내는 초대장을 우지현 작가는 아이의 목소리로 전해주었네요. 친구를 기다리는 아이를 만나고 싶어집니다. 이 순간에도 또 누가, 무엇이 숲에서 태어날까? 숲에가면 누구를 만나게 될까? <내가 태어난 숲>은 진행형의 확장, 미확정의 즐거움. 그래서 더 독자를 설레게 하는 그림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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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숲>은 수목원에서 읽었어요. 책 속 부록처럼 작은 책자가 함께 왔는데 본문의 그림과 아주 똑같은 스케치로 채워져 있어요. 자수 놓는데 자신 있는 이라면 이 책자를 본 삼아서 자수를 놓아도 좋겠고, 색칠북으로 이용해도 좋겠어요. 수목원 평상에 배 깔고 엎드려서 꼬마들이 <내가 태어난 숲>을 예쁘게 칠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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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소재로 한 많은 그림책이 있지만 <내가 태어난 숲>처럼 아름다운 자수로 한땀한땀 만들어진 책은 드물 거예요. 한국의 독자뿐 아니라, 세계 많은 이들이 이 책을 만나고 아껴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결국 숲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어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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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의 목소리 - 미래의 연대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은혜 옮김 / 새잎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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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체르노빌의 목소리 * 천공의 벌

 

5월 미세먼지가 극심하던 때, 어쩌자고 만보걷기를 매일 했는지 부작용이 이만저만 아니다. 아프다. 특히 두통. 머릿 속이 미세먼지 곤죽이 되어가는 흉칙한 이미지가 자꾸 떠오르면서 도통 책에 집중이 안 된다. 가볍게 소설을 읽자 하는 마음으로 집어든 책들. <체르노빌의 목소리>야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대표작인지라 대략 어떤 내용인지 알았지만, 함께 집어 든 <천공의 벌> 역시 마찬가지로 원전 재앙을 경고하는 소설인줄 꿈에도 몰랐다. "천공의 별"로 제목을 잘못 기억한 이후로 계속 "별"을 소재로 한 SF소설로 착각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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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집어든 책의 조합이 참 묘하다. <체르노빌의 목소리>, <천공의 벌>. 가뜩이나 요즘 미세먼지과 유독물질의 대한 강의를 들으러 다니거나 책을 읽으며 보이지 않는 위험에 잔뜩 주늑들었고, 동시에 분노하고 있는 판인데……. 우연의 일치인지 이 책들이 동시에 "핵, 핵, 핵"하며 내 안에서 울려대니 귀가 얼얼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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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체르노빌의 목소리>.

공포소설도 아닌데, 책을 읽다가 엄습하는 공포감에 몇 번이나 책을 덮었다가 자세를 고쳐 앉고 다시 펴 들었을 정도였다. 이야기가 논픽션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고통의 목소리가 너무나 절절하여 그리고 지금은 구경꾼인 나나 또 다른 어떤 독자가 더이상 구경꾼이 아닌 희생자 당사자가 될 지 모른다는 실존적 두려움 때문이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에게 그 질문을 자주 하더라. 당신은 어떻게 이런 고통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었냐고. 힘들지 않았냐고. 작가는 담담히 답하더라. 누군가는 이런 일을 하고, 이런 위험이 큰 직업군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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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채집하는 작업이야 많이들 한다. 다다익선, 많을수록 좋을테고 깊을수록 칭찬받을 터이다. 특히 1986년 4월 26일의 사건처럼 두고두고 인류사에 영향을 미치는 대재앙에 대한 기억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기억하는 이의 처지와 관점과 경험에 따라 조각들만 모이기 때문에 그림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는 목소리가 많을수록 좋겠지. 문제는 이 고통스러운 작업을 어떻게 수행하는가, 얼마나 잘 하는가인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놀랍다! 대화에서 자신의 존재감이나 목소리를 지우고 상대를 부각시키는 기술은 쉬워보여도 어려울터인데 관찰자로서 그녀는 투명인간처럼 지워지고 사람들의 목소리만 남았다. 체르노빌 이후 일상화된 죽음과 불신, 사랑과 생명의 정의가 다시 세워지고, 사회적 관계가 재조정되는 현실, 은폐와 헌신. 집단주의의 폐해, 동시에 그 집단주의에서 가능했던 신화와 등장했던 영웅들. 우리는 바이오로봇(bio robot)이라고 부르지만 그 한명한명 영웅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400여 페이지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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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무원, 말단 직원, 영웅 훈장은 탔지만 방사능에 온몸을 태우고 사라진 소방관의 부인,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기다리는 아이들, 역사학자와 문맹인 할머니 할아버지들, 사진작가, 환경운동가. 다양한 사람들의 자신의 이야기를 작가에게 들려주었다. 혹자는 자신들의 고통을 팔아 먹는 잡범취급하며 그녀에게 욕을 퍼부었고, 혹자는 "당신은 나를 관찰하고 있잖아요."하면서 조용히 비난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곧 자신들의 생명이 사그러지더라도 기록은 남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녀가 이 집합적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도록 도왔다. 목소리를 모아주었고, 그들이 남겼던 쪽지, 일기, 기록들을 넘겼다. 작가는 오랜 세월 이를 삭히고 곰삭혀서 핵발전소의 공포를 전세계 독자에게 전한다. 1986년의 사건이 아니라, 21세기에도 진행형이며 앞으로 필시 진행될 재앙으로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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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읽는다는데, 난 이제서야 처음 읽어본다. 1985년에 나온 작품인가본다. 이제야 읽는다. "별"이 아니라 "벌"이었다. 최신 전투 헬기 빅 B의 B를 따온 닉넴 같았다. 일본의 고속 증식 원형로에 빅 B를 추락시키겠다는 위협과 함께 "천공의 벌"이라는 범인은 일본 전역의 원전을 폐기하라는 요구를 한다. 한국판 번역본이 670여페이지인데, 한 자리에서 술술 다 읽을 수 있을만큼 재미있는 이 소설은 읽다보면 안다. 작가가 일본 핵발전소 현황 및 방사능 폐해에 대해 상당히 깊게 공부하고 쓴 작품임을. 군데 군데 작가의 목소리를 직접 심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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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 에어컨이 꺼지자 쇼핑하다가 더워진 아줌마가 원전에 대한 생각을 늘어놓는 부분은 어쩌면 이 책의 하이라이트 아닌 하이라이트일지 모르겠다. 폭탄 터지거나 사람 목숨 왔다갔다 하는 긴장의 장면은 아니지만, <천공의 벌>을 읽는 대다수 독자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타겟으로 삼는 자들이 바로 "침묵하고 모른 척하는, 당장 내 눈앞의 재앙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는 모르는 척 하는 침묵하는 대중"인 것을.

에어컨 꺼져서 더워진 아줌마는 "아무튼 (원전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이라는 이미지는 있었지만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해 안심하고 있었다. 가나가와 현에는 원전이 없어서 다행이라고만 생각했을뿐이다. 실은 전국의 비등수형 원자력 발전소의 연료가 요코스카 시 구리하마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돼 연료를 실은 적재 차량이 선도 차와 경비 차의 호위를 받으며 심야에 은밀하게 운반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수송차량이 도시를 통과하는 도중에 한신 대지진급 지진과 맞닥뜨릴 경우, 연료 용기가 파손돼 지진 재해와 방사능 피해가 동시에 일어나는 복합 재해로 발전할 우려가 있다는 소문이 돈다는 사실도 그녀는 아는 바 없었다. (pp. 25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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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이후,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 발전소들은 터졌고 한국에서는 잦은 지진이 발생했다. 북유럽의 단단한 지반과는 달리 한국의 무른 지반에 방사능 폐기물을 저장할 안전한 공간이 없음을 많은 이들이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계속된다. <천공의 벌>이 경고한 이후, 일본 고속 증식 원형로 몬주에서 사고가 일어났고, 후쿠시마 핵 발전소들이 터졌어도 우리는 계속 뇌까린다. "위험할 것 같은데, 당장 나랑은 상관 없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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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대 그 렇 지 않 다. 나뿐 아니라 후대손손 상관이 아주 크게 있는데, 당장 사건이 터지지 않았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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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 - 정신분석학부터 사회학까지 다양한 학문으로 바라본 성
이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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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

정신분석학부터 사회학까지 다양한 학문으로 바라본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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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의 <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은 그 방대한 참고도서를 쌓아놓기만 해도 "얕지 않을" 듯하다. '정신분석학부터 사회학까지 다양한 학문으로 바라본 성'이라는 부제에 부합하는 참고문헌 목록은 "다양성"의 향연이다.  본문에서 소개한 지그문트 프로이드, 조르주 바타유, 미셸 푸코 등 8인의 학자 대표작은 물론이거니와 김형경의 <사람, 장소, 환대>(2015)이라는 최신 인류학서에서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1925)까지 250여권의 참고서문헌을 나열하기에 무지한 독자인 나는 살짝 주눅부터 들고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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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러거 (http://blog.ohmynews.com/specialin/)이자  "다중지성의 정원" 등에서 인문학 강의를 해온 저자 이인은 (다른 작가들이 ̄불리 다가가지 못했던) "성性을 맛깔나게 요리하고자 오랫동안 갈고 닦은 칼을 뽑아들었습니다. …(중략)… 사랑을 잘 알고 잘 나누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우리는 좀 더 진실하고 건강한 어른이 될 필요가 있지요. "(pp. 9 -10)라며 성을 요리한 인문요리사로서의 목적을 밝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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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의 "갈고 닦은 칼"이란 이인 작가의 독서력, 공부내공을 비유한 표현일텐데 실로 그는 밖으로 끌어내는 젊음의 유혹을 이기고 참 진득하게도 책을 후벼판 듯 하다. "뜨거운 / 생의 배꼽 위에서/ 복상사/ 하는 것만이 / 내 꿈의/ 전부"라는 김언희의 시(詩)를 위시하여 문학, 인지과학, 여성학, 사회학, 진화심리학, 철학, 생물학, 행동경제학, 인류학, 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을 "성"이라는 화두를 통해 사유한다. 살짝 아쉬운 점은 서구의 지성사에 주로 기대다 보니, 동양 (동/서양 이분하자는 의도가 아니라) 권에서 성에 대한 담론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에 대해 함구한다.  참고 문헌에 고미숙의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이 기재되어 있지만 본문의 인용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나만 못찾았나.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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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노트를 여러 장 채울 정도로 열심히 메모하며 읽었는데, 워낙 방대한 이론과 학자들이 소개되는지라 그 방대함을 꿰뚫는 한 줄을 기억하지 못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 줄을 못찾으니, "21세기의 지성인이라면 이 정도의 성 지식은 있어야 한다"라는 출판사 측의 홍보 문구 앞에서 다시금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그 한 줄을 시원하게 뽑아내지 못한데 대한 변명을 하자면, 2장 빌헬름 라이히의 <오르가즘의 기능>이나 4장 베티 도슨의 <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는 보다 직접적이고 직설적으로 개인의 성해방을 주장하는 내용이라면 7장 제프리 밀러의 <연애>나 8장 데이비드 버스의 <욕망의 진화>는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종 species'으로서의 인간의 성에 접근하는 등 챕터마다 관점과 초점의 차이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초보 독자의 얕은 시각에서 <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의 핵심을 뽑아보자면, 인간의 다양성과 본연의 자유를 인정하라는 탈억압의 시선이었다. 이인 작가를 대면해보지도 그의 다른 글을 읽어보지도 못했지만, (적어도 글로 유추했을 때) 그는  권위에 저항적이고 다양성의 무지개를 존중하는 자유인같다.  "우리 몸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두 등급으로 나뉘지 않으며, 우리 몸 구석구석까지 정상의 무지개" (p. 221)라는 진화 생물학자 조안 러프가든 (Joan Roughgarden)주장을 빌어온 것도 그의 지향성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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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는 미셸 푸코를 빌어와 성이 어떻게 억압의 도구로 기능하게되었고 그 작동 방식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언급한다. 담론으로서의 성과 행위로서의 성 모두 음지에서 이뤄질 때 이것이 오히려 지배를 용이하게 해준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저자는 "미국은 밤이면 온갖 환락이 밀물처럼 들어차지만 낮에는 몸의 쾌락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종교 문화가 개펄처럼 드러나는 사회" (p.232) 라고 그 성의 은폐와 위선을 비꼬는데 그렇다면 그가 본 2017년의 한국 사회는 어떠할까? 복상사를 갈구해도 복상사 하기 어려운 위선사회일까? 획일적인 정상성을 서로 강요하고 서로 감시하고 침묵하는 사회일까? 정작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해 이인 작가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나열된 많은 외국 학자들의 이론과 사례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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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부엌 - 냉장고와 헤어진 어느 부부의 자급자족 라이프
김미수 지음 / 콤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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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부엌 냉장고와 헤어진 어느 부부의 자급자족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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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스틱'과 "빠이~~~!" 하는 삶을 살겠다고 선언했지만, 다음 순간 플라스틱 변기에 앉아있는 자신을 보고 선언 철회했더라 하는 농담같은 고백을 읽은 적이 있다. 수세식 변기만큼이나  "빠이~~~!"하기 어려운 현대인의 필수품이 냉장고 아닐까? 텃밭에서 방금 따온 신선한 야채로 요리해 먹는 일이 없는 현대인들 대부분에게 냉장고는 든든한 적금이다. 게을러도, 요리를 포기해도 배 고프지 않게 해줄, 그 냉장고를 포기했다고? 게다가 냉장고 없는 자급자족 라이프를 부부 동의하게 합심해서 살고 있다고? 보통 부부라면, 냉장고가 없어지면 매일 외식하거나 다툴텐데? 도대체 어떤 경지에 이른 부부이길래? 헬렌 니어링같은 부부 정말 있어? 하는 호기심이 책 제목만 보아도 스물스물 올라온다.

제목, <생태부엌: 냉장고와 헤어진 어느 부부의 자급자족 라이프>. 한국인 아내 김미수와 독일인 남편 다니엘이 그 '어느 부부'이다.   2001년 독일에서 처음 만났다는 그 둘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삶의 동반자일 것이다. 물론 부부가 냉장고 없이 살기에 처음부터 저항없이 매끄럽게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남편이 제안했고 아내는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냉장고 없는 삶'에 서서히 적응한 아내에게 냉장고는 '자리만 차지하는 천덕꾸러기(30)'로 전락했다니 이 부부가 얼마나 자급자족하는 생태 부엌 만들기에 성공했는지를 역설적으로 짐작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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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부엌>은 요리책, 소박하지만 심지가 굳은 아낙의 일기, 생태적 삶을 촉구하는 성명서……. 어떻게든 읽힐 수 있겠다. 그만큼 저자 김미수가 격을 따지거나 정형성에 꽉 매인 사람이 아니라,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뜻일지도. 이렇게 내공이 높으면서 잘난 척 한 번 하지않고, 가르쳐 들려 하거나 비교하면서 생태적 삶을 이야기하는 젊은 사람을 아직 만나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 신선했다. 이런 보물같은 부부를 발굴해낸 방송 작가나, 출판사 관계자의 발빠름도 신기했지만, 이런 보물같은 사람들이 큰 내공만큼이나 깊은 존재감을 발산하며 목소리를 내준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절로 존경심이 이는 만큼, 기꺼이 그들의 목소리와 발자국을 따라가고 싶다. 

B U T 

애당초 시도도 못하겠다. 김미수와 다니엘 부부 만큼으로는. 이들은 철저한 비건(Vegan)이면서, 세수물도 아끼고 뒷일처리한 물도 아껴서 퇴비로 쓸 정도로 환경 사랑이 대단한 사람들이다.  단순히 제 몸 아끼고 제 가족 건강하려 '자연을 닮은 삶'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브랜드로서의 유기농을 소비하며 우월감을 갖는 부류와도 전혀 다르다. 흙을 사랑하고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을 존중하다보니 삶의 태도가 자연히 부엌으로 연결된 부부이다. 환경 운동가 사티쉬 쿠마르의 말을 빌어, "소박한 삶, 생태적인 삶을 살려면 부엌에서 식사 준비를 하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하는 김미수 부부의 식탁은 싱그럽다. 야생초와 활련화처럼 식용 가능한 꽃, 통곡물의 식감이 살아 있는 식탁이다.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보기만 해도 오감이 충족되는 듯 하다. 저자는 "우리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다른 삶을 꿈꾸는 누군가의 마음에 작게라도 울림을 주기를. 야생초의 쓰임처럼 미처 발견치 못하고 숨어 있는 우리 안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그래서 우리의 의식이 좀 더 깨이고 성장해 우리 몸도 마음도 이 지구도 좀 더 맑고 깨끗해지기를 (247)" 바라는 마음으로 <생태부엌>을 썼다고 했다. 가벼운 요리책으로 생각하고 집어 들었다가, <생태부엌>에서 얻은 감동과 충격이 너무 커서 소화시키려면 조금 걸리겠다. 김미수와 다니엘 부부처럼 의식이 깨일려면, 당장 무심코 플라스틱 용기에 '테이크 아웃 take out'하는 커피도 삼가고, 하루 10분씩은 족히 할 샤워부터 줄여야 할 것. 갈 길이 멀다. 갈 길을 보게라도 해준 김미수, 다니엘 부부에게 고마운 마음을 멀리 한국에서 독일까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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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2 : 한산 45전 무패의 전쟁 신화 이순신 2
문성호 지음, 제장명 감수, YJ코믹스 / 다락원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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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전 무패의 전쟁신화 이순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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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전 무패의 전쟁 신화 이순신> 1권과 2권이 4월 28일에 출간되었습니다. 4월 28일이란 D데이의 의미를 아시나요? 1554년 이 날이 바로 성웅 이순신 장군의 탄생일이랍니다. 한국인이 존경을 가장 많이 받는, 품격 넘치는 리더쉽의 귀감인 이순신. 워낙 민족의 영웅이다보니 다양한 버전으로 그 전기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아이들에게는 뭐니뭐니해도 만화가 가장 접근하기 쉽겠지요? 다락원 출판사에서는 총 4권으로 이순신의 주요 전쟁을 조망하는 만화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덕분에  어린이 독자는 역사책에서 명칭만 친숙했을 '옥포해전,' '한산대첩,' '명량대첩,' '노량해전'을 생생한 역사 만화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 중 2권 <한산>을 읽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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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문성호는 한산 대첩과 연관한 조선과 일본의 실존인물을 중심으로, '대길'과 '정은'이라는 상상의 인물들을 더했습니다. 자칫 전쟁의 기승전결과 승패에 집중될 수 있는 스토리가, 이 두 인물 덕분에 현재감과 재미를 배가시킵니다. 이 둘은 모두 조선인 부모를 두었으나 일본군의 협박 때문에 조선에서 정탐꾼, 첩보원으로 활동하는 쓴 운명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이순신의 이야기가 주로 바다 위에서 전쟁 형태로 펼쳐진다면 이 두 젊은이의 이야기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인의 삶과 일본의 정세를 보다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해주며 마치 사극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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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작가는 2000년, 만화가로 데뷔한 이후 "한일합동 만화 공모전"에서 준대상에 입상하였고, <뱁티스트> 등 창작품을 해외로 수출했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완성도가 높다 생각하며 읽었던 <플루타르크 영웅전> (비룡소) 시리즈도 문성호 작가 작품이라는군요. 문 작가는 두 뼘 남짓한 작은 종이 위에 한산대첩의 열기와 규모를 놀라우리만치 생생히 담아 냈습니다. 마치 전개가 빠른 영화를 보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그림에서 힘이 느껴집니다. 진짜 이순신 장군이 진두지휘하는 전쟁의 현장에 나가 있는듯, 긴박하고도 결연한 전장의 느낌이 살아 있습니다. 특히 '학의진'처럼 이름만 들어보았던 전법들이, 만화를 통해 기승전결 과정으로 보니 이제서야 머릿 속에 그림으로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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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공부가 얕아서 잘 모르겠지만, <45전 무패의 전쟁 신화 2- 한산>편에서 작가는 이순신을 비롯 조선군은 대의와 애국심 때문에 싸우는 반면 와키자카 야스하루(1554~1626) 등 일본 장수는 "돈과 명예"를 바래 싸우는 모습으로 그렸네요. 또한 조선의 포로와 민간인을 잔혹하게 참수하고 시신을 조롱하는 일본군의 잔혹성도  소름끼치게 그려냈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왜 임진왜란 당시의 우리 조상뿐 아니라 2017년의 한국 국민에게 이순신이 이토록 절실히 감사할 존재이고 추앙받아 마땅한 성웅인지를 절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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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대첩 덕분에 조선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수륙병진 작전을 좌절시켰고, 조선은 전라도와 충청도 황해도 평안도 연해 지역을 일본군의 마수에서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순신 장군이 보여준 준비하는 장수의 치밀함과 대범함, 리더쉽은 5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한국인의 가슴에 뭉클함을 안겨줍니다. 비록 한산대첩에서 조선 수군의 사망자는 19명이라고 공식 기록되어 있는 듯 하나, 기록 이면에 민초들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루고 대의를 위해 헌신했을지 상상만으로도 뭉클해집니다. 문성호 작가는 전쟁터에서 싸우느라 손바닥이 피가 날 지경으로 헐은 격군[ ]의 고초를 책 속에서 잠깐이라도 보여줍니다. 이는 임진왜란 당시, 폐선이 되다시피한 배들을 밤새 수리해서 출전시켜 이순신 장군을 도운 이름모를 우리 조상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45전 무패의 전쟁 신화 - 이순신2 한산>편에는 부록으로 "이순신과 함께한 사람들"이라는 코너를 두어, 지휘관과 참모를 자세히 소개해줍니다. 한사람의 영웅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전쟁의 승리를 가능하게 해준 많은 이들을 잊지 않게 해주어 고마운 페이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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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진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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