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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멈추는 날 - 지구를 위협하는 재해와 대처 요령
마리안 부알레브 글, 박은영 옮김, 뱅자맹 바슐리에 그림 / 꿈꾸는사람들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지구가 멈추는 날
Cataclysmes
&
Catastrophe
마리안 부알레브Marianne Boilève의 <Cataclysmes &
Catastrophe> (2010)의 한국어판은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2008))과 동일 제목을 달고 출간되었다. SF광팬으로서 그 영화를 심각하게 보았던 지라, 같은 제목이 주는 이미지의
중첩에 책 표지 사진만으로 책을 읽기 전부터 다소 긴장이 되었다. 부제 역시 "지구를 위협하는 재해와
대처방법"이여서 7세 아이에게는 다소 무거운 주제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최근 반년 이상 비슷한 주제의 환경관련 동화 및
지식전달 책들을 꾸준히 접해온 아이는 의외로 아주 편안하게 책장을 넘기며 <지구가 멈추는 날>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7세가 읽기에는
어휘나, 정보의 수준이 높은 편인데도 아이는 별다른 질문도 하지 않고 오래 집중하고 자주 이 책을 찾았다. 아마도 한 서너달 전에 읽었던
'내인생의 책' 출판사에서 펴낸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시리즈 중 <자연재해>를 엄마와 꼼꼼히 읽었던 선행 독서력이 바탕이 되어서인가보다.
역시나.....진지한
성향의 아이는 알아서 자기방 책장에서 안토니 메이슨이 쓴 <자연재해>를 뽑아오더니, "엄마, 이 책이랑 느낌이 비슷하다."라고
엄마에게 비교설명을 해준다. 팔불출 엄마, 마음은 흐뭇으로 가득 차올랐지만 짐직 시큰둥한 체하면서 "그래? 두 권을 같이 보니까 뭐가 좋은데?"
하고 물어본다. 아이의 여러 대답 중 의외로 엉뚱하게 들렸던 대답은 "그림을 많이 보니까 더
좋아." 그렇다. 내인생의 책의
<자연재해>도 그러하지만 꿈꾸는 사람들에서 펴낸 <지구가 멈추는 날>에는 유난히도 다양한 형식의 일러스트레이션과 실사
사진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시각적 자극만으로도 책읽는 효과가 이미 배가될 정도이다.
예를 들어, 단순한
몇개의 선이지만 토네이도의 위력을 담은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토네이도를, 태풍의 눈을 찍은 큼직한 위성사진으로 태풍을 소개하기에 아이의 머리 속에
쏙쏙 정보 입력이 되나보다. 작년까지도 토네이도와 태풍을 구별 못하던 녀석이 엄마에게 설명을 시도하니 말이다.
뱅자맹 바슐리에의 다양한 삽화가 본문의
설명력을 보완해주는데, 아이는
루크북스 <박학다식>이나 magic
school bus시리즈에서 이미 익숙한
분위기의 그림이어서 그랬는지 유난히 지구의 내부 단면을 그린 그림을 자주 보았다.
개인적으로 <지구가 멈추는 날>은 그 동안 아이와 읽었던 여러 환경 관련 서적과 연결점이 많아서 특히나 유익했다.
예를 들어, 가뭄의 무서움을 소개하고 경고하는 페이지에서는 도서출판 노란돼지의 <맑은 하늘, 이젠 그만>을 다시
떠올렸고, 공해로 더러워진 공기가 실사 사진으로 소개된 페이지에서는 쓰레기로 가득차 황량한 황토빛의 지구가 등장하는 <Wall E>나
<노아박사의 우주선>을 다시 찾아 읽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지구가 멈추는
날>은 단순히 재해만 소개하거나 환경재앙으로 인한 지구멸망을 예견하는 무서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다. 제목이 다소 압도적일만큼
충격적이어서 그렇지 사실상 작가 마리안 브알레느가 꼬마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세지는 "지구멸망을 준비하라. 지구멸망은 필연이다"식의
과잉경고가 아니라, 자연재해가 사실은 사람이 낳은
인재와 얽혀있음에 대해 자각시키고 아이들 스스로가 그런 환경 재앙을 예방하고 혹은 대처하는 방법들을 차곡차곡 익혀두게
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끓는 물과 얼음과 유리병만으로 구름을 만들어 보는
실험은 구름, 태풍, 토네이도 등으로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앎"에서 그치지 않고, "앎과 각성에 기반한 활동"을 촉구하고 있는데. 유조선 사고 등으로
인한 바다의 기름띠가 왜 생태계에 치명적인 위협인지를 설명한 후에는 실제 기름띠를 뒤집어쓴 새를 보았을 때 구조해주는 방법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가 환경 재앙에 대해 오해하는 몇 가지 부분이 있다.
1. "재앙은 그들에게는 가깝지만, 나와 우리에게는 쉽게 오지 않으리"라는 안이한 생각.
→먼 예를 들 필요도 없다. 해마다 경기도 포천에서 물난리가 나서
장마철이면 연일 뉴스에 떠내려가는 살림과 망연자실한 난민의 모습이 방영될 때, 소위 부유촌 강남 서초동에서는 설마 저런 물난리가 없겠지 했을
터이다. 아이티의 강진으로 죽어 널부러져 있는 아이티사람들의 영상을 보면서, 먼나라 이웃나라 이야기로 생각한다. 미국같은 강대국이나 선진국에서는
저보다는 나은 재앙대응력으로 저보다는 훨씬 피해규모를 줄일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이한 생각.
2. 자연재해는 인간의 통제밖에 있는 하늘의 문제이지 인간개입의 문제가 아니라는
책임회피.
→
가뭄, 사막화, 물부족현상, 대기 오염, 적조현상....모두 인간 통제의 범위를 넘어선 자연의 문제로 규정하는 순간, 인간이 마땅이 져야할
책임의 부분은 덮어진다. 지구에 생태발자국을 정작 가장 크게 남긴 인간 종이, "자연재해"라는 편리한 용어를 써서 책임을 회피하고 '하늘의
뜻'을 운운한다.
그러면 묻고 싶다.
쉬쉬하고 있는 일본 방사능원전 사고 이후의 지구 생태계의 문제.
인재인가 쓰나미로 인한 자연재해인가? 7세 아이는 방사능 공포가 하도 심해서 방사능 심볼이 표시되어 있는 이비인후과에서 촬영을 거부했을
정도였다. 어리디 어린 아이 조차도 원전 사태가 인간종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구위 모든 생물종에 서서히 피해를 끼쳐 결국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의 날을 불러올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한다다. <지구가 멈추는 날>은 소위 '자연재해'라고 통칭되는 여러
지구신음의 소리들을 하나로 모아 큰 울림으로 독자에게 들려준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고, 아이 역시 자연을 사랑하고 공존의 삶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아이와 함께
읽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