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훅! 창비아동문고 295
진형민 지음, 최민호 그림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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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6학년 때 고백한 번 못하고 끙끙 가슴에 품었던 첫사랑 기억 꺼내어 쓴 소설이라 20년전 느낌도 있어요^^ 농구 좋아하고 땀 번들거리는 종수 캐릭터가 혹시 작가님 첫사랑 닮은 사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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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동안 [노인과 바다]를 세 가지 버전(각각 백정욱, 이정서, 박상은 번역가 버전)으로 접했다. 내친김에 [헤밍웨이의 말: 은둔 시절의 마지막 인터뷰]까지 읽었고 박균호 작가의 [세계문학 필독서 50]을 펼쳐서 작품해설도 살펴봤다. 한 마디로 엄청난 재발견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대표작이라고 어른들이 하도 권하시길래 10대 때 읽었다. 대학 입시 영어 시험도 대비할 겸 원서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철부지 나는 줄거리만 따라가며 '이렇게 밍밍한 책이 도대체 왜 유명하지?,' 책 추천해준 어른들에게 속은 느낌이었다.


아둔함은 독이다. 교만함은 독자의 눈을 가린다. 청소년기 나는 빨대 꽂아 음료 마시듯 [노인과 바다] 줄거리만 쪽쪽 빨고는 진짜 중요한 양분은 싹 내 버린 셈이다. 단순한 줄거리 이면에는 헤아리기 벅찬 인생의 지혜와 생각거리가 담겨 있었는데도 말이다. 어렸던 나의 경솔과 오만을 속죄하듯 이번에는 [노인과 바다]를 경이로운 마음으로 읽었다.




"빙산 원칙"에 따라 작품을 쓴다는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의 단순한 줄거리라는 빙산 아래, 자신이 경험한 인생의 폭과 밀도를 꾹꾹 눌러 감춰두었다. 80여일 동안 빈 배로 돌아오던 노인이 사투를 벌여서 인생 최고의 물고기를 낚는다. 몸길이가 5.5미터에 이르는 물고기(청새치로 추정)를 실을 공간이 없어 쪽배에 매단다. 그 와중에 프리라이더 상어 떼에게 물고기 살점을 다 뜯겨 뭍에 닿았을 즈음, 물고기는 뼈대와 꼬리, 머리통만 남아 한때 정녕 존재했음을 증명한다. 노인은 물고기와 목숨을 걸고 했던 사투로 기력을 다 써서 깊은 잠에 빠진다. 사자 꿈을 꾸면서......



Jackiemora01, CC BY-SA 3.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나는 엉뚱하게도 노인의 소박한 식사법과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 감동을 받았다. 일단 노인은 배고프지 않으면 먹지 않고, 음식이 제 몸으로 들어간 후 어떻게 작용할지를 상상하고 외부의 생명과 자신의 연결성을 이해하며 먹이를 음미한다. 노인의 식사법에는 과도함,즉 과식과 낭비가 없다. 반면 오늘날 대부분의 현대인은 혀끝의 자극과 쾌락, 소비를 통한 과시, 습관적 먹기를 하며 음식을 사유하지 못한다. 

노인은 자신이 잡은 5.5미터짜리(자신의 배보다 몇 뼘 더 큰) 청새치라면 어른 한 명이 겨우내내 식량 삼을 수 있다 가늠하면서도 이걸 먹을 자격 갖춘 인간이 흔히 없다는 것도 안다. 비록 둘(물고기 혹은 노인)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싸움인지라 물고기에게 작살을 꽂았지만 노인은 물고기를 형제의 마음으로 대하고 존중한다. 자연에서 음식을 취하며 생존하고 자신을 살게 해주는 그 존재에 감사하는 노인이야말로 어부이자 철학자가 아닌가, 나는 감탄했다.


그 외에도 뼛 속까지 어부인 노인이 바다를 여성형 명사라면서 바다 및 바다 생물체에 보이는 태도, 몸 속 장기가 밖으로 녹아 나올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의지, 라디오 하나 없이 가난한 어부로서 망망대해에서 혼잣말하는 노인의 외로움, 피붙이도 아닌데 망망대해 위에서 의리와 신뢰 관계로 다져진 노인과 소년의 우정, 노쇠해가는 몸을 살살 달래고 어르며 노화를 수용하는 노인의 태도 등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읽을수록 좋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작가로서 출세하지 못했더라면 어부로서 이름을 날렸을 거라는 농담 아닌 농담도 믿게 되었다. 



Look Magazine, Photographer (1953)/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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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05-18 0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밀키트와 보양탕 ㅋㅋㅋ 적절한 표현입니다 해마다 다시 먹어줘야죠~

얄라알라 2024-05-18 02:37   좋아요 1 | URL
ㅎ네네^^ 그리고 이왕이면 몇 글자라도 보양탕 몸보신 기록을 해주는 게 좋은데
저는 자꾸만 적는 걸 귀찮아하네요.

2024-05-16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5-18 0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헤밍웨이의 말 - 은둔 시절의 마지막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권진아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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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기 싫어하는 작가를 기습방문하거나 질리도록 졸라서 억지로 한 인터뷰들을 엮은 책인지라, 부제를 수정하면 좋을 듯 하다. [은둔 시절 작가를 쥐어짜서 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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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 책이 좋아 3단계 24
이선주 지음, 국민지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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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컸고, 잘 읽었다. 김선정 작가의 해제도 작품만큼 인상적이다. 주인공이 학원 안 다니고 멍 때릴 여유 많았기에 동네사람 관찰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는 부분에 공감한다. 다만 된장국 냄새로 후각화된 노인 고독사가 초등학생 동화에 현실적 소재로 등장할 정도로 사회가 변했다는 사실이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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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준비를 못 했는데 귀한 손님이 짧게 깜짝 방문한 듯 반갑고도 서운합니다.

작년 가을부터 내내 책 한 권에 매달리느라, 풍경의 변화에도 시큰둥한 채 등살만 두툼하게 키우는 실내 생활을 했거든요. 집 밖으로 나와보니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다 못해 벌써 졌네요. 목련 꽃잎도 떨어져 있고요. 일단 나무 본체에서 멀어지면 갈색인지 고동색인지 참 못나게도 망가지는 꽃잎을 보는데 어린 시절 속상한 마음이 고스란히 되살아났어요. 목련 꽃잎은 어린 시절 소꿉놀이에 등장하는 스페셜 재료였죠. 한 철 잠시 자연이 선물로 주는 별미용 재료. 하지만 그렇게나 탐스러웠던 흰 눈송이가 소꿉놀이 돌판 도마에만 누으면 갈색 못난이로 변해버려서 속상했었어요.


요즘 꼬마들은 꽃잎 소꿉놀이가 뭔지 알까요? 갑자기 그런 물음표가 떠올라 멜랑콜릭해지려는 차에 산책로에서 반가운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나는야 도시의 고고학자. 남겨진 물질을 보고 그것을 만졌던 사람들과 활동을 상상해봅니다. 산책로 부근 돌 위에 얌전히 놓인 풀잎들. 귀여운 꼬마(들)이 여기서 소꿉놀이를 했구나!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 어린 존재들에게 애정을 느꼈습니다.



계속 걷습니다. 인간의 만족을 높이기 위해 직선화 공사를 해버린 하천을 따라 걷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봄이면 여기로 새들이 날아들고 오리(?)도 살고, 생명의 흐름이 가득했죠. 인간들 눈 즐거우라고 아주 빡세게, 깔끔하게 일자 직선형으로 밀어버린 이 하천에는 더 이상 늘씬한 하얀 새로 다리 짧은 오리 친구들이 오지 않습니다.

혼자 속으로 욕합니다. '봤니. 이 어리석은 정책집행자들아! 너희들이 한 짓이야! 버드나무까지 싹 다 밀어버리더니 이제 이 하천이 어떻게 되었는지 봐봐? 새소리며 생명의 소리가 사라졌어! 모르겠나'




제가 별거에 다 흥분하고 오지랖 떨고 있네요. 하지만 버려지고 소홀히 여겨지는 것에 측은지심, 내가 곧 그 버려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더 삭막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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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4-08 0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상원 뮤지엄 다녀오셨나봐요. 저도 가보고 싶은 곳인데 아직 못가봤어요.

얄라알라 2024-04-08 00:39   좋아요 0 | URL
예 hnine님 넉넉히 여유두시고 방문하셔서 화집도 보시고, 1층에서 차도 마시시고 좋은 시간 가지시길 바래요 전 이번이 첫 방문인데 다음엔 STAY프로그램(?) 이용하고 싶어졌어요^ ^

transient-guest 2024-04-11 0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하천을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서 인공물로 만들어버리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이미 다양한 연구와 사례들을 통해 자연적인 흐름이 가장 좋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아는데 아직도 개발도상국형 공사를 멈추지 못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