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를 믿지 마라
이혁재 지음 / 이상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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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과 수술 없이 평생 건강하게 사는 법
의사를 믿지 마라

 

 

 

"자신이 한의원을 원장하는 한의학 박사면서 '의사를 믿지 말라!'니, 의료계의 이단아 아니야?" "부친이 약사라면서, 약이 약을 부르는 악순환을 끊어내자니 너무 솔직한 거 아니야?" 이혁재 박사의 <의사를 믿지 마라>를 두고 독자들은 궁금해할 지 모르겠다. 오해를 걷어내기 위해 저자를 대신하여 변명하자면, 저자가 전하려는 것은 의료계나 의사를 불신하라는 부정적인 메세지가 아니라, "내 몸의 면역력, 자생력을 믿고 일꺠워서 건강하게 살자."의 긍정의 메세지이다.
 
 
사실 평소에 월간 "인산의학"을 정기구독하고, 각종 건강서적을 꼼꼼하게 챙겨 읽는 독자로서 <의사를 믿지 마라>는 건강 상식의 일반론에 가까운 주장을 펼친다는 인상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일반 대중들에게 쉽게, 많이 읽힐 수 있겠다.  최근 탐독한 <남자의 밥상> 역시 의사인 방기호 저자가 건강과 젊음을 먹거리를 키워드로 풀어내는데 집중했다면, 이혁재 저자는 한방의 건강 5적을 중심으로 책을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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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5적이란 무엇인가? 1적인 노적은 체력에 비해 무리했을 때 생기며, 2적인 식적은 음식을 급하게 먹거나 많이 먹었을때,  3적인 칠정에서는 다스리지 못한 분노가 핵심촉발원인이다.4적 방로는 소위 양기를 많이 소모했을 때, 즉 무리한 성생활 혹은 잦은 유산을 했을  일어나며 5적인 담음은 위 4가지 원인의 복합으로 몸 속의 진액이 말라 끈끈하게 뭉친것을 이른다.

 
병이 나기 전에 몸의 소리에 충분히 기울이고 몸과 대화하여 병을 예방하기를 강조하는 저자는 5적마다 자가 테스트페이지를 두었다. 예를 들어 식적의 경우, 명치를 누르면 통증이 있고 트림을 자주 하거나, 자주 체하고 몸이 잘 붓는 등의 신호가 있다. 이런 증상을 방치하면 진짜 병이 되지만, 예방하고 개선하면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건강관이다. 특히 저자는 진짜 병과, 생활습관 개선 등으로 의사의 힘을 빌지 않고도 혼자 고칠 수 있는 가짜 병을 구별할 것을 강조한다. 그런 가짜 병은 "거꾸로 건강법," 즉 '어제의 나와 반대로 사는 생활습관 개선'으로 치유할 수 있다고 한다.


이혁재 박사는 상당부분 건강의 키워드를 개인의 생활습관 및 잘못된 식생활 교정에서 찾는데, 결국 스스로가 스스로의 의사가 되라는 메세지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하고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들은 진짜 병으로 의사 신세 덜 질 수 있다는 뜻.  1991년 개원이후 50000여명을 진료했다는 그는 자신의 환자에게서 취한 구체적인 사례나 한의학이론을 빌어와 자신의 건강론을 강의하는데, 서두에서 이야기했다시피 건강관리의 일반론적인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건강서적 입문하는 독자에게 특히 유용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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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기본 베이킹책 - 진짜쉽~고, 진짜맛있고 진짜자세한 기본 레시피 111개 진짜 기본 시리즈 2
월간 수퍼레시피 지음 / 레시피팩토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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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기본 
 베이킹 책 
 
 

 

 

그냥 기본도 아니고 '진짜 기본'? 도대체 얼마나 기본스럽길래? 얼마나 쉽고 친절하기에 '진짜 기본'이래? 베이킹 문외한으로서 샘이 나는 마음에 괜히 제목을 투고 투정이다. <진짜 기본 베이킹>의 부제는 "진짜 쉽고, 진짜 맛있고, 진짜 자세한!" 강조의 부사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자세하고 쉽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을 만들기까지 101명의 독자 기획단이 참여했다. "밥 하듯, 국 끓이듯 따라하기 쉬운 베이킹 책"을 만들어달라는 독자기획단의 요청대로 요리잡지 <수퍼레시피>가 베이킹 왕초보들을 위한 책을 만들었다.   

 

 <진짜 기본 베이킹>의 전반부는 '베이킹 왕초보를 위한 기본 가이드'로 구성된다. '베이킹은 과학'이라며 계량 도구로 계랭하고 오븐은 예열해두고, 마음대로 주요 재료를 대체하지 말라는 정말 쉬운 이야기부터한다. "하라"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도 가르쳐준다. 어떻게 계량하는지를 계량 도구를 등장시켜 알려준다. 이어서 오븐에 대해 배운 후 가장 기본 재료인 밀가루, 설탕, 달걀과 버터에 대해 차근차근 배운다.


어찌나 친절한지 심지어는 재료 고르는 법과 보관법까지 가르쳐준다. 차근차근한 설명이 베이킹 왕초보 뿐 아니라 베이킹 고수의 귀에도 쏙쏙 들어오겠다. 기본 워밍 업이 끝난 후에는 바로 실전, 하지만 작은 과자부터 시작하니 부담 가질 필요 없다. 2장에서 쿠키, 3장에서는 머핀과 파운드 케이크, 4장에서는 타르트와 파이, 5장에서는 케이크, 6장에서는 심플리 브레드를 배운다.

 


베이킹 왕초보에게 과자부터 수련시키는 이유는 실패 확률이 적어서라나? 과자도 무려 6가지 종류를 배울 수 있다. 스쿱 과자에서 빚는 과자, 써는 과자 등등 과자의 세계가 이렇게 풍성했나 싶을 정도로 응용 레서피역시 다양하다. 응용? 그런건 베이킹 고수들이나 하는 거라고? 하지만  <진짜 기본 베이킹>을 넘기다 보면 욕심이 난다. 고수 흉내 한 번 내보고 싶은.......예를 들어 초코칩 쿠키 재료 하나면 땅콩버터 초코칩 쿠키나 오레오 초코칩 쿠키까지 시도할 수 있다.

 

 

<진짜 기본 베이킹>의 레서피 구성은 먼저 메뉴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에 이어, 필요 재료의 분량 및 조리 시간, 오븐 온도, 보관 방법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다시 도구와 재료를 알려주는데,  한눈에 파악이 가능하도록 아이콘을 활용했다. 


 
 
 
 
<진짜 기본 베이킹>의 레서피 구성은 먼저 메뉴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에 이어, 필요 재료의 분량 및 조리 시간, 오븐 온도, 보관 방법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다시 도구와 재료를 알려주는데,  한눈에 파악이 가능하도록 아이콘을 활용했다. 준비에서 완성까지의 매 과정마다 실제 사진과 함꼐 자세한 설명과 깨알같은 팁을 실은 과정 컷을 보여준다. 짚고 넘어갈 부분은 돋보기 컷으로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데 예를 들어, 생크림은 차갑지 않고 따뜻하게 데운 것을 사용해야 끓어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요리 잡지로 유명한 <수퍼레시피>가 만든 책답게 음식 사진은 컷컷 군침돌게 할만큼 예술이다. 특히 캐러멜 견과류 타르트는 재료값이 상당해서 그렇지 보기만 해도 건강식품처럼 보인다.


 블루베리 무스 케이크의 고운 보라색은 또 어떠한가? 평소 '불량식품'이라고 여겨온 오레오 쿠키가 여기서도 등장한다는 점은 다소 의아스러웠지만 오레오 쿠키 덕분에 확실히 케이크가 화려하다. 아마 당도도 상당할 듯. 블루베리 무스 케이크는 오레오 과자를 부수어 버터와 섞은 후 무스 틀 바닥에 눌러 채워 굳힌다. 이어 블루베리 무스를 만들고 블루베리를 끓여 졸인다. 다시 중간에 10단계의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에는 생 블루베리와 마카롱으로 장식하면 완성!
 


 
 포카치아를 너무나 좋아해서 일주일에 최소 2회는 포카치아로 한 끼를 대신하는데, 포카치아(Foccacia)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빵이라나? 반죽을 얇게 떼어 확덕에 붙여 구어먹었던 빵에서 유래된 이름이란다. 설탕은 전혀 안 들어가고 대신 반죽 한가운데 넣은 올리브유 덕분에 고소담백 그 자체이다. 포카치아 때문에 제과점을 꼬박꼬박 들리는데, 이젠 <진짜 기본 베이킹책>을 경전 삼아 집에서 담백한 포카치아를 만들어 봐야겠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ㄹㄹㄹㄹ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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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상상 2014-05-20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확인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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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연습 문학의 즐거움 45
린다 몰라리 헌트 지음, 최제니 옮김 / 개암나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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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족 연습

 

 

 

 

 

 

왠지 펑펑 울거나 눈물을 찔끔 흘리거나, 아무튼 눈물을 흘려야 이 책을 다 읽을 것 같았다. 화목해 보이는 다섯 명의 가족을 길 건너편서 바라보는 아이, 엄마나 아빠의 손 대신 낡아빠진 기린 인형 하나를 안고 끈 풀어진 낡은 운동화를 신고 있으니 줄거리가 짐작 되니 말이다. 제목 역시 <가족 연습>, 원제는 One for the Murphys! '소녀가 물끄러미 바라보는 가족이 아마도 The Murphys(머피 가족)일테지.....그들의 세계에 들어가지도 완전히 거부하지도 못하는 중간 지대의 One이 소녀겠구나' 싶었다. 예상대로 울면서 읽었다. 영화라면 뻔한 클라이맥스 장치가 동원된 장면이라 할텐데도 뜨거운 눈물이 주륵주륵 흘렀다. 가족애라든지 모성이 강조된 글에 강렬히 공감하는 독자로서의 성향 탓도 있겠지만 작가 린다 몰라니 헌트 (Lynda Mullaly Hunt)의 글솜씨 덕분이다. 시나리오 집필 코치로도 활약하던 그녀는 <가족 연습>으로  코네티컷에서 활동하는 어린이책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태시 월든 상'도 수상했다.

 

 

 

 

<가족 연습>의 캐릭터들은 마치 헐리우드 가족 영화 레서피에서 공통의 재료를 추출해낸 듯 한 전형성을 띤다. 우선 주인공이자 소위 '위탁아동'인 칼리는 환락과 방탕의 도시 라스베가스에서, 마찬가지로 방탕한 엄마와 폭력적인 새아버지 밑에서 살았다. 새아버지로부터 무자비한 폭력을 당했다.  하지만, 여느 성장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처럼, 독초처럼 살아남은 자만의 야생적 자생능력과 영민함을 갖추었다. 시니컬하면서도 예민하고 강인하면서 감성적이다.

칼리를 맡아주는 위탁 가정의 주부인 머피 여사를 보자. 모성성의 화신으로 묘사되는 그녀는 그 스스로가 위탁아동이었다. 작가가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머피 부인이 <아낌 없이 주는 나무>식 헌신적인 사랑으로 칼리를 품어내는 것은 어쩌면 어린 시절 머피 부인 스스로를 보듬어 안는 심리적 자가치유일지도 모르겠다. 칼리의 유일하고도 강렬한 우정, 토니는 또 어떠한가? 문화계에서 일하는 성공한 엄마와 부유한 아빠를 둔 토니와,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용 헌옷통이나 뒤져 옷을 입던 가난한 소녀 칼리. 적어도 물질적 풍요로움이나 사회적 외피로는 대칭점에 있어 보이는 두 소녀는 사실 '부모의 사랑에 목마름'이란  아픔을 공유한다.

*

  이야기는 무르익어, '불우했던' 칼리는 '진짜 가족스러운' 머피 가족을 만나, 처음에는 거부와 질투 이질감, 다음에는 부러움과 동화, 마지막 단계에서는 다시 핏줄로서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는 끝난다. 물론 예전과는 다른 칼리이다. 머피 가족과의 만남을 통해 가족되기를 연습하여 한층 성숙해지고, 한층 친엄마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된 칼라로서. 불우한 가정에서 위탁 가정으로 보내진 소녀가 가족애를 배우고 성장해간다는 다소 진부한 소재이지만,  린다 몰라니 헌트의 글 솜씨는 <가족 연습>을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독특한 이야기로 만들었다. 특히 "단지 초록색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사악한 마녀 취급을 받는 (185)" 뮤지컬 <위키드 Wiked>의 엘파바 캐릭터를 통해 토니와 칼리의 우정을 점화시키는 부분이라든지, <아낌 없이 주는 나무>를 매개로 머피 부인의 따스한 모성성을 부각시키는 등, 감성을 자극하는 장치가 곳곳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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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사처리 역시 압권이다.  한자리에서 읽기엔 다소 두터운 책이지만 <가족 연습>을 기꺼이 다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인상적인 대사의 퍼레이드. 예를 들어, 머피부인이 진짜 칼리의 엄마라고 생각했던 토니가 칼리에게 "엄마가 네 농담에 웃어 준다고 너무 자만하지 마라. 엄마라는 사람들은 자식이 냅킨 조각에 한 낙서까지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니까 (p.210)"라며 짖궂음반 부러움반을 쏟아내는 대목이 그러하다. 무엇보다 <가족연습>은 잘 번역된 한글 제목 그대로 '주어지고 완성된 것'이 아닌 '만들어가고 배워가는 가족만들기, 가족 연습'을 시켜준다는 점에서 감동적이다. 소위 사회에서 '정상가족'이라고 여기는 경계 밖 가족과 사람들에게 편견 아닌 따스한 시선을 보내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고. 개암나무에서 청소년을 위한 문학서 시리즈로 번역 출간하였지만 청소년은 물론 성인에게도 강력히 권하고 싶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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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상상 2014-05-19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수고많으셨어요 ^^

얄라알라 2014-05-19 23: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알라딘 댓글은 어색한데 반가워요^^
 
젠더는 패러디다 -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 읽기와 쓰기 우리시대 고전읽기 질문 총서 5
조현준 지음 / 현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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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고전 읽기
젠더는 패러디다

 

 

 
 
<젠더는 패러디다>라니! 제목에서부터 훅훅 큰 숨을 내쉬어 본다. '젠더'라는 개념 자체가 논란의 대상인데다가, 철학자들이 종종 쓰는 패러디라는 실천도 생소하니 말이다. 게다가 어렵기로 악명 높은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을 읽어주는 책이란다.  몇 년 전 주디스 버틀러의 를 읽다가, 문제 있는(matter) 건 바디가 아니라 내 독해력인가를 한탄했던 기억이 겹쳤다. <젠더는 패러디다>의 저자이자 <젠더 트러블>의 역자인 조현준 교수 역시 주디스 버틀러의 난해한 문체가, "엘리트 지식인의 골방 무저항주의나 강단 허무주의(p.59)"라고 비판받았고 심지어 1999년에는 <철학과 문학 Philosophy and Literature>라는학술지가 선정한 "최악의 필자 콘테스트에서 일등"으로 꼽히기도 했음을 지적한다. 영문학 박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주디스 버틀러에 입문했다는 조현준 교수는 흥미롭게도, "글보다는 강의가 훨씬 쉽게 다가온다는 수강생들의 응원에 힘입어 (p. 22)" <젠더는 패러디다>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집필 동기를 밝힌다.
 
*
 <젠더는 패러디다>의 여는 글 조차 패러디식 제목 "Gender Retroble"로 시작하는 조현준 교수는 <젠더 트러블>의 역자로서의 사명감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독자에게 친절해지기!  난독증을 가독성으로!" 그런 이유에서 주디스 버틀러의 원서를 총 다섯 가지의  쟁점을 중심으로 재편했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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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에서는 <젠더 트러블>의 의의를 개괄한다. 아울러, ' Race Vs Ethnicity'식 이분적 논의를 넘어서려는 일련의 시도와 마찬가지로 'Sex Vs Gender'의 이분법을 파기하려는 주디스 버틀러의 주장을 살핀다. 버틀러에 따르면 "섹스마저도 상당 부분 문화적 구성물임, 즉 생물학적 성 역시 젠더가 작동된 결과 나타난 이차적 결과물 (p.224)"이라는 것이다.
*
2장에서는 보부아르의 이원론과 이리가레의 일원론에 대한 주디스 버틀러의 비판을 소개한다. 페미니즘에 관심 없는 이라도 한 번 쯤을 들어보았을 그 유명한 보부아르의 논의,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에는 "전체와 완전을 의미하는 남성 주체의 대척점에, 결핍과 결여를 뜻하는 내재적이고 체현된 여성 타자가 부정적이고 여성적인 속성으로 서있다(p.48)"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리가레 역시 여성을 재현하는 데 어떤 존재론을 가정하는데 이는 명사가 아닌 동사로서의 젠더 개념과 상치된다. 결국 보부아르나 이리가레는 어떤 보편 구조를 설정함으로써 당대의 담론 질서나 제도 권력에 대한 계복학식 접근을 불가능하게 한다(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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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어렵게 읽은 3장에서는 버틀러가 전복적 논의들이 지닌 한계나 논쟁 지점을 소개한다. 비판이 되는  리비어와 라캉의 저서를 읽어 보지 못했기에, 그들의 논의가 과거의 논의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해방의 이상을 설정함으로써 다른 대안을 낭만화한다는 비판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다행이도 조현준 교수의 <파리는 불타고 있다> (1990) 리뷰를 통해서 가면으로서의 여성성의 의미, '전복의 양가성 (131)'을 조금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4장에서도 조현준 교수는 각 장의 쟁점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보너스처럼 대중문화 속의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다.  4장에서는 가브리엘 바우어 감독의 <비너스 보이즈>를 소개해준 덕분에 버틀러의 난해한 개념중, '수행성 performativity'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5장에서는 주디스 버틀러가 왜 '몸'을 다룬 유명한 여성페미니스트 크리스테바의 이론을 자가당착의 모순이라고 비판하는지를 소개한다. 아울러 현실에서의 출산과 모성이라는 문제를 (사) 한국여성연구소에서 제작한 <여성의 몸과 출산>이라는 다큐멘터리와 단편영화 <신호>를 통해 접근한다.아쉽게도 전자의 다큐멘터리는 비디오테잎 형태로만 존재한다고 해서 구매할 수 없었다. 
*
마지막 쟁점으로서는 푸코와 위티그의 비판 지점을 소개한다. 위티그의 경우 레즈비언을 하나의 존재론적 이상으로 설정함으로써 "레즈비언이 남녀의 이분법에 기반한 여성을 초월하는 존재론적 위상을 차지하면서 또 다른 권력이 될 수 (p.200)" 있다고 버틀러는 비판한다. "정신부석학과 해체혼적으로 재해석된 푸코의 계승자 (29)"로서의 버틀러는 푸코의 섹슈얼리티 계보학에는 찬성한다. 다만 <에르퀼린 바르랭의 일기> 서문에서 푸코가 "에르퀼린의 쾌락을 비정체성의 행복한 중간지대로 낭만화 (179)" 한다고 비판한다.
*
 <젠더는 패러디다>는 거듭 읽으면서 한 문단, 한 쟁점씩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재미를 주는 인문서이다. 버틀러는 "여성을 하나의 정치 주체 집단으로 범주화하려는 페미니즘의 노력에 저항하기 때문에 기존 페미니즘과 트러블을 일으(31)"켰는데 9*11 사건 이후 관심의 지평을 넓혔다. 결국 버틀러가 "모든 인간이 제도와 체계를 통해 서로 상호 의존하며 사는 비자족적 존재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비규범적인 삶을 사는 다른 이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는 공존의 삶 (216)"을 모색한다는 것이 조현준 교수의 버틀러 읽기였다.
 
* 현암사 측에서는 각주를 본문에 펼침 정보로 처리해주었고, '깊이 읽기' 코너에서 분석의 대상인 영화나 다큐멘터리에는 사진 자료를 더해 소개해주었다.
*
 
 

* "주디스 버틀러 서지 목록"과 "인명 사전" 및 찾아보기 페이지가 있어서 주디스 버틀러를 축으로 가지치기식 공부를 해나가고픈 이들은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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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
마크 펫.게리 루빈스타인 지음, 노경실 옮김 / 두레아이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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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

 

 

 
 
백과사전을 즐겨보는 만큼이나 그림책도 좋아하는 9세 아이가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를 조용히 앉아서 읽더니만 한 마디 던집니다. "난 그래도 실수 하는게 더 귀여운데..... 엄마도 어른이여도 귀엽던데요. 실수 잘하잖아요." '뼈있는 농담인가?' 웃어야할지 부끄러워해야할지 싶으면서도 아이가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를 잘 읽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제가 인 이 작품에는 결코 실수해본 적 없는 여자 아이가 등장합니다. 이름은 베아트리체. 아이의 꼼꼼한 성격은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서도 드러납니다. 베아트리체는 같은 시각에 일어나고, 짝을 맞추어 양말을 신고, 버터와 잼도 똑같은 크기로 떠내어 빵에 바르지요.  그냥 평범한 아이인줄 알았던 베아트리체가 학교에 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 기자들의 사진 플래쉬가 터집니다. 

*
베아트리체는 3관왕이었어요. 장기자랑 대회의 3관왕. 결코 실수하지 않는 아이로 유명했답니다. 대회에서 뿐 아니라 일상의 삶, 학교 생활에서도 실수와는 거리가 멀었어요. 심지어는 요리 시간에 달걀을 네 개나 떨어뜨렸는데도 잡아 냈답니다. 두 손과 발과 입을 이용해서요. 그렇다고 베아트리체가 자신에 대해 자랑스럽고 즐거웠을까요? 작가 마크 펫과 게리 루빈스타인은 완벽쟁이 베아트리체를 우울하게 그려놓았네요. 식욕도 없어보이고, 심지어는 친구들하고 자유분방하게 놀지도 못해요. 스케이트를 타다가 넘어지는 실수를 할까봐 두려웠던 것이지요.

 
베아트리체가 장기자랑 대회에 나가던 날 역시, 표정이 어둡습니다. 혹시나 실수할까 하는 조바심때문에 마음에 납이라도 얹어놓은 듯한 표정입니다. 물론 신중한 베아트리체는 실수의 여지를 남겨놓지 않은 저글링 장기를 선보입니다. 공 3개를 던져 받는 것이 아니었어요. 물 풍선, 햄스터, 그리고 소금통이었지요.
그런데 왠걸요? 평소의 소금통과 달리 공중에서 검은색 가루를 뿌리지 않겠어요?


 
후추였어요.  후추를 마신 햄스터는 재채기를 하며 물풍선을 긁었고, 물풍선을 베아트리체의 머리 위에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어요.  그래서 베아트리체의 장기자랑이 재앙이 되어 버렸냐고요? 사실, 무대 위에서 미동도 안한채 자신의 실수에 대해 어쩔줄 몰라하는 베아트리체를 보는 독자들은 소녀가 금방이라도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지요.  

 
 
과연 베아트리체는 이 커다란 실수를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의 후반부에 가면 친구들과 스케이트를 타고 놀면서 넘어져도 까르르 거리는 베아트리체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네, 그렇게 베아트리체는 완벽주의에의 중압감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워졌어요. 실수 하여도 모두가 자신을 비난하는 것도, 자신의 정체성이 일순 흔들리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실수하여도, 여전히 나다울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어요.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는 비단 실수를 두려워하는 아이들 뿐 아니라, 자기 안에 실수를 두려워하는 어린아이를 여전히 품고 사는 성인에게도 권하고 싶은 힐링 그림책이랍니다.
 

*아래 이미지는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의 본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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