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 : 논어 편 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
박수밀 지음, 김태형 그림 / 길벗스쿨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

 

 


 

20150710_122551.jpg

 

 

SNS용 약어와 이모티콘이 완결된 문장을 대신하는 시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두드려대기 여념이 없습니다. 키보드건, 스마트폰 액정이건 두드려대다 보니 직접 연필을 깎고 손에 힘을 주어 글씨 쓸 필요도 기회도 적어집니다. 심지어는 책 읽어주는 TV며 특수펜이 유행하는 와중에 아날로그의 우아함이 들어설 자리가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사실 직접 손으로 쓰면서 책 읽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독서방법인데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기적의 명문장 따라 쓰기 - 논어편>의 출간 소식에 기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문학 박사로서 현재 한양대학교에서 한문학 강의를 하는 박수밀 저자가 어른이들에게 동양 최고의 고전이라는 ‘논어’를 필사할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길벗스쿨의 신경아 편집자와 협업하여, ‘논어’라지만 어렵지 않고 따라 쓰고 싶어지게 구성했습니다.


 

20150710_122619.jpg


한자라고는 ‘마법 천자문’ 독파하고 학교에서 한자 인증제를 위해서 낱글자 외우는 수준으로만 공부해온 아이가 웬일로 <기적의 명문장 따라 쓰기 - 논어편>에 반색을 합니다. 자기발로 걸어가서 문방구에서 새 연필을 사오지 않나, ‘잘 써보고 싶다’는 의욕에 눈이 반짝입니다.

 

책을 펴자마자 거두절미, 글자부터 따라 쓰려는 아이에게 ‘머리말’을 읽어주었습니다. 저자 박수밀은 조선시대 최고의 독서광 이덕무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책은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는 것이 손으로 써보는 것만 못하다. 대체로 손이 움직이면 마음이 반드시 따라가기 마련이다. 스무 번을 보고 외운다 해도 한 차례 베껴 써 보는 효과만 같지 못하다”라며 필사의 유용성과 효과를 강조합니다.

 

 

 

 <기적의 명문장 따라 쓰기 - 논어편>은 50일 동안 집중할 수 있도록, 50개의 문장을 5개의 장으로 묶어서 배치했습니다.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장 배움: 사람은 평생 배어야 한다.

 

2장 말과 행동 : 말과 행동이 마음가짐의 시작이다.

 

3장 자아성찰 : 스스로 나를 돌아보는 하루

 

4장 군자의 인품 : 사람의 됨됨이란?

 

5장 관계: 나, 너 그리고 우리  

 

20150710_122728.jpg


20150710_122732.jpg

 

 

20150710_122635.jpg


최근, 팔이 부러져서 학교며 학원을 쉬고 있는 아이는 배움의 소중함을 느끼나봅니다. 마침 따라쓰기 첫 번째 문장이 學而時習之不亦說乎(학이시습지불역열호)였습니다. "배우고 때마다 그것을 익히면 기쁘지 않겠는가?"라는 말을 따라 쓰면서 아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엄마가 한 번, 아이도 한 번, 한글로 한 번, 한자로도 한 번, 여러 번 따라 쓰면서 큰 소리로 읽어봅니다. 의미를 바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다행히, "생각 다지기"와 "생각 넓히기"에서 의미를 쉽게 풀어 설명해줍니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사례로 의미를 깊이 탐색하고 다음 페이지로 넘기기를 권장합니다. 

 

20150710_121608.jpg


 

20150710_121615.jpg


 

20150710_122705.jpg

 

 

 


20150710_125654.jpg 
 좋은 것은 나눠야 더 커지겠지요? 의미있는 논어의 명문장을 가족과 함께 써보고 그 뜻을 의미해보면 어떠할까요? <기적의 명문장 따라 쓰기 - 논어편>의 독특한점 중 하나가, 엄마 아빠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열심히 연필 눌러 논어 문장을 필사해왔는데 엄마 아빠가 나몰라라 할 수 없겠지요? 악필이 부끄럽지만 정성껏 문장을 함께 써보고 소리내어 읽어봅니다. 귀한 시간이었어요.
 

20150712_193847.jpg

 

 

아직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했지만 책 부록으로 논어원문 카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도톰하게 코팅된 종이에 잘라내기도 편해서 이동하면서나 외출해서 휴대하기 편하겠네요. 스마트폰으로 연애가 기사 검색하는 시간에 논어 한 문장 외우라면 너무 고리타분하게 들릴까요? 그래도 한 번 시도해보렵니다. 계속 <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 50일간 채워나가며 후기 올리겠습니다.

 
 
20150712_193859.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똑똑한 식스팩 - 영화번역작가 이미도의 창조력 상상력 복근
이미도 지음, 헌즈 그림 / 디자인하우스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똑똑한 식스팩


20150707_151746.jpg

 




공부 좀 해보겠다고 읽을 거리 잔뜩 들고 도서관에 갔다가 왠걸....서가에 꽂힌 책 제목만 구경하자는 것이, 팔이 묵직근해질만큼 책 뽑아들었다가, 결국 폭식하듯 먹어치우게 되었다.

3시간 만에 <디지털 치매>, <편의점 사회학>, <똑똑한 식스팩>을 속독으로 정리하고 왔다.

*

영화 좀 봤다는 사람이야 이미 다 알겠지만 <똑똑한 식스팩>의 저자이자 외화번역가, 강연자인 이미도씨는 남성이다. 일부에게는 커밍아웃으로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화번역가인 그는 번역으로만 20000시간을 작업했단다. 본인이 이야기하는 AAA(amusement + ability + accmulation)을 실제 실천한 셈인데, 정녕 좋아하는 영화를 맘껏 보며 잘 하는 외국어(영어) 실력을 활용하여 일하기를 꾸준히 했더니 절로 다른 길이 열리더라는 말이다. 신문기사 청탁에 책 써보라는 의뢰가 들어와 책을 펴냈더니, 이번에는 강연 요청도 간간히 들어오나보다. 읽고 보고 쓰는 것이 업인지라, "많이 보고 많이 읽는 만큼" 숙명처럼 작가가 된 이미도.   <똑똑한 식스팩>은 인터넷 서점의 평들이 좋아서 호기심에 집어든 그의 최신간이다.


그는 근육만큼이나 뇌에도 식스팩을 만들 수 있는데, 바로 창조적 사고를 통해 가능하다한다.  <똑똑한 식스팩>의 여러 메세지 중 내가 꼽은 핵심은, 디지털 중독에 대한 경고!  '백설공주'를 끌어와 이미도가 하는 이야기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검색으로 얕은 지식을 핥고 다니는 것은 마녀의 독사과 먹는 것과 같은 자살행위이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쪼가리 지식"은 결국 뇌의 식스팩을 셀룰라이트로 바꾸는 독이다. 깊은 사고는 독서와 창의적 놀이와 몰입에서 나온다.

*


디자인 하우스의 편집 실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독특한 편집이 인상적이어서 책읽다 말고 여러 컷 찍어두었다. 이미도는 언어를 다루는 직업인인만큼 언어에 대한 감각, 특히 언어를 가공하고 새로 조합해 창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똑똑한 식스팩>에서 이미도의 비장의 무기, 식스팩을 살짝 엿보았다.  

 

 

20150707_151931.jpg

 


 

 

20150707_151721.jpg


 

20150707_152514.jpg


 

20150707_153237.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통방통 한복 신통방통 우리나라 11
박현숙 지음, 김은정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신통방통 한복

layout 2015-7-7.jpg


'신통방통 우리나라'  시리즈에서는 그동안 태극기, 독도, 한글, 우리 놀이, 숭례문, 경복궁, 거북선, 고려청자, 석굴암, 팔만대장경을 다뤄주었습니다. 최신간인 11권에서는 아름다운 우리 옷 한복을 집중 소개해준답니다. 10세 아이는 마침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우리 옷에 날개를 달다>와 <조선 시대 옷장을 열다> 등의 책을 읽으며 한복을 알아가던 아이인지라 <신통방통 한복>을 받아들고 무척 좋아합니다. 왠지 소리내어 읽어주고 싶어서 <신통방통 한복>을 읽어주다가 몇 번을 뭉클해서 눈물을 흘렸네요.

*

<할머니가 사라졌다> 의 박현숙 작가는 이번에도 입체적이고 현실감 있는 어린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어요. <신통방통 한복>에서는 초등학생 다성이가 주인공이지요. 사실 이름보다도 '파란 팬티'로 더 빨리 각인이 됩니다. 컬러 감각, 패션 감각 '꽝'이라시는 엄마가 파란 팬티만 사주셔서 매일 같은 색 팬티만 입는 아이거든요. 그런 다성이가 큰 사고를 쳤습니다. 컵라면에 물 붓고 기다리다가 그만 소파 위에 놓였던 보자기 속 한복에 라면을 쏟았어요. 아리따운 수가 놓인 하얀 저고리였지요. 유명 여배우의 의뢰를 받아 할머니께서 만드신 한복이었습니다. 엎드려 사죄해도 모자를 판에, 다성이는 쇼파 위에 한복을 놓아두신 탓이라며 할머니를 비난하지 않나 "물어 주면 되잖냐?"고 어이없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할머니께서는 그런 다성이를 오히려 용서하시고 다독이시며 '화동'을 할 기회까지 주십니다. '화동'이요?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한복입고 꽃다발 들고 손님맞이를 하는 어린이를 말합니다.


 

20150706_152452.jpg


한복을 '고리타분한 옷'이라고 생각했던 다성이였지만 좋아하는 아역 배우 동그래도 화동을 한다는 말에 냉큼 "그럼 할게요."라고 대답합니다. 화동이란 단지 한복 입은 아이만을 가리키지 않았습니다. 60여년 한복만들기 외길을 걸어오신 한복 장인 할머니께서는 다성이에게 한복의 의미와 한복 입는 법, 나아가 한복을 입을 때의 몸가짐과 마음가짐까지 알려주시고 싶어하십니다.

처음엔 대님을 '대순'이라고 부르고, 화장실 다녀오다 한복 바지가 벗겨져 곤경을 겪은 다성이지만 점차 화동으로서, 한복 장인의 손주로서 사명감을 느낍니다. 한복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깨닫기도 했고요. 독자는 할머니께 한복을 배우고 한복을 사랑하게 되는 다성이를 따라 점점 한복의 신통방통함에 매료되지요.

* 

20150706_152525.jpg


  다성이는 그저 개인 차원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데서 나아가 국가 외교 사절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답니다. 한복 입기를 거부하는 외국 대통령에게 한복 입기를 권유했지요. 영어도 못 하는 데 어떻게 했느냐고요? 다성이는 한복의 아름다움을 입어서 알리고, 표정과 몸짓으로 한복에 대한 자부심을 그 대통령 앞에서 보여주었거든요. 물론, "대통령 아저씨도 한복을 입으면 이 중에서 제일 멋질 거예요."라는 귀여운 립 서비스도 통역사를 통해 전했고요. 결국 외빈으로서의 대통령은 한복을 입었답니다. 다성이의 기특함이 여기까지냐고요? 다성이는 한복 못지 않게 신통방통하답니다. 외국 대통령이 고국에 돌아가서도 한복을 입을 수 있도록, 한복 입는 법을 영어로 적어서 직접 전달했다지 뭐예요.

*

20150706_152545.jpg


  

다성이의 신통방통한 변화를 기뻐하고 기특해하며, <신통방통 한복>을 읽다보면 한복의 종류, 입는 법, 한복 옷감 염색 등 다양한 정보를 얻게 된답니다. 이왕이면 확실한 복습! 아이와 한복의 부위별 명칭을 다시 공부해보았네요. 눈으로만 한복을 공부할 게 아니라, 다가오는 추석에는 꼭꼭 한복을 입어야 겠습니다!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책이나 박물관에서만 음미하려고만 든다면 지킬 틈도 없이 금새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요. 역시 한복은 입어야 맛이겠지요? 다성이처럼 그 맛을 느껴보아야겠습니다!

 

20150707_102800.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의 먼지가 내려와요 미래 환경 그림책 9
이경국 그림, 김수희 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의 먼지가 내려와요

 

 


 

20150625_184304.jpg



억울한 생각이 든다. 봄볕 쐰다고 참 무던히도 일부러 바깥 나들이 일부러 다닌 지가 몇 년 째인데...... 초미세먼지(PM 2.5)는 예전부터 있었으나, 정작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기에 일반인들은 그 명칭조차 모르고 볕 좋은 날이면 밖을 쏘다녔으니 억울하다. 솔직히 아직도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를 동의어라 생각하거나, "먼지도 마셔주어야 더 건강해진다"라는 궤변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웃어넘기는 이들도 보아왔다. 일반인으로서의 경각심은 대기질 안내지도가 보라색이나 갈색으로 덮여야 잠시 올라갈 뿐, 초미세먼지는 이내 삶의 다른 문제들에 자리를 내어준다. 눈에 직접 보이지 않고, 피해가 당장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방심하는 것이다. 특히 미술 시간이면 "하늘은 파란색"의 공식을 순진하게 따르는 꼬마들에게 '저 하늘에 독성 발암물질이 가득하니 밖에 나가지 말라'한들 그 말을 믿겠는가? 다행히도 <죽음의 먼지가 내려와요>같은 진지한 환경그림책이 있어 아이들에게도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생생하게 알릴 수 있다. 
 

20150625_184331.jpg


 

20150625_184342.jpg


 

실화를 바탕으로 쓴 이 그림책은 표지부터가 텁텁한 회갈색으로 덮여 있다. 이경국 그림작가가 오염된 공기의 무거움을 숨 막힐 듯 두꺼운 질감으로 잘 표현해냈다. 첫 장에는 귀여운 또래의 소녀 사진이 그려있다. 노래를 잘 불렀다는 메이링. 하지만, 이제 더는 노래하지 못하고 차가운 땅 밑으로 들어가버렸다. 미세먼지로 인한 폐암이 원인이라는데 믿어지지 않는다. 불과 여덟 살인데......, 아무 잘못도 없는 가련한 아이인데......, 장쑤 성 지역의 더러운 공기 마시면서 운동장에서 뛰어논 죄밖에 없는데.....

아이는 그렇게 친구, 메이링을 떠나 보냈다.

 

20150625_184412.jpg


 

20150625_184426.jpg

 

아이에게 새파란 맑은 하늘은 영화나 그림책 속 풍경일 뿐이다. 태어나서부터 줄곧 장쑤성 지역에 살아온 아이는 하늘이 원래 회색인 줄 안다. 경제가 급속히 발전한 지역답게 이 지역에는 많은 공장이 들어섰고 그 대가는 무고한 시민이 죽음과 질병으로 치르고 있다. 여덟 살 짜리 친구를 세상에 떠나보내고 혼자 아홉 살을 맞은 소녀. 아이는 훗날 아흔 살을 맞을 수 있을까? <죽음의 먼지가 내려와요>의 후반부에서 소녀가 독백한다. "나는 달라졌어요./ 이제 지난봄처럼 달릴 수 없어요. / 혹시 나도 메이링처럼 죽는 걸까요?" 페이지 한쪽에 그려진 수액 링겔이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김수희 작가는 긴 설명 필요 없이, 미세먼지가 왜 '은밀한 살인자'인지를 강렬하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메이링의 비극적 사연은 남의 일이 아니다!  
 

20150625_184445.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은 어떻게 지적 성과를 내는가 - 글로벌 컨설팅 펌의 지적 전략 99
야마구치 슈 지음, 이현미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그들은 어떻게 지적 성과를 내는가





 

20150707_185036.jpg


 



컨설팅에 문외한이며 비즈니스 관련서적은 거의 읽지 않지만, 궁금했다. 요즘 왜 이리 '컨설팅'이니 '컨설턴트'라는 말을 일상에서도 많이쓸까? '경영컨설팅'의 개념이 일상으로도 확대되어 심지어는 '수납 컨설팅'이니 '독서 컨설팅'이란 말이 전업 주부들의 수다에도 오르내린다. 바야흐로 지식을 특허내고, 지식을 돈 주고 사고 파는 전성시대인듯 하다. 그런데 정작 '컨설팅'이란 말은 많이 빌어 쓰면서 그 작업이 어떤 성질의 것인지 어떤 전략과 프레임을 구사하는지 알지 못하니 스스로 안타깝다.  그래서 집어든 책, <그들은 어떻게 지적 성과를 내는가>. '글로벌 컨설팅 펌의 지적 전략 99'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일본 아마존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올랐다. 역시나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저자가 집필했다. 저자 야마구치 슈는 약 2,000명의 기업인에게 '지적 생산 기술' 및 '지적 전략'을 강의하면서 아무리 스펙이 화려한 인재일지라도 '행동 방법'을 모르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깨달음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기존의 컨설팅 관련서에서 '사고의 기술'을 강조했다면, 그 생각을 손과 발로 실현해내는 '행동의 기술'을 집중공략한다. 메세지가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서 컨설팅 업계 관련자뿐 아니라 지적생산성을 높이고 싶은 일반대중에게도 충분히 흥미로운 책이다.

*


 

저자 야마구치 슈는 독자에게 99가지 충고를 돌직구로 던지며 가장 먼저, 지적 생산 작업에서의 차별화가 어떤 의미인지부터 짚고 넘어간다. 통상 '비교와 경쟁을 통한 차별화'를 떠올리겠지만, 저자는 '고객이 이미 보유한 지식과의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식의 변별화를 꾀할 것인가? 저자는 먼저 그 지식을 요청하는 고객, 즉 지적 성과의 수요자를 명확히 파악한 후 지식의 깊이와 넓이 중 어디에 승부수를 둘 지 결정하라고 충고한다. 이어 '최종산출물'의 '납품기일'(지식에 대한 일종의 경외감을 가진 나로서는 이런 표현이 상당히 어색하기만 하지만 저자는 컨설턴트로서 지식을 상품으로 취급하여 이런 표현을 채택한 듯 하다)까지 주어진 시간과 활용 가능한 자원을 확인한 후, 정보 수집에 돌입하란다.

*

"지적 생산은 결국 행동의 집적(集積)에 불과"(78쪽)하며 "정보량은 운동량에 비례(78쪽)"한다고 보는 저자는 2차 자료보다도 1차 자료를 중시하기에 컨설턴트더러 현장의 인류학자가 되보라고 요청한다. 구체적으로는 '벽 위의 파리(Fly on the wall)'관찰법을 쓰되 관찰자가 현장을 오염시키는 '호손 효과(Haethorne Effet)'를 최소화하고, 발을 많이 움직이라는 충고도 던진다. '행동하라'의 메세지는 단지 정보 수집 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정보 프로세싱 과정에도 적용되는데, 저자는 "손을 움직이지 않으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고민하는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110쪽)이라고까지 말한다. 실제 종이나 화이트보드를 최대한 활용하며 써보라는 의미이다. 직접 손으로 써보기와 마찬가지로 타인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준다고 한다.

*

이처럼 <그들은 어떻게 지적 성과를 내는가>에서는 지적 생산 과정을 ‘전략, 투입, 프로세싱, 산출’이라는 네 단계 순으로 설명하며, 각 단계에서 필요한 행동의 기술을 군더더기 없이 명령문으로 제시한다. 끝으로 ‘적층 지식 축적 전략’이라는 제목 아래, 지적 생산의 질과 효율성을 중장기적으로 높이는 전략을 소개하는데 물론 '깊은 독서'는 그 한 방편으로 빼놓지 않았다.

*

<그들은 어떻게 지적 성과를 내는가>를 읽다 보니 '경영 컨설턴트'란 지식 생산자인 동시에 지식 판매자라는 이미지가 그려졌는데, 다음의 문구에서 그 부정적 이미지를 약간이나마 수정할 수 있었다. 저자는 엘 고어 전미 부대통령의 <불편한 진실>을 여러 차례 예로 들면서, "지적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항상 행동을 제안한다.' 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96쪽)"고 말한다. 또한 지적성과로 세상과 소통하는 세 가지 방법으로,' '통찰,' '행동'을 꼽은 점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전반적인 흐름으로 보건데, 저자 야마구치 슈가 말하는 '행동'이란 세상의 변혁을 위한 실천이라기보다는 지적 생산 과정의 산출물을 원하는 고객을 만족시킬 해답으로서의 행동 방편일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지적 성과를 내는가>를 읽으며 '지식'의 가치, '지식 생산'의 주체와 방법, '지식 생산자'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 등에 대해서 저자와 교집합과 여집합을 고민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컨설팅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이 책은 분명 다른 메세지를 던져줄 듯 하니, 단언은 어렵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