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체력 이것은 살기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
피톨로지 지음, 한동석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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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

 

 

 
S라인? 짐승남의 근육을 새기려고? 관두시라, 나는 보다 실용적인 이유에서 운동한다. 바로 살기 위해! "저질체력 극복을 위한 생존체력"을 모토로 한 반가운 운동 지침서가 나왔다 바로 운동하는 글쟁이들의 모임 피톨로지의 첫 작품, <이것은 살기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
흥미롭게도 공저자의 약력은 여느 피트니스 서적과 달리 드라마틱하다. 우선 A로 불리우고 이 책의 실질적인 뼈대 제공자인 A는 10년동안의 프랑스 유학을 실패로 막 내리고 귀국해서는 알콜에 절은 폐인 모드로 지냈었다. 결혼하려던 남자와도 헤어졌기 떄문이었다. K는 본인 스스로도 '서울대생스럽다'에 더해질 수 있는 온갖 부정적인 속성, 슬리퍼에 추리닝 차람의 신림동 고시촌 거주자생의 속성을 가졌었다고 이야기할 만큼 머리쓰기만 좋아하고 운동을 싫어했다. 고시촌의 밥을 마구 퍼먹고 운동은 전혀 안했던 관계로 108kg에 육박하여 젊은 나이에 밤일조차 어려웠다고 고백한다. 그러던 차, A는 폐인모드에서 자기안의 질주본능을 깨웠고 이내 운동관련 자격증 수집에 열을 올리게 된다. 타고난 외모와 끼로 인기 PT(Personal Trainer)로 등극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한떄 신춘문예당선을 꿈꾸는 K역시 운동의 재미에 빠지고서는 문학전공에서 전향에서 현대 의과대학원에 재학중이다. 문학도였던 K의 성향탓일까, <이것은 살기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는 피트니스 지침서이면서도 재미난 소설처럼 읽힌다. 피트니스 지침서를 이렇게 재미있게 읽어보기도 처음이다. A, K 두 공저자 모두 솔직하고, 적어도 짧게나마 소위 사회의 "loser"가 될만한 속성을 안고 살았으나 콤플렉스를 운동으로 돌파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본인이 트레이너를 업삼고 현직 잘나가는 PT이면서도 A는 말한다. "맨몸 운동은 PT없어도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다.,......굳이 돈 들일 필요까지는 없다. 결국 당신은 트레이너에게 돈만 뜯기고 마는 셈이다. (37)" 저자들은 어쩌다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마조람이나 아티초크 같은 운동 말고, 매일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밥같은 운동을 4가지로 압축해 제시한다.
먼저, 스쾃! 시대를 불문하고 가장 핫한 다리운동이자 전신운동이라나. 스캇만 매일 제대로 해도 몸짱이 될 수 있단다. 최근 읽은 <남자의 밥상>에서도 꿀벅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던데, 스쾃을 한다면 문제 없을 것 같다.
둘째 버피, 일명 '고성능 자살점프'! 저자들의 표현을 빌자면 버피는 "운동 좀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저주에 가까우 후와 가장 큰 찬사를 동시에 받는 운동"이라고 한다. '버피 테스트'는 2차 세계대전이후 미군에서 입대 체력 검사용으로도 실시되었을 만큼, 장비와 도구 없이 체력 판단하는데 최고의 수단이기도 하다.
셋째, 맨몸운동의 진수인 푸시업! "내려갈떄는 가슴이 배보다 먼저, 올라갈 떄는 복근을 끌어올린다"는 느낌으로 하라. 체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이나 여성은 벽 푸시업이나 책상 푸시업 무릎 푸시업등으로 응용한 동작을 실시한다.
마지막으로 플랭크! '꿀복근과 꿀허리를 위한 특급처방'이라 한다.
 

 
<이것은 살기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에서는 파노라마식으로 연속 동작을 표현해주니, 스스로의 동작과 비교해가며 교정하면 좋겠다. 정확한 동작으로 운동해야 효과가 높을 테니까.
 
 
4가지 운동법이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생존체력 프로젝트를 실시해본다. 10분의 여유와 편하게 누울 바닥, 이 두가지만 있으면 된다한다.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받아 기록하고 체크해가며 운동을 진행하면 더욱 좋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 생존체력 프로젝트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는 최고의 효과를 낸다.


이왕 하는 운동, 동작이 정확해야 효과가 있다. 부상의 위험도 낮아진다. <이것은 살기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에서 잘못된 자세와 바른 자세를 꼼꼼하게 비교 설명해주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생존체력 프로젝트 입문자로서, 스스로의 자세를 교정해나가기에 더없이 고마운 PT와 같은 기능을 해주니까.


마지막 장인 5chapter에서는 생존체력과 병행해야할 식습관을 짚어준다. 개인적인 해석이겠지만 5chapter에 실린 건강 상식과 지침은 왠지 10년 타국에서 혼자 유학생활을 하고 싱글로서 자기 몸만 책임지면 되는 싱글족들의 편리 지향성이 가득 묻어나는 장 같다. "집밥이 독"이라며 엄마의 치정살인에 집밥을 비유한 점도 그렇고,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먹을 수 없다면서 인터넷 쇼핑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점에서 굉장히 놀라웠다. 지금도 A이상이지만, 아무래도 A와 K피톨로지가 A+++의 최상급이 되려며 먹거리와 영양학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져야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이것은 살기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는 기존의 운동지침서와는 확연히 차별되는 재미와 동기부여와, 실용성을 갖추었기에 생존체력을 갈망하는 지인들에게 선물하고픈 책이다. 나부터도 한동안은 스쾃의 재미부터 빠져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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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옷장을 열다>를 읽고 나서야 부끄러운 생각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내 나라, 내 조상들의 옷에 관심 한 번 가져본 적 없었구나!'하는........'백의 민족'답게 흰옷을 즐겨 입었다는 상식에 만족했습니다다.  이런 무심함을 꿰뚫어보았는지 저자 조희진은 이렇게 말합니다. "참 이상하고도 안타까운 일이 하나 있습니다.왜 그 사실을 우리만 모르고 있는 걸까요? (121쪽)" "외국인도 척척 찾아냈던 우리 옷에 담긴 조상들의 지혜를 이번에는 우리가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138쪽)"

안동대에서 의류학과 민속학을 공부하고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조선 시대 옷장을 열다>에서 옛 조상의 삶과 문화 역사를 의복과 의생활을 키워드로 탐색합니다. 초등학생을 타겟으로 집필한 책이지만, 우리 옷의 아름다움을 몰라주었던 성인에게도 훌륭한 공부거리, 읽을거리가 되어주네요.

 

네덜란드 작가 코스 메인데르츠가 쓰고, 안네테 피니흐가 그린 <행복을 그리는 할아버지>는 욕심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균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잠식해 들어갈 수 있는지, 진정한 자유로움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주는 그림책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초심'을 스스로 돌아보게 해주는 성찰의 잠언같기도 하고요.  그림그리는 재주가 있건 없건, 누구나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는 재능을 자기 안에 가지고 있을 거예요.  욕심이나 탁한 생각으로 편협하게 자기 안에 가두어 두어서는 결코 제대로 발현될 수 없고, 나눔으로써만 드러나고 점점 커지는........<행복을 그리는 할아버지>를 읽으며 내가 나누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봅니다. 이왕이면 구름처럼 무형이되 써도 써도 다시 생겨나고 예측할 수 없어 의외성의 기쁨을 주는 것이면 더 좋겠습니다. 

 

여름이 다가오는 만큼 운동복, 운동화도 새로 사고 의지를 다잡아봅니다. 지방 태우고 척추 바로 세워서 건강에 한걸음 다가가보고 싶은 욕심에. 서있기만 해도 라인이 살아난다는 제목은 누가 뽑았을까요? 제목만 읽어도 꼭 따라해보고 싶어지게 만드네요. 2여년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 무용수였던 임혜경이 직접 해보이는 발레 스트레칭과 동작을 DVD와 책을 통해 익힌다면 올 여름 자신감이 업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최근 2번이나 다시 읽으며 지인에게 열심히 권하는 책은 <남자의 밥상>하지만 6월 신간이 아닌지라 올리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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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덕 2014-06-08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시대 옷장을 열다...
저는 이미 리뷰 올린 책입니다,
행복을 그리는 할아버지 저도 읽어 보고 싶은 책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얄라알라 2014-06-10 16:40   좋아요 0 | URL
울 아이는 행복을 그리는 할아버지가 저 책을 직접 그린 줄 알고 읽더라고요^^
 
말랄라,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푸른숲 새싹 도서관 21
로즈메리 맥카니, 플랜인터내셔널 지음, 황세림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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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Day is Malala Day
말랄라,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교육의 혜택에 흠뻑 취해 있는 요즘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초등학생만 되어도, "어린이 권리"니 "인권"등의 단어를 구사합니다. 시중에 워낙 어린이 권리 동화가 많이 나와 있으니 접할 기회도 많습니다. 하지만, 글자를 배우고 싶어서 오빠가 쓰던 낡은 교과서를 꼭 품고 자는 소녀나, 여자 아이도 학교에 다닐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내는 소녀의 절절함을 피부로 느끼기에는 교육 과잉의 풍족함에 젖어 있지요. 대한민국의 아이들에게 2012년 가을, 등굣길 스쿨버스에서 총을 맞은 말랄라의 이야기 역시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파키스탄에 사는 이 소녀는 여자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걸 금지하는 탈레반의 만행을 방송국과 인터넷에 알렸습니다. 여자아이도 공부할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내다가 그만 탈레반의 총알에 희생될 뻔한 것이지요. 다행히 기적적으로 살아난 말랄라는 세상 모든 아이들의 교육 받을 권리를 실현시키고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최연소 노벨평화상 후보가, 2014년에는 '세계 어린이상'을 받았다지요.
UN이 말랄라의 생일인 7월 12일을 '말랄라의 날(Malala Day)'로 선포하자, 이에 영감을 받은 국제 구호 단체, '플랜인터내셔널(Plan International)'이 말랄라를 응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제작했답니다. 법률가 출신이자 플랜의 활동가인 로즈메리맥카니가 그 영상에 이야기의 숨결을 불어넣어주었지요. 이렇게 <말랄라,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가 세상에 태어난 것입니다.
*
<말랄라,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에는 총 28장의 총천연색 사진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모두 전세계 어린이들, 특히 소녀들의 모습을 담고 있지요. 도서출판 푸른숲 편집실의 선택이었는지, 유난히도 진한 핑크색이 많이 등장하여 희망의 메세지 채도를 높여줍니다. "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평화롭게 살고, 인간답게 존중받고,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말랄라가 대표로 나설 때, 아이들이 손을 높이 들고 함꼐 하겠대요.

 
 

 
 "왜 오빠만 공부시켜 주냐?"면서 새벽 2시에 깨서도 몽유병자처럼 책을 꺼내들곤 하는 야무진 6세 꼬마는 <말랄라,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의 메세지를 조금은 이해하나 봅니다.  '모두 다 공부하자니까 좋다"고 합니다. 단, 어린 나이에 강제로 결혼당하는 소녀의 사진을 보고 연실 "예쁘다"는 걸 보면, '강제 조혼'의 폭력성을 상상하지조차 못하는 것이지요. 연필을 쥐고 책을 읽어볼 기회도 박탈당한 채 강제 결혼으로 속박당해 자궁의 존재로서 한계지워지는 소녀들. 창공으로 비약할 수 있는데 날개조차 펴보지 못하고 주저앉게 되버리는 소녀들. 그들도 우리처럼 공부하고 존중받을 수 있게 하자고 말랄라가 목소리를 높이고 세계의 인권단체들이 힘을 모을 때, 세계의 어린이들도 함께 손을 높이 듭니다. 함께 하면 세상은 바뀔 수 있으니까요. 책 제목처럼 누군가가 대신 싸워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뒤로 물러서서 관망하지 말고, 함께 일어나 목소리를 냅시다. "책과 연필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삼아........  <말랄라,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를 전국의 모든 도서관과 초등학교 학급 문고로 보내주고 싶어집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모일 수 있도록!

 

 
* 리뷰 본문의 이미지는 <말랄라,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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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연습]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가족 연습 문학의 즐거움 45
린다 몰라리 헌트 지음, 최제니 옮김 / 개암나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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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족 연습

 

 

 

 

 

 

왠지 펑펑 울거나 눈물을 찔끔 흘리거나, 아무튼 눈물을 흘려야 이 책을 다 읽을 것 같았다. 화목해 보이는 다섯 명의 가족을 길 건너편서 바라보는 아이, 엄마나 아빠의 손 대신 낡아빠진 기린 인형 하나를 안고 끈 풀어진 낡은 운동화를 신고 있으니 줄거리가 짐작 되니 말이다. 제목 역시 <가족 연습>, 원제는 One for the Murphys! '소녀가 물끄러미 바라보는 가족이 아마도 The Murphys(머피 가족)일테지.....그들의 세계에 들어가지도 완전히 거부하지도 못하는 중간 지대의 One이 소녀겠구나' 싶었다. 예상대로 울면서 읽었다. 영화라면 뻔한 클라이맥스 장치가 동원된 장면이라 할텐데도 뜨거운 눈물이 주륵주륵 흘렀다. 가족애라든지 모성이 강조된 글에 강렬히 공감하는 독자로서의 성향 탓도 있겠지만 작가 린다 몰라니 헌트 (Lynda Mullaly Hunt)의 글솜씨 덕분이다. 시나리오 집필 코치로도 활약하던 그녀는 <가족 연습>으로  코네티컷에서 활동하는 어린이책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태시 월든 상'도 수상했다.

 

 

 

 

<가족 연습>의 캐릭터들은 마치 헐리우드 가족 영화 레서피에서 공통의 재료를 추출해낸 듯 한 전형성을 띤다. 우선 주인공이자 소위 '위탁아동'인 칼리는 환락과 방탕의 도시 라스베가스에서, 마찬가지로 방탕한 엄마와 폭력적인 새아버지 밑에서 살았다. 새아버지로부터 무자비한 폭력을 당했다.  하지만, 여느 성장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처럼, 독초처럼 살아남은 자만의 야생적 자생능력과 영민함을 갖추었다. 시니컬하면서도 예민하고 강인하면서 감성적이다.

칼리를 맡아주는 위탁 가정의 주부인 머피 여사를 보자. 모성성의 화신으로 묘사되는 그녀는 그 스스로가 위탁아동이었다. 작가가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머피 부인이 <아낌 없이 주는 나무>식 헌신적인 사랑으로 칼리를 품어내는 것은 어쩌면 어린 시절 머피 부인 스스로를 보듬어 안는 심리적 자가치유일지도 모르겠다. 칼리의 유일하고도 강렬한 우정, 토니는 또 어떠한가? 문화계에서 일하는 성공한 엄마와 부유한 아빠를 둔 토니와,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용 헌옷통이나 뒤져 옷을 입던 가난한 소녀 칼리. 적어도 물질적 풍요로움이나 사회적 외피로는 대칭점에 있어 보이는 두 소녀는 사실 '부모의 사랑에 목마름'이란  아픔을 공유한다.

*

  이야기는 무르익어, '불우했던' 칼리는 '진짜 가족스러운' 머피 가족을 만나, 처음에는 거부와 질투 이질감, 다음에는 부러움과 동화, 마지막 단계에서는 다시 핏줄로서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는 끝난다. 물론 예전과는 다른 칼리이다. 머피 가족과의 만남을 통해 가족되기를 연습하여 한층 성숙해지고, 한층 친엄마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된 칼라로서. 불우한 가정에서 위탁 가정으로 보내진 소녀가 가족애를 배우고 성장해간다는 다소 진부한 소재이지만,  린다 몰라니 헌트의 글 솜씨는 <가족 연습>을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독특한 이야기로 만들었다. 특히 "단지 초록색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사악한 마녀 취급을 받는 (185)" 뮤지컬 <위키드 Wiked>의 엘파바 캐릭터를 통해 토니와 칼리의 우정을 점화시키는 부분이라든지, <아낌 없이 주는 나무>를 매개로 머피 부인의 따스한 모성성을 부각시키는 등, 감성을 자극하는 장치가 곳곳 숨어 있다.

*

 

 대사처리 역시 압권이다.  한자리에서 읽기엔 다소 두터운 책이지만 <가족 연습>을 기꺼이 다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인상적인 대사의 퍼레이드. 예를 들어, 머피부인이 진짜 칼리의 엄마라고 생각했던 토니가 칼리에게 "엄마가 네 농담에 웃어 준다고 너무 자만하지 마라. 엄마라는 사람들은 자식이 냅킨 조각에 한 낙서까지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니까 (p.210)"라며 짖궂음반 부러움반을 쏟아내는 대목이 그러하다. 무엇보다 <가족연습>은 잘 번역된 한글 제목 그대로 '주어지고 완성된 것'이 아닌 '만들어가고 배워가는 가족만들기, 가족 연습'을 시켜준다는 점에서 감동적이다. 소위 사회에서 '정상가족'이라고 여기는 경계 밖 가족과 사람들에게 편견 아닌 따스한 시선을 보내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고. 개암나무에서 청소년을 위한 문학서 시리즈로 번역 출간하였지만 청소년은 물론 성인에게도 강력히 권하고 싶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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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상상 2014-05-19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수고많으셨어요 ^^

얄라알라 2014-05-19 23: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알라딘 댓글은 어색한데 반가워요^^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
마크 펫.게리 루빈스타인 지음, 노경실 옮김 / 두레아이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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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

 

 

 
 
백과사전을 즐겨보는 만큼이나 그림책도 좋아하는 9세 아이가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를 조용히 앉아서 읽더니만 한 마디 던집니다. "난 그래도 실수 하는게 더 귀여운데..... 엄마도 어른이여도 귀엽던데요. 실수 잘하잖아요." '뼈있는 농담인가?' 웃어야할지 부끄러워해야할지 싶으면서도 아이가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를 잘 읽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제가 인 이 작품에는 결코 실수해본 적 없는 여자 아이가 등장합니다. 이름은 베아트리체. 아이의 꼼꼼한 성격은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서도 드러납니다. 베아트리체는 같은 시각에 일어나고, 짝을 맞추어 양말을 신고, 버터와 잼도 똑같은 크기로 떠내어 빵에 바르지요.  그냥 평범한 아이인줄 알았던 베아트리체가 학교에 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 기자들의 사진 플래쉬가 터집니다. 

*
베아트리체는 3관왕이었어요. 장기자랑 대회의 3관왕. 결코 실수하지 않는 아이로 유명했답니다. 대회에서 뿐 아니라 일상의 삶, 학교 생활에서도 실수와는 거리가 멀었어요. 심지어는 요리 시간에 달걀을 네 개나 떨어뜨렸는데도 잡아 냈답니다. 두 손과 발과 입을 이용해서요. 그렇다고 베아트리체가 자신에 대해 자랑스럽고 즐거웠을까요? 작가 마크 펫과 게리 루빈스타인은 완벽쟁이 베아트리체를 우울하게 그려놓았네요. 식욕도 없어보이고, 심지어는 친구들하고 자유분방하게 놀지도 못해요. 스케이트를 타다가 넘어지는 실수를 할까봐 두려웠던 것이지요.

 
베아트리체가 장기자랑 대회에 나가던 날 역시, 표정이 어둡습니다. 혹시나 실수할까 하는 조바심때문에 마음에 납이라도 얹어놓은 듯한 표정입니다. 물론 신중한 베아트리체는 실수의 여지를 남겨놓지 않은 저글링 장기를 선보입니다. 공 3개를 던져 받는 것이 아니었어요. 물 풍선, 햄스터, 그리고 소금통이었지요.
그런데 왠걸요? 평소의 소금통과 달리 공중에서 검은색 가루를 뿌리지 않겠어요?


 
후추였어요.  후추를 마신 햄스터는 재채기를 하며 물풍선을 긁었고, 물풍선을 베아트리체의 머리 위에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어요.  그래서 베아트리체의 장기자랑이 재앙이 되어 버렸냐고요? 사실, 무대 위에서 미동도 안한채 자신의 실수에 대해 어쩔줄 몰라하는 베아트리체를 보는 독자들은 소녀가 금방이라도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지요.  

 
 
과연 베아트리체는 이 커다란 실수를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의 후반부에 가면 친구들과 스케이트를 타고 놀면서 넘어져도 까르르 거리는 베아트리체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네, 그렇게 베아트리체는 완벽주의에의 중압감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워졌어요. 실수 하여도 모두가 자신을 비난하는 것도, 자신의 정체성이 일순 흔들리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실수하여도, 여전히 나다울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어요.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는 비단 실수를 두려워하는 아이들 뿐 아니라, 자기 안에 실수를 두려워하는 어린아이를 여전히 품고 사는 성인에게도 권하고 싶은 힐링 그림책이랍니다.
 

*아래 이미지는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의 본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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