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신드롬 - 자기계발을 부추기는 세상에서 중심 잡기
칼 세데르스트룀.앙드레 스파이서 지음, 조응주 옮김 / 민들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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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신드롬』 공저자 칼 세데르스트룀(Carl Cederström)와 앙드레 스파이서(André Spicer)는 각각 스웨덴 스톡홀름 경영대학원 조교수, 영국 런던시티대학 CASS경영대학원 교수이다. 경영학자들의 렌즈로 보는 21세기 건강 이슈. 왠지 건강의 자원화, 산업화에 손 들어주는 내용이 아닐까 비딱한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가 '홀릭!' 완전 재미있다. 

젊은 두 학자의 케미도 흥미로운데, 다음 책 [자기계발을 위한 몸부림]도 이미 찜!



비록 한국판 제목은 "건강 신드롬"이지만, 원어는 "Wellness"이다. 저자들은 이 웰니스가 "현대인이 끊임없이 되뇌어야 하는 도덕적 요구"(11쪽), 즉 이데올로기화 되었다며, '웰니스 명령이 어떻게 현대 사회에 등장했는지, 실제로는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방해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쉬운 예를 빌어오자. 우리는 새해 금연 결심을 지키지 못하면, 3kg감량에 성공하지 못하면, 빅맥 햄버거를 먹고 나서, 불안, 자기 비난, 죄책감에 시달린다. 사회가 이상으로 추구하는 '건강'과 '건강한 몸'이 도덕적 의무(moral obligation)이자 개인차원에서 관리 가능한 영역으로 제시되면서, 이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들은 스스로를 자괴감에 빠진다. 

1장 완벽한 인간

※ 행복 산업으로서의 행복 코칭

- peak performance

- 소원학자(wnatologist)의 컨설팅: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 뭔지 찾아주는 전문가

- ideology of life coaching : 자기 책임의 이데올로기 강화, 내면화

-'뭐든 다 하는' 현재형 인간: 유연성, 회복탄력성, 유동성, 연결성, 자기 표현력 등에 가치 부여, 자기 긍정

만병통치약으로서의 '마음챙김(mindfulness)' : 심지어 실리콘 밸리의 Google뿐 아니라 미국 해병대에서도 '마음챙김' 프로그램 도입 // "마음챙김 교리는 현대 경제의 구조적 불안정성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을 넘어, 비영속성, 지속적 유동성과 변화 등의 원인을 심각한 고용불안과 대인관계의 균열을 낳는 경제에서만 찾을 수 없다는논리에 힘을 실어준다...(중략)...외부적 현실, 제도, 관꼐 등 '다른 곳'은 모두 일시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상황에서, 내가 기댈 곳은 오직 내 몸과 그 안의 은밀한 지혜뿐이다." (49쪽) 

웰니스 신드롬 이면의 탈정치화 효과: "흡연은 바보 같은 짓이고, 따라서 흡연자도 바보일 거라는 주장이다. 이것이 바로 도덕화의 핵심, 즉 탈정치화 효과이다. 도덕적 언어로서 흡연자를 낙인찍는 동시에 낙인찍기가 정치와 무관한 도덕의 영역이라고 우길 수 있다." (54쪽)


2장 "건강의 장삿속"

- 건강 경영, 일과 운동의 경계 허물기: 예] 사무용 운동기구, 사내 웰니스 프로그램, Scania의 '24시간 직원 정책' 

- 자본주의의생산과 소비의 최후의 장벽은 수면욕, 이 수면욕을 정복하고자 하는 기술장치의 등장

24/7 잠의 종말
24/7 잠의 종말
저자
조너선 크레리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4.11.21.

※하층민은 냄새가 난다

- CHAV(Council House and Violent(Vulgar)

- 노동계층을 역겨워하도록 '혐오의 정치'( Ange Marie Hancock)

- 미국의 경우 wellfare queen

- Jamie Oliver의 '요리 이념화': 제이미 올리버를 이토록 신랄하게 까대다니! 저자들은 제이미 올리버가 영국은 물론 바다 건너 미국에까지 일으켰던 음식 혁명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경악한다 한다. "(영국 빈민층 아이들의 교육 기회 박탈 같은) 심각한 사회정책상의 문제를 요란한 식습관 개선 프로젝트로 해결할 수 있다고 단정하는 그 대담함 떄문이다. (104쪽)" 2챕터를 읽으며 "음식문맹"이라는 용어를 (은근한) 도덕적 힐난의 의미로 써왔던 경솔함이 부끄러워졌다. 

1장 완벽한 인간

※ 행복 산업으로서의 행복 코칭

- peak performance

- 소원학자(wnatologist)의 컨설팅: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 뭔지 찾아주는 전문가

- ideology of life coaching : 자기 책임의 이데올로기 강화, 내면화

-'뭐든 다 하는' 현재형 인간: 유연성, 회복탄력성, 유동성, 연결성, 자기 표현력 등에 가치 부여, 자기 긍정

만병통치약으로서의 '마음챙김(mindfulness)' : 심지어 실리콘 밸리의 Google뿐 아니라 미국 해병대에서도 '마음챙김' 프로그램 도입 // "마음챙김 교리는 현대 경제의 구조적 불안정성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을 넘어, 비영속성, 지속적 유동성과 변화 등의 원인을 심각한 고용불안과 대인관계의 균열을 낳는 경제에서만 찾을 수 없다는논리에 힘을 실어준다...(중략)...외부적 현실, 제도, 관꼐 등 '다른 곳'은 모두 일시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상황에서, 내가 기댈 곳은 오직 내 몸과 그 안의 은밀한 지혜뿐이다." (49쪽) 

웰니스 신드롬 이면의 탈정치화 효과: "흡연은 바보 같은 짓이고, 따라서 흡연자도 바보일 거라는 주장이다. 이것이 바로 도덕화의 핵심, 즉 탈정치화 효과이다. 도덕적 언어로서 흡연자를 낙인찍는 동시에 낙인찍기가 정치와 무관한 도덕의 영역이라고 우길 수 있다." (54쪽)


2장 "건강의 장삿속"

- 건강 경영, 일과 운동의 경계 허물기: 예] 사무용 운동기구, 사내 웰니스 프로그램, Scania의 '24시간 직원 정책' 

- 자본주의의생산과 소비의 최후의 장벽은 수면욕, 이 수면욕을 정복하고자 하는 기술장치의 등장

24/7 잠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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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너선 크레리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4.11.21.

※하층민은 냄새가 난다

- CHAV(Council House and Violent(Vulgar)

- 노동계층을 역겨워하도록 '혐오의 정치'( Ange Marie Hancock)

- 미국의 경우 wellfare queen

- Jamie Oliver의 '요리 이념화': 제이미 올리버를 이토록 신랄하게 까대다니! 저자들은 제이미 올리버가 영국은 물론 바다 건너 미국에까지 일으켰던 음식 혁명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경악한다 한다. "(영국 빈민층 아이들의 교육 기회 박탈 같은) 심각한 사회정책상의 문제를 요란한 식습관 개선 프로젝트로 해결할 수 있다고 단정하는 그 대담함 떄문이다. (104쪽)" 2챕터를 읽으며 "음식문맹"이라는 용어를 (은근한) 도덕적 힐난의 의미로 써왔던 경솔함이 부끄러워졌다. 

1장 완벽한 인간

※ 행복 산업으로서의 행복 코칭

- peak performance

- 소원학자(wnatologist)의 컨설팅

- ideology of life coaching

-'뭐든 다 하는' 현재형 인간

만병통치약으로서의 '마음챙김(mindfulness)' : 심지어 실리콘 밸리의 Google뿐 아니라 미국 해병대에서도 '마음챙김' 프로그램 도입 // "마음챙김 교리는 현대 경제의 구조적 불안정성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을 넘어, 비영속성, 지속적 유동성과 변화 등의 원인을 심각한 고용불안과 대인관계의 균열을 낳는 경제에서만 찾을 수 없다는논리에 힘을 실어준다...(중략)...외부적 현실, 제도, 관꼐 등 '다른 곳'은 모두 일시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상황에서, 내가 기댈 곳은 오직 내 몸과 그 안의 은밀한 지혜뿐이다." (49쪽) 

웰니스 신드롬 이면의 탈정치화 효과: "흡연은 바보 같은 짓이고, 따라서 흡연자도 바보일 거라는 주장이다. 이것이 바로 도덕화의 핵심, 즉 탈정치화 효과이다. 도덕적 언어로서 흡연자를 낙인찍는 동시에 낙인찍기가 정치와 무관한 도덕의 영역이라고 우길 수 있다." (54쪽)

2장 "건강의 장삿속"

- 건강 경영, 일과 운동의 경계 허물기: 예] 사무용 운동기구, 사내 웰니스 프로그램, Scania의 '24시간 직원 정책' 

- 자본주의의생산과 소비의 최후의 장벽은 수면욕, 이 수면욕을 정복하려는 기술장치의 등장

※하층민은 냄새가 난다

- CHAV(Council House and Violent(Vulgar)

- 노동계층을 역겨워하도록 '혐오의 정치'( Ange Marie Hancock)

- 미국의 경우 wellfare queen

- Jamie Oliver의 '요리 이념화': 저자들은 제이미 올리버가 영국은 물론 바다 건너 미국에까지 일으켰던 음식 혁명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경악한다 한다. "(영국 빈민층 아이들의 교육 기회 박탈 같은) 심각한 사회정책상의 문제를 요란한 식습관 개선 프로젝트로 해결할 수 있다고 단정하는 그 대담함 떄문이다. (104쪽)" 2챕터를 읽으며 "음식문맹"이라는 용어를 (은근한) 도덕적 힐난의 의미로 써왔던 경솔함이 부끄러워졌다. 

3장 행복 독트린

*긍정 심리학의 대부 마틴 셀리그만 : 성공 = 행복

*행복학 - 경영학: 행복한 노동자가 생산성이 높다!

*행복지수 조사의 정치적 의도

*웰니스 신드롬의 양면성: 쾌락을 추구하라 BUT 과도함은 배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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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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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너 건너 아는 지인들이 '걷기 모임'을 결성하면서,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 를 바이블 삼아 첫모임을 시작했다기에 '중요한 책인가?' 궁금했다. 솔직히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시원해보이는 하늘색 책 표지에 눈길, 여러 번 주었다. 읽었다. 아, 역시나! 하정우 이미지처럼 친구들에게 의리 강하고 인간관계 좋고 예민하구나. 거의 조울인 것 처럼 예민하구나. 소탈한 자연인으로도 살겠고, 후광 돋는 예인으로서도 잘 살겠고 적응력 좋구나.



『걷기 예찬』류의 책일거라 생각했는데, 인간에게 걷기의 철학적 의미를 찾는 책이라기보다는 배우이자 감독으로서의 하정우의 성격과 취향을 드러낸 메모같은 글이었다. 요리 이야기, 친구 이야기, 한강변 이야기와 하와이 휴가 경험. 하와이까지 휴가가서도 한인 마트에서 사온 대파의 흰부분만 잘라 먹고 체류 기간 내내 대파를 길러 직접 하는 요리에 활용하는 모습에서 인간 하정우의 매력이 느껴진다.



이 두 장의 사진이 실은 '하정우의 걷기 일지'보다 더 인상적이었는데, 그에게 조심스레 ADHD아닌지 물어온 이가 있었다고 한다. 하정우가 뽑은 이 사진은 그의 성격을 집약해 보여주는데, '가만 있지를 못한다.' 그는 병원가서 진단명 받아오기를 거부한다. 대신

이제부터 가만있지 못한다고 말하는 대신 가만있지 못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해야 겠다. 그 능력 덕부넹 배우, 감독, 제작자,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는 여러 직업을 한 번의 생에 동시에 살아가는 축복도 누리는 것일 테니까.

[걷는 사람, 하정우] 221쪽

이 리스트에 하나 더 추가하자. 걷기 전도사 하정우. 나도 이 책 덮고, 찜통 더위에 산책을 나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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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모험 - 인간과 나무가 걸어온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정
맥스 애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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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그 땐 몰랐었지! "숲사람"으로서 살 수 있도록 인생의 물줄기를 틀어 놓을 생각조차 못했던 FM범생이라니! 아쉽다 못해서 질투한다. "숲사람"들을. 『나무의 시간』(김민식, 2019)과 『나무의 모험』(맥스 애덤스, 2019) 덕분에 든 감정이다. 



 『나무의 시간』과 『나무의 모험』. 각각 한국의 "나무 보헤미안"이라는 내촌목공소 대표 김민식과 영국의 고고학자 맥스 아담스(Max Adams)가 썼다. 직업, 국적 그리고 재주가 판이한 두 사람인데, 어찌 그 성품의 대범함과 가공하지 않은 겸손함이 공명하는지 "숲사람"의 공통점인가 싶었다. 혹시라도 두 작가가 한 자리에 만난다면, 그 대화 자체가 바로 책이 되지 않을까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2019년 여름, 『나무의 시간』과 『나무의 모험』에 얼마나 큰 영감과 위안을 받았는지, 마치 48시간 내내 에어컨 냉기에 곱아있던 피부 감각이 비온 직후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덕분에 되살아난 듯 하다. 이 두 작가는 나무와 숲을 대상으로서 낭만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숲 사이의 공존과 순환의 원리를 겸허히 인정하고 생명의 원천으로서 숲의 가치를 세상에 전해왔다. 山이 좋다며 목숨 걸고 산에 오르거나 아예 숲으로 은둔하는 이들도 있지만, 김민식과 맥스 아담스는 소위 세속적인 명예와 부도 확보하면서도 숲의 전령으로서 양 세계 넘나들기에도 성공한 듯 보인다. 어찌 부럽지 않을 수 있으리!




"나무"를 분모 삼는 책 제목만큼이나, 두 작가의 성품이나 지향에도 공통점이 보인다. 다른 점을 굳이 집어내 본다면 김민식은 나무를 "경재제"로, 즉 자원으로 활용할 고마운 수단으로서 보는 시각이 강하고도 행간에 "(내촌목공소) 나무 장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장인 정신을 보인다. 반면, 맥스 아담스는 학자적 성향이 강하고 "숲"을 키워드로 세상 근간에 변혁을 일으키켜는 사회운동가 같다고나 할까? 맥스 아담스는 16만 제곱미터 면적의 삼림지를 가꾸며, 나무를 직접 깎고 다듬어 가구와 도구를 만들고 숯으로 만들어 판매도 한다. 실은 『나무의 모험』이 고고학자인 작가의 전문가적 식견이 반영된 학술서 일 거라 생각했다가, 맥스 애덤스가 울타리를 새로 고치거나 갈이 틀로 탁자를 만드는 소소해 보이는 이야기가 중간중간 나와서 의아했다. 의아함은 책의 마지막 장인 "Lesson 12 나무의 내일"에서 해소되는데, 그의 주장은 잘 보여주는 문단을 옮겨본다. 

나는 종이를 더 많이 소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중략)... 숲이 돈이 되면 숲의 생존이 보장된다. 나무가 가진 경제적 가치를 보지 못하고 나무의 경제학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감상적으로만 나무를 대하고 숲을 갈아엎어 특용 작물을 기르거나 초원으로 바꾸려고 하는 순간, 숲의 운명은 끝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보며 펄프가 된 나무를 위해 눈물 흘리지 말자. 책 한 권을 더 사는 것이 숲을 구하는 것이다. [나무의 모험] 345쪽


나무를 더 많이 심고, 활용하는 것은 인간의 경제를 위한 것이기 이전에 나무, 즉 숲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깊은 속뜻이 느껴진다. 아담 애덤스는 말뿐이 숲사랑이 아니라 사회운동으로서의 실천도 병행하는데, 자국인 영국뿐 아니라 세계에 숲과 정원 조성하는 사업에 힘을 쓰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숲속에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그의 현명한 바람이 현실이 되려면, 개개인의 자연친화성을 일깨우는 이상으로 국가가 현실적인 유인책과 지원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겠다. 즉 "숲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자연으로의 자폐적 은둔이나 낭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사회운동과 동의어가 되려면 개개인의 각성 이전에 위정자의 시야가 근본적으로 트여야 한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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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 - 무시하기엔 너무 친근하고 함께하기엔 너무 야생적인 동물들의 사생활
사이 몽고메리.엘리자베스 M. 토마스 지음, 김문주 옮김 / 홍익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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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M. 토마스를 소설 『세상의 모든 딸들』로 처음 만났고, 한국에서는 생뚱맞게 『슬픈 칼라하리』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 The Old Way 』 덕분에 더 가까워졌다. 내게 그녀는, 칼라하리 프로젝트가 한창이던 1950년대에 가족과 함께 아프리카에서 지낸 행운의 인류학자이다. 그런데 위키피디아 및 출판계에서 그녀를 "동물" 전문 작가로 강조하기에 의아했다.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원제: Tamed & Untamed)』을 읽고 나서야 수긍한다. 이처럼 동물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분이시라면! 



엘리자베스 M. 토마스는 자신만큼이나 동물을 사랑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사이 몽고메리와 만나서 단박에 친구가 된 이후, 함께 책까지 내었다. 바로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인데, 읽다 보면 엘리자베스 토마스가 나와는 꿈에서라도 친해지기 어렵겠구나를 절망적으로 인정하게 된다. 나는 햇볕 쨍한 날 보도블록까지 진출한 지렁이를 화단 흙으로 옮겨주기는 하지만, 보도블록 위 비둘기를 보면 두려워서(솔직히 혐오스러워서) 걸음을 멈춘다. 동물원을 자주 찾는 편이지만 '파충류관'에는 여간해서 발길 향하지 않는다. 평소 우호적으로 대해온 이웃사촌이 기르던 동물을 더 이상 기르기 싫다고 집 밖으로 방출했음을 알고 난 후, 엘리자베스 M. 토마스가 그녀를 차갑게 대했다는 일화를 읽고 든 생각이다. 엘리자베스 M. 토마스는 나처럼 동물에 편견 심한 부류를 '인간중심주의'에 찌들었다 볼 수 있듯, 내게는 사이 몽고메리나 엘리자베스 M. 토마스의 동물 사랑을 시늉이라도 내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 두 작가를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게는 수행불가의 영역이므로.


Sy Montgomery (좌) & Elizabeth M. Thomas (우) // 사진 Steve Curwood


예를 들어, 엘리자베스 M. 토마스는 자신의 반려묘가 기절시킨 쥐를 냉장고 밑에서 발견하자 그 쥐를 길들이기로 마음 먹고 쥐에게 쉴 곳과 먹이, 나아가 친구 되자는 "호의"까지 제공한다. 자신의 애창곡 "The Lion Sleeps Tonight"에 맞춰 춤도 유황앵무 'Snowball'과 추고 반려견과 "짖음 이중창"을 부르기도 한다. 18,000여 마리 뱀 한가운데 서서, 자신의 옷소매 안으로 기어들어오는 뱀에게 "환영해 주니 영광"이라며 고마워한다. 엘리자베스 M. 토마스의 지행일치격 동물사랑은 경탄스럽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녀가 4차원 별세계 사람이라는 확신을 준 에피소드도 있었다. 자신의 집 근처에 온 곰에게 "돌아가라고 부탁하자 (곰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버리기도 했다"(220쪽)니, 경이롭기까지 하다. 곰이 부탁을 들어주었다니!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는 여러 대목에서 유발 하라리의 『 Sapiens 』를 떠올리게 했다. 두 책 모두 인간은 그 종, Homo Sapiens만 대단한 존재라고 착각하는 오만을 범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동물 역시 감정, 지능, 고통에 대한 감각을 지닌다는 사실에 (대부분의 인간이) 무관심하다고 개탄한다. 동물에게는 'she'나 'he'가 아닌, 'It'만 주어로 쓴다는 영문법 책을 생각해보라! 또한 인간에게는 '(학습, 언어, 공감 등등) 능력'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인간 아닌 동물에게는 '본능'이라는 표현으로 애써 그 의미를 축소해 버리지 않는가!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에 많은 경이로운 예가 나오지만, 그중에서도 벌새의 심장 박동이 1분 최대 1,500회에 이르며 하루 평균 1,500 송이 꽃에 들린다는 예가 가장 인상 깊다. 21시간 동안 쉬지 않고 대양 위를 나는 벌새의 최고 속도는 작은 몸집 대비 환산해보면 우주왕복선보다 빠르다고 한다. 이처럼 경이롭고 아름다운 동물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관심하거나, 그저 길들이려고만 들거나, 최악의 경우 학대한다. 나는 엘리자베스 M. 토마스나 사이 몽고메리가 최근 나온" 태국관광 코끼리 학대" 관련 기사를 읽고 얼마나 괴로워하고 분노했을지 가히 상상되었다. 

사이 몽고메리와 엘리자베스 M. 토마스는 "Avengers"영화에 등장하는 헤로인들, 즉 파괴된 것들을 복구, 회복시키려는 소수의 전사같다.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야생동물을 돕는 이유는 인간들이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자연을 마구 훼손하기 때문이다."(241)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을 읽고 나면, 예전과 동물을 보는 눈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독수리가 "머리 위를 나는 호랑이"(171쪽)로, 벌새는 "깃털에 싸인 거품"(175쪽)로, 대왕문어는 "다정하고 친근한 그녀"(324쪽)으로 다가올지도......덕분에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아니라 '동물로서의 인간이 다른 동물을 어떻게 더 이해하고 서로 길들이거나 길들이지 않으며 공존'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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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소녀 Wow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위즈너 그림, 도나 조 나폴리 글,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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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위즈너 특별 전시회가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가 보려고요. 칼데콧 상, 세 번이나 수상한 작가인지라 나름 작품들 챙겨 보았다 생각했는데 『 Fish Girl 』은 2017년작이었군요. 잽싸게 구했습니다.


'인어 공주' 이야기일 거라고 제멋대로 예단하고 읽기 시작했네요. "짝꿍"으로 왕자가 "짝등장하는 로맨스는 전개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현대판 "로빈슨 크로소"라 해야 할까요? 길들이려는 자와 길들임에 저항하는 자, 그 사이의 긴장 관계, 자/타자의 경계 등 사뭇 어려운 이야기였어요.



익히 알던 "공주" 이야기가 아니죠. 공주라면, 대형 수족관 바닥에서 관람객들이 던져 준 동전을 주우러 다니지 않을 테니까요? 심지어는 이름도 없어요. 포세이돈인 척 하는 수족관 주인이 그녀에게 이름을 주지 않았으니까요. 자유를 준 적 없듯이.



인어 소녀는 물속 동전을 건져서 가짜 포세이돈의 발밑에 가지런히 놓습니다. 이야기를 삽니다. 자신의 기원에 대한, 어머니, 언니들 그리고 바다에 대한 기억, 즉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청합니다.



좁은 수족관이라는 공간에서 제한된 관계나마 동전, 돈을 매개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위즈너와 도나 조 나폴리는 반대항의 관계성도 등장시켰지요(스포일러라 여기까지만). 인어 소녀는 이제 동전만 줍지 않습니다. 친구에게 선물할 조개 목걸이를 위해 예쁜 조개껍질을 모으거든요.




이제 인어소녀는 수족관 주인에게 자신의 기원,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구걸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녀에게는 바다를 호령하고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었거든요. 통쾌한 전복과 지위 변화가 일어납니다. 인어 소녀는 본체 사람 소녀였어요. 말도 할 수 있었고, 걷고 폐로 숨 쉴 수 있었거든요. 수족관 주인의 주술에 놀아나 자신의 힘을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요.



수족관은 All Gone!

소녀는 새 관계, 새 보금자리를 찾습니다. 아마 머무르진 않을 거예요. 굉장한 힘이 있거든요. 이끌려서 계속 움직이고 넓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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