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권 독서법 -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인나미 아쓰시,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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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권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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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읽으면, 아니 종이에 인쇄된 활자 앞에만 있으면 스트레스며 강한 희노애락의 감정이 부드럽게 중화되는 책벌레로서는 '서평가'는 꿈꿔볼만한 직업이다 (누가 내게 서평가를 제안해준다면, 덥썩 제안을 물고 싶다).  인나미 아쓰시가 바로 그 부러운 직함을 가진 서평가이자, 프리랜서 작가 겸 편집가이다. 작가의 아버지 역시 책 만드는 일을 하셨고, 인나미 아쓰시 역시 책을 참 좋아했단다. 단, 그에게는 컴플렉스가 있었는데 현직 서평가로서는 역설적이게도, '읽기 능력'에 대한 수치감이었다.  작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사고로 3주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이후, 도무지 빨리 책을 읽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한 페이지에 5분은 족히 걸릴만큼 지독하게 느린 독서법으로 책을 대하던 그가, 웹미디어에서 서평란을 담당하면서 하루 한 권을 소화하고 서평을 "써야만"하는 상황에 놓였다. 궁하면 통한다고 하였던가. 그는 '거북이' 독서법에서 토끼형' 독서법으로 혁신적 전환을 한다. 그가 콕 집어 소개한 단어 그래도 설명하자면, '플로우 리딩(flow reading)'법인데 말그대로 "책에 쓰인 내용이 자신의 내부로 흘러드는(flow) 것에 가치를 두는 독서법 (33쪽)"이다.  이와 대립항에는 '스톡(stock)형 독서법'을 놓을 수 있는데, 이는 지식과 정보를 담아두는 독서법이다. 책 빨리 읽기의 달인 인나미 아쓰시에 따르면 책을 앞에두고 먼저, "읽지 않아도 되는 책  ( =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책)," "빨리 읽을 필요가 없는 책,"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분류한 후 읽기 시작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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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하루에 2권씩, 일년이면 700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 데는 '"정독의 저주 (24쪽)"에서 자유로운 힘이 크다. 어짜피 아무리 공들여, 시간들여 책을 읽은들 한 번의 독서로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 없다면 왜 같은 책을 계속 붙잡고 있는가? 차라리 많은 책을 읽어나가, 레고 블록을 쌓듯이 '큰 덩어리'로 독서경험을 구축해나가는 방향을 선택하는 편이 현명할 텐데.
저자는 '정독에의 강박'이나 '밑줄치며 읽기'를 실패한 독서법의 특징으로 든다. 대신 플로우 리딩을 하되, 책 한 권의 정보를 응축한 '운명의 한 줄'을 발견하라고 충고한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읽으면서 손글씨도 책 내용 메모하기를 권한다. 저자가 전문 서평가이기 ˖문에 컴퓨터를 많이 쓰지만,  A4나 A5 크기의 큰 노트에 책 내용을 메모해가면서 읽어나가면 '운명의 한 줄'을 찾는 알찬 독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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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권 독서법>은 어찌보면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사사키 후미오, 2015)류로 대변되는 미니멀리즘의 유행과도 겹친다. 정독하며 다시 읽고 또 읽는 독서법 대신, 후다닥 읽어도 될 책들을 후다닥 읽어 1줄, 1문장의 엑기스로만 남긴후 빠른 처분을 하라는 충고를 던지니 말이다.
책의 후면에는 실제 저자 인나미 아쓰시가 쓴 리뷰가 예시로서 여러 편 소개된다. 저자 스스로 자신의 서평의 차별화된 점으로 '인용'을 꼽았는데, 실로 그의 모든 리뷰에는 해당 도서에서 따온 문장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호흡으로서의 독서'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행위가 숨을 내쉬는 '인용'"(75쪽)이라며 인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용을 많이 쓴다, 서평 대상이 되는 도서의 문장을 그대로 많이 빌어온다는 말은 다시 이해하면,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읽기 보다는 빨리 읽고 내용파악하기에 중점을 둔 독서법의 결과라고 보인다. 실제 인나미 아쓰시는 꽤 솔직하게 본문에서, 자신이 제안하는 독서법은 '독서 엘리트'(34쪽)에게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로 그는 아직 10000권의 책을 읽은 독서가가 아니다. 1년에 700권씩 읽어나가다보면 10년 후에 1만권을 읽게 될 독서가이다. 이런 점을 참고하며 <1만권 독서법>을 유용하게 읽기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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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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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Breath becomes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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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는 드니 뵐뇌브 감독의 <그을린 사랑>과 <시카리오>를 보며 시작해서 나름 특별히 기억하는데, 2017년은 우연히 <숨결이 바람될 때 (원제: When Breath Becomes Air)>을 뒤적이며 시작했다. 보통 에세이류는 한 번만 읽는데, 두 번 읽었다. 한국식으로 이야기하면, 의사를 많이 배출한 (금, 은, 동?) 수저 집안의 엄친아가 명문대에서 남들 하나 따기도 어려운 학위를 분야를 바꿔 따고도 35세에 촉망받는 의대교수 예비후보가 되었다가 36세에 폐암으로 요절한 주인공의 자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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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기에 유려한 글을 남긴 올리버 색스의 <고맙습니다>나 장영희 선생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었던 기억과 교차해보면 폴 칼라니티의 처녀작이자 마지막 책은 사뭇 다르다. 세 분 모두, 사회적으로 성공했으며 사망하기 전까지 천직이 있었으며 암투병기에 글을 썼다. 그런데 유독 폴 칼라니티의 글을 읽다보면 성공에의 압박과 명예에의 뜨거운 욕구, 경쟁의식이 냉철한 지성의 문체 사이를 비집고 올라온다. 신경외과 의사에 대한 그의 자부심 역시 대단해서, 그가 '의사,' 특히 (그가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생각에) 격이 다른 '신경외과의'에 갖는 생각이 의아하게 느껴진다. "생사를 가르는 결정과 싸움에 끼어들고 싶었다."라는 그의 문장이 많은 생각을 대변해 준다.

1차 치료가 끝나고, 대개의 사람들은 힘든 레지던트 7년차로 돌아가는 대신 산으로 들어가거나 몸의 힐링에 집중할텐데 그는 다시 고강도 레지던트 생활에 자신을 던졌다. 대강하지 않았다. 의대 교수를 목표로, 약을 말 그대로 쏟아부어가며 일했다. 그 와중에 이 책을 썼는데, 결국 이 책은 미완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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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한 책이다. 감상을 대신하여, 인상적이었던 문구들을 올려본다. 나중에 내 생각이 바뀔지는 몰라도, 2017년에 내가 폴 칼라니티의 글을 읽었을 때, 나는 시큼했다. '꼭, 그렇게 내 몰아야하나?' 하는 생각으로. 그게 답일지도. 지금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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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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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중에도 일을 놓지 않다. 의대교수로서의 경력을 갈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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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저자 폴 칼라니티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되는 바람에(공격적인 항암 치료에 폴 칼라니티가 더욱 급작스럽게 무너지면서) 마무리 하지 못한 책에 대해 아내이자 내과의사인 루시 칼라니티가 맺음말을 쓰면서 완결된 모양새를 갖춘다. 역자 이종인은 남편 폴의 글 이상으로 아내 루시의 글이 좋다고 말한다. 담담하게 표현하나 남편을 향한 깊은 사랑과 존경.

그녀는 남편과 함께 레지던트 생활의 고락을 함께하며 누구보다도 외과 수련의의 과정이 험난함을 잘 알테지만, 남편이 1차 항암치료를 마치고 다시 병원으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때 누구보다도 열렬하게 지지했다. 무엇이 옳은지를 모르겠지만.....성취에 성취에, 앞으로 나아가며 싸우려는 부부의 의지가 놀라웠다.

 

리뷰 쓸 때, 출판사 측에 누가 될까 본문 사진은 자체검열로 5장 이하로 제한하는데 이 책만큼은 유독 본문 사진을 많이 올렸다. 다 옮겨 적기는 어렵겠으나, 시간의 추이에 따라 저자의 생각과 문체의 호흡 변화를 느낄 수 있기에 남겨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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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를 향한 로망

 

 노름판에서는 회차가 거듭될 수록 자꾸 판돈이 커질텐데, 인생판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꿈이 작아진다. 소심해진다. 이제 자꾸 작아져서 '서재 갖고 완결판 내기'가 새해 소망이 되다니. 비우고 살기를 실천하는지라 종이 달력을 계속 버리는데, 2016년 알라딘에서 선물로 보내온 달력만큼은 그냥 버릴 수가 없었다. 나의 로망, 작가들의 서재 사진을 어찌 그냥 버리리. 사진으로나마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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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열망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되, 그 상상을 실현시켜줄 공간을 확보하라. 이 메시지야말로 <공간의 위로>의 저자 소린 벨브스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던가.

1단계: 열망하는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라.
그리고
2단계: 그 꿈을 실현시켜줄 공간을 확보하라.
다시 말해
 
나만의 서재를 확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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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버나드 쇼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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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 브론테, 브론테 자매가 귀족 출신이었던가? 서재에 깔린 양탄자가 폭신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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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플링의 책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아서 그에게 쏟아지는 비판에 수긍도 반박도 못하겠건만

고급스러움 뚝뚝 떨어지는 서재 분위기만 보아서는 제국주의 시대 많이 누리고 산 관료의 서재 이미지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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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품격이 느껴지는 서재. 그나저나 오스틴 시절에는 저 깃털달린 펜이 꽤 비쌌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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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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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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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퉁의 서재는 왠지 이런 분위기 일 것 같았는데,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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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서재가 가장 탐났다. 그래서 노란 테두리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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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로드 오사카 테이스티로드 시리즈
김광일 외 지음 / 아토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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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로드 오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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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맛 기행의 책을 읽는데, 참 별것이 다 궁금해진다. 요리법이나 요리재료가 아니라, 저자들의 조합이 궁금해지다니 말이다. 여행을 통한 식문화 탐험이 취미라는 김광일, 교토출신 정보통 엔도 코나츠, 김광일과 마찬가지로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역사를 공부한 김보라, 그리고 사진을 주로 제공한 김호익과 김상익, 백지원. 이 여섯 명의 필진은 어떤 이해관계로 만났을까? 아니 어떤 기획 의도를 공유하고 <테이스티로드 오사카>를 만들어나갔을까? 이 여섯 명 중에 노골적으로 케이크 사랑을 드러내는 빵 애호가는 누구일까?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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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로드 오사카>는 오사카 여행 안내서의 요리 섹션을 확장해놓은 듯한 편집을 골자로 하면서도, 중간중간 오사카 음식의 문화사를 끼어 넣었기에, 잡지와 음식인문학의 애매한 중간항에 놓을 수 있을 듯 하다. 그래서인가?  읽는 데 걸리는 시간도 애매하다 . 여느 음식 관련 잡지나 에세이보다는 분명 읽는 데 시간이 더 소요된다. 그만큼 상세한 설명 덕분에 얻어갈 실용적 정보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목적에 따라 이 책을 손에 들고 있는 시간이 확연하게 달라질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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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스티로드 오사카>의 최대 장점은 다양한 목적을 가진 독자라도 다양하게 만족하게 해줄 오사카 맛집 가이드라고 할까? 예를 들어, 오사카 단기 여행을 주목적으로 이 책을 뒤적거리는 독자에게는 가격 정보와 유용한 일본어 몇 마디가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음식의 문화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오무라이스'에 얽힌 이야기나 일본의 육식금지령과 이후의 육류요리법을 기억하며 읽을 테고……. 오사카 여행이 잦거나 오사카에서 오래 거주했던 이라면, 기억의 지도를 헤집는 듯한 즐거움을 느끼며 책장을 넘길 테고. 그만큼 <테이스티로드 오사카>는 오사카의 골목골목을 샅샅이 뒤져 담았고, 직접 먹어본만큼 목소리를 담아 오사카 음식을 전한다.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일본 맛집 가이드인만큼, 라멘을 위시한 국수요리와 빵과 케이크 등에 특히 집중된다. 직접 매장을 방문하고, 줄 서서 기다리고, 먹어보고 쓴 글인지라 생동감이 느껴지고 신뢰가 간다. 딱 하나, 옥에 티라고 생각되는 점은 사진이다. 잡지 스타일 편집과 문장인데 반해, 사진은 꽤 어두운 톤을 유지한다. 사진의 구도와 크기 역시 제각각이다. 좀 더 밝은 음식 사진을 실었더라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밝아졌을 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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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의 재발견 첫번째 이야기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과학자들의 우연하고 기발한 발견들 딴짓의 재발견 1
니콜라 비트코프스키 지음, 양진성 옮김 / 애플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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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의 재발견우리가 꼭 알아야 할 과학자들의 우연하고 기발한 발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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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꼭 알아야 할 과학자들의 우연하고 기발한 발견들"이라는 부제가 붙긴 했지만 <딴짓의 재발견>에 소개된 28가지 발견들은 "알지 않았어도"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것들이기는 하다. 몰랐어도, 알아도 독자 입장에서는 크게 달라질 바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그 발견을 한 과학자들은 억울할 수는 있겠다. 우연이건 노력의 필연적 산물이건, 독특한 발견을 해냈다는데 이를 알아주거나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아쉬울 테니 말이다. 엉뚱한 발견을 해낸 과학자들은 그래서 니콜라 비트코프스키에게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리학 교수이자 그가 쓴 <딴짓의 재발견> 덕분에 일반 대중들도 과학자들의 괴짜 짓을 때론 어이 상실, 때론 존경의 마음으로 읽을 수 있으니까. 작자는 '과학하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관심보다는 이론으로서 과학사를 '학습'하려고만 하는 경향이 안타까워서 괴짜 과학자들의 엉뚱한 발견을 찾아내어 책으로 엮어냈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의외로 딴짓을 많이 벌였는지, <딴짓의 재발견>은 1권과 2권으로 나뉘어 출간되었다. 그중 1권을 먼저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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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비트코프스키는 국립도서관이라는 망망대해를 탐험지 삼아, 과학사와 과학자 관련 서적을 열렬하게 읽어 재꼈다. '망망대해'로 비유할 만도 할 것이, 교과서에 깔끔하게 정리된 과학사의 주요 사건과 업적에 가려져, 사실 많은 부분이 언급되지도 주목받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가 "과학적 사실, 과학사의 진실"이라고 믿있던 사실에도 의문을 제기해준다. 덕분에 <딴짓의 재발견>을 다 읽을 즈음, 독자는 '과학사史 = 이성과 객관성이 승리한 역사"인 동시에 "마술적이고 감성적인 영역"이라는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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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계의 뒷담화 모음집이라고 할까? <딴짓의 재발견>을 읽다 보면, 진지한 이성의 화신으로서의 과학자라는 이미지 대신에 엉뚱한 매력의 괴짜 과학자가 상상된다. 예를 들어, 번개 치는 날의 연날리기 실험으로 유명한 벤저민 프랭클린이 특별히 좋아한 실험이 '여자의 눈에서 나온 불꽃으로 영혼이 불에 탈 수 있는가?'였다니 어찌 놀랍지 않은가? 엉뚱하기로는 '신과학의 창시자'라는 갈바니를 빼놓을 수 없다. 갈바니는 아픈 아내를 위해 개구리의 넓적다리로 수프를 끓이다가 동물전기의 존재를 발견했으니 말이다. 그 외에도 과학계의 신동 아이작 뉴턴은 어렸을 때 이미, '지푸라기와 머리카락, 입김으로 떡갈나무의 뿌리 뽑기' 실험을 시도했고, 혈액 순환의 메커니즘을 밝힌 고전의학의 대가, 윌리엄 하비는 마녀감별시험에서 감별사 역할을 하는 동시에 두꺼비를 연구했다고 한다.  노벨 물리학상 (1927년) 수상자인 '찰스 윌슨' 안개 상자를 통해 집요하게 구름을 만드는 데 몰두하여, '구름 윌슨'이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과학계는 애써 이런 "지나치게 낭만적인" 실험을 무시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딴짓의 재발견>에 소개된 스물 여덞 명의 과학자들은 제각기 괴짜스럽기로는 두 번재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엉뚱한 연구와 발견을 하는데, 그 와중에 공통점을 꼽을 수 있다. 바로, 딴짓의 기저에서 순수한 호기심과 과학적 열정이 작동했다는 점. 그것이야 말로 과학자를 과학자되게 하고, 놀라운 발견이 이뤄지는 원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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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의 재발견>이야말로, 요즘 대한민국 교육계에서 많이 등장하는 단어 '통섭형 인재'의 특질을 보여주는 듯 하다. 앞서 말한,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은 물론이거니와 과학, 문학 예술을 넘나드는 관심과 재능이 이 책에 소개된 과학자들의 공통 요소이니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에드거 알랜 포를 더이상 단순히 작가로만 보지 않게 될 것이며, 대륙이동설의 베게너 역시 단순 과학자 이전에 타고난 탐험가임을 알게 될 것이다. 열정과 호기심은 통한다. 예술과 과학, 이성과 감성, 낭만과 철저한 객관주의 역시 하나로 수렴될 수 있음을 괴짜 과학자들의 발견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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