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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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은 톰이 아니라 그저 탈옥수일 뿐이라는 사실. 사람이 사람으로 여겨지지 못한 시기에 순수성을 유지하는 진과 젬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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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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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세와 마차세의 진득한 인생 여정보다 더 또렷이 각인되는 것은 마동수의 삶의 끝자락, 그리고 누니의 삶의 시작이었다. 작가는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을 담아내었고, 나는 그속에서 의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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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의 네트워크
운노 히로시 지음, 이동철 옮김 / 해나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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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에 <세계의 음모론과 미스터리>에 대해 다루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나는 그 영상을 보고, 음모론이 소설이나 인터넷 상에 떠도는 루머에서 대중문화의 일종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한때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세계의 미스터리를 좀 더 알아보고 싶었다. 『음모의 네트워크』는 20세기 역사의 보이지 않는 실마리를 연결해주고 있어서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현대사, 특히 20세기 미국의 이면을 엿보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프리메이슨'이라는 비밀결사를 알게 된 계기는 김진명의 『천년의 금서』와 댄 브라운의 『로스트 심벌』이었다. 두 소설 모두 프리메이슨의 음모를 파헤치는 것이 주된 플롯이자 결말이라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러 소설에서 꽤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터라 나는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가 실존하고 있다는 어렴풋한 확신을 가졌다. 여기서 음모론의 장점이 드러나는데,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그만"이다. 우리의 삶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인간은 호기심을 품고 사는 동물이다. 그래서 음모, 비밀, 거짓 속의 진실이 밝혀지길 원한다. 뒤의 개념들이 다소 추상적이고 개인적이라면 음모는 필연적으로 두 사람 이상이 만들어내는 비밀이다. '음모'를 뜻하는 'Conspiracy'도 '함께 모여 이야기하다'라는 의미라고, 저자는 계속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비밀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수록 그 가치가 떨어지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늘도 음모론은 진화한다. 음모는 과거형이 되는 순간, 타인의 이야기가 되는 순간 의미를 상실한다. 여전히 우리는 마틴 루터 킹과 케네디 대통령 암살의 배후, 달의 뒷면, 9·11 테러의 진실, 렙틸리언에 대해 무지해야 한다. 때로 진실은 너무나 따분하니까. 온 우주의 유일한 지성이 인간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삶의 목적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니까.


 우리는 의혹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한 설명도 신용할 수 없다. 그 결과 '진실은 어딘가 저쪽에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저쪽이란 우주이고 초고대이며 외계인이다. 이 세계의 종말이 온다고 한 밀레니엄 환상 컬트주의도 그중 하나이다. 인간의 저쪽에서 진실이나 구원을 찾는 것이다. (p594)


 우리가 음모론을 믿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분명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종교조차 수많은 분파로 나뉘어져 있고, 이단과 사이비가 순진한 젊은이들을 유혹한다. 경제와 정치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개인의 생활에도 수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그날의 날씨와 교통 상황, 다른 사람의 일정, 나의 건강 상태 등 현대인의 생활은 분명한 사실을 보장받을 수 없는 살얼음판이다. 그러니 오히려 "완전한 진실 혹은 완전한 거짓"인 음모론을 믿는 것이 나아 보일 정도인 것이다. 물론 어느 쪽을 선택해도 나의 불확실성은 변함이 없다. 다만 그 속에서 갖는 작은 신념은 변하지 않는다.


 교훈은 언제나 따분하고 획일적이다. 작가들은 언제나 독자들에게 '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 패턴이 지겨워진 사람들에게 음모론은 말한다. "믿고 싶은 대로 믿어라. 누구도 당신의 선택을 비난하지 않는다." 세상이 음모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는 『음모의 네트워크』를 읽은 나도 따라 외친다. 믿고 싶은 것을 믿어라. 다만 타인에게 말하지는 말라. 그 순간, 당신은 책임져야 하니까. 이런 작은 믿음은 우리 삶에 이정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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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살상수학무기 - 어떻게 빅데이터는 불평등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캐시 오닐 지음, 김정혜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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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수학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너무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몇 자리의 숫자로 규정된다. 효율성과 편의의 이름 아래 주민등록번호, 신용카드 번호, 전화번호 등으로 '나'라는 인간이 정의되는 것이 당연한 일인 듯인양 여겨진다. 그렇게 사람들은 시스템과 데이터 안에 녹아들어 그것을 지배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희생되기를 기다린다.


 『대량살상 수학무기(WMD)』가 제시하는 현대의 비극은 실로 현실적이다. 인간은 수학을 발명하고 기계를 만들었지만 모두가 그 혜택을 누릴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로 인해 교묘하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조장되고, 민주주의가 왜곡돼며, 교육이 무너진다. 인간은 각자 다른 사고를 지녔기에, 나는 이 책이 지적하는 WMD의 문제점들 중 하나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아무래도 학생이다 보니 '데이터의 포로가 된 교육'에 대한 묘사가 꽤 와 닿았다. 교육의 문제가 미국의 국경을 뛰어넘어 우리나라에도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방에 있는 사립고등학교에 다녔다. 입시 결과에 따라 학교의 평판이 달라지는 시스템에 따라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입시 공부를 강요했다. 학생들은 높은 등급에 위치한 대학교에 가기 위해 경쟁했다. 높은 등급의 대학교에 갈 가능성이 높았던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아이들한테 주목을 받았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외면 당했다. 나는 <유에스 뉴스>가 매긴 미국 대학순위나 다른 매체에서 언급되는 대학순위가 이런 차별의 시작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완전히 신빙성이 없지는 않다. 문제는 그 기준의 정확성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한 자발적 통제다. 


 <유에스 뉴스>와 같은 WMD는 모든 사람이 정확히 똑같은 목표를 따르도록 강제한다. 이는 사람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이전에는 겪지 않았을 부작용에 시달리게 한다(p.107).


 이제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 대학 순위와 입시 경쟁의 굴레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데이터와 알고리즘은 대학교 내에서도 만연하고 있었다. 천편일률적인 수능 공부를 마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 하지만 대학생들이 주로 수강하는 강의는 거의 정해져 있다. 취업이나 스펙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학과는 인기가 없고, 그와 관련된 교양 수업도 모두 기피한다. 이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시스템이 학생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막기 때문이다. 결국 치열하게 경쟁에서 살아남아 대학에 간 이들은 또 다시 같은 경쟁에 내몰리고, 그 끝은 모두 똑같은 도착점이다. 그야말로 대중의 정신을' 대량살상' 해버리는 알고리즘이다.


 많은 사람들이 빅데이터의 체계 아래서 지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간다. 그리고 시스템이 정해놓은 길을 걷고 그 위에서 그들의 명령을 따른다. 대학 순위 상위권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위해 경쟁하고, 좋은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하다 자신의 꿈을 잃는다. 자신의 인생이 숫자 몇 개로 정의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길에 선 누군가가 말한다. "당신이 할 말은 이제 정해져 있다. 당신은 그 길에서 저항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안전과 복지를 보장해 주는 시스템을 누가 벗어나려고 하겠는가?"


 벗어나는 것이 언제나 해답은 아니다. 현대 사회는 유례 없이 발전한 시대고 그 혜택을 굳이 거부할 필요는 없다. 저자인 캐시 오닐도 최선의 해결책은 저항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알고리즘과 수학은 주인이 없다. 즉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이 되는 과정은 경쟁이 아니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하면 데이터를 삶의 발전에 쓸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21세기는 지금도 충분히 빠르다. 남아 있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이 중요하다. 거대한 과제처럼 느껴지겠지만 개인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자신의 '다름'을 보여주는 일이다. 같은 것은 참여할 수도, 나눌 수도 없다. 새로운 세계는 두 다른 세계의 틈에서 만들어지는 법이다. 이제 당신을 보여줘라. 몇 자리의 숫자가 아닌, 알고리즘화할 수 없는 정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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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기원 - 예일대 최고의 과학 강의
데이비드 버코비치 지음, 박병철 옮김 / 책세상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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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밤하늘‘ 하나로 설명한 저자의 재치가 기억에 남는다. 큰 진리는 주변을 잘 살피면 얻을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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