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의 펀펀 투데이 (교재 + MP3 CD 1장) - SBS 라디오 DJ 김영철의 펀펀한 영어 회화 시트콤
김영철.조혜정.제니퍼 옥 지음 / 두앤비컨텐츠(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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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수많은 언어교재가 있다. 특히, 영어를 잘하는 방법, 생활 영어 잘하는 법에 관한 책은 수없이 많다. 나도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는 책을 읽고 나서 노하우를 알았으며, 틈틈이 영어 듣기와 영어 원서 읽기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한계는 그것들이 주로 영단어와 문법에 관련된 공부이지, 생활 회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문학 작품에서 쓰이는 어투를 실생활에 그대로 응용할 수 있겠는가? 『멋진 신세계』의 한 구절을 따 와서 "Civilization is sterilization(문명은 살균이다)"를 말할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영어듣기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말하기였다.

 

 『김영철의 펀펀투데이』는 직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에피소드에서 쓸 수 있는 영어표현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주고 있지만, 사실 그 표현들은 직장뿐 아니라, 다른 사회 활동에서도 응용할 수 있는 표현들이다. 예를 들어, '펀펀투데이 3'에 나오는 'don't cross the line'이나 'don't put off till tomorrow what you can do today' 같은 표현들은 직장이 아니라, 학교나 가정에서 더 많이 들을 수 있는 말들이다. 내 생각에 이 책의 목적은 '일취월장'이다. 매일매일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이 벌이는 에피소드를 보며, 그 속에 함께 어우러져 있는 영단어나 표현들을 배우는 것,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즐기면서 배울 수 있는 책이, 바로 『김영철의 펀펀투데이』인 것이다. 게다가 MP3로 들을 수 있는 CD까지 주니, 일석이조다.

 

 조혜정, 제니퍼 옥, 그리고 <펀펀투데이>의 DJ인 김영철이 만들어 낸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라디오로도 만날 수 있다니, 참 기쁜 소식이다. 간혹 생각나면 챙겨봐야겠다. 영어가 힘들 때, 위로가 되어 주겠지. 나도 이 책을 다시 보며, 영어 말하기에 대한 자신감도 가지고. 많은 도움이 된 책이었다.

 

 김영철 씨. 다른 분들은?

 

  (한가지 아쉬운 점은, '부록'인 K-pop를 영어로 바꾸는 것이 좀 흔한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차라리 별권으로 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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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을 기다리며 필립 K. 딕 걸작선 9
필립 K. 딕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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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립 딕의 작품을 보면, 언제나 사회의 음울한 면이 담겨 있다. SF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그 곳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일은 오늘날과 비슷하다. 다시 말해,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사회의 추악함은 어제나 오늘이나 거의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왜 태양계까지 진출하고, 시간여행도, 기억의 조작도 가능해진 필립 딕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그것을 막지 못했을까? 마치 이러한 업적들이 악을 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듯 하다. 『작년을 기다리며(Now Wait for Last Year)』도 마찬가지다. 과학이 키워놓은 문명을 감당하지 못한 인간들의 고뇌와 절규가 이 작품에도 담겨 있다.

 

 이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악한 소재는 '마약'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작가가 이 소설을 집필했을 당시에 아내와 다투며 마약에 의존한 채로 살았다는 것이다. 흔히 말해, '약 빨고' 쓴 소설이다. 하지만 필립 딕의 무의식 속에는 아내와 다시 화해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숨겨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작년을 기다리며』에서 인공장기 이식 의사로 등장하는 에릭 스위트센트는 필립 K. 딕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그는 아내 캐시와의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구 대표(이 소설의 배경은 외계인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시대다)인 몰리나리의 주치의를 자원한다. 한편, 에릭의 아내는 불행으로부터의 탈출구로 마약을 선택했고, 그 마약을 복용하다가 지구와 외계인의 거대한 싸움으로 연결되고 만다(개인의 문제를 이렇게 커다란 문제로 만드는 시나리오적 솜씨는 필립 딕을 따를 자가 없다. 그래서 그의 수많은 작품이 영화화되었던 것이 아닐까?).

 

 『작년을 기다리며』의 원서인 『N-

ow wait for last year』. 아직 영화

화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

 

 결국 이 모든 상상의 끝은 저자가 생각했던 바로 그 주제들이다. 시간여행으로 과거로 간 아내, 그리고 과거의 에릭과 지금의 에릭. 과거로 간 아내를 기다린다는 것은 곧 그들의 사이가 좋아졌다는 것이다(그래, 필립 딕은 작품의 결말을 제목에 암시한다). 이 책은 SF 소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부를 위한 소설이기도 하다. 잃어버렸던 인연의 관계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시간은 그것을 허용해주었고, 특별한 운명이 그들의 만남을 이루어주었다. 왜 『작년을 기다리며』가 필립 딕 작품 세계로 들어가는 현란한 입문서라는 찬사를 받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필립 딕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필립 K. 딕. 그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

는 인간의 따뜻한 모습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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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견 치로리 - 쓰레기장에 버려진 잡종개가 치료견이 되어 기적을 일으키다, 개정판
오키 토오루 지음, 김원균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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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심리학』은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 및 인간이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과 개와 고양이에 대한 의문에 대한 대답이 있는 책이다. 그 책은 제목처럼 심리학과 과학의 입장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정리한다. 그래서 『치료견 치로리』는 위의 도서와는 차이가 있다. 사실 치로리는 꽤 유명하다. 2006년에 암으로 죽었을 때, 300명의 사람들이 '치로리'라는 개를 위해 추모회를 열었다. 그리고 국내에는 『고마워 치로리』로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당연히, 개가 만든 감동 실화다.

 

 치로리는 장애가 있는 잡종개다. 그러나 그는 다른 수많은 개들보다 더 뛰어난 일을 한다. 치료견 훈련을 마치고, 치료견이 된 치로리는 전신마비 환자를 움직이게 하고, 말을 잃은 노인에게 말을 되찾아주었다. 그는 버림받았지만, 그것을 복수하지 않고, 치료견이 되어 세상을 밝힌 것이다. 사람들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개가 하다니, 참 부럽고, 부끄러웠다. 그의 이야기는 마치 영화와 같다. 만약, 치로리가 그대로 유기견이 되어 안락사당했다면,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모두 없어졌겠지.......

 

 치로리. 2006년에 암으로 떠나고, 1년 후에

 『고마워 치로리』가 출간되었다(『치료

 견 치로리』는 그 책의 개정판이다).

 

 한편으로, 우리나라에는 왜 치로리 같은 좋은 개가 없을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우선 우리는 애완견을 더 하등한 생물로 본다. 그저 평등하게만 바라보면 되는데....... 안타깝다. 무엇보다 애완견이 질리면, 마치 생명이 없는 물건을 버리듯 유기한다. 하지만 주인이 유기한다고 해서 책임이 사라지는가? 유기견은 주인이 없으면 안락사당한다.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자신은 충실하게 주인을 따랐는데, 어느 날 주인이 나를 버리고, 이제 죽어야 한다니. 만약 내가 개를 키운다면 절대 유기시키지 않을 것이다. 치로리는 못 된다 해도, 누군가의 삶의 희망이 될 수 있는 그런 존재로 만들 것이다. 그 전에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지만.

 치로리는 죽었지만, 그의 메시지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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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 심리학
세르주 치코티, 니콜라 게갱 지음, 이소영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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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와 고양이. 애완동물, 아니 동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물들이다. 인간과 가장 가깝고, 서로 앙숙이라고 알려져 있는 개와 고양이는 어떤 관계에 있을까? 그리고 인간과 이 두 생물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사실 그 해답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길들이지(교육하지) 않으면, 자기 멋대로 행동하기에 반드시 길들여야 하고, 그렇다고 사랑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외에도 많다. 왜 그들은 이렇게 닮은 걸까?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심리학』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과학적인 해답을 담은 책이다.

 

 나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은 없지만, 동물들과 함께 하면 삶이 외로울 때가 없고, 더 즐거우리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물론 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왜 애완동물이 주인을 따르는가? 당연히, 우리가 친한 친구와 어울려다니듯이, 애완동물은 주인을 친구로 생각하기 때문에 따르는 것이다. 따라서 동물을 학대한다는 것은, 인간과 학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인도적인 행위일 것이다(과학서에서 윤리를 말하는 나는 참........ 윤리적인가?). 이 책에서는 동물학대와 인간학대가 왜 발생하고, 그것으로 인해 받는 영향들을 심리학적으로 다루었다.

 

 이외에도 이 심리학서는 우리가 개와 고양이에 대해 가졌던 궁금증을 명쾌하게 해결시켜 준다. 또한,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는 그들의 놀라운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가끔 개와 고양이는 깜짝 놀랄 일을 한다. 인간의 역량으로는 할 수 없는 곳에 다다른 위대한 생명체이다. 이 책이 왜 흥미롭냐면, 딱딱한 과학이 아니라, 좀 더 친숙한 분야인 심리학을 중심으로, 애완동물들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책을 보라.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심리학』은 이

세 존재의 상호관계뿐만이 아니라, 고양이와 개의 이야기까지 등장하니까. 물론 그들에 대한

심각한 오해도 해명될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개와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를 아무리 설명해도, 결국 인간이 중심이겠지.......'라고. 개와 고양이에 대해 말해도 결국 모든 게 인간과 연결될 거라고. 하지만 '외전'에는 반전이 있었다. 인간 역시 동물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다행히 이 책은 인간중심주의를 부르짖는 게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조화를 꿈꾸고 있었다. 그런 점에선 참 다행이다. 개와 고양이를 비롯한 애완동물을 모두 설명해놓고, 인간이 최고다라고 외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으니까. 한 번쯤은 그들에게 주인공 자리를 함께 앉을 수도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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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벤구르 을유세계문학전집 57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지음, 윤영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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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한 보물은 숨겨져 있는 법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고전들은 읽어달라고 간청하며 스스로를 세상에 내보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더 많은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발굴된 것이다. 『체벤구르』라는 이 20세기의 숨은 고전은 저자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이 이름은 마치『국가』를 통해 이상향을 그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을 연상시킨다)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그의 책을 성경 책으로 삼은 윤영순 교수이다. 그는 플라토노프의 저작에 자신의 인생을 바쳤다. 그리고 그는 1928년에 출간된 이후 60년 간 세상에 빛을 내지 못한 『체벤구르』를 국내에 출간시켰다. 그래서 나는 참으로 기뻤다.

 

 이제 그토록 기다려왔던 『체벤구르』의 속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렇다,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큰 파란을 일으킬 만큼, 실험적인 수법과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문제작이다. 작가는 조이스나 포크너와 같은 모더니즘 작가와 비교될 정도로, 창의적인 기법을 사용했다. 사실 난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처음에 내가 제임스 조이스에게 다가간 것은 그의 놀라운 문학적 실험이었으나, 『율리시스』와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여러 번 읽으면서 중요한 것은 형식이나 기법이 아닌 내용과 주제임을 알게 되었다. 과거의 러시아와 농경 생활에 대한 아름다운 구절들이 우리 가슴 속에 파고들지만, 중요한 것은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디스토피아 문학은 그 역사가 깊다. 사실 내가 『체벤구르』에 가까이 다가간 계기도 탄압받던 시절의 러시아 문학이기 때문이다. 봉건주의에서 공산주의로 너무 이른 도약을 한 나머지 무지와 가난의 늪에 빠져버린 수많은 러시아인들을 깨우치기 위해, 지식인들이 항상 억압과 이단자 취급을 받으면서 걸작들을 써 내려갔다. 자먀찐의 『우리들』을 시작해서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등 디스토피아 문학과 수용소 문학들의 고전이 모두 『체벤구르』가 쓰여졌던 시기, 즉 이념이 인간을 억누르던 때에 쓰여진 책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 '공산주의 유토피아'는 의미가 깊다.

 

 

        왼쪽은 예브게니 자먀찐의 『우리들』이고, 오른쪽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다. 전자는 세계 최초의 디스토피아 문학이며, 후자는 수용소 문학의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작품이다. 이 두 소설 모두 러시아의 암흑시대에서 탄생되었다는 점에서,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체벤구르』와 일맥상통한다.

 

 사회주의라는 개념은 마르크스가 『자본론』과 『공산당 선언』을 통해 널리 선포한 혁명적 사상이다. 하지만 그것을 읽지 않고,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자본주의를 거치지 않고, 공산주의라는 '최종 과정'으로 급격히 넘어간 20세기 러시아와 다르지 않다. 샤샤의 방랑은 지상 낙원인 체벤구르를 발견하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이야기는 그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왜냐하면 체벤구르야말로 플라토노프가 꿈꾸었던 러시아의 모습 그 자체니까 말이다. 그가 애써 그 '슬픈 유토피아'를 유토피아로 묘사하려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문체를 사용한 까닭도 바로 그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디스토피아를 유토피아로 묘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조국 러시아를. 그는 공산주의였지만, 배운 지식인의 의무로서 거대한 땅만큼이나 문제점이 보였던 러시아를 변혁시키길 원했다. 그 결과가 바로 『체벤구르』다. 하지만 조국은 그를 믿지 않았고, 그는 자신의 작품이 인정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1951년 폐결핵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다가 2012년 10월, 그의 말에 귀기울인 사람이 나타나 그를 이 세상에 알렸던 것이다. 이 멋진 신세계를 많은 이들이 맛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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