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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조그만 돛단배로 혼자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이었다. 팔십사 일 동안 그는 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았다. 처음 사십 일 동안은 한 소년이 그와 함께 나갔다. 하지만 사십일이 지나도록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자 소년의 부모는 노인이 이제 정말이지 돌이킬 수 없게 ‘살라오‘ 즉 운수가 완전히 바닥난 지경이 되었다고 소년에게 말했다 -p9-
운수가 바닥난 노인과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그는 폭풍우 치는 꿈은 더 이상 꾸지 않았다. 여자나 큰 사건도, 커다란 물고기도, 싸움이나 힘겨루기 대회도, 그리고 아내도 더 이상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오직 이런저런 장소들과, 해변을 어슬렁거리는 사자들 꿈만 꾸었다. 사자들은 황혼 속에서 새끼 고양이들처럼 장난을 쳤다. 그는 소년을 좋아하는 만큼 사자를 좋아했다. 소년을 꿈에서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p 27-
아프리카의 넓은 초원과사자
풍랑이 거친 바다와 노인
그리고 소년의 이야기
노인은 언제나 바다를 ‘라 마르(la mar)‘라고 생각했딘. 그것은 사람들이 바다를 다정하게 부를 때 쓰는 스페인어였다.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이따금 바다를 나쁘게 말하긴 하지만 그런 때도 항상 바다를 여자처럼 여기며 말했다. 젊은 어부들 가운데, 상어 간으로 한창 벌이가 좋을 때 구입한 모터보트를 타고 다니며, 찌대신 부표른 낚시줄에 매달아 사용하는 자들은 바다를 남성인 ‘엘 마르(el mar)‘라고 불렀다. 그들은 바다를 경쟁자나 투쟁장소, 심지어 적처럼 여기며 말했다. 만약 바다가 사납고 악한 행동을 한다면 그건 바다도 어쩔 수 없어서 그러는 것이었다. 여자와 마찬가지로 바다는 달의 영향을 받는다는게 노인의 생각이었다 -p31-
˝그렇지만 난 놈을 죽이고 말거야.˝ 노인은 말했다. ‘위대함봐 영광의 절정에 있는 저놈을˝
그게 부당한 짓이라고 해도 어쩔수 없어, 노인은 생각했다.
나는 인간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견뎌낼수 있는지 놈에게 보여주고 말겠어.
˝내가 이상한 노인이라고 그 애한테도 말했지˝ 그는 말했다.
˝이제 그걸 증명해 보일 때야. ˝
과거에 이미 수천번이나 증명해 보였다는 사실은 그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그걸 다시 증명해 보이려는 것이다. 언제나 매번 새로 처음 하는 일이었고, 그 일을 하고 있는 순간에는 과거를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p69-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노인은 말했다 ˝사람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 지언정 패배하진 않아˝ .............. 하지만 난 생각을 해야만 해, 노인은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에게 남은 건 그것밖에 없거든.. -p108-
이 말이 노인과바다에서 나온 어구였었다니..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라는 유명한 어구가 파우스트에 나오는 표현이라는 것을 안것도 별로 안 됐는데....
파멸당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아...
희망을 버리는 건 어리섞은 짓이야. 노인은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난 그건 죄악이라고 믿어. 죄악 같은 것에 대해선 생각하지 말자, 그는 생각했다. 죄 말고도 지금은 문제거리가 충분하니까, 게다가 나는 죄가 뭔지도 아는게 없잖아.
죄에 대해 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 더구나 죄라는 걸 내가 믿는지조차 확신할 수없어. 저 물고기를 죽인건 어쩌면 죄였는지도 몰라. 비록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많은 사람을 먹이기 위해서 그랬다 하더라도 그건 죄가 아닌가 싶어. 그렇게 따지면 모든 게 죄가 되잖아. 죄에 대해선 생각하지 말자. 그러기엔 이미 너무 늦었고 또 죄에 대해 생각하라고 돈을 받는 사람들이 따로 있으니까. 그 사람들더러 생각하라고 하자. 물고기가 물고기로 태어난 것처럼 나도 어부로 태어났을 뿐이이야...................네가 먹을 거리로 팔기 위해서만이 아니었어. 노인은 생각했다. 넌 물고기가 살아 있을 때 녀석을 사랑했고 또 죽은 후에도 사랑했어. 네가 녀석을 사랑한다면서 죽이는 건 죄가 아냐. 아니, 오히려 죄보다 더한 것이 되닌?
-p109~110
그 놈을 죽인건 정당방위였어. 노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훌륭하게 죽였어.
게다가 세상의 모든 것은 어떤 식으로든 뭔가를 죽이게 끔 되어있어. 노인은 생각했다. 고기잡이는 나를 살아가게 해주는 일이면서 날 죽이는 일이기도 하잖아. 아냐 날 살아가게 해주는 건 그 애야. 노인은 생각했다. 나 자신을 너무 속여선 안 되지 -p111-
저 길 위쪽 오두막에서 노인은 다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엎드려서 자고 있었고 소년이 옆에 앉아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p133
읽었으나 읽지 않았고 읽지 않은것이 확실한데 읽는것 같은 작품중 하나가 노인과 바다이다.
제목만 알고 여러번 읽어보려고 시도는 했지만 별로 재미가 없어서 슬며시 덮어버리고 치워버리고 잊어버렸던 책이었는데.... 맘 먹고 내 너를 반드시 읽어버리리라 생각하고 읽었더니 .. 이게 웬일.. 전에 읽었던 것이라니..
안 읽었는데..분명 안 읽었는데...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엔 노인이 물고기잡느라 고분분투하는 장면만 있고 작품의 처음과 끝에 나오는 소년은 전혀 없으니 이는 안 읽은것만 못 한것도 같고...
어째든 읽었다고 이리 방점을 찍지 않으면 또 시간이 지나 안 읽었다고 생각할지 모르니까 이리 흔적을 남겨놓으면 괜찮을거라 스스로를 속여본다.
읽었으나 읽지 않은것으로 되어있던 노인과바다는
다시 읽어도 그다지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래서 기억의 한 구석탱이로 밀어두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예전에 읽었을 때는 그저 내용만 따라갔을것같고
지금도 여전히 완전히 그 심오한 뜻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물고기는 물고기로 태어나고 어부는 어부로 태어나고 사람은 사람으로 태어났을거라는.. 그래서 삶과 죽음이 인간의 어설픈 잣대로 함부로 선을 긋지 말아야한다는것.. 섣부른 판단도 어설픈 동정도 연민도 말아야 한다는것....
자신의 삶을 자신의 숙명에 따라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 인간이 인간으로 존엄하게 사는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금 많이 살게 된 지금 드는 생각이다.
왜 죽음을 무릅쓰고 결국 상어에게 뺏겨 뼈만 남은 청새치를 잡을거면서 물고기를 잡으러 가야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러지 않으면 사는것이 아니라는 그 이유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