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이 제일 좋은 시간이다
아이들 학교가고 집 대강 치우고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에 틈틈히 들리는 사람들 소리까지..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유난히 사방이 조용하다


문득 며칠전에 읽은 카프카의 시골의사가 생각난다
시골의사를 읽으면서 내가 겪은 몇명의 의사가 생각난다.
최근 흙수저를 이야기하고 죽은 의대생도 생각난다.

돌 된 아이의 수술자리가 벌어져 창자의 표면이 드러났는데도 쳐다보지도 않고 수술하면 다 그래요. 지방이 차서 그럴거에요 라고 말하던 의사.

환자가 들어가도 쳐다보지도 않고 진료를 하면서도 환자의 얼굴. 손. 상태를 보기보다는 컴퓨터 화면 속의 데이터를 더 보던 의사.

이제 막 수술 끝나고 나온 아이에게 초음파 잘못 읽고 다시 수술해야할 것 같다고 날짜 잡자고 했다가 지도교수한테 사진도 못 읽냐고 사람잡을 의사라고 환자앞에서 욕 엄청 먹었던 그 젊은 의사..

이 의사들.. 지금은 어디선가 의사노릇을 하고 있겠지.
의사라고 하면 큰 공명심과 인류애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과연 지금의 의사는..
하나 일개 직업군에 속해있고
공부잘하면 어떤 고등학교를 나왔건 기승전 의대를 가게 되고 달달달 외워 시험보고 의사가 된다...

의사란 직업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못 하고 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리고 너무 많은 의사들 속에 하나의 점으로 살게된 그 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의사를 하고 있을까..
위의 내가 만난 그런 의사들이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인간으로 보다는 환자라는 매체로 보는 의사.
자신의 눈이나 느낌보다는 컴퓨터 화면속 데이터들과 기계들을 더 믿는 의사.
그리고 더 이상 의사를 신뢰하지 않는 환자
더 이상 환자를 신뢰하지 않는 의사.

카프카의 시골의사의 의사도 그런 의사가 아닐까
벨에 의해 움직여지는 의사.
내 말이 없어 포기하려 할때 축사에서 네 발로 기어나온 남자에 의해 말 2마리를 얻는 의사.
하녀 로사를 눈 앞에서 성폭행 당해도 말에 의해 끌려가야하는 의사.
환자의 집에 도착해서 자신을 속였다고 그럴 줄 알았다고 이야기 하는 의사.
실제 죽을 만큼 아픈 환자를 앞에 두고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의사.
하려고도 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의사.
이 의사를 보낼 수 없어 무조건 살려내라고 옷을 벗겨 환자의 침대로 밀어넣는 가족들..
그리고 지켜보는 가족들.. 창문으로 넘겨보는 말들.. 시선들.. 시선들..
죽여달라고 말했다가 살려달라고 했다가 믿지 못한다고 하는 환자...

이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도망가는 일. 외투를 챙기고 가방을 주섬주섬들고 말을 탔으나 원하는 대로 가지 않고 눈 속을 헤매는 말들..
과연 이 의사는 어디로 가게 될까..

작품속에 《하녀를 강탈당한 늙은 시골 공의》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 표현이 시골의사.

함께 지내고 수발을 들어주는 일을 도와주는 하녀를 두 눈 벌겋게 뜨고 뺏기고 늙어서 힘도 의지도 에너지도 없고 시골이어서 세상이치에 밝지도 않을 것이고 그래도 시골이라 나름의 지위와 기득권은 예전에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을것이고 공의라서 부르면 가야하는 의사.

지금 우리의 의사들이 저절로 연상된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가고 있는 길에 예상외의 장벽들이 나타나고 그 장벽들이 각각의 생명력을 가지고 자신을 둘려싸고 옭죄어 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고 뭘 해야할지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의 시간. 노력의 보상을 기대하고 타인으로 부터 직업에 대한 뭔가가 기대되어질때 소위 멘붕의 상태가 오지 않을까..

나 돌아가고 싶어!! 라고 외친다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톱니바퀴의 하나로 전락해버린 의사.
이는 의사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가장 고귀한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마저도 라는 관점에서 보면 제일 안타깝다.

이제는 그 시점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예전에는 학교를 다닐때는 희망과 비젼 자부심 공명심이라도 있었는데 진학과 동시에 좌절..
그래도 의대를 가는 너희들은 조건이 좋은거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비교은 수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으로 하는 것이니 그들의 리그에서 느껴지는 현실의 벽. 돈의 벽. 가치의 벽등을 깨지 못하면 비극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것이다. 최근엔 현실의 벽. 돈의 벽이 큰 역할을 해 더 씁쓸해진다.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은 기승전돈이다
스스로를 더 비참하게 만들어간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어 놓은 사회. 기성세대들 -그래도 그들은 누리고 살았으니-
이 깨지기 힘든 현실의 두터운 벽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갈수록 유리 멘탈이 되어가는 우리아이들을 보면서 뭘 해야할지....


아주 짧은 단편하나로 별 생각을 다 해 본다...


그의 옷을 벗겨라. 그러면 그가 치료하리라.
그러고도 치료하지 않거든, 그를 죽여라!
그건 그냥 의사. 그건 그냥 의사. - 102p

 

저는 선생님을 별로 안 믿어요. 선생님도 그냥 어디엔가 떨구어졌을 뿐이지, 선생님 발로 오신게 아니잖아요. 도와주시기는 커녕 제 잠자리만 좁히는군요. 선생님 눈이나 후벼 파내었으면 좋겠어요....     103p-

 

내 집안에서는 구역질 나는 마부가 날뛰고, 로자는 그의 제물이다. 그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벌거벗은 채, 이 불운을 극한 시대의 혹한에 맨 몸으로 내던져져, 지상의 마차에다 지상의 것이 아닌 말들로, 늙은 나는 나를 이리저리 내몰고 있구나.  내 털외투가 마차 뒤에 걸려 있다. 하지만 내 손은 거기까지 닿지 않고 변덕스러운 환자 주위의 불한당들 중 어느 누구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1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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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3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3 1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갱지 2015-12-23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성바르고 실력있는 의사.
참 드문것 같죠? ;-)

지금행복하자 2015-12-23 19:02   좋아요 1 | URL
좋은 의사도 많이 있겠지요~ 의사가 지위가 되어버려 문제고 순식간에 직업으로 전락해버린것이 문제겠지요~~

서니데이 2015-12-23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구와 비교하는지에 따라서, 더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많은 것들이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요.
지금 행복하자님, 오늘도 편안하고 좋은 저녁 되세요.^^

지금행복하자 2015-12-23 22:05   좋아요 1 | URL
비교하지 말고 살자고는 하지만.. 참 그러기 힘든것 같습니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는 하지만... 참.. 힘듭니다~~
서니데이님도 편한 밤 되세요~~ ^^

cyrus 2015-12-23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가 들어간 직업이 좋다는 옛날 생각을 믿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이런 직업을 갖기를 원할 겁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12-23 22:03   좋아요 1 | URL
아이들은 돈을 많이 직업으로 알고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말 합니다.. 물론 성적이 안되서 못 가기는 하지만요~ 라고 덧붙이긴 하지만....
아이들의 커서 하고 싶은 일이 돈 많이 버는 일이라고 할때마다... 가슴에 돌 하나씩 떨어지는 기분입니다..
더 이상 어른들의 생각을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으로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와니 2015-12-24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의 꿈을 향해갈때 삶의 가치관이나 내면의 행복을위한 것이 아니라 기승전돈이 아니었는지, 남들보다 잘나보이고 싶은 우월주의에 빠져 살았던건 아닌지 반성해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12-24 09:57   좋아요 0 | URL
정신 바짝 차려야 끌려다니지 않을 것 같아요~ 저도 늘 생각합니다. 이게 진정 네가 원하고 있는 것 맞니? 타인의 욕망을 네것이라고 착각하는 것 아냐? 그러면서요 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롤리타. 은교. 베니스에서의 죽음.
모리스. 베니스에서의 죽음
데미안. 베니스에서의 죽음

이들의 공통점과 이 작품들의 다른 점은?

나이차이가 많은 연하의 대상
동성간 사랑
친구. 진실의 탐구?

굳이 찾을 이유는 없다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의 주인공은 초로의 노신사로 한틈 빈틈없는 삶을 살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베니스로 여행을 떠나 인생에서 최고의 사람. 최고의 연인. 최고의 순간을 만나게 된다.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그 무엇도 없다지만
미성년에 대한 사랑은 불편하다
롤리타도 그렇고 은교도 그렇고..
문학이려니 하고 읽을 뿐 이해는 하지만 공감은 어렵다.
그럴수도 있겠지...

물론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주인공인 아센바흐가 소아성애자는 분명아니다.
누구나 한번 쯤은 저도 모르게 시선이 멈추어지는 순간이 있고 저도 모르게 시선을 따라가게 하는 사람이 있었을테니..

아름다워 이세상의 사람이 아닐것 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소년이 눈 앞에 어른 어른 거린다면 그것도 베니스에서 세상의 모든 것들이 사랑에 빠진다는 베니스에서...

아센바흐의 사랑이 흔히 생각하는 그런 사랑은 아니지만 나이든 아저씨가 계속을 시선을 놓치지 않고 따라 다닌다면 분명 아이의 입장에서나 부모의 입장에서는 경계의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을것이다.
소위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이 세속적인 시선으로 왜곡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나는 당신의 아들을 그런 시각으로 바라본것이 아니오. 비록 당신의 아들이 너무 아름다워 여자보다 더 아름답기는 하지만 나는 그 아름다움에 순수함에 천사같은 천진함을 찬양했을 뿐이요~ 라고 말하고 다닐 수도 없을 것이다.

13~14세가 가지는 의미가 있다
사춘기에 접어들려는 나이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면서 아이이기를 거부하고 호기심도 많고 - 이 호기심은 아이였을때의 호기심하고는 분명히 다르다- 대담하기까지 한 나이.
동시에 불안정하고 어설프고...

이 나이가 주는 의미는 분명히 있다
동성의 14세..

실제 작품속에서도 파이드로스등 언급이 되기도 하지만 이전에 읽었던 《향연》에서 말하는 그리스인의 사랑이 연상되었다
이런 마음으로 그들도 소년들과 사랑을 하고 이런 그네들의 사랑이 최고가 될수 있다고 생각하겠구나. 이렇게 성스러운 마음으로 그 대상을 바라봐 준다면~
영혼을 교감하고 지성을 교감하니 어찌 한낫 여인과의 사랑이 그들을 따를 수 있을까~
물론 보는 것만으로 끝나는건 아니지만..

책을 읽다보면 이 동네 사람들은 특히 이 시기의 작품에서는 아직도 그리스 시절 동성애에 대한 관념이 깔려 있음이 느껴진다..

여인과의 사랑과 남자와의 사랑에서 추구하는 것이 확실히 다른것 같다
생명의 잉태와 지성. 미학의 잉태라고 할수 있을까..

토마스 만은 처음이다
타치오도 토니오 크뢰거도 데미안도 아직은 아닌듯 하다

- 고독하고 말없는 사람이 관찰한 사건들은 사교적인 사람과 그것들보다 더 모호한 듯 하면서도 동시에 더 집요한 데가 있다. 그런 사람들의 생각은 더 무겁고 더 묘하면서 항상 일말윽 슬픔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고독은 본질적인것. 과감하고 낯선 아름다움, 그리고 시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고독은 또한 거꾸로 된 것, 불균형적인 것, 그리고 부조리하고 금지된 것들 야기시키기도 한다.. 450p-

-그런데 그 고개가 가슴위로 툭 떨어져서 그의 두 눈이 아래쪽에서 쳐다보는 꼴이 되어버렸고 그의 얼굴에 긴장이 풀리고 깊은 잠 속에서 무슨 생각에 침잠해 있는 듯한 표정을 띠게 되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마치 그 창백하고 사랑스러운 < 영혼의 인도자 >가 저기 멀리 바다 바깥에서 그에게 미소를 짓고 그에게 눈짓을 보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 소년이 허리에서 손을 떼어 바깥 바다를 향햐 손짓을 해보이고 그 광막한 약속의 바다안으로 자기가 앞서 둥실둥실 떠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 자주 그래 왔듯이 그를 따라 가려고 일어섰다 5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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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5-12-22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해와 공감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
어디선가 공감은 타인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읽었던 기억이 나서요 :-)

지금행복하자 2015-12-22 14:20   좋아요 2 | URL
저는 머리로 하는 이해와 마음으로 하는 이해를 생각했습니다.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과연 맘까지 이해할 수 있는지 다른 부분인듯 해서요~
머리로 하는 이해와 공감은 어느정도 노력하면 될수 있지만 마음까지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AgalmA 2015-12-23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요른 안데르센이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카의 모델이었다는 소릴 듣기도 전에, 아닛! 이것은!!! 했었다는^^!
진지한 글에 뻘글ㅜㅜ;;
젊음, 아름다움 이 유혹을 어찌 하겠나이까...

지금행복하자 2015-12-23 07:24   좋아요 0 | URL
ㅋㅋ 저도 그림으로만 보던 오스칼을 실물로 보다니~ 정말 묘한 매력이 있는 배우에요. 솔직히 책으로만 봤을때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비요른을 대입해서 보니까 그럴수 있어~ 라는 확신이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