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사이의 별빛
글렌디 밴더라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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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의 이별은 누구에게나 가슴 아픈 상처가 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아이를 잃은 상처는 무엇으로도 헤아릴 수 없는 큰 상처다.

아이와의 이별은 어떤 형태든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는 상처겠지만 만약 그 아이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태라면... 그 두려움과 상실감은 생각조차 하기 싫다.

하지만 지금도 이 좁은 땅에서 어떤 이유로든 아이를 잃어버리고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는 부모가 있다는 게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상실을 겪은 한 여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게 바로 이 책 나뭇잎 사이의 별빛이다.

이 책은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조앤 롤링의 작품을 누르고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는 화제성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아이를 잃은 후 남은 가족이 느끼는 상실감과 상처를 생생하게 표현해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게다가 그 상처를 자연으로부터 치유받는 과정 역시 억지스럽거나 과장되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4살배기 쌍둥이 형제와 갓 태어난 딸아이를 둔 엄마 엘리스가 남편의 불륜을 눈으로 목격한 날... 그 충격에 혼이 반쯤 나갔고 그런 마음을 추스르고자 간 숲에서 그만 딸아이를 놔둔 채 오는 큰 실수를 저지른다.

다시 돌아간 그곳에 딸은 없었고 엘리스와 가족은 막내를 잃어버린 충격에 서서히 침몰되어간다.

자식을 놔두고 왔다는 자책감은 엘리스를 무너뜨리기 충분했고 어린 시절 약물과 술에 취해 자신을 방취했던 엄마를 닮아 자신의 아이들에게 자신 역시 큰 상처를 줄까 두려운 마음에 이혼을 하고 아이들 곁에서 멀리멀리 떠나기로 한다.

책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던 엘리스의 긴 방황의 여정과 함께 또 다른 여자아이 레이븐의 이야기를 교대로 담고 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듯이 레이븐이 바로 엘리스가 간절히 찾던 딸임에 분명하지만 레이븐은 자신을 키운 엄마에 의해 주변과의 교류도 없이 그저 마마로 칭하는 여자의 말을 믿고 스스로를 숲과 땅의 정령의 자식이라 굳게 믿는다.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우연히 만나게 된 또래들에 의해 자각하게 되지만 마마는 그런 레이븐의 일탈을 절대로 용인하지도 용서하지도 않는다.

얼핏 보면 넓은 땅에서 자유롭게 자라고 사랑을 받고 큰 부족함 없이 키운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모든 걸 마마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믿음대로 레이븐을 속박하고 가스라이팅 했었다는 게 밝혀지기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서로가 언제쯤 다시 만나게 될지 그리고 그 만남은 어떤 모습으로 이뤄질지 기대하며 한 장 한 장 읽어가다 마침내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에선 또 한 번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다.

눈물을 흘리고 서로 감동의 포옹을 하고 모두가 웃으며 해피엔딩을 하는 뻔하고 진부한 결말이 아닌... 오랜 세월 떨어져 있던 만큼 서로 다른 모습과 가치관을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까지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슬프면서도 아름다웠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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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룰렛
오윤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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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주택가 골목길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비싼 양복을 입고 비싼 시계를 찬 남자의 직업은 투자회사의 대표

겉으로 보이는 모든 것은 완벽하지만 그를 조사하면 할수록 그에게는 수상쩍은 냄새가 난다.

요즘 우리에게도 익숙한 리딩방 사기 사건을 기획하고 사람들의 부에 대한 욕망과 갈망을 이용해 돈을 갈취하는 전문 사기꾼이었다.

일단 죽은 피해자가 죽어 마땅할 정도로 사람들로부터 고혈을 짜내는 사기꾼이라는 설정에서 알 수 있듯이 그를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문제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들 대부분이 알리바이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이야기는 용의자 면면을 쫓아 그들이 죽은 피해자와 엮이게 된 사연을 풀어가면서 하나씩 단서를 찾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사기 사건과 그 사기에 엮여 한순간에 피해자가 되고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피해자의 사연들 대부분이 우리가 흔히 들어본 것들이기에 그들이 느꼈을 좌절감과 배신감에 공감이 갔다.

악인의 주변엔 악인들이 모이고 사기꾼의 주변엔 사기꾼만 몰리듯이 죽은 피해자 주변 인물들 역시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일반인은 아니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만든 게 에버그린 투자자문회사였고 그들을 대표하는 사람이 죽은 피해자 정상구였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그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사연을 다루고 있는데 피해자들이 당하는 과정이 현재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과정 그대로였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돈을 불릴 이유가 있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가 그럴듯한 말로 속여서 돈을 갈취하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자살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가정이 풍비박산이 난다.

그들의 사연이 드러나면 날수록 죽은 피해자 정상구는 언제 죽어도 마땅한 악인임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런 악당을 처지 한 건 과연 모두의 짐작대로 그에게 사기를 당했던 피해자 중 한 사람일까?

하나의 사건을 따라가던 중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피해자 역시 에버그린과 무관하지 않음이 드러나면서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등장하는 인물은 많지만 이야기 자체가 복잡하게 얽혀있거나 엄청난 복선이 있는 플루트가 아니어서 술술 읽혀내려간다.

언젠가부터 재테크를 하지 않으면 혼자만 도태되는 듯한 사회에서 너도나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투자를 하고 돈을 벌려는 지금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욕망을 제대로 자극하며 빈틈을 파고들어 사기를 치는 사기꾼들의 형태를 고발하고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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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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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다른 사람의 취향이나 개성에 대해서 그게 뭐가 됐던 법의 테두리 안에만 있으면 대부분 인정해 주자는 분위기가 대세다.

그래서인지 직접 대상자는 만족할 만한 상태는 아닐지 몰라도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역시 예전보다 훨씬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아사이 료는 그런 일반인을 상대로 정말로 소수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에 나오는 소수자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수자 이를테면 게이나 트랜스젠더 혹은 바이 섹슈얼 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평소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것에서 성적 욕망을 느끼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사람들을 조사하고 죄를 묻는 사람을 일상을 벗어난 것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다소 보수적인 검사를 일반인의 정서를 대변하는 역할로 내세워 과연 바른 욕망 즉 정욕이란 뭐며 어디까지가 바른 욕망이고 어디까지가 옳지 않은 욕망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동 성 착취와 이 음란물 제작을 목적으로 대낮 공원에서 그들만의 파티를 열었던 소아 성욕자들이 검거되었고 이들의 면면이 알려지면서 주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는 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들이 검거되기 전으로 돌아가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면서 이들의 사연이 모두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사연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자각을 하지만 어디에도 심지어 부모님에게도 자신의 다름을 이야기할 수 없었던 사람들...

그래서일까 자라면서 친구도 이성과의 교재도 할 수 없었던... 언제나 사람들의 시선밖에 있고 싶어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런 사람들도 사회생활을 해야만 하고 오직 그 한 가지 비밀을 지키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서 이상함을 감지한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서 그 비밀이 뭔지를 캐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로 인해 더더욱 피곤함과 함께 자신이 그들과 다르다는 차이만 더욱 자각할 뿐...

책 속에는 그들이 욕망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솔직히 일반인의 시각으로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깊이 몰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그들을 대하면서 일반 범죄자를 대하듯이 그들의 사정이 아닌 그들의 저지른 걸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에 주목하는 검사의 심정이 더 이해가 갔다.

그런 세 사람을 담당한 검사 역시 평범해 보이지만 갑자기 등교를 거부하고 비슷한 처지의 친구와 동영상을 올리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를 둔 아빠라는 사실이다.

왜 아들이 등교를 거부하는지 이해하기도 쉽지 않지만 무엇보다 별것 없는 동영상을 올리는 일에 열중하느라 점점 더 학교와 멀어지면서 사회에서 도태되는 길을 걸어갈려는 아들을 막기 위해 노력하지만 아내조차 그런 그의 마음을 이해하기는커녕 그와 점점 더 멀어져간다.

그가 노력하면 할수록 아들과 아내와의 사이는 멀어져만 가는 모습을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를 보여준다.

읽으면서 어쩌면 이 책은 읽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조금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작가의 도발적인 질문... 과연 어떤 게 바른 욕망일까 하는 질문에 과연 나라도 주인공들처럼 남들과 확연히 다른 욕망을 지닌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그렇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심오한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읽기에 쉽지않았다.

이미 영화화되었다니... 영화로 한 번 더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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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방차 마르틴 베크 시리즈 5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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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가 더해갈수록 점점 더 마르틴 베크가 속해 있는 수사팀 개개인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나면서 훨씬 더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이번에도 한 사람 개인이 아닌 수사팀 전체의 팀워크가 돋보였다.

경찰의 감시하에 있던 범죄 용의자가 하필이면 다른 사람도 아닌 군발드 라르손의 눈앞에서 화재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엄청난 폭발과 더불어 큰 화재가 났고 이 불로 같은 건물에 살던 세 사람의 희생자가 나왔지만 다행히도 라르손의 물불 안 가리는 희생으로 더 큰 참사를 막았다.

하지만 부검 결과 용의자는 불이 나기 전 이미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는 정황이 포착되었고 이 화재는 그의 자살이 일으킨 실화로 결론나면서 사건은 종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모두가 백안시하던 라르손이 이 사건에서 뭔가 놓치고 있는 점을 파악... 그 부분을 집요하게 파헤치다 사건 당시 경찰에 앞서 누군가가 화재신고를 했으나 소방차가 나타나지 않았던 걸 깨달으면서 사건 전체의 그림이 달라진다.

여기에 또 다른 누군가의 자살 사건이 끼어든다.

단순한 자살 사건처럼 보였던 그 사건에 느닷없이 마르틴 베크의 이름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베크와 일면식도 없는 그 사람은 왜 유서에 그의 이름을 남겼던 걸까 하는 의문은 결국 다른 사건과 연결점이 된다.

이번 편의 흐름은 상당히 더디고 느리게 흘러갔다.

일단 사건 자체가 누군가에 의해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 방화로 의심하기 쉽지 않았고 그걸 깨달았을 땐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중 일부는 긴 휴가를 가고 다른 누군가는 병가 중이며 또 다른 누군가 역시 퇴직 후 어떻게 보낼지만 궁리하느라 사건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마치 각자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방만하고 느슨하지만 결국 하나의 실마리를 찾고 난 후부터는 모두 모여 사건을 추론해가며 여전한 팀워크를 보여준다.

누가 봐도 단순 화재 사망사고로 묻힐 뻔한 사건을 뒤져 결국 누군가의 방화로 인한 화재였다는 걸 밝혀내면서 죽은 사람과의 연관관계를 따져 용의자를 추적해가는 과정을 실감 나게 그려내고 있는 사라진 소방차

이번 편에서는 경찰이 뻔히 보이는 결과에 집착하고 확실해 보인다는 이유로 또 다른 가설이나 혐의점을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한 방향으로 만 수사를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야망이 큰 부하를 호되게 잡는 걸로 유명한 냉소적인 성격의 콜베리,모든 게 곧이곧대로라 융통성이라곤 없는 것 같은 군인 같은 군발드 라르손 한번 본 건 모든 걸 기억하지만 중요할 땐 늘 화장실에 처박혀 나오지 않는 게으름뱅이 멜란데르 그리고 이 개성강한 팀원들을 이끌어 가는 듯한 마르틴 베크

각각의 개성이 더해 저 갈수록 더 생생하고 매력적인 작품으로 완성되어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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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녹취록 스토리콜렉터 11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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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호러 미스터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가 바로 미쓰다 신조가 아닐까 싶다.

다양한 방식으로 괴담과 호러를 이야기하는 작가는 특히 사람들이 어떤 부분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지를 아주 잘 알고 그 부분을 건드려준다.

현대인들 대부분은 미신과 괴담을 믿지 않는다고 하지만 수많은 괴담과 도시 전설이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걸 보면 사람들은 자신이 말하는 것만큼 괴담과 미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특히 아주 오래전의 구전이나 신앙 혹은 괴담을 끌어와 현대인들의 마음속 공포를 건드리는 걸 잘하는 작가는 이번 책 죽은 자의 녹취록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은 기존의 작품들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는 괴담 전문 작가로서 참여하고 있다.

자신이 쓴 괴담 에피소드를 한 권의 책으로 엮는 과정에서 그 책의 편집을 담당했던 편집자 역시 자신도 모르는 새 괴이한 일을 겪게 되었고 책 중간중간 막간 1,2와 종장에서 그 부분을 담고 있다.

이제까지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런 부분 즉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섞어서 마치 이야기 속의 괴담이 현실에서까지 연결되어 벌어지는 것 같은 구성은 신조의 괴담을 더욱 무섭게 느껴지게 만든다.

각자의 사연이 있어 더 이상은 살아갈 수없이 구석으로 몰린 사람들이 자살을 결심하고 그 마지막 순간을 테이프에 녹음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죽은 자의 녹취록은 사실 이야기 자체가 공포스럽다거나 하진 않지만 그 사람의 최후의 순간을 녹음한 걸 듣는다는 찜찜함에다 이런 녹취록을 수 없이 들은 또 다른 작가 역시 이상한 녹취록을 남기고 그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는 설정을 더해 괴담을 완성했다.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와 스쳐 지나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그 밑에 깔린 기조는 비슷하다.

늘 다니던 길에서 어느 날 우연히 평범하지 않은 누군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 사람을 인식하는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 사람은 매일매일 조금씩 자신과의 거리를 좁혀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기이한 사람이 자신의 집까지 찾아와 집요하게 벨을 누르고 현관을 두드린다는 이야기는 여느 공포 소설에서도 봤던 전개지만 이런 평범한 전개에도 작가는 특유의 분위기로 훨씬 더 현실감 있는 공포를 그려내고 있다.

빈 집을 지키던 밤과 우연히 모인 네 사람 역시 공포소설이나 영화에 흔히 볼 수 있는 플루트이긴 하다.

단 하룻밤만 빈 집을 지키면 돈을 벌 수 있는 알바

하지만 그 하룻밤이 평범할 리는 만무하다. 거기다 주인 부부의 상반된 이야기는 이 알바가 더욱 평범한 알바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처럼 주인공 역시 기억하기도 무서운 공포스러운 하룻밤을 채 보내지 못한 채 집을 뛰쳐나오지만 약속된 아르바이트 비보다 더 큰 금액을 받게 된다. 마치 입막음하려는 것처럼

그리고 작가는 그 공포스러운 밤에 쫓기던 여학생의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함으로써 공포감을 자극하고 있다.

우연히 모인 네 사람 역시 처음 출발부터 이상하고 꺼림칙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낯선 사람들과 산을 타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등산 코스가 아닌 낯선 길을 가게 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것 역시 낯선 길에 들어섰을 때의 꺼림칙함과 괴괴한 풍경에 대한 묘사를 실감 나게 그려냈다.

에피소드 중 가장 선득했던 건 시체와 잠들지 마라였다.

제목도 그렇지만 여든 전후의 노인이 끊임없이 말도 되지 않는듯한 이야기를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왠지 섬뜩한데 그 내용 역시 범상치 않다.

노인의 몸에 갇힌 어린 소년이라니... 스토리 자체보다 그 과정이 생각할수록 꺼림칙하고 섬뜩해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누군가의 경험을 소설로 옮겼다는 설정은 이런 괴담이 아주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게 해 더욱 공포스럽게 하는 데 이런 부분이 작가의 전매특허라는 걸 잘 알면서도 매번 마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 더 현실감 있는 공포를 느끼게 한다.

단편이고 각각의 에피소드가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쓰는 데 협조하면서 같이 스토리를 찾았던 편집자의 체험담을 곳곳에 넣어 괴담 속 공포가 현실까지 연결되어 있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공포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보다 공포감은 사실 좀 약하지만 그래서 대중적인 만큼 작가의 다른 책을 읽기 전 입문용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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