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에 걸린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4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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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좋아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밀레니엄 시리즈 4부
그래서 이번에 다른 작가의 작품으로 시리즈가 연결되어 나온다는 말에 우려하는 마음이 컸고 그에 반해 약간의 기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 결과는 대체로 괜찮은듯하다.
하긴 따지고 보면 단권이 아닌 시리즈의 특성상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데 이 시리즈에선 이미 독보적인 캐릭터가 있으니 여기에다 조금만 더 살을 붙이고 스토리만 짜임새 있게 한다면 적어도 실패는 하지 않을 거고 그런 점에서 보면 영리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뭐.. 멋진 스토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독박인거지만...ㅎㅎ
컴퓨터공학자이자 인공지능연구에 있어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는 스웨덴 출신의 프란스 발데르는 미국 기업에서 자신이 연구하던 걸 접고 느닷없이 스웨덴으로 귀국해버린 후 오랫동안 방치했던 자신의 아들을 전처로부터 데려와버린다.
그리고 그의 이런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스웨덴 국가 안보기관 세포와 미 국가 안보국 NSA는 그가 위험에 처해있으며 누군가 그를 노리고 있다고 보고 그의 경호에 신경 쓰지만 보란 듯이 그의 집안에서 총을 맞고 피살된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지켜본 그의 아들 아우구스트
한편 오랜 세월 자신의 긍지였던 밀레니엄에 대한 애정도 식어가고 모든 것에 슬럼프를 겪고 있던 블롬 크비스트는 불황을 겪고 있는 밀레니엄을 손에서 놓을 것까지 고려하다 에리카를 비롯한 다른 주주들의 노력으로 거대 기업이자 황색언론으로 대표되는 세르네르 미디어 그룹에 밀레니엄의 지분을 넘기고 위기를 벗어나지만 블롬크비스트의 슬럼프가 오래가자 처음의 약속과 달린 세르네르에서는 마음대로 편집권을 요구하고 급기야는 블롬크비스트의 축출을 꾀하며 밀레니엄을 집어 삼키려는 야욕을 보인다.
이런 때 프란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 블롬크
그리고 프란스가 피살되던 날 밤에 걸려온 그의 전화로 인해 사건 현장에 함께하게 되고 블롬크의 기자본능이 드디어 깨어났다.
프란스에 대해 파면 팔수록 그가 누군가로부터 그가 독자 개발한 기술을 도둑맞았을 뿐 아니라 그 도둑맞은 기술과 거대기업 솔라폰이 연관되어있고 그 둘 사이에 정체모를 조직이 끼어있음을 알게 되는 블롬크는 프란스에게 누가 그에게서 기술을 훔쳤는지 알려준 사람이 그가 찾던 리스베트임을 알게 되고 이렇게 그 둘은 또다시 대형 사건에 연결된다.
그러고 보면 블롬크와 프란스의 처지는 비슷하다.
독자적으로 자신의 기술을 가지고 있던 프란스와 역시 독자적인 논조를 유지하던 밀레니엄이 거대 기업의 자본에 의해 눈뜨고 코 베이듯 빼앗겨버리게 되는 과정은 언론과 첨단 기술이라는 차이뿐 그 과정은 쌍둥이처럼 닮아있을 뿐 아니라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기업사냥꾼의 행태와도 닮아있다.
그래서 거대 자본을 이용해 이윤이 될만한 것은 모두 흡수해버리는 기업들의 행태에 밀레니엄 팀과 아웃사이더인 리스베트가 크게 한방을 먹인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학대받은 경험과 남과 교류하기 힘든 일종의 자폐성향을 가진 모습도 닮아있는 리스베트와 어린 아우구스트가 위기 상황에 서로를 알아보고 의지하는 모습은 조금 감동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자동차를 타고 킬러의 눈앞에서 위기탈출하는 상황은 역시 스릴 만점이었다.
아무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었던 서번트 아우구스트가 리스베트를 만난 건 마치 구원과도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책 소개에서 거론했던 리스베트의 쌍둥이 여동생 카밀라와의 전쟁은 쌍둥이로 태어나 같은 환경에서 같은 처지로 비슷한 학대를 당했음에도 서로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음이 놀랍기도 하고 역시 리스베트의 말마따나 이 집안에 흐르는 피에 광기가 흐르는 지도 모르겠다.
서로를 미워하는 자매들의 전쟁을 그리고 있는 밀레니엄 4부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서로의 행동을 예측하는 자매가 각자 거미줄을 짜서 걸려들기만 기다리는 포식자의 모습이 놀랍도록 닮아있어 섬뜩하기도 했다.
이 둘의 전쟁에서 누가 포식자가 되고 누가 먹이가 될지... 뭐... 주인공이 리스베트이니 승자의 모습은 짐작되지만 어떻게 이길지 그 방법이 궁금해서라도 시리즈의 끝으로 예정된 6권까지 읽어야할듯...


해커가 있으면 모든 걸 훔쳐낼수 있고 변호사가 있으면 모든 도둑질을 정당화 할수 있다.
그나저나 누가 한 말인지 참으로 현대 사회에서 저지르는 거대기업들의 횡포를 제대로 표현한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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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당한 사람들
토머스 컬리넌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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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이 한창인 때 숲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기숙학교
이곳엔 어린 숙녀를 포함해 여자들만 있었고 이런 곳에 적군의 군복을 입고 피를 흘리며 부상당한 채로  한 남자가 숨어들어온다.
제목에서 벌써 대충 눈치를 챌 수 있듯이 이 책은 누군가에게 사람들이 끌려서 매혹당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매혹당하는 주체이고 누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존재인가
얼핏 생각하면 여자들만 모여사는 곳에 느닷없이 나타난 젊은 남자가 매혹시키는 주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런 것도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곳 기숙학교에 모여사는 젊은 숙녀들은 대부분 숙녀 교육을 받기 위해 이곳에 온 잘 자란 집안의 여자아이들로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부유층 자제들로 구성되어 있고 돈을 벌기 위해 자신과 상관도 없는 전쟁에 용병으로 참가한 존 맥버니는 그래서 이곳 젊은 숙녀들의 부유함과 여유로움에 매료당한다.
한 편 전쟁이 한창이지만 이곳은 외지고 그런 위험한 곳과 떨어져 있어서인지 학생들을 비롯해 이곳에 사는 여자들은 전쟁의 위험성에 대해 피부로 와 닿게 느껴지지 않고 그저 마음껏 돌아다니지 못하고 사람들을 만날 수 없음에 권태로워할 때 비록 적군이지만 잘생긴 젊은 청년이 나타났으니 그들 눈에는 하늘에서 선물이 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듯하다.
게다가 여자들에게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도록 부상까지 당한 남자라니...
이렇게 한창 이성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나름 동경을 가진 소녀들의 마음에 불을 질러줄 모든 요소를 갖춘 남자와 한 집에 살게 된다면 그다음은 누구라도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할 수 있다.
평소에도 서로를 견제하고 서로의 미모와 가진 것에 대해 질투하고 하나라도 더 비밀을 알고 싶어 훔쳐보고 염탐하던 소녀들은 이제 한 남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필사적인 경쟁을 시작한다.
그의 시선을 끌기 위해 때론 자신의 비밀을 속삭이고 때론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고...
젊은 남자 존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젊은 숙녀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윙크를 하고 농담을 하며 시시덕거리다 자신이 처한 위기 상황을 그녀들 중 한 명을 이용해 타파하려 시도할 뿐 아니라 잘하면 신분상승을 노려봄직하다는 계산 아래 자신이 우연히 얻은 정보들을 이용해 위험한 게임을 시작한다.
하지만 존 역시 그들에 비해 조금 나이가 들었다 뿐이지 그 역시 갓 스물이 된 어린 남자라 모든것이 미숙했고 이성적인 계산과 충동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하다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사랑받지 못하고 선택받지 못한 여자들의 분노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지 못한 존
그리고 자신이 선택되지 못했다는 걸 깨달은 후 얼마나 빨리 다른 여자들과 연합을 할 수 있는지를 몰랐던 건 미숙한 남자 존에겐 불행이었다.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조금씩 그러나 서서히 긴장감이 물들어가는 과정을 매력적으로 그려놓은 `매혹당한 사람들`
깊숙이 숨겨뒀던 비밀이 모두 까발려지고 광적인 폭발이 지난 후의 비정상적인 고요함이 그래서 더욱 서늘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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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는 밤에만 사냥한다 미아&뭉크 시리즈
사무엘 비외르크 지음, 이은정 옮김 / 황소자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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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벌거벗겨진 채 깃털 위에 눕혀지고 입에는 백합꽃이 꽂혀있으며 이상한 오각형 모양으로 꺾인 모습으로 발견된 소녀... 완벽한 제물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충격적인 모습으로 범죄를 드러내고 시작하는 `올빼미는 밤에만 사냥한다`는 `미아& 뭉크` 두 콤비 시리즈의 두번째이야기이기도 하다.
특히 미아는 스스로를 죽이고자 늘 고민하는 심각한 병적 우울감을 가진 여자이기도 하고 쌍둥이 자매의 죽음이라는 개인적인 아픔을 겪고 약물에의 유혹을 견디고 있지만 남과 다른 탁월한 영감을 가진 우수한 형사이기도 하다.
죽은 소녀의 모습을 모자마자 누군가가 의식에 사용한 것 같다고 느낀 홀리 뭉크 형사는 미아 크뤼거를 소환하고 둘은 먼저 소녀의 신원을 파악한다.
그녀의 이름은 카밀라 그린이며 부모 없이 떠돌다 보육원에서 생활했다던 그녀는 사라지기 전의 모습과 달리 형편없이 여위어 있었을 뿐 아니라 그녀의 위에선 동물 사료가 발견된다.
이에 그녀가 실종 이후 누군가에 의해 갇혀 가축사료를 먹고 사육되었다고 짐작하는 미아
그녀의 의심을 입증하듯 동료 형사의 옛 친구이자 블랙 해커로 활동하던 친구로부터 보내온 영상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게 된다.
마치 새장 같은 곳에서 바퀴를 돌리는 햄스터처럼 무릎을 구부리고 바퀴를 돌려먹을 것과 전기를 구하는 카밀라의 모습은 인간 애완동물의 모습과 닮아있었고 그녀가 왜 그토록 여위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줬다.그녀는 왜 이런 모습으로 갇혀있었던걸까?
조사를 해나가면서 시신 밑에 있던 깃털이 올빼미의 것이라는 걸 알게 되고 자연사박물관에서 도난 사건이 있었음을 발견해 낸 조사팀
이럴 때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수하는 사람은 나타나기 마련이고 자신이 그녀를 죽였다고 스스로 자수해 온 남자는 죽은 카밀라의 모습과 비슷한 모습으로 죽어있는 개와 고양이 사진을 가지고 있었지만 약간의 질문으로 그가 단순히 현장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은 사람임을 알게 된 미아는 사진이 찍힌 곳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왠지 모를 기분 나쁜 분위기를 느낀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채 살아가는 보육원 아이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도 누구 하나 제대로 찾지 않을 아이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이용해 종교적인 이유로 학대를 일삼는 어른들
이렇게 이 책에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듯하지만 북유럽 스릴러 특유의 서늘함과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지 못한 게 아쉽게 느껴진다.
어딘지 비밀스럽고 종교적인 냄새를 풍기면서 시작했던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처음의 비밀스러움은 사라지고 평범해짐과 동시에 느슨해지면서 특유의 분위기를 못 살리다 너무나 쉽고도 갑작스럽게 드러난 범인의 정체와 결말은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전편에서의 미아와 뭉크 콤비의 활약은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에 선 뭉크는 별다른 활약도 없는 그저 뚱보 형사에 걱정 많은 남자의 모습일 뿐이었고 미아 역시 자책하거나 술에 취한 채 비틀거리는 모습이 많아 그녀가 탁월한 형사라는 게 책속의 많은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확 와 닿지 않았달까
다만 알 수 있었던 건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 모두는 대부분 행복하지 못할 뿐 아니라 누구와도 자신의 외로움을 이야기하지 못한 채 긴 밤에 홀로 깨어있다는 점이다.
밤에도 잠 못 이루고 술에 취하거나 약에 취해서야 겨우 잠들 수 있는 미아도 그렇지만 오래전에 헤어진 아내를 못 잊고 그 주변을 맴돌며 혼자 생활하는 뭉크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모두가 어딘가 위태롭고 아슬아슬하게 현실을 유지하고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여기 수사팀은 팀워크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각자가 떠도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책이 재미가 없었냐고 묻는다면 또 그렇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다. 단지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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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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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남자보다 열등하고 그저 자신의 대를 이을 아들을 낳아주고 집안을 꾸미는 장식품으로 생각하는 빅토리아 시대에는 자신의 영리함을 내보이면 미친 여자 취급을 받거나 마녀 취급을 받기 일쑤였지만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보통 사람의 상식을 깨고 싶어 하는 사람은 나타나기 마련인데 이 책에도 그런 여자들이 나온다.
아버지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고 앞장서서 사건을 해결한 소녀 페이스가 그렇고 여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원하는 바를 냉정하게 계산해 쟁취해내는 페이스의 엄마가 그랬으며 또한 미혼 여성으로 냉정하게 모든 걸 바라보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여론을 주무른 헌터 양도 그러했다. 물론 또 다른 강력한 의지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쟁취하고자 했던 여자는 말할 나위 없고...
어릴 적부터 영특하며 호기심이 많고 지식에 대한 열의도 많은 아이 페이스는 단지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도 아는 걸 안다고 할 수도 없이 그저 부모에게 복종하며 시키는 일만 하는 자신의 처지가 불만스러웠지만 너무나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이런 모든 불합리한 일쯤은 견딜 수 있었다. 도망치듯 자신의 집을 떠나 낯선 섬으로 오기전까진...
이곳 베인 섬에서 새로운 화석이 발견되어 아버지를 초대한 것이지만 사람들의 호의도 잠시뿐... 자신의 가족을 덮쳤던 아버지의 부정행위에 대한 기사가 이곳 베인 섬에도 퍼져 화석 개발에 참여하기는커녕 하루 사이에 모두의 차가운 시선과 경멸 어린 냉대를 받게 되는 페이스네 가족은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다.
늘 아버지의 관심에 목말라하고 자신이 아는 것을 아버지와 이야기하며 같은 곳을 바라보고 싶다는 열의에 차있던 페이스는 아버지를 도와 한밤중에 바다 동굴로 몰래 아버지의 화분을 숨기는데 일조를 하고 이날 있었던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지만 아버지와 자신 사이에 비밀이 생겼다는 기쁨을 누릴세도 없이 다음날 아버지는 비탈을 굴러떨어진 시신으로 발견된다.
슬퍼하는 페이스와 달린 엄마는 이 순간에도 평소 그녀의 특기대로 남자들에게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가냘픈 숙녀 행세를 하고 아빠의 죽음을 사고사로 위장하고자 노력하지만 평소부터 아버지를 존경하고 흠모했던 것과 달리 늘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자신이 여자임을 내세우던 엄마가 못마땅했던 페이스는 엄마의 처신에 혐오감을 느낀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아버지의 기록과 개인적인 편지 그리고 일기장을 감춰버린다.
이렇게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모두를 허둥대게 만들지만 이곳에서 완벽한 타인에 불과한 페이스 네 가족을 향한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냉혹하기 그지없고 그토록 숨기고자 노력했던 아버지의 죽음 사인 역시 집에서 부리던 어린 하녀의 고발로 만천하에 드러나 교회에 매장될 수도 없는 처지가 된다.
모두의 눈에서 자신의 가족을 향한 명백한 비웃음과 싸늘함을 본 페이스는 아버지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사나 사람들이 말하던 자살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한 타살임을 깨닫지만 누구도 그녀의 말을 귀담아들을 생각도 않는다. 심지어 엄마조차도..
이에 페이스는 직접 이 모든 진상을 파헤치고자 자신이 몰래 숨겨뒀던 아버지의 기록을 들쳐보고 일기장을 보다가 마침내 아버지가 그토록 감춰두고자 했던... 어린 페이스로 하여금 존경하던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단숨에 바꿀만한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가 모두로부터 숨기고자 했던 그것... 페이스가 아버지와 함께 몰래 숨겨뒀던 화분 속의 그것의 정체는 사람들의 거짓말을 먹고 자란다는 거짓말 나무였다.
거짓말이 크면 클수록 사람들이 그 거짓말이 널리 퍼져 잘 믿으면 믿을수록 거짓말 나무는 그 거짓말을 양분 삼아 자라게 되고 작은 열매를 맺는데 그 열매를 먹으면 원하는 진실을 알게 된다는 거짓말나무에 관한 기록은 누구라도 그 말을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과학을 신봉하고 늘 인류의 기원에 대해 알고 싶어 하던 페이스의 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믿었을 뿐 아니라 조작 사건에도 아버지의 의도가 있었다는 사실에 절망을 느끼게 된다. 
또한 페이스 역시 악의를 품고 마을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열망에 나무에게 거짓말을 속삭인다.
거짓말이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작용하고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던 페이스는 어린 소녀의 감성 그대로 용서도 없고 단 한순간도 망설임 없이 계획대로 악의적인 정보를 뿌리고 그녀가 뿌린 작은 씨앗들이 여기저기서 발아해 순식간에 마을 전체를 휩쓸어 버린다.
아무도 어린 페이스가 이런 작전을 펼쳐 모두를 혼란에 빠뜨릴 거라 예상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마을 사람들의 혼란 속에서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탐색해낼 수 있었고 사람들은 거짓말을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으면서 섬 전체 주민이 광기에 휩싸인 것처럼 폭등이 일어나고 여기저기서 싸움이 벌어지고 약탈과 폭력이 난무하게 된다.
여자는 늘 남자보다 열등한 동물이라고 생각하던 남자들의 허영심을 단숨에 눌러버린 게 여자 그것도 여자보다 더 낮은 지위로 보던 어린 소녀였고 이 모든 일을 조종하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 것 역시 소녀 페이스의 힘이었다.
또한 모두가 무시하던 그녀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그녀의 도움이 되어준 사람 역시 잘난척하던 어른이 아닌 또래의 남자아이였다는 아이러니함이란~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면서 페이스 역시 잔인한 진실과 마주치게 된다.
그토록 존경하고 숭배하는 마음을 가졌던 사랑하는 자신의 아버지란 작자가 그저 자신만 아는 냉혈한이고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라면 가족의 안위 따위에 관심도 없는 이기주의자라는 걸 깨달은 후 그걸 인정하기까지 그녀가 겪었던 그 혼란과 슬픔이 안타까웠다.
또한 늘 자신이 여자라는 걸 이용해 남자들로부터 편의를 제공받는 모습을 경멸했던 엄마의 모습 이면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여자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이용한 모성이 있었음을 깨닫고 마침내 자신만의 시선으로 보던 세상을 깨고 나온 페이스
음지에서만 자라고 햇빛을 싫어하며 사람들의 위선적인 거짓말을 먹고 자란다는 거짓말 나무의 판타지 같은 소재도 매력적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라고 생각한 페이스가 사람들의 겉모습이나 말이 아닌 그 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옳고 그름을 생각할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이 매력적인 판타지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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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와 몬스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8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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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에게서 전염되는 신종 인플루엔자 캐멀이 전 세계에 유행한다는 소식과 함께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공항에서의 방역을 철저히 실시한다는 유난스러운 방송이 전파를 타면서 원인 모를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막 생길 즈음 일본 국내에선 아직 발병 환자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오가와의 젊은 의료인들의 모임에서 한 제약사로부터 캐멀 인플루엔자 키트가 견본으로 나눠진다.
그리고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외국으로 수학여행을 갔던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원인모를 고열과 함께 인플루엔자 캐멀과 증상이 비슷하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그들을 격리시키고 집단 히스테리에 걸린 듯 방송이며 언론이며 모두 집중 보도를 해 상식이 있는 의료인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우주복 같은 거창한 방호복을 입고 공항을 오가는 사람을 마치 취조하는 형사처럼 하나씩 검사하고 난리를 피우지만 생각도 못한 곳인 나니와에서 캐멀 인플루엔자에 걸린 소년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진다.
여기까지 보면 우리의 방역 모습과 상당히 닮아있어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의 방역체제를 보고 쓴 글인가 싶었다.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신종 인플루엔자가 등장하면 이른바 전문가 집단이라는 사람이 대담 형식의 와이드 소냐 뉴스에 등장해서 그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치사율이니 감염률을 예로 들며 겁을 줘서 약간만 감기 증상을 보여도 병원으로 달려가 과잉진료를 받고 비싼 외국계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난리를 치다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그제야 너무 겁내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다른 전문가가 등장해서 국민을 안심시키는 시늉을 한다.
다음 해엔 또 다른 인플루엔자가 등장하면 미리미리 백신을 처방받기 위해 줄을 서고 백신 부족으로 난리를 치면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백신을 장여 두기 위해 국가는 세금을 들이고...
이런 게 다 거대 제약사와 의료계의 검은 커넥션 혹은 누군가의 정치적 노림수를 위한 쇼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 책 `나니와 몬스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충분히 이용 가능한 정치적 속임수가 아닐까 생각했다.
여기서도 제법 미모의 여자전문가가 등장해서 캐멀 인플루엔자의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걸 내세워 사람들에게 공포를 조장하지만 근본적으로 캐멀 인플루엔자의 치사율이 보통의 인플루엔자 사망률에도 못 미치는 약성이란 걸 슬쩍 빼버린 채 모종의 계획을 가지고 난리를 피워대고 그녀의 쇼에 놀아난 방송 관계자나 미디어 쪽에서도 더욱 이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며 온 나라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이쯤 되면 다른 의견 따윈 귀에 들리지도 않고 모두가 두려워 우와 좌왕 하게 된다.
골든위크를 앞두고 관광산업으로 유지되고 있는 나니와를 캐멀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다는 취지로 도시 전체의 입출 입을 봉쇄하는 조치가 취해지면서 나니와 전체의 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르게 되고 이에 나니와의 지사 무라사메는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 나니와의 경제봉쇄를 풀기 위해 정면승부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캐멀 바이러스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밝혀지는데 그게 또 참 어이가 없다.
자신들의 안위와 자리 보존을 위해선 국민의 안전 따윈 관심도 없고 세금의 낭비 역시 남의 일로 가볍게 치부해버리는 관료들의 행태도 역겹고 매번 이런 행태의 정치적 쇼에 놀아나면서도 또다시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한 정치쇼에 속아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하는 대중들의 쏠림 현상은 한숨이 나온다.
초반 중반까지 캐멀 인플루엔자의 음모를 파헤치고 누가 이런 판을 짰는지 그 과정이 흥미로웠지만 무라 사메의 정치적 야심과 이에 대응하는 또 다른 집단과의 전쟁이라는 설정은 너무 나간 게 아닐까 싶다.
처음 이야기를 끌고 간 기쿠마 도쿠에는 중반부터 사라지고 온통 무라사메의 정치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개인적으론 좀 아쉬웠달까...
어쨌든 일련의 신종플루며 백신 부족 사태며 신종 인플루엔자의 등장으로 호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야기에 대한 몰입감도 높았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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