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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여자들
카린 슬로터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딸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일기로 시작하는 `예쁜 여자들`은 구절구절마다 딸을 향한 애타는 부정이
녹아있을 뿐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아는 건 아예 모르는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할것이라는 아내의 경고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훨씬 더 끔찍한 진실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과 함께...
그리고 또 다른 여자 이야기
남편 폴과 귀가하던 중에 만난
강도로 인해 하루아침에 눈앞에서 남편이 싸늘히 죽어가는 모습을 봐야만 했던 클레어는 남편을 묻고 돌아온 날 집안에 침입하려 했던 강도 소식을
듣는다.
모든 일이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져 당황하는 가운데 남편의 컴퓨터에서 이상한 영상을 발견하고 놀라게 되는 클레어
동영상속
화면에는 묶인 채 잔인하게 폭행당하는 여자가 있었고 너무나 생생한 모습의 그 끔찍한 걸 보자마자 경찰서로 달려가 신고하지만 경찰서장은 인터넷에
흔하게 굴러다니는 스너프 무비일 뿐이라며 클레어의 걱정을 일축한다.
그러면서도 동영상의 복사본이 있는지 계속 확인하려 드는 경찰서장이
어딘지 의심스러운 클레어는 폴의 작업장을 모두 뒤지다 오래전 연락을 끊었던 언니 리디아뿐 아니라 수많은 여자들을 몰래 찍은 것 같은 사진을
포함해 그녀들의 뒤를 캔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에게 헌신적이며 완벽한 신사의 모습을 했던 남편 폴에게서 단 한 번도 이런 변태
성향적이고 가학적인 취미가 있을 거라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그녀였기에 그가 수집한 수많은 동영상과 사진을 보고 의심에 사로잡힌다. 내가 알던
남편 폴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 걸까 하는 의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그녀가 택한 건 바로 스스로 연을 끊었던 언니 리디아에게 연락해 오래전에
질문했던 답을 듣는 것
동생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리디아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연락에 응해오고 둘은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서야 비로소 서로를 마주 보게 된다.
클레어를 너무나 사랑하는 게 지나쳐 숭배하다시피하던 폴... 주변 사람으로부터 능력 있는 젊은
부자이면서 신사로 불리던 폴이지만 리디아가 아는 폴은 그들의 평가 완 정반대다.
오래전 클레어와 한창 교제 중일 때 리디아를 강제로
성폭행하려 했던 폴
하지만 평소 약을 하고 거짓말을 일삼으며 도둑질까지 했던 리디아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사건을 계기로
클레어와 리디아는 절연상태로 십수 년을 흘러보내게 된다.
폴로 인해 멀어졌던 자매가 폴로 인해 다시 마주하게 되지만 계속 밝혀지는 폴의 또
다른 모습을 믿고 싶어 하지 않는 클레어
리디아에게 있어 클레어는 너무나 이쁜 얼굴과 영리한 머릴 가지고도 남편에게 모든 걸 일임하고 그저
주는 걸 받는데만 익숙해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없게 된 인형이나 다름없었을 뿐 아니라 결정적일 때 자신을 밀어내고 남자를 택했던 클레어에 대한
원망이 남아있었지만 그럼에도 하나씩 드러나는 이상한 의문점을 찾기 위해 힘을 모으게 된다.
하지만 그녀들 주변 사람들은 누구도 믿을 수
없을 뿐 아니라 FBI 요원까지 찾아와 그녀들을 은근히 위협하고 겁을 주는 가운데 이제 믿을 수 있는 건 아직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돌아오지
않은 자매뿐이었다.
과연 그녀들이 찾은 진실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릴까 궁금할 틈도 없이 연이어 터지는 사건과 밝혀지는 비밀들은 소설 속 두
여자들뿐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마저도 긴장을 놓칠 수 없게 한다.
조용한 동네에서 또다시 한 여자아이의 실종사건이 연일 화제가 되지만
어디에서도 그녀의 흔적은 찾을 수 없어 애타던 가운데 잔인하게 훼손된 상태로 발견된 소녀의 시신은 모두에게 충격을 주지만 특히 클레어와
리디아에게 더 잔인하게 다가온다.
그녀들의 언니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후 화목했던 가정은 뿔뿔이 흩어지고 가족은 해체되었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만 남게 되었지만 무엇보다 가족을 힘들게 했던 건 처음엔 호의적이고 동정적이었던 주변의 시선이 차차 의혹어린 시선에서 점점
언니 스스로의 잘못된 처신탓이라는 차가운 시선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을 보는것과 언니의 생사는커녕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행방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죽을 때까지 사라진 딸을 찾았던 아빠, 남은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선택을 해야 했던 엄마,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디에도
손을 내밀지 못해 혼자서 모든 걸 삭혀야만 했던 남아있는 딸 들이 선택한 건 외면과 회피였다.
실종자가 있는 가정이 어떻게 붕괴되는지...
사라진 딸을 향한 애타는 부모의 심정과 못해준 것에 대한 회한을 담담하게 마치 그 아이에게 편지를 쓰듯 써놓은 아빠의 글은 그래서 더 애절하고
뭉클하게 와닿았고 반면에 어느 날 갑자기 살해당한 남편의 숨겨진 모습과 진실을 찾아 헤매는 두 자매의 모습은 아슬아슬하고 긴박감이 넘쳐 둘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 든다.
과연 이야기의 끝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있는지...
마치 한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본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고 몰입감이 끝내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