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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평점 :
조용한 아파트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모두를 충격에 빠트릴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유모가 아이들을
살해하고 그 광경을 엄마가 목격하면서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처참한 비명소리가 온 아파트를 울려 퍼지면서 시작하는 `달콤한
노래`
제목은 달콤한데 내용은 잔혹하기 그지없다.
이 책은 왜 그토록 완벽하다고
칭송받던 유모가...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지지 받고 사랑을 주던 그 유모가 이런 잔인한 짓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되짚어 보여주고
있다.
남편을 사랑하고 그와 결혼해서 가정을 꾸민 것에 나름 만족하고 살던 미리엄은 첫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육아의
고충을 겪었지만 그래도 그때까지는 나름대로 지금 생활을 행복하다고 느꼈었다.
그녀와 남편 폴에게 진정한 육아 지옥을
경험하게 한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는 모든 생활이 엉망진창이고 집은 늘 지저분한 상태인데다 폴은 집에 들어오는 걸 꺼리게 되면서 미리엄은 여느
초보엄마들처럼 자신이 아이들에게 먹혀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엄마로서의 만족감 따윈 더 이상 느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이 모든 선택이 무겁게만 느껴지고 자신은 다른 여자들과 달리 퇴보하는 것처럼 느껴져 남편인 폴에게도 질투를 느끼게 되고 폴도 더 이상
집이 편안한 안식처가 아니다.
이럴 때 그들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어 준 존재가 바로 루이즈였고 그래서 그녀가 어느
순간 정도를 넘어서는 이상행동을 보여줌에도 선뜻 그녀를 내치지 못해 결국에는 이런 비극적인 결과를 맞게
된다.
작은 체구의 우아한 외모를 가진 이 여인은 아이들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아이들을
제대로 사로잡았으며 유모가 할 필요가 없는 집안일에 요리까지 그야말로 완벽하게 해내면서 추가요금을 요구하지 않아 미리엄과 폴까지
사로잡았다.
깨끗한 집안, 통제된 아이들, 맛있는 음식이 기다리는 가정은 누구나 꿈꾸는 모습이었고 폴과 미리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토록 완벽하게 유모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루이즈이지만 그녀의 가정생활을 들여다보면 허술하고
불행하기 그지없었을 뿐 아니라 유모로서는 완벽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일상생활에서의 모습은 어딘가 아슬아슬함을 보여줄 정도로 미숙하고 서툴렀고 그
차이가 결국 이 모든 불행을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 외엔 모든 것에
서툴고 심지어 사람들과의 교류에도 서툰 루이즈에게 자신이 돌보는 아이가 자라고 성장한다는 건 결국 더 이상 이 집에 자신의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고 또다시 새로 돌볼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뜻이었으며 그걸 자각하는 순간부터 루이즈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자신을 따르는 아이들이 있고 따뜻한 불빛과 자신에게 모든 걸 의지하는 젊은 부부가 있는 집이 자신의 진짜
집이라고 생각하는 루이즈에게 월세가 밀리고 남편의 빚 독촉장이 날아오는 변두리 슬럼가에 위치한 집은 자신에게 맞지 않고 빨리 탈출해야만 하는
족쇄와도 같은 곳일 뿐이기에 낯선 곳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자신에게 모든 걸 의지하던 부부도 그녀의 필요성이 떨어질
즈음부터 조금씩 그녀를 꺼리고 거리를 두는 모습에 위기감을 느끼는 루이즈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완벽해 보이는
가정에 완벽하게 그 가족의 일원이 되고 싶었던 외롭고 불행한 여인 루이즈
그녀에겐 단지 새로운 아이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잔잔한 일상에 던지는 잔인한 비극은 이 모든 비극이 일어나는 순간이 어느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더욱 참혹함이 대비된다.
비극은 시와 때를 가리지 않는다는 걸 잊고 있는 우리에게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란 얼마나 쉽게 깨어질 수 있는 건지를 알려주는 `달콤한 노래`
조금씩 위태롭게 흔들리는 루이즈의 내면을
제대로 표현해 서서히 위기감을 고조시켜 섬뜩한 공포를 표현했을 뿐 아니라 책을 다 읽은 후 제목이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