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미트리스
닐 버거 감독, 로버트 드 니로 외 출연 / 올라잇픽쳐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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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인간의 지능을 한도가 없이 끝까지 가게 하는 약을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주인공의 한때의 찬란한 모습과 비참한 추락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한때는 빛나는 재능도 있었고 자신감도 충만했지만 어느새 나이를 먹고 중년이 된 지금 뚜렷하게 이뤄놓은 일이라곤 없을 뿐 아니라 자신 있던 글을 쓰는 일마저 몇 달째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 한심한 중년이 된 에디는 산책길에 아주 오랜만에 한 남자를 만나면서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한다.
에디의 전 처남이자 온갖 약과 마약을 팔았던 한심한 인물이었던 버넌은 놀랍게도 나이를 먹지 않은 듯 예전처럼 날씬하고 탄탄한 몸매를 간직한 채 성공한 남자의 향기를 품고 있었고 그런 그가 에디의 고민을 해결해 줄 거라며 건넨 단 한 알의 약은 에디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그가 준 약을 먹자마자 온몸에 활기가 돌 뿐 아니라 그대로 잠들 수 없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으며 더욱 놀라운 건 책을 쓰기 위해 골라놓았던 참고 목록의 책마저 단숨에 읽을 수 있었고 그 내용까지 제대로 이해하는 건 물론 모조리 기억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이제 이 약의 정체가 뭔지 알아야 하는 에디는 버넌을 찾아가지만 잠깐 새 누군가가 그를 살해하고는 달아나버렸을 뿐 아니라 집안을 뒤진 흔적이 있었다.
뭘 찾았던 건지 궁금할 새도 없이 그의 눈에 들어온 알약 한 봉지
그 알약을 손에 넣은 에디는 약을 복용하면서 생각도 못할 일들을 계획할 뿐 아니라 평소 관심도 없었던 주식투자를 통해 부자가 되고 그의 이런 행보는 또 다른 억만장자의 눈에 들게 된다.
매일매일 두뇌가 활성화하고 몰랐던 외국어를 독파하며 온갖 지식을 쌓아 남들 앞에 잘난척하며 살기를 몇 주 어느 날 갑자기 한순간의 기억이 통째로 사라지는 블랙아웃 현상을 경험하면서 에디의 행보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자신이 매일 먹는 약과의 연관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에디지만 드디어 그가 도저히 모른척할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제서야 자신이 먹는 약의 정체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한때 사랑했던 전처 멜리사의 변해버린 모습을 통해 알게 되는 약의 진실은 충격적이었지만 그런 멜리사도 몰랐던 약의 해독방법을 알게 된 에디는 위험한 줄 알면서도 스스로를 속여가며 위험한 줄타기를 한다.
약을 안 먹고 그저 그런 평범했던 중년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건 죽기보다 싫어한 에디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누군들 안 그럴까?
그 약 MDT-48 이 끌어올려 주는 뇌의 기능을 맛본 에디는 이제 평범한 자신으로 돌아가는 게 너무 힘들고 정확하지 않지만 블레이크 아웃되는 걸 막는 방법이 있다는 걸로 자신을 속여가면서까지 그 약을 복용한다. 그는 이미 마약이나 다른 것에 중독된 사람들처럼 이미 이 약에 중독되어버린 것이고 이제 스스로는 그 굴레를 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치 마약에 중독된 사람처럼 약을 찾아 헤매고 그 약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싶었으나 가질 수 없었던 빛나는 재능을 탐한 에디의 모습은 비록 그 모습은 다르지만 여느 중독자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약을 먹으면 미친 듯이 활동하고 책을 읽고 뇌를 맘껏 활용하지만 약효가 떨어지면 다른 중독자처럼 두통에 시달리고 잠을 이룰 수 없으며 토하고 몸을 떨기도 하고... 그럼에도 절대로 끊을 수 없는...
누구라도 그렇게 자신이 가진 걸 끝까지 끌어올려 극대화하는 약이 있다면... 거기다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면 과연 유혹을 이길수 있을까 생각하면 에디의 선택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만큼 그 약이 가진 힘은 매력적이고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꿈꿨던 일이 가능하게 해준다.
원작 소설을 토대로 영화화한 작품이라는 걸 뒤에 알았는데 영화적 소재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일반 사람들 몰래 신약을 속여 임상실험하고 위험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거대 제약회사의 음모라는 설정에다 한순간 그 약을 통해 찬란하게 타오르다 추락하는 주인공이 거대 제약사를 상대로 음모에 정면 도전한다는 설정이면 충분히 어필할만할 듯... 진짜 영화는 어떻게 전개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런 식의 전개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ㅎㅎㅎ
다소 뻔한 결말을 예상했는데 그 예상을 깬 결말이라 씁쓸하지만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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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굴 속으로 밀리언셀러 클럽 151
척 드리스켈 지음, 이효경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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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말살 정책을 폈던 히틀러에게 그 자신도 몰랐던 유대인 딸이 있었다는 아주 흥미로운 소재와 함께 미 특수부대 출신이지만 이제는 청부 받는 일을 하던 게이지 하트레인이라는 캐릭터를 부각시켰던 작품 `그레타의 일기`의 작가 척 드리스켈 이 이번엔 그의 히로인인 게이지 하트라인을 그야말로 지옥 같은 곳으로 끌어들였다.
청부 받는 일을 하고 있어 늘 위험에 직면해 살지만 생각보다 돈은 되지 않아 늘 돈에 쪼달리는 생활을 하는 게이지에게 헌터 대령이 큰 돈이 걸린 의뢰건을 알려온다.
게다가 의뢰인이 특별히 그를 지목했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의뢰인이 스페인의 대표적인 폭력조직의 보스라는 점과 위험하기 그지없는 감옥에 들어가 그곳에 갇힌 그의 아들을 보호해줄 것을 요구하는 그의 의뢰에 왠지 모를 꺼림칙함을 느껴 거절하고 싶지만 그곳 스페인에서 만난 한 여인으로 인해 돈이 간절하게 필요해진 게이지는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승낙하고야 만다.
게이지 하트라인이라는 인물은 겉보기엔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다운 다소 거친 모습으로 비록 자신은 불법적인 일을 하면서도 다수가 한 사람을 상대로 하는 비겁하고 잔인한 폭행에 거부감을 느끼고 특히 힘없는 여성이나 아이를 상대로 저지르는 무자비한 폭행을 혐오하는 다소 감정적이고 나름의 정의를 가진 인물이다. 마치 무법자들을 혼자서 처리하는 외로운 서부 총잡이처럼...
그래서 자신이 처음 본 순간 마음이 끌린 그녀 유스티나를 위해 불구덩이로 가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처음 만난 의뢰인 보스에게서 나름의 신뢰를 느껴 그의 의뢰를 받아들이지만 그의 짐승 같은 감각도 최악의 범죄자들만 모여있는 베르가 교도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이곳은 그야말로 지옥 굴이나 다름없는 곳이었고 재소자들은 그야말로 배고픈 사자 무리와 같다.
그가 들어오자마자 그가 들어온 이유를 단숨에 간파당했을 뿐 아니라 이곳 교도소를 점령하고 있는 스페인 신흥 조직 마피아들의 표적이 되어 자신의 목숨마저 장담하지 못하는 일촉즉발의 상태가 되면서 이곳은 전쟁터나 다름없게 되는데 그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점점 더 강도를 더해가며 점점 더 긴장감을 높인다.게다가 그 역시도 평범한 인간인지라 다수의 무리로부터 가해지는 폭력에서 무사할수 없었고 그가 느끼는 두려움으로 인해 늘 일대 다수의 대결에서 쉽게 승리하곤 하는 다른 히어로가 등장하는 책과 차별을 둘 뿐 아니라 그의 인간미를 강하게 어필해 그만의 매력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런 개고생에도 무엇보다 그를 어이없게 한 건 그가 보호하고자 하는 마피아 보스의 아들은 그를 필요로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에게서 무언가를 노리는듯한 눈빛을 한 채 상대편 마피아와 손을 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헛수고를 한 셈이란 걸 간파한 게이지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이 이곳에 있을 이유를 못 느껴 이곳에 들어오기 전 계약했던 대로 감옥을 나오고자 하지만 역시 예상대로 모든 것이 뒤죽박죽된 채 스스로 나올 수 없이 갇혀버린다.
스스로 나갈 수밖에 없게 된 게이지지만 이곳에 모인 죄수들은 평범한 범죄자가 아닐뿐 더러 이미 이곳은 스페인 신흥 마피아 조직을 이끄는 자비에 잠브라노 패거리들에게 장악당한 상태인데다 그들은 이미 게이지가 이번 임무로 엄청난 거금을 선금으로 받았다는 걸 알고 있어 그에게서 그 돈을 빼앗고자 한다.
엄청난 폭력 씬들이 난무하고 잔인하기 그지없는 마피아 조직의 범죄를 여실히 드러낸 가운데 그 누구도 스스로 나온 자가 없었다는 악명 높은 교도소에서 그는 과연 무사히 나올 수 있을까?
화려하기 그지없는 관광도시 스페인의 뒷골목을 지배하는 폭력조직들과 신흥 조직 간의 피 튀기는 전쟁뿐 아니라 검은 조직과 손잡은 공무원들로 인해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는 곳에서 혈혈단신으로 위기를 넘고 살아남아 자신에게 위해를 가했던 사람들을 응징하는 게이지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놓아 새로운 히어로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부각시켰다.
마약과 미녀들 그리고 큰 돈을 건 남자들의 한판 승부... 이런 조합이라면 남자들 그중에서도 강한 액션씬과 하드보일드 한 내용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어필할만한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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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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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이 한창일 때 그녀들이 진짜 마녀인지 아닌지를 감별하는 방법 중에 아주 지독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몸을 묶고서 물에 던져 넣는 것이다.
몸을 묶고 깊은 물에 던져 넣어 떠오르지 않으면 마녀가 아니고 떠오르면 마녀라 판별하는 이 방법은 결국 마녀이든 아니든 둘 다 수장된다는 점에서 잔인하기 그지없는 방법인데 `걸 온 더 트레인`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폴라 호킨스의 신작 `인 투 더 워터`가 바로 이런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강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마을에 몇 달 새 연이어 2명의 여자가 물에 빠져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으로 오랫동안 언니를 원망하며 살아오던 동생이 죽도록 싫었던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그녀를 반기는 사람은 없고 조카마저 그녀에게 적대적인데 자신이 언니에게 가진 감정과는 별도로 그녀는 언니의 자살을 믿을 수 없었다.
마녀의 판별법으로 사용되었던 브라우닝 폴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졌던 언니가 그런 죽음을 선택했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동생이지만 언니의 시신에서는 타살로 의심될만한 증거는 없어 그녀의 주장은 힘을 얻지 못한다.
단지 언니에게 적대적인 여자가 있었을 뿐인데 공교롭게도 그 여자는 언니가 죽기 몇 달 전 자살한 소녀의 엄마로 그 소녀의 죽음이 언니 때문이라는 깊은 원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
죽은 소녀는 이쁜 얼굴을 가진 밝은 성격의 모범생으로 그녀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던 부모는 그 이유를 외부의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고 그런 엄마의 눈에 들어온 이가 바로 죽은 언니였던 것이고 이외에도 언니가 쓰려던 책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배척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오래전부터 악명을 떨쳤던 강이 흐른다는 건 외엔 특별할 것도 없는 조용한 마을에서 벌어진 자살 사건은 사람들의 평화를 흔들기 충분했지만 그렇다고 이야기가 긴박하고 스피디하게 전개되지 않는다.
마치 조용히 흐르는 강물처럼 겉으로 보기엔 별다른 변화가 없는 듯 보이지만 등장인물들 한사람 한 사람이 사건을 바라보는 심정이나 이후 벌어진 일들을 그들의 시선으로 보다 보면 그 속에 숨겨져있는 사건의 진실이 조금씩 엿보인다.
겉으로는 완벽하게 보이던 그 모습 이면에 무엇을 숨기고 있었는지... 무슨 비밀을 감추고 있었는지를...
완벽한 가장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집에서는 폭력을 휘두르고 가정적으로 보이지만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다거나 하는 비밀은 솔직히 특별하지 않고 오히려 익숙하기까지 하다.
단지 그런 모습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하는 방법만 다를 뿐... 모든 범죄에 성 문제는 익숙할 뿐 아니라 당연하게까지 느껴지기에 두 사람의 죽음에 이런 원인이 금방 드러나지 않아 조금 의아했다.
그렇다면 죽은 그들이 간직한 비밀은 무엇일까 궁금할 즈음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은 예상대로 추악했지만 추악함 보다 먼저 느껴지는 건 어리석음이었다.
왜 이들은 이토록 어리석은 선택을 한 걸까? 왜 그녀들은 일을 이지경으로 몰고 간 남자를 원망하지 않고 같은 동성인 여자를 더 미워하고 그녀들에게 죄를 묻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그런 걸 꼬집은 반항아 소녀 리나의 일갈에 동감했다. 그녀의 평소 반항적인 모습과는 별도로...
어딘지 위태롭고 홀로 설 수 없는 무기력한 여자를 내세워 사건의 중심에 두는 걸 즐기는 듯한 폴라 호킨스... 이번에도 죽은 언니를 원망하는 동생 역시 스스로의 의지로 상황을 타개할 생각도 없고 어딘지 의심스러운 언니의 죽음을 파헤칠만한 추진력도 없는 인물로 그려놓았다.
단지 그녀는 언니의 죽음에 의문을 던지는 역할만 할 뿐...
말썽쟁이 조카 리나 역시 제멋대로 하는 행동으로 인해 위태롭게 느껴졌지만 이 두 사람으로 인해 사건의 진실에 가깝게 다가가도록 장치했다. 마치 `걸 온 더 트레인`속의 술주정뱅이 주인공의 믿을 수 없는 목격 증언처럼 신뢰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배척할 수도 없도록 만든 것처럼 독자로 하여금 묘한 딜레마에 빠지도록 했달까

드라마틱한 전개도 없고 극적인 전개의 전환도 없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이 가진 어딘지 몽환적이며 음산한 분위기를 잘 살린 데다 마녀를 판별하는 장소라는 무서운 전설까지 곁들여 강 자체를 주요 무대로 잘 활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그토록 숨기고자 했던 비밀이 뭔지 드러나는 순간 조금은 허탈했지만 원래 비밀의 무게란 숨기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른 법이라 생각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건의 실체보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어딘지 음산하고 비밀을 품은듯한 강의 분위기가 한몫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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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을 파는 가게 2 밀리언셀러 클럽 150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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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쇼핑 목록으로도 소설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스티븐 킹의 작품 활동을 보고 한 말인데 극히 공감 가는 말이다.
물론 그가 주로 쓰는 장르는 공포와 호러가 많은데 이 밖에도 드라마나 미스터리 등 온갖 장르의 글을 다양하게 쓸 수 있는 그는 진정한 스토리텔러임에 틀림없다.
이 책 악몽을 파는 가게는 그의 단편집인데 이제껏 출간되지 않았던 미출간 신작들을 최초로 모은 단편집이라는데 의의가 있겠다.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속 내면 깊은 곳에 공포나 두려움이 존재하고 그런 두려움과 공포를 끄집어내는 데는 스티븐 킹만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그의 장편에서와 달리 조금 가벼운 공포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좀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달까... 며칠째 악몽을 꾸는 남자의 현실 속 악몽 같은 이야기를 다룬 `컨디션 난조`나 대낮의 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사건을 버스 안이 아닌 옆을 달리는 택시 안에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들여다보는 남자의 심리상태의 변화를 그린 이야기 `저 버스는 다른 세상이었다`가 그러하다.
직하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공포와 맞닿아 벗어날 수도 헤어 나올 수도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하는 그의 소설적 특징에서 조금 벗어나 좀 더 가벼운듯하면서도 그 밑에 깔리는 음산함이나 두려움의 냄새는 사라지지 않아 공포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몇 해를 거슬러가며 서로에게 아이 같은 경쟁심을 가지고 폭죽을 터뜨려대는 철없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린 `취중 폭죽놀이`는 읽으면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람들이다 생각하면서도 누구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경쟁심이 우연한 기회에 드러나 파국을 맞을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의 심리를 참으로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어리석은 짓인 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때가 있는데 그런 심리를 잘 끄집어 낸 게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의 팀이 이기길 모두가 한 목소릴 내며 응원하는 경기장 안팎의 열기를 제대로 표현해낸 `철벽 빌리`는 호쾌한 스포츠 소설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스릴러소설로 변했는데 그 변화하는 과정의 중심에 있는 빌리의 천진난만하기까지 한 모습이 슬프게 느껴졌다. 그는 그저 야구를 좋아하고 잘했을 뿐인데 이런 결과를 얻게 된 과정이 안타깝기도 했고 이런 과정에서도 평온하기 그지없는 그의 미소가 무섭기도 했으니... 역시 스티븐 킹 답달까
살아있는 사람의 부고를 쓰면 그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부고`와 몸속 깊이 숨어들어 엄청난 통증을 유발하는 악령을 끄집어 내는 과정을 그린 `초록색 악귀`는 가장 스티븐 킹 다운 소재의 소설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꿈에 나올까 두려운 미지의 존재가 나오지도 대적할 수 없는 악령의 나오지도 않지만 스티븐 킹의 소설다운 특징들이 살아있어 그의 소설을 읽고 싶지만 무서워 읽지 못했던 사람들도 부담 없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이었고 여기에 각 단편마다 그가 이 소재로 글을 쓰게 된 경위를 직접 밝혀놓았는데 그걸 읽는 재미도 괜찮았다.
근데 역시 그는 어떤 것으로도 그의 소설적 소재로 글을 쓸 수 있는 참으로 대단한 작가라는 걸 그 글을 보며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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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트랙 발란데르 시리즈
헨닝 망켈 지음, 김현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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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노인이 머리가죽이 벗겨진 모습으로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냉혹하게도 도끼로 척추를 한 번에 부서뜨린 후 이 같은 짓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혼 후 새로 만난 여자와 곧 휴가를 갈 계획을 짜던 발란데르는 이 사건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지만 뚜렷한 범죄 이유도 모르고 목격자 또한 없어 지진부진한 상태다.
사실 발란데르는 이 사건이 있기 전 어딘가 상태가 이상해 보이던 한 소녀가 그의 눈앞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고 분신자살한 사건을 목격한 뒤로 충격과 공포에 사로잡힌 상태인데다 또다시 엽기적이고 잔혹한 범죄와 마주한 상태라 모든 의욕이 현저히 떨어지고 인간에 대한 깊이 없는 절망감에 사로잡힌 상태이기도 하다.
전직 법무장관에 이어 전혀 연관 없어 보이는 부유한 미술상 역시 머리가죽이 뜯겨진 채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연쇄살인임을 깨닫는 범죄 수사팀
하지만 그들 사이에 뚜렷한 공통점을 찾기도 어렵고 왜 이런 짓을 벌이는지에 대해 알 수 없는 발라데르는 깊은 절망감에 허덕인다.
인간이 인간을 상대로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 끝없이 잡아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범죄에다 갈수록 잔혹해지는 범죄로 인해 문득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의욕이 저하된 채 허덕이는 발란데르의 깊은 고뇌가 공감을 가지게 한다.
도대체 사람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이렇게 좀체 잡히지 않는 도끼 살인범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노력하는 수사팀이 분신 자살한 소녀와의 연관관계를 비로써 깨닫게 되고 마침내 두 사람의 접점을 찾았다 싶을 즈음 그들에게 또다시 비보가 들려온다.
이번엔 머리가죽만 벗겨간 게 아니라 더욱 잔인한 짓을 해놓은 살인범...하지만 이 사건을 보고 발란데르는 앞의 사건과 어딘가 다르다는 걸 느끼고 그 차이를 깊이 파고들어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범인과 그들 간의 관계를 마침내 밝혀내는 과정이 진지하게 그려져있다.
온갖 인종들이 몰려들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빈부격차와 갈등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폭력적으로 드러나던 시기의 스웨덴의 생얼을 잘 표현하고 그 내부의 문제를 깊이 통찰하고 있던 헨닝 망켈은 정신이 빈곤한 사람들이 자신의 외로움을 폭력이라는 수단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한 사람들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하고 그 피해자 역시 폭력으로 대갚음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사회구조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그들이 가진 재산상태와 지위는 달랐지만 어디에도 자신을 의지할 수 없는 심증적인 외톨이들이었다는 점을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기도 해 그의 통찰이 더 와닿는 부분이다.
그가 만들어낸 발란데르라는 형사는 엄청나게 뛰어나지도 않지만 남들이 보지 않는 모습을 볼 줄 알고 인간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형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잔혹한 범죄 앞에 눈물을 흘릴 수도 있는...
알고 보니 발란데르 형사 역시 시리즈물인 것 같다. 아무래도 더 찾아서 읽어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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