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된 아이돌 1
초연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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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아이돌 그중에서도 특히 남자 아이돌은 스캔들만 나도 엄청난 사건일 뿐 아니라 그 경중에 따라 아이돌 그룹의 명운에도 지장을 줄 정도로 대단한 파급력을 지녔다.

그래서 소속사는 사활을 걸고 스캔들 기사가 나지 않도록 아이돌들을 감시 아닌 감시를 했고 그때는 대중들도 그런 소속사의 방침이 지나치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부분을 인정하기도 했다면 요즘은 그런 부분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어느새 아이돌끼리 연애를 인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결혼까지도 감행하는 아이돌이 나오기 시작했고 팬덤들도 처음에는 거부감을 보이던 것에서 이제는 그들도 자신들처럼 연애를 할 수도 있는 청춘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추세랄까... 팬턴 문화가 많이 성숙해지고 있음을 느끼는 부분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많은 걸 알 수 있는데 이렇게 조금씩 달라지는 팬덤 문화에 맞춰 아이돌이면서도 아이 아빠가 되는 과정을 로맨스 소설답게 로맨틱하게 그리고 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정상에 오른 아이돌 그룹 `일루전`의 리더 강이현

어느 날 갑자기 자신도 모르는 새 아이 아빠가 되었다.

이렇게만 보면 특이할 것도 없는 그저 그런 아이돌의 연애 이야기 같지만 여기에는 조금 색다른 장치가 있다.

그들 즉 강이현과 아이 엄마가 될 서유채는 서로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아이의 부모가 된 것

어릴 적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이채는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룰 생각은 없지만 자신만의 가족은 절실히 원해 친구의 도움으로 정자를 기증받아 미혼모가 될 예정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있어 아이를 키우는데 중요한 경제력은 걱정 없고 비록 불법이지만 기증받은 정자로 인공수정을 통해 쌍둥이를 임신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자신이 아이들의 아빠라고 등장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온 국민이 다 아는 아이돌 강이현이란다.

그가 아무리 잘나가는 아이돌이든 뭐든 그를 아빠라고 인정할 수는 있지만 그와 함께 할 생각은 없는데 철없는 이 남자는 그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과 아이들을 책임지겠다고 죽도록 매달린다. 왜 그럴까?

강 이현은 어렵던 시절 실험용으로 정자를 기증해 그 돈으로 배불리 멤버들과 고기를 먹고 그런 사실은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후천적 무정자증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는 오래전부터 자상한 아빠가 되는 것이 오랜 꿈이었는데 이제는 그 꿈을 실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팬들이 그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꿈은 더 이상 실현할 수 없다는 절망에 괴로워하던 차에 자신이 기증한 정자로 임신에 성공한 유채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이현은 그녀에게 매달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은 서로 살아온 길도 다르고 나이 차도 있지만 아이에 대한 사랑만으로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서로에게 조금씩 빠져들지만 당연하게도 이들의 사랑은 녹록지 않다.

그들이 겪을 우여곡절은 대부분 미리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나가면서 사이사이 서로 감정을 깨닫고 꽁냥거리는 장면을 섞어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갔다.

옛날 같으면 6살이라는 연상연하에 상대가 이름난 아이돌이라면 그야말로 있을 리 없는 판타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지금은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좀 더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무겁지않고 유쾌하고 달달한 로맨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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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로지 월쉬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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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한때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설명하는 복음서와 같았던 화성에서... 금성에서... 책과 같은 류의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다.

약간의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가미했다지만 읽을수록 안타깝고 가슴 아픈... 그래서 요즘같이 스산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읽기 제격인 책이라 할 수 있다.

일단 로맨스 소설이라 하면 떠오르기 쉬운 20대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점수를 주고 싶다.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 첫눈에 호감을 느끼고 그 남자와 일주일을 같이 한 후 다시 돌아온다는 약속을 하고 떠난 남자가 이후로 연락 한 번 없을 뿐 아니라 sns도 끊어버렸다. 물론 이메일을 보내도 답장조차 않는다.

이런 일은 솔직히 흔하다면 흔한 이별 방식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경우 그 사람에게 상대를 잊으라는 충고를 한다.

그 남자 혹은 그 여자의 마음이 떠났다고... 속상하겠지만 받아들이라고...

이혼 절차를 밟고 있던 사라에게 일어난 일이 이런 일이었고 당연하게도 주변의 친구와 동료들은 그녀에게 안타깝지만 그를 잊으라 한다.

그는 그저 한때의 즐거움으로만 여겼을 뿐인 나쁜 놈이라고...

하지만 사라는 그 말을 믿을 수 없다. 그 남자 에디와 함께 했던 일주일은 꿈만 같았고 그와는 모든 것이 통한다고 생각했을 뿐 아니라 그가 자신에게 보여준 진심은 절대로 거짓이 아니었다는 걸 그녀는 알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인정할 수 없어 괴롭기만 하다.

이렇게 어느 날부터 갑자기 연락이 안 되고 연락을 끊어버린 남자 에디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라의 이야기와 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여주면서 시작하는 이 책을 보면서 전화조차 하지 않고 잠적해버린 그 남자의 이별 방식에 에디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졌다.

어릴 적에 떠난 사랑하는 동생과의 아픈 과거도 견뎌내고 자신의 일에선 당당한 커리어 우먼이 겨우 남자 그것도 일주일간 함께했던 남자를 못 잊어 괴로워하고 일상생활이 안될 정도로 흔들리다 남자에게 연락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온갖 것들을 하고 있는 모습은 주변에서 누가 이렇게 행동했다면 좀 지질하게 보이고 적당히 하지 싶은 마음이 들 정도지만 에디와 함께했던 일주일간의 모습이 이야기 중간중간에 나오면서 그녀가 왜 그가 떠났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지 어느 정도는 이해했다.

분명 에디와 잠시 이별할 때 분명 다음을 기약했고 두 사람의 모습은 사랑에 빠진 연인의 모습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에디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절대로 가볍게 누군가를 쉽게 만나 쉽게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사라가 느끼는 혼란이 십분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왜 에디는 이런 선택을 한 걸까

그가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나오면서 이야기는 급속도로 속력을 내기 시작하고 엄청난 몰입감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운명이... 사랑하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가슴이 먹먹해졌고 도대체가 해방구가 없는 듯 보이는 두 사람의 운명이 과연 어떻게 될지 뒤로 갈수록 한순간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했다.

사라와 에디의 사랑을 보면서 사랑만큼 깨지기 쉽고 놓치기 쉬운 것도 없으며 사랑만큼 사람을 절대적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식상한 로맨스에 질린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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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1
제니 한 지음, 이지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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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라라 진이 벌이는 계약 연애 소동을 그리고 있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사실 내 흥미를 그다지 끌지 못한 책이었는데 일단 제목부터 너무 허세스럽달 지 조금은 유치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거기에다 주인공들이 고등학생이라는 점 때문이었는데 주변에서 먼저 읽어본 사람들의 평이 좋아 궁금증이 생기던 차에 읽을 기회가 생겼다.

읽어보니 별 기대를 안 하고 읽어서인지 상당히 가독성도 좋고 의외로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어린 연인들의 설렘도 그리고 서툰 연애에서 오는 갈등 묘사도 풋풋하고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어 많은 공감을 얻을 것 같다.

게다가 우리에겐 익숙한 로맨스 소설의 공식... 즉 잘 나가는 남자와 조금은 평범한 여자의 로맨스, 여기에다 평범하지 않은 계약 연애로 시작했다 진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도 친숙하게 느껴지는데 이것은 마치 배경은 미국이지만 우리나라의 로맨틱 드라마나 소설을 보는 느낌이랄까?

더 기분 좋은 건 이 소설이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언니와 나이차가 좀 나는 여동생 그리고 아빠랑 살고 있는 라라 진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조금은 엉뚱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하고 언니인 마고를 우상처럼 따르는 평범한 여학생이다.

그런 그녀에겐 자신이 한때 좋아했던 남자들에게 보내지 않을 편지를 써서 안녕을 고하는 특이한 나름의 이별 방식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렇게 모아뒀던 편지가 자신도 모르는 새 그 당사자에게 발송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잠시 부끄럽고 말 이 소동이 문제가 되는 건 그 편지 수신인 중에 언니의 전 남자친구인 옆집 오빠 조시가 포함되어있다는 것이다.

절대로 절대로 들켜선 안되는 자신의 감정을 오빠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이 엉뚱한 소녀가 한 짓은 그 오빠가 보는 앞에서 다른 남자에게 키스를 한 것이었고 운 좋게도 그 상대는 학교에서 제일 잘나가는 킹카 조시였다.

영문도 모른 채 키스 테러를 당한 조시는 오랫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막 헤어진 참이라 서로의 필요에 의해 계약 연애를 시작하는 두 사람

하지만 조시는 헤어진 전 여친이자 학교의 퀸카인 제너비브를 잊지 못한 탓인지 그녀 앞에서 늘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그와 가짜 데이트를 하면서 점점 더 조시에게 관심이 생긴 라라 진은 그의 이런 태도 때문에 그에게 온전히 마음을 쏟기가 두렵기만 하다.

이럴 때 늘 곁에서 그녀에게 방향을 제시해주던 엄마 같은 언니 마고는 대학 때문에 멀리 떠나있고 오래 알아서 친오빠 같았던 조시는 그녀의 편지로 인해 갑작스럽게 라라 진을 의식하면서 예전처럼 고민을 상담할 수도 없다.

학교에서 잘 나가는 남자인 피터와의 관계로 인해 갑작스럽게 모두의 주시를 받는 라라 진은 이런 것도 부담스럽고 자신에게 밉보인 친구에게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제너비브의 보복이 더 두렵기만 하다.

학교에서 인기 있는 남자를 남자친구로 둔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 이를테면 그와 비교해서 자신이 너무 초라하지 않을까 혹은 어떤 옷을 입어야 그 아이와 잘 어울릴까 같은 시시콜콜하지만 공감이 가는 고민에서부터 그 나이 때의 아이들이 흔히 할 수 있는 신체접촉 즉 스킨십에 관한 고민 같은 걸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려내고 있는데 그 느낌이 상당히 귀엽기도 하고 통통 튀는 게 이 소설의 매력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혼자서만 좋아했던 적은 있지만 사귀어본 적은 처음인 라라에게는 자신의 마음조차 헷갈리기만 하는데 조시 역시 처음 사귀었던 제너비브에게 자꾸 흔들리는듯한 모습을 보여줘 확신을 갖지 못해 고민하는 라라의 심리묘사가 탁월해서 많은 공감을 얻을 것 같다.

자매들 간의 사소한 말다툼도 그러면서도 온갖 비밀을 서로에게 털어놓는 모습도 여느 자매들과 같아서 더 친밀감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시리즈 2편에선 이 엉뚱하지만 서툰 커플 앞에 새로운 강력한 연적이 등장한다는 걸 보면 점점 더 흥미로워질 것 같다.

역시 진도가 잘 안 나가는 연애에는 초강력 라이벌의 등장만큼 강력한 처방도 없을 터...

조용하지만 엉뚱한 데서 강한 라라 진의 연애가 앞으로 순조로울지.. 귀여운 허세 덩어리 피터가 라이벌 등장에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사랑을 뺏기지 않고 지킬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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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계절에 눈이 내리면
릴리리 지음 / 인디펍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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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부임한 국어 교사 현주는 조용하고 차근차근한 말투에 수줍음이 많은 성격으로 불쌍한 것을 그냥 보고만 지나치지 못하는 여린 심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멀쑥하고 반듯한 외모의 수학교사인 지훈과 카풀을 하면서 호감이 생겼는데 알고 보니 그는 결혼 한 지 2달 만에 부인과 사별한 상처남이었고 그녀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이 두 사람의 연애를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어딘지 공허하고 외로움이 스며있는 그의 눈빛과 뒷모습에 눈을 뗄 수 없어 먼저 다가간다.

어쩌면 이 두 사람의 연애는 끝이 보이는 연애였을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이 맺어지지 못한 데에는 이런 조건보다 지훈이라는 남자가 끝내 전처를 잊지 못할 뿐 아니라 현주에게 친절하고 자상했지만 그녀를 사랑한다는 확신을 주지 않은 데서 이미 그들의 끝은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야기는 지훈이라는 남자와 그의 유일한 사랑인 전처와의 이야기를 현주, 지훈의 처남인 다진, 현주의 친구인 혜진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지훈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즉 지훈과 다진의 누나 다영과의 애틋하지만 안타까운 사랑을 각자 다른 사람의 눈과 입을 통해 들려주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풀어간다고 보면 되는데 이렇게 보면 안타깝지만 평범한 여느 로맨스 소설이랑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할 즈음 반전이 등장한다.

20대의 청년이 된 다진이 호주로 유학을 가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 바로 현주의 절친인 혜진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이런 인연을 모른 채 그냥 술을 마시러 온 사람과 바텐더로서의 친분을 유지한 채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누구도 모르는 비밀을 통해 지훈의 능력이 드러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막을 수 없지만 그녀를 잊지 않기 위해 아니 그녀를 홀로 두지 않기 위해 남자는 슈퍼맨이 사랑하는 여자의 죽음을 되살리기 위해 지구를 되돌린 것처럼 시간을 되돌려 그녀와의 추억을 잊을 틈을 스스로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되돌린 그는 행복했을까?

현주가 그에게서 느낀 공허감과 쓸쓸하면서도 텅 빈듯한 눈빛은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시간을 붙잡아 맨 그에게 내린 형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그의 사랑을 애절하고 순애보적이라 평할 수도 있겠지만 내겐 스스로 망각이라는 자연의 선물과도 같은 섭리를 거스른 죄를 짊어지고 홀로 묵묵히 그 고통을 견디는 그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각자의 시점에서 덤덤하고 간결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있어 막힘없이 잘 읽히고 뻔할 수 있는 이야기에 반전의 카드를 통해 전체 스토리가 달라진 점을 좋게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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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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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한 밤 사람 눈을 피해 급하게 어딘가를 가는 사람이 있다.

호리호리한 몸매의 그는 온 가족을 독살한 죄를 짓고 지명수배가 내려져있는 황재하라는 17세의 여인이었다.

시작부터 한 밤에 추격자의 눈을 피해 장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황재하가 사람을 믿지 않고 냉정하기 그지없는 기왕 이서백의 눈에 띄여 서로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손을 잡는 모습을 그려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잠중록은 작가가 중학교 때 쓴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 힘들 정도로 이야기가 치밀하고 정교하며 짜임새가 있다.

미스터리 로맨스 장르를 표방한 작품답게 시종일관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황재하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차갑고 냉정하기가 잘 벼린 칼과 같던 왕제인 기왕 이서백이 조금씩 그녀를 의식하는 장면이 곁들여져 있어 사건을 추리하고 범인을 찾는 과정의 즐거움과 별도로 과연 이 둘이 순탄하게 서로를 바라보게 될까 하는 궁금증도 들게 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하기 싫은 결혼을 시키려한다는 이유로 부모를 비롯한 전가족을 자신의 손으로 독살시킨 천하의 악녀라는 칭호가 붙게 된 황재하는 사실 그전부터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녀가 사건을 해결하는 탁월한 능력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사건을 자주 접하고 거기에서 사건을 꿰뚫어보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 모두에게 인정받던 소녀가 한순간에 사랑 때문에 부모와 친지를 모두 죽인 죄인이 되었지만 재하가 자신의 억울함을 변명할 기회조차 없이 모든 정황과 증거가 그녀를 범죄로 지목하고 있다.

그녀가 덫에 걸린 거라면 그야말로 완벽한 올가미이자 덫에 걸린 것

그녀에게 자신의 부모를 죽인 진범을 찾아 누명을 벗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기왕 역시 뭔가 깊은 사연이 있고 거기엔 피맺힌 원한이 있는듯하나 아직까지는 그 사건에 대해선 조금도 엿볼 기회를 주지 않는다.

차갑고 냉정한 기왕이 수하로 받아들이기 위해 장안의 떠들썩한 연쇄살인범을 찾을 것을 명하고 이에 화답하듯 너무나 쉽게 살인범을 찾는 재하의 탁월한 실력은 곧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그녀가 환관으로 기왕의 곁에서 사건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자신의 고향 촉으로 가기 위해 실력 발휘를 해야 하는 재하에게 쉽게 풀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 사건은 공교롭게도 기왕과도 연관이 있다.

그의 왕후가 될 여인이자 장안의 세도가 가문의 여식인 왕약이 모두가 지키는 궁궐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독살된 시체로 발견된 것인데 우선은 어떻게 그렇게 경비가 완벽한 곳에서 눈 깜짝할 사이 모두의 눈앞에서 왕약이 사라질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녀가 사라지기 전 그녀의 실종을 예언했던 남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등등 모든 것이 알 수 없는 가운데 재하를 비롯해 부자집 도련님이면서도 시체 검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자진,그리고 기왕은 하나하나 얽힌 실타래를 풀듯 단서를 찾아서 마침내 숨겨진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게 그려져있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진범의 정체보다 그 사람이 이런 짓까지 해서 얻고자 한 게 과연 무엇인지... 자신의 권력과 안위를 위해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면 화가 나면서도 사방에 오롯이 홀로인듯한 그 사람을 보면서 재하가 느낀 것처럼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얻은 권력 또한 부질없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의 그 허망함이란...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찾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사연과 면면을 아주 흥미롭게 그려놓아 제법 두꺼운 페이지임에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재하의 부모를 죽이고 그녀에게 누명을 씌운 사람이 과연 누구일지? 짐작하는 그 사람이 맞을지도 궁금하고 앞으로 또 어떤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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