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과 시작은 아르테 미스터리 9
오리가미 교야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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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연히 본 한 여자를 못 잊고 9년을 기다린 남자

그리고 마침내 그녀를 9년 만에 운명처럼 재회한다.

한 여자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라고 하면 다소 밋밋할 수 있겠다 싶은 데 여기에다 책을 좀 더 재밌게 하기 위한 요소가 몇 가지 첨가되었다.

사람들이 흥미 있어 하는 살인사건... 그것도 연쇄살인사건과 용의자가 사람이 아닌 뱀파이어의 한 종류인 흡혈종이라는 흥미로운 요소를...

전작들에서도 로맨스에다 기억을 맘대로 지우고 조작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첨가해 달콤하면서도 신비로운 이야기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작가가 이번에도 색다른 미스터리 로맨스로 이끌고 있다.

오랜 세월 그가 찾고 기다렸던 그녀가 알고 보니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흡혈종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사하는 흡혈종 문제 대책실의 직원이었고 이번에 도노의 동네에서 사람의 소행이라 보기엔 너무 잔혹한 대량 실혈 살인사건을 수사하러 일본으로 온 터였다.

도노가 첫눈에 반했던 그녀 아카리의 살인사건 수사를 도우면서 인간 사회에 자신들은 몰랐던 흡혈종이라는 또 다른 종의 인류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이번에 벌어진 살인사건이 그 흡혈종이 일으킨 사고라는 걸 알게 되는 도노와 동아리 회원들은 합심하여 범인 찾기에 나서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지는 가운데 아카리를 향한 도노의 사랑도 무르익어간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살인사건은 연이어 벌어질 뿐 아니라 심지어 도노 일행이 만난 적이 있는 노인부터 도노의 친구까지 잔인하게 희생되면서 이제는 흡혈종 범인을 잡는 것이 아카리만큼 중요해진 도노 일행

아키라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섣불리 밝힐 수 없어 망설이던 도노에게 그녀가 이곳에 머무는 순간이 영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걸 알려주며 그의 사랑을 응원하던 친구의 충고대로 조심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랑이 결실을 맺기가 쉽지 않다.

그들에게는 쉽게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범인인 흡혈종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등록되지 않은 흡혈종들이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반격을 해오고 여기에다 흡혈종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헌터마저 출몰해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는 위급한 상황을 맞는다.

그녀가 자신이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지만 그녀를 향한 사랑을 멈출 수 없었던 도노는 제목처럼 세계의 끝과 시작 모두를 그녀와 함께하는 선택을 하면서 자신의 사랑을 증명해 보인다.

이 책에서도 사랑에는 어떤것도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작가의 가치관이 녹아들어있는듯 하다.

흔할 수 있는 뱀파이어를 소재로 로맨스를 그리고 있지만 그들의 사랑에 모든 촛점을 맞춘게 아니라는 점에다 작가 특유의 신선함을 잃지 않은 세계의 끝과 시작은 은 생각보다 가독성도 좋고 지루하지 않게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몰입감이 좋았다.

색다르고 신선한 로맨스를 원한다면...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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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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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상 수상 작가인 시마모토 리오의 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은 각자 네커플의 연애와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어 얼핏 보면 청춘들의 사랑과 아픔을 통한 성장이야기를 하는 듯 보이지만 읽다 보면 그렇게 가볍거나 쉽게 지나칠만한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일단은 미와타장이라는 하숙집에 모여 사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하고 있는 각자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기는 하지만 이곳 미와타장에 모인 사람들이 하는 연애라는 게 우리가 평범하게 알고 있는 사랑의 행태와 그 무게도 다르고 외견상으로도 평범하지는 않다.

가장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대학 입학을 하면서 고향집을 떠나 이곳 도코의 미와타장으로 온 야마토인데 그는 대학을 오게 된 계기도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애가 똑똑한 남자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그녀에게 어필하기 위해 죽자고 공부해서 도쿄에 있는 대학을 입학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나이대의 일반적인 남학생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야마토의 우연한 친절을 입은 고하루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깊고 사람들을 잘 보살펴주는 친절한 여학생이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큰 키와 덩치로 인해 스스로 이성에게 매력이 없다 생각해 좋아하는 야마토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짝사랑만 하고 있다.

그리고 외모가 아닌 그런 야마토의 친절하고 배려심 있는 모습을 좋아하는 학교 선배의 고백을 일단 거절하지만 그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상처를 드러내는 모습에 마음이 흔들린다.

이렇게 사람들이 평범하다고 하는 연애를 하는 20대의 풋풋한 두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금 다른 사랑을 하는 커플도 있다.

어릴 적 남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이후로 남자와의 관계는커녕 자신의 몸에 누군가 손을 대는 것조차 싫어하는 쓰바키

그래서 그녀는 남자가 아닌 어린 여고생과 교제하지만 그 아이를 보면 두근거리고 가슴이 떨림을 느끼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관계를 드러내는 것도 밝혀지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인 여고생 쪽은 동성을 사랑한다는 걸 숨기지 않고 모두에게 떳떳하게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그 아이처럼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싶지만 쓰바키는 자신이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이상하면서도 오래도록 서로에게 얽혀있는 커플... 하숙집 주인 치즈루와 그녀가 내연의 남편이라 칭하면서 드러내놓고 독점욕과 집착을 보여주는 상대인 화가 세우는 누구의 눈에도 이상하게 보이는 커플이다.

세우는 식사를 할 때를 제외하고 사람들 앞에 잘 나타나지도 않는가 하면 평소에는 치즈루를 데면데면하게 대하고 둘이 서로 별다른 대화도 없으며 무엇보다 남녀 간의 중요한 언어인 신체 접촉이나 애정행위를 하지 않는다.

게다가 알고 보니 둘은 절대로 서로 사랑하는 연인 관계가 될 수 없는 과거가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 온 그들의 사연 역시 평범하지 않을 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의 눈에 이해받기도 쉽지 않은데 무엇보다 표면적으로는 치즈루의 일방적인 집착으로만 이어져 온 관계인가 싶었으나 그들이 맺어진 과거부터 세우 역시 그 사람 나름의 방식으로 치즈루에게 독점욕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밝혀지지만 이것조차 보통의 눈에는 이해받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미와타장이라는 평범한 하숙집에서 사랑의 여러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은 어쩌면 세상에는 다양한 행태의 사랑이 있으며 두 사람이 자신들의 애정과 사랑으로 행복 하다면 그 어떠한 사랑도 있을 수 있고 그 사랑은 다른 누군가로부터 굳이 인정받을 필요가 없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정서와는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편히 읽고 쉽게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저 세상에는 이런 사랑도 있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본다면 또 하나의 사랑의 행태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쉽게 읽히는 듯하지만 쉽지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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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가는 유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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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다소 엉뚱한 상상력과 현실의 문제를 결합시켜 새로우면서도 어딘가 씁쓸하고 그러면서도 가슴 따뜻해지는 소설을 쓰는 이사카 코타로가 이번에도 예전 작품처럼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후가와 유가는 쌍둥이이자 서로가 곧 서로이기도 한 사람들이었다.

여느 쌍둥이와 같이 평범한 환경에서 자랐다면 서로 누구보다 친밀하면서도 치열하게 다투기도 하면서 자랐겠지만 둘이 살아왔던 환경은 늘 사소한 이유를 들어 폭력을 행사하면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결핍된 가정에서 자랐기에 서로에게 서로가 의지하는 상황이었다.

즉 다른 형제자매나 쌍둥이보다 더 서로 친밀한 상태인데 여기에다 이 둘은 어떤 순간이면 서로의 몸이 뒤바뀌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사카 코타로식의 상상력이 가미된 부분이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우연히 두 사람이 서로 바뀌는 순간이 촬영된 영상을 가지고 자신들을 만나러 온 남자 다카스기에게 털어놓으면서도 순순히 털어놓지 않고 코타로식의 장난과 유머를 첨가한다.

쌍둥이 대표로 온 유가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줄곧 자신의 말에는 착각과 각색을 섞기도 하고 거짓말을 하는 부분도 있으니 모든 것을 곧이듣지 않는 편이 좋다는 말을 하는 식으로 지금 하는 말이 진실인지 아니면 적당히 허구가 섞인 말인지 다카스기뿐만 아니라 독자도 헷갈리게 한다.

어릴 때 우연히 자신들의 몸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그 나이의 아이들이라면 당연한 것처럼 그 능력을 가지고 장난처럼 즐기고 재밌어했지만 안타깝게도 이 능력은 일 년에 단 하루 즉 서로의 생일에만 발현된다는 것이었다.

자라면서 그런 것을 감안하고 자신들의 능력으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걸 깨닫으면서 자신들처럼 누구에겐가 억압된 상황이라든가 혹은 폭력에 노출된 힘없는 사람들을 도와 잠시라도 그 순간을 모면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무엇보다 두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일은 철없을 때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가출 소녀에게 장난처럼 자신들이 처분할 피 묻은듯한 백곰 인형을 건네주고는 나쁜 일을 막아주는 부적이라 말한 것이다.

그리고 우연처럼 그 다음날 소녀는 10대의 청소년이 장난처럼 몬 차에 치여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소녀가 그 백곰 인형을 정말 부적처럼 죽는 순간까지 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에게 죄책감을 깊이 심어준다.

그날 이후부터 쌍둥이의 인식은 조금씩 변한 건지 모르겠다. 왕따를 당하는 동급생의 처지를 모른척하지 않고 도와준다거나 하는 등... 어쨌든 이후의 사건들은 그 사건으로 인해 파생된 결과인 것은 분명하다.

우연히 능력을 얻게 된 쌍둥이가 자신들의 능력을 이용해 학교폭력처럼 작은 것부터 시작해 점차로 사회악과 대결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후가는 유가는 두 사람이 가진 능력이 엄청난 힘을 가진 초능력도 아니고 그저 어느 날 어느 일정 시간이 되면 서로의 의사와 상관없이 몸이 바뀐다는 별거 아닐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부터 이사카 코타로스러운 설정이다.

사회 곳곳에 있는 부조리와 악에 대항해 싸우고 바꿔나가는 것은 큰 능력과 힘을 가진 사람이 아닌 인간적인 마음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평범한 소시민으로부터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유쾌함과 진지함 그리고 밝음과 어둠을 잘 섞은 이사카 코다로 다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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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아저씨 개조계획
가키야 미우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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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형 석유회사에서 정년퇴직한 쇼지의 계획은 이제까지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마누라와 호화롭지는 않지만 유럽이든 어디든 여행을 가고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것

딸은 비록 33세의 나이로 미혼이지만 아들은 이미 가정을 이뤄 자식을 낳고 열심히 살고 있다.

이만하면 괜찮은 인생이다 싶은 쇼지에게 인생 최대의 난관이 생겼다.

아들이 손주들을 봐달라고 SOS를 보낸 것인데 어찌 된 일인지 자신이 퇴직한 이후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마음의 병인 후겐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아내는 이런 아들의 요청을 거부하고 자신의 아이를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고 자신들에게 맡기려는 아들 내외의 양육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

그중에서도 여자는 남자가 바깥일을 하면 집안일은 다 알아서 해야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쇼지에게 정직원의 일도 아닌 파트타임의 일을 그것도 아이들이 아직 3살이고 1살이라 가장 엄마의 손이 필요할 때 굳이 직장을 나가겠다는 며느리가 마음에 안 들지만 아들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어 망설이는 사이 떠맡게 되어 버린다.

언제부턴가 자신과 같이 방을 쓰지도 않고 식사 역시 쇼지의 몫만 차려주고 늘 그 자릴 피해버리는 아내의 모습에 위화감을 느끼지만 무엇이 잘못된 건지도 모른 채 그저 매일매일을 지루하게만 보내던 쇼지는 손주들을 잠깐 돌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늘 그저 한가하게 아이들과 놀면서 남편이 힘들게 벌어온 월급으로 편하게 놀고먹는다고만 생각했던 여자들의 일상은 손주들과의 1~2시간으로 여지없이 깨지기 시작하고 젊은 엄마들과의 대화를 통해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가지고 있다 생각했던 모성이 그저 신화에 지나지 않은 공염불이란 걸 깨닫게 되면서 일대 반전을 맞게 된다.

그가 이런 모성의 신화를 굳게 믿는 이유에는 몇 명의 자식을 낳고도 군소리 하나 없이 논밭의 일과 집안일을 하고 시부모까지 공양하면서 자신을 대학까지 보내주셨던 어머니에 대한 잔상이 굳게 남아있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때에 비하면 온갖 가전제품의 도움을 받을 뿐 아니라 아이들 역시 적게 낳고 그저 집안일만 하면 될 뿐인 요즘의 주부들 생활을 너무나 편해 그저 배부른 투정으로 들린 것인데 고향집에서 모처럼 모인 형제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의 이런 모친에 대한 잔상은 그야말로 혼자만의 망상이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그러면서 단 한 번도 집안일을 해본 적이 없었던 쇼지는 조금씩 며느리의 일손을 도와주는데 그렇다고 사람이 한 번에 변한 듯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해주면서도 투덜거리고 작은 일에 혼자 삐치기도 하는 등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이 아주 재밌게 그려져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족을 돌아보게 되는 쇼지

아내가 왜 후겐병을 앓게 되었는지도 똑똑한 딸이 왜 결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지도 알게 되고 알게 모르게 자신의 태도를 닮은 아들이 여차하면 가정을 잃을 위기에 있다는 것도 이제는 알게 된다.

조금씩 남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해가며 퇴직으로 기운을 잃어가던 소지가 활기를 되찾고 멀어지기만 하던 가족이 가까워지는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진 정년 아저씨 개조 계획은 가볍게 그려졌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소재다.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진지하면서도 날카롭게 문제제기를 한...일본소설의 장점을 제대로 살린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도 모르는 새 남녀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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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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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가 가장 좋았던 남자 후지마루는 어느 날 문득 사랑에 빠졌다.

음식을 배달하러 간 T 대 자연과학부에서 식물학을 전공하는 모토무라가 자신이 연구하는 애기장대세포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는 새 그런 그녀의 모습에 빠져버렸지만 안타깝게도 이 사랑은 희망이 없다.

그녀 모토무라는 애기장대와 사랑에 빠져 누구를 사랑할 여유도 없을 뿐 아니라 그녀 스스로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도 이유도 없다 생각하기 때문이지만 이런 다소 특이한 모토무라를 그 모습 그대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후지마루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그 역시 그녀를 사랑하게 되기 전까지는 요리밖에 몰랐고 요리만이 그의 유일한 관심사였기 때문에 무언가에 집중하고 그것에 몰두하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요리로 그녀의 연구를 응원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런 그의 사랑이 부담스럽기만 한 모토무라

모토무라는 뇌도 없고 사랑도 없고 감정도 없지만 그럼에도 왕성하게 번식하고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식물의 세계에서 평온함을 느끼는데 이에 비해 서로를 사랑하고 그 감정이 영원할듯하지만 사랑의 감정이 사라지면 미워하고 오해하다 결국은 상처를 주는 사람들의 연예관계에 대해 의문과 회의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조금은 특이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가 끊임없는 애정공세를 펼치고 사랑을 전해 결국은 그 사람을 돌아보게 한다는 러브스토리를 예상했지만 미우라 시온의 사랑 없는 세계는 그런 예상을 뒤집는다.

후지마루는 그녀의 연구를 지켜보고 응원하면서 그저 자신이 잘하는 요리로 그녀의 배를 채워주고 그녀의 성과에 같이 기뻐하고 즐거워할 뿐 자신의 사랑을 어필하지도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 그녀에게 부담을 주지도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그녀모습을 사랑하는 후지마루의 사랑 역시 평범하지는 않다.

어찌 보면 그가 하는 사랑은 남녀 간의 평범한 사랑이기보다 자신은 잘 모르는 분야에 열중하고 거기에 모든 힘과 정성을 쏟는 사람에 대한 동경과 경애의 마음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제목인 사랑 없는 세계는 이중적인 의미인듯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는 식물들이 번식하는 걸 의미하기도 하고 두 사람의 연결될 수 없는 로맨스를 뜻하기도 하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애기장대를 연구하는 모토무라의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데 하나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단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지난한 시간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다.

그러면서 그런 지루할 수도 있는 연구에 전념하는 모토무라의 열정에 조금 공감하게 되면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해지는 후지마루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고 그가 그녀의 어떤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졌는지 이해가 된다.

식물과 사랑에 빠진 여자와 그런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의 평범하지 않는 러브스토리

이해가 가지 않을 것 같지만 묘하게 후지마루의 사랑이 이해가 되는 건 역시 작가의 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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