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헤르만 헤세 시 필사집 쓰는 기쁨
헤르만 헤세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4년을 맞이하면서 처음으로 '필사'에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곁눈질로 필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왜 필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는데...

막상 해 보니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도 그 시간만큼은 저에게 말을 걸지 않은,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문장들을 쓰며 '쓰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어릴 적엔 연필이나 펜을 잡고 많이도 썼었는데 점점 키보드와 익숙해지면서 뭔가 쓴다는 것에 어색함이 느껴졌었는데...

그래서 첫 장의 글씨는 마냥 낯설기만 하였었고...

쓰면 쓸수록 제 글씨체를 찾아갈 수 있었고...

색다른 경험이었고 즐거웠습니다.

지금 필사를 하고 있는 책도 있지만 이 책을 보자마자 욕심이 났습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_ 『데미안』, 헤르만 헤세, 민음사, 200, page 123

노벨상 수상 작가이자 독일의 대문호, 한국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그, '헤르만 헤세'.

그의 시 100편을 엄선해서 수록된 이 책.

아마 필사하는 이라면 망설임 없이 선택하지 않을까!

저 역시도 선뜻 손이 갔습니다.

깊은 밤에 더욱 빛나는 헤세의 시

쓰는 기쁨으로 피어난다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사실 헤세의 소설은 익숙했지만 시는 생소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시인 말고는 그 어떤 것도 되고 싶지 않다."

라고 포부 있게 말했던 열두 살의 헤세처럼 그의 시는 우리에게도 삶에 대한 묵직한 울림과 나아갈 힘을 주었었습니다.

포문을 열었던 <어딘가에>.



그렇기에 살아라, 희망하라라고 외쳐주는 것이 아닐까...

<봄이 하는 말>처럼 말입니다.

봄이 하는 말

아이들은 모두

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요

살아라, 자라라, 피어나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틔워라

너 자신을 내어주어라

그리고 삶을 두려워하지 마라

노인들은 모두

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요

늙은이여, 땅에 묻혀라

싱그러운 젊음에 자리를 비켜주어라

너 자신을 내어주어라

그리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마음을 다독여주는 헤세의 시.

그의 시를 필사한다는 건 결국 나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응원이었습니다.

100편의 시 중 오늘의 저에게 와닿았던 시 <아름다운 오늘>.

부끄럽지만 필사를 해 보았습니다.



지금을 즐겨라.

이토록 아름다운 오늘을...

그렇지 않아도 새해를 맞이하자마자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달래고자 시작했던 필사.

그중에서 헤세의 시를 만난 건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석주 시인의 말처럼

헤세의 시에서 받은 공감과 위로를 되새기며 필사하는 것은 멋진 경험일 테다. 시를 손글씨로 꾹꾹 눌러 써나갈 때 우리는 오롯하게 삶의 충일감에 도달하고, 분명 시가 주는 위안과 공감 속에서 삶의 충일감과 기쁨이 커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테다.

매일 그의 시 하나씩 써 내려가면서 잠시나마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려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시태그 나트랑 & 무이네, 달랏 - 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미 여권은 만료된 지 옛날 옛적이 되었고...

'여행'을 떠나고자 했던 열정은 어느새 그리움으로 남은 요즘...

이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방법을 물색하다가...!

못 가더라도 '가이드북'을 읽으면 마치 그곳을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원래 여행 계획을 짤 때면 '가이드북'을 토대로 했었기에...

그 설렘을, 그리고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기분을 느껴보고자 이번부터 가이드북을 골라 읽어보려 합니다.

우선 첫 여행지로는 최근 가장 베트남에서 핫한 여행지로 등극하고 있는 '나트랑'을 꼽아보았습니다.

워낙 베트남은 많은 이들이 부담 없이 가는 나라이기에 이곳으로부터 핫한 곳으로!

어떤 것들이 우리를 사로잡을지 기대를 해보며 떠나보겠습니다.

인기 상승 중인 베트남 남부의 베트남,

나트랑 & 무이네, 달랏을 담은 가이드북

해시태그 나트랑 & 무이네, 달랏



여행의 기본은 가고자 하는 나라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져야 하기에 먼저 '베트남'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현대사에서 프랑스와 일본에 점령당했다가 미국의 폭격을 받았고 베트남 전쟁을 거치면서 전 세계에 뚜렷한 인상을 남긴 이 나라.

이런 어려운 여건을 거치면서도 전통과 자부심을 지켜온 베트남은 이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젊은 나라로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여행의 편리성도 높아지면서 태국의 치앙마이 못지않은 한 달 살기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베트남.

그렇기에 이곳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중에서 '나트랑'이 핫한 여행지로 등극한 이유는

순수한 자연경관, 안전, 친절한 사람들, 다이내믹한 즐거움, 저렴하고 다양한 먹거리

등을 꼽을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나트랑 여행 계획 짜는 방법부터 시작해 추천 일정, 여행 스타일에 따른 계획, 한 달 살기 등 그야말로 기호에 맞게 여행자들이 설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나트랑 여행 투어 다음에 강력한 열대풍의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경이롭고 광활한 사막이 펼쳐진 '무이네' 투어가,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휴양 도시, 시간이 멈춘 곳으로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달랏' 투어가 짧게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곳은 '달랏'이었습니다.

라틴어로 '어떤 이에게는 즐거움을, 어떤 이에게는 신선함을'에서 따온 이름 '달랏'.

특히 유러버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는데 말처럼 프랑스풍 건축물을 엿볼 수 있는 달랏.



저는 달랏 '린푸옥 사원'의 색유리와 도자기 조각을 모자이크한 외관을 바라보며 소원을 종이에 적어 붙이고 종을 울려 기원해 보는 추억거리를 남겨보고 싶었습니다.

나트랑에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를 저자는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이야기하였었습니다.

우리는 지금껏 끝없는 경쟁적 사고를 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경쟁하면서 발전한 것이 아니고 삶이 피폐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발전하여도 사는 모습이 어떻게 바뀌어도 여행은 해야 한다. 그러니 여행에서 봐야 할 것은 관광지가 아니고 삶이고 그 속에 있는 사람이다. 이것이 진짜 여행이다. 난 그 여행을 나트랑Nha Trang에서 보았다. - page 13

여행을 통해서 삶을 마주하고 돌아와 다시 삶에서 힘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는 나트랑.

저도 이 책을 통해 이곳으로부터 '사람'을 만나게 되었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양한 생명이 숨 쉬지만 인간이 살아가기에는 가혹한 환경 속에 남겨졌던 여자아이 '카야 클라크'.

그 아이의 성장담은 잔잔히 큰 여운을 남겨 지금 생각해도 먹먹하게 하는데...

바로 『가재가 노래하는 곳』.

아마 오랫동안 제 기억 속에서 회자될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재가 노래하는 곳>, <스토너>를 잇는 차세대 모던 클래식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잇는 소설이라니!

더없이 반가웠습니다.

여기에 더해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님의 강력 추천글이 이 소설에 대한 기대감을 더 뿜뿜 시켜주었는데...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숨가쁘게 벅찬 '사랑의 여정'이다.

한 소녀가 품었던 소년에 대한 사랑이 어쩔 수 없이 놓아버려야 했던 이들에 대한 애타는 사랑으로 전이되고, 이는 나아가 신과 자연에 대한 거대한 사랑으로 확장된다.

수몰될 고향에서 빅토리아가 구해 옮겨 심은 복숭아가 서툴지만 자그마한 꽃을 피우다 마침내 커다랗고 다디단 결실을 일궈낸 것처럼, 빅토리아의 가슴속 사랑도 슬픔을 고난을 양분 삼아 농익어 간다.

작고 미숙한 어린 소녀가 갖은 역경 끝에 마침내 한 청년과 대지의 어머니로 거듭나는 이 파노라마를 통해 독자들은 성숙과 성장, 희망의 의미를 머금어 되새겨 볼 수 있을 것이다. _ 곽아람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망설임은 시간을 지체할 뿐!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우리 삶은 지금을 지나야만 그다음이 펼쳐진다.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삶이 뿌리째 뽑히는 상실 앞에서

자연을 닮은 회복력으로 살아간다는 것

흐르는 강물처럼



콜로라도의 시골에 사는 '빅토리아 낸시'.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게 되면서 남동생 세스는 술과 폭력적으로 변하게 되었고 아버지는 말수가 줄어들고 무뚝뚝해졌으며 비아냥거리는 이모부 등 집안에서 의지할 데 없었던 빅토리아.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나타난 이방인 '윌슨 문'을 만나게 되었고

어떻게 17년 동안이나 이렇게 타인에게 관심받는 것에 관심 없이 살아올 수 있었을까? 다른 사람이 내 속마음을 꿰뚫어볼 수 있다는 생각 자체도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지금 내 눈앞에 있었다. 나는 속마음을 다 들켜버린 듯한 느낌을 받으며 먼지가 수북이 쌓인 여인숙 계단에 서 있었고, 윌슨 문을 만나기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빛을 받고 있었다. - page 34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윌슨 문을 향한 주변의 시선은 따갑기만 합니다.

"그 인전 남자애 말이니?"

아주머니가 어디서 지독한 냄새라도 난다는 것처럼 얼굴을 찡그렸다.

"토리, 대체 무엇 때문에 그 더러운 인전을 찾는 거야?" - page 97

인디언이라는 사실에 큰 경멸과 멸시들...

그러다 듣지 말았어야 할 대화 내용을 듣게 됩니다.

시체를. 블랙 캐니언 바닥에서. 그 인전 놈. 피부가 거의 벗겨진 채로. 차 뒤에 있었다나. 던져졌대.

남동생이 한 짓임을 직감한 채 어마어마한 슬픔과 죄책감, 사랑, 두려움, 혼란이 빅토리아 안을 가득 채우게 됩니다.

하지만 그전에 이미 그녀의 자궁에서는 아주 작은 태아가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아이만은 살리기 위해 숲속으로 도망쳐 윌슨 문과 사랑을 나누었던 오두막집에서 출산을 하게 됩니다.

혼자서 아기를 낳고 얼마 안 되는 음식과 라즈베리를 먹으며 견디던 빅토리아.

그곳에 소풍 온 신혼부부를, 그러니까 매끈한 검은 차, 풍만한 젖가슴, 단란한 가족을 보자 자신의 아기가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를 삶의 모습처럼 느껴져 자신의 아이를 그 차에 몰래 태워 보내게 됩니다.

그러고는 고향으로 돌아오니 집안일을 돌볼 여자가 없는 집을 남동생과 이모부는 떠나버렸고, 아버지 홀로 병마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곁에서 사라진 지금,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피붙이였던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복숭아만큼은 끝까지 지켜내리라 다짐하게 된 빅토리아.

그러던 중 강을 댐으로 막고 마을을 저수지로 메울 거라는 소문이 도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게 지워지길 바라던 때였기에 아이올라에서 제일 먼저 땅을 판 사람이 됩니다.

하지만 복숭아나무만은 보낼 수 없기에 새로운 장소에서 나무들을 심으며 새 삶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리고는...

달 끝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검게 변한 하늘에 별이 뿌려지자 나는 축축한 풀밭에 무릎을 꿇고 부디 이 땅에 축복을 내려달라고 기도했다. 나무들과 함께 이곳을 집으로 삼고 싶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죽는 날까지 이 땅을 아끼며 돌보겠다고 맹세했다. 어떤 식으로든 응답을 받길 기다리는 동안 나는 무엇보다 원했지만 그동안 결코 인정하지 못했던 기도를 덧붙였다. 기적이든 운명이든 내 아들이 내 품으로 돌아오기만 한다면, 이 땅과 더불어 내 아들을 돌볼 수 있게 된다면, 여기나 저기나 똑같은 곳이 아니라는 걸 아들에게 가르쳐주겠다고, 광대하고 알 수 없는 이 세상 속 한 뙈기의 작은 땅이 우리를 이어준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겠다고 기도했다. - page 296

1년에 돌멩이 하나씩, 그렇게 아들의 나이만큼 돌멩이를 주워다가 간절히 기도를 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그곳에 편지라기보다 일기에 가까운 글이 남겨지게 됩니다.

이제 그들 앞에 놓인 이야기...

슬픔을 넘어 경이로움을 자아냈는데...

읽으면서 숨 고르기가 힘겨웠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책 제목처럼 흐르는 강물이었기에 멈출 수도 빠르게 달릴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흘러 흘러 벅차올랐던 감정이란...

"루카스예요."

이 한 마디.

참아왔던 숨을 내쉴수 있게 해 주었었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늘 그러셨거든. 방법은 그뿐이라고." - page 143

그렇게 우리 모두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녀의 뒷모습이 아련히 남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지용 전 시집 : 카페 프란스 -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 전 시집
정지용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인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고...

그의 시는 노래로 알고 있었고...

......

그게 다였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윤동주' 유고집을 읽으면서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했다는 그의 작품이 궁금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그의 전 시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지용'

이동원, 박인수가 불러 유명한 '향수'의 시인.

윤동주가 가장 존경하고 가장 닮고 싶어 하던 시인.

그가 그려낸 전통의 서정성과 이국정취, 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그린 시를 읊어 보려 합니다.

절제된 언어와 우리말을 감각적으로 활용한 모더니즘의 선구자

우리말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문단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킨 시인

정지용의 시 원문을 통해 아름다운 우리말이 감각적으로 전달된다

정지용 전 시집: 카페 프린스



지금은 '정지용' 시인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분단 이후 오랫동안 그의 시들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납북 여부와 사인이 모호하여 한때 이름이 '정X용'으로 표기하였었지만 수많은 문인의 청원으로 1988년 3월 해금되어 대중에게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고, 1989년에는 '지용 시문학상'이 제정되어 박두진이 1회 수상자로 선정된 뒤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만약 오늘까지도 그의 이름이, 그의 시가 가려졌다면...

우리의 현대시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또한 우리말의 미학을 느낄 수 있었을까...

시집을 껴안으며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었습니다.

이 시집은 3부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1부 <정지용시집>에서는 우리 전통의 서정성과 이국정취가 배합된 시들이,

2부 <백록담>에서는 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움이 그려진 시들이,

특히나 카톨릭 신자인 그의 신앙이 드러나는 작품들도 있었고,

3부 <시집 미수록 작품>까지.

시를 통해 한 사람을,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시에는 역시나 알고 싶지만 잘 알지 못하는 1인이기에 처음 읽었을 땐

음......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 세 번 천천히 읽다 보니 머리보다 가슴으로 어렴풋이 느낌이 전해졌었고 지금도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왜 그의 시가 좋은지 알 것 같았습니다.

언젠간 문맥적 이해가 이루어지겠지만...

개인적으론 이 느낌적인 느낌이 더 좋습니다...

역시나 이 책을 펼치자마자 찾아 읽었던 <향수>.

익숙했기에 더 애잔히 다가왔었던...







또 다른 시를 하나 꼽아보자면 <유리창 1>이었습니다.

유리창 1

유리에 차고 슬픈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양 언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디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닥는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 이어니,

고흔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ㅅ새처러머 날러 갔구나!

아픔과 그리움이 느껴지는...

시의 의미를 알고 나서 더없이 무너질뻔했던 이 시...

여실히 전달되었던 그의 이야기들, 그리고 감정들.

또다시 향수에 젖어들게 되었습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4-01-12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 이어니

너무 좋네요
근데 왜 김광석 노래가 생각날까요?!
 
인생은 혼술이다 - 혼자여도 괜찮은 세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도 한때 꿈꾸었던 것이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발길이 닿은 가게에 들어가 직장에서 생긴 일들은 안주 삼아 술을 즐기는...

딱 일본 드라마 <와카코와 술>과 같은 삶을 꿈꾸었던...

어느덧 그 꿈은 Once Upon a Time이 되었지만...

간간이 드라마를 보며 적지 않은 위로를 받곤 합니다.

그렇다고 혼술을 안하는 건 아닙니다.

이제는 주부로써, 엄마로서의 역할을 끝내고 모두가 잠든 밤.

캔맥주 하나와 함께 혼술을 즐기며 나만의 시간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술'의 매력을 서로 공유하며 무엇보다 더 당당히 혼술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저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과연 저자에게 혼술은 어떨지...

'혼술'을 애타게 동경하다가 수행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혼술 마스터'가 된 어느 독신 여성의 유쾌한 경험담

인생은 혼술이다



그녀가 혼술을 동경하게 된 원점에는 바로 '도라 씨'가 있었습니다.

40대 중반 무렵 어느 날 문득, 텔레비전에서 재방송하는 <남자는 괴로워>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마도 회사원의 삶에, 끝없는 소소한 경쟁에 좀 지쳤던 거겠죠...

그렇다고 거기서 빠져나올 용기도 없는 자신으로부터 도라 씨는 초인처럼 보였던 겁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돌아봅니다.

독신이기는 하지만 집도 있고 일도 있고, 그럭저럭 돈도 있어요. 그런데 언제나 아직 모자라다고, 잃기 싫다고 고민하고 두려움에 떨었던 그녀.

뭘 어떻게 하면 도라 씨처럼...... 하고 생각하다가 불현듯 떠오르게 됩니다.

그래, 우선 '혼술' 수행을 해보자.

하지만 마음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남성들도 주저하기는 마찬가지겠지만 여성 혼자 술집에 들어가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이건 마치 '맨몸으로 혼자 세계와 마주하는' 경험과도 같은!

집안일도 하고 취미도 있다는 것. 그게 뭐 대수인가. 결국 '뭔가를 할 수 있는 나'에 기대어 사는 것이다. 일을 할 수 있는 나, 집안일을 할 수 있는 나, 요가를 할 수 있는 나, 그래서 남들과 다른 나...... 결국 직함에 기대어 사는 것과 뭐가 다른가.

하지만 그런 건 술집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술집에서 열심히 명함을 돌리거나, 난데없이 요가 교사 자격증이 있다는 설명을 늘어놓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대로의 나. 아무것도 아닌 나. 그렇게 되면 대체 어떤 표정을 짓고 술을 마시면 좋을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난 술집에 들어가기가 무서운 거다. - page 27

스스로를 다그치며 굳은 결심을 한 뒤 눈을 질끈 감고 문을 열게 됩니다.

실로 새로운 인생의 문을 연 순간이었다.

어찌어찌해서 혼술 데뷔를 마친 상태에서 사장님에게 말을 꺼내게 됩니다.

"앞으로 '혼술'을 잘해보고 싶은데요......"

"혼술! 좋잖아요, 꼭 해보셔야죠!"

네? 너무 쉽게 말씀하시는데, 여자 혼자 술 마신다, 그 말인데요?

"뭐가 어떻습니까? 저희 집에 혼술 하러 오시는 여자분 꽤 많습니다. 으음, 여자분들이 훨씬 용기가 있어요. 남자는 되레 그러지 못하죠."

그, 그런가요?

"얼마나 좋습니까! 인생이 변할 겁니다!"

그,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건 좀......

"모르는 사람하고도 얘기를 나눌 수 있잖습니까? 그럼 인생의 폭이 넓어질 테니까요......" - page 40 ~ 41

'혼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고독하지도 않고 고립되지도 않은 채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인생의 두려움이 대부분 사라졌다고 하였습니다.

혼술이 사람을 '어른'으로 만든다고 말하는 그녀.

그러니 꼭 혼술에 도전해 보라며 우리에게 '혼술의 비기 12조'를 일러주었습니다.



우리는 쭈뼛거리면서도 서로를 느끼고 공감과 관심을 가지고 식탁을 함께한 것이다. 우리는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누구나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곳을, 다시 말해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는 곳을, 낯선 사람들끼리 만들어 가는 게 바로 혼술이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더욱, 혼술은 보석과 같이 빛나는 행위가 아닐까. - page 143

혼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영향으로 더 고립과 고독이 가까운 요즘.

'집술'에 대해서도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집술은 나를 알아가는 여정이다. 검을 수행할 때 목검을 휘두르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일상 속 단련이랄까. 그런 축적을 통해 진검승부(=밖술)에 도전하더라도, 그야 물론 멋지게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기본을 갖춰야 적어도 단칼에 쓰러져 즉사하는 일은 피할(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집에서 마시려면 무슨 술을 고르고 무슨 안주를 고를지, 선택할 게 무한대로 많다. 그건 무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 그리고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술도 안주도 별로인 저녁 술상을 앞에 두고 가게가 별로여서, 메뉴가 꽝이어서, 요리하는 사람이 센스가 없어서, 경영 태도가 영 아니올시다여서, 이렇게 비난할 수 없다. 전부 다 내 탓이다.

그게 바로 집술의 묘미다. - page 172 ~ 173

그저 단순히 마셨는데 이렇게나 깊은 뜻이 있었다고!

앞으로 어디 가서 아는 척을 좀 해야겠습니다.

그냥 집술하는 것이 아니라고.

'나'를 찾아가는 길 가운데에 서 있다고.

(심오하다...ㅋㅋ)

유쾌했습니다.

자신이 수행을 거듭한 끝에 맺은 결실.

실로 경이롭고 아름다웠다고 할까.

그렇기에 저는 오늘도 당당히 '혼술'을 하겠습니다.

맛있는 인생을 살기 위한 혼술 라이프가 시작된다!

"인생은 혼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