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존재는 특별해요 - 자연과 야생을 사랑하는 세계적인 두 거장의 만남
니콜라 데이비스 지음, 뻬뜨르 호라체크 그림, 조경실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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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계속해서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였습니다.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블루 피터 상, 요토 카네기상, 수상작가

자연과 야생을 사랑하는 세계적인 두 거장 '니콜라 데이비스'와 '뻬뜨르 호라체크'.

이들이 수많은 책을 펴냈지만, 이처럼 상상력을 깊이 자극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어낸 적은 없었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자연과 생명, 그리고 세상에 관한 통찰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빼어난 작품이라 하였습니다.

제목도 마음에 드는데 내용 역시도 기대되는 작품.

이번엔 아이와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길들여지지 않은 상상력,

아름답고 강렬한 생명의 언어들,

모든 존재의 경이로움을 포착한 빼어난 그림들

모든 존재는 특별해요



첫 장을 펼치니 사자와 소녀가 마주 앉아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소녀가 사자에게 찾아갔다고 합니다.

왜 갔을까...?!



사자가 소녀에게 자신의 고통을 호소합니다.

고통받는 사자...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제가 픽! 했던 이야기.

<우리 머릿속뿐>



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 서로 생각이 많아졌었습니다.

맞아...

이제 우리 머릿속에만 있는 그들.

아니, 그들뿐만 아니라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들...

인간과 동물로 구분하기 전 생명체로써 모두를 위한 일이 무엇일지 생각에 또 생각을 더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실러캔스'



묵묵히 잠잠히...

그냥 묵묵히 잠잠히 헤엄치며 여전히 존재하는 실러캔스는 무슨 생각을 할까...?

생명의 세계를 사랑과 웃음으로 표현한 40편의 시적인 이야기.

각자 자신들만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우리에게 다가와 일부가 되었습니다.

마치 소리없는 아우성이었던 그들의 이야기.

그동안 귀를 닫고 눈을 돌렸던 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이는 신비롭고도 재미나게 읽어갔지만 저는 울컥하며 페이지에 머무르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저를 위해 아이는 한참을 기다려주었고 그렇게 잠자리에 들 때쯤 책장을 덮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잠이 들었고 저는 또다시 책을 펼쳐들었던...

너무나도 좋은 책이었습니다.

모든 존재는 특별했고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던 이 책.

오늘 푸르고도 시린 하늘에 나직한 혼잣말을 건넨 까마귀에게,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푸르름을 지키는 나무들에게 안부를 건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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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클래식 리이매진드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올림피아 자그놀리 그림, 윤영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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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도 다 알고 내용도 알고 다 아는데...

그런데 말입니다...

난 책으로 읽었을까...?

사실 '오즈의 마법사'라 하면 맨 처음 떠오르는 것이 바로 '만화'인가 '영화'인가...

아무튼 어릴 적 보았던 이미지들이 떠오르는데...

정작 책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책을 읽어보고자 합니다.

특히나 이 책을 선택한 건 화려하면서도 독창적인 이미지가 제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었습니다.

OZ

그 환상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기발한 상상력이 빚어내는 희망 찬 여정을 따라

기하학적 패턴과 여백이 어우러지는』

단순하면서도 과감한 시각적 해석!

오즈의 마법사



농부인 헨리 삼촌, 엠 숙모와 함께 캔자스 대평원 한가운데에서 살던 '도로시'.

주변은 온통 '회색빛' 밖에 없었습니다.

문간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사방으로 드넓은 회색빛 대평원.

풀도 태양이 지글지글 태워서 땅과 똑같은 회색빛.

집도 회색빛.

엠 숙모와 헨리 삼촌도 회색빛...

그런 도로시 주변의 모든 것이 회색빛으로 자라는 것을 막아준 것이 있었으니 바로 '토토'였습니다.

작고 까만 이 강아지는 온종일 장난을 치며 함께 놀며 도로시는 몹시도 토토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그들은 놀고 있지 않았습니다.

평소보다 훨씬 더 회색빛인 하늘.

저 멀리 북쪽에서 낮게 울부짖는 바람 소리가 들려왔는데...

"회오리바람이 다가오고 있소. 가축들을 살펴보러 가봐야겠소."

삼촌이 숙모에게 말을 건넸고 숙모도 도로시에게 지하실로 들어가 있으라고 외칩니다.

토토를 안고 숙모를 따라 방은 반쯤 가로질렀을 때, 찢어지는 듯한 바람 소리가 들리더니 집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신기하고도 아름다운 광경과 지금껏 본 적 없는 기이한 사람들.

그들 중 한 노파가 머리 숙여 인사를 하더니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가장 고귀한 마법사여, 먼치킨의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악한 동쪽 마녀를 죽이고 우리를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착한 북쪽 마녀와 먼치킨의 나라였고 뜻하지 않게 사악한 동쪽 마녀가 집에 깔려 죽게 된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동쪽 마녀의 은색 구두를 얻게 되었지만...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삼촌과 숙모가 저를 걱정하실 게 분명하거든요. 길 찾는 걸 도와주실 수 있나요?"

그러자 북쪽 마녀는 에메랄드 시에 오즈가 당신을 도와줄 것이라 하였고 그렇게 해서 도로시는 험난하고도 위태로운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가는 길에 길을 동행할 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지푸라기 대신 뇌를 갖고 싶어 하는 '허수아비'

잃어버린 심장을 갖고 싶어 하는 '양철 나무꾼'

용기를 갖고 싶어 하는 덩치 큰 '사자'

이들과 함께 드디어 위대한 오즈를 만나게 됩니다.

오즈는 그들에게 사악한 서쪽 마녀를 죽여야 각자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합니다.

결국 그들은 서쪽에 있는 윙키의 나라로 향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서쪽 마녀를 물리치고 다시 마주하게 된 오즈.

그런데...?!

"당신은 누구야?"

"난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오즈다."

노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걸로 날 후려치지 마라. 제발 부탁한다. 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들어주마." - page 212

오즈가 바로 대머리에 주름진 얼굴, 조그맣고 나이 든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위대한 마법사인 양 사기를 쳤던 그.

이젠 못 돌아가는 것일까...

"어쩌면 글린다가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글린다가 누구죠?"

허수아비가 물었다.

"남쪽 마녀입니다. 마녀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며, 콰들링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녀의 성이 사막 끝에 서 있으니, 어쩌면 사막을 건너는 방법을 알지도 모릅니다." - page 248

마침내 착한 마녀 글린다를 만나고

"그 은색 구두에는 놀라운 힘이 있어. 그중에서도 가장 신기한 능력은 단 세 걸음 만에 이 세상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거야. 넌 그저 신발 뒤꿈치를 세 번 맞닿게 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명령만 하면 돼."

그토록 애타게 바랐던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오즈의 나라에 갔다 왔어요. 토토랑 같이요. 아, 엠 숙모! 집에 다시 돌아와서 정말 기뻐요!"



책을 읽으면서 장면 하나하나가 떠올라 더 재밌게 읽었었습니다.

특히나 초록색과 금색, 그리고 검은색과 흰 여백의 조화.

솔직히 '위키드'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할까...

아무래도 위키드가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브로 하고 있기에 그럴지도 모르겠고...

위키드 이미지가 검은색과 초록색, 흰색이기에 그럴지도 모르겠고...

그리고 몰랐었는데 이렇게나 모험적이었나 싶었습니다.

여느 여행기 못지 않았던 다채롭게 펼쳐졌던 모험들...

또한 오즈의 정체도 설마 했는데 놀라웠고...

그럼에도 이들의 멋진 우정과 따듯한 사랑의 소중함은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해 주었습니다.

사실 이 소설에는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되어왔습니다.

19세기 후반의 미국 사회를 상징적으로 그려내

오즈(OZ)는 금의 무게 단위인 온스의 영어식 줄임말,

노란 벽돌 길은 미국의 금본위제를,

에메랄드 시는 워싱턴 DC를,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는 각각 순박한 농민 계급과 체계에 갇혀 비인간화된 공장 노동자와 당시의 정치인을

의인화와 판타지 요소로 당시의 미국 사회를 은근히 풍자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고 하였지만...

뭐니 뭐니 해도 순수하게 이야기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란 개인적인 생각을 남겨봅니다.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이 작품.

그 이유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젠 이 여정을 아이에게도 함께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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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사람을 죽이지 않고 없애는 법
안드레아 바이드리히 지음, 김지현 옮김 / 온워드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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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글에서 확! 눈에 띄는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개자식'

누가 보면 제가 화가 많고 찰지게 욕을 잘하는 것으로 오해하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직접적으로 딱! 꼬집어주면서 그 해결 방안까지 모색해 준다니...

읽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한 책.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당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전에

멍청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지 않은지 확인하라"

해로운 관계와 자기 의심을 떨쳐내는

여덟 명의 실험적인 여행기

지긋지긋한 사람을 죽이지 않고 없애는 법



사실 누구나 살면서 짜증 나는 사람들을 한 번은, 아니 그 이상 마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의 온갖 불만을 털어놓기만 하는 친구?

연락도 되지 않고 언제나 불안감만 안겨주는 애인?

나에게 기대면서 분노와 짜증을 퍼붓는 부모?

회사에서 희롱과 모욕을 일삼는 직장 상사?

그러다 집에 돌아오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층간 소음을 일으키는 이웃까지...

어떤 이유로든지 가볍게 끊어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어찌해야 할까...

책에는 주인공 안드레아와 절친 루카스가 초대를 받게 됩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호숫가 호텔로의 여행(?)이라고는 했지만 안드레아의 또 다른 친구 찰리와 그의 상담사 폴과 준비한 실험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여기 아드리안, 마리, 다니엘, 이사까지.

이들은 폴이 준비한 프로그램에 따라

이런 사람 중에는 어떤 사람이 있고,

왜 자신들을 힘들게 하고,

어떻게 해야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알아본 다음,

최종적으로 괴롭게 하는 사람들을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됩니다.

물론 죽이지 않고 다른 방법을 통해!

어떤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서 이런 생각을 바꿔줄 수 있을 거 같아? 그런 사람은 없어! 이런 생각을 고치는 건 자기 자신만 가능한 거야. 너희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만이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좀 깨달아야 해! 너희가 남자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힘든 건 다른 사람의 잘못이 아니야. 너희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으니까! - page 125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 수도 없을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해치려고 하면 언제든 차단봉을 내리거나 문을 닫아버리면 돼. 그래야만 하고. 하지만 얼어붙은 채로 갑옷에 숨어 모든 것을 잠그는 데만 급급해서는 안 돼. 아까 안드레아의 말로 돌아가서, 상처 입은 사람은 남에게 상처를 주기 마련이야. 그러니까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해야 하는 거 아닐까? 정말로 닫아야 하는 건 자기 자신도, 상처도 아니야.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해. - page 290

그전에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곳.

소음이 고요로,

두려움이 사랑으로, 편견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탈바꿈하는 곳.

이곳을 찾고자 한다면,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이건 이미 당신의 마음속에 존재하니까.

'개자식'을 죽이지 않고 없애는 법이라고 썼지만 결국 '나'를 강하게 단련하는 방법을 일러주었던 이 책.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쉬이 흔들리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의 마지막에 <마음의 자유를 위한 33개의 메시지>가 수록되어 있었는데 이것이 그 방법들이었습니다.



읽고 나니 내 주위에 하나둘 지긋지긋한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마주하게 된 나 자신.

그리고 왠지 이젠 제 앞에도 좋은 일들이 기다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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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 괴물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하드코어 심리학
야오야오 지음, 권소현 옮김 / 더페이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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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저 역시도 호기심이 생겼었습니다.

'악'

점점 교묘해지고 흉악해지는 요즘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 본질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인간의 머릿속에는 파충류가 살고 있다"

심리상담사가 파헤친 괴물 탄생의 깊고 어두운 비밀

우리 마음속 깊은 어딘가와

조금은 닮아 있는

범죄자의 심리 초상화

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심리학 전공자이자 국가 공인 심리 상담사 자격증을 가진 밀리언셀러 저자 '야오야오'.

사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힘들어했던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심리학의 도움을 받아 물리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성인이 되어서 꼭 극복해야 할 유일한 존재가 있다면 바로 '자기 자신'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적을 알아야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며 자신의 마음속 깊은 심연까지 들여다볼 용기를 가지라고!

이 책에서 수많은 범죄 사례와 그 심리적 동인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끊임없이 유혹하는 범죄 행위에 우리가 빠져들지 않은 이유를, 앞으로도 어두운 심연의 유혹을 극복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우선 뇌를 알아야 심리가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도대체 뇌가 심리학과 무슨 상관이길래?

많은 사람이 심리학은 '심리'에 관한 일이라며 뇌와 연관 짓지 않는다. 하지만 뇌를 다루는 이 장이 가장 '심리학적인' 부분이다. 심리는 대뇌 기능의 반응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심리는 '물건'이 아니라서 만질 수 없다. 심리를 불에 비유한다면 뇌는 라이터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심리는 '마음 안'의 일이 아니고 뇌 자체도 아니다. 그것은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이다.

그래서 뇌를 잘 연구하면 심리학을 이해할 수 있다. 그 반대 역시 그렇다. - page 54

그리하여 '대뇌 기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있는 곳엔 시비가 있고 이익을 둘러싼 다툼과 갈등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사람'이 개입만 하면 예측불가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인간은 매우 복잡한 동물이기에 '인간은 왜 범죄를 저지를까'와 같은 문제는 지극히 복잡해서 풀 수 없는 수수께끼 혹은 역사상 가장 결론 내리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라 하였습니다.

과연 정말 그렇게 어려운 문제일까...?!

"당신은 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는가?"

"범죄자의 외모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처럼 감각이 둔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시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범죄를 유발하는 '강화물'을 발견하고 '싹'을 잘라냈기 때문이다."

"'몰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생의 여덟 단계의 과업-의심, 열등감과 무절제, 죄책감, 자기 폄하, 역할의 혼란, 고독감, 침제, 비관과 염세-을 그런대로 완성했기 때문이다."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정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육체'적 요인을 고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심리적 요인, 가정 요인, 환경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요인을 다 갖췄다고 해서 반드시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 요인들도 완벽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요인을 다 피했다고 해서 범죄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신기하고 비밀스러운 조합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요인이 상호 작용을 해서 어느 수준까지 이르고 또 범죄가 발생하는지도 알 수 없다. 이는 또 누구에게나 다르게 작용한다. 운명의 포물선처럼 길을 따라가면 무엇을 만날지 모르고 그것 때문에 궤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처럼. - page 227 ~ 228

그렇게 그녀의 안내에 따라 범인의 마음속을 탐구하다 보면 어느새 '범죄 프로파일링 여행' 단계로 접어들게 됩니다.

사건에 대한 프로파일링을 하기 전 사건 현장을 여러 부분으로 나눠서 개별적으로 분석한 후 조각들을 한데 모아서 온전한 '범죄 프로파일링' 작업을.

'투사'는 특수한 수단을 이용해 잠재의식에 있는 것을 수면에 떠오르게 하여 모두에게 알린다. 정신이 맑지 않은 상태에서 이 수단은 꿈과 최면이다. 정신이 맑은 상태에서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나무를 그려 보는 방법 등을 특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잠재의식은 방어막을 내려놓고 마음속 깊이 감춰진 생각을 저도 모르게 작품에 드러낸다. 작품이 구현하는 내용이 바로 잠재의식에 담긴 내용이다. 사람들이 '기술 수단'을 이용해 작품을 '번역'하면 모든 진상이 드러난다. 이 투사 원리를 범죄 영역에 활용하면 심리 분석 기술인 범죄 프로파일링이 된다. - page 232



 

닮은 듯 닮지 않은!

우리와 범인의 차이는 그야말로 한 끗 차이였습니다.

이 불편한 진실이지만 마주해야 했던 이야기.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였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란 아쉬움도 남았지만 전반적으로 그녀가 전하고자 한 바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명학한 정답은 없었지만 그렇기에 더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 주제.

이전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더 심리학과 뇌과학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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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사생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5
장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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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은 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재미있다고 하였습니다.

솔깃한 마음에 저도 읽어보려 합니다.

왜 취미가 사생활일지...

독특할 것 같은 이 소설.

책장을 펼쳤습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대응하는 거예요."

거주의 불안이 관계의 불안으로 탈바꿈되는 순간

취미는 사생활



이 모든 일은 10월의 한파특보에서 비롯되었다. - page 7

101동 2302호에 사는 자식 넷을 둔 엄마 '이은협'.

가을의 한파특보가 아니었다면 은협은 이르게 두꺼운 이불을 꺼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소연(아이)이 환절기에 가려워진 몸을 긁어 여기저기 피를 묻히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엄마와 딸이 실랑이하지 않았을 것이며 부엌에서 들통이 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은협이 새삼 이불장 서랍을 뒤지게 되는 일 또한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초가을에 느닷없이 찬바람이 끼어들지 않았더라면 이불장 안에 한 집안의 어엿한 가장(보일 씨)이 숨긴 크리스찬 루부탱 하이힐을 발견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상기후로 인해 찬바람이 불어오기 전까지...

보일 씨의 루부탱 하이힐을 발견하고 은협은 아랫집 '나'에게 찾아와 남편을 같이 미행해주길, 이 두렵고 위험한 시간들을 같이 해주길 바랐었습니다.

그래서 잠복 형사처럼 자동차 운전석과 보조석에 나란히 앉아 남편 차를 뒤쫓고, 다가구 주택에 들어간 남편을 따라 은협과 '나'가 들어가 보지만 남편은 사라지고 원피스와 액세서리와 구두들이 부자연스럽게 놓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불행을 공유하면서 은협과 '나'의 관계는 자가와 전세의 거리감마저 좁혀 가장 밀접한 이웃으로, 언니로, 아이들의 이모가 되어가게 됩니다.

아이의 학교에 찾아가 상담을 받기도 하고, 계약만기로 나가게 된 전셋집 주인과 자신이 은협이라며 상대하고, 동대표 아주머니와 대면해 당당한 세입자의 권리를 주장해 주기도 하는 등.

은협을 대신해 '임시 은협'이 되어 살아가게 된 '나'.

내가 은협을 뺏은 게 아니라 은협이 나를 뺏었다. 누구로부터, 무엇으로부터? 나로부터, 내 시간으로부터. 불만은 없었다. 내가 은협으로 하여금 나를 뺏게 했으므로. - page 84

자신의 삶을 배면해가는 '나'의 존재를 감춘 채 스미듯 은협의 집으로 삶으로 침입하게 되는데...

과연 이들의 끝은 어떻게 그려질지...

"... 마치 맡겨놓은 것처럼. 왜 팔아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사생활이라더군요."

"사생활?" 안경에 빛이 반사되었다.

"사생활." - page 178

호로록 읽히면서 끝에 짜릿한 반전까지!

현주소를 밝혀준 이 소설.

정말 한 번은 꼭 읽어볼 만하였습니다.

거주의 평온이 일상의 위협으로 탈바꿈되는 순간.

이면에서 꿈틀대는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의 그물이 어느새 자신도 걸려들어 삶을 망가뜨리고...

씁쓸하지만 우리의 모습이기에 이에 대한 해결책이라...?!

답이 없지 않은지...

지난날 자신이 말했듯 사기는 걸리면 친 사람 잘못, 안 걸리면 당한 사람 잘못이었다. - page 127

이 말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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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19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겨진 하이힐에 얽힌 사연은 드라마 <글로리>와 비슷하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