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지우개 단비어린이 문학
박정미 지음, 황여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지우고 싶은 기억들이 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는데 걸림돌이 되는 기억들이 있다. 내 발목을 잡으며 현재의 나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들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나쁜 기억들을 지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그 기억들을 지우면 지금과는 다른 상황들이 펼쳐질까.



 

기웅이는 친구들과 축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축구공을 차려다 신발이 날아간 것을 계속 놀리는 친구들. 더 화가 나는 것은 가장 친한 친구 성민이가 그 상황에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가만히 있다는 것이다. 짜증을 내며 걸어가는데 누군가 말을 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검은색의 울퉁불퉁한 무언가가 말을 건다. '기억 지우개'라고 소개를 하며 나쁜 기억들을 지워준다고 말을 한다.



 

"난 네가 화났던 기억, 나빴던 기억을 모두 다 지워 줄 수 있다고. 아주 감쪽같이 말이야." - p. 19

 

집으로 돌아온 기웅이는 연습장에 지우고 싶은 기억들은 적는다 성민이에게 서운한 점이 많아 타임캡슐을 묻기로 한 내용까지 적는다. 서로 아끼는 물건을 넣고 10년 뒤에 꺼내보기로 했는데 그 기억까지 지워버리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속상한 마음에 지우고 싶은 기억들이 늘어가 쓸 내용이 많아진다.



 

나쁜 기억들을 지워버리면 마음이 편해질 거라 생각했다. 축구를 하며 했던 실수를 잊으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내 기억 속에서만 사라지고 상대의 기억 속에는 남아 있다, 서로 이야기하는데 그로 인해 오해도 생긴다. 감쪽같이 지워진 기억으로 친구들과의 관계가 불편해지고 마음이 복잡해진다.

 

"이젠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소중하게 여길 거야." - p. 91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들이 사라진다고 해서 행복할 거라는 생각은 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소중한 기억들. 그 기억들이 사라진다면 그들과의 소중한 시간들도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웅이가 기억의 소중함을 알아가듯 우리들도 소중한 기억들을 마음속에 하나씩 채워가는 시간을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기'는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느낌을 준다. 일기는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없고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내용들이 담겨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누구나 일기를 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에는 일기 검사를 받으며 의무적으로 써야만 했다. 사춘기가 되면서부터는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일기와 그 누구에도 보여주지 않는,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비밀 일기장을 만들었다. 이렇듯 비밀스러운 내용이 담겨있을 것 같은 '일기'라는 제목의 책을 만나면서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어떤 날들의 기록이고, 어떤 사람의 사사로운 기록이기도 해서, 그것이 궁금하지 않은 독자들이 잘 피해갈 수 있도록 '일기日記'라는 제목을 붙여보았습니다. - '작가의 말'중에서

 

<일기>에서는 작가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코로나로 인해 조금의 불편함과 함께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과 마주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지금의 불편함과 어려움이 더 크게 와닿는다. 나로 인해 다른 누군가가 감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 이전과는 다른 삶이다. 처음 코로나와 마주할 때는 이전과 달라졌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달라진 모습이 일상이 되었다. 이런 상황들에 익숙한 것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까. 아니면, 슬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작가는 일기를 쓰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금은 공감하지 않을까. 자신의 숨겨진 감정들을 쏟아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니 불편한 감정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담백한 느낌을 주는 글들은 비밀을 들여다본다는 느낌보다는 작가의 삶과 주변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공감하면서 보게 된다. 누군가의 일기를 몰래 들쳐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며 함께 느끼고 고민하며 아파하는 이야기들이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을 사랑한 시간내내 앤은 내게 닮고 싶고 본받고 싶은 사람이었다. - p.47

 

<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다른 책이나 드라마 등은 다시 보고 싶게 만든다. 다른 책을 소개하고 있는 서평집이 아니라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은 빨간머리 앤이다. 처음 TV 만화에서 만났던 빨간머리 앤은 나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나와는 다른 성향의 친구이지만 닮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작가는 드라마 속 앤을 소개하고 있다. 어른이 되어 만나는 앤은 이전과는 달랐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고 넷플릭스의 빨간머리 앤을 찾아보지 않을까.

 

일기를 쓰면서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가끔 미운 사람들에게 직접 하지 못한 말을 흉보듯 적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누군가에 대한 좋은 감정을 조심스럽게 적어놓기도 한다. 일기를 쓰는 것처럼 작가의 글을 만난다. 작가의 글을 보면서 함께 화를 내고 좋아하고 슬퍼하고 웃는다. 다양한 감정들을 마주하면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의 사적인 이야기를 보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가고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마주하며 내 안의 불편한 감정들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랑 친구 안 할래!
이주희 지음 / 개암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손바닥도 맞아야 소리가 난다고 했다. 다툼이 있는 이유는 있을 것이다.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야기하지 않을까. 한쪽 이야기만 듣고 판단할 수는 없다. 어쩌면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말하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다툼이 있지 않을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너랑 친구 안 할래!>는 아이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둘도 없는 사이처럼 지내다가 너랑 안 놀아, 친구 안 할 거야 등의 이야기를 하며 원수를 보듯 바라보는 아이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듯이 다시 놀곤 한다. 이 책에서 만나는 소담이와 유은이를 보면 미소를 짓게 된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아무 일도 아닌듯한 일로 싸움을 한다. 다시는 이야기할 것 같지 않다. 둘 사이에 팽팽한 기운이 흐른다. 화가 나니  친구가 땅으로 사라져 버리거나 지구를 떠났으면 하는 생각까지 한다. 이런 생각까지 하는 아이들이 다시 친해질 수 있을까.

 

책장을 넘기는 재미가 큰 책이다. 뒤표지가 다시 앞표지가 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어느 쪽을 봐도 앞표지라고 해야 할까. 책을 보는 아이들은 어느 쪽부터 읽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소담이와 유은이의 입장에서 싸우게 된 이야기와 서로에 대한 생각을 볼 수 있다. 누가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니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한다. 미워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내 마음도 아프다. 소담이와 유은이는 이제 서로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을까. 혼자서도 재미있게 놀 수 있다고 큰소리치지만 얼굴 표정은 재미있는 얼굴이 아니다. 역시 친구가 옆에 있어야 한다. 



 

무턱대고 화내서 미안해.

마음대로 낙서해서 미안해. - 본문 중에서

 

절대 사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아이들은 어떻게 사과를 하게 될까. 소담이와 유은이를 보면서 사과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진심을 담았다는 것을 알기에 아이들은 다시 웃으며 일상을 보낸다. 우리의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일이다. 아이들이 다투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며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그 일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긍정적인 힘을 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어른들의 걱정이 큰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서로를 이해하며 싸우더라도 어떻게 화해할지 생각하고 친구에게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한다. 소담이와 유은이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65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책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이다. 이번에 만난 도서는 다이어리 형식이라 늘 곁에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소개하고 있는 24곳도 직접 가보고 싶다. 각 달에 어울리는 장소를 소개하고 있으니 당장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면식범 케이스릴러
노효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사람을 바라본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이 책에서 만나는 이야기는 어쩌면 그런 것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닐까.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외모가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상처를 받은 사람들. 전혀 다른 듯 닮은 두 사람은 그로 인해 큰 사건과 마주한다. 



 

범죄심리분석 도경수의 평범한 삶에 변화가 생긴다. 우연한 사고라 생각했는데 계획된 사고에 빠져들었다. 누가 그런 것이며 자신이 갇혀있는 곳이 어디인지 모른다. 더 놀라운 것은 자신과 같은 얼굴을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어떤 이유로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그의 일상을 흔드는 것일까. 가까운 가족조차 그가 도경수라 생각한다. 도경수의 삶을 흔드는 그는 누구일까. 

 

도경수의 가족이 이렇게 된 사건의 출발은 아들 도지웅이 살인을 했다고 생각하여 벌인 일들이다.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을까. 도경수는 아들 지웅의 살인을 은폐한다. 그가 가진 지식과 경험들을 바탕으로 증거를 조작하여 다른 사람이 그 사건의 범인이 된다.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은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다. 그들이 사라졌다고 기억 속에서 사자는 것은 아니다. 가끔 그 일들이 떠올라 죄의식을 가지지만 도경수의 가족들은 평범해 보이는 일상을 살아간다. 아니,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함께 살지 못하고 모두 흩어져 각자의 자리에서 옛일을 잊으며 살아가려 한다. 그런 그들 앞에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이 나타난다.



 

누구나 자신만의 죄를 가지고 있다. 간혹 떠오르는 가벼운 죄부터 짐처럼 떠안은 무거운 죄까지, 모두가 마음속에 담긴 죄를 견디며 살아간다. 하지만 살인은 그것들과 차원이 다른 죄악이다. - p.58

 

이 모든 일들은 피해자 나성경의 부모가 벌인 일이다. 도경수의 가족, 나성경의 가족은 모두 지웅이의 살인을 확신했다. 그렇기에 두 가족은 어둠 속에서 살아간 것이다.  한 사람은 살인한 자식을 품어야 하고 한 사람은 자식을 잃은 아픔과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힘겨운 나날들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며 지난 시간보다 지금, 앞으로의 시간들이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진실을 보지 못했던 사람들. 부모였지만 도경수도 결국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웅이를 장애를 가진 아이라며 조금 다르게 바라보았던 것이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진실이 무엇일지 생각했더라면 서로에게 상처를 안겨주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마무리 되어가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마지막 반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이야기는 스릴러라는 장르를 확실히 표현하고 있다. 그 안에서 진실은 무엇이며 우리가 가진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가족의 의미 등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지고 있다. 장르적인 특성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재미도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이 더 크게 다가오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