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서울대 인문 강의 시리즈 6
박훈 지음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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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번체제를 확립한 도쿠가와 막부는 체제 유지를 위해 쇄국정책을 지속하였다. 서구의 위협에 직면한 막부는 동아시아 끝에 고립된 섬이라는 지리적 조건, 네덜란드를 통해 얻고 있던 정보를 활용하여 신속히개항으로 선회하였다. 이후 도쿠가와 막부가 무너지고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근대화에 이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사화(士化)한 사무라이들이 새롭게 만들어낸 정치 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1603년 성립한 도쿠가와 막부의 정치체제는 복합국가라고도 하는 막번체제였다. 막번체제는 일종의 봉건제인데, “각 번이 막부의 종주권을 인정하는 대신 막부는 번의 행정권, 경찰권, 징세권을 인정해주었다. 막부는 무가제법도라고 하는 일련의 제도를 통하여 번을 견제하였다. 그렇지만 막부의 권력에는 한계가 있었고 막말 막부와 조정, 막부와 번의 갈등은 이러한 느슨한 정치체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또한 막말의 갈등은 사무라이 신분의 변동과도 관계가 있었다. 본래 지주였던 사무라이들은 도시(조카마치)에 모여 살게 되면서 봉록을 받아 생활하였는데, 화폐경제가 발전하자 사무라이의 실질임금은 하락하였다. 막부 권력의 한계, 불만을 품은 사무라이, 이렇게 체제 내 갈등이 잠재한 상황에서 막부는 체제를 위협하는 기독교를 탄압한 후 쇄국정책을 단행하였다.


도쿠가와 막부는 미일화친조약을 통하여 쇄국정책을 포기하고 개항하였다. 막부는 당시 청과 조선보다도 서구의 위협을 더 크게 받아들였다. 1780년대 러시아가 에조치로 접근했을 때, 지식인들은 과장된 위기의식을 드러내 보였고 아편전쟁에서 청이 패하였다는 소식은 막부 내의 쇄국론이 힘을 잃는 계기가 되었다. 이같이 당시 막부가 느낀 위기의식이 막부로 하여금 신속한 개항을 가능하게 하였는데 이 위기의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저자가 내놓은 가설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동아시아 끝에 위치한 데에서 오는 고립감이다. 제국의 그늘 아래서 안보상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었던 조선과 비교해볼 때 일본의 고립은 두드러진다. 두 번째로 네덜란드로부터 매년 받는 풍설서를 통해 세계정세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점이 막부로 하여금 서구의 위협에 직면하여 신속히 개항을 결정하게 하였다.


개항 이후 도쿠가와 막부는 서구의 제도를 받아들이는 개혁을 시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부는 체제에 내재한 권력의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제 일본은 본격적으로 근대 국가 건설에 들어서게 된다. 이 단계, 즉 도쿠가와 막부가 무너지고 메이지 유신을 통해 서구화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유학의 영향이다. 본래 막부는 엄격한 서열을 중시하여 정치참여를 제한하였는데, 유학의 부산물로서 사대부적 정치 문화가 학당과 번교를 통해서 확산되자 사무라이들은 집단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며 병영국가도쿠가와 막부를 무너뜨렸다. 유학은 이렇게 막부를 무너뜨리고, 일본이 서구 문화를 수용하게끔 하는 가교역할을 한 뒤 서구화의 물결에서 자살하였다.


느슨한 정치체제였던 도쿠가와 막부는 개항 이후 사화(士化)한 사무라이들의 집단 상소로 무너졌고 이후 일본은 “19세기 동양에서 유일하게 근대화를 이룬 나라가 되었다. 그렇지만 메이지 유신이 가능했던 이유가 사상으로서의 유학보다도 사대부적 정치문화였다면 유학이 중요하긴 했던 것이었을까, 정치문화는 막번체제에 잠재한 체제 내 특징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질문은 유학, 당시 조선과 청, 일본의 체제를 비교하는 공부로 나아가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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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군주 - 근대일본의 권력과 국가의례 이산의 책 26
다카시 후지타니 지음, 한석정 옮김 / 이산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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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을 주도한 지배층은 정치적 행위자이자 신성한 국가를 상징하는 두 개의 신체를 가진 천황의 이미지를 만들어냄으로써 근대 국가를 완성하려 하였다. 본래 지역에 기반하여 제각각 살아가던 인민을 국민으로 전화시키기 위해서 두 개의 신체를 가진 천황이 요구되었거니와 이를 수용시키기 위해서 지배층은 온갖 전략을 고안하였다. 그 결과 서구로부터 유입된 최신 장치들을 동원하여 만들어진 화려한 군주(천황)’는 일본 국민의 심성에 만세일계의 신성한 전통으로서 각인되었다.


에도 막부 시기 일본 열도에 거주하는 인민은 신분적, 지역적으로 나뉘어 있었다. 천황을 중심으로 메이지 유신을 단행한 지배층은 서구의 위협에 맞서 근대 국가를 만들어내려 했는데, 무엇으로써 네 섬-규슈, 혼슈, 시코쿠, 훗카이도-의 인민을 하나로 묶어야 했을까? 이 지점에서 권력은 없고 주술적 권위만 가진 천황이 불려나와 정치적 행위자로 옷 입혀진다. 이로써 교토의 구름 위어딘가에 살고 있던천황은 태양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후손으로서 전 일본을 통합하는 상징이 되는 동시에 근대 국가를 통치하는 정치적 행위자의 이미지를 얻게 된다.


주술적 권위만 가진 천황이 민중에 단번에 받아들여질 수 없었기 때문에, 메이지 정부의 지배층은 권력까지도 가진 군주의 이미지를 수용시키기 위해 여러 전략을 동원하였다. 그 전략은 천황의 순행, 새 수도 건설, 그리고 황실의례 꾸며내기 이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천황은 교토의 옥렴을 걷고 나와서전국을 순행하였다. 천황은 아버지로서 일본 열도의 네 섬을 돌아다니며 백성들을 굽어살폈다. 백성들은 보일 듯 가려진 천황을 섬기면서 국민으로서의 정체성과 규율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도쿄가 수도로 결정된 것도 이 시기였다. 천황의 두 신체처럼 기존의 수도였던 교토는 천황의 만세일계를 상징하는 전통적인 도시로 남게 되고, 도쿄는 번영하는 국가를 상징하는 제국의 수도로 변모하였다. 황실의례는 주로 교토와 도쿄에서 이루어졌는데 이 역시 교토에서는 만세일계의 천황을, 도쿄에서는 정치적 주권자로서의 천황의 면모를 돋보이게 하는 데 집중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서 천황과 무관하게 살고 있던 민중은 점차 국가의 일원, 즉 '국민'이 되어갔다. 일본 내부에서 이루어진 작업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은 대외 침략전쟁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후에는 천황의 개선순례가 이어졌고, 이때 민중은 천황 폐하 만세! 제국 만세! 의 함성으로 뒤덮으며환호했다. 전사자들은 신사에 묻혀 신격화되었는데 대부분의 신사는 이 시기에 지어진 것이었다. 청일·러일전쟁 시 야스쿠니 신사의 새전(賽錢)과 전쟁박물관 입장객수의 증가는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여 형성되어지는 국민적 일체감을 상징한다.


근대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메이지 정부는 두 개의 신체를 지닌 천황()이라는 이념을 고안하였고 이 새로운 이념을 민중의 심성에 스며들도록 하기 위해 여러 전략을 동원하였다. 저자도 강조하고 있듯이 메이지유신 시기를 일본사라는 범주에서 벗어나 근대국가건설이라는 범주에서 바라볼 때, 새로운 체제를 건설·유지하기 위해서 이념이 요구된다는 점, 그 이념을 사람들의 심성에 각인시키기 위해서 어떤 전략이 동원되는지 일본의 사례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이념의 관철을 위해 동원되는 전략에 대해서는 살펴봤으니 남은 문제는 천황제의 원리적 측면이다. 다음 독서는 후지타 쇼조의 <천황제 국가의 지배원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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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 청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가토 요코 지음, 윤현명 외 옮김 / 서해문집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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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국가를 수립한 일본은 청일전쟁에서부터 태평양전쟁에 이르기까지 50여 년간 전쟁에 몰두하였다. 일본은 조선을 거쳐 만주로, 만주를 거쳐 중국으로, 중국을 거쳐 동아시아 전체로 점점 더 큰 전쟁으로 나아갔다. 이 전쟁은 일련의 과정에서 주된 행위자로 등장한 군부, 군부를 제어하지 못한 천황과 내각, 군부를 지지한 국민이 선택한 것이었다.


  전쟁으로 나아갈 때 일본은 어떤 생각을 했던 것일까?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은 주권국가로 도약하고 싶어 했다. 정부에 반대해온 민권론자와 반정부파조차도 불평등조약을 폐지하고 국권을 확립해야한다는 데 동의하며 전쟁에 찬성하였다. 러일전쟁 이후 일본인의 심성구조에 각인된 ‘20억 엔의 자재와 20만 명의 영령이라는 구호는 이후 중국에 대한 분노를 가중시켰다. 만주사변 이후 중일전쟁 시기까지 군부는 주된 행위자로 등장하는데, 여기에는 정부로부터 외면 받아온 농산어촌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다.


  각각의 전쟁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자. 청일전쟁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여 일본이 이익선으로서의 조선을 확보하고자 일으킨 전쟁이었다. 전쟁 이전에 일본은 영국과 조약을 체결하여 영국의 지지도 받은 상황이었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러시아와 직접적으로 대립하게 되었다. 일본의 제1 목표는 조선이었음에도 일본은 열강의 도움을 얻어내고자 의도적으로 만주를 앞에 내걸며 영국과 미국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일본은 러일전쟁에서 승리하여 서구의 지배에서 벗어나고 조선을 식민지배하였다. 1차세계대전 때에는 중국의 산둥반도를 점령하여 바다와 육지 양쪽에서 중국을 공격할 수 있는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서 나타나는 일본의 침략 행위의 특징은 전략적 이익에 따라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만주사변 이후로는 사태가 변화한다. 만주사변은 이시와라를 중심으로 하는 관동군이 독자적으로 일으킨 전쟁이다. 당시 와카쓰키 내각은 관동군의 독자 행위에 대해 유효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사태는 악화되어 일본은 국제연맹을 탈퇴해버린다. 중일전쟁을 개진할 때 군부는 염려하는 쇼와 천황에게 3개월 만에 전쟁을 끝낼 것을 장담하였다. 태평양전쟁을 개진할 때에는 희망적인 관측으로 일관하였다. 미즈노 히로노리는 일본은 군수 원료의 대부분을 외국에 의지하는 나라로서 지구전에는 이길 수 없는, 그러므로 전쟁할 자격이 없는 나라라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묵살되었다.


  청일전쟁에서부터 태평양전쟁까지 50여 년간 제국주의의 길을 걸은 일본은 결국 파멸적인 결과를 맞이하였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일본인들 사이에서 '왜 일본은 전쟁(아시아-태평양전쟁)을 선택했을까'하는 물음이 제기되어왔다고 한다. 나는 그보다도 근대 일본의 '무엇' 때문에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하는 지경에 이르렀는가? 묻게 된다. 이 물음은 당시 일본의 '체제', 그 체제 속에서 일본 국민의 심성구조에 대한 물음이다. 이 주제를 붙잡고 전쟁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 근대 일본의 '천황제'에 대한 탐구로 독서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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