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랙처드.삶의 균열
대니 앳킨스 지음, 박미경 옮김 / 살림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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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의 삶을 꿈꾸다

 

 

나의 삶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그 균열 속에서 나는 전혀 다른 삶을 만나게 되었다. '어느 게 진짜 나의 삶일까?' 더 이상 이런 질문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왜냐면 그곳에 내가 진정으로 바라고 원하던 삶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삶을 어느 누가 포기할 수 있을까? 그걸 포기하고 불행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균열 속에서 나는 또 다른 행복을 붙잡을 수 있었다. 누구나 꿈꿀 것이다. 지금 나와는 다른 삶을 말이다.

 

이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는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이 책도 최근 우리나라의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쓰이는 회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회귀 소설은 어떤 주인공이 한번의 인생을 살다가 죽게 되는데, 어떤 이유를 계기로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살아가게 된다. 이런 회귀하는 삶의 장점은 자신이 전의 삶에서 저지른 잘못을 지금의 삶에서는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큰 기회를 갖는 것인지 우리는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실질적으로 우리의 삶은 한번의 삶으로 끝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는 한번의 삶 이후에 심판을 받고 천국이나 지옥으로 간다. 불교에서도 전생과 후생이 있지만 그것은 지금 내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삶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만큼 지금 내가 살아가는 삶은 오직 단 한번만 살 수 있는 소중하고 가치있는 삶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많은 유혹에 시달리는 어리석은 인간이기 때문에,,, 어떤 선택 이후에 후회를 하게 될 때가 많다. 조금만 더 이렇게 할 걸, 아니면 다른 걸 선택할 걸,,, 이렇게 후회하지 않는 삶이 어디 있을까? 이게 아니면 어떤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기도 한다.

 

영화 <데스티네이션>을 보면 죽음도 하나의 운명이라고 한다. 그래서 죽을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어차피 사람은 언젠가 죽게 될 일이지만,,, 죽음이 그 사람을 죽이기 위해 뒤따라 다닌다니,,, 얼마나 오싹한 상상인가? 이러한 갑작스런 사고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을 생각할 것이다. 다시 그 순간이 오기를,,, 그 사고에서 비껴나 나의 소중한 사람이 살아있기를 말이다. 이러한 소망을 아름답게 그려낸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레이철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자주 모이던 멤버들과 마지막 만남을 가진다. 다들 뿔뿔이 흩어지게 된 것이다. 그 자리에서 레이철은 커다란 사고를 겪게 되는데, 어렸을 때부터 친한 친구였던 지미가 자신을 구하고 죽게 되어 큰 충격을 받는다. 이 일을 계기로 레이철은 애인이었던 매트와 헤어지고 대학교에도 가지 못한다. 그리고 5년 후, 레이철은 가장 친한 친구인 사라의 결혼식을 계기로 끔찍한 기억이 서린 마을로 다시 돌아간다. 외상후 스트레스를 겪느라 심한 두통에 시달리는 레이철은 지미의 무덤에서 쓰러지는데,,, 레이철이 병원에서 일어났을 때, 그녀는 전혀 다른 삶에 놓이게 된다.

 

보통은 이런 회귀 소설의 주인공들은 처음에는 혼란스러워 하지만 곧 자신의 새로운 삶에 금방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레이철이 자신의 삶을 찾아보는 과정이 다소 지루할 정도로 전개되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찾는 과정은 지미와의 관계가 발전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하므로 너무 지루해 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어쨌든 새로운 삶은 자신의 소중한 친구인 지미가 죽지 않고 경찰이 되어 있었다. 레이철은 전의 삶에서 지미를 잃고 너무나 괴로워 했기 때문에 지미에 대한 사랑을 깨달아 간다. 결국 레이철은 지미와의 사랑을 확인하고 완성해 가는데,,,

 

레이철의 전의 삶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의문이 든다. 그게 이 책의 제목이라고 할 수 있는 '삶의 균열'일 것이다. 몇 몇의 장면에서 마지막 결말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소중한 사람을 잃고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현실은 너무나 힘들어도 우주 그 어딘가에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이 꾸려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슬픔 속에서도 그 삶을 꿈꾸며 희망을 가지고 싶어졌다.

 

 

* 네이버 책콩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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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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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상류층의 숨겨진 비밀

 

 

이언 랜킨의 <매듭과 십자가>는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존 리버스 켈렉션 중에서 한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존 리버스 컬렉션은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로 존 리버스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을 모아둔 것이다. 이 책은 존 리버스라는 탐정의 매력을 살펴볼 수 있을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이 책의 표지에서부터 어둡고 음습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매듭과 십자가>처럼 강렬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쨌든 어두운 계단을 올라 저 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나는 이 책의 끝에서 대체 무엇을 보게 될까?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면서 책을 펼쳐 들었다.

 

특히,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의 머리말에 나오는 '작가의 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나는 그걸 먼저 읽기보다는 책을 전부 읽고 나서 나중에 다시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작가의 말을 더 의미있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책은 로니라는 남자가 "숨어!"라고 소리치면서 그들이 오고 있다며 트레이시라는 여자를 집에서 나가게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여자는 이상했지만 노숙자 소굴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로니는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다.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된 것이 존 리버스 경위이다. 로니는 오각형 별 아래에 촛불 곁에서 팔을 벌린 채로 죽어 있었다. 그래서 존 리버스 경위는 로니가 오컬드주의자에게 어떤 의식을 행하면서 살해당한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컬드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존 리버스는 다른 방향으로 수사 방향을 바꾼다. 그때 존 리버스의 수사를 도왔던 사람이 바로 브라이언 홈스였다. 홈스는 로니가 찍은 사진들을 찾고 그의 아이디어를 빼앗아 간 사진 작가를 찾아가 새로운 단서를 찾아내기도 했다. 홈스는 투견 도박장을 덥치려고 하지만 애인이 트레이시에게 얼굴을 맞았다는 소식에 급하게 병원으로 향한다. 트레이시가 홈스의 애인이 있는 도서관으로 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 로니가 그곳에 무언가를 숨겨 놓았기 때문이었다. 다양한 단서들을 결합하여 그들은 결국,,,

 

책의 핵심은 '숨다'의 의미인 'Hide'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Hyde'의 연관성이다. 그리고 이 책을 모두 읽고 작가의 말을 보면,,, 왜 에든버러 사교계 유명 인사들의 부적절한 관계가 <숨바꼭질>이란 책과 연관되어 질 수 잇는지 알 수 있다. <숨바꼭질>은 <매듭과 십자가>의 자매편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존 리버스 경사가 <숨바꼭질>에서는 경위로 진급한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가 만든 브라이언 홈스라는 파트너는 바로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에 경의를 표하는 차원이라고 하니, 책에 드러나지 않은 다양한 사실들을 더 많이 알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역시,,, 1988년에 적힌, 20년 이상된 작품으로 사건 파악의 핵심을 어떤 사람의 증언이라는 점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여러 단서들이 나오고 있는데도, 그 단서들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지 못해 내가 더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존 리버스라는 새로운 사건 해결자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차원에서, 그리고 사건 해결이라는 결말에서 무작정 선이 이기고 악이 지는 게 아니라 현실 그대로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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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구두당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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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동화의 잔혹하고 기이한 변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화들이다. 하지만 이게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표지는 동화 같지 않지만,,, 나는 정말 동화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예상한 동화가 아니라서 처음에는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나쁜 동화'라고 하지만 얼마나 나쁘냐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속에 있는 동화들은 잔혹하고도 기이하고 이상했다.

 

이 책에 실린 동화들은 어느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내용들이 조금씩 섞인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어쨌든 제목들을 보면, <빨간구두당>, <개구리 왕자 또는 맹목의 하인리히>, <기슭과 노수부>, <카이사르의 순무>, <헤르메스의 붕대>, <엘제는 녹아 없어지다>, <거위지기가 본 것>, <화갑소녀전>이 바로 변주된 단편들이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 그림형제의 '개구리 왕 또는 강철의 하인리히', 탈무드의 '마법사과', 그림형제의 '황금 거위와 웃지 않는 공주', 안데르센의 '길동무', 그림형제의 '세 개의 황금 머리카락을 가진 악마', '괴물 새 그라이프', 러시아 민담 '커다란 순무', 유럽 민담 '단추 수프', 그림형제의 '노래하는 뼈, 농부와 악마, 유리병 속의 작은 도깨비, 영리한 엘제, 거위지기 아가씨',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가 반영되었다고 하니, 한번 살펴볼 만했다. 하나의 이야기에 다른 여러 이야기가 섞여 들어가 있기 때문에 뭔가 숨은 그림을 찾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 이야기들 중에서 어이없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분명히 있었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동화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이하고 이상한 동화가 대체 어떤 얘기를 전하려고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거나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긴 했다.

 

<빨간구두당>은 전체 제목을 대변하는 표제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빨간 구두'라는 동화 얘기에서 흑백의 세상을 창안해 낸 점은 특이하게 느껴졌다. 옛날에 <베를린 천사의 시>를 본 적이 있는데, 흑백에서 색깔이 드러나는 세상이 떠올랐다. 그 세계처럼 <빨간구두당>의 세계도 어째서인지 흑과 백, 회색만 있는 세계였다. 이곳에 빨간 구두를 신고 춤을 추는 아가씨가 나타난다. 그 아가씨를 보다가 사람들은 구두의 빨간색을 구별해 내기 시작한다. 세상에 '빨강'이라는 색깔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색깔을 구분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빨간 구두의 아가씨를 따라다니느데, 사람 숫자가 점점 많아져서 '빨간 구두당'이라고 이름을 짓게 된다. 하지만 이런 걸 싫어하는 집권자가 빨간 구두의 아가씨를 잡아 마녀라고 심판한다. 빨간 구두의 아가씨는 발목이 잘리는데,,, 구두는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결국 빨간색이 보여도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화갑소녀전>은 인간을 기계의 부품처럼 생각하는 현대 사회를 많이 생각나게 했다. 인턴이나 계약직을 늘리는 것은 정말 너 외에도 할 사람이 많기 때문에 적당히 부려 먹다가 쓸모 없어지면 바로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바로 비정한 우리의 암울한 현실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동화가 세상의 아름다운 면만 보여줄 수 없다는 게 사실이지만,,, 이런 현실이 너무나 씁쓸한 것도 사실이었다.

 

어쨌든 이것 외에도 심장이 쇠사슬로 얽매여 있는 상황이나 강을 건너게 해준 뱃사공의 얼굴이 해골이라는 거, 커다란 순무에 달라붙은 해골이 노래를 부른다는 거, 모든 병을 낫게 해주는 붕대가 있었던 거, 똑똑한 엘제가 그물에 걸려 결국 녹아버리는 거, 죽은 말이 머리만 남아 썪지 않고 있는 것 등의 비현실적 요소가 이야기 전면에 나타나고 있었다.

 

잔혹 동화를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화들이 얼마나 잔인하고 잔혹하고 기이하고 이상한 세계를 그릴 수 있는 지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전에 <푸른 수염>이라는 동화를 패러디 한 <푸른 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도 <푸른 수염>이 그렇게 잔인한 동화인 줄 몰라서 놀라며 책을 읽었다. 어린이가 읽는 동화라고 하면서도 어린이가 볼 수 없는 잔인함을 담고 있는 게 뭔가 역설적이게 느껴졌다.

 

동화는 아직도 새롭게 변주되고 다시 쓰일 수 있을 정도로 무궁무진한 세계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짧은 동화 속에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변주해 낼 수 있는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며,,, 잔혹하고 기이한 것에 흥미 있는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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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떠나버려
아녜스 르디그 지음, 장소미 옮김 / 푸른숲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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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펼쳐

 

 

이 책 속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다. 줄리에트라는 간호사가 있다. 어느 날, 아기를 구출하려다 9층에서 떨어진 로미오라는 소방관을 만나 간호하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불멸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그들의 운명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것일까? 어쨌든 그들은 첫눈에 반하여 열정적인 사랑을 하기보다는 서로에게 위안을 주고 받는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 간다. 이 책은 육체적인 사랑을 나누고 있는 관계가 아무런 의미 없는 무의미한 관계일 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줄리에트는 오랫동안 함께 동거해 와서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할 수 있는 로랑에게 어떤 위안도 받지 못한다. 로랑은 은행에서 근무하는 능력 있는 사람으로서 돈을 많이 버는 뛰어난 사람이다. 현대 사회의 객관적인 기준으로 보면, 어디에 내놔도 꿇리지 않을 최고의 남편, 신랑감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로랑이라는 사람의 실상은 어떨까? 그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높았고 더 위로 올라가려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로랑은 줄리에트를 자신이 사랑하는 한 인간으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성적인 욕구를 필요할 때 충족할 수 있는 편리한 애완동물이나 장난감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줄리에트의 친구 관계를 끊어버리고 직장까지도 그만두게 만든다. 그리고 로랑은 줄리에트와 딱히 결혼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고, 그녀와의 사이에 아기를 낳는 것도 싫어했다. 그래서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맞추지 않는 줄리에트에게 성적인 폭력을 행사하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이러한 폭력 속에서 줄리에트는 어느 날 발생한 불행한 사고를 계기로 로랑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기 위한, 자신을 되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줄리에트를 마음으로부터 사랑한 로미오가 그 뒤를 쫓는다. 나이 차이 등의 어떤 장애도 그들에게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서로를 위하고 존중하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가치관이 바로 '존중'인 것이다.

 

이렇다 할 큰 사건이 없는 이 책에 대해 말해주고 싶은 점은 마음에 다가오는 좋은 말들이 무척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는 조금 교훈적인 얘기들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면이 있어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아래에 좋은 말들을 따로 적어 놓겠으니,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참고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성으로서 왜 자신을 얽매이는 나쁜 남자에게 벗어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줄리에트를 통해서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어느 하나에 얽매여 우리의 자유가 구속되어진 상태가 아닐지 스스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특히, 문제가 있는 상대방과 여러가지 이유로 헤어지는 게 두려운 사람들에게 말이다. 아니면, 지금 마음이 답답한 사람들에게,,,

 

삶은 나를 괄호 속에 가둬버린 채 계속되고 있다. 괄호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다. 나는 이 망할 괄호 속의 말줄임표가 되고 싶지 않다. (62쪽)

 

침묵하는 사람은 괴롭지 않다고 누가 그러는가? 사회가 강요하는 모습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고 침묵하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회 생활을 하면 울 권리도 없고, 웃을 권리도 없으며, 사랑하고, 애착을 가질 권리도 없다. 분노는 억눌리고, 웃음은 의심받는다. 하물며 친절함은 말해 무엇할까. (114쪽)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눈을 크게 떠봐요. 인생엔 우연이 없어요, 정말이에요. 운명이 우리를 위해 합당한 이유를 담아 밑그림을 그려놓죠... 늘 답이 있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더러는 즉각 알 수 있지만, 더러는 뒤늦게 알게 되기도 하거든요. 아예 모를 때도 있고요." (246쪽)

 

"...그 사람한테 혼자 있고 싶다고 편지를 쓴 이유는 내가 혼자라는 기분이 들고 그가 나를 위로하러 와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알리려는 거라고." (279쪽)

 

어쨌든 우리 모두는 고통을 겪고, 이 경험이 우리에게 앞으로 걸어야 할 길과 피해야 할 길을 알려준다. 다음 번에는 조금 덜 고통스럽도록. 우리는 때로 폭력을 피해버리면 다른 것을 죄다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폭력을 받아들이고, 남아서 견디는 편을 택한다. 다른 모든 것들이 더는 아무 의미 없어질 때까지. 현재 겪고 있는 시련이 익숙해져서 견딜 만해지는 순간부터 우리는 완전히 고립되고, 거짓 환상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견뎌나간다. (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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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인 파리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임 옮김 / 살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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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이후의 결혼에 대한 고민

 

 

사랑을 하게 되면 누구나 그 사람과 결혼하여 평생을 행복하게 살기를 꿈꾼다. 모든 로맨스 소설이나 동화 등을 살펴보면, 이런 저런 문제들이 생기고 다투더라도 결국 진실한 사랑을 깨닫거나 결혼을 하게 되어 행복하게 끝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도 정말 사랑하는 연인들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뤄나가는 것일까? 이 책은 사랑, 그 이후에 다가오는 결혼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얇아서 금방 읽을 수 있고, 게다가 파리의 여러 장소와 결혼에 대한 물건들에 대한 사진이 함께 있어서 감성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량이 조금 적은 감이 있어서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파리의 현재, 즉 2002년의 파리로 신혼 여행을 온 리브와 데이비드 부부가 등장한다. 데이비드는 아주 멋진 남자로서 모든 게 완벽한 사람이었다. 리브는 23살의 젊은 나이지만 데이비드와 만난 지 석달 만에 초스피드로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그리고 5일 간의 신혼여행을 파리로 떠난다. 리브는 이제 결혼을 했으니, 두 사람의 멋진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데이비드는 건축 설계를 하는 사람으로서 몇 년 동안 추진해 온 프로젝트를 골드스타인이라는 억만장자와 논의하게 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신혼 여행 도중임에도 불구하고 리브를 기다리게 하고 데이비드는 골드스타인을 만나러 간다. 리브는 이 결혼에 대해 회의감이 들고 만다. 평생 데이비드와 이런 관계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리의 과거, 즉 1912년의 파리에 둥지를 튼 신혼 부부가 있다. 그들은 에두아르와 소피로서 그림을 그리는 에두아르의 모델로 만나서 소피는 결국 그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그들 부부는 돈이 없어 가난하면서도 서로의 사랑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었다. 하지만 전에 에두아르의 모델이었던 미미를 만나게 되면서 소피는 에두아르에게 의심을 품게 된다. 소피 자신도 에두아르의 그림 모델로 만나 그와 결혼하게 되었는데, 미미도, 아니 그 이전의 모델들도 에두아르와 깊은 관계를 맺었다는 말은 마음이 넓은 소피도 도전히 용납되지 않는 문제였던 것이다. 에두아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에게 질리게 되면 그 전처럼 모델들과 염문을 뿌리지 않을까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이 두 커플은 100년에 가까운 시간을 뛰어 넘어 그림 한 장으로 서로 만나게 된다. 바로 <화가 난 아내>라는 미술 작품이었다. 리브는 그 그림에서 여자의 맑은 눈망울과 붉게 물든 두 뺨, 몸에서 느껴지는 간신히 억누른 분노와 좌절감을 응시하다가 불현듯 어떤 생각을 깨닫게 된다. 그 그림 속에서 화를 내고 있는 것이 바로 리브 자신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리브는 자신의 결혼 생활이 앞으로도 이럴 것이라는 생각을 뼈저리게 느끼고 만다,,,

 

우리는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한다. 그래서 떨어지면 죽고 못 사는 열렬한 커플로서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렇게 죽고 못 사는 커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 생활을 버거워 한다. 결국 못 견디고 이혼하는 신혼 부부들도 많다. 결혼은 이상적인 연애가 아니라, 현실적인 결합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십 수년 동안 자기 마음대로 살아왔는데, 결혼을 하는 순간 상대방의 방식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장 가깝게 존재하는 부부가 서로에게 가장 멀게 느껴질 때가 있어서 씁쓸할 때가 있다. 이 소설의 작가인 조조 모예스는 결혼에 대한 희망의 끊을 놓지 않는다. 부부 생활을 하면서 서로에게 맞지 않고 서운해서 화내면서 싸울 때가 많지만,,, 서로에게 사랑만 있다고 한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상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삶이란 것이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돈이 많고 이상적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첫눈에 반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나름대로의 고민과 걱정이 있고 다툼이 있는 것이다.

 

'나'로서 세상에 존재하고, '나'로서 상대방에게 다가간다. 부부 관계를 이상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누가 떠받들고 떠받듦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저 서로 상대방을 눈에 담고 바라보는 것이다. '함께' 걸어가는 것,,,

 

파리에 가면 정말 사랑이 이루어질까? 오늘 밤,,, 파리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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