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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 모르고 있는 사이 훌쩍 2013년이 가버리더니 어느새 신간 평가단도 마지막 신간 추천 시간이 도래했군요. 늘 느끼는 것이지만 6개월이란 시간, 참 빨리 흐르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하루 보내는 건 길어도 1년 보내는 건 순식간이다.'라고 말하는 걸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네요.  특히나 이번 신간평가단은 너무 부진했던 것 같아서 바로 코 앞에 마지막을 앞 둔 지금 그저 아쉬움만 그득합니다. 그러한 미련의 긴 그림자를 달고서 신간평가단 마지막 신간 추천을 해 봅니다.




 12월의 추천이라면 단연 이 책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이 책의 출간으로 이 땅에 볼라뇨의 팬이 제 생각 이상으로 많다는 걸 분명히 느꼈습니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볼라뇨의 팬을 자처하시는 분들을 뜻하지 않게 많이 만나게 되었으니까요. 아무튼 볼라뇨의 유작이자 결정판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그것도 아주 근사한 외관으로!


 볼라뇨가 아니고서는 누구도 이렇게 쓸 수 없다는 이 소설을 이 겨울이 다가기 전에 꼭 읽어두고 싶네요.







  소네 케이스케는 '코'로 처음 만났던 것 같습니다.

  참으로 섬뜩하면서도 호러 작품으로의 완결성도 똑 부러지게 보여주어 깔끔한 맛을 더했던 단편이었는데 그 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그와는 또 전혀 다른 하드보일드 풍이어서 '어, 이 작가 은근 변신의 귀재로군.'하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이번에 나온 '침저어'는 이전과 또 다르게 첩보물이로군요. 호오, 또 어떤 새로운 변신된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되는데 에도가와 란포상까지 수상했다고 하니 그 기대감이 더욱 부채질하게 됩니다.







 데이비드 미첼의 소설을 꾸준히 발간하고 있는 문학동네에서 그의 소설을 또 한 편 발간했네요. 늘 정체성의 문제에 천착해왔던 그가 이번엔 아예 자전적인 소설로 돌아왔습니다. 별다른 기교도 없이 자전적 경험이 한껏 우러난 한 소년의 내면을 숨김없이 드러낸다고 하는데 어쩌면 데이비드 미첼이 가진 정체성의 심장부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 도대체 이 작가의 머리 속엔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었기에 저로서는 금방 탑승해버릴 것 같네요.  








 디어 라이프를 읽고 팬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앨리스 먼로의 책이 또 한 권 나왔군요.엘리스 먼로가 지었다면 다 읽어보고 싶은 저에게는 역시나 놓쳐서는 안되는 단편집입니다.











   나서서 대놓고 깃발을 흔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으로는 꾸준히 응원하고 있는 '피니스 아프리카에'서 '87분서 시리즈'가 또 한 권 나왔네요. 87분서 시리즈 두번째 작품이라서 더욱 관심이 갑니다.


 살인의 쐐기, 킹의 몸값 등. 저를 87분서 시리즈에 환호작약하게 만들었던 작품들이 모두 시리즈 초기 작품들이었으므로 당연히 노상강도도 엄청 기대됩니다. 개인적으로 순서대로 읽으면 그 맛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느끼기에 처음 읽으시는 분들은 '경관혐오자'부터 시작해서 '노상강도' '살인의 쐐기' '킹의 몸값' 이렇게 나가는 것도 좋겠네요. 이런 순서로 '87분서 시리즈'를 처음 만나시는 분들이 카뮈가 장 그르니에의 '섬' 서문에서 말했듯 너무 부럽습니다. 



 이것으로 마지막 신간 추천도 끝이로군요. 후반기에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더욱 잘 활동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만 크게 드네요. 아무튼 이제 또 하나의 좋은 추억으로 간직해야겠죠. 신간평가단 소설 파트 여러분들도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파트장으로 너무 미진한 활동 보여드린 것 같아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끝까지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부디 2014년엔 참아야 하는 일보단 하고 싶은 일들을 더 많이 할 수 있고 또 바라는만큼 이루시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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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6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르메스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러가지로 감사드려요. 올해는 더 좋은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ICE-9 2014-01-19 03:33   좋아요 0 | URL
단팥빵님, 이런 제 댓글이 너무 늦었네요.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 단팥빵님도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리뷰 읽으면서 새로 깨닫는 것도 많았어요^ ^ 저 역시 여러가지로 감사드리고 단팥빵님의 2014년도 달콤한 앙꼬가 가득 든 한 해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희선 2014-01-12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하루는 길지만 한달 한해는 짧죠 한해의 반도 그렇게 길지는 않겠습니다 그래도 달마다(지난달이라 해도) 새로 나온 책을 보셔서 좋았겠습니다 읽고 싶지 않은 게 됐을 때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소네 케이스케 '침저어'가 벌써 나온 줄 알았습니다 왜 나왔다고 생각했는지...
어떤 책이 되든 즐겁게 보시기 바랍니다^^


희선

ICE-9 2014-01-19 03:36   좋아요 0 | URL
신간평가단을 하면 그 중심으로 시간이 재편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체감되는 세월의 속도가 더욱 빠르게 느껴지네요^ ^ 진짜 매력은 읽게 되는 신간 보다 새로나온 신간들을 검색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사실 신간평가단이 아니면 신간 검색하는 일이 없었던 저인지라 자주 놓치는 책들이 많았는데 신간평가단 하면서는 그런 책이 없어서 좋았어요. 희선님도 한 번 경험해보시길 진심으로 추천드립니다^ ^ 그리고 댓글이 너무 늦어서 미안해요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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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달랑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

 시간은 참 무정하게도 빨리 흐른다.

 어느새 11월이 다 가고 다시 신간 추천 시간이 돌아왔다니 믿기지 않는다.

 어딘가 나도 모르는 곳에 구멍이 나있어 거기로 시간이 술술 새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래도 이번 신간엔 반가운 얼굴들이 많아 조금 위안이 된다.

 어떻게 보면 알라딘 서재에서 이만큼 있을 수 있게 한 헤닝 만켈, 이제 영영 안 나올 줄 알았던 역시나 나의 로망, 요코미조 세이지, 거기다 꼭 한 번 우리나라 말로 볼 수 있기를 바랐던 제임스 블리시의 '양심의 문제'까지...

 마치 , 최후의 만찬을 미리 치루는 듯한 기분이다.


 아무튼, 11월의 신간 추천, 시작해본다.



 첫 타석은 물론 해닝 만켈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작가의 이름은 핸닝 만켈이고

 발란더는 발란데르라고 되어있어 좀 혼란스럽다.

 작가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스웨덴에서 만든 발란더 Rolf Lassgård가 발란더로 분한 영화 보니(스웨덴에선 발란더 시리즈가 Rolf Lassgård를 계속 주연으로 하여 모두 9편이나 영화로 만들어졌다.) '쿠르트 발란더'라고 부르던데 어째서 발란데르가 된 것일까? 


             

                                                                     Rolf Lassgård


 아무튼 '불안한 남자'는 2009년에 발간된 '발란더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만켈이 2005년부터 스웨덴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발란더'에서 그의 딸 린다로 분했던 배우, Johanna Sällström(1974 ~ 2007)가 2007년 2월 13일의 금요일 집에서 자살한 뒤 더이상 발란더 시리즈를 집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발란더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로서는 좀 당황스런 이유이긴 하지만, 만켈 나름의 이유는 또 그대로 존중되어야 하니 아쉽지만 이렇게 보내줄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아무튼 2013년 현재도 발란더는 방영되고 있는데 '불안한 남자'는 올해 초에 방영되기도 했다. 물론 린다 역은 전혀 다른 사람이 맡았다.



 여기서 '불안한 남자'(영어판 제목은 'THE TROUBLED MAN'으로 되어 있다.) 혹은 곤경에 빠진 남자는 중의적이다. 이는 1982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임무 중에 사망한 다이버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의 상관이자 같은 작전을 수행했던 잠수함 함장이자 현재는 발란더의 사돈이기도 한 엔케일 수도 있으며 이제 노년이 되어 술에 취해 권총까지 잃어버릴 정도로 한심해진데다 점점 더 뼛속 깊이 무기력과 고독을 느껴만가는 발라더 자신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제목은 도처에 존재하는 곤경에 빠지거나 안주할 수 없는 존재들을 가리킨다. 재밌게도 작품은 아내와 잘난 자식 그리고 권위등 모든 것을 다 가진 엔케와 남은 것이라고는 남의 아내가 되어버린 딸자식과 옛 명성이 무색해질만큼 다소의 천대와 몸뚱아리 밖에는 없는 발란더를 비교해서 보여주는데, 그래서 우리는 발란더가 자신과 정반대인 엠케 때문에 더욱 무기력과 고독을 느낄 뿐만 아니라 아예 엔케를 은근히 질투까지 하고 있음을 보게된다. 마지막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러니까 우리는 여기서 아마도 시리즈 사상 가장 약하고 인간적인 약점이 도드라지는 발란더와 만나게 되는 것이다. 냉전 시대에 얽힌 미스터리와 노년의 불안과 피로가 중첩된 이 작품에서 과연 만켈이 마지막으로 찍어 놓고 가는 인장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물론 드라마로는 봤지만 그래도 글로 읽는 것과 똑같을 수는 없으니...) 




 '백일홍 나무 아래'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초기 단편집이다.

 물론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한다. 혼진살인사건과 옥문도 사이에 발표한 단편들이다. 여기엔 모두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보고 싶은 작품은 물론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백일홍 나무 아래'다. 초기 긴다이치 코스케의 수작 가운데 하나로 독살 미스터리도 미스터리지만 마지막 장면이 굉장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작품은 백일홍에 얽힌 전설을 가져와 쓰고 있는 것 같은데 과연 백일홍 전설이 어떤 모습의 미스터리로 성형되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양심의 문제'는 웬만한 SF 팬이라면 그 이름을 다 아는 SF의 걸작이다. 지은이 제임스 블리시는 1921년 생으로 미국의 뉴저지에서 태어났다. 그는 의무병으로 세계 제2차 대전에도 참전했는데 '양심의 문제'처럼 그의 작품이 유독 종교적 성향을 강하게 띠는 건 그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이 작품으로 59년 휴고상을 수상했다. 이와 비슷하게 종교적 색채가 강했던 역시나 휴고 수상작인 월터 M 밀스의 리보워츠를 위한 찬송과 자주 비교되기도 한다. 아무튼 진중한 맛이 가득한 SF의 필독서다. 나왔으면 그저 감사하고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은 왠지 안 읽고 그냥 지나가면 좀 허전해서,

 '그녀가 죽은 밤'은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작품인데, 이것을 포함하여 올해 두 작품이나 소개된 작가이기에 뇌리에 새겨둔 작가이다. 이 책을 발간한 한즈미디어는 이 작가의 작품들 예전의 우타노 쇼고때처럼 많이 소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작가이길래 그러나 싶어 읽어보고 싶다.

 '혀 끝의 남자'는 요즘 하도 여기저기서 작가의 이름을 많이 보게 되는 터라 도대체 어떤 작가이길래 그런 전설 같은 말들이 따라다니나 싶어 역시나 궁금증에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다.
















 대니얼 트루소니라는 생소한 작가의 작품이다. 그것이 당연하게도 이게 처녀작이다. 실물을 보니 표지가 꽤나 근사했다. 천사와 인간의 혼혈종이라는 네피림을 파헤치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나왔던 '섀도우 헌터스'도 네피림이 나왔었다. 원래 이 작가가 논픽션에 강했다고 하는데 그런 작가가 네피림에 대해서는 어떻게 쓸지 궁금하다. 어쩌면 흥미로운 세미-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작품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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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3-12-07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코미조 세이시가 쓴 긴다이치 코스케 이야기가 다 나온 게 아니었군요 그렇다 해도 저는 하나만 제대로 봤군요 다른 것도 봐야지 하면서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이 책이 이제야 나오는군요 언젠가 이 책 본 적 있어요 제목만... 그러고 보니 그때는 앞에는 잘 모르고 '~알은 누구의 것인가' 로만 읽었습니다 뻐꾸기는 다른 새집에 알을 놓고 가는데 그런 게 나올까요 갈리레오 시리즈도 나왔던데 아직 그것은 안 나오는군요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그녀가 죽은 밤은 닷쿠 & 다카치 시리즈라고 하더군요 그냥 그것만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 나온 일곱 번 죽은 남자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사실은 벌써 보고 잘은 아니지만 쓰기도 했습니다,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아주 나중이 되겠지만요 재미있습니다)

천사학은 소설이죠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그것을 글로 나타내는 사람들 대단합니다 꼭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도 우리 둘레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죠 그것을 잘 잡아내야 하겠군요


희선

ICE-9 2013-12-11 00:24   좋아요 0 | URL
요코미조 세이시는 제가 워낙에 좋아하니까 모든 신간이 다 관심작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쩐지 좀 계륵 같은 느낌이 있어요^ ^ 굳이 다 찾아서 읽을 것까진 없는 것 같은데 빼놓으면 뭔가 또 허전해지는^ ^; 일곱 번 죽은 남자가 의외로 유명하더군요.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 작가이기에 한스미디어에서 그렇게 내려고 하는지 궁금해서 한 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정말 작가들 중에는 남다른 관찰력을 가진 이들이 많더군요. 저도 그런 매의 눈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하하^ ^
 


 

 이제 한 해도 얼마남지 않았긴 하지만 이 뒤로 올해 어떤 영화를 보던지 이 영화보다 더 뇌리에 오래 남을 작품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정말로 너무나 커다란 충격을 받았고 그만큼 더 오랜 여운에 젖게 되는 영화다. 예상은 했어야 했다. 절망을 한 폭의 그림으로 그린다면 그 어떤 작가보다 더 어둡게 그릴 수 있는 코맥 매카시가 원작자고 이 영화의 감독이 얼마 전에 친동생인 토니 스콧을 그의 자살로 잃어버린 리들리 스콧이었음을 알았다면 말이다. 이렇게 너무도 절망적이고 어두운 영화라는 걸 짐작은 해야했다. 나는 어쩌면 예고편에 속았나 보다. 시치미 뚝 떼고 너무나도 스릴러다운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꽤나 빼어난 재미의 스릴러일 것이라는 내 예상은 보기 좋게 깨어지고 나는 마지막 장면의 절망과 참혹함 앞에서 마치 소태를 곱씹듯 짜디 짠 소금의 심장이 되어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감히 말한다. 카운슬러는 절망의 기록이다. 아주 길고도 깊은... 



 

  요즘 대세 배우의 주연 마이클 패스벤더를 비롯하여 역시나 코멕 매카시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후덜덜한 연쇄 살인마 '안톤 쉬거'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하며 뭐, 브래드 피트는 말할 것도 없고 거기다 페넬로페 크루즈와 카멜론 디아즈까지. 이런 호화 배역으로 무장한 영화이니만큼 군침을 흘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니까 이 배역 앞에서의 나는 치즈를 바로 코 앞에 둔 생쥐와 같았던 것이다. 그것을 한 입 배어 물었을 경우, 혀 끝에 와 닿는 치즈의 달콤한 맛을 느낄 사이도 없이, 무정한 덫에 갇혀버리게 될 생쥐. 


 난 정말 그렇게 느꼈다. 물론 이 말이 이 영화가 엉망이었다는 뜻이 아니다. 천만에! 이 영화는 올해 내가 본 그 어떤 영화들 보다도 좋았다. 감히 걸작이라고 불러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걸작의 정의를 무엇으로 내리든 간에 어쨌든 이 영화는 참으로 오래도록 내내 곱씹게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걸작이 그런 것 아니던가? 내내 그 영화가 만든 세계에 빠져서 허우적대며 헤어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


 '카운슬러'는 그런 영화다. 이건 늪이다. 빠져나갈 수 없는 배들의 무덤이라는 사르갓소다.

 우리는 그 늪에서, 삶이라는 걸 본다. 삶이 가진 무정한 진실. 늘 우리의 예측을 빗나가며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항상 등에다 비정한 비수를 꽂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게 바로 삶이라는 잔인한 진실.



 페넬로페 크루즈는 그런 순진한 우리들의 대표적인 표상이다. 영화에서 한없이 착하고 그야말로 순결한 천사 같았던 그녀는 가장 끔찍한 모습으로 정말 문자 그대로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쓰레기 하치장에 버려진다. 이토록 삶이 마련한 반전에는 선악의 구별이 없는 것이다. 누가 착한 일을 하면 보상을 받는다고 그랬나? 삶이란 정글이며 가장 잔인한 형태의 약육강식만이 있을 뿐인 것을.


  그리고 그 약육강식에 포식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저 모든 인간적인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더욱 잔인한 형태의 진실만이 있을뿐.

코멕 매카시와 리들리 스콧은 한 목소리가 되어 말한다. "네가 서 있는 곳을 똑똑히 보란 말이야!"라고.


  여긴 영화 초반에 표범들이 질주하는 숨을 곳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는 황야며, 우리들은 오로지 그들의 입에 먹히기만을 기다리고있는 멍청한 토끼들이라는 것을.

  그 사냥을 보며 하비에르 바르뎀은 '난 이미 사라져 버린 것은 다시는 생각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그의 여친인 카멜론 디아즈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너무 차갑군."

  그러자, 카멜론 디아즈는 이렇게 응수한다.

 "확실한 사실에는 온도라는 게 없어."




 현실은 비정하기 이를 데 없고, 거기서 어떤 인간미를 찾는다는 건 오만이다. 아니, 그 비정함을 잊고 싶은 무익한 노력이 빚어낸 싸구려 환상일 뿐이다. 결국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그런 인간미가 아니라 먹느냐 먹히느냐 그것만이 전부인 것이다. 브래드 피트처럼 아무리 대비를 잘해도 어쩔 수 없다. 결국엔 먹히게 된다. 이런 세상은 진실로 단 한 명의 포식자만 허락하니까. 그런 세상에 발을 들였음을 주인공 마이클 패스벤더는 절규 속에서 깨닫게 된다.


 환영은 걷어치워!

 영화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세상이란 산타클로스가 아직도 있다고 믿는 유치한 아이들의 몽상에 불과하다고.


 하비에르 바르뎀의 목을 조이는 흉기에 대한 이야기, 브래드 피트의 스너프 필름을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 그걸 모두 듣게 되는 마이클 패스벤더는 그게 그저 지어낸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보게 된다. 그리고 그는 현실로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세상에 진짜로 존재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이 영화의 유일한 포식자가 나중에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간에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몽상은 산산히 깨어지고 우리가 확인하는 건 내 발이 디디고 있는 이 곳이 바로 지옥이라는 사실 뿐이다.


 '카운슬러'는 그런 영화다. 현실이 바로 지옥임을 알려주는 영화. 요한 계시록이 예언했던 지옥의 문이 이미 열렸음을 말하는 영화. 여기에서 달아날 길은 없다. 영화 마지막에 마이클 패스벤더에게 도달한 DVD 한 장은 이렇게 말하는 것과도 같다.


 "여기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이 영화를 보고 영화관을 나서는 당신의 길고도 검은 그림자 속에서 갈퀴처럼 무수하게 뻗어나와 당신의 뒷덜미를 부여잡게 될 말이다.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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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11-19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이런 영화였군요... 저도 스릴러인줄 알았는데,
마음의 준비를 하고 봐야겠네요. '현실이 지옥임을 알려주는'... 은 너무 슬퍼요.
그 지옥을 바로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요즘 정치판을 보면
저는 저런 문구가 꼭 거짓말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ㅠㅠ

ICE-9 2013-11-20 00:50   좋아요 0 | URL
저도 정말 후반으로 갈수록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역시 코맥 매카시더군요. 처음부터 기억해둘만한 대사들이 연속적으로 나와서, 리들리 스콧의 연출이나 배우들 연기 감상에 집중하는 것마저 다소 어려웠어요.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이름으로 안 불리고 계속 카운슬러로만 불러요.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그는 카운셀러해 주는 것은 없고 계속 다른 이들로 부터 카운셀러를 받는다는 것이죠. 거기서 바로 드러나는 것이, 우리가 세계에 대해 알고 있는 빈약함, 순진함이죠. 이는 초반 다이아몬드 세공사의 말에서도 등장하는데 아무튼 이 영화는 우리에게 냉혹한 직시, 냉철한 사유. 이러한 태도를 자꾸 권유하는 듯 해요. 참혹하기가 이를데 없는 지금의 정치판을 보면 더욱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도 싶네요.ㅠ ㅠ
 

 

 

 

 이런, 루 리드가 죽었다.

 봄에도 한 번 위기가 찾아왔었지만 다행히 간이식이 성공해서 더 생생해졌다고

 말하던 그였는데...

 갑자기 하늘나라로 부터 급한 공연 호출이라도 받은 것일까?

 어느 날 아침, 난 리드가 없는 세상에 살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런 날엔 진짜 담배 하나 물어줘야 하는데...

 인연 끊은 지가 너무도 오래인지라...

 그냥 시늉만 해야겠네...

 SORRY, LOU...

 

 공교롭게도

 그가 죽었던 날은

 나역시 심한 목감기로 계속 쿨럭거리는 기침에다 고열까지

 콤보로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대니얼 카너먼이 그랬듯이,

 사람의 머리란, 별 거 아닌 우연의 겹침도 의미있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하는 법이라지만

 그래도 왠지 이렇게 생각되는 걸 막을 도리가 없다.

 그 때의 내 고통은 당신의 죽음을 나타내는 징후였다고...

 그 때의 내 고통이 나름 당신의 영면을 위한 내 애도였다고...

 

 신열처럼 타올랐던 사랑이 허망함만을 게워내고

 썰물처럼 흔적도 없이 빠져나가더라도

 봄이 와도 어딘가 남아있는 잔설(殘雪)처럼, 밭은 기침으로 남아

 마르셀에게 마들렌이 그랬듯이, 열병처럼 앓았던 시간을 기억하게 만든다.

 그것도 아주 오래도록...

 

 그 시간 한가운데에 LOU,

 당신이 있었고,

 그래서 난 오래도록 당신을 잊어야 했다.

 정말 PERFECT 하게,

 그 VICIOUS 같은 나날을 무사히 견디고

 WALK ON THE WILD SIDE 할 수 있도록...

 

 한동안 내 삶엔 당신의 노래가 없었는데...

 이제는 당신조차 없구나...

 

 결국 우리의 삶이란

 다음 상실엔 좀 덜 상처받기 위해

 조금씩 더 자신을 마모시켜 가는 게 고작인 것 같아...

 

 LOU,

 평온하길...

 당신의 노래대로 'I'M SO FREE'할 수 있게 되길...

 

 GOODNIGHT LOU,

 GOODNIGHT...

 

 

- 루 리드가 죽었던 바로 다음 날에 쓴 글 -

 

 

  아무래도 루 리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앨범은, 1970년 그가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떠나 솔로가 되고나서 1972년에 두 번째로 발표한 2집, 'TRANSFORMER'일 것이다. 

 

 물론 변신 로봇이 나오는 마이클 베이의 영화 '트랜스포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실은 이 제목은 유태인 가정에서 자라오면서 스스로 억압했던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트랜스포머'는 기존의 관습이 나눈 성 경계에 그대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나드는 존재들을 가리킨다.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억압해왔던 루 리드가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그 제목대로 이 앨범은 그런 존재들을 위한, 거기에 바쳐진 음반이다.

'Walk on the Wild Side' 는 그런 것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다.

 

                 

          

 

Holly came from Miami, F.L.A.

Hitch-hiked her way across the U.S.A.

Plucked her eyebrows on the way

Shaved her legs and then he was a she

She says, 'Hey babe,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He said, 'Hey honey,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Candy came from out on the island

In the backroom she was everybody's darlin'

But she never lost her head

Even when she was giving head

She says, 'Hey babe,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He said, 'Hey babe,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And the colored girls go

Doo do doo, doo do doo, doo do doo

Little Joe never once gave it away

Everybody had to pay and pay

A hustle here and a hustle there

New York City's the place where they said

'Hey babe,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I said, 'Hey Joe,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Sugar plum fairy came and hit the streets

Lookin' for soul food and a place to eat

Went to the Apollo, you should've seen 'em go go go

They said, 'Hey sugar,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I said, 'Hey babe,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Alright, huh

Jackie is just speeding away

Thought she was James Dean for a day

Then I guess she had to crash

Valium would have helped that bash

She said, 'Hey babe,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I said, 'Hey honey,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And the colored girls say

Doo do doo, doo do doo, doo do doo


 동시에 아마 가장 많이 알려진 루 리드의 노래이기도 할 것이다. 가사에 나오는 이름들은 모두 흔히 말하는 여장남자들이다. 물론 실존인물들이다. 듣기에 이름도 실명 그대로라고 한다. 노래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열거하는 동시에 끝을 다른 방식도 받아들여보라는 것을 뜻하는 '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로 마무리 함으로써, 이들을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대상으로 볼 것을 말하고 있다 맨 앞에 나오는 홀리의 이야기는 홀리에게 진짜 있었던 그대로라고 한다.


 그녀는 정말로 히치하이킹을 통해서 마이애미에서 뉴욕으로 왔으며 도중에 친구의 잘못으로 눈썹에 상처를 입었는데 그게 오히려 자신을 나타내는 신분증 같은 것이 되었다고 한다. 홀리는 노래 뒷 부분에 나오는 캔디, 슈거, 재키와도 알게 되었는데 당시엔 모두들 앤디 워홀의 '팩토리 걸'이었다고 한다. 홀리도 그들처럼 앤디 워홀의 영화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으나 슈퍼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거부했다고 한다. 재밌는 것은 이 노래가 만들어질 때까지만 해도 루 리드는 홀리를 단 한 번이라도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홀리는 노래가 만들어지고 방송을 타서야 자신과 자신의 이야기가 이 노래에 나온 것을 알았다.

그래서 루 리드를 찾아가 어떻게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거기에 대해 루 리드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홀리 너는 브루클린에서 가장 입이 싼 계집애야."

그리고 둘은 바로 친구가 되었다.


 이 노래엔 이런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모두 정말로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리얼한 그녀들(그녀들이라고 불러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그들 스스로는 모두 자신을 여자라 여기고 있으니까.)의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전하면서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고정관념에 갇혀 있는지, 때로는그런 인생에 한번쯤 다른 것을 받아들여보는 것은 또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느끼게 하는 노래다.


 그래서 그런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외부의 감각'을 생각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루크레티우스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의 존재란 그저 빗방울이 우연히 부딪히듯, 그러한 우연의 소산인지 모르며, 그런 우연이 조합해 낸 존재인 우리들에게 있어 삶에 무언가 정해져있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넌센스인지도 모른다. 실은 무언가가 정해져 있다는 그 사실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가장 답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고여 있는 물은 기필코 섞는 법이듯, 늘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는 삶도 분명 그러할 것이다.


'인생에 하루쯤 없어도 되는 날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라고 말했던 하루키처럼 한 번은 슬쩍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황야로 과감히 발길을 이끄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삶의 정답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우리로서는 오히려 그 변화가 의미를 만들어낼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런 면에서 위에 삽입한 이 앨범 커버의 사진에 대해서도 잠깐 말해볼까 한다. 원래 저 커버는 계획한 대로가 아니었다. 커버 촬영을 맡았던 포토그래퍼 Mick Rock는 의도한 대로 여러 사진을 찍었는데 그 중의 한 장이 그만 인화 도중 실수로 이상하게 나오고 말았다. 그런데 그 사진이 오히려 정식으로 찍었던 사진 보다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걸 제출했고 급기야는 이렇게 덜컥 제작진에 의해서 커버로 결정되고 말았다. 한낱 우연의 소산에 불과했는데 역사적으로 길이 기억될 앨범의 아주 인상적인 커버가 된 것이다. 과연 '트랜스포머'다운 커버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더욱 바로 여기에 우리가 귀기울여 할 인생의 비밀이 들어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이 앨범에서는 'walk on the wild side'외에 'Perfect Day'나 'Satellite of Love', 'Vicious' 등이 알려졌는데, '퍼펙트 데이'는 워낙에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하니까 따로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Satellite of Love', 'Vicious' 에서는 거기에 얽힌 재밌는 일화가 있어 이참에 같이 소개해 보기로 한다. 원래 Satellite of Love 는 밸벳 언더그라운드의 노래였다고 한다.


  사실은 그러니까 1970년, 원래 Loaded 앨범 홍보를 위한 연주 여행을 하는 도중 녹음을 했는데 어쩐 일인지 다음 앨범에 실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걸 루 리드가(원래 그의 노래였으니) 새롭게 녹음하여 이 앨범에 실은 것인데 재밌는 것은 이 앨범이 발표되고도 밸벳 언더그라운드의 맴버 그 누구도 그게 자신의 노래인 줄 몰랐으며 아니 아예 녹음했다는 사실 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들의 미공개 트랙들을 실은 박셋 앨범이 1995년에 나오고나서였다. 삶에는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도대체 우리는 무얼 그리 자신 혹은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트랜스포머는 데이빗 보위의 제안으로 만들어진만큼 그는 당연히 음반 제작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노래 후반에 들려오는 화음은 바로 데이빗 보위의 것으로 그는 즉석에서 이 화음을 만들어내었다고 한다. 루 리드는 그의 음악적 재능에 다시 한 번 놀랐다고 하고 있다.


Vicious 는 이 앨범의 가장 첫 곡이다. 이 노래의 탄생엔 바로 앤디 워홀이 관여하고 있다. 루 리드 스스로 고백하기를, 하루는 앤디 워홀이 와서 'Vicious'란 제목으로 노래를 만들어보라고 했다고 한다. 루 리드가 어떤 종류의 'Vicious'를 말하는 거냐고 묻자 앤디 워홀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Vicious, you hit me with a flower 이런 것 말이지."

이 노래의 첫 소절은 앤디 워홀의 그 말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그래도, 우리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Perfect Day'를 빼놓아서는 안 될 것 같다. 

 

             

                 

 아무튼, 어쨌거나, 한 때 나의 날들을 퍼펙트 데이로 만들어주던 루 리드는 이제 세상에 없다.

 '트랜스포머'처럼 살아가라는 그의 진심만이 이렇게 선율로 남아 오늘 밤을 적시고 있을 뿐이다.

 이 글의 결말을 어떻게 맺어야 할 지 모르겠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애도의 일환으로 시작된 글이라 원래는 목적도 결론도 없었던 글이었던지라. 그래도 이 한 마디만은 남겨두고 싶다. 그리고 그것으로 이 '트랜스포머'와 같은 글을 끝내려 한다. 지금 생각하니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렇게 말한다.

 당신의 노래가 있어 행복했고, 그 노래와 그 기억을 난 또 오래도록 간직할 것이다.

 그러니, 당신도 저 위에서 영원히 행복하시길... 

 트랜스포머 앨범의 뒷 커버. 옆의 남자는 루 리드의 절친으로 바지 때문에 한동안 많은 남자들을 주눅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바지 안에 바나나를 넣은 것이라고. 하하,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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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신간 추천을 하려는데 '뚜르르~'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집주인이다. 내년 2월이 전세 기간 만료일이니 그렇지 않아도 전화 올 때가 되었지 싶었다. 그래도 좀 빨리 연락을 해 줄 것이지, 너무 늦게 한 감이 없지는 않다. 불만을 목소리로 내지는 못하고 어떻게 할 거냐고만 물었다. 월세로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요즘 월세 광풍이라더니 드디어 내게도 불어 닥쳐오는구나 싶었다. 다주택 소유자만 어여삐 여기는 정부 덕택에 힘없는 세입자는 오늘도 새우등처럼 휜다. 얼마를 생각하시냐고 물었다. 듣고 생각했다. '어이 없군.'

 

 일단 알았다고만 대답했다. 그리고 나서 '띠리리~' 아는 부동산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주인이 말하는 월세를 들려주고 과연 이 가격이 적당하냐고 물었다. '과하다'고 한다. 그보다 더 아래 금액으로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그럼 그렇지. 늦게 전화한 것도 나를 좀 급박하게 만들어 결국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려고 한 것은 아닐까 슬쩍 그런 음모론마저 고개를 들었다. 아무튼 집주인이 보증금을 올려주겠다고 해도 전세는 안된다고 하니 일단 보험 차원에서 전세를 좀 알아봐달라고 했다. '아, 또 이사를 해야 하나?' 한숨이 절로 나온다. 무엇보다 집안 곳곳에 담쟁이 덩쿨처럼 뻗어간 책들이 문제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다시는 책을 안 사야지 굳게 마음먹지만 '휴~ 그게 마음 대로 되나?' 그러니 중독이 무서운거지...

 

 하여튼 지금 이 순간만은 지긋지긋하게 여겨지는 것이 책이지만 이렇게 신간 추천 페이퍼를 쓴다. 그런데 참 나도 알 수 없는 것이 또 새로 나온 책들을 보고 있으면 '호~ 이런 것도 나왔단 말야?'하면서 눈이 반짝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말 무서운거다. 중독이란 건...

 

 내 중독 증상을 일깨운 신간들을 여기에 좌악 열거해 본다.

 이 못되고 사랑스러운 유주얼 서스펙트들...

 

 

 

 

 

 

 

 

 

 

 

 

 

 

 

 

 

 

 일종의 머그샷을 찍는 것처럼 죽 늘어 놓아본다.

 왼쪽으로 부터 용의자들은 다음과 같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제3인류'

 

    '카산드라의 거울' 이후로 현재 베르베르는 꽤나 미래라는 것에 관심이 있는 듯 하다. 이번엔 좀 더 스케일을 키워 미래의 인류 진화 모습을 다룬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의 주인공이다. '개미'의 주인공 증손자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마침, 이 소설이 추구하고 있는 인류 진화의 모습도 '소형화'인지라 언뜻 혹시 이 소설 '개미'와 일종의 순환 고리를 이루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책을 읽지도 않고 하는 말이라 이루 말할 수 없이 성급하긴 하지만 어쩌면 베르베르는 인류 진화의 최종 버전이 '개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 어쨌든 진실은 책을 읽어봐야 알 일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 SF 중에 Paul.F. Ernst의 'The Microscopic Giant'가 생각난다.

 

 

 1차 대전이 한창인 미국의 한 거대한 구리 광산에서 지하에 살고 있는 소형 인간들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긴데 1938년에 나온 이 단편은 웰즈의 '우주전쟁'이 그랬듯이 인류 보다 더 뛰어난 제3의 지성인 존재를 통해 인류 사이의 전쟁이 얼마나 무가치한 것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인류보다 훨씬 더 발달한 문명을 가지고 있는 이 '소형 인간'들이 어쩌면 베르베르에게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제3 인류'에서 주인공들이 창조하고자 하는 제3인류의 이름이 '에마슈'인데 그 이름의 M이 바로 'Micro-Humains'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뭐, 작다는 것이라면 어디든 다 쓰이는 Micro이긴 하지만 왠지 오마쥬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괜한 생각인 걸까?

 

 2. 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데뷔 후 지금까지 8년간 단 한 편의 장편소설과 단 두권의 단편집 밖에는 내지 않았다는 황정은이 드디어 두 번째 장편소설을 냈다. 이제 두번째의 장편 소설인데도 그동안 팬들이 많았는지 신간 추천 집계를 해보니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다. 나는 아직 접해보지 못했던 작가라 과연 어떤 작가이기에 이토록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것인지 궁금하여 이번 기회에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소재가 특이하다. 아무래도 제목의 앨리스씨는 여장 노숙인인 모양이다. 그는 어린 동생과 함께 어머니로 부터 구타를 당하며 살아간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앨리스씨의 여장은 그 폭력의 여파인 듯 하다. 그렇다면 이 여장이란 앨리스씨에게 이중의 기호인 셈이다. 하나는 가해지는 폭력으로 부터 달아나고 싶다는 열망으로써의 기호, 또 하나는 자신에게 폭력을 가해오는 어머니만큼 강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으로써의 기호. 하나는 자신을 버리고 싶어하고 반면에 다른 하나는 자신을 지키고 싶어하는데 과연 이 모순된 두 기호가 어떻게 하나의 신체 안에서 통합되어 갈지 궁금하다.

 

 3. 10만 분의 1의 우연, 마쓰모토 세이초

 

 팬이니까 세이초의 소설이라면 무조건 추천이다. 그런데 내용 소개글을 읽다가 강한 기시감이 들었다. 소설에서 6종 추돌 사진을 찍어 유명해진 야마가는 왜 사진 찍느라 불타는 차량 안의 사람은 구하지 않느냐는 비난에 시달린다. 이런 일이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다. 바로 한 굶주린 소녀가 죽기를 기다리는 독수리의 사진이다. 결국 이 사진을 찍은 기자는 이 사진으로 풀리처 상까지 탔지만 비인간적이라는 거센 비난 때문에 자살하고 말았다. 이 사진은 예술은 현실에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 혹은 어느만큼의 자리에 위치해야 하느냐? 하는 중대한 의문을 낳았다. 세이초의 소설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실제로 일어난 일인만큼 세이초는 이것을 어떻게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4. 재앙은 피할 수 없다, 위화

 

  '제7일'을 읽어 본 나로서는 이제 위화의 신작이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방앗간이다.

 '재앙은 피할 수 없다'는 중국 민중과 지식인들로서는 문화대혁명 이후 가장 암울했던 시기인(아시다시피 천안문 사태는 1989년에 일어났다.)  80년대 후반에 위화가 쓴 소설 중에서 한국 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직접 그가 선정한 작품들로 이루어졌다고 하니 더욱 읽어보고 싶다.

 지금까지의 위화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나름대로는 문학이 오로지 정치적 선동의 도구로만 의미있었던 문화대혁명 이후 그로부터 오염된 문학을 구원하고자 발버둥 끝에 나온 소설들이기도 해서 더욱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제목이 지금 이 순간 참 와 닿는다.

 재앙은 피할 수 없다.

 정말이다. '이사'라는 재앙도 피할 수 없다.

 그래도 부디 피해 갔으면 좋겠다. 너무 피곤하다ㅠ ㅠ

 

 5. 향, 백가흠

 

 황정은 8년간 장편소설을 단 한 권 내었지만 2001년에 데뷔한 백가흠은 13년간 단 한 권이다. 참, 장편소설은 출산하기가 힘든 것인가 보다. '향'은 백가흠의 세번째 소설집이다. 역시 난 아직 읽어보지 못했던 작가다. 신간평가단 하면서 정말로 새록새록 느끼게 되는 것 중 하나는 내게 한국문학 경험이 너무 일천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어느정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신간 추천할 때마다 이렇게 여전히 새로 알게되는 작가가 튀어나오는 걸 보면 아직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모양이다. 이 쪽으로도 부지런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쌓여있는 책들을 보면 또 이사가 걸리고 그렇게 또 내 바람과 현실 사이에서 번민하게 된다. 중독된 자에게는 어차피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그리고 벗어날 수도 없는 시지프스적 형벌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백가흠은 이 책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영원의 맨 처음이 천천히 흐르고 있다.

  어디에도 끝은 없다.

  죽음을 향한, 죽음의 의식만이 있을 뿐...'

 

  이 상식을 넘어, 이성을 넘어 광기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는

  어디에도 이사의 끝은 없다.

  또 언젠가의 이사를 향한, 이사의 준비만이 있을 뿐...

 

 크헉!

 앞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니 꿀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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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9 2013-11-05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 이와중에 '알렉스'와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의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가 공쿠르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과연 장르 소설이었지만 범상치 않은 깊이를 보여주더니 받을만한 상을 받았다고 보여진다. 수상작은 Au revoir la-haut(번역하면 천국이여 안녕 쯤 되려나). 1차대전이 끝난뒤 전쟁에서 돌아온 두 프랑스 청년들이 새로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로 장르 소설은 아니라고 한다. 어쨌든 좋아하는 작가가 상을 받아서 기쁘고 수상작도 빨리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녀고양이 2013-11-05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르메스님, 신간들이군요... 저는
어느 순간부터 신간 읽기는 포기해버렸답니다. ^^

책 때문에 이사가 너무 두려워요, 헤르메스님도 그러시지요?
월세라... ㅠㅠㅠㅠ, 발표된 부동산 정책을 보니, 다시 한숨을.
잘 해결되셨으면 좋겠어요.

베르베르는, '신'의 결말에 지나치게 실망한 나머지 손도 안 대고 있답니다.
매번 망설이게 되네요, '개미' '타나토노트'에 얼마나 열광했던지! 그 추억이 안타깝습니다. ㅠ

희선 2013-11-07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재미있네요
2월인데 빨리 전화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군요 이사를 가게 된다면 집을 알아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테니까요 책이 많아서 이사 다니기 조금 어렵겠습니다 집 문제 잘 해결되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기는 하지요 지금보다 작아진다면 지구에 사람이 더 많이 살 수 있겠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답답할 것 같기도 합니다 현실은 어떻게 될지...
10만분의 1 보고 저도 그 사진에 대한 거 생각났어요 잘 아는 것은 아니었는데, 저는 그것을 어디에서 본 것일까요

이 글을 쓰기 위해 어떤 책이 새로 나왔나를 보게 되어서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 볼 수 없어서 아쉽기도 하겠습니다 좋은 것만 보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