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지만 대부분 잊어버리게 되는 것들 중 하나에 음악 용어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잘 기억하고 계신 분들도 있지만 생활 속에서 멀어지면 기억 속에서도 대부분 멀어지기 마련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아다지오(adagio)는 이탈리아어 음악 용어이다. 검색해보니 아다지오는 '천천히 걷는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안단테(Andante) 보다는 느리고, 라르고(Largo) 보다는 약간 빠른 템포라고 써있다. 물론 들어보면 바로 이거구나 싶다. 

이 용어는 발레에서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아주 우아하게 움직이는 동작이나 춤을 뜻하는 발레 용어가 아다지오인 것이다. 음악에서의 아다지오도 정말 정말 아름답고 우아하다. 한마디로 환.타.스.틱.하게 우아하고 판.타.스.틱.하게 아름답다. 아다지오는 각종 협주곡의 2악장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한다. 그래서 아다지오라고 하면 으레 협주곡 2악장이구나 생각한다. 





[[[ 라두 루푸의 연주를 링크하고 싶었지만 실황 영상이 없다. 차선으로 영상이 있는 연주로는 단연 최고요 으뜸인 엘렌 그리모(Helene Grimaud) 와 파보 예르비(Paavo Jarvi)의 협연이 있다. 아다지오다!  아... 베토벤이여!!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은 이 곡 때문은 아닙니다만 어찌하면 곡을 이토록 아름답게 쓸 수가 있단 말입니까....!! 들리지 않는 귀를 하고서 이렇듯 말로는 다 형용할 수 없는 곡을 어찌 써 낼수가 있단 말입니까!!

이 연주는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다. 경건하며 성스럽고 성스럽다.  그리하여 사적인 생각으로는 '베토벤은 이런 연주를 원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실황을 이 두 사람이 보여주고 있다. 이 영상을 남겨준 그리모와 예르비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



얼마 전, 라두 루푸(Radu Lupu)가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음반 사진을 보게되었다. 내게있어 이런 조우는 사실 깜짝 놀라운 수준이다. 반가움과 놀라움이 함께하는 순간이다.

라두 루푸 선생은 1945년에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2022년 불록(不祿)하셨다. 그는 70년대 콩쿠르 헌터였다. 라두 루푸의 특성은 음악의 내면화에 있다. 그의 내밀한 성격탓인지는 모르겠다. 글렌 굴드가 자신의 연주를 만들어가는 스타일의 연주자 였다면, 라두 루푸는 곡 안으로 파고드는 스타일이었다.



다시 말해, 글렌 굴드에게 작곡가는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였다면 라두 루푸는 작곡가와 무언의 소통을 더 중시했다고 볼 수 있다. 굴드는 자신을 더 드러내고 싶어했고, 라두 루푸는 자신 보다 곡을 더 드러내고 싶어했던 것이다. 이런 라두 루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글렌 굴드를 사랑하지 않는 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또 다른 이유로 사랑하고 있으니 말이다. 일단, 굴드 팬님들의 눈치를 아니 볼 수 없음을 고백하는 바이다. 굴드를 언급할 때는 살얼음 판 위를 걷듯 조심 해야한다. 굴드의 팬들은 거의 카르텔이고 엄중하니까) 



그리하여 라두 루푸의 연주는 음악가에게도 감명을 준다. 라두 루푸는 기교로 말하지 않는다. 화려하게 치장하지도 않는다. 대신 자신 스스로 음악 안으로 들어간다. 청중들을 끌고서 말이다. 청중들도 함께 그 음악 속으로 빠져든다. 그는 자신의 영혼을 통해 음악 본연의 영혼과 청중들의 영혼을 마주한다. 아.... 라두 루푸여....!



그러나 아쉽게도 라두 루푸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시디를 찾아낼 수가 없다. 15분씩 나누어 2회에 걸쳐서 찾아봤으나 허사였고, 눈이 아프고 두통이 와서 도중에 그만 뒀다. 대체 엇다 둔거지!!! 아놔~! 요즘은 시디로 음악을 듣는 시대가 아니다. 온라인과 이어폰의 시대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시디는 찬밥이고 막 굴러다닌다. 그 결과 각자 시디들의 주소를 잊은지 오래인 것이다. 이제 찬밥인가... 그러나 꿩대신 닭이라고 내게는 같은 곡으로 가장 매력적인 짐머만과 번스타인을 찾아냈다.



피아노 협주곡 5번의 작곡 시기는 1809년이다. 베토벤의 나이 40세였다. 20대 후반부터 청력에 이상이 왔고 40대 중반의 청력은 완전 상실되었다. 40세의 청력은 피아노의 진동으로 작곡을 해야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런 아다지오를 창조해낸 것이다. 베토벤은 악성이다!



[[ 시디는 스크래치에 너무나 민감하다. 시디에 때가 뭍어도 함부로 닦아 낼 수가 없다. ]]]



아래는 동호회 'go 클래식'으로, 16만명이 모여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전음악 동호회이다. 연주 정보는 물론 음반, 음악가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다. 연주에 대한 평가를 알고 싶다면 단연 이곳이다. 고전음악의 입문자부터 최고수까지 죄다 모여있는 유일한 곳이 아닐까 싶다. 혹여 고전 음악에 관심이 있는 분이 계시다면 이곳에서 정보를 찾아 참고할 수가 있다. 입문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물론 음반을 판매하는 곳은 아니다. 음반 구매는 알라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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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3-10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래식은 문외한이지만 음악 빠르기의 클래식 용어를 노래에 맞춰 불러 외우던 기억은 나네요.
라르고 아다지오 안단테 모데라토......산토끼 노래에 맞춰서 말이죠.
 


먼저 저의 사과문은 엄숙하고 진지한 마음 자세로 임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의 댓글은
첫째, 영면에 드신 국밥집 할머니께 예우를 망각한 행위였습니다.


둘째, 고인께는 애도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본인의 슬픈 마음을 글로 쓰신 잉크냄새님께 큰 마음의 상처를 드렸습니다. 


 셋째, 잉크냄새님의 글을 애정하시어 찾아주신 알라디너분들께 저의 황당무계한 댓글로 충격을 드렸습니다. 얼마나 당황하셨습니까.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한 번의 상처가 생기면 치유하기까지는 딱지가 앉아야 하고 치유되어 상처가 아문다 한들 그 흉터는 남습니다. 그 흉터를 마주할때마다 옛 상처는 늘 다시 소환이 되겠지요. 저의 경우를 보더라도 제 몸에는 25cm의 수술 자국이 남아 있지만 늘 가려져있어 쉽게 잊습니다. 그보다 작은 것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에 새겨진 흉터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 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있습니다.


생전에 비록 허물이 있는 삶을 살았다해도 세상을 등진 망자에게는 애도하며 명복을 비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하물며 국밥을 지으시며 배고픈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는 삶을 살다 가신 분께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할머님, 부디 저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영면에 드시옵소서...


잉크냄새님은 제가 처음 알라딘에 오게 된 때부터 저를 늘 한결같이 응원해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저의 문체가 조신하지 못하여 건방지고 방자한 때에도 아낌 없는 성원을 해주셨지요. 마음 속으로 늘 깊이 감사드리고 있었고 변함없는 일관성에 경의를 드렸으며 깊이 존경해왔습니다.  


그런 분께 저는 지난 저녁, 큰 실망을 넘어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드리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마음이 무겁고 속이 상하셨습니까 잉크냄새님. 저의  큰 잘못에 마음 깊이 사과드립니다. 저의 잘못을 너른 마음으로 용서해주십시요.
 

그리고 잉크냄새님의 서재를 찾아주시어 글을 읽으시다가 저의 당황스러운 댓글에 충격을 드신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잉크냄새님께서는 저의 체면을 생각하시어 저의 댓글을 지워주셨습니다. 그리고 저의 잘못이 저의 오독에서 비롯된 것이니 마음쓰지 말라는 글을 주셨습니다. 잉크냄새님께는 정말로 고맙습니다. 제가 가지지 못한 한없이 너른 마음을 가지셨습니다. 이에 깊이 존경과 경의를 드립니다.


그러나 사실 오독이 아닙니다. 저는 잉크냄새님이 쓰신 글의 처음 내용만 읽었던 것입니다. 조금 더 읽었더라면 결코 그런 잘못을 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 점 정말로 죄송합니다 잉크냄새님.
그리고 이 점에 대해서는 잉크냄새님께 변명을 따로 드리겠습니다.


잘못에 대한 비난은 비난하는 사람이 원할 때까지 지속되어도 좋습니다. 비난은 일종의 권리입니다. 그 비난을 다 받지 않은 자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열개의 돌맹이를 맞아야 마땅한 자가 너른 마음을 가진 분 덕분에 두개의 돌맹이를 맞는 것은 사실 부당한 일입니다. 글을 지워주심으로 비난의 무게는 덜었습니다. 불구하고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도 마음이 무거운 것은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감사의 뜻과 사과의 뜻은 신속해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당시 빠른 사과문을 드릴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저는 오후 1시 시작하여 밤 10시에 종료하고 10시 30분에 문을 닫습니다. 태어나기를 약골인데다가, 늘 사선에서 서성였고 저승사자와 동반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리하여 귀가하면 시체처럼 잠에 들지요. 이러한 저의 처지를 감안하시어 늦어진 사과문에 대해서는 너른 마음으로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잉크냄새님께는 별도로 저의 변명을 드리겠습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변명처럼 구차한 것은 없습니다.
잘 알면서도 애써 변명을 드리고자 하는 것은 제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면서 저의 변명을 들으시면 잉크냄새님의 상처가 분명 더 작아질 것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영면에 드신 할머님과 잉크냄새님 그리고 저의 댓글을 보시고 충격을 받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립니다.


저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뜻에서 짧은 기간이지만 10일간 글을 게시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글을 읽은 후의 좋아요는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글을 끝까지 읽지 않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10일 후에는 어제의 제 잘못이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 간단한 글을 게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사과는 끝없이 드려야 하는 것이 맞지만 글로 드리는 사과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부디 저를 용서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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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2-27 13: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차트랑님
너무 마음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의 처음 부분만 읽고 다 읽지 않은 상태로 단 댓글이라 돌아가신 분께 쾌유를 빈다는 댓글을 남기게 된 단순한 실수일 뿐입니다. 그걸 모욕으로 받아들일 사람은 없습니다. 상처 입을 상황도 절대 아닙니다. 사과하고 사과 받을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편하게 모월 모일에 이런 해프닝도 있었구나 하고 허허 웃고 넘겨도 될 일입니다.
항상 좋은 이웃으로 남길 바랄 뿐입니다.

차트랑 2026-02-27 16:23   좋아요 2 | URL
너를 마음으로 양해하시니
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잉크냄새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잉크냄새님의 입장으로 그 상황을 바라봤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렵지 않게 알게 된것입니다.

그러나 잉크냄새님의 너른 마음으로
저를 두둔해주시니
잉크냄새님께 깊은 사의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잉크냄새님!!


 


최근 판타스틱한 독일 가곡을 게시해보겠다는 전언을 어느 분께 드린 바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 가곡도 아주 좋아하여 자주 듣는 편이다. 그러나 내게나 판타스틱한 것이지 다른 분들께는 재미없고 밋밋한 가곡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부인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독일 가곡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가장 좋아하는 성악가 3인의 노래를 올려볼까 한다. 그 3인은 이안 보스트리지(Ian Bostridge), 제라르 수제(Gerard Souzay), 프리츠 분덜리히(Fritz Wunderlich)이다. (작곡가는 베토벤과 슈베르트로 한정합니다)



인간의 삶에서 '정합'은 타로부터의 신뢰와 믿음 그리고 자신으로부터의 용기와 바른 행동의 원천이 된다. 평소 누군가가 하는 말의 내용보다는 일관성있는 그 행위를 중시하며 그에 경의를 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로 내적 부정합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 내적 부정합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은 시시때때로 그 말이 바뀐다. 즉, 주어진 상황이 변하면 말의 내용도 따라 바뀌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말이 진심인지 전혀 알길이 없는 것이다. 결코 믿을 수 있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그리하여 정합성을 유지하는 자세를 가지려고 하지만 나의 머리와 가슴에 부정합을 일으키게하는 두 사람이 있다. 그 두 사람은 바로 베토벤과 슈베르트이다. 이 위대한 두 인물을 알게 된 후로, 나는 A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시집은 B에게 가는 여인의 심정을 이해할만 하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되었다. 이는 분명 내적 부정합이지만 말이다. 나도 다를 바가 없는 사람이니 이해를 하는 것이겠지 싶다.



사적으로는 베토벤에게 가장 큰 경의를 표하며 음악사의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는 영예를 드린다. 그러나 나의 애정은 슈베르트에게 가있다. 이성적으로는 베토벤에게 시집을 가야 합당하지만 가슴으로는 슈베르트를 향하고 있는 이 부정합의 이중성, 스스로 잘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 ㅠ. 물론 바흐나 모자르트 또는 쇼팽을, 아니면 다른 작곡가를 음악사 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의 반열에 놓는다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니 말이다.



베토벤은 악성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28세에 이미 그의 귀는 그 능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귀 경화증을 앓고있었던 것이다. 그의 위대한 작품들 대부분은 그의 청력에 문제가 생긴 이후에 쓴 곡들이다. 그의 주요 작품들은 그가 서른이 된 이후에 썼다. 그의 출현과 업적은 서양 음악사의 획을 그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서양 음악사는 베토벤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바로크의 뒷 문을 걸어 잠갔고 고전파의 새로운 문을 열어 살았으며, 낭만주의로 가는 창을 열어준 장본인이었다. 나아가 음악의 대중화는 베토벤으로부터 시작했고 후대 음악가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베토벤은 '위대하다'는 수식어가 아주 잘 어울리는 인물이 아닐 수 없다.




[[[ 분덜리히가 부른  베토벤의 아델라이데 입니다. 아주 많은, 셀수도 없이 많은 성악가들이 같은 노래를 불렀지만 가장 사랑하는 버전은 분덜리히 버전입니다. 분덜리히를 편애하기는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아델라이데 만큼은 이안 보스트리지도 분덜리히에게는 안됩니다 . 아델라이데는 분덜리히에게서 정녕 판타스틱한 예술이 됩니다.]]]



1797년생 슈베르트에게 1770년생인 베토벤은 아버지뻘이나 다름이 없었다. 슈베르트는 자신의 우상이나 다름없는 베토벤이 빈에 와있다는 것을 진즉에 알고 있었다. 그러나 베토벤이 슈베르트의 재능을 알아보는데는 시간이 걸렸다. 베토벤이 세상을 등지기 겨우 1개월 전에서야 슈베르트의 가곡에 담긴 비상한 재능을 알아본 것이다.



슈베르트는 너무나도 수줍음을 타는 성격의 인물이었다. 베토벤을 한없이 존경했고 그를 만나고 싶어했다. 그러나 찾아가 인사를 드릴 용기를 감히 내지 못했다.  서로 지척에 거주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베토벤이 슈베르트의 재능을 좀더 일찍 알아봤더라면 두 사람의 만남을 그만큼 일찍 이루어졌을 것이지만 현실은 그러질 못했다.

베토벤이 많이 아파서 자리에 누워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슈베르트는 베토벤의 문병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냥 가면 될 것을 이 용기 없고 수줍음을 심하게 타는 슈베르트는 신들러의 안내를 받아야 했다. (하... 답답해 슈베르트 형, 진짜~)



자신을 문병온 슈베르트의 얼굴을 보며 베토벤은 그에게, '자네가 슈베르트인가... 자네를 만나고 싶었네. 좀더 일찍 찾아오지 그랬나. 자네의 악보들을 봤다네. 자네는 틀림없이 최고의 작곡가가 될걸세' 라고 말했다.
(그러게 진즉에 좀 찾아가잖구~!! 우물 쭈물하다가 둘이서 알콩달콩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그렇게 놓쳤다 ㅠ)




두 사람의 너무나도 아쉬운 만남이 있던 1주일 후, 베토벤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베토벤의  장례식이 있던 날 광장에는 2만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8명의 악장들이 그의 관을 들었다. 훔멜도 그 중에 있었다. 그리고 슈베르트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며 베토벤의 장례식에서 횃불을 들고 행렬의 맨 앞에 섰다. 체르니도 함께했다. 그리고 너무나 안타깝게도 슈베르트는 1년 뒤 세상을 등졌다. 그의 나이 비로소 홀로 선다는 이립, 31살이었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나이이던가... 슈베르트의 죽음은 나를 정말 슬프게한다. 가곡의 왕, 슈베르트!!





[[[ 제라르 수제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슈베르트를 가장 잘 전달하는 듯 하다 ]]]



그리고 생전에 그토록 존경했지만 제대로된 만남을 해본 적이 없는 베토벤 바로 옆에 나란히 누워있다. 서로를 이웃하여 있으니 이제 두 사람은 살아서 서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끝없이 나누고 있을 것이다. 



서양 음악사를 관통하여 다루고 있는 '음악의 유산'은 모두 11권으로 되어있다. 각 권의 전체 크기는 매우 큰 편으로 가로 23cm 세로 30cm 이다. 쪽 수는 약 200 쪽이다. 어찌보면 각 권은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4권은 오로지 베토벤과 슈베르트 만을 다루고 있다. 이 두 사람이 가지는 음악의 역사를 그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었는지 알 수 있게하는 대목이라 본다. 음악에 관한한 나는 내적 부정합을 극복하지 못한 자로서 결코 믿을만 한 사람이 아니다. 사랑하는 슈베르트여, 안녕!!


표는 베토벤에게 드리지만 마음은 슈베르트에가 가있는 이 나의 내적 부정합을 다시 발생하게 하는 두 인물이 있다. 바로 이안 보스트리지와 분덜리히이다. 표는 이안 보스트리지에게 드리지만 나의 사랑은 온전히 분덜리히 형께 드린다. 분덜리히 형님이 부른 슈만 '시인의 사랑'은 가곡의 새로운 표본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 이안 보스트리지의 성대를 통해 나오는 독일어는 예술이 된다 ]]]



분덜리히는 전 세계의 비극을 불러온 대공황의 시대 1930년에 태어났다. 나치가 정권을 잡자 분딀리히의 아버지는 직장을 잃었다. 끝내 취업이 되지않자 분덜리히의 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분덜리히의 당시 나이 다섯살, 1935년의 일 이었다. 분덜리히는 굶기를 밥먹듯이 했다.

힘든 삶을 살아가던 그가 어느 날 노래로 인정받았다. 다른 프로 성악가들에게 발성법을 가르쳤다. 카라얀이 분장실로 찾아와 전속하자고 애원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전설의 그 카.라.얀.이 분.덜.리.히.에게 까였다. 물론 분덜리히께서 너무나 일정이 바빠 어쩔 수가 없었던 탓이다. 그렇게 그는 성악가로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덕분에 그는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믿어주는 아내와 가정을 꾸릴 수 있었고 아들도 낳고 딸도 낳았다. 이제 그에게 충분히 행복해도 되는 순간이 온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출연하기로 계약을 하고 떠나기 전에 친구들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었다. 아내와는 전화로 잘 자라는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오던 그가 그만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그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의식 불명이었다. 1966년 그는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그의 나이 향년 35세였다.
그의 노래를 들을때마다 나는 눈물이 흐른다. 분덜리히여 안녕....!





[[[ 최근 어느 분의 서재에 방문했다가 읽으시는 책의 두께에 압도되어 껌뻑 죽고 말았다. 엄메 기죽어~!!  하는 심정 말이다. 그런데 그 두께 좋은 책에 껌뻑 죽으면서도 기분은 아주 좋아진다. 그런데 어느 날, 중고 서점에 들렀다가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서 얼른 들여온 이 책, 음악의 유산을 구입한 후 가장 먼저 책장을 열어본 것은 4권 베토벤과 슈베르트 였다. 그런데 뜻 밖에도 그 안에서 A4용지 2장이 반 접혀서 끼워져 있었다. 그걸 펼쳐보는 순간... 그만 놀라고 말았다. 그것은 베토벤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가족사, 음악사를 모조리 정리한 페이퍼였다. 전 주인은 진정한 베토벤의 마니아였던 것이다. 나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그런 마니아 말이다. 나는 그만 책의 전 주인에게 껌뻑 죽고 말았다. 음메 기죽어~!! ]]]




[[[ 음악의 유산 전 주인이 책 속에 남겨둔 페이퍼, 아... 도대체 베토벤을 얼마나 좋아하는거지??? 어느 알라디너가 읽는 책의 두께에 껌벅 죽듯이 이 페이퍼에 그만 다시 껌뻑 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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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6-02-24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곡에 대해서 잘 모르는 문외한이 읽어도 재미있는 글! 운동 마치고 와서 읽으니 더 즐겁게 읽히는 것도 같아요. 올려놓으신 클립은 천천히 들어보도록 할게요. 슈베르트과 베토벤이 만난 이야기는 영화 속 한 장면인걸요.

차트랑 2026-02-24 16:2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수이님,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전음악은 대중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불구하고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십시요 수이님~

추신ㅡ 아, 운동을 하신다니 부럽습니다.
저는 워낙 약골이고 늘 사선을 넘나드는 사람이라
등산이나 운동하시는 분들이 가장 부럽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수이님~

잉크냄새 2026-02-24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재들은 다들 단명하는군요. 삼십대로 기억하는 누군가의 죽음은 39세의 체게바라였는데 오늘 또 두 분이나 삼십대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걸 알게 되었네요. ㅠㅠ

차트랑 2026-02-24 19:4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잉크냄새님,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말씀해주신 대로
슈베르트가 그렇게 일찍 세상을 등진 것이 저는 너무나도 안타깝더군요.
그의 가곡을 들을때마다 안타까움과 슬픔이 찾아옵니다.
아미타불....

좋은 저녁되십시요 잉크냄새님~

추신ㅡ 체게바라가 향년 39세였군요.
의의 업적에 비하면 뜻밖이로군요 ㅠ

2026-02-26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2-26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느 서재에 갔다가 게임에서 사용하는 음악을 들어봤다. 뉴에이지 피아노 곡이었는데 아주 좋았다. 요즘 말로 나의 개취에 맞는 음악이었다. 피아니스트의 손가락 움직임이 그려질 정도로 또렷하고 선명했다. 더우기 예술성이 매우 높았다. 게임에서도 이런 곡을 사용하는구나 싶었고, 완전 예상 밖이었다.




뉴에이지 피아노 곡을 사실은 자주 듣는 편이 못된다. 뉴에이지에 할당할 시간의 여유가 없기때문이다. 한창 팝송을 들어야 할 시기에 팝송을 듣지 못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래서 팝송에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이 모두가 듣고자 하는 목록에 올라있는 고전 음악들이 여타에 시간을 낼 수 없게하는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그 게임 음악을 듣자마자 어느 뉴에이지 작곡가의 피아노 곡이 스치고 지나갔다. 알고 있는 뉴에이지 음반이 그 하나 뿐이어서 그런 듯 싶다. 그는 Tim Janis 이다. 사실 소장하고 있는 뉴에이지 음반은 Tim Janis 가 유일하다.


내지에는 Tim Janis를 소개하면서, "그의 작품을 두고 켈틱 뉴에이지라고도 하고 컨템포러리 인스투루멘탈, 혹은 네오 클래식 음악이라고도 한다" 라고 써있다. 무슨 말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렇게 써있다.


어쨌든 Tim Janis 의 음악에서는 영화 음악이 주는 정서를 담고 있다. 더불어 라흐마니노프 혹은 드뷔시와 닮은 낭만적인 느낌을 주는데, 다른 뉴에이지와 차별되는 특징이라고 봐도 될듯하다.  

음악은 봄과는 관계가 없는 타이틀을 하고는 있지만 계절과 무관하게 그의 음악은 확실히 좋다. 알라딘 서재 덕분에 모처럼 Tim Janis를 꺼내 다시 듣는다. 음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클릭하셔도 좋을듯 한 음악이다.




[[[ 가을에 어울리는 색을 선택한 것이겠지만 CD알의 컬러는 음악과는 달리 영 취향에 맞지 않는다. 요즘은 LP 외에는 거의 온라인을 통해 음악을 듣다보니 음반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쉽지 않다. 한참을 찼았다 ㅠ  ]]]





[[ 15곡 대부분 완성도가 높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아가 한 음반 안의 모든 곡들이 거의 다 좋기는 쉽지 않은데 이 음반의 곡들은 대부분 만족도가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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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6-02-23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악 좋은데요. 잘 들었습니다~

차트랑 2026-02-23 19:31   좋아요 0 | URL
hnine님 안녕하세요.
저의 서재를 방문해주시어 고맙습니다.

좋은 저녁되십시요~

잉크냄새 2026-02-23 1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대로 전 팝송만 주구장창 들었죠. 그렇다고 팝송에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ㅎㅎ

차트랑 2026-02-23 19:39   좋아요 0 | URL
아, 잉크냄새님 와주셨군요!
반갑습니다~

저도 음악에 조예가 있는 사람은 아니고요
그냥 저좋아 듣는 것이 전부입니다.

전에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水의 기운이 필요한 사람들이 음악을 선호한다고 하데요.
물론 다른 방식으로 水의 기운을 따라갈수도 있겠지만요.
저의 경우는 음악을 따라가는듯 합니다.

좋은 저녁 되십시요 잉크냄새님~!




firefox 2026-02-24 0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노래 추천 감사합니다. 저도 자주 들을 것 같은 느낌이네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차트랑 2026-02-24 08:36   좋아요 0 | URL
좋은 하루 되십시요 firefox님~

yamoo 2026-02-24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익스트림 노래만 줄창 들었어요..ㅎㅎ
물론 가끔 클래식도 듣긴하지만...클래식 기반의 익스트림 메탈이 나름 취향을 저격하더라구요..그래서 계속 듣는다는..ㅎㅎ
고딕메탈에 빠져 10년 이상을 듣네요..^^;;

차트랑 2026-02-24 12:0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yamoo님,
저의 서재를 찾아주시어 고맙습니다.

저는 사실 음악에 관한한 장르를 구별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대중가요도 좋아하고 팝송도 좋아합니다.
다만 시간의 여유가 많지 않아 다른 장르에 소홀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익스트림 메탈 혹은 고딕메탈은 제가 들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잘 알지는 못합니다만
어떤 음악인지 찾아서 들어보고 싶군요.

제게는 매우 신선한 느낌을 줄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찾아주시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좋은 하루 되십시요 yamoo님.


 


한때 노래를 들으며 외국어 공부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외국어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때 였고, 노래의 가사 내용이 궁금하기도 했다. 노래가 마음에 들면 자주 듣게되고, 그럴수록 그 가사와 음반의 내지에 써있는 내용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그러다보니 덩달아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아무런 대책 없이 시작했기에 지금 생각해봐도 무모한 결정이었다. 


어쩌다가는 학부때 타학과 전공을 3과목 수강한 적이 있었다. 철학 아리스토틀, 서양 음악사 그리고 프랑스어 였다. 철학과 수강은 아리스토텔레스에 빠져버린 친구의 꼬임에 넘어간 덕분이었다. 강의가 시작된 후에 알게되었는데 아리스토텔레스 원서라는 사실을 알았다. 망했다. 반면 서양 음악사와 프랑스어는 오로지 음악에 대한 관심도에서 비롯된 자발적 행위였다.


당시 나는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 공부를 틈틈이 독학으로 시도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거창한건 절대 아니었다. 독학인데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마치 K-pop을 들으며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가사가 없는 고전 음악을 더 많이 듣기는 했지만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로 된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들도 곧잘 들었던 때였으니 말이다.

 

독일어는 고등학교에서 2외국어였고, 아주 쬐끔 알고 있었으므로 혼자서 공부할 정도의 독일어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작정하고 덤비는 공부가 아니니 가벼운 마음으로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를 배워봐야지 했던 것이다.


문법 구조는 관련 책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 것이지만 발음은 책으로 공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뜻밖에도 이탈리아어의 발음을 익히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가사를 보면서 노래를 몇 곡 들어보면 누구나 발음 규칙을 익힐 수 있는 정도였다. 철자가 곧 발음이나 다를바가 없는 언어가 이탈리아어 였다. 그 덕분에 이탈리아어는 뜻밖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어는 경우가 달랐다. 발음에서 큰 난관에 부딪혔다. 프랑스어의 문법구조는 크게 어려울 것이 없었으나 발음은 그렇지가 않았다.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살펴도 발음 규칙을 발견해 내기가 쉽지 않았다. 음성 정보가 없었기에 발음 기호를 봐도 영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소리를 내라는 것인지 그 의도를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또한 알파벳 철자를 멀쩡하게 써놓고도 발음을 하지 않는거다. 예를 들어 'Hodori' 라고 쓰고, 읽기는 '오도히' 라고 읽는 식이다. 철자 'H'를 쓰되 발음은 하지 않는다. 하...  그렇다고 '히(ri)'가 '히(ri)'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히(ri)' 아닌 '히(ri)' 인것이다. 고등학교때 프랑스어를 배워본 사람들은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잘 아실 것이다.  그러나 경험이 없던 내가 이 '히(r) 아닌 히(ri)'를 절대로 알 수가 없었던 거다.



다른 경우는 말도 못할 지경이었다. 연음은 또 프랑스어의 예술이나 다름이 없다. 생각지도 못했던 뜻밖의 난관을 만난 것이다. 결국 나는 교양 과목으로 프랑스어 기초를 목표로 1학년 문법 강의를 신청하기로 했다. 학점은 F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는 것으로 하고, 전공생들에게 발음 동냥으로 얻어 알고 문법도 좀 더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결정한 일이었다. 그렇게 낯선 프랑스어와의 힘겨운 2학기가 시작되었다.




수강을 하면서 프랑스어의 연음을 '리에종Liaison' 이라 하고, 그 규칙을 따로 정해 놓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되었다. 리에종(Liaison)에 따르면, 연음을 반드시 해야하는 경우, 연음 하지 않는 경우, 선택적 연음을 하는 경우 등의 규칙이 있었다. 정보가 부족했던 당시에 이런 사실을 알리가 없었다.
그리하여 학기가 끝이 날 즘에서야 발음을 자연스럽게 입에 붙일 수 있었다. 그런데, 발음을 입에 붙이는 시간이 한 학기라니... 프랑스어는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이건 뭐 상당히 모자란 결과인데... 하면서 학기를 그렇게 마쳤다.


어째거나 기말고사를 끝내고, 어느 추운 날, 집으로 전화가 왔다. 직접 받지는 못했지만 프랑스어 학과 사무실로 좀 나와줘야겠다는 불길한 호출 전화였다. 불길한 예감은 대부분 적중률이 높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음 날 오후 프랑스어 학과 사무실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아니나 달라, 담당 교수님이 중간ㆍ기말 고사 시험지 두 장을 앞에 내밀며 내게 말했다. "이게 학생의 시험지 입니다. 타 학과 학생이 이러는게 황당한 상황인데, 권총 차고 재수강 할래요 아니면 D로 끝내고 good goodbye 할래요?" 하고 물었다. 소르본느에서 유학했다더니 프랑스의 고급진 예절을 배우셨나, 교수님은 학생인 나에게 존대어를 썼다.



[[[ 내지가 프랑스어로 되어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상품을 받고보니 영어로 되어있었다. 대 실망이었다 ㅠㅠ ]]]  


시험지 채점을 보니 겨우 정답의 반타작을 면한 결과였다. 그 위태로운 상황에서 변명을 좀 해볼까 하다가는, '이건 칼날을 잡은 놈의 자충수지!' 생각하고는 마음을 바꿨다. 그러자, '질문이 사내답네' 로  생각이 바뀌었다. 다시 교수님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너 시험 중간 기말 둘다 개판쳤어 지금, 알지? 하지만 빵꾸는 안낼게, 골치아프게 하지 말고 D먹고 전공 수업에서 떨어져줘!' 뭐 이런 시추에이션인거였다. 철학과 교수님도 다음 학기에는 좀 빠져주겠니 하시더니 그 소리를 또 듣는거다.

교수님이 내민 선택지에 고민하고 있는데, 해당학과 조교가 난로 옆에 앉아 불을 쬐면서 힐끔 힐끔 내 쪽을 쳐다봤다. 출근해서 난로만 껴안고 앉았는지 난로의 열기에 조교의 얼굴이 익어 홍시처럼 벌갰다. 반면 나는 쪽팔려서 얼굴이 벌개졌다.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결연한 목소리로 질문에 답했다.
D로 끝내주십시요 교수님!!
속으로는 선택권을 준게 어디야 했지만 내게 사실상 선택의 여지는 없었고, 일단의 목표를 이룬 셈이니 이걸로 끝내자 뭐 이런 결론이었다.


교수님이 말했다, '좋아요. 근데 타과 학생이 프랑스어 전공 수업은 왜 들었는데요? 처음이라 진짜 궁금해서 묻는거에요.' 교수님의 얼굴을 보니 진짜 궁금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래서 있는 사실대로, '문법은 책으로 어찌 해보겠는데, 발음은 독학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교수님', 했다. 교수님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또 물었다, '발음을 배우려고요?' 나는 '네', 하고 짧게 답했다.
이런 내 모습에 난로 앞에서 불쬐며 듣고있던 조교 이자쉬기 갑자기 고개를 홱! 숙이더니 풉! 하고 뿜어버렸다. 순간 나의 무능력을 절감하며 알량하고도 엉뚱한 감정이 솟아 올라 속으로 나는, '조교 이자쉬기, 아놔~' 했다.





이 모습에 재미졌는지 교수님이 갑자기, '조교야, 너는 왜웃냐 근데? 지금 심각한거 안보여?' 하면서 자기도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뿜어버렸다. 순간, 속도 없는 나도 아하하 웃어버렸다.
그러자 교수님이 계속 삐질거리는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조교에게 빨간펜을 건넸다. 그러면서 놀랍게도 '이 시험지, 75점 줘라~!' 이랬다. 아... 순간, 교수님이 내가 잘 아는 친척 형처럼 느껴졌다. 
조교는 네? 했다. 다시 교수님이 '75점 주라구 조교야~' 했다. 그러자 네~ 하면서 여전히 웃음을 숨기지 못한 채, 그 빨간펜으로 커다랗게 75라고 쓰고, 두 개의 굵은 밑줄을 점수 밑에 힘껏 지직~! 하고 그어버렸다. 그리곤 나를 쳐다보며 환하게 웃는 것이었다. 순간, 하마터면 나는 조교에게, '야, 우리 친구하자' 이럴뻔 했다. 순식간에 빵꾸에서 D, D에서 C학점으로 돌변하니 밉상이던 조교의 미소가 어찌 그리도 싱그럽던지... 진짜 속 없는 놈이 바로 나였다.  


소르본느의 예절을 갖춘 교수님이 내게 악수를 청하며, '이제 우리 그만 봅시다~' 하길래 나는 속으로 '그럽시다요~'  하면서, 겉으로는 미소띤 얼굴을 하고 입으로는 '고맙습니다 교수님~'  했다.
코가 땅에 닿도록 인사를 하고 돌아 나오면서 나는, 그 멋진 조교를 향해 손을 들어 흔들며 '메르시 보꾸 merci beaucoup!' 했다. 이번엔 조교가 나를 향해, '아하하' 했다. 그리고 혼잦말로, 대학교에서도 빨간펜을 쓰는구만! 근데 밑줄 2개를 왜 긋는 거지? 생각 했다.

그나저나 남들은 A뿔 받고도 시큰둥인데 나는 C제로 받고도 이렇게 기분이 좋다 이거지! 그렇게 친척 형님같은 교수님의 통큰 결단에 나름 기분좋게 프랑스어 학과 사무실을 나오는데,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훈민정음의 서문 중 "새로 스물 여덟자를 맹가노니" 였다. 그나저나 나머지 네 글자는 어디 갔지?

권총 찰뻔한 위기에서 벗어나 안도의 한숨을 쉰 후 생각에 잠겼다. 수강 후 얻은 결과로는, '메르시 보꾸'는 사실 '메르시 보꾸'가 아니다. '메르시'는 '메르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르 r'에서 가래가 살짝 끓어줘야하지만 듣기에 거북해서는 안된다. 거칠면 촌티 발음이 나니까. 되려 부드럽고 듣기 좋은, r음에 h음을 살짝 얹어서는 두 음이 합성된 가래끓는 소리? 를 동시에 내줘야 한다. 그 소리가 있어 프랑스어 발음은 우아해진다. 가래끓는 소리가 있어 우아해진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프랑스어 발음의 예술은 ' r '에서 결정 난다고 보면 된다.


어째거나 우리 언어로는 프랑스어 발음의 온전한 표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떠오른 것이 사라진 4글자였던 것이다. 그 전까지는 아쉬울게 없으니 사라진 네 글자를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상황이 그러하다보니 아쉬워진 것이었다.
 
물론 사라진 4글자를 복원시킨다 해서 프랑스어의 발음을 모두 표기하고 정확하게 재현해낼 수 있는지 여부를 나는 알지 못한다. 당시엔 다만 있던 글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발로일 뿐이었다. 만약 사라진 4글자를 복원시킨다 해도 한글 자판과 스피드 시대의 현 상황에 잘 적응할지는 또 장담할 수가 없다. 고등학교 때 사라진 4글자를 배운것 같기는 한데 지금은 이미 잊어버려서 말이다.


설에 고향에 다녀오며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어로 된 노래를 듣다가 갑자기 옛 생각이 나서 일이 이렇게 되었다. 여하튼 나는 C학점에 대만족하는 학생이었다. 그 미소가 싱그럽던 조교는 지금 학과장 하고 있으려나... 살짝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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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6-02-2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잼나서 키득거리며 읽었어요. 근데 궁금한 게 혹시 불어의 r랑 독어의 r 차이가 있나요?

차트랑 2026-02-22 11:23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수이님,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말씀햐주신 ‘ r ‘ 을 독일어나 프랑스어 모두 우리말로는 ‘에흐‘ 라고 표기는 하지만
왠지 수이님께서도 아실것만 같은데요
이게 똑같은 ‘에흐‘가 아니랍니다.

우선
독일어 ‘에흐 r ‘는 ‘에흐 r ‘ 로 시작할 때와 ‘에흐 r ‘ 로 끝날 때의 발음이 일단 다릅니다.
‘에흐 r ‘로 시작할 때는 발음이 좀 쎄게 나갑죠.
반면 에흐 r 로 끝날 때는 있는듯 없는듯, 쎄면 안됩니다.
물론 발음이 우아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반면 프랑스어 ‘ 에흐 r ‘ 낱자를 발음할 때는 ‘에흐 r ‘ 이지만
단어 속으로 들어가면 ‘에흐 r ‘ 가 아닙니다 ㅠ

예를 들어 France 는 프랑스가 아닙니다.
‘France 프항스‘ 라고 발음해야 하는데요
살짝 가래를 끌어주면서 동시에 h 음을 섞어가지고~

게다가 F 와 r 을 동시에 발음해주어야 프랑스 사람들은 저친구가 프항스라고
발음했구나 히고 인지 할것입니다.
결과로 나타나는 발음은 있는 듯 없는듯 우아하게~^^

그러니까 ‘ France 프항스‘ 는 ‘프항스‘ 이지만 ‘프항스‘가 아닌게 됩니다 ㅠ

사실 프랑스어 발음은 우리 국어로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오죽했으면 훈민정음 스물여덟자가 떠올랐을까요.

옆에서 발음해주며 따라해보라고 해도 하루는 족히 걸릴듯요.
(이건 뻥 입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독일어 영화와 프랑스어 영화,
독일어 노래(주로 가곡)와 프랑스어 노래틀 들을 때마다
확실하게 느끼는 것이 있는데요.
우아한 발음은 프랑스어가 아니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팍팍들더군요.

저는 독일어 발음이 훨씬, 아주 훨씬 더 우아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독일 가곡을 들으면
하.... 독일어 발음이야말로 판타스틱하구나... 싶을 때가 매번입니다!
막 빠져듭니다~


전생이 아프리카 지방 사람이었을거야 라고 생각하다가도
(저는 러시아도 좋지만 아프리카가 좋아요 ㅠ)
독일어를 들으면 나의 전생이 독일 사람이었을지도 몰라...
이런 생각읆하고 있데요 아놔~

노래는 독일어 가곡이 제일 좋아요~~~!!

조만간 판타스틱한 독일어 가곡을 업로드 해보겠습니다.
와주셔서 들어주십시요~
(수이님께도 판타스틱 할거라는 보장은 못드립니다 ㅠ)

저의 설명이 만족스럽지 않으시겠지만
그건 제탓이라기보나는 왠지 사라진 4글자 탓이 아닐까,
살짝 남탓으로 돌려봅니다요.

편안한 일요일 되십시요 수이님~

그럼 저는 이만
쉬리릭~


차트랑 2026-02-22 11:29   좋아요 1 | URL
아, 그리구요 수이님,
수이님의 서재에 가보니,
아니, 수이님이 영어 원서를 술술 읽으시는 분이었네? 이렇게 되듼걸요~

제게 영어 물어보시길래,
영어공부하시려고 그러시나? 했더니,
서재에 가보니, 웬걸요!
영어 아는척 했다가 큰일 날뻔 했던걸요~ㅠ

그러심 안돼심뉘돠~!!







수이 2026-02-22 13:44   좋아요 0 | URL
프랑스어는 잠깐 공부했었는데 독일어의 에흐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 들어도 감은 잘 잡히지 않아요. 제가 둘 다 비슷한 발음으로 공부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것도 같구요. 독일어 발음 공부할 때 선생님이 넌 불어 공부한 티가 다 난다, 프랑스어 r 발음을 그대로 내서, 라고 하시더라구요. 근사한 독일어 가곡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영어 원서를 술술 읽을 정도면 차트랑님에게 영어 공부법 안 물어봤죠. 더듬거리면서 읽으니까 물어봤죠. 아이가 영어 질문을 했는데 해석이 되지 않아서 너무 충격을 먹어서 다시 영어를 시작해야겠구나 했어요. 졸업하면 더 이상 영어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뭔가 계속 발목을 부여잡는 느낌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어를 살아가면서 몇 번이나 소리내어 발음할까 싶기도 한데 영어 컴플렉스는 나이 오십이 되어도 계속 이어지네요. 이참에 컴플렉스 따위 끝내버리자, 하는 마음은 다시 먹게 되지만요.

차트랑 2026-02-22 14:39   좋아요 0 | URL
음... unclear 에서 알아봤습니다 ㅠ

역시 에흐를 잘 아시는군요 수이님.
그리고 독일어 선생님의 말씀은
수이님께서 독일어의 에흐를 아주 우아하게 발음했다는 뜻일겁니다.
(저는 한 학기가 필요했는데요 ㅠ)

학생들이 공부하는 영어는 주로 읽기인데요
시작은 어렵지만 패턴을 알면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듯 합니다.

1. 명사, 명사구, 명사절 과 그 역할
(명사구인 to 부정사와 동명사 전체를 역시 한꺼번에 깨주어야 이해가 잘됩니다.
to 부정사도 명사구 형용사구 부사구를 한꺼번에 깨주어야 합니다
쪼개면 이해도가 현저하게 낮아집니다)

2. 형용사, 형용사구, 형용사절 과 그 역할

3. 부사, 부사구, 부사절 그 역할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이걸 깨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형용사구와 부사구는 to부정사와 전치사 +명사, 두가지 입니다)

위 세가지를 한꺼번에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입니다.
명사, 구, 절을 한번에
형용사, 구, 절을 한번에
부사, 구, 절을 한번에

그리고 위 세가지를 한꺼번에 집중 공략하는 것이
영어 리딩의 핵심입니다.

문제는 이들을 각각 쪼개서 가르치는 것입니다.
위 세가지는 영어의 틀을 구성하는 재료들인데요
그 틀을 쪼개주니 학생들이 조립하는 것을 어려워하게 됩니다.

학교에서는 중 고등학교 6년에 걸쳐 쪼개서 가르칩니다.
학생들이 영어를 쉽게 습득할 수 없는 교육 구조입니다.

위 방법을 중학교 저학년때 거쳐야만
리딩에 자신감이 생기고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모의고사에서 기를 펼수 있습니다.
1학년 1학기 모의고사에서는 그 차이를 실감하지 못하거든요.

영어의 리딩은 구조파악 능력 이라고 보시면 될듯 합니다.

그런데 그 구조를 파악하고 나면
영어에 흥미가 떨어지고 매력이 없어지는게 문제인듯요 ㅠ

수이님 보다는 학생의 입장에서 저의 견해를 말씀드렸사오니
너른 마음으로 저의 불손함을 용서해주십시요.

좋은 오후 되십시요 수이님~










그레이스 2026-02-23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때 불어쌤을 좋아해서 열심히 했던 기언이!...ㅎㅎ
그리고 그게 공부의 끝이었죠
그래도 좀더 공부해보고 싶은 로망이 있는 언어예요 ^^

차트랑 2026-02-23 13:08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그레이스님,
저의 서재를 찾아주셔서 메르시 보꾸입니다.

저는 고등학교때 독일어였는데
독일어 선생님의 발음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 뭡니까요.

나중에 알고보니(저만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프랑스어 못지 않게 우아한 것이 독일어 발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레이스님께서 읽으시는 책의 두께에 제가 껌뻑 죽듯이
독일어 가곡에도 껌뻑 죽는 일인입니다.

우아한 에흐가 예술인 프랑스어도 물론 좋아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 그레이스님,
오 흐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