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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과 이야기 ㅣ 경상대학교 남명학연구소 남명학교양총서 10
정우락 지음 / 경인문화사 / 2007년 12월
평점 :
조선은 선비의 나라라고해도 결코 헛된 소리는 아닐 것이다. 그만큼 선비들이 출사해서는 정치를, 재야에서는 백성의 교육을 담당하면서 한 시대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조선에는 수많은 선비들이 있었으며 조선 초기의 삼봉 정도전과 고불 맹사성, 중기의 김굉필과 정암 조광조, 김식 그리고 임란을 전후한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서애 유성룡 그리고 남명 조식이 있다.
조선의 선비가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는 매우 강열하다. 드높은 기개의 선비는 자신의 옳은 뜻을 굽혀 죽음과 타협하지 않았고 청빈한 삶을 살았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선비에 대한 이미지이다. 그러나 이름은 현재에까지 드 높으되 실제로 백성을 위하고 자신의 고매한 의를 고결하게 지켜간 선비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중앙 정부 권력의 핵심에 있던 선비들은 흔히 젊었을 때의 높은 기상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경우가 많고 때로는 불의와 타협하기도하고 때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백성들의 고혈을 마다하지 않았던 인물들이 허다한 실정이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타인의 목숨을 눈깜짝하지 않고 거두어간 실세들이 그 얼마나 많으며 현재 우리들은 그들의 이름을 알고는 있으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조선의 선비들이 그 얼마나 많은가..
위에서 언급한 조선의 선비들은 자신의 정치적 물질적 이익을 위해서 공부를 사용한 인물들과는 차원이 다른 분들이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쌀알 한톨도 탐을 내지 않았던 고불 맹사성의 드높은 기개여 높은 기상이여... 백성을 위한 정치를 위해 노력했고 때로는 죽음에도 굴복하지 않았던 분이 바로 정암 조광조와 김식이요, 굶주리는 자신의 백성을 안타까워하며 일생을 백성의 편에서서 개혁을 하려 노력하고 화합의 정치를 피력했던 율곡 이이와 서애 유성룡이며, 바른 임금이 될 수 있도록 고언하고 썩은 정치를 홀홀히 버린이가 바로 퇴계 이황이다. 이분들은 정치의 일선에서 오로지 백성을 위해 바른 정치를 하며 일생을 살다간 조선의 으뜸이 되는 선비들이다.
한 편, 임진란의 그 어지러운 때에 분연이 의거하여 백성을 지켜내려 목숨을 걸었던 분들 중에는 그 이름도 찬란한 정인홍과 곽재우 장군이 있으며 그 외에도 수많은 의병장들이 있었으니 그 의거를 일으킨분들의 스승님은 바로 남명 조식선생님이었다.
조선기절지최 朝鮮氣節之最 남명 조식
남명 선생님의 일생을 알고나면 정녕 남명선생님을 조선기절지최 朝鮮氣節之最 라 하는지 느낄 수 있다. 학문은 고매하고 높았으나 출사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처사라 칭하며 제자들에게 경과 의를 가르쳤으니 본인 스스로도 그 두 글자를 다 얻지 못하고 가노라 하셨다. 남명 조식 선생님의 학문을 두 글자로 명명한다면 경 과 의 라고 한다. 즉, 경의 사상인 것이다. 선생님은 경과 의는 학자에게 가장 긴요한 것으로 '안으로 마음을 밝게하는 것이 경이요, 밖으로 행동을 결단하는 것이 의다'라고 가르치셨다. 이는 경과 의는 체와 용, 표와 리, 내와 외, 정과 동, 지와 행, 선과 후등 다양하게 설명이 되기도한다.
주자의 가르침으로 보자면, 두 다리로 반듯하게 서는 것이 경이요, 여기에 의거하여 나아가는 것이 의다. 정신을 두 눈으로 모으는 섯이 경이요, 눈을 떠서 사물을 바로 바라보는 것이 의다. 그러므로 경은 의를 위해 선결조건이 된다. 일생을 경의 사상에 의거하여 사셨으며 제자들을 가르치셨다. 군자가 남을 사랑함에 예로써 할 때, 마음을 움직이셨던 선생님은 죽는 그 날까지 출사하지 않았으며 권력과 명예과 부를 탐하지 않으셨다.
탐함이란 그 한계가 없는 것으로 과연 인간의 탐욕을 그 무엇으로 다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자신을 처사라고 칭하며 그렇게 불리기를 원하셨던 남명 조식 선생님의 기절은 조선의 타 선비들과 직접적인 대조로보아도 확연히 구별되며 현재의 우리 정치인들이 추구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 과연 어느 쪽인지 분명하게 가르치고 있다.
요즘의 정치인들은 정치를 정녕 알고 정치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조선시대같으면 선비였을 정치인들의 모습은 너무나 보잘것이 없어 초라하기까지하다. 조선의 드높던 기개와 기절은 모두 어데로 갔는가...반성하고 또 반성하여 조선기절지최 남명 조식 선생님의 가르침을 만분의 일이라도 가슴에 새기고 정치에 임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한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