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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명통회
박일우 엮음 / 명문당 / 1978년 12월
평점 :
품절
사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책인지라 서평을 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던 책이 삼명통회(三命通會)였다. 그러나 알라딘 동지 여러분들의 견해에 힘입어 그만 일을 저르게 되었다.
먼저, 고전 중의 고전인 삼명통회 서평을 '태클을 중심으로' 쓰게된 점을 심히 유감으로 여기며, 삼명통회 지지자분들께는 삼가 너른 양해를 구합니다.
일천한 자가 서평을 쓴답시고 삼명통회에 생채기를 내려하다니, 이런 상황에 딱 들어 맞는 명언이 떠오른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구나!!!!
삼명통회는 명리 3대 고전으로 평가 받고 있는 자평진전, 적천수, 궁통보감과 더불어 업계에서 확실한 권위를 가지는 책으로 알고 있다. 그 명성과 권위로 보아 계속 출간이 되어야 마땅한 도서인데 품절 상태가 계속되는 점은 왠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그 덕분에 나는 중고를 구입해야 했는데 중고가가 후덜덜 했다. 10만 원을 가뿐이 넘겼다. 보이는 대로 몇 권을 구입했는데 모두 때를 못만났지 싶다.)
어째거나
품절 도서이기는 하지만 그 명성이 절대적인 지위를 가지는데도 리뷰가 전혀 없는 도서라는 점도 특이하다 하겠다. 박일우 삼명통회는 100자평 차트랑이 유일하다. 그동안 간이 부은 자가 없었다는 뜻일까.... 어쩔 수 없이, 고수들은 '알라딘을 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었다.
또 어째거나
간명(看命)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이 아닌지라 간명을 업으로 하는 분들께서 하나하나 캐물으면 나로서는 답할 능력이 없다. 그저 명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一人으로서, 읽고 후기를 남기는 것일 뿐이니 나의 무지를 너무 나무라지 않기 바란다. 본디 고수들은 강호에 들더라도 조용히 자신을 숨기는 법이고, 하수들이 이처럼 자신을 드러내 날 뛰는 법이다. 이치가 그러하니 명리 하수의 깊지 못하면서도 좁은 안목에 너른 양해를 더불어 부탁드린다.
편저자 박일우 선생이 서론(緖論)에서 말하길, "인간의 운명에는 별(星)과도 같이 정(定)한 궤도가 있다. 별이 저녘이면 나타나 새벽이면 사라지는 것은 궤도를 걷고 있다는 증거이다. 운명(運命)도 행(行)함에 있어 그와 같은데 자연의 섭리가 행(行)하는 것을 운명이라 한다." 라고 썼다.
명리에서 쓰는 만세력은 태양의 운동 궤도와 일치하는데,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들은 태양의 이 궤도를 황도(黃道)라 이름하고 12궁으로 나누었다. 이를 황도 12궁, 즉 Zodiac 이라고 칭하고 그 별자리들은 Zodiac Sign이라고 한다. 그리스 신화의 원조라 할수 있는 메소포타미아의 신화들은 이 황도와 12궁과 깊은 관련이 있다. 만세력은 알고보면 고대의 수메르인들에게도 관련이 깊은 력(歷)인 것이다. 박일우 선생이 뜻하는 그 궤도란, 황도 12궁의 궤도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 궤도는 1년 12개월이라는 주기, 명리의 12지지, 하루 24 시간을 2시간 단위로 나눈 것과 일치한다. 또한 이 궤도는 다름아닌 인간에게도 적용된다고 박일우 선생은 말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진실 여부는 각자의 생각에 달려 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삼명통회의 저술 시기는 명대(明代) 1578년 이라고 한다. 저자 만민영은 제 1장 '원조화론(原造化論)'에서 삼명통회가 성리학적 관점을 배경으로 한 저술임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원조화론 1~2절(節)은 '주자(朱子) 가로되~ ' 로 시작하는 문단의 연속이다. 본서의 바탕은 주자학으로 변태한 성리학의 관점임을 밝힌 저술이라는 것을 명시했다.
[[ 서평이 무척 지루한 스토리인듯 하여 노래 한곡 들으시기를... ]]
강의 좀 한다는 분들은 입버릇처럼 '삼명통회에서 말하기를... 혹은 삼명통회는...' 이라는 말을 자주 언급한다. 이는 삼명통회의 권위를 빌어보겠다는 의도가 담긴 3인칭 화법이다. 1인칭 복수형이나 3인칭 화법은 권위를 내세워 '쓸데없이 태클 걸고 들어오지마!!'라는 강한 의도적 화법이니 말이다. 삼명통회가 명리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대략 이러하다. 삼명통회를 인용하는데 과연 이의를 제기할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더우기, 입문자나 초심자들이 삼명통회를 읽어 봤을리 만무하니 말이다.
막상 삼명통회를 읽어보니, 과연 '삼명통회에서 말하기를...' 로 시작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명통회는 결코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책이 아니기때문에 누군가가 태클을 걸어올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뜻이다. 삼명통회는 수차례 읽고 또 읽어 그 뜻의 허실을 과연 파악할 수 있어야할 것이라는 사적인 견해가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신뢰와 의심을 동시에 던져주는 삼명통회는 전문서의 오묘한 느낌을 동반한다.
이 느낌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아마도 삼명통회가 전달하는 명리의 이론 자체가 아니라 쉽게 공감하기 여려운 몇몇 예시 명조들의 난해함이 연유로구나 싶다. 명쾌한 명조들을 예시하고 있는 적천수(適天髓)에 비하면 삼명통회가 제시해주는 명조들의 자체 난이도는 까다롭다는 것이 사적인 견해이다. 고로 이 자리를 빌어 삼명통회는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는 점도 명리의 하수로서 언급할 수 밖에 없다.
만민영께서 사례로 제시하는 다수의 명조들은 쉽게 말해 난이도가 높다. 흔히 말하는 용신(用神)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 경지를 요하고 있다는 것이 사적인 견해이다. 더구나 현대의 실전 명리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納音五行(납음오행)으로의 접근은 낯설기만하다. 고로 삼명통회가 제시하는 명조들의 허실을 파악하기 위해 어느 수준의 안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會殺印化(회살인화), 時殺歸庫(시살귀고), 棄命從殺(기명종살)등, 대략적인 이론들은 여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사적으로 설명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아 머리가 아픈 사례를 만나기도 하는데 제 3장 육친론의 122쪽이 그러하다.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명조는 아래와 같다.
[[ 핸드폰으로 보니, 명조를 읽을 수가 없어 사진으로 수정합니다 ]]
설명하기를 "財官(재관)이 雙美(쌍미)하고 二丙으로 身이 旺(왕)하니,"(p. 122) 라고 써있다.
申月 丙申時에 태어난 丙子를 "身이 旺하다"라고 한 부분에서는 사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웠다. 제 아무리 丙火가 둘이라 하더라도 깔고 앉은 자리가 가시방석이다. 丙火가 어찌 편안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봐도 내게는 身弱(신약)으로만 보이니 딜레마에 빠지는 순간이다.
또한,
130쪽에 제시한 명조는 아래와 같다.
설명하기를, '水火旣濟格(수화기제격)인 故(고)로 貴命이라고 한다" 라고 썼다. 이 명조는 종(從)하지 못하는 신약(身弱)으로 좋은 운(運)을 만나지 못한다면 결코 貴命이라 할 수 없어 보인다. 이 예시 또한 납득할 수 없다.
물론 나는 초학이므로 뭘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 처지인 것은 틀림이 없다. 고로 비슷한 초학자들이 살피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이 또한 명리를 업으로 삼지 않는 아마추어의 사적인 견해가 그렇다는 것이니 이 또한 너른 양해를 구한다.
240 쪽에서 제시한 다음의 명조는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책에는 "고요상서(高燿尙書)"의 명조 이며, "官界 一品의 命이다" 라고 설명했다.
갑무경(甲戊庚) 삼기(三奇)를 이루었다 하나, 위는 분명 군주를 산산히 부서트리는 명조라 하겠다.
과연 어느 주군이 이 신하를 가까이 두려할 것인가. 설사 벼슬을 했다 한들(관료의 사주로 보이지 않지만) 변방에서 돌아오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삼명통회의 一品, 즉 장관급 사주라는 설명을 마주하니 일천한 者로서 이유를 되 물을 수도 없어 무척 당황스럽다. 그래서 이렇게 나와 같이 일천한 者를 두고 뭇 사람들이 말하기를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했을 것이다.
삼명통회 (2) 는 언제 쓸지 기약이 없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