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울아들이 검정 마스크 사진을 링크해서 보내주며 그걸 사달라고 했었다.

내가 보기엔 시커먼 것이 패셔니스타 울아들에게 어울리지 않아보여,

오늘 오전 내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보았다.

 

(아들이 보내준 인터넷에서 판매 중인 껌정 마스크)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마스크)

 

내 딴엔 아들의 취향을 고려하여 고른 껌정색을 존중해 준다는 의미에서 껌정 체크를 원단을 선택하여,

한땀 한땀 이태리 장인의 정신에 감정 이입은 아니더라도, 나름 빙의하여 만들었다.

좋아할 아들을 상상하며 완전 기분이 좋아 보내줬더니,

괜히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했다며 툴툴댄다.

(이 사진은 "미디어 오늘"에서 업어왔습니다)

 

아들, 정녕 이 용도로 사용하려고 사달라고 했던거냐?

미리 얘기했으면 이 엄마가 안 돌아가는 머리라도 굴려 완전 폼나게 만들어줬을거 아니냐?

 

 

닥치고 책이나 읽어야 겠다.

 

 

 

 

 

 

 

 

망원동 에코 하우스
고금숙 지음 / 이후 /

2015년 10월

 

내가 거절 당한것 같아 완전 우울한데,

이 책은 왜 이리 잼나는거냐?

그동안 내가 봐왔던 작가들 중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가독력 있는 글빨을 자랑하는 것 같다.

암튼  고금숙이 누군지, 나한테 딱 걸렸다.

그녀의 전작 주의자가 되고 말테다~(,.)

 

몸마저 비리비리한 나는 시골에서는 영 쓸모가 없는 인간이다. 게으르고 허약해서 농사를 업으로 삼을 수가 있나, 프로그래밍이나 웹디자인 같은 기술로 시골에서도 밥벌이가 가능하기를 하나, 동네 어르신을 모시고 읍내 병원까지 운전할 수가 있나, 영 되는 것이 없다. 내가 보기에 시골에는 운전, 간호, 디자인, 홍보 등 도시에서도 통용될 기준을 가졌거나 농사를 전업으로 삼을 젊은이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생태적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 도시에 남아 저항하고 싸우며 도시의 숨통을 튀워야 한다.(10쪽)

나랑 비슷한 조건인데, 분석력에다 추진력까지 갖추었다.

나처럼 되지도 않게 포크레인 앞에서 힘 빼고 삽질을 하며 진을 빼지도 않고,

번지 수를 잘못 찾아 놓고고 엉뚱한 상상으로 자아도취하여 헛물을 켜지도 않는다.

이러니 내가 어찌 멋지다고 열광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 말이다.

 

암튼 마음을 추스리고 책이나 읽어야겠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사는 방식이 당신을 말해준다."
-권산,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북하우스,2010) (21쪽)

 

난 아무래도 앞으로도 한참동안을 되지도 않는 걸 두고 헛물을 켤지도 모르고,

시행착오를 몇번이나 더 반복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장담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배꼽 빠지게 웃을지도 모르니,

배꼽 단속을 잘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편견이나 선입견에서 탈피했다고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습관화되어 현실에 안주하려는 매너리즘과 타성에서 탈피할 수 있다.

부디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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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08 15:14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잘 만드셨는데요.^^
저도 어렸을 때, 엄마가 만들어주는 것보다 사주시는 걸 좋아했던 생각이 나네요.^^


양철나무꾼 2015-12-08 19:00   좋아요 0 | URL
감솨합니다.서니데이님 솜씨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자랑스럽고 만족합니다~^^

저희 아들은 며칠전 집회에 사용할 복면대용 마스크가 필요했던 거랍니다~--;

마녀고양이 2015-12-08 16:01   좋아요 0 | URL
고생했네~
자식이든 남편이든 맘 맞추는 게 쉽지않아. 하긴 내 맘도 헛갈리는 판국에.

이쁜 귀마개 구합니다 ^^

양철나무꾼 2015-12-08 19:02   좋아요 0 | URL
코알라 잘 있나?
마고님은 안 보고싶은데, 코알라가 마이 보고싶네~--;
코알라가 사용할거라면 귀마개 뿐이겠음? 입마개, 눈가리개 뭔들 몬 만들겠음?
나 이러고 말뿐인 부도수표 남발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ㅠㅠ

마녀고양이 2015-12-09 10:10   좋아요 0 | URL
아하하, 코알라가 이제는 완전히 청소년인지라
엄마의 친구를 만나는 자리에는 절대 안 가려고 하네. ㅋㅋ

글구........ 울 코알라도 자기 아들과 비슷해. 취향 맞추기 어려워.... 흑.

양철나무꾼 2015-12-11 16:22   좋아요 0 | URL
아냐, 아냐~!!!
내가 코알라는 극복할 수 있어.
뵈주기만 하면 그다음은 내가 다 알아서 하겠음~!!!

마녀고양이 2015-12-11 17:52   좋아요 0 | URL
어쩌나... 그 보여주기가 어렵다네, 내 마음대로 할 나이를 지났거든, 아들 겪어봐서 잘 알텐데 ㅋ

난 코알라랑 영화본 기억도 까마득해 ㅋㅋ

단발머리 2015-12-08 16:53   좋아요 0 | URL
세상에서 하나뿐인 너무 멋진 마스크예요.
솜씨가 너무 좋으세요.
캉캉토끼때부터 알아봤어요. ㅎㅎㅎㅎ

양철나무꾼 2015-12-08 19:0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캉캉 토끼 기억하고 계시네요~^^

책읽는나무 2015-12-08 17:57   좋아요 0 | URL
역시!!
왜 공방을 꿈 꾸시는지 알겠어요
님의 손재주도 부럽군요^^
전 손재주 좋으신 분들이 부럽답니다

근데 저 마스크 쓰고 사진 찍어도 폼나지 싶은데~~동물모냥 마스크가 유행인가봐요?^^

양철나무꾼 2015-12-08 19:04   좋아요 0 | URL
저희 아들은 폼나는게 목적이 아니었고, 얼마전 복면금지 집회에 사용할 복면 대용의 마스크가 필요했답니다. 어케 저런 것도 아빠를 꼭 닮았는지...에혀~--;

cyrus 2015-12-08 19:08   좋아요 0 | URL
마스크 잘 만들었어요. 진짜 가게에 파는 마스크인 줄 알았어요. ㅎㅎㅎ 제가 군인이었을 때 눈 치우는 날에 저런 마스크를 썼어요. 국방색 마스크는 촌스러웠어요. ^^

양철나무꾼 2015-12-11 16:00   좋아요 0 | URL
하하~, 눈과의 절묘한 조화를 위해서라면 국방색보다는 힌색이나 검정, 또는 저런 흰검 체크가 적당하지 않을까요?
군대 다녀온 사람도 아닌데, 남자라면 누구나 국방색 카고(건빵)바지를 유니폼처럼 입는 건 어찌해석해야 해요? ㅋㅋㅋ

그나저나 저 마스크 함 팔아볼까요?
한 천원에 팔리려나?@@

감은빛 2015-12-08 21:35   좋아요 1 | URL
완전 잘 만드셨어요!!
추천하신 책은 보관함에 담았습니다.
다만 언제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우선 이번 주말까지 지옥 같은 일정을 소화한 후에나,
책이 눈에 들어올 것 같아요.

날 추운데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죠?
늘 건강하시길~~

양철나무꾼 2015-12-11 16:23   좋아요 0 | URL
오늘은 봄날 같이 따사로운 걸요~^^
님도 지옥같은 일정 끝내시고 한 숨 돌리시려나?


감은빛님 공주님들도 잘 지내죠? 헤에~^^

비로그인 2015-12-09 21:19   좋아요 0 | URL
마스크 완전 멋져요~~아드님도 짱 멋지구요!!!!!!!
저도 요즘 마스크에 도전해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5-12-11 16:25   좋아요 0 | URL
아른 님도 함 만들어 보세요.
아른 님표 마시크는 어찌나올지 기대마발입니다여~^^
 

이 책은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 인문학'을 읽고 읽게된 책이다.

예전에 들였지만 제목이 주는 뉘앙스가 요행을 바라는것처럼 느껴져,

길들여진 것에 익숙하고 틀에 맞춰 규칙적으로 살려는 내 기준으론 거부감이 생겨서 그동안 비껴갔었는데,

요번에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 인문학'이 참 좋았어서 그런 사람의 것이라면 읽어볼만 하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김승호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10월

 

 

 

 

돈보다 운을 벌어라
 김승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4월

 

결론을 얘기하자면 충분히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지만,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 인문학'을 먼저 읽은 후에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예로 든 내용들이 펼쳐져 있어서,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나의 독서 취향은 잡식성이라고 할 정도로 모든 분야를 두루 섭렵하지만,

그런 나도 안 읽는 분야가 있는데, 자기계발서이다.

이 책도 관점에 따라서는 자기계발서처럼 읽힐 수도 있는데,

자기계발서와 다른 점은 이야기의 전개방식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어서 과학적이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과학전공자여서 사고방식이 그렇게 훈련되고 적응되었고,

그랬으니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물리학자와 의사들을 상대로 강의를 할 수도 있었던 것이겠고,

반백년을 과학으로서의 주역을 연구했다고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것이겠지만,

딴지를 걸 요량으로 과학이나 논리의 잣대를 들이대면 숭숭 뚫린 구멍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무척 능동적ㆍ적극적이면서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사실이었고,

그가 말하는 운을 버는 방법이란 결국 매사에 능동적, 적극적,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인생이란 주어진 상황을 끊임없이 개선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도 그 자체로 도전의 역사였다. 주어진 대로 쉽게 사는 것이 분수를 지키는 것 아니냐고? 천만에! 그것은 태만한 것이다.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남자든 여자든 그래서는 안 된다. 절제란 부득이한 경우에 하는 것이지, 발전의 길을 망가하게 만들면 안 된다. 절제도 지나치면 무능함이고 죄악이다.(43쪽)

 

그는 운을 버는 것을, 운을 이끌어낸다고 하는데,

'일일이 다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면서 '중요한 것은 운을 끌어내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이것이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었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45쪽)거나,

'절대로 따지지 마라. 차차 알게 된다. '(58쪽)거나,

'뒤에서 더 자세히 논하겠다'(94쪽)거나,

'이쯤되면 골치가 아플테니 어려운 설명은 그만하자'(124쪽)고까지 한다.

 

우리가, 아니 적어도 내가 책을 읽는것은,

일일이 전부 다는 아니어도,

하나하나 열거하고 나열하고 있는 것을 나의 그것과 비교해 보기 위해서 이고,

조곤조곤 따지고 한단계씩 밟아나가면서 깨닫게 되는 모범 답안이나 롤 모델로서의 그것을 기대해서 이고,

뒤에서 더 자세히 논할 때까지 이런 저런 자료를 보충하여 알아 먹을 수 있는 밑천을 차곡차곡 쌓아놓기 위해서 이지,

'이쯤되면 골치가 아플테니 어려운 설명은 그만하자'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가 결코 아닌 것이다.

 

또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주역의 괘는 괘로서 존재하는 것이지,

어떤 괘가 좋고 어떤 괘가 나쁘다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의 주관이 너무 많이 개입한다.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 인문학'에서는 '산'괘를 관우와 산, 방패를 연관시켜서 긍정적으로 얘기한 반면,

이 책 '돈보다 운을 벌어라'에서는 '꽉 막혀있다는 뜻이다. 변화가 적다. ㆍㆍㆍㆍㆍㆍ다만 운명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이런 성품은 최악이다.(246쪽)라고 얘기한다.

또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 인문학'에서는 '풍'괘를 말에 신용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돈보다 운을 벌어라'에서는 '풍은 한마디로 넓음이다. 바람의 속성은 '객관적'이라는 개념과 같다.(246쪽)'고 하고 있다.

이쯤되면 나의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키고도 남는다.

 

주역의 괘를 놓고 '좋다, 나쁘다'라고 하는 것은 주역, 하늘의 입장이 아니라, 지극히 편협한 인간의 입장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복권을 도박이 아니라 하늘에 소원을 비는 경건한 행위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액땜이라는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가끔 접시를 깨야겠고,

밝고 이쁜 색깔의 옷을 입거나 소지품을 몸에 지녀야 겠다.

 

그렇게 봤을때,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 색깔들은 운을 부르는 색깔이 되겠다.

난 운을 부르려고는 아니고,

거리도 그렇고, 나라도 그렇고,

너무 침체되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길래,

분위기를 업시켜 보려고 맘 먹고 크리스마스 인테리어를 해봤다.

뭐, 크리스마스 인테리어라고 해서 다른 특별한 것을 할 여력은 없고,

책장에 가렌드를 하나 달아주셨다, ㅋ~.

 

 행복한 크리스마스 가랜드
 웅진주니어 편집부 지음 / 웅진주니어 /

 2014년 11월

 

 

 

그리고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서니데이님표 블룸블루 토트백을 장만했다.

그랬더니 크리스마스 티 코스터가 2장이나 사은품으로 같이 왔는데,

딱 내 취향이다, ㅋ~.

이 책의 저자 '김승호'님이 봤다면, 운을 부르는 색깔이라고 했을 것 같다.

 

서니데이 님의 '소잉데이지'바로가기▶

 

서니데이 님의 소잉데이지에선 연말 이벤트도 진행중이라고 한다.

서니데이 님의 서재에서만 할인가 이벤트를 한다고 하니,

한번씩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서니데이 님의 서재 바로가기▶

 

 

다음 나의 독서 목록은 '이지형'님의 '강호인문학'이다.

 

 

 

 강호인문학
 이지형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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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2-06 04:37   좋아요 1 | URL
주역 ㅡ은 점술이 아닌 누적된 산술과 비슷하지않던가요?
와 ㅡ이쪽으로도 참 ㅡ많이 보셨네요 ㅡ!!!^^
아는 척 함부로 하다간 ㅎㅎㅎ멋지십니다~!^^

책읽는나무 2015-12-06 07:55   좋아요 1 | URL
미리 크리스마스 갑자기 들뜰 수있어 좋네요!
책도 읽어보고 싶어지구요!^^

서니데이 2015-12-07 01:19   좋아요 1 | URL
그래서 주역이 어려운 것 같아요. 책마다 해석법도 다 다르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워요.
그래도 최근에 나오는 책들은 조금 더 설명이 쉬워지는 것 같긴 합니다.

전년도 같으면 지금쯤이면 시내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좀 있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잘 모르겠어요.
집에 작은 가렌드 하나만 걸어도 분위기가 달라지네요, 소소한 것들도 마음을 좋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저희집 티코스터 마음에 드셔서 다행입니다.
양철나무꾼님, 고맙습니다. 월요일 좋은 하루 되세요.
 

8월 중순이 되어 여름 휴가를 다녀왔고,

책 몇권을 이렇게 저렇게 건드리고 있는데,

난독증에 걸린 것마냥 글이 비껴간다.

 

호킹지수 98.5%를 자랑한다던 황금방울새는 내 개인적인 기준으론 뻥인듯

1.5%라고 해도 믿어줄까 말까이고,

'도나타트'의 '황금방울새'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황금방울새'

 

'대지의 기둥'을 '켄 폴릿'의 '20세기 3부작 시리즈' '거인들의 몰락'은 1,2권 완간되었건만

'3부작 시리즈'라는 수식어에 눈이 멀어 여지껏 3부작이 완간되기만 기다리다 며칠전 주문을 넣었다.

 

그리고 '먹는 존재' '읽는 인간'이런 책들도 읽었고,

'야생초밥상'과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를 읽었다.

 

난 일본작가의 책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오에 겐자부로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그것과 인간으로서 존경을 표하게 되는 것은 다른 일,

제목 또한 내공을 짐작할 수 있게 '읽는 인간'이다.

 

먹는건 숨쉬고 살아가기 위해선 누구라도 해야하는 일이지만,

읽는 건 인간이 먹는 존재와 차별화 될 수 있는 특징이다.

 

살기 어려워지고 각박해진다고 하지만,

그건 알라딘서재를 비껴간 일들로 인식되었었다.

책을 읽는다는건,

등 따숩고 배 부른 후에 충족시킬 수 있는 욕구라고 생각했었다.

 

먹고 살기 위하여,

잠 자고 쉴 시간도 부족한데,

책 읽을 시간이,

또는 독후감이나 리뷰를 끄적거릴 시간이, 어디 있으며,

책 얘기를 빙자하여 노닥거리거나 이웃 서재를 마실 다닐 시간이 어디 있겠나 말이다.

이건 육체나, 정신 모두에 적용되는 말이다.

 

알라딘 서재에 들어와서 책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단순히 그저 '먹는존재'를 넘어선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처럼 나이 먹어가고,

깜박깜박 하는 기억력을 붙들어두기 위하여 기록으로 남기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누군가 들어줄 귀를 위하여,

또는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또는 자신의 지적 허영을 과시하기 위해,

또는 파워리뷰어를 가장한 지름신들도 있고,

책 얘기로 위장해서 진심을 알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이게 조금조금씩 엮여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더라.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는 박형규 님의 안나 까레니나 한 구절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왜 나만 이토록 아프고,

왜 나만 이렇게 지지리 궁상을 떨면서 사나 하지만,

어떤 의미로든 아프지 않거나 궁상 떨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통각을 느끼는 역치가 다르거나 궁상을 받아들이는 척도가 다를 뿐이지...사는 건 다 비슷비슷하다.

 

하지만, 책 읽고 글을 쓰고 책이라도 낸다고 하는 사람들은 뭔가 달라야 한다 생각했나 보다, 난.

그래서 실망감이랄까 상실감이 더한가 보다.

책이 삶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글을 써서 반성하고 돌이켜 나아지지 못한다면,

그럴거면,

책은 읽어 모하며...글은 써서 모하냔 말이다.

 

'먹는 존재'와 '읽는 인간'이 달라야 하는 까닭이고,

그동안 나의 난독증의 근원이라면 근원이랄 수 있겠다.

 

 

 

 

 거인들의 몰락 1
 켄 폴릿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거인들의 몰락 2
 켄 폴릿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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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8-20 19:21   좋아요 0 | URL
황금방울새 사놓고 못 읽고 있는데 더 엄두가 안나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5-08-20 21:06   좋아요 0 | URL
도나 타트 이 작가가 되게 철학적으로 글을 써서 켄폴릿과 비교해 보게 됐어요, ㅋ~.
저 지금 1권 후반부로 접어드는데, 막 재밌어져요.
트라이 투해보세요, 아자, 아자~^^

혜덕화 2015-08-20 20:59   좋아요 1 | URL
식욕과 색욕은 인간의 기본 욕망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이 기본이 충족되고 나면
실체 없는 이름-我 , 내가 나라고 생각하고 규정지어 놓은 것들에 얼마나 휘둘리고 사는 지
보게 됩니다.
그것도 나 자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서.
관계 속에서의 나를 실제하는 나로 착각하고 사는 거겠지요.
자신을 바로 보기가 참 어려운 일이구나, 타인의 삶을 통해 다시 느낍니다.

양철나무꾼 2015-08-20 21:17   좋아요 1 | URL
혜덕화 님,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제가 요번 일을 바라보는 관점은 차치해 두기로 하고,


관계가 중요한 이유는 나를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는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아무리 그럴 듯 하게 얘기하는 듯 해도 그런 얘기는 그래서 공허한 법이지요.

cyrus 2015-08-20 20:27   좋아요 1 | URL
저는 글쓰기와 독서가 무조건 인생을 달라지게 만드는 행위로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런 생각 속에는 독서를 성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인식이 깔려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지성의 독서론을 좋아하지 않아요. 성공에 초점을 맞춘 독서는 억지로 책을 읽게 하는 강제성이 느껴져요. ‘이 책을 읽어야 성공할 수 있어, 성공한 사람은 이런 책을 다 읽더라.’ 오히려 이런 문구가 독서를 멀리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나무꾼님이 독서와 글쓰기에 회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개인의 만족을 위해서 글을 쓰는 것도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양철나무꾼 2015-08-20 21:32   좋아요 0 | URL
cyrus님, 이지성의 책들은 한권도 읽어보지 못해서 모라고 코멘트하기 어려운데요~--;(아이고, 땀나라~``)
저도 독서와 글쓰기가 인생을 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보지도 않고,
그런 의도로 하지 않은 말이란걸 님도 잘 알고 계시죠?
제가 얘기하고자 한것은,
말과 행실이 다른 사람,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은 되지 말도록 노력하자,
아니 적어도...
나를 재는 기준이나 잣대와 다른 사람을 재는 기준이나 잣대에 형평성을 가질려고 노력하자, 는 얘기였어요.

당근, 저로 말할 것 같으면 깜박깜박 하는 기억력을 붙들어 두는 것만으로도 완전 만족하는 단순한 타입이지만서도, ㅋㅋㅋ~.

AgalmA 2015-08-20 21:36   좋아요 0 | URL
<읽는 인간> 나왔을 때 신영복 선생님 <담론> 생각이 떠올랐어요. 세상풍파를 견디며 읽고 쓰며 살아온 거목들의 울림...시간되시면 살짝 비교 말씀도 부탁드립니다^^...혹 모두에게 실례일까요;

양철나무꾼 2015-08-20 21:43   좋아요 0 | URL
언제 시간이 되면 `읽는 인간`도 리뷰로 써볼까요?
오에 겐자부로와 신영복 님은 완전 스타일부터 다르신데,
오에 같은 경우는, 읽는 해와 쓰는 해를 따로 분리해서,
읽는 해에는 2년이고 3년이고 한권을 집중적으로 읽는다고 하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세요.
한권을 읽어도 깊이 읽는 타입이라고 할까요?
책상에 앉아서 완전 몰입하고 연구한 것까지는 알겠는데,
그 다음은 이분의 작품을 읽은게 없어서리~ㅠ.ㅠ

반면 신영복 님은 뭐랄까, 바닥을 친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여유 같은게 느껴지죠~^^
팟케스트 방송<담론> 들어보세요, 느끼실 수 있을거예요.

AgalmA 2015-08-20 21:51   좋아요 1 | URL
<담론> 팟캐스트에서 신영복 선생님 목소리 듣고 박원순 시장 목소리랑 비슷하단 생각했어요ㅎ;
오에 겐자부로 책들 읽으면 이 분도 만만찮게 바닥을 친 분이란 생각이 든단 말이죠. 그런데 오에 겐자부로는 아무래도 소설가라서 그럴 테지만, 여유보다는 자신을 첨예함 속에 둔다고 할까요...작가란 무엇인가...참 형벌 같다고 할 밖에.

양철나무꾼 2015-08-20 21:54   좋아요 0 | URL
저도 작가란 무엇인가는 읽었는데...그건 아무래도 인터뷰 집이다 보니 치열하다는 느낌은 안 들더군요.
박원순이라고 하시니 강용석이 떠오르는 것이...ㅋ~.
어쩔 수 없는 속물인가 봐요~--;

프레이야 2015-08-23 23:31   좋아요 0 | URL
님, 휴가 잘 보내셨어요?
뜬금없이, 좋은 페이퍼에 므쓱해서 인사드려요^^

양철나무꾼 2015-08-27 16:14   좋아요 0 | URL
전 그럼 밤낮없이 불쑥 인사드려야겠네요~^^
카카오스토리에서도 그렇고, 이곳에서도 그렇고,
한밤중이나 새벽이어서 알람이 설정되어 있을까봐,
조용히 되돌아나오기도 하는걸요~--;

프레이야 2015-08-27 19:02   좋아요 0 | URL
ㅎㅎ모두 알람 꺼놓으니 신경 안 쓰고 마구 날려도 좋아요 ~^^

yureka01 2015-09-02 12:37   좋아요 0 | URL
깊은 공감 !~~~~~~~~~~~~~~~~~~
 

언젠가 어떤 알라디너가 책 제목만으로도 보고싶어지는 책이 있다고 했는데,

내게 이 책이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다.

'거리의 인문학자'라는 말도 좋았고,

'책에 대한 책 이야기'라는 것도 좋았고,

난 책 한권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을 책을 얻게 되는 그런 책읽기를 좋아하는지라,

서른 개의 키워드로 '삼백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좋았다.

 

이 책은 프롤로그에서 '왜 책고집인가?'라고 묻고,

본문에서 대답을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책은 나를 비난하지 않았고, 글은 나를 위로해 줬다!(23쪽)

가 되겠다.

 

20대 이후 10년을 주기로 갖가지 좌절과 불행의 시간을 맞았단다.

20대 말엔 극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나섰다가 나동그라졌고,

30대엔 하필이면 IMF 외환위기의 한 중간에 입시학원을 차렸다가 쫄딱 망했단다.

40대 후반에는 노숙인 인문학에 참여했던 걸 계기로 <빅이슈>라는 노숙인의 생계를 돕는 잡지,

창간 운동을 펼치다가 시쳇말로 모든 걸 날려버렸단다.

 

매번 다른 내용의 좌절이었지만 그때마다 그를 구원해준 건 책읽기와 글쓰기였단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도 만날 수 없어 고립감에 빠져 든 순간,

그가 살아있음을 증명할 유일한 방법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었단다.

글쓰기는 고통을 잊게 해주었단다.

눈만 뜨면 도서관을 찾아 닥치는 대로 읽었고, 읽은 뒤엔 꼼꼼하게 기록하는,

그렇게 읽고 쓰기를 수년간 반복했단다.

 

블로그에 서평을 꾸준히 올렸던 덕분에 책 열심히 읽는 사람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그것이 '도서평론가'라는 이름으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는 계기가 되어,

그 후 10년 동안 줄기차게 방송활동을 했단다.

 

다시말해, 그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에게 글쓰기는,

'살아있음의 증거'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공부로서의 과정'이며,

인정욕구에 더불어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소통에 대한 의지'이기도 하단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책 표지의 그것처럼 내용은 '훅~!' 와닿았는지 모르겠지만,

찰싹 달라붙는 감칠맛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분명하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독자가 모이지만, 모호하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비평가만 몰려들 뿐이다.'

하는 '알베르 카뮈'의 <글쓰기의 힘>을 인용하여 그의 입장을 표명하는데,

불필요한 수식을 빼고, 채 정리되지 않은 생각으로 이리저리 비틀고 휘젓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담은 간결한 글을 좋은 글로 친다.(18쪽)

 

결국,

'천천히, 거듭해서, 항상 질문을 던져가며 읽어라'라는,

그가 책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명확하게 전달되었지만,

그가 이 책에서 '나를 찾는 책 읽기', '앎을 찾는 책 읽기', '일상의 책 읽기' 라는 목록의 책들은

아쉽게도 내가 읽은 것들과 거의 겹치는 것들이었고,

그렇지 않더라도...책의 내용들을 친절하게 발췌하고 제시하고 있어서 새로울 것이 없었다.

 

알라딘 서재, 이곳의 다른이들 또한 다들 나 정도의 내공은 될 것으로 사료되는 고로,

그렇다면 이 책이 화제가 된 건,

SNS에서 <22인의 대권주자 품인록>과 <10대 그룹 촌철살인 한 줄 평>과 관련해서 였나 보다.

 

최 준영 님은 책고집이라는 둥, 新독서주의라는 둥의 말로 표현하지만,

난 이 책과 관련하여 SNS 이상 떠오르는 것이 없는고로,

이렇게 한마디 하며 마무리해야 겠다.

 

단련은 千日을 하고, 연습은 萬日을 한다.

그러나 승부는 일순간, ㅋ~.

 

 

 

 

 

 

 

 

 

 최준영의 책고집
 최준영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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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8-06 19:02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하루에 책 한 권씩 읽으시는겁니까!!!

양철나무꾼 2015-08-07 12:31   좋아요 0 | URL
아웅, 다락방님, 아니 락방님~!!!(저 요렇게 함 불러보고 싶었어요~^^)
제가 락방 님께 명함을 못 내미는데 무슨 말씀을요~!

전 일주일에 서너권을 읽으려고 하는데,
보통 한권정도 읽을만한 책과, 서너권의 그렇지 않은 책을 추려내는 것 같아요.

집에서 따로 보는 인문서적이나 과학서적은 어떤건 한달, 어떤건 1년도 걸리구요~ㅠ.ㅠ

책읽는나무 2015-08-06 19:16   좋아요 0 | URL
찰싹달라붙는 감칠맛 나는 리뷰 아니 독후감?은 님을 비롯한 알라디너들의 글만큼 좋은 글이 없는 것같사옵니다^^

양철나무꾼 2015-08-07 12:39   좋아요 0 | URL
좋은 글이라고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다른 알라디너의 것은 몰라도,
제것은 형식도 없고, 경계도 없는 것이,
감상문 수준도 아니고,
걍 Feel 충만하여 쓴 느낌 정도라고 봐 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공을 안 들인다는 얘긴 아니고,
그때 그 순간의 느낌에 충실하려다가 보니,
나중에 봐서 영 아닌것 같고,
글이 늘어지거나,
그 얘기가 왜 적혀야 하는지 모르겠는 뜬금없는 얘기여도,
오탈자가 뒤늦게 보여도,
퇴고나 교정을 잘 안하게 되더라구요~ㅠ.ㅠ

yureka01 2015-09-02 12:38   좋아요 0 | URL
빌리 조엘..오랜만에 듣네요 .감사합니다~~~
 

한니발 렉터라는 사람이 있다.

토마스 해리슨이 만들어낸 소설 속의 살인마이다.

살인마는 살인마이고 악인은 악인인데 묘한 것이,

마음 속 한켠에선 나도 모르게 동정하는 마음도 조금 있다는 거다.

소설의 흥행에 힘입어 영화로도 나왔었는데,

난 시각적 영상이 주는 충격에는 약하여 몇날 며칠 날밤을 새는 불상사가 생기는 고로 못 봤었고,

책은 끝까지 다 읽었던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뜨문뜨문 하지만 두번 다시 읽고 싶지는 않다.

 

암튼, 감옥에 갇혔던 그는 신분을 위조해 탈출에 성공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차치하고,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그가 어렸을때부터 엄청 똑똑하고 머리가 좋았다든지, 예술적 소양이 뛰어나다든지 따위가 아니라,

그가 감옥에 갇혀 있을때 제일 힘들어 한것이,

예술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하는 '억압받는 생활'이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감옥에 갇혀서도 매너리즘에 물들고, 타성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는 것이고,

그 사실이 내겐 굉장한 충격이었다.

 

매번 다른 제목, 다른 주제의 책을 읽는데도,

메너리즘과 타성에 빠져 책에서 내가 보고싶은 것들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서 어쩌지 못하는 중에, 기태완 님을 만났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게 되는 꽃과 나무들에게 관심을 갖고 집어서,

씨실과 날실을 엮듯 종횡으로 넘나든다는게 말로는 쉽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지 싶다.

그것도 수십년을 한결같이 마음을 모두어서니까 말이다.

평상시 나는 우리나라의 옛고전을 읽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는데,

기태완 님은 대학시절 '강희안'의 '양화소록'과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읽고 감동하여,

꽃과 나무를 따라 방방곡곡으로 찾아다니고 한게 벌써 수십년 째란다.

표지에 혹해서 시작하게 되는 책이 있다.

진달래 꽃잎 빛깔과 연두 이파리 빛깔을 닮은 표지를 보자마자 반해서,

속 내용은 어떻든지 상관없다는 심사로 달려들었다.

물론 나름의 단점과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여러 가지 꽃과 나무를 중심으로,

고서들을 참고서 삼아 엮다보니 글이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기태완 님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또 이렇게 온갖 고서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을까 생각하면,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지 싶다.

처음 '서향화'로 시작하는데, 요즘 말하는 '천리향'이란다.

'서향화'가 '초사'에 실린 '노갑'인지 의문스럽다고 퉁친다.

여러 고서를 살펴본 후에 서향화가 꽃 문화권으로 들어온 것이 송나라 때인것 같다고 하면서,

왕십붕의 '서향화'라는 시를 제시한다.

ㆍㆍㆍㆍㆍㆍ참으로 한가할 때의 좋은 벗이다. 이른바 쉽게 죽는다는 것은 참으로 맹랑한 말이다. 아! 대개 사물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 만약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면 빈 산중에서 스스로 피고 스스로 지더라도 끝내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찌 한스럽지 않겠는가? 어찌 원망하지 않겠는가? 강의한, 『양화소록』중에서

강희안과 서향화는 참 친한 사이였나 봅니다. 누구나 서향화 같은 벗을 사귀면 행복할 것입니다.(17쪽)

 

그런데, 한가지 의아한 것이,

21쪽의 '김창업은 서향화의 속명이 정향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정향은 서향화와 다른 나무지만 그 꽃과 향기는 비슷합니다. 자정향紫丁香은 라일락을 한자로 표기한 것입니다.'와 관련하여서이다.

 

언젠가 읽었던 토마스 해리스의 한니발 시리즈(아마 한니발 라이징이었던 것 같다.)에 보면,

거기에 정향이라는게 나오는데, 그때 라일락으로 알아 먹었었다.

그런데, 정황 상 한니발 라이징이라는 책에 사용된 정향은 clove가 아닐까 싶다.

암튼 어디에선 물푸레나무, 어디에선 수수꽃다리 라고 하는데,

도대체 뭐가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또 한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오얏 이씨입니다."이다.

그렇다면 우리 남편도 자두 나무 아래 노자의 후손이 되는 건가? ㅋㅋㅋ~.

 

여러가지 잘못 알고 있는 이름이 있었고,

파초가 '바나나 나무'란 사실도 고수들이 볼때는 당연하겠지만,

내겐 놀라운 새로움이었다.

 

정향나무라고 해서 한니발 렉터가 떠올랐고,

한니발 렉터 하니까 떠오른 것이,

희대의 살인마, 범죄자, 흉악범이라는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 아니라,

1권 마지막에서 스탈링이랑 송로 버섯과 프랑스 최고급 와인의 만찬을 즐기던 완전 품위있는 모습이었다.

또 한가지 그는 악인이지만, 선량하게 사는 시민, 착한 사람들은 절대 해치지 않았었다.

 

어느 누구는 예술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하는 생활을 견딜 수 없어 하는 가 하면,

어느 누구는 대학시절 '강희안'의 '양화소록'과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읽고 감동하여,

꽃과 나무를 따라 방방곡곡으로 찾아다니고 한게 벌써 수십년째란다.

 

그런가하면,

나는 귀와 눈과 다소 착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남들이 볼때 촌스럽고 실력이 형편없더라도,

내 주변의 삶을 반영하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예술이 좋다.

예술이라 이름 붙이기 민망하면 그냥 그런대로여도 좋다.

 

산다는 것은 삶의 반영이고 날것일게다.

그리하여 날것일수록 치열하고 생생하듯,

다소 투박하더라도 때로 진심을 반영한다면,

난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하고 싶은 얘기는 그러니까,

매너리즘과 타성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또한 그렇게 지나가기를 바싹 숨죽이고 엎드려 기다려야 하는 때도 있다는 거다.

언젠가는 비가 그치고 날이 갤거니까 말이다.

 

 

 

 

 

 

 

 

 

 

 꽃, 마주치다 (2014년 세종도서 선정)
기태완 지음 / 푸른지식 / 2013년 11월

 

 

 

 바흐 : 골든베르그 변주곡 [LP]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작곡,

 글렌 굴드 (Gle / CBS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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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7-28 23:12   좋아요 0 | URL
악인에 대한 동정 얘기가 나와서 문득...스탠리 큐브릭 <시계태엽오렌지>가 스쳐갔어요. 예술을 무한히 사랑하지만 악행을 일삼던 알렉스는 감옥에서 비인간적인 계도 실험에 이용되죠. 그가 그토록 좋아하던 베토벤을 들으면 구토를 일으키게 되는.... 알렉스에 대한 동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악행의 칼날을 생각하며 잠시 눈을 감습니다....

양철나무꾼 2015-07-29 09:01   좋아요 1 | URL
베르나르 베르베르 타나토노트에 보면 사형수들이 임계체험 실험에 이용되잖아요.
그곳이 너무 좋아서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다는 설정, ㅋ~.
아침부터 왜 이렇게 꿀꿀한 애기가 생각나는 것인지...
제 이 짬뽕공 같은 상상력 좀 누가 말려줘요, 플리즈~~~~!!!!

2015-07-29 0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5-07-29 09:05   좋아요 0 | URL
저는 식물을 좋아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흔히 사람들이 동물은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식물은 소홀히 하는게 싫었달까요.
길들인 것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저의 고약한 강박에 근거하여 말이죠.
근데, 이제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좋은 기억을 간작하면 되는거라구요.
그러고 바라보니, 길거리 풀들도 다시 보이지 뭐예요, 히힛~^^
님도 뽀송뽀송한 하루요~^^

세실 2015-07-30 09:45   좋아요 0 | URL
`감옥에 갇혀있을때 제일 힘들어 한것이 예술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하는 억압받는 생활이었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 호흡을 가다듬어 봅니다. 동지애 내지는 동정심이 생기는 대목입니다.
저도 두 가지를 하지 못하면 가장 힘들듯요^^ 특히 책! ㅎㅎ



양철나무꾼 2015-07-30 22:06   좋아요 0 | URL
실은여, 저는 감옥에는 아니어도 제 자신을 집에 며칠쯤 가둬주었음 할때가 있거든요, ㅋ~.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지내고 싶을 때가 있어서 말예요.
근데 다른 건 다 못해도 괜찮은데, 책은 못보면 좀 힘들것 같더라고요.
알라딘 서재 못들어오는 것 하고요, ㅋ~.

한수철 2015-07-30 20:57   좋아요 1 | URL
저는 요새 무기력증? 한 두 달 된 것 같습니다.

그런 증상 때문에 힘이 듭니다. 그래서 술을 많이 마시고요. 핑계일까요?^^

...어떻게 해야 활달해질 수 있나요? 의욕 하며...

Juni 2015-07-30 21:14   좋아요 0 | URL
20년째 술을 매일 마시고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억압받습니다!! 그냥 결심하세요 ~~ ^^ 그래야 되지않을까요 !! 오늘이 그날입니다 ㅋ

양철나무꾼 2015-07-30 22:17   좋아요 0 | URL
전 그랬어요.
다 잘할려고 하니까 죽겠더라구요.
저도 잘 못 하는게 있는 평균이하의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니까 홀가분하고 편했어요.
무기력증이 한두달이요?
여기 20년을 마신 쭌천사님도 계시다잖아요.
너무 판에 박힌 말 같지만,
바닥을 쳐봐야,
혹독하게 깨지고 넘어져봐야 일어날 수 있을거예요.

그리고 세상, 활달해야만 살 수 있다고 누가 그래요?
활달하지 않아도 주제파악만 제대로되면 사는데 아무지장 없던데요?

쭌천사님, 반갑습니다.
오늘도 그럼, 음주 댓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