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력을 키워주는 밸런스 독서법 힘내라 청춘아! 4
이동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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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 독서법은 '어떤 책을 고를 것인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며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먼저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고 고백한다. 왜냐하면 특정 분야에 대하여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배경 지식과 수준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쉬운 책을 보라고 권한다.

"밸런스 독서법은 먼저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를 명확히 알고, 그 목표에 맞는 책을 분야별로 선택해서 분석과 비판을 통해 지식을 습득해가는 과정을 말한다."

책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저자는 각 분야의 책을 균형 있게 골고루 읽으며 균형 감각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에서 저자는 국제정치 경제와 금융, 리더십, 트렌드, 재테크, 인문학, 심리학, 자기계발, 미래학, 융합과 크로스오버로 영역을 나누며 각 영역별로 책을 추천한다.

"밸런스 독서법은 한마디로 독서에서 균형 감각을 찾는 것이다. 이 균형 감각은 시간적 지식의 균형, 책 분야의 균형, 그리고 생각의 균형으로 요약될 수 있다."

과거의 지식의 대표격으로 '인문학', 현재의 지식은 '트렌드', 미래 지식은 '미래학'을 말한다. 미래학이라고 해서 공상 과학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선진국에서는 미래학에 GNP의 15퍼센트나 되는 엄청난 예산을 투자하여 연구한다고 설명한다. 기술 발달, 비즈니스 발전 예측, 인구 변화 등 미래학이 품는 영역은 매우 광범위하다. 저자는 미래학은 기본적 독서량을 가진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분야라고 덧붙인다.

저자는 분야별 책 읽기에는 연령대에 따라 순서가 있다고 설명한다. 20대 밸런스 독서 순서는 자기계발-심리학-인문과 역사-리더십-트렌드-국제정치 경제와 금융-미래학-지식의 융합-재테크이다. 30대는 트렌드-국제정치 경제와 금융-인문과 역사-미래학-리더십-심리학-자기계발-지식의 융합-재테크 순으로 읽을 것을 추천한다. 둘 다, 재테크가 마지막 순서에 들어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책을 읽을 때 한 권으로 인생이 바뀔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물론, 여러 책을 읽다 보면 인생 책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급하게 서두르면 안 된다. 저자는 시간을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책을 무작정 많이 읽는 것보다 골고루 읽는 균형 잡힌 독서를 강조한다. 넓고 깊은 사고를 하기 위해 균형 잡힌 독서를 권한다. 따라서 책을 많이 읽는다고 반드시 더 지혜로워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여러 회사에서 시행하는 독후감을 위한 독서는 창의력 발현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독서는 철저히 본인 스스로 해야 하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자기 계발서는 독서 편식을 하기 가장 좋은 분야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자기 계발서는 기본적 소양을 배웠다고 생각하면 과감히 접으라고 덧붙인다. 다음 도약을 위하여 조금 더 어려운 책을 읽고 성장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자기 계발서는 결국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자기 계발서가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그 속에는 많은 경험이 녹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독자들이 그 경험들을 그대로 믿고 따라 해봤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때로 말이 어눌해서 내용이 신뢰가 안 가더라도, 그와 같은 편견을 걷어내고 순수한 마음으로 접하면 된다."

저자는 독서를 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그다음 지식을 습득하고 지식을 통제하고 사용하는 주인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번에 한 권씩 읽으라고 말한다. 저자와 독자의 대화가 끊기지 않는 것이 좋고 내용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읽고 나서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한다. 나를 위한 독서이고 내가 중심이 되는 독서를 해야 하는데 정리에 대한 강박관념은 이를 방해한다. 저자는 아홉 가지 분야를 책에서 소개하며 마지막 10번째 분야는 스스로 개척하라고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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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4 14: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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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5 09: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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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
백세희 지음 / 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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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건

내가 자유로워지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것 또한 나라는 걸

내 소중한 사람들이 꼭 알아주면 좋겠다."

책을 시작하며 저자는 솔직하지만 강렬하게 이야기한다. 어두운 면도 나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이다. 가깝고 소중한 이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수 없다. 어두운 모습도 보여주고 함께 보듬어 가는 것이 진정한 관계라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은 인간이 지닌 감정의 다양한 측면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고 슬퍼도 배가 고프니 떡볶이가 먹고 싶은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다. 다양한 감정이 한 번에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두운 면을 드러내지 않고 꽁꽁 싸매려고 한다.

저자는 기분부전장애(심한 우울 증상을 보이는 주요우울 장애와는 달리, 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를 앓는 자신의 치료 기록을 책에 담았다. 실제 상담을 하며 의사와 나눈 대화를 그대로 책에 옮겨 놓은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하여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 혹은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네'라는 감상을 하게 되면 좋겠다고 밝힌다. 저자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인하여 많은 이들이 위로받고 공감하면 좋겠다.

처음부터 저자가 어두운 면을 솔직히 드러냈던 것은 아니다. 상담에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약한 모습을 알게 될까 봐 두렵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선생님은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떠나지 않을까?'를 생각하니까 불안한 거라고 조언한다. 나도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지금도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많은 면에서 자유로워졌다. 자유로워지기 전에는 항상 눈치를 봐야 했고 내 생각과 의견을 당당히 이야기할 수 없었다. 내 의견을 거절하면 나 자신이 거절당한 것처럼 부끄럽고 화가 났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의견은 의견이고 나는 나라는 인식이 생겼다. 그래서 당당히 이야기하고 아니면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저자는 매번 상대에게 지독하게 의지하면서도 상대를 함부로 대했다고 고백한다. 더불어 내가 맞는다고 해주는 사람하고 있으면 어리광쟁이가 된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이런 모습은 누구에게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 있는 것 같기는 하다. 특히 가족과의 관계가 그렇다. 부모를 의지하면서도 만나기만 하면 함부로 대하고 말을 툭툭 던지고 쉽게 짜증 내고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책에서 상담하시는 선생님도 "힘들다고 좀 하세요."라고 저자에게 조언한다. 최근에 힘들다고 누구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는가?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힘들 땐 무조건 내가 제일 힘든 거예요.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에요."

책에는 주옥같은 멘트가 많다. 영화가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 하면 된다. 선생님은 "영화를 보면 꼭 의미를 찾아내야 할까요?"라고 질문한다. 모든 일에 '반드시', '꼭'이라는 단서를 붙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런 말과 질문은 훈련이 필요하다. 매일 하는 일이 있다면 '꼭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일부러 던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저자는 상담을 하며 다음과 같이 진부한 감정을 털어내고 싶다고 고백한다. 나아가 내 삶의 주인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내 속에 있는 진부한 감정을 털어내고 싶다. 특별한 척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스스로를 특별하게 여기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행복해지고 싶어서다. 이를테면 타인의 감정과 행동이 주가 되어 나를 지배하는 것, 잘못된 생각의 행로가 극단적인 감정으로 치닫는 것, 이 모든 반복적 행위가 나란 사람을 규정하고 틀 안에 가둬두는 것을 부수고 싶어서다. 내 삶의 주인이고 싶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그래서 후회하지 않는 삶."

선생님은 합리화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합리화는 성숙한 방어기제 중 하나라는 것이다. 물론, 과도해지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좋게 바라볼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또한, 저자에게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조어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직접 써 보고 눈치 보지 말고 주도적으로 행동해보라고 격려한다.

저자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백 번 옳고 많은 이들에게 힘과 격려가 될 것 같다.

"왜 열등한 취급을 받으며 개인이 자신을 사회적 기준에 맞추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무시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건데. 대다수가 그렇고 나 자신도 그렇기에 모순적이고 답답하다.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 나보다 우월한 사람을 만나면 기죽고 나보다 열등한 사람을 만나면 당당하고 편안해지는 내가 너무 싫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여전히 자신의 상태는 현재진행형이라고 고백한다. 자존감과 관련된 여러 양상의 문제가 여전히 저자를 괴롭히고 그로 인한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이 바라는 것은 그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것뿐이라고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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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 포인트 - 작은 아이디어를 빅트렌드로 만드는
말콤 글래드웰 지음, 임옥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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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포인트>이다. 19년 전인 2000년에 출간된 책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책에 인용되고 있다. 티핑포인트는 단순히 균형이 무너지는 것뿐만 아니라 두 세력 중 한 세력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되는 것까지를 의미한다.

티핑포인트가 말하는 특징은 세 가지이다. 바로 전염성이 있다는 것과 거대한 변화가 작은 변화의 노력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그 변화가 급속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하여 티핑포인트가 일어나는 과정을 추적하며 세 가지 특징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대단히 단순한 하나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발생하고 극점에 도달해 소멸했는지를 보여준다. 유행의 출현, 범죄의 증감, 알려지지 않았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극적인 전환, 10대의 흡연 증가, 입 선전, 그 외 매일매일의 삶에서 뚜렷이 목격할 수 있는 신기한 변화들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것들을 전염이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아이디어와 제품과 메시지와 행동은 바이러스처럼 전파되어 나간다."

전염이 작동하는 데는 세 요소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바로, 소수의 법칙, 고착성 요소, 상황의 힘이다. 소수의 법칙은 전염이 주도적이고 영향력이 큰 몇몇 사람들에 의하여 일어난다는 것이다. 파워 블로거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고착성은 특정 메시지가 그냥 귀로 들어왔다 귀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 고정되는 것이다. 저자는 정보의 제시와 구조화에 있어 비교적 단순한 변화들을 통하여 고착성에 엄청난 차이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소수의 법칙에 있어서 주도적이고 영향력이 큰 사람들은 어떤 이들인가? 저자는 이들을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으로 분류한다. 커넥터는 말 그래도 많은 사람을 알고 있고 그들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다. 한 집단을 조사해보면 특정 몇 명은 아는 사람의 수자가 다른 사람보다 4-5배나 된다. 이들이 바로 커넥터이다. 커넥터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서로 연결해주는 것을 즐기며 약한 유대 관계 같은 무심한 관계도 유지하며 만족한다. 커넥터는 사람으로부터 항상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며 사람의 가능성을 본다. 커넥터를 통하여 입소문은 빠르게 전파된다.

메이븐은 이디시어에서 나왔는데 지식을 축적한 자라는 의미이다. 메이븐은 최선의 방식을 알아낸 다음 다른 사람에게 말해주기를 원한다. 최저가 구매 방법을 알아내기 위하여 밤낮 안 가리고 연구한 다음,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사람이 대표적인 메이븐이다. 메이븐은 시장의 조력자가 되고 싶어 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결정을 도와주려고 한다. 어떤 이익을 위하여 돕는 것이 아니라 그저 돕는 것을 좋아해서 돕는 것이다. 이런 순수한 동기로 인하여 전파는 날개를 달개 된다. 저자는 메이븐은 설득자가 아니라고 덧붙인다. 그저 정보 중개인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교환할 뿐이다.

세일즈맨은 우리를 설득한다. 같은 말을 해도 더 설득력 있는 사람이 있다. 이들이 바로 세일즈맨이다. 설득에 있어서 미묘한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뉴스 진행자가 어떤 표정으로 뉴스를 전달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데 큰 차이가 나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비언어적인 것도 설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설득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저자는 감정은 전염된다는 사실도 덧붙인다. 특히, 카리스마 있는 사람의 감정은 전염성이 더 크다.

고착성 요소는 넛지 효과와 비슷한데 작은 변화로 메시지가 상대방에게 더 기억되도록 돕는다. 예방 접종 캠페인을 할 때 책자에 보건소 건물 지도와 주사 맞을 수 있는 시간대를 넣어주는 것만으로도 예방 비율이 28%나 뛰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보건소 위치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를 넣는 것만으로 메시지가 더 오래 기억되는 것이다. 시간대를 넣는 것은 내용을 개별적이고 구체화되도록 돕는다. 여러 광고를 봤는데 모든 광고가 다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그중 유난히 머릿속을 맴돌며 오랫동안 기억나는 광고가 있는데 고착성 요소가 들어 있어서 그런 경우가 많다. 저자는 텔레비전이 교육용으로 사용되기 위하여 고착제를 어떻게 심어야 하는지 <세서미 스트리트>, <블루스 클루스>라는 프로그램 사례를 통하여 설명한다. 물론 그 고착성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소수의 법칙은 전염성을 전파시킬 능력이 있는 그런 예외적인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당신이 할 일이라고는 오로지 그런 사람을 몰색 해내는 일이다. 고착성 역시 마찬가지이다. 적절한 상황 아래서 조그마한 한 묶음의 정보가 사람을 꼼짝없이 끌려들수록 만들 수도 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는 그런 것을 찾아내는 작업뿐이다."

상황의 힘을 이야기하며 저자는 뉴욕시 범죄가 줄어든 사례를 언급한다.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지하철 낙서 청소와 무임승차 분쇄였다. 이 두 가지를 티핑 포인트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당시 지하철 경찰 서장인 윌리엄 브래턴은 작은 무질서의 신호가 심각한 범죄를 불러일으킨다고 믿었다. 마치 쓰레기를 버리는 것과 같다. 쓰레기가 하나도 없으면 아무도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길거리 전봇대 옆에 휴지 한 조각이 떨어져 있으면 잠시 뒤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깨진 창문 이론'이다.

영화 <엑스페리먼트>가 상황의 힘을 잘 보여준다. 시민을 뽑아 죄수와 경찰관으로 나누어 역할극을 진행한다. 그런데 단순한 실험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과격해지며 죄수는 원래 죄수였던 것처럼, 경찰관은 실제 경찰관인 것처럼 행동하며 폭력이 자행된다. 상황이 사람을 통제하고 규정하는 것이다.

상황의 힘은 우리의 기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직, 착함, 성실, 관대함 등은 모든 상황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기질이 아니다. 정직성 같은 자질은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음을 저자는 실험을 통하여 알려 준다. 어떤 친구가 나한테 믿음직스럽고 착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한테도 동일하게 믿음직스럽고 착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전염성도 달라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흥미로운 법칙인 '150의 법칙'을 소개한다. 이는 사회적 수용 한계 능력이랑 연결되는데 신대뇌피질이 클수록 집단의 평균적인 크기도 커진다는 사실을 통하여 인간 집단의 최대 크기를 계산한다. 그 크기가 바로 147.8 또는 약 150인 것이다. 즉, 150은 진정으로 사회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숫자인 셈이다. 교회, 회사 등 150명이 넘어가면 집단을 두 개로 나누는 것이 집단 관리에 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파급적인 전파의 과정의 과정과 요소를 파악하면 반대로, 질병, 흡연, 자살 등과 같이 전염되지 않아야 하는 이벤트에 대처하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도 찾아낼 수 있다. 담배 같은 경우에도 소수의 법칙이 작용한다. 영향력이 엄청난 몇몇 사람들로 인하여 수많은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담배는 니코틴 중독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사실 습관에 의한 고착화로 끊지 못하는 것이다. 니코틴이 습관성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흡연이 습관성이 되도록 만드는 요인은 흡연을 전파시키는 요인과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흡연에 있어서 소수의 법칙을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고착성을 공략하는 것이 더 낫다고 덧붙인다. 구체적으로 우울증을 없앰으로써 니코틴 중독 과정의 핵심적인 취약 지점을 탐구할 수 있다. 또한 하루에 다섯 개비 정도까지는 중독으로 고착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즉, 호기심에 피기 시작하여 점점 개수를 늘려 하루에 다섯 개비를 넘어가기 전에 고착화되는 것을 막으면 흡연을 끊을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티핑포인트를 발견하면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과 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반대로 티핑 포인트를 발견하지 못하면 거대한 금액과 노력을 들여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집단 크기를 조정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사상을 수용하는 데 극적인 효과를 보일 수 있다. 정보 제시 방법을 조금 수정함으로 고착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특정 영향을 미치는 소수의 사람을 찾아내 접근하는 것만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 세상이 도저히 바뀔 것 같아 보이지 않지만 이러한 티핑포인트를 발견하면 변화의 불씨뿐 아니라 실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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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 단 한 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김현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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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겠으며

간호하면서 알게 된 개인이나 가족의 사정을 비밀로 하겠습니다.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 나이팅게일 선언문 -

저자는 책을 시작하며 나이팅게일 선언문을 소개한다. 간호사의 정체성이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태움'으로 인하여 간호사들의 세계가 언론에 공개되었다. 지인들 중에 간호사가 많아서 평소에 간혹 들었는데 언론에서 공개하는 내용은 수위가 매우 높았다. 왜 유독 간호사들 사이에 가혹한 언어폭력 등이 발생하는 것일까? 사람 생명과 연관된 일이라서 그런 것일까? 여러 생각이 떠오르는 가운데 책을 읽어 나갔다.

책도 바로 '태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대형병원 중환자실 신규 간호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태움'이 지목된 것이다. 저자는 언론의 보도로 간호사는 갑자기 나쁜 사람이 되었다고 말하며 병원 수익 극대화를 위해 대폭 줄여버린 인력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헌신하는 간호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음을 비판한다.

저자는 메르스의 한복판에 있었다. 당시, 메르스 환자들과 접촉한 의료진들도 함께 격리되었는데 저자도 그중 한 명이었다. 저자는 메르스보다 더 두려웠던 것이 사람들의 차디찬 시선이었다고 고백한다. 그 와중에 쓴 일기가 신문 1면을 장식하게 된다. 병원의 위상을 높여준 것에 대하여 병원은 저자에게 승진을 제안한다. 그러나 저자는 간호사들의 처우에 대해 건의했고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일은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가지며 20년을 버텼지만 변화는 미미했다. 2017년 5월, 환자의 보호자가 후배 간호사의 멱살을 잡아끌고 나가는 등 난동이 벌어졌는데 병원 관계자들은 침묵한다.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저자는 병원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저자는 중환자실에서 12시간 동안 한 번도 자리에 앉지 않고 물 한 모금도 안 마시고 화장실도 참을 만큼 참으며 일을 해도 일을 다 마치지 못했다고 말한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다. 이렇게 직원을 혹사시킨다고 병원 수익성이 좋아지고 제대로 돌아갈까? 오히려 피로에 지친 의료진들은 나가떨어지고 입사와 퇴사의 순환이 너무나 잦아 병원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이 지금 이렇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이다.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의 수가 적어질수록 환자의 입원 기간이 짧아지고 의료비가 내려간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 의해 입증된 바 있지만,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간호사들의 인건비를 깎는 것이 현실이다."

간호사들은 간호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수익 창출을 위해 모든 간호사는 아이디어를 한 건 이상 내라고 지시가 떨어지기도 했다. 카드회사에서 카드 실적 올리려고 전직원에게 신규 고객 지시를 내리는 것처럼 말이다. 간호사들은 의료용 가위 등의 물품이 없어지면 사비로 사야 한다고 한다. 이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교수의 건강 강좌가 진행되고 있는데 빈자리가 너무 많으면 간호사들이 채워야 한다. 퇴근 시간이 넘었는데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환자의 보호자들 중에는 의사들한테는 굽신거리면서 간호사들한테는 함부로 대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제대로 된 돌봄을 받아야만 받은 돌봄을 그대로 환자에게 베풀 수 있는 직업이었다. 그 누구의 보호도, 돌봄도 받지 못한 채 내 환자들에게 무한한 돌봄을 베푼다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영혼을 갉아먹는 일이었다."

선의로 한 행동과 말로 인하여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임종을 앞둔 할아버지가 입원하셨는데 면회 온 할머니가 며칠을 병원에서 밤을 새운 듯했다. 그래서 저자는 쓰러지실 것 같아 조금이라도 집에 가서 쉬시길 권한다. 며칠 동안 할아버지의 상태가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휠체어에 탄 할머니가 중환자실을 나가는 순간 할아버지의 심장이 멈추었다. 그러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아들, 딸들이 저자에게 달려들었다. 마치 저자가 할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처럼. 간호사들에게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후, 저자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바꾸며 기계적으로 일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점차 편해지며 가족들의 슬픔도 덤덤하게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물론, 이런 태도가 오래가지는 않았다. 얼마 후, 사망한 젊은 남자와 그의 젊은 여자와 갓난 아기를 보며 자신의 가면이 옳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다양한 죽음을 경험한다.

위독한 아버지를 앞에 두고 자녀들이 유산으로 싸우는 장면도 목격해야 하는 것이 간호사라는 직업이다. 치매로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아버지를 어떻게 돌보아야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땅문서가 어디에 있는지 다그친다. 결국, 아버지의 전 재산을 가져간 뒤로는 다시는 병원을 찾지 않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탐욕이 인간을 잡아먹은 모습이다.

불의의 사고로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약해진 할아버지를 위해 곰탕을 끓인 여든 살 할머니가 곰탕을 베란다로 옮기다 미끄러지며 뜨거운 곰탕이 몸 위로 쏟아진 것이다. 결국, 할머니는 입원하셨다가 세상을 떠나신다.

한 젊은 여자는 출근길에 한눈파는 사이 버스 아래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왼쪽 다리와 골반뼈가 으스러지고 상처가 처참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의료진에게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다고 회사에 전화하면 안 될지 묻는다. 저자는 그녀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고 말하며 '몸은 죽음에 가까이 왔는데 정신은 삶에 더 가까이 있었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패혈증이 진행되어 결국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

의료진은 때로는 거짓말도 해야 한다. 부부와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남편은 멀쩡했고 아내는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아기는 즉사했다. 그런데 아이 엄마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아기가 괜찮은지 질문한 것이다. 절대 안정이 필요했고 의료진은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21년간 간호사로 살며 강한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직업이 자랑스러웠고 감사했다고 고백한다. 열약하고 힘들었지만 환자들의 얼굴이 편하게 변하는 모습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다고 회상한다. 메르스 때 아무리 힘들어도 중환자실에 남았던 이유는 오로지 환자들 때문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간호사에게 희생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보호해주고 환경과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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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7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데굴데굴 2019-01-17 16:30   좋아요 0 | URL
결국 병원의 수익성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최소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고 보호하는 병원만은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경영되지 않았으면 하는데요. 이미 수많은 대형병원이 적자인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수익성을 고민하고 우선시하게 되는 풍조가 만연한 것 같습니다. 간호사의 인권이 보호되고 처우가 개선되도록 정책 마련이 시급하지 않을까 싶네요.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플로리안 아이그너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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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우연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우연히 운이 좋아서 성공했는데도 성공의 법칙이나 인과관계를 발견하려고 한다. 우연에 대한 생각의 차이는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저자는 우연에 대해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연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말이다."

저자는 성공을 이야기하며 모든 성공을 단지 우연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쉽게 성공의 요인을 노력, 똑똑함, 부지런함과 연결하는 오류를 범한다고 지적한다. 성공에 있어서 우연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노력을 비하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다만, 우연을 받아들임으로 성공했을 때 겸손할 수 있고 실패했을 때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

"우리는 우연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그것이 우리의 삶을 언제든지 새로운 방향으로 휘몰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과학기술이 발달했지만 여전히 날씨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안 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심지어 기상청이 체육대회하는 날 비가 내린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이다.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초기조건을 비롯하여 온도, 기압, 풍속 등 수많은 변수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이는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더불어 초기조건의 아무 미세한 차이가 큰 변화를 가지고 온다. 이를 나비효과라고 한다. 이런 시스템을 카오스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우리의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정확히 예측 가능한가?'라는 질문보다는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허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더 의미가 있다.

카오스 시스템에서는 초기의 차이가 기하급수적인 변화를 가지고 온다. 당연히 예측 불가능하다. 저자는 행성의 움직임을 이야기하며 태양과 그 주변을 도는 하나의 행성 둘의 움직임은 정확히 계산이 가능하지만 세 번째 천체가 추가되면 그 계산은 기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다고 설명한다. 다행히 컴퓨터는 이 복잡한 계산을 몇 초 만에 풀어낸다. 이 행성의 개수가 늘어나면 계산 과정은 더 복잡해지는 것이다.

카오스 이론은 거의 완벽한 지식이 있다고 해서 거의 완벽한 예측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심하게 말하면 거의 완벽한 지식이라 할지라도 쓸모없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카오스 이론은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우리에게 알려준다. 즉,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미래를 엄청나게 바꿔 놓는다는 것이다. 물론, 너무 복잡해서 우리는 그것을 우연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세상에 일어나는 우연적인 일에도 방향성이 있다. 예를 들면 컵을 깨뜨리면 산산조각이 나지만 이 반대로 산산조각 난 유리조각이 컵이 되는 일은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바로, 모든 우연적인 일은 정돈된 것을 섞어버리고 분류된 것을 혼합한다는 점이다. 즉, 질서에서 무질서의 방향으로 우연은 작용한다. 루트비히 볼츠만은 이를 측정하려고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엔트로피는 닫힌 시스템에서 계속 증가한다. 바로 열역학 제2법칙이다. 이는 시간의 방향을 결정한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곳에 미래가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규칙적이었던 구조가 해체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엔트로피가 증가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결국 천문학적인 시간이 흐르면 엔트로피는 최대치에 이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우주의 열적 죽음'상태에 이른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저자는 양자 중첩 상태를 이야기한다. 바로 대상들이 여러 가지 상태로 동시에 존재하도록 허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동전을 던지면 앞면 혹은 뒷면이 나오는 것이 고전물리학인데 양자 물리학은 앞면과 뒷면이 동시에 나오는 것을 허용하는 셈이다. 저자는 이상하게 들리지만 사실이라고 덧붙인다.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우라늄 원자는 동시에 온전하면서 붕괴될 수 있고, 레이저 광선을 맞은 분자는 동시에 분열하고 온전할 수 있으며, 작은 구멍들이 있는 얇은 판에 전자를 쏘면 전자는 동시에 여러 길로 움직일 수 있고 여러 구멍들 사이로 동시에 빠져나갈 수 있다."

전자가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 묻는 것도 의미가 없다. 화학 시간에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돈다고 배우지만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처럼 간단하지 않다. 저자는 원자핵을 구름처럼 감싸는 공간적 특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양자물리학은 우리에게 가능성만을 알려준다. 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알려준다. 덧붙이면 이는 측정을 부정확하게 해서 그런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는 전자의 진실을 알고 있다. 다만 그 진실이 정확한 위치가 아니라 전자가 위치할 가능성일 뿐이다. 이 양자물리학에 바로 우연의 방식이 적용된다. 즉, 양자물리학적인 시스템에 대한 완벽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측정 결과를 예측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우연인 것인가, 아니면 그냥 우연처럼 보이는 것인가?... 카오스 이론은 우리가 우주에 대해 장기적인 예측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주 미세한 오류만으로도 우리의 예측이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양자물리학을 통해 완벽하고 오류가 없는 지식으로도 때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배웠다. 실험 대상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양자 실험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카오스 이론과 양자물리학을 통하여 드러나는 것이다. 이는 부분과 전체에 대한 개념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전체의 일부분만을 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것도 전체를 정확히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생명체의 진화를 바라볼 때도 우연과 운이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놀랍게도 가장 뛰어난 유전자를 가진 최적의 개체가 생존하는 것이 아니다. '진화의 흐름이 예측 가능하고 논리적으로 보여도 때로는 우연으로 인해 깜짝 놀랄만한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되기도 한다'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즉, 진화에 있어서 예측 가능한 수렴과 깜짝 놀라게 하는 우연 둘 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연과 위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사람은 생각보다 어리석게 행동하고 생각한다. 통계적으로 충분히 판단 가능하고 위험한 일을 예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예측하기 힘들다고 핑계를 댄다. 기후 변화의 재앙, 항생제의 남용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저자는 우리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위험을 아예 무시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위험과 불안과 관련해 조금 더 과학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식에 관심 있는 사람은 한 번쯤은 주가 그래프의 반복되는 패턴을 소개하는 책이나 자료를 접했을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복잡계이고 우연이라는 요소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주식 세계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패턴을 찾으려 할 뿐 아니라 맹신하는 과오를 범한다.

저자는 우연을 이야기하며 통계적 사고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성지순례를 통하여 병이 치유되었다는 간증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병 중에는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성지순례 간 사람들 중에서 병이 치유된 확률과 성지순례 안 간 일반 사람들 중에서 병이 치유된 확률을 비교해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일반인보다 성지순례자들의 자연적 소멸 비율이 더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떤 일정한 장소에 아픈 사람들이 충분히 많이 모이면 그들 중 몇 명은 불가해한 방법으로 치유되기도 한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 통계적인 필연성이다."

우연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본 다음 저자는 이야기한다. 우연은 바로 우리의 친구이고 우리는 우연에 대해 기뻐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막힌 우연들이 아니면 우리는 지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우연이 먼저가 아니라 인간이 먼저다. 우연을 인지하는 인간이란 존재가 없다면 우연도 의미가 없다. 인간의 호기심과 궁금증은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켰다. 따라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해서 우연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다만, 꼬리를 무는 질문이 어떤 지점에서는 멈추어야 하는데 저자는 이 시점을 우연이라고 말한다.

"우연이 우리를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 인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우연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우연이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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