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걷게 할 것인가, 어떻게 걷게 할 것인가를 통제하려는 노력들을 보면, 보행이 아직 어떤 면에서 전복적 행동일 수 있음을 알게 된다.
헬스장이라는 실내공간은 없어진 야외의 대체물이자 육체의 부식을 막기 위한 미봉책이다. 헬스장은 근육과 피트니스를 생산하는 공장이나 마찬가지이고, 대부분의 헬스장은 실제로 공장과 비슷하다. 기계로 가득한 삭막한 공간, 금속성 광택, 반복적 업무에 빠져 있는 고립된 사람들.
추행이 젊은 여자에게 집중되는 이유는 더 아름다워서라기보다는 자기가 가진 권리에 대한 확신, 자기가 정한 경계에 대한 확신이 약해서인 것 같다.(그런 확신 없음이 순진함이나 수줍음이라는 형태로 표현됨으로써 종종 ‘아름다움’이라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길거리를 걸어 나가는 순간, 모종의 대중주의적 합일이라는 흔치 않은 마법 같은 가능성이 찾아온다.
도시를 열심히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미묘한 상태가 있다. 고독을 즐기는 상태라고 할까. 별들이 밤하늘 여기저기에 마침표를 찍듯이, 우연한 만남이 어두운 고독에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