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시외버스는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시외버스의 장점은 도심지를 벗어나 외곽지역으로 빠져 마을마다 전부 정차를 한다는 점이다. 그 사이에 시골의 시장까지 들어가는데 그런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지나치면 기억에서 사라질 정경이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아슬아슬한 개울을 지나서 가기도 하고, 오래된 역사를 지나서 구불구불 돌아서 마을마다 정차하여 사람들을 내리고 사람들을 태웠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사람들의 승하차가 있은 후 국도로 올라간다. 그리고 다시 한 시간 정도 달려간다. 단점이라면 장점과 같다는 점이다. 모든 정류장에는 전부 정차를 했다.     

 

[동생은 그때 12살이었어]     


명수가 최초로 동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을 때가 1년 전이었다. 명수와 나는 1학년 때에도 같은 반이었다. 명수는 축구를 잘한다는 이유로 2학년 선배들에게 불려 가서 클럽활동을 강제로 권유받았다. 하지만 명수는 클럽활동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선배들의 말을 듣지 않다가 구타를 당했다. 그때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늦게 까지 명수를 기다렸다. 명수는 씩씩하게 걸어오면서 클럽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얼굴은 엉망이었지만 명수는 기분 좋아 보였다.


명수가 중 3이었을 때 친구들과 노는데 동생이 따라온다는 거였다. 명수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기로 했는데 동생이 따라와도 명수는 같이 놀아줄 수 없다며 집에 있으라고 했다. 동생은 심심하다며 결국 명수를 따라나섰다. 명수는 학교에서 축구를 했다. 전반전이 끝났다. 전반전을 뛰는 동안 동생은 가만히 있기 너무 심심했다. 동생은 명수에게 자신에게도 공을 달라고 했다. 명수 친구가 공은 저기 체육관 지하실 창고에 많으니까 가서 하나 들고 오라고 했다. 동생은 신이 나서 체육관 지하 창고로 내려갔다.


그 안에는 농구공, 축구공, 배구공 등 많은 공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럭비공이었다. 럭비공을 가지고 놀다가 떨어트렸는데 땅이 닿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튀었다. 동생은 그쪽으로 럭비공을 찾으러 갔다. 그때 학교를 순찰하던 경비아저씨가 창고가 문이 열린 것을 보고문을 닫고 불을 껐다. 그리고 올라가 버렸다.    

  

명수가 동생을 찾았을 때 이미 동생은 어둠에 잠식된 상태였다. 얼굴은 엉망이었고 극도의 불안에 떨었다. 집에서도 구석에 몸을 말고 몇 시간이나 있었다. 정밀검사를 한 병원에서는 스트레스성 자극이 심해서 해마에 문제가 생긴 것 같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치료를 해보자고 했다. 그러나 동생의 증상은 심해졌다. 일단 어둠을 너무 무서워했다. 동생은 불을 끄고 잠들지 못했으며 낮에도 집의 모든 전등을 켜 두어야 했다. 혼자일 때는 허공을 보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으며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같이 있는 이이게 히스테리를 부렸고 공격적이 되었다.


낮에도 밤에도 전부 불을 켜놔야 하는 문제는 아버지와 마찰을 겪게 되었다. 어느 날 정전이 되었다. 동생은 암전 된 집에서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동생은 통원치료가 불가능했다. 공부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동생은 학교형 요양시설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곳에서는 불을 마음껏 켜놔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공부도 할 수 있었다. 동생과 비슷한 아이들이 많았다. 동생은 요양시설에서 지내는 동안 많이 안정이 되었다. 동생에게서 더 이상 히스테릭한 반응이나 혼잣말 그리고 무서워하는 어둠 앞에서 한 없이 초라해지지 않게 되었지만 동생은 집으로 오지 않고 시설에 머물러 있기를 바랐다.  

    

요양소는 터미널에서 내려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들어가야 한다. 숲 속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학교형 전문 요양소였다. 가방을 하나씩 울러 매고 시설로 가는 동안 명수의 말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4월이라 숲 속의 모든 꽃들이 활짝 피어 있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꽃은 숲보다는 인간 가까이 있는 화단이나 사람의 손을 거친 도로변에서 많이 피었다. 숲 속에는 풀과 나무가 그 세계를 점령하고 있었다.   

   

시설은 너무나 깨끗하고 좋았다. 리조트라고 해도 믿을 것만 같았다. 시설로 들어가면 큰 연못이 있었다. 주위에는 벤치가 있고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면회를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음식을 먹고 있었다. 나는 명수가 동생을 만나러 가는 동안 늘 여기서 기다렸다.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 속에 어떤 호러블 한 기운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건 사람들에게서도 그랬다. 여기서 보는 요양소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뇌에 문제가 생겨 누군가를 공격하고 내뱉지 말아야 할 말을 끊임없이 뱉어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계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4월의 어느 일요일이었다. 친구와 나는 친구의 부탁으로 친구 동생을 만나러 가는 길에 같이 가기로 했다. 4월은 봄의 중간에 있어서 언제나 꿈을 꾸게 한다. 미래의 꿈이 아니라 잠이 들면 꾸는 꿈을 말한다. 부옇고 희미하고 코가 간질간질 거리는 계절에 까무룩 잠이 들면 꼭 꿈을 꾸게 된다.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친구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나는 부옇고 코끝을 간질이는 공기를 맡으며 봄날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봄의 중간에 있으면 언제나 공중으로 부양할 것 같은 기분이다. 이런 기분은 4월에만 느낄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흐음 하고 봄기운을 들이마시면 꿈을 꾸는 것 같다. 주위가 온통 4월의 냄새로 가득하다. 일요일 오전이라 아직은 광장에 사람들이 별로 없지만 곧 약속장소로 유명한 이곳은 사람들도 가득 찰 것이다. 약속을 하고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표정이 부드럽게 빠져나와 나의 가슴에 꽂혔다. 기분 나쁘지 않은 통증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는 가방을 두 개 들고 왔다. 동생에게 가져다 줄 물품이 들어있는 가방이었다. 하나는 무거웠다. 그 가방은 친구가 들고 비교적 무겁지 않은 가방은 내가 들었다. 그러나 등에 맸을 때 다리에 힘을 줘야 했다. 뭐가 이렇게도 많이 들었을까. 나는 늘 그런 생각을 했다. 친구의 동생은 생활하는데 필요한 것들은 전부 생활하는 곳에 다 있다. 음식도 집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잘 나오고 맛있다고 했다. 음식을 가져가지도 않고 옷도 필요 없는데 늘 가방은 항상 무거웠다. 친구와 나는 광장에서 만나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갔다. 시내버스를 탔는데 자리가 없어서 일어서서 갔다. 우리는 평일에도 학교에 갈 때 버스에서 늘 일어서서 갔다.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 속에서 앉아서 가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친구는 동생에게 물품을 한 달에 한 번씩 동생이 있는 곳에 갖다 주었다. 별일이 없는 한 나는 친구와 동행을 했다. 나에게 별일이라는 건 여자 친구를 말한다. 일요일에 같이 보내기를 바라는데 여자 친구가 교회에 가게 되면, 그리고 그 일요일에 친구가 동생에게 가자고 하면 나는 친구를 따라나섰다. 그렇게 친구와 친구의 동생에게 갔다 오면 대체로 저녁이었다.      


친구의 이름은 명수다. 명수는 친구들이 많은 녀석이다. 인기가 좋다. 운동을 잘하고 공부도 잘한다. 특히 수학을 잘해서 커닝이지만 우리의 수학 점수를 책임지고 있어서 주위에 친구들도 많다. 그러나 동생에게 갈 때면 다른 친구들보다 내가 동행을 했다. 오직 나만이 동생의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동생을 만나러 가는 것에 혼자서 가기보다 내가 따라와 주기를 바랐다.    

  

[동생이 그렇게 된 건 나 때문이야]     


명수와 나는 가끔 가는 이 길을 좋아한다. 평소에 다니지 않는 생소한 도로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길거리 풍경을 말이다. 도로변의 가게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뒤로 달려갔다. 한두 달에 한 번씩 가는 길이라 바뀐 가게나 없어진 점포가 눈에 띄기도 했다. 명수와 나는 시외버스 터미널에 가는 동안 버스에서 보는 풍경을 일일이 외우기라도 하듯이 바라보았다. 사춘기 또래처럼 우리는 평소에는 말이 많았지만 동생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말수가 줄어들었다. 대신 신기한 것을 훔쳐보는 단단한 시골의 토마토처럼 지나치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명수는 반에서도 가장 활기찬 녀석이다. 일단 축구를 잘해서 우리 반뿐만이 아니라 학년에서 제일 인기가 좋은 축에 속했다. 3학년 선배들하고 축구를 해도 명수가 해트트릭을 성공하기도 했다. 그런 명수도 동생을 보러 가는 날에는 평소의 명수 같지 않았다.     

 

[동생을 그렇게 혼자 둬서는 안 되는 거였어]     


[계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겨울의 오후에 시내에 나왔다가 집으로 들어가는 그 풍경이 좋았다. 중학생시절이었다. 날은 맑지만 해가 숨어서 냉기가 흐르는 늦은 오후. 쓸쓸해야 해야 할 것 같지만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있어서 시내 중심가는 활기차고 떠들썩했다. 거리에 캐럴이 흐르고 가게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가득 차 있어서 밖에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신났다.


나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친구는 중학교에서 만났다. 집이 달라서 약속을 정하고 약속장소로 나왔다. 애리나 백화점 앞은 만남의 장소였다. 모두가 거기서 약속을 정하고 만났다. 흐린 날은 아니지만 해는 뜨지 않았지만 애리나 백화점 앞은 활기차고 북적였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에리나 백화점이 있는 시내 중심가에는 주말에 흘러나온 사람들로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카드와 장식을 팔고 있었고 극장 앞 작은 광장에는 쥐포와 오징어를 구워서 팔고 있었다.


나는 애리나 백화점 맞은편 제일 레코드사 앞에서 친구를 기다렸다. 1차선 도로를 하나 건넜을 뿐인데 백화점 앞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모두가 얼굴에 행복한 표정이 붙어 있었다. 레코드 앞 스피커에서는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흘러나왔다. 이런 분위기에 몸을 맡기고 그 흐름에 딸려 가는 것이 좋았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근심이나 걱정을 볼 수 없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시내에 나왔지만 목적지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평일에 만나지 못한 친구나 애인을 만나러 나온 것이다.


나 역시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 나는 목적이 있었다. 목적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다. 친구와 같이 있으면 재미있었다. 낄낄 거리며 시내를 거닐다가 백화점에 들어가서 크리스마스 카드도 골라보고, 피규어 파는 곳을 구경하고, 백화점 꼭대기에 올라가서 오락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뭐니 뭐니 해도 사람들을 구경하는 게 재미있었다. 구경을 하는 것은 돈이 없어도 가장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놀이다. 그렇게 시내를 돌아다니다 시간을 보고 우리는 학생들이 많이 가는 유명한 분식집으로 갔다. 거기서 김밥과 쫄면을 먹기로 했다. 이 분식집의 김밥이 아주 맛있다. 분식집은 크고 넓다. 다운타운에서 가장 유명하다.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직장인들도 먹는다. 단지 술을 팔지 않기 때문에 성인들은 주로 여자들이 많다.


타원형의 거대한 바 테이블이 있는데 그 안에서 김밥을 말고, 라면을 끓이는 아주머니들이 네 명이나 있었다. 네 명의 아주머니들은 분업화가 되어서 한 아주머니가 밥솥에서 밥을 꺼내서 큰 대야에서 식히고 나면 다음 사람이 양념을 하고 다음 사람이 김밥을 말았다. 그 움직임이 마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교한 움직임이었다. 바 테이블에 앉아서 그걸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우리는 빈자리에 앉아서 김밥과 쫄면을 주문했다. 쫄면은 친구가 무척 좋아했다. 분식집 쫄면의 맛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다. 집에서는 어림도 없고 다른 분식집에서도 이런 맛이 나지 않는다고 친구가 말했다. 김밥도 맛있었다. 김밥은 밑간을 했는데 그 안에 무슨 양념으로 밥을 밑간 했는지 김밥 속에 들어가는 재료가 많지 않음에도 김밥은 정말 맛있었다. 딸려 나오는 계란 국도 맛있었다. 분식집 안에도 캐럴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천장과 구석진 부분에도 크리스마스 장식이 보였다. 우리가 토요일 이 시간에 시내에 있는 학생들에게 유명한 분식집에 온 이유는 그녀를 보기 위해서이다.


그녀는 한 살 많은 고등학생이었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 토요일 이 시간에는 늘 이 분식집에서 김밥을 먹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들은 신성여고 문예부로 학교 축제 때 나의 시선을 잡아 끈 시를 쓴 주인공이 둘 중에 있었다. 나는 그 시를 보기 위해 축제 3일 내내 신성여고에 갔었다. 마지막 날에는 그 시 밑에 나의 소감을 길게 써서 붙여 놨다. 그 뒤로 그녀가 내가 쓴 글을 보고 누구인지 궁금해한다고 친구에게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 앞에 선뜻 나설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나는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녀가 나를 찾는다는 소리에 그녀 앞에 한 번 나서려고 했는데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 남자친구를 싫어한다. 그 남자친구는 나의 형이기 때문이다. 형은 키가 크고 운동을 잘하고 얼굴이 잘생겨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여자 친구도 자주 바꾼다. 그런 형이 나는 싫다.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않는다.


그녀들이 대각선 맞은편 테이블 바에 앉아서 김밥을 먹고 있다. 그 주위만 환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중학생 주제에 사랑에 눈을 뜬 것이다. 친구는 이 정보를 나에게 알려줬다는 이유로 무척 뿌듯해하며 쫄면을 호로록 먹었다.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그녀에게 가서 말을 걸 용기는 나지 않았다. 이렇게 바라볼 수만 있다는 것으로도 기분이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그녀는 김밥을 먹으면서 잘 웃었다. 내가 그 글을 적은 사람이야,라고 말한다면 분명 나의 모습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형에 비해 나의 외모는 형편없다. 나는 작고 초라하고 운동도 잘하지 못하는 그런 중학생이었으니까.


그녀 역시 비록 작고 연약해 보였지만 그녀가 쓴 시의 세계는 크고 넓고 강했다. 나는 그걸 알 수 있었다. 모든 걸 바꿔버릴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그녀의 시는 어딘가로 뻗어가고 싶어 했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그걸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시에는 굳건한 진실보다는 흔들림이 많은 가능성이 있었다. 가능성이 하늘을 날기 위해 손을 뻗었는데 그 손을 내가 잡았다. 그녀가 나를 한 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나는 이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그녀가 뻗은 손을 잡고 우리는 뭐든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너 왜 안 먹냐?라고 친구가 말했다. 내가 다 먹는다며 친구는 김밥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비록 그녀와 나란히 앉아서 김밥을 먹지는 않았지만 같은 공간에서 그녀와 나는 같은 김밥을 서로 먹었다. 그녀는 그녀의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나는 나의 친구와 함께. 그날 집으로 오는 겨울의 거리는 몹시 겨울다웠다. 흐리지는 않았지만 해는 구름 저 편으로 숨었다. 거리의 모든 곳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면 나는 지금 쓰는 이 소설을 완성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분명 일 년 뒤에 끝맺을 할 수 있다. 그녀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된다. 우리는 같은 고등학생이 된다. 그때 그녀에게 정식으로 말할 것이다. 그녀 옆에 누군가 있다고 해도 상관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루키 엽서 디자인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스타 친구들로 크리스마스카드 디자인을 해 봤습니다. 올해는 하루키의 양사나이의 크리스마스 일러스트로 디자인을 해 봤어요.


이렇게 작업을 해서 사진으로 한 번 출력을 해 봅니다. 출력을 해서 손에 쥐어 보는 게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로 보는 것도 좋지만 아날로그식이 아무래도 저 같은 재미없는 인간에게는 어울리거든요.


그래서 1차 디자인이 완성되면 두 달 뒤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 이렇게 저렇게 주물럭 조물조물하면 카드나 엽서가 완성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 얼마 안 남았네요


제 피드에 뜨는 대로 죽 끌어다 집어넣어서 만든 거라 혹시 없다고 섭섭해하지 마세요 우린 어른이잖아요 ㅋㅋ. 또 내년이 있잖아요.

인스타 스토리 ㅋㅋ


일본에는 먹는 드라마가 정말 많다. 그리고 19금 드라마도 많고 동성의 사랑을 표현하는 드라마도 많다. 채널 J에서 주력으로 미는 고독한 미식가 씨와 와카코와 사케 이외에도 드라이브 마이카의 주인공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어제 뭐 먹었어?]도 시즌 2까지 나왔다. 또 킬빌의 또 다른 히로인 고고 유바리의 쿠리야마 치아키의 [반주의 방식]도 시즌 2가 나왔다. 전부 맛있게도 먹고 한국 음식도 많이 나오고, 한국말, 한국 사람(일본 배우가 연기하는)도 많이 나온다. 방탄소년단은 자주 언급이 된다. 그리고 삼성 폰, 폴더블 폰을 드라마에서 많이 사용해서 조금 놀랐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갤럭시 폴더블폰은 나오지 않는 것 같던데.


일드 중에 [어이 미남]에서 아빠 역의 요시다 코타로가 왜 고독한 미식가 씨는 맨날 우롱차를 주문해서 먹냐고 한다. 우롱차는 돈이 드는데 그냥 물 달라고 해서 밥 먹으면 될 텐데, 매일 비싼 우롱차와 밥을 먹냐고 한다. 드라마에서 그런 대사를 하니까 좀 재미있다. 그러고 보면 고독한 미식가 씨는 항상 우롱차를 주문해서 밥을 먹는다. 고독한 미식가 씨처럼 먹고 나면 한 끼에 우리 돈으로 삼사만원은 나온다. 고로 씨는 맛있는 한 끼를 원하는 대로, 배부르게 먹기 위해 일상에서 포기해 버린 것들이 있다. 결혼이라든가. 연애라든가, 아이 같은 일상은 포기했다.


우리나라 내년 경제지표는 더 암울하다고 한다. 올해 말 치킨이나 케이크 같은 경우 대부분 비싸서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맛은 좀 떨어지더라도 좀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에서 사 먹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그러나 부유한 층의 사람들은 가계에 타격이 없기 때문에 호텔에서 특수로 나오는 12만 원, 30만 원 하는 케이크를 많이 사 먹기 때문에 그쪽의 흐름은 더 활발해졌다고 한다. 우리는 고로 씨처럼 일상의 뭔가를 포기해도 할 수 없는 것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 같다.


나는 3일에 두 편의 영화를 보는 편이다. 꼭 그렇게 하고 있다. 하루에 한 편 영화를 보려고 했지만 그건 무리였다. 영화라는 예술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한 서사를 두 시간으로 표현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영화는 그 불가능한 일을 해내고 있다. 그래서 영화를 많이 볼 수 있다는 건 기적을 많이 접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나의 생각일 뿐이다. 영화가 세계적으로 일 년에 천 편 이상 나오는 이유가 있다. 뉴스는 사람들이 접하고 나면 그대로 잊지만 영화로 만들어지면 사람들은 기억을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위대하기 때문에 누구도 하지 못하는 일, 시간이나 역사도 하지 못하는 일을 영화는 하기도 한다. 영화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영화는 종합예술이고 혼자서는 절대 만들 수 없고 모두가 자기 분야에서 진을 다 쏟아내어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포레스트 검프가 달려 나갈 때 같이 응원하게 되고, 개츠비가 데이지가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기다리는 모습에서 안타까워한다. 영화를 볼 때마다 화를 내고 기뻐하고 짜증 내고 웃는다. 영화는 기적을 불러온다. 영화를 많이 본다는 것 역시 일상에서 뭔가를 포기해야 가능한 일이다. 영화 이야기하니까 이번에 [서울의 봄] 단체관람을 하는 학교 교장이 고발당해서 단체관람 취소되었다는 기사를 봤다. 2023년이 맞나 싶기도 하고. 전 세계에서 지지율이 제일 꼴찌인 일본에게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지지율이 낮은 우리 대통령이 굽신굽신하는 모양새가 정말 웃기기도 하면서, 그 옆 보좌관들은 바지가 좀 챙겨줬으면 좋겠다. 아마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되면 도덕적 범죄는 권력 그 밑에 있다고 생각을 해서 몰카니 뭐니 하면서 말을 돌리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우리 집 근처에 바다가 있다고 하니까 인스타로 바다에 가면 고래를 볼 수 있냐고 진지하게 물어서 깜짝 놀랐다. 그 사람이 수원에 사는데 내가 사는 곳이 완전히 시골깡촌바닷가처럼 이야기를 해서 웃음이 났다. 편견은 정말, 예전에 트위터로 – 부산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갔는데 친구들이 부산에 가면 전부 바다가 보이냐고 물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부산이 얼마나 큰데 말이다.


내가 사는 곳도 광역 시니까 인구가 바글바글하고 뭐 그렇다. 인스타그램이니까 스토리로 일상의 여러 사진들을 올리고 있는데 일단 편견은 그 모든 것들을 다 무시해 버린다. 요즘은 그런 경계가 좀 무너지지 않았나 싶다. 나의 외가는 정말 시골촌인데 구글지도로 검색을 해보니까 거리뷰가 그 깡촌 안까지 다 보여주었다. 그리고 더 웃긴 건 여기가 남부지방 동해바다 쪽이라서 요 며칠 이렇게 추운 날에 내가 사는 곳은 따뜻해서 패딩 같은 건 입지 않아도 되는 줄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리 편견이 심해서 내식대로 생각을 해도 그렇지 그 정도로 멍청할 수 있을까.


나 역시 편견이 있다. 나의 편견은, 겨울이니까 오즈의 마법사를 본다. 겨울이 되면 봐야 한다. 오즈의 마법사 강아지 토토는 어째서 연기를 그렇게 잘할까.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나지 않고 양철인간 옆에서, 오즈의 마법사 장막도 걷어 버리고. 토토에게도 상을 줘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영화는 감독이 일곱 명이나 교체가 되었다. 제작하는 사람이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욕심이 굉장했다. 그래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많이 드러났다. 양철인간 배우도 두 번째 배우인데 첫 번째 맡았던 배우가 얼굴에 바르는 그 크림 같은 것이 피부에 너무 좋지 않은 성분이어서 연기를 못하게 되었다고. 그때는 얼마나 배우들의 사람이 열약했나. 근래에는 오즈의 마법사 유튜브에 들어가면 밑에 댓글에 전부 주디 갈란드를 응원하고 그런 댓글이 많다. 노예처럼 대하고, 자신의 편은 1도 없는 생활을 했다는 것에서 사람들은 위로해주고 싶은 것이다. 비록 나 역시 비루하고 못났을지라도 주디 갈란드가 옆에 있다면 안아주고 싶은 것이다.


외모지상주의가 형편없는 주의이긴 하지만 형편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속 마음은 말과 다를지도 모른다. 뚱뚱한 사람에게 뚱뚱한 사람이 좋냐고 물으니까 나는 뚱뚱해도 뚱뚱한 애인은 싫다고 한다. 각 방송사들의 기상캐스터는 나날이 예쁘지고 있다. 진정 외모가 예쁘지 않으면 절대 뽑지 않을 것 같다. 인간이 아니라 마치 구김이 1도 없는 A.I 같다. 예전의 기상캐스터들은 인간적이었다면 몇십 년이 흐른 지금 기상캐스터는 주위에서는 볼 수 없는 완벽한 외모로 무장을 하고 브라운관을 점령했다.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하자면, 웸의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23년 만에 영국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조지 마이클은 죽었고 앤드류 리즐리는 할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서 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는다고 한다(이건 좀 오래전 이야긴데). 같은 노래인데 학창 시절에 들었던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최고였다. 아마 그때는 조지 마이클도 살아서 팔딱팔딱 뛰는 심장을 지니고 있었을 때라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에 일땅이 이땅이 삼땅이가 나오는 거지들의 이야기가 있다. 소설이었는데 예전에 베스트 극장으로 방송이 되었다.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거지 3형제가 누군가를 도와주는 산타가 되는 이야기다. 한 여인이 아기를 낳아서 거지들은 산모와 아기를 위해 미역을 구하고 소고기를 구해서 거지 막사 안에서 미역국을 끓여주는 이야기가 있다.


감정에 호소하는 날이다. 크리스마스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나 동물에게 크리스마스는 아무것도 아닌 날이다. 그저 이어지는 매일의 하루일 뿐이다.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악몽 같은 날이 있다. 그해 크리스마스이브는 조용하게 보내고 싶었지만 떠들썩하게 보내고 싶었던 여자 친구 때문에 클럽의 한 자리를 예약하고 선물을 포장하고. 춤추고 떠들썩하게 보내다 결국 의견이 맞지 않아 크리스마스 연인들처럼 싸우고 말았다.


친구가 없어서 인형과 친구가 되기로 했다. 인형의 주머니에는 쪽지가 있었다. 그 쪽지에는 이상한 글들이 있었다. 나는 그 글들을 읽었다. 그 뒤로 나는 슬래피와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슬래피는 나 이외에 친구를 많이 만들고 싶어 했다. 슬래피는 까끔 무서운 얼굴을 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다른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 슬래피는 질투를 하고 화를 냈다. 슬래피는 친구를 많이 가지려고 하면서 나는 친구가 슬래피 이외에 더 있으면 안 된다. 나와 친해지는 친구들은 전부 슬래피가 인형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쪽지에 적힌 주문을 통해 - 미드 구스범스의 이야기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일땅 이땅 삼땅이의 이야기를 논평한 기사가 있다. 야호. https://shain.tistory.com/430


박윤배의 분장이 마치 오즈의 마법사의 지푸라기 인간처럼 보인다. 크리스마스에는 착각하며 상상하고 추억 속에서 공상하면서 보내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베스트극장 검색하다가 이 편을 봐버렸네. 베스트극장 471회 2001 크리스마스에게 보내는 편지 김인권 정은경 손현주 김지영 https://youtu.be/4mZWTWAi270?si=Xu8pkIt7m8ERmhzz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라카미 라디오 3회에서는 하루키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송을 소개했습니다. 이때가 벌써 2018년 12월이군요. 이 방송은 12월이 되면 매년 듣게 됩니다. 소개할 하루키 크리스마스 송은 네 번째로 소개한 콜비 카레이의 [크리스마스 인 더 샌드]입니다.


콜비 카레이는 늘씬늘씬 큰 키에 컨트리 가수라서 우리에겐 인기가 없지만 유튜브에도 백만 구독자가 있을 정도로 노래를 잘 부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노래라면 제이슨 므라즈와 함게 럭키를 불렀는데 뮤직비디오에 늘씬한 모습의 콜비가 등장합니다.


지금 미국 경제를 들었다 놨다 할 정도의 테일러 스위프트도 16살에 기타를 울러매고 컨트리 가수로 등장을 합니다. 미국에서 사랑받는 컨트리 가수는 우리나라의 임영웅 정도의 대우를 받는 것 같아요.


하루키가 소개하는 콜비의 크리스마스 송은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뜨거운 해변에서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2012년에 발매된 콜비 카레이의 이 곡이 수록된 크리스마스 앨범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즐겁고 좋은 곡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다지 평판이 안 좋았던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어째서일까? 그녀의 자작곡 ‘크리스마스 인 더 샌드’는 어딘가 이글거린느 해변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노래입닌다. 산타클로스도 물론 수영복을 입고 나옵니다] - 하루키


하루키가 소개하는 신나는 콜비 카레이의 크리스마스 송을 들으며 모두 해피 해피한 크리스마스를.


Colbie Caillat - Christmas In The Sand https://youtu.be/YnvzsZCJjZ0?si=4eq4eui_DIGpDSoh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