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작은 초등학교의 복도를 걸었다. 아직 나무로 된 복도였다. 걷다가 삐거덕 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물밀듯이 밀려오는 작은 기억들. 삐거덕 거리는 소리가 좋아서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면서 삐거덕 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가끔 그런 소리가 있다. 잊고 지냈던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리. 그것도 강력하고 강렬하게 .

 

집에 관한 다큐영화를 봤다. 오래된 집만 보여주는 이상하고 참 재미없는 영화였다. 재미는 없는데 보다 보니 그만 빠져들게 되는 묘한 영화였다. 재미없는 인간이 재미없는 영화를 보니 재미없는 시간이 모순적으로 다가왔다

 

집에 관한 다큐는 오래된 연립주택에 사는 오래된 집 주인이 오랫동안 살아온 자신의 집에 대해서 중요하지 않을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 뿐이다. 정말 재미없다. 집 주인이 집의 거실에 앉아서 보면 창문 밖으로 여름에 느티나무가 보이고 바람이 불면 느티나무가 움직이며 그 뒤의 숲이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소리가 마음을 확 잡아 끄는 것이다

 

쏴아아아아아

쌀을 씻는 듯한, 몽돌이 파도에 휩쓸려 가는 듯한, 시골의 개울가에 깨끗한 빗물이 쏟아지는 듯한 소리가 거실에 앉아 있을 때 바람이 불면 들리는 것이다. 강력하고 강렬하게

 

그 집의 다 큰 아들은 외지에 나가있다가도 가끔 집에 오면 그 소리를 듣는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 시점의 과거로 가 있다. 가방을 울러매고 뛰어서 학교로 등교할 때 라든가, 먹던 하드를 땅에 떨어트려 울던 때 라든가

 

집은 오래되고 오래되었지만 주변의 고즈넉한 풍경과 어울려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집은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을 닮았다. 인간이 만든 물품 중에 유일하게 사람의 들숨과 날숨이 오고 가고 손때가 묻어야만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것이 집이다

 

집은 몇 개월 동안 비워 놓고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퀴퀴하고 곧 곰팡내가 퍼질 것처럼 죽어버리게 된다. 모든 물품이 사람의 손이 타면 망가지지만 집 만은 유일하게 사람의 손이 타야만 유지가 된다. 내 집에 앉아서 가만히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덜 불행한 것 같다

 

집은 우리에게 너무 힘들면 요만큼 기운을 내봐,라고 한다. 절대 이만큼 힘내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들어오면 수고했다며 편하게 잠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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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의 토시는 상상이상으로 순진하고 순수한 사람이었다. 이랬던 비주얼에서 머리를 자르고 화장이 옅어지고 결국에는 일반인 같은 모습으로 노래를 불렀던 토시는 아트 오브 라이프, 앨범 발매 당시 요시키에게 영어 발음이 구리다며 계속 영어 발음을 강요받고 어떤 면에서 그저 하나의 악기로 밖에 취급받았다 .

 

토시는 자신은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 같은 고뇌에 빠진다. 하지만 요시키가 부탁을 하거나 시키면 다 했던 토시는 그만 그 고뇌의 시기에 여자에게 빠지고 만다. 여자는 모두가 잘 아는 사이비 종교의 일원으로 토시를 쥐었다 흔들었다 하며 엑스를 악마의 밴드라고 주입을 시키고 거기서 탈퇴하기를 강요하고 벌어놓은 돈을 종교집단에게 다 갖다 바치게 한다

 

이 시기는 요시키의 불같은 성격이 극에 달해있었던 시기라 누구도 건드릴 수 없었는데 딱 한 사람 바로 히데가 그런 요시키와 멤버들의 가교 역할을 했다. 토시가 이렇게 된 사연을 말하자면 시간을 돌려돌려 엑스제팬이 엑스였을 시기, 인디밴드였을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엑스는 한국인도 많이 좋아했던 비주얼록 밴드로 일본에서 최고의 음악을 하는 록밴드는 아니지만 액스의 활동은 영화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밴드의 멤버 하나하나가 전부 독특하고 사연이 많고 멤버 하나가 하나가 모여 밴드의 시너지가 폭발을 하는 밴드였다

 

엑스는 이미 인디에서는 유명한 밴드였다. 넘사벽이었다. 하지만 엑스는 고민이 있었다. 이 메탈이라는 장벽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인디에서는 스타였지만 버는 돈은 너무 적고 지출은 더 컸다. 각종 액세서리와 의상 때문에 지출이 심했다. 전기가 끊기고 물건도 훔치며 겨우 살아간다. 여기서 엑스는 현실과 타협을 하느냐, 록의 자존심을 지키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었는데 엑스는 현실과 타협을 하기로 한다

 

그러면서 금기시되는 티브이 출연을 하게 된다. 요시키는 이런 비주얼로 일반들과 육상 시합을 하기도 하고 초밥집에서 오르가슴 라이브를 한다. 유튜브에 있다. 무명일 때 엑스는 처절하게 엑스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초밥집 사장님의 표정도 으

 

요시키와 베이시스트 타이지는 일본에 온 키스의 공연을 보고 그만 빠져들어버려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 요시키는 리더였고 드러머였으며 건반을 맡았고 대부분의 노래를 만들었다. 타이지는 베이스뿐만 아니라 기타도 끝장나게 쳤다. 하지만 타이지는 편곡에 굉장한 재능이 있었다. 타이지도 요시키만큼 성격이 불같고 개 같아서 후에 요시키와 대립을 하며 찢어지게 된다

 

기타리스트 히데는 요코스카 사벨 타이거의 해체 이후 미용사의 길을 걸으려고 하는데 요시키가 와서 간곡한 설득으로 엑스에 들어가게 된다. 기타 실력은 말할 것도 없지만 히데는 독창성으로 사람들의 인기를 흡수해버린다. 엑스의 인격자라고 불렸다. 골 때리는 멤버들 사이에서 정리를 해주며 엑스의 생명을 연장시켜준 장본인이다. 히데는 엑스의 얼굴이었다

 

파타의 이야기 부터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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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설명할 수 없지만 오아물 루의 그림에 빠져 있다가 구석진 곳에서 그림을 컴퓨터로 따라 그려보고 있으면 무념무상의 세계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이 정도 마우스로 그려보는데 몇 시간이나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다. 이런 세계에 빠지는 걸 한 마디로 묘미다

 

진짜 도화지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흙 냄새같은 물감 냄새가 그림을 그리는 공간에 퍼지고 손으로 질감도 느낄 수 있고, 더 괜찮을 것이다. 붓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건 컴퓨터 마우스로 그리는 것과는 달라서 실패하면 좀 낭패니까 집중의 강도가 반쯤 먹은 곱창전골에서 남아있는 곱창을 찾는 것과 흡사할지도 모른다

 

나는 일러로 하지 않고 모든 것을 포토샵으로 하니까 여러 개의 레이어를 마우스로 일일이 그려놓은 다음에 레이어를 합치는 것이다. 먼저 배경화면을 그린다. 원본을 눈으로 스캔을 휙 한 다음 브러시 툴로 오패스티나 굵기나 뭐 이런 것들을 조절하면서 그린다. 배경을 그릴 때가 마음이 제일 편하다. 그저 굵기를 조절하며 생각 없이 휙휙 그리면 된다

 

실패했다? 그러면 고민 없이 전부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사진 편집이든 뭐든 실패하면 아까워하지 말고 다 버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 고 생각 한다

 

배경의 윤곽이 잡혔으면 배경을 좀 더 휙휙 칠한다. 색감을 조절하며 거침없이 휙휙 마우스를 움직여준다. 그런 다음에 레이어를 하나 더 만들어 꽃을 일일이 그려서 집어넣는다. 꽃을 집어넣는데 시간이 가장 많이 걸렸다

 

꽃은 브러시 툴로 대충 그린 다음에 수채 필터나 스케치 필터 같은 것으로 이것저것 조절해서 그림처럼 보이게 만든다. 아무튼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 잘 해야 할 것 같은데 두말하면 잔소리처럼 마우스는 좋은 게 좋은 것 같다. 만 오천 원짜리 마우스는 어떻게 해도 인내심을 요구한다

 

그런 다음에 꽃을 그려 넣은 레이어는 잠시 꺼 두고 배경화면에 사람을 그려 넣는다. 역시 레이어를 하나 더 만들어서 사람을 그린다. 변명인데 마우스만 좋았다면 사람의 얼굴을 좀 더 슬프게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원본에는 사람을 따라가는 개가 있는데 나는 우리 집 2호였던, 보호소에서 안락사 되기 직전에 데려온 오래된 땅콩이 사진을 그림처럼 만들어서 집어넣었다. 아무튼 재미있는 작업이다

 

그리고 작은 꽃도 그려 넣는다. 그런 다음 꺼 놓은 꽃 레이어를 켜 놓으면 모든 레이어가 살아나면서 그림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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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오아물루 #컴퓨터로 #따라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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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날씨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기나 했을까

날씨도 인간의 역사의 한 부분이다

인간의 짧고 긴 역사의 존재양식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앞으로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악착같이 기억하는 것이다

 

#416 #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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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고 싶을 때가 있다. 날고 싶은 것보다 한없이 떨어지고 싶을 때, 마냥 곤두박질치고 싶은 때가 있다. 겁도 없이 그런 생각이 온몸을 돌아다니는 혈관에 모르핀이 퍼지듯 들 때가 있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겁인데 떨어지고 싶은 강렬함에 이끌려 겁을 무릅쓰고 번지점프를 뛴 적이 있었다. 남이섬까지 가서 55미터까지 올라가서 겁을 잔뜩 집어먹어가면서 떨어지는 아찔한 순간을 맛보았다

 

나의 24시간 중에 없어도 될 오후 4시에 번지점프대에 올라서 떨어짐을 만끽했다. 번지점프를 하기 직전 머리를 급습하는 겁나는 두려움은 말로 표현이 안 된다. 조교가 점프대에 선 나의 두 발의 뒤꿈치를 좀 더,라며 탁탁 발로 밀어서 발바닥의 3분의 1이 점프대 밖으로 나가 있었다

 

저 먼 산을 보면서 뛰세요. 밑을 보면 공포가 밀려옵니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나는 점프대에서 몸이 분리되는 순간 호수 밑을 보았다. 샤샤사사사삭 하며 호수 바닥이 나에게 달려드는 기분, 내장기관은 여기에 있으려고 하는데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 때문에 딸려 내려가면서 느껴지는 오바이트의 기운, 소리도 지를 새 없이 나의 몸은 묶인 줄에 튕겨져 공중으로 한 번 반동으로 올랐다가 다시 떨어졌다

 

다시 떨어졌을 때는 처음 그 희귀한 순간은 없었다. 그런 게 한순간에 끝이 난다. 그런 굉장하고 몹쓸, 엄청나고 터져버릴 듯한 순간은 찰나로 지나간다. 힘들다 안 힘들다 같은 의미도 없다. 그런 순간은 금방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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