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오정환 지음 / 호이테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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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가히 설득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역사를 봐도 설득은 생사와 승 패를 결정짓는 최고의 지략이자 핵심 기술이었다. 시대가 지났다고 설득의 효용성이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설득은 복잡다단해지고, 급변하는 사회에서 개인의 삶은 물론 비즈니스를 지배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설득은 일방적이 것이 아니라 쌍방향이다. 내 맘대로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말로 설득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귀담아듣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마음이 맞고 손발이 맞아야 설득이 가능한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 

 

이 책은 사기, 전국책, 한비자 등 동양 고전을 통해 춘추 5패와 전국 7웅이 치열한 약육강식의 각축전을 벌이던 생생한 현장에서 설득이 한 개인과 조직, 국가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조명하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역사적 장면을 통해 설득의 원리, 사람의 마음을 얻고 움직이는 원리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신뢰 얻기
신뢰는 설득의 바탕이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믿을 만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그 사람의 평소 행동으로 가늠할 수 있다. 설득을 하려면 반드시 상대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

상대의 상황, 문제, 욕구 파악하기
이것은 설득을 위한 준비단계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문제가 무엇인지 알수 있고, 문제를 알아야 상대의 욕구나 필요 혹은 불만족 등을 찾아낼 수 있다.

위기와 손해 강조하기
행동경제학자들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해에 더 민감하다고 한다. 이익보다 손실을 더 강하게 평가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를 설득할 때 손해나 위기를 강조하면 설득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해결책과 이익(혜택) 제시하기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면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 보다는 상대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상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 방법 을 제시한다면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책의 저자 오정환은 미래경영연구원 원장으로 세일즈 기법, 영업 조직 관리, 리크루팅, 동기부여, 리더십, 자기계발 분야의 인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인이자 칼럼니스트다. 저서로는 <영업, 질문으로 승부하라>, <성공, 질문으로 승부하라>, <세일즈 멘토링>, <한 번 더 세일즈>, <내 인생 최고의 버킷 리스트, 책쓰기다>, <세일즈, 심리학에서 답을 찾다> 등이 있다.

 

 

 

설득은 왜 필요한가?

 

설득이란 남을 속여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설득은 정당한 방법으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이익이 아니라 설득하는 사람이나 상대방 모두에게 이익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설득은 예로부터 정치 분야든 비즈니스 분야든 간에 유용한 기술로 인식되어 왔다. 설득할 수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더가 조직원을 설득할 수 없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조직원이 리더를 설득할 수 없다면 인정을 받을 수 없다. 그리하여 동서양을 막론하고 설득에 관한 지식과 기술은 대대로 전승되어 왔다.

 


설득은 상대로 하여금 어떤 일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사기를 높여 준다. 또한 비전을 심어 주거나 격려와 영감을 주기도 한다. 상대방을 설득할 때는 일대일로 마주 앉아 차분히 할 경우도 있고, 적게는 몇 명에서부터 많게는 수백, 수천 명을 상대로 연설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세일즈맨은 고객을, 부모는 자녀를 설득할 수 있고, 광고는 소비자를, 성직자는 신도들을 설득할 수 있다.

 

 

신뢰를 얻는 방법

 

선심善心

인정認定

관용寬容

신의信義

겸손謙遜

희생犧牲

공감共感

 

박해용<역사에서 발견한 CEO 언어의 힘>이라는 책에는 유연성이 돋보이는 간디 이야기가 나온다. 비폭력 저항운동을 시도하여 마침내 인도의 독립을 이끈 간디는 정치적 독립 못지않게 경제적 독립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에게 섬유 생산을 자급자족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당시 인도는 대부분 영국에서 들어오는 면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간디는 이러한 경제적 종속이 계속되는 한 진정한 독립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어느 날 간디가 면섬유의 자급자족을 강조하고 있는데, 청중 가운데 한 사람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답답한 소리는 그만 집어치우고 차라리 스스로 목이나 매시오!" 그러자 간디는 화를 내지 않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자신에 대한 비난을 유머로 받아치는 유연성이 돋보인다. 

"그것도 괜찮은 생각입니다. 그러나 우선 우리가 목을 매는 데 필요한 끈을 생산한 다음에나 할 일이지요"

 

 

상황과 문제를 파악하라

 

강력한 법을 만들어 진나라를 부강한 나라로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운 상앙이었지만, 그는 이 과정에서 태자뿐 아니라 많은 귀족들을 적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왕위에 오른 혜문왕은 다른 나라를 공격하여 땅을 차지하는 것보다 상앙을 처리하는 일이 더 급한 문제였다. 그러니 소진이 말하는 연횡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상앙은 결국 모반을 꾀했다는 누명을 쓰고 죽게 된다. 그 뒤 장의는 같은 연횡책으로 혜문왕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상앙을 정리한 후라 국내 정치가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판단한 혜문왕이 관심을 밖으로 돌릴 만한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진은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해 설득에 실패했고, 장의는 상황을 파악하고 시기적절 하게 설득하여 성공한 것이다.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면 미리 상대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라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홈쇼핑을 본 적이 있는가. 홈쇼핑에서는 상품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설명하기보다는 모델을 통해 상품을 이용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직접 보여준다. 옷에 대해 설명하기보다는 모델들이 그 옷을 입고 단풍이 든 가로수 길을 걷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 시청자들은 그 장면을 보며 자신의 그런 모습을 상상한다. 그 순간 구매 욕구가 생겨나 구매율이 올라간다. 주방기구를 이용하여 요리하는 장면, 운동기구에서 운동하는 장면 등도 모두 시청자들의 뇌를 자극하기 위하여 보여 주는 것이다. 실제로 홈쇼핑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제품을 설명하는 순간보다 모델들이 제품을 직접 시연하는 동안에 주문량이 늘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다른 사람을 설득할 때 홈쇼핑처럼 모델을 등장시켜 시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상대가 머릿속에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생생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기'는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는 종종 문학 작품이나 예술 작품에 매료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는 머릿속에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시시콜콜한 설명을 늘어놓는 대신 '머릿속 그림 그리기'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장소와 사물에 얽힌 이야기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독립 운동가이자, 장군이었던 로버트 브루스는 영국과 벌인 독립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영국에서 독립하고, 자신은 왕위에 올라 로버트 1세가 되었다. 그러나 이후 에드워드 2세가 이끄는 영국군과 치른 전투에서 그만 밀리고 말았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추격하는 적군을 피해 달아나다가 한 동굴을 발견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 헐떡거리는 숨을 죽이며 공포와 불안 속에서 떨고 있었다.


그때 마침 어디선가 왕거미 한 마리가 나타났다. 거미는 집을 지으려고 했으나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거미줄을 원하는 곳에 연결하지 못했다. 그 광경을 계속 지켜보자니 거미는 여섯 번을 시도했지만 여섯 번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로버트는 '너도 나와 마찬가지로 실패의 괴로움을 맛봐야 하는구나'라며 안쓰럽게 생각했지만, 거미는 여섯 번을 실패해도 전혀 굴하지 않고 다시 도전해서 결국 원하는 곳에 거미줄을 연결해 집을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본 로버트는 다시 한 번 왕가를 일으켜 세우겠다는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도전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로버트 1세는 절망적인 순간에 거미가 여러 번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 거미줄을 완성하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용기를 낸다. 이처럼 산, 바다, 강, 바위 같은 자연물이나 동물, 식물 따위에 얽혀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는 정말 많다. 그중에서 설득에 필요한 이야기를 골라 정리해 놓으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동양 고전의 생생한 설득 장면에서 답을 찾다

 

CEO의 능력과 리더십에 기업의 흥망성쇠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EO와 경영진, 관리자들이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만큼 설득력이 있다면 그 기업의 앞날은 밝다. 여기서 설득력이라는 것은 말 잘하는 잔재주를 일컫는 것이 아니다. 설득은 세치 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까지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신뢰를 주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신뢰를 받는 CEO 혹은 경영진이라면 굳이 긴말이 필요없을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기업은 잘 돌아간다. 잘 안 되는 조직일수록 말만 무성하다. 회의가 길고, 지시 사항과 규제가 많다. 설득이야말로 삶과 비즈니스를 지배하는 핵심기술이다. 영업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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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과 실천력을 길러주는 인문학 이야기
김경준 지음 / 원앤원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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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축적한 모든 지식과 마찬가지로 인문학도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다. 또한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는 지식체계로서 고체화된 화석이 아니라 액처럼 변화하는 유기체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안문적 소양도 기존 지식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현실적 경험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해석하는, 유연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입장을 기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인문학은 인간을 만든다

 

책의 저자 김경준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딜로이트 안진 경영연구원' 원장으로 재직중이다. 그는 21세기 글로벌 기업과 산업의 변화를 이해하면서 인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어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융합형 경영전문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여러 신문과 잡지에 자신의 글을 기고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기존 지식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현실적 경험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해석하는 능력 또한 인문적 소양이라고 강조하면서 총 9부에 걸쳐 세상을 살아가며 꼭 필요한 인문적 소양을 강의한다. 1부(인문학은 등대다)에서는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창으로서의 인문학을 이야기하면서 광대한 영역에 빠지지 말고 자신의 직업 영역을 바탕으로 우선 분야를 정하라고 조언한다.

 
2부(모든 것은 인간에서 시작되었다)에서는 인문학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고, 3부(야만과 문명, 인간과 도구)에서는 문명 발달에 대해 이야기하며, 4부(개인과 집단의 상호관계)에서는 집단을 이루고 국가가 수립되는 과정과 집단 안에서의 개인의 삶을 말한다. 5부 (생산과 교환을 통한 분업과 시장의 형성)에서는 시장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분업이 일어나고 전문화되어 사회가 발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6부(경쟁과 혁신의 구조)에서는 생태계와 산업계를 비교해 경쟁과 혁신을 알려주며, 7부(신화와 종교의 출현과 의의)에서는 집단이 형성되며 발생하는 공동체 차원의 신념 체계를 설명한다. 8부(문명의 태동과 정치체제의 형성)에서는 고대 그리스 민주정과 로마의 공화정, 중국의 제국 등을 비교하며 개방과 관용을 강조하며, 마지막으로 9부(과거 화석이 아닌 미래 에너지로서의 인문적 소양)에서는 과거의 시각이 아닌 오늘의 관점에서 인문학을 재해석해 미래의 에너지로 발전시키는 기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금술과 불로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오래 전부터 연금술과 불로초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연금술이란 물질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이고, 불로초는 정신과 육체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희망이었다. 이를 가진다면 인간은 영생불사永生不死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양 최초의 통일 제국을 창업한 진시황도 방사方士를 동원해 불로초를 구하려 했다는 기록이 있다. 아무튼 연금술은 과학 기술로 연결되었고, 불로초는 인문학으로 추구되었다.

 

기업 경영에 인문학을 접목, 경영의 귀재로 불렸던 고고 스티브 잡스, 그는 시리아 출신의 미국 유학생과 미국인 여대생 사이에 태어난 사생아였다. 결국 입양된 그는 전형적인 미국인 양부모를 만나 성장하면서 자립심과 정직에 대해 교육받았지만 그의 괴팍한 성격으로 인해 삶이 순탄하지 못했다.

 

1970년대 초반 그는 대학교 1학년 때 중퇴를 한 후 환각제인 LSD를 접하고, 동양의 선불교에 심취해 7개월간의 인도 여행을 떠나는 히피 생활을 하는 등 일종의 일탈 기간을 거친다. 이후 1976년 애플을 설립하고 1984년 매킨토시로 대성공했으나 1985년 애플에서 축출된다. 하지만 곧 넥스트를 설립하고 1986년에 픽사를 인수했으나 실적 저조로 위기에 몰리다가 1995년 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의 성공에 힘입어 1996년에는 애플로 복귀한다.

 

2000년대에 들어 아이팟, 아이튠스, 아이폰 등의 연이은 성공으로 정점에 올랐던 2011년에 세상을 떠난 그의 삶은 전형적인 영웅담의 서사 구조를 담고 있다. 즉 출생의 비밀, 어린 시절의 방황과 고난, 성공과 실패, 재기와 영광에 이은 절정에서의 죽음이다. 고전적 서사에서 흔히 그려지는 영웅의 스토리와 유사한 스티브의 생애는 이제 신화가 되어가고 있다.

 

 

 

 

가깝고도 먼 고전

 

 

지금은 과거처럼 콘텐츠의 절대량이 부족하고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시대가 아니라,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누구나 정보 접근이 용이한 시대다. 그런 시대이다 보니 전문가와 일반인의 지식과 정보의 격차는 크게 축소되었다. 하지만 전공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 읽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반인은 전공자들이 확보한 지식의 우위를 인정하고 이를 참고할 만한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학습을 도와주는 안내자로 받아들이면 된다.

 

 

인문 교양 차원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원전을 접하면 바람직하겠지만 굳이 원전을 고집해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안내자 역할을 하는 각 분야의 전공자들이 펴내는 다양한 콘텐츠를 적절히 소화하는 것으로 1차적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다. 다만 해석자이자 안내자인 전공자들 역시 각자의 관점과 입장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의식해야 한다.

 

 

 

 

경험이 지식보다 강하다

 

중국의 삼국시대 위나라를 창업한 조조는 장만 조비를 후계자로 지명했다. 아버지 조조가 죽자 그는 한한왕조를 폐하고 황제가 되어 위나라 문제로 등극했다. 그는 "가문이 3대에 이르러야 제대로 옷을 입고 음식을 먹는 법을 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아버지 조조 덕분에 그는 젊어서부터 좋은 술과 음식, 의복 등을 접하면서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입맛에서만큼은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세상을 보는 관점, 즉 세계관도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까지 10여 년간 접했던 학문 분야, 사고방식, 가치관 및 시대사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에 더해서 나름대로 문제의식도 생겨나면서 정의감에 불타는 20대 초반에 읽고 접하는 정치 사회적 사조와 유행이 특정세대의 가치관을 형성시킨다. 이때 형성된 가치관은 사실상 30대 이후 평생을 관통한다. 세상을 100% 해석할 수 있는 세계관은 없고, 어떤 입장도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가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확립한 프레임으로 세상을 반복-재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어린 시절에 형성된 입맛, 사춘기에 형성되는 노래 취향과 취미처럼, 청년기에 확립되는 세계관과 인간관도 환경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아랍 지역에서 즐겨 듣는 독특한 음악을 서양 음계에 익숙한 우리가 듣고 공감하기 어렵듯이, 성장기를 기독교 문명권에서 보낸 사람과 이슬람 문명권에서 성장한 사람들의 세계관과 인간관은 큰 차이를 보인다.

 

 

 

인간과 동물

 

문명이 시작되고 인간의 삶의 조건이 동물과 구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인간은 동물과 구별되는 특별한 존재라는 믿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이런 배경에서 고대부터 18세기까지 세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강력한 프레임이었던 대부분의 종교는 공통적으로 인간과 초월자의 관계를 설정하고, 이 설정에 따라 인간을 비록 부족하지만 신과 같은 속성을 지니는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특히 2천 년 전에 시작되어 서양 세계의 지배적 종교이자 세계관이나 다름없었던 기독교에서는 <창세기>의 기록에 따라 우주만물과 모든 생명체는 유일신에 의해 창조되었고, 인간은 유일신이 만드신 특별한 존재라고 믿는다.

 

동물과 같은 위치에서 출발해 문명과 지능이 발달하면서 동물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로 자신을 규정한 인간은 자연과학적 지식이 확장되면서 인간이 동물과 공유하는 다양한 속성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1859년 찰스 다윈<종의 기원>에서 인간이 미생물로부터 진화한 결과물이라고 발표하면서 인간과 동물에 대한 인식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공상이지만 빌 게이츠의 딸과 부시먼 족의 아들이 결혼한다면 당연히 자식을 낳을 것이다. 호모사피엔스로서 동일한 DNA를 가졌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는 두 사람이 결혼할지라도 후손을 생산함에 있어서는 아무런 장벽이 없다. 그런데, 빌 게이츠의 딸이 태어나자마자 부시먼 족의 가정에 입양된다면 생물학적으로 빌 게이츠의 딸이지만 사회 문화적으로는 부시먼 족의 딸이 되는 셈이다.

 

빌 게이츠와 부시먼 족의 비유는 비록 극단적 예시이기는 하지만 신석기 시대 농경을 시작하고 문명이 만들어지면서, 특히 산업혁명 이후 세계적 차원에서 기술적, 물질적 격차가 커지면서 나타난 인간이 지니는 특성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 즉 1만 년 전을 기준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호모사피엔스들 간의 사회 문화적 격차는 크지 않았지만 문명시대를 거치면서 기술적, 사회 문화적 차이는 벌어졌다. 불과 150년 전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했을 때 다윈도 원시부족과 자신이 동일한 인간이라는 점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정도이니, 문명사회에서 원시부족을 다른 종으로 간주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러한 격차는 20세기의 기술 발전으로 문명사회 간에도 더욱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진화론과 인류학이 발달하면서 원시부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초기 형태의 사회 구성과 분업구조, 가족관계와 문화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는 점도 밝혀지게 되었다. 인간사회를 문명과 야만으로 구분 짓는 시각은 그 뿌리가 깊다. 로마인들은 세계를 문명의 로마와 야만의 게르만으로 분리했었다. 마찬가지로 고대 중국도 한족 이외의 동서남북은 모두 야만인 오랑캐로 분리했었다.

 

 

문명의 시작

 

역사적으로 문명은 다양한 요소들에 영향을 받으며 끊임없이 변화, 발전해왔다. 과거 대륙별, 지역별로 단절된 시대에는 권역별로 문명이 발전하면서 나름대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고,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출발해 이집트 문명과 만나고 그리스, 로마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흐름으로 문명의 발전을 이어왔다. 또한 고대 중국과 인도에서 출발한 아시아 문명권은 오늘날까지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고, 대항해 시대에 유럽인들에 의해 파괴되어 단절되거나 변형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문명도 높은 수준의 기술적, 사상적 기반을 구축했다.

 

고대 국가에서도 문명을 이끌어가는 주도권이 계속 이전되고 있다. 예를 들면 메소포타미아의 페르시아 제국, 이집트의 파라오 왕국, 그리스의 아테네와 스파르타, 고대 로마에서 근대의 스페인과 네덜란드로 이어지는 흐름, 영국에서 오늘날 미국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그렇다. 동양의 중국에서도 왕조교체를 통한 한족과 유목민족의 세력교체가 끊임없이 발생해왔다. 약자가 강자가 되어 중심으로 부상하고, 다시 강자는 약자로 쇠퇴하고 다른 강자가 탄생하는 변화의 패턴을 보인다.

 

 

액체로서의 인문학

 

기상학자는 날씨를 예측하고 경제학자는 경기를 예측하지만 대개 틀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기상학자는 최소한 현재 날씨만큼은 맑음?흐림으로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경제학자는 현재가 호황의 마지막인지, 불황의 끝자락인지 정확히 모른다. 이러한 인식의 한계로 경제학자들마다 현상의 진단과 처방이 다양하며, 소위 가장 권위 있다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학자들끼리도 동일한 경제정책을 두고 불꽃 튀는 설전을 벌인다. 시간이 지나서도 명확하게 판가름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상학과 경제학이 인간행동과 예측결과의 독립성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가지기 때문이다. 날씨라는 자연현상은 인간의 행동과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반면, 경기변동은 경제주체의 행동과 상호작용한다. 예를 들어 기상학자가 내일의 날씨가 추울 것이라고 예보하면 사람들은 두꺼운 옷을 입고 장갑을 끼는 것으로 대응해 몸을 따뜻하게 하지만, 그렇다고 날씨가 따뜻해지지는 않는다.

 

 

 

유연성을 가져라

 

인간이 완벽하지 않듯이 인간의 문명도 나름대로의 문제를 내포하고 발생시킨다. 그러나 인간의 지식과 기술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켜온 것이 문명의 역사다. 이 과정에서 가장 소중한 자원은 인간의 지식과 창의성이었다. 인문학도 인간의 지식과 창의성을 확장시킨다는 의미에서 중요성을 지닌다. 그러나 인문학의 아이디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이는 과거로부터 던져진 화석이 되어 오히려 현재를 구속하는 기제가 된다. 인문학을 포함한 모든 지식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드는 도구라는 관점에서 인문적 소양도 미래적 관점에서 흡수할 필요가 있다.

 

미래 관점의 인문적 소양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요소는 유연성이다. 과학발전도 단편적 지식의 집적이 아니라 기존의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과의 상호 관계에서 진행된다. 인문학적 지식의 축적과 발전도 비슷한 양상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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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부자들 - 처치곤란 부동산을 수익형 부동산으로 바꾸는 새로운 방법
김정미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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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는 장사와 비슷하다. 장사꾼들은 물건을 도매로 사서 소매로 판다. 도매가와 소매가의 차액이 이들의 이익이 된다. 셰어하우스도 그렇다. 큰 집을 쪼개서 방세를 받는다. 집을 통째로 빌려주는 전월세보다 전체 수익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집주인은 집 한 채를 통째로 임대해주는 것에 비해 높은 월세수입을 얻을 수 있다. - '머리말' 중에서

 

 

셰어하우스, 또 다른 수익형 부동산

 

'사는(buy) 집이 아닌 사는(live) 집'을 슬로건으로 부동산 임대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뉴스테이 정책과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는 주거문화 자체를 바꾸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이런 주거문화의 변화에 어울리는 새로운 부동산 전략이 필요하다. 이 책은 골칫거리였던 대형 평수의 아파트, 구도심의 낡은 주택, 그리고 지방의 아파트를 새롭게 변모시켜 공간을 함께 쓰는 셰어하우스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일반적인 월세보다 더 많은 수익을 벌고 있는 새로운 부자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책의 저자 김정미뉴미디어를 전공한 언론학박사로 정부산하기관에서 10여 년간 국가정보화정책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국무총리실로 자리를 옮겨 2년간 국무총리의 연설사무관으로 재직했다. 오랜 직장생활 끝에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자 떠났던 호주에서 셰어하우스 문화를 처음으로 접하고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셰어하우스와 공동체 문화가 너무 근사했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사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2015년 좋은일컴퍼니를 창업했다. 좋은일컴퍼니는 기술 스타트업으로서, 셰어하우스 관련 O2O 서

 

 

 

 

 

 

 

 

 

 

 

아파트를 두 채나 구입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셰어하우스의 수익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또한 운영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다른 일과 병행할 수 있다는 점도 셰어하우스 사업의 큰 장점이다. 참고로 산이 아빠의 본업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이고, 산이 엄마는 새로운 창업을 위해 인터넷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부부가 각자의 일을 하면서 셰어하우스도 운영하는 셈이다.

 

 

오래된 동네에 기회가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북촌, 서촌, 삼청동 일대는 각광 받는 상업 지역이지만, 이곳을 제외한 동네에는 빈집이 많다. 집들이 너무 낡은 탓이다. 골목이 좁아 차량 진입도 어렵고 주차공간도 부족하다. 땅값이 비싼 도심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어 재개발도 잘 안 된다. 이곳에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수리비를 부담하며 집을 고치기도 어렵고, 처분하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서울의 종로구를 비롯해 성북구, 성동구, 서대문구, 용산구의 해방촌 일대가 대표적인 곳이다.

 

 

의외로 이런 오래된 동네는 1인 가구가 생활하기에 그리 나쁘지 않다. 일단 서울 한복판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편이 좋다. 인근에 주요 대학교나 업무지구도 많다. 골목까지의 차량진입과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 오래된 동네의 가장 큰 단점인데, 1인 가구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같은 셰어하우스 고객층이라면 더욱 그렇다.

 


빈방을 사업용으로 활용


한울이 부부는 막내가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큰 집을 정리하고 인근에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처음엔 살던 아파트는 팔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처분하려니 생각이 복잡했다. 우선 새로운 투자처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집을 팔아서 생길 목돈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전세 임대 역시 실익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저금리 탓이다. 

 

더구나 대형 평수 아파트이기 때문에 월세로 임대할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1층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선호도도 낮은 편이라 결국 전세 임대밖에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은행의 낮은 금리를 생각하면 집을 팔거나 전세로 임대해서 현금을 보유하는 것은 오히려 손해였다.

 

부산에 셰어하우스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이들 부부는 관련 기사들을 모두 챙겨 보면서 꼼꼼하게 검토한 결과 서울에도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셰어하우스가 대학가 근처에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에 부산교대 근처에 있는 자신들의 집을 셰어하우스 사업용으로 해볼만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부산에서 시작한 셰어하우스의 운영방식을 벤치마킹한 끝에 2015년 5월 한울타리 셰어하우스를 출범시켰다. 방이 5개, 화장실인 3개인 큰 집이라 가장 적은 방은 파우더룸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방은 3인실과 2인실로 꾸며 모두 9명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맞춤형 인테리어

 

셰어하우스 운영을 목적으로 주택 인테리어를 하는 경우, 고품질을 유지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생활하면서 생기는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하는 것이 좋다. 즉, 정리정돈이 잘 되는 방향으로 인테리어를 구상해서 여러 명이 이용해도 집이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으면 좋다.

 

주택을 보수할 때는 난방비나 전기료 같은 공과금이 적게 나오고 운영자가 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상해야 한다. 또한 여러 명이 함께 사는 것이 셰어하우스의 기본 콘셉트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입주자 홀로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셰어하우스의 단점을 보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셰어하우스의 미래는?

 

우리나라에 셰어하우스 시장이 성장하고, 이용자와 공급자가 많아지게 되면 앞으로는 함께 교류하고 어울리는 곳에 무게중심이 옮겨질 것이다. 일본의 셰어하우스가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곳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함께 지식을 나눌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하고 있다.

 

셰어하우스 이용자층도 바뀔 것이다. 현재는 20~30대 청년층이 주요 고객이다. 1인 가구의 상당수가 노년층임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노년층을 위한 셰어하우스도 많이 공급될 것이다. 현재는 농촌의 독거노인들이 공동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농림부와 지자체가 함께 추진하는 사업으로, 대부분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앞으로 셰어하우스 전성시대가 도래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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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 로또부터 진화까지, 우연한 일들의 법칙
데이비드 핸드 지음, 전대호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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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알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발생 확률이 극히 미미한 사건임에도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욱 신기한 것은 그런 사건이 한 번 일어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벌어진다는 점이다. 얼핏 생각하면 심각한 모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사례들이 이것이 모순이 아님을 보여준더. - '들어가며' 중에서

 

 

로또 복권의 당첨, 이는 우연일까?

 

"정말 희한한 날은 희한한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날이다"

- 퍼시 다이어코니스

 

흔히 로또에 당첨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지만, 로또 1등에 당첨되는 사람은 매주 꼬박꼬박 나온다. 심지어 동일한 사람이 여러번 당첨되는 일까지 일어난다. 반대로 철없는 아이가 옥상에서 던진 물건에 길을 걷다가 맞는 불행한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좌지우지할 수 없는 우연한 일들을 겪으면, 그 배후에 소위 '운'이 작용했다고 믿고, 운세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려고 노력한다.

 

우주는 정교한 법칙에 따라 작동한다. 뉴턴의 운동법칙은 물체가 떨어지는 이유와 달이 지구 주변을 공전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자동차가 앞을 향해 가속될 때 우리의 몸은 왜 뒤로 눌리는 듯한 힘을 받을까?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걸었을 뿐인데 왜 갑자기 땅이 솟구쳐 올라와 내 이마를 세게 때릴까? 이런 일들은 모두 뉴턴의 법칙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발생 확률이 지극히 작은, 즉 극도로 개연성이 낮은 사건들도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의외의 사건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일련의 법칙을 우리들에게 이 책은 설명한다. 세계적인 통계학자 데이비드 핸드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예로 들며, 그 뒤에 숨겨진 다섯 가지 '우연의 법칙'을 설명한다. 기이한 사례들로 가득한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자연의 규칙이 얼마나 경이롭고 아름다운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핸드는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세계적인 명문 공립 대학인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수학과 명예 교수 겸 선임 연구원이다. 2002년에는 통계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가이 메달Guy Medal을 받았고, 2003년에 영국 학사원의 연구원으로 선출되었다. 2008년부터 왕립통계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그동안의 연구 업적으로 2013년 대영 제국 훈장을 받았다. 유럽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알고리즘 매매 헤지펀드 중 하나인 윈턴 캐피털 매니지먼트

 

 

이들 법칙을 이해하면, 온갖 놀라운 우연들이 사실은 '자연의 규칙'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된다.  나아가 이 법칙들을 활용한다면 우리 삶도 바꿀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예를 들어 '로또'를 사는 게 부질없는 짓이지만 굳이 사겠다면 현명하게 번호를 선택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온갖 점술, 예언, 미신이 왜 그렇게 그럴싸해 보이는지, 그렇지만 그 허점은 무엇인지 간파하게 된다.

 

주식투자자에겐 더욱 솔깃한 얘기도 있다. '경제 위기'는 왜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지, 주가는 왜 순식간에 대폭락하는지도 깨닫게 된다. 인간은 어떻게 우연을 통해 진화해왔으며 우주는 어떤 식으로 창조주의 손길 없이도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는지 알게 된다. 이런 깨달음들을 통해 우리들은 자신의 삶을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힌트를 얻는 것이리라.

 

 

책은 마치 죽비를 내리치듯

삶의 방향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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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웨어 - 생각은 어떻게 작동되는가
리처드 니스벳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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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매체가 과학적 발견이라면서 많은 사실을 쏟아놓지만 그중 상당수가 한마디로 엉터리다. 서로 상충하는 과학적 주장이 나올 때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전문가라는 사람을 언제 신뢰해야 하고, 언제 의심해야 하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다. 어떤 선택에 직면했을 때, 애초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면서도 나와 타인의 삶을 개선하는 선택을 하는 방법은 과연 무엇인가?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생각은 어떻게 작동되는가?

 

책의 저자 리처드 니스벳은 동서양의 차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며 세계 지성계에 생각의 대지진을 일으킨 <생각의 지도>의 저자이다. 사회심리학적 도구를 통해 과학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다양한 현상을 냉철하게 분석하여 말콤 글래드웰에게 "내 인생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이자, 내 세계관의 원천이다"라는 찬사를 받는 등 세계적 사상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이번에는 인간의 합리적인 추론의 법칙을 밝힌 <마인드웨어>로 돌아왔다. 이 책은 인간의 인지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완전한 허점을 파헤치고 합리적 추론을 이끌어내는 생각의 작동 원리를 심도 있게 밝힌 수작이다. 마인드웨어란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의사결정을 하는 데 생각이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정리한 것으로, 그가 고안한 과학적 '추론 규칙'의 총체라 할 수 있다.

 

"과연 합리적인 판단은 학습할 수 있는가?", 이는 2600여 년 전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의 행동경제학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왔던 하나의 물음이다. 이에 관해 지난 40년 동안 그가 몰두했던 사회심리학 연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거대한 통찰을 책에 담고 있다.

 

그의 연구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뉘는데 섭식과 비만 등 개체의 속성이라는 하드웨어 중심의 1단계, 사람들의 행동을 개인이 아니라 관계와 맥락이라는 소프트웨어 관점으로 바라본 2단계, 마지막으로 인간 의식의 흐름과 사회적, 문화적 영향력을 두루 고찰한 마인드웨어가 그것이다. 1, 2단계 연구가 주변 환경에 따른 인식의 차이에 기인한다면, 이 책의 핵심 주제인 3단계 연구는 행위의 주체를 다시 개인으로 옮겨와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이끄는 사회적 요소들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를 역으로 되짚는 놀라운 과학적, 철학적 통찰을 보여준다.

 

 


 

모든 것은 추론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몇 가지 내용만 실천해도 우리는 판단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모든 지각, 판단, 믿음은 추론일 뿐, 현실을 그대로 읽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자신의 판단을 확신하기보다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겸손할 줄 알고, 자신과 다른 견해를 '틀리다'는 느낌이 들어도 사실은 오히려 더 타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도식이 해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도식과 고정관념은 세계를 이해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를 함정에 빠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함정을 피하려면 지나치게 그것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즉 타인의 판단뿐 아니라 자신의 판단도 고정관념에서 나온 게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무관하고 우연한 지각과 인식도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무관하고 우연한 요소인지 모를 때조차 그런 요소는 우리 생각과 행동에 생각보다 훨신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때 어떤 대상을 두고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한다면 가급적 여러 환경에서 그 대상을 마주해야 판단의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근본적 귀인 오류

 

한국의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같은 상황에 처한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처럼 행동하면 한국인들은 그 상황의 어떤 요소가 그 사람의 행동을 촉발했으리라는 꽤 합리적인 추론을 내린다. 그러나 미국인이라면 그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도 똑같이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개인의 기질로 그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려 할 것이다.

 

동양인도 서양인만큼은 아니지만 근본적 귀인 오류에 빠지기 쉽다. 예를 들어 사회심리학자 에드워드 존스와 빅터 해리스의 1960년대 연구에서, 사람들은 주어진 과제에 따라 수필을 쓴 사람이 그 수필과 똑같은 의견을 가졌으려니 단정하는 성향을 보였듯이, 최인철이 동료들과 비슷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한국인도 미국인과 비슷한 실수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수필을 읽기 전에 글쓴이가 자기 견해와 별개로 그런 글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상황을 이해하고 글쓴이의 진짜 견해는 글의 논지와 일치한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인은 빤히 조작된 상황에서도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채 글쓴이의 진짜 생각을 알았다고 단정한다.

 

맥락에 주목하면 나와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요소를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상황요소는 나와 타인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기질요소는 적은 영향을 미친다

당사자는 자신의 상황을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합리적인 무의식 

우리는 보통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으며 생각은 어떤 절차로 작동하는가를 비롯해 자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현실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우리의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당 부분 작동하고 있다.

 

머릿속에 노인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걸음 속도가 느려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눈치채지 못한다. 이번 투표에서 학교를 투표소로 이용한 까닭에 우리는 평소 투표 성향과 반대로 지역의 교육세 인상에 찬성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우리가 빌의 진정서가 아니라 밥의 진정서에 서명한 이유는 밥의 진정서가 더 깔끔한 서체로 작성되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마사보다 메리언이 더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에는 메리언과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마사와는 아이스티를 마셨다는 이유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우리는 머릿속 작동 원리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르는 때가 태반이다. 자각과 의식을 둘러싼 이런 진실에는 우리가 일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암시하는 중요한 단서가 가득함을 깨닫게 한다.

 

 

손실회피, 현재 상황 바꾸기 

코카콜라 회사는 미국인이 다양한 선택을 좋아한다고 믿는 게 분명하다. 다음 코카콜라 중에 어떤 것을 좋아하는가? 코카콜라, 카페인 없는 코카콜라, 카페인 없는 다이어트 코카콜라, 체리 코카콜라, 코카콜라 제로, 바닐라 코카콜라, 다이어트 체리 코카콜라, 다이어트 코카콜라, 라임이 들어간 다이어트 코카콜라, (무려 녹색 캔에 담긴) 스테비아가 들어간 다이어트 코카콜라 등, 차라리 닥터페퍼나 마시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선택이 무한하다고 생각되는 건 비단 콜라만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도시 멘로파크에 있는 어느 고급 식료품점에는 올리브유 75가지, 겨자소스 250가지, 잼이 300가지다. 그런데 선택할 가짓수가 많으면 적은 것보다 항상 더 좋을까? 적어야 더 좋다고 말할 경제학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급업자에게나 소비자에게나 선택의 수가 많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사회심리학자 시나 아이엔가와 마크 레퍼는 멘로파크의 식료품점에 임시 판매대를 놓고 다양한 잼을 전시했다. 그날의 절반은 판매대에 6가지 잼을 두었고, 절반은 24가지를 두었다. 판매대 앞에 발걸음을 멈춘 고객들에게 잼을 살 수 있는 1달러 할인쿠폰을 주었다. 어찌 되었을까? 판매대에 24가지 잼을 두었을 때 더 많은 고객들이 들렀다. 하지만 실제 구매 고객은 6가지 잼을 두었을 때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고객들은 많은 대상을 살펴야 하는 기회비용을 인식해 지나치게 많으면 외면하고 만다는 것이다. 

 

 

생활 속의 다양한 확률~ 참값 찾기 

조는 Y대학 미식축구팀에서 재능 있는 신인을 발굴하는 일을 한다. 그는 고등학교 연습 기간에 전국을 돌며, 현지 코치가 강력히 추천한 학생들을 살펴본다. 어느 날 오후, 그는 스프링필드고등학교를 찾아간다. 승률이 좋고 터치다운이 인상적이며 포워드패스 성공률이 높아 코치가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쿼터백 선수를 보기 위해서다. 이 선수는 연습 중에 패스 실수를 연발하고, 스크리미지라인 뒤에서 태클을 당하기도 여러 번, 야드 수도 전반적으로 적었다. 조는 대학 팀에, 이 선수가 과대평가되었고 보고하면서 영입하려던 계획을 포기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의 조언은 현명한가, 그렇지 않은가?

 

스포츠를 잘 모르는 사람은 조가 옳고 그 쿼터백 선수는 재주가 썩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포츠를 아는 사람은 조의 판단이 너무 성급하다고 말할 확률이 높다. 스포츠를 아는 사람들의 판단에 따르면 쿼타백의 행동에서 조가 본 포본은 극단적인 경우이고 그 선수의 능력은 조의 평가보다 추천한 코치의 평가에 더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국내 프로야구의 성적은 용병 농사라고 말한다. 어느 팀이 알짜 외인을 영입하느냐에 따라 팀의 한 해 성적이 가을야구를 할 수 있는지의 여부로 연결된다. 스카우터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참고할까? 다른 조건이 같다면, 주어진 분야를 잘 알수록 통계적 개념을 이용항 가능성이 더 높다. 이 경우에 중요한 개념은 대수법칙이다.

 

 

변증법 추론

 

젊은 미국인은 변증법 원칙이나 갈등을 다루는 법을 일본인만큼 많이 배우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많이 갈등을 겪다 보니 갈등을 인식하고 다루는 더 나은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일본인이 나이가 든다고 해서 더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갈등과 관련한 원칙을 차츰 익혀간다기보다 그 원칙을 일찌감치 배워 적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미국인보다 일상에서 겪는 갈등이 훨씬 적고, 따라서 갈등을 다루는 더 좋은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기회도 적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논리적 사고가 더 좋을까, 변증법적 사고가 더 좋을까? 말도 안 되는 질문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둘 다 장단점이 있다고 본다. 어떤 주장을 추상화해서 그 주장의 논리적 구조를 따지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내용에서 애써 형식을 분리하다 보면 오류가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모순을 해결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모순을 인정하고 그 모순되는 생각 사이에 진실이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두 생각이 모순을 초월해 모두 어느 정도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본다면 더욱 생산적일 수 있다.

 

 

선택의 함정을 피해야 한다

 

저자의 궁극적 목적은 우리들이 추론 규칙을 일상과 비즈니스 문제에 폭넓게 적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선택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 우리 삶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부터 흔히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을 명확히 파악하여 추론의 오류를 찾아내는 법, 의식과 무의식을 적절히 활용한 효율적인 행동 법칙, 동서양 사상가들의 논리적 판단의 유형과 변증법적 사고체계 분석까지 과학, 수학, 철학, 경제학, 심리학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연구와 사회 문화적 맥락을 추적하는 날카로운 시각으로, 인간과 현대사회가 처한 문제의 본질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모두에게 필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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