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 탁월한 전략으로 승리를 추구하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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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영웅을 원한다. 나라를 구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인재는 어느 시대나 등장한다. 그에 따라 세상의 판도가 바뀌고 역사의 흐름도 바뀐다. 이 영웅의 영향력은 후대에까지 미치며 위세를 자랑한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영웅의 출현에 기대를 품는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호걸들 중 조조와 유비가 가장 특출한 인물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두사람에 못지 않게 후대인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 또 있다. 바로 그는 유비의 책사로 활동하면서 3분할지계, 즉 위 · 촉 · 오나라로 중국 땅을 분할하는 계략을 정립했다.


이번에 읽게 되는 삼국지 인물 열전의 주인공은 제갈량(공명)이다. 총 4부에 걸쳐 37가지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책은 유비의 군사軍師였던 서서(원직)를 꾸짖는 제갈량의 일화로 시작하는데, 제갈량은 친구 사이인 서서에게 이렇게 말한다.


“서원직, 유비에게 빚을 진 사람은 자네이거늘 그 빚을 갚고자 나를 이용하다니. 그러고도 내 친구인가!”


서서는 조조의 계략에 속아 허도에 잡혀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구하고자 유비를 떠났다. 서서는 단기간 유비 휘하에 있으면서 조조군의 조인 부대를 물리치고 번성을 차지하는 공을 포함, 몇 번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사실 관우가 이 성을 장기간 공략했음에도 결국 함락시키지 못했음을 감안할 때 서서의 공은 크다 하겠다.


이런 서서가 유비의 손을 물리치고 모친을 구하러 허도로 떠난다니 유비는 눈물로 배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조조에게로 향하던 서서가 갑자기 말 머리를 돌려 유비에게로 와서는 자신을 대신할 인물로 제갈량을 추천했던 것이다. 원래 서서는 비록 친구 사이일지라도 제갈량을 소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재능이 자신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이 대목에서 우리들은 서서의 ‘이기심’을 생각케 한다. 사실상 ‘이기심’은 인간의 본성이다. 진화심리학에선 자신의 유전자를 생존시켜 계속 이어가기 위한 바람이 바로 ‘이기심’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참고할 수 있다.


한편, 서서는 추천만으로는 유비의 은혜를 다 갚지 못한다고 여겨 말을 몰아 제갈량의 은거지로 향했다. 제갈량을 만난 서서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함과 동시에 유비에게 친구를 천거했으니 부디 거절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갈량은 좋아하기는커녕 서서에게 호통을 쳤던 것이다. 출사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던 제갈량에게 친구가 대타로 자신의 자리를 추천 했으니 당연히 화가 났을 것이다. 아니 속으론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서서의 모친은 재덕을 겸비한 강건한 여성이었다. 황제를 기만하는 조조의 행동을 늘 못마땅해했다. 그런데, 조조에게 붙잡혔다고 자신의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 조조 곁으로 오라고 했겠는가. 서서를 만나기 위해 유비 진영을 방문했던 사마휘는 서서의 동정을 얘기 듣고선 서서의 모친은 수치심을 느껴 분명 자진할 거라고 판단했다. 이를 제갈량이 모를 리 없었지만 결코 서서를 붙잡지 않았다. 만약 서서의 행동을 만류한다면 제갈량 자신의 위치는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또한 심리학에서 말하는 이기심이다.


제갈량의 ‘비단 주머니’는 이른바 지혜를 나타내는 상징어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유세 기간 중에 이 말이 많이 회자되기도 했다. 읍참마속, 칠종칠금, 계륵, 삼고초려 등 제갈량과 관련된 유명한 고사성어들도 많다. 책은 단순한 제갈량 평전이 아니라 현대심리학에 근거한 제갈량의 심리 분석서인 셈이다.




탁월한 전략으로 승리를 추구한다


현대인들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중에서 아마도 제갈량을 가장 닮고 싶어할 것이다. 책을 통해 우리들은 영웅 중의 영웅인 제갈량의 지혜와 심리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지혜와 전략에 목마른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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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시대 월급쟁이 재테크
우용표 지음 / 센시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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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재테크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는 ‘회색 코뿔소’라는 말이 있다.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을 때 쓰는 ‘검은 백조’라는 말과는 달리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파하는 위험요인을 뜻하는 단어다. 코뿔소가 회색이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저게 코뿔소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하는 동안 어느새 코뿔소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 앞에 와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인플레이션이 바로 이런 모양새다. 작년 상황으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2022년 봄, 갑자기 미국에서 금리를 인상할 움직임을 보였다. 이유는 높아진 물가를 잡기 위해서였다. ‘잠시 그런 조치가 필요하겠지’ 정도로 받아들였는데, 그해 여름이 되자 이 놈의 코뿔소가 우리 눈 앞에 떡하고 나타났었다.


우리가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불편한 마음을 숨길 수 없는데, 이는 아프리카의 짐바브웨 때문이다. 이 나라의 물가 상승률이 수만 %까지 치솟아 식료품을 사려고 돈을 실은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라는 말이 있듯이, 인플레이션을 공포로만 여겨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겠는가.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직장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선 재테크를 기피할 수 없는 모릇이니 이를 무서워 하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책은 초보 투자자들을 위해 기본적인 내용을, 또 투자 경험자들에겐 공감을 느길 수 있는 내용들을 수록하고 있다. 총 7개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1~2장에선 거시적 시각에서 현 상태의 인식과 이데 대비할 준비 등을 살펴보고, 3장에선 소득을 어덯게 다변화해서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는지를 소개한다.


이어서 4장에선 주식과 ETF를 정리했으며. 5장에선 부동산 투자를, 6장에선 보험을 각각 다룬다. 마지막으로 7장에선 금, 달러, 원유 등 원자재 투자에 대해 많은 도움을 준다. 이 책을 끝까지 따라가면 결국 무술영화에서처럼 하산해도 좋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기회다


요즈음 유행하는 단어가 ‘중꺾마!’이다. 이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말이다. 책의 저자도 재테크엔 분명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 주식투자 격언 중 ‘공포심에 투자하라’는 유명한 말과 일맥상통하다.


내가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서서 큰 돈을 벌었던 IMF 시절로 되돌아가보자. 1997년 당시 갑자기 불어닥친 환란換亂(외환위기)로 인해 나라가 망한다는 얘기까지 시중에 떠돌았다. 상장회사의 재무를 총괄하는 나에게 여러 펀드매니저들이 투자설명회를 요청해왔다. 그래서 일정을 잡고 회사 소강당에서 설명회를 가졌다. 이때 펀드매니저들은 자신들의 펀드에 담긴 회사 주식을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이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내가 한 말은,


“앉아서 죽으나 싸우다 죽으나 죽는 건 마찬가지다. 어떤 선택을 하시겠는가?”


장롱 속에서 잠자는 금붙이를 국가에 기부하는 그런 열성 때문에 곧 망한다던 대한민국 경제는 예정보다 훨씬 일찍 IMF를 졸업해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은 깜놀하고 말았다. 이 시기에 헐값으로 사들인 주식과 아파트들은 이후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미국이 조만간 망한다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난 ‘미국이 왜 망하냐?’며 여름철에 가족들과 함께 스페인으로 자유여행을 떠났다.


월급을 채굴하자


인플레이션 시대에 직장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월급 관리’다. 이는 꾸준하게 월급을 수령하는 것과 함께 소비와 지출을 줄여 저축을 늘리는 행위를 말한다. 왜 이를 강조하는가 하면 국내외 경제 상황이 극도로 악화될 경우, 기업들은 통상 인적 구조 조정에 돌입해서 인건비 지출을 최소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직장인들은 월급을 아껴야 한다. 왜냐하면, 고물가로 인해 생필품의 구입비용이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물론 이 때에도 투자 수익이 확실하다면 이를 포기하면 안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평소보다 적게 지출한 돈만큼 수익이 발생한 것과 동일한 셈이다. 월급을 채굴한다는 의미는 바로 이것이다. 생각만 바꾸면 된다. 감소한 지출은 즉 수익이다.




인플레이션 시대의 주식


책은 인플레이션 시대에 어떤 기준으로 주식 종목을 선정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공부한 끝에 예쁜 종목을 정했다면 한꺼번에 매수하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사두라고 조언한다. 해당 종목이 나중에 오르면 매수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아! 옛날이여’를 노래하게 된다. 예전 시세가 생각나서 결코 매수하지 못한다. 내 경험상 이런 직장 후배들이 많았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선 뭐라고 그럴까?


인플레이션은 기본적으로 주식투자엔 악재로 작용한다. 대부분 하락세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할 만한 종목은 뭘까? 책은 유가 상승 수혜주, 강달러 수혜주, 금리 인상 실망주 등의 설명을 통해 투자 대상 종목을 구분하는 법을 알려준다.


인플레이션 시대의 부동산


인플레이션은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래서 고물가 현상도 발생하는 셈이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내리는 아이로니한 일이 벌어진다. 왜 그럴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즉 기준 금리가 상승하면 대출금리도 오르고, 그 여파로 부동산 시장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동산담보대출을 안고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은 점차 많아지는 대출이자의 감당이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물론 소득이 많은 사람들은 당연히 예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 소득이 전보다 줄어들었음을 인지함에 따라 높은 대출금리를 안고 당해 아파트의 소유권을 유지하는 게 여간 벅차지 않을 것이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매도를 결심한다. 이런 현상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내리는 이유이다.




책은 하락과 상승에 대해 이유와 함께 1주택자와 무주택자의 부동산 전략을 각각 설명한다. 또 대출이자가 올랐을 때 직장인의 대처법, 지금은 하락 중이지만 더 빠른 회복세를 보일 유망 지역은 어디인지도 설명한다.


인플레이션 시대의 보험


명목 임금에 비해 실질 임금이 줄어들고 고물가에 압박받게 되는 인플레이션 시대는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마치 보릿고개를 마주한 춘궁기처럼 일단 봄이 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 즉 10원 짜리 한 푼도 허투로 소비해선 안 된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이제 보험을 리모델링해야 한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고 나쁜 주인만 있듯이 세상에 나쁜 보험도 없다며 어떤 것을 남기고 어떤 것을 없앨지, 지금 내게 맞는 보험으로 다시 세팅하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한다.


인플레이션 파고를 넘어라


이밖에도 마지막 장에선 직장인이 할 수 있는 대체투자 상품으로 금, 달러, 국제유가를 소개하며 상품별 투자 방법을 설명한다. 힘에 겨운 인플레이션 시대에 오히려 재테크의 기초를 단단히 한다면 좋은 시절이 찾아왔을 때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겠는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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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원에서 20억 부자가 된 채 부장
채희용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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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으로 들어가 만 40세에 부장이 된 이야기, 투자과정에서의 시행착오와 성공 경험, 그리고 결국 어떻게 순자산 20억을 만들게 되었는지 가감 없이 풀어놓을 것이다. 무엇보다 직장인이 20억을 버는 방법은 그리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채부장(채희용)은 교보증권에 2006년 이래 16년간 재직중이다. 등록금대출을 안고서 시작한 직장생활이었지만, 만 40세에 연봉 2억원과 순자산 20억원을 달성함으로써 ‘리치 워커’로서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총 5부에 걸쳐서 23개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채부장의 부자되기 분투기인 셈이다. 일반적인 재테크 도서와의 차별점이라면 독자 대상이 ‘직장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즉 그는 비록 가진 것이 별로 없는 미약한 출발이었지만 꾸준한 근로소득 수입을 기반으로 차근차근 재산을 쌓아 올렸다.


나 또한 직장 생활을 통해 모은 1억 원을 기초로 주식투자에 나서서 재산을 형성할 수 있었기에 채부장의 재산 축적에 공감할 수 있었으며, 나와 다른 재테크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리치 워커에 도전하다


채부장은 직장 생활 중 큰 돈을 번 후 회사를 은퇴하는 ‘파이어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다. 사실 이는 모든 직장인들의 로망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는 금욕 생활에 가까운 파이어족은 결코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은 차도 타고 싶었으며 아이들 학원비도 걱정해야 하는 평범한 40대 가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경제적 자유’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기에 결코 생활비에 시달리지 않는 부유한 직장인의 길을 걷고 싶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추구한 ‘리치 워커’인데, 1차로 목표액을 20억 원으로 잡았다. 이는 이렇게 구성된다.


실거주 아파트 1채(2021년 12월 수도권 평균 시세 7억 7천만 원)

수익형 부동산(5억 원, 연 5% 임대수익 2,500만 원)

배당 주식(7억 원, 연 6% 배당금 4,200만 원)

현금자산(예비비, 3천만 원)




채부장이 추구하는 바는 직장을 퇴사하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직장생활을 성실하게 열심히 수행하면서 아울러 자신에 대한 투자, 인맥에 대한 투자, 그리고 재테크를 병행하면서 작은 부자가 되자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직장생활하면서 안정적으로 부를 추구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 자격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월급을 절약해서 종잣돈을 만들어 이를 기반으로 재테크에 나서면 된다. 따라서, 월급이 적어서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이제 월급을 자본으로 채부장은 어떻게 20억을 벌고, 또 부자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근로소득과 자본소득


적은 돈으로 큰 돈을 번다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다. 이는 마치 적은 수의 병사로 많은 수의 병사를 이기는 전투에 비견할만 하다. 책은 흥미로운 서양의 전쟁 이야기를 소개한다. 한니발 장군의 ‘칸나이 전투’다. 북아프리카의 강국 카르타고는 지중해의 해상무역 패권을 유지하려면 로마를 넘어서야만 했다.


카르타고의 맹장 한니발은 5만 명의 병사로 8만 명의 최정예 로마 대군을 격파, 대승을 거두었다. 당시 한니발은 로마의 전략을 미리 파악하고 초승달 모양의 대형으로 로마군을 유인, 포위한 후 섬멸하는 작전을 구사했던 것이다. 후세의 전략가들은 이를 ‘망치와 모루’ 전술이라고 평가했다.




한니발의 대형이 성공하기 위해선 먼저 보병(모루)이 적과의 대결에서 든든하게 버티는 게 핵심이다. 이후 공격을 맡은 기병(망치)이 기동성을 발휘해 적군을 휘젓는 전술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재테크에 적용할 수 있다. 모루 역할을 하는 것이 직장인의 근로소득이며, 망치는 바로 자본소득인 셈이다.


물론 직장인이 20억 원을 마련하는데에 소요되는 시간은 제각각일 것이다. 다만 황소걸음처럼 느리더라도 꾸준히 걷는다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방향이다. 참고로, 나는 직장인에게 메리트를 부여하는 재형저축이나 근로자증권저축 또는 아파트청약저축, 비과세연금저축 등을 적극 활용했다.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만 20억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월 회사에서 고정적으로 지급해주는 근로소득(월급)은 생활비뿐만 아니라 저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뛰어난 수비수 역할을 한다. 여기에다 전문성을 키우는 공부를 통해 재테크를 구사하는 공격수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일까? ‘투자의 귀재’ 워렌버핏도 재테크에서 이기려면 반드시 내집부터 장만하라고 설파했다.


부동산 투자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직장인들이 돈을 모으는 제일 첫 번째 이유는 분명 ‘내집 장만’일 것이다.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의·식·주’라는 가장 필요한 재화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의 젊은 시절인 7080시대엔 아파트 분양 당첨이 재테크의 가장 큰 목표였다. 당시엔 당첨만 되면 거의 재산이 두배 이상이 되는 효과였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인해 시세 대비 매우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었다.


한편, 채부장도 부동산은 주식에 비해 비교적 불확실성이 적고, 레버리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노력 대비 성과를 거두기가 수월하다고 말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부동산 투자 실력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며, 부동산의 사이클 때문에 투자 시기도 중요하다. 주식투자에 비해 단점도 있다. 등록세, 중개수수료, 양도소득세 등 거래비용이 높다는 점과 낮은 환금성換金性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럼에도 투자수익은 매우 큰 편이므로 재테크 항목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현명한 주식투자법


주식투자란 개개인의 성향에 많이 좌우된다. 성격상 느긋함을 유지하는 사람이라면 단타 위주의 주식투자가 자기 몸에 맞지 않을 것이다. 반면, 마치 펄떡거리는 물고기처럼 금새 성질을 드러내고 마는 다혈질인 사람은 결코 주식을 사놓고 때가 오길 기다리는 가치투자 방식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들은 어떤 투자법이 옳으냐는 논쟁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이런 논쟁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와각지쟁蝸角之爭이란 말이 있다. 달팽이들이 서로 자신의 뿔이 강하다고 다투는 형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실 달팽이의 더듬이인 그 뿔이 뭐 그리 대단하겠는가 이를 다툰다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인 셈이다. 그렇다. 좋은 투자법이란 자신의 취향이나 성격에 잘맞는 방법이므로 딱 한 가지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에 관해 저자 채부장은 책의 4부 5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트레이딩과 가치투자 중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지만, 나의 경우 한국 주식시장은 트레이딩 또는 모멘텀 투자로 수익을 내기가 수월했고, 미국 주식시장은 장기 가치투자가 더 좋은 성과를 가져다주었다.”


이 말과 함께 주식투자의 종목선정은 타인의 추천이나 정보에 의존하지 말고 본인 스스로 장의 흐름 분석과 종목분석을 통해 숲과 나무를 동시에 바라보는 혜안을 갖추라고 조언한다. 이와같은 분석능력은 불확실 투성이의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주택연금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이 꾸준하게 계속 이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누구에게나 평생직장이 없듯이 마르지 않는 근로소득이란 없다. 다만 개개인의 능력 차에 따라 근로소득의 기간이 길어지고 또 짧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제일 잘 나가는 사람은 기어코 대표이사직까지 올라 남보다 오랜 기간 회사생활을 유지한다. 이에 덩달아 근로소득도 더 많아진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볼 때 현재 근로소득이 충분하다고 할지라도 향후 30~40년까지 주욱 이어질 거란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그렇다 해도 은퇴준비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부채가 없는 자가 주택 1채만 있다면 노후 생계자금 마련은 이 주택으로 커버할 수 있다.


이는 노후를 위한 안전핀인 셈이다. 따라서, 지나칠 정도로 미리 은퇴준비를 한다는 호들갑은 금물이다. 굳이 준비를 하지 않더러도 자신에게 닥쳐올 일은 반드시 다가온다. 은퇴 이후엔 노동력도 쇠퇴해질 것이므로 주택연금으로 윤택한 생활을 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평소에 은퇴자산이 풍성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현명한 노후준비의 핵심이다.




부자 리그에 합류하라


과거에 비해 기대수명은 많이 길어졌고, 반면 직장인 수명은 많이 짧아졌다. 툭하면 자본주의 논리가 극성을 피우면서 구조조정 대상자로 몰리며 다소 억울한 심정을 안고 정든 직장을 떠나게 될 수도 있다. 어느 누구도 앞 일을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에 직장인이라면 초기부터 성실한 직장생활로 철철이 승진하면서 근로소득을 늘려나가고 과외로 재테크 공부에 열중하여 실제투자에서도 제법 쏠솔한 수익을 거두어 ‘리치 워커’로서 부자 리그에 합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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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가 팔리는 순간 - 통하는 아이디어, 팔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5단계 스토리텔링 공식
탬슨 웹스터 지음, 박세연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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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는 빨간 실은 원래 관용적인 표현으로, 그리스 신화에서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등장한 표현이다. 그는 반은 사람 반은 황소인 괴물을 죽여야 했다. 게다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후에도 괴물이 살고 있는 미로 정원을 빠져나와야 했다. 문제는 미로 정원이 ‘너무 어둡고 복잡해서’ 미노타우로스조차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테세우스에게 그 미로 탈출은 괴물을 죽이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였다. 테세우스는 어떻게 했을까? - ‘들어가며’ 중에서




테세우스는 괴물을 퇴치하기 위해 칼과 함께 ‘미로 탈출’이라는 난제難題를 해결하기 위해 빨간 실을 감은 공모양의 실패를 들고 갔다. 미로로 입장하면서부터 빨간 실을 풀어 경로를 표시, 나중의 탈출에 미리 대비했다. 마침내 그는 괴물을 죽였고 미로 탈출에 성공했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 테세우스 이야기가 현대의 비즈니스와 브랜드, 제품, 그리고 아이디어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최고의 아이디어란 오래된 문제(괴물 죽이기)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고 목표(도시 구하기)를 성취하는 데 꼭 필요한 필살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아이디어가 시작되고 그 아이디어가 퍼져나가는 곳은 종종 전설의 ‘미로 정원’만큼 어둡고 복잡하다는 사실이다. 아이디어의 빨간 실을 고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우리는 먼저 그것을 발견해야 한다. 테세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미로 정원 탈출 준비)에서는 빨간 실에 대해 여러 시각을 설명하고, 이야기의 핵심 요소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즉 ‘목표 세우기’, ‘문제 드러내기’, ‘진실 발견하기’, ‘변화 정의하기’, ‘행동 설명하기’로 이어진다.


2부(빨간 실의 구성 요소)에서는 다섯 가지 빨간 실 문장, 즉 이야기의 목표와 문제, 진실, 변화 그리고 행동 요소에 관한 구체적이고 형식적인 문장 각각을 세부적으로 살펴본다. 각 장엔 요소에 대한 정의, 문장 기준, 문장 개발을 위한 단계별 지침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3부(한 줄로 꿰기)에선 2부에서 확인한 빨간 실 문장들을 고객이 유용하다고 느낄 만한 형태로 연결하는 법을 보여준다. 이는 바로 빨간 실 스토리라인, 빨간 실 직결선이 바로 그것이다.


빨간 실의 구성요소


1. 목표

메시지에서 ‘목표 문장’은 고객이 던지는 핵심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의미하기에 사람들이 자기에게 들려줄 변화의 이야기를 만들게 하자. 목표 문장의 기준으로는 고객들이 성취하길 원하는 목표나 해결을 원하는 문제(또는 충족을 원하는 욕망)를 표현해야 하며, 표현하는 언어는 고객의 언어여야 하므로 별로 사용않는 전문 용어나 특수 표현은 금기이다.


2. 문제

기본적으로 ‘문제 문장’은 고객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실제 이유를 설명한다. 이 문장의 기준은 고객이 의식적으로 알지 못하는 것이며, 이에 대해 자신이 할 수 있어야 하고, 두 부분으로 구성돼야 한다. 바로 고객의 관점과 자신의 새로운 관점을 포함한다.


3. 진실

아이디어는 고객이 기꺼이 동의하는 한 줄의 통찰이어야 한다. ‘진실 문장’의 기준으론 고객이 쉽게 동의 가능한 가치, 믿음, 사실, 발견 등이 담겨 있어야 한다. 또 문제를 외면하지 못하도록 문제가 뚜렷하게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한편, 뭔가 지시하는 인상을 주는 표현은 없어야 하며, 중립적인 문장이어야 한다.


4. 변화

아이디어란 고객의 질문에 대해 나만의 답변이다. 변화 문장의 기준으론 문제에 대한 단순한 반전이 아니라 모든 것의 결론이어야 하므로 앞서의 세 문장에서 가져온 논리, 개념, 표현 등을 활용해야 한다. 사고나 행동에서 오직 한 가지 변화를 제시하고, 다음에 이끌어낼 행동과 논리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5. 행동

행동은 변화에 필수적인 요소다.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 패키지로 개발했다면 이미 행동으로 옮긴 셈이다. 행동 문장의 기준으론 변화를 구체적으로 만드는 한 가지 이상의 구체적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 행동은 개념, 목표와 문제, 진실의 언어와 다시 연결된다.


한 줄로 꿰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지금껏 배운 내용들과 방법론을 단순히 나열해선 효과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젠 엑기스가 가득 찬 ‘빨간 실 문장’을 만들자. 이게 바로 한 줄로 꿰어서 자신만의 보석으로 만드는 것이다.


영국 정치인 윈스턴 처칠은 “짧고 날카로운 것과 길고 거친 것을 똑같이 잘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충분한 시간이 허락된다면 자기 아이디어의 힘과 가능성을 끝까지 잘 전달할 수 있지만 사실상 이와같은 시간이 주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 설혹 여유가 있다고 해도, 고객들 대부분은 빨리 처리해주길 바란다.


앞에서 이야기 구조를 활용하라고 했다. 이야기는 아이디어의 ‘코드’를 고객의 머릿속 이야기 프로세서 안에 곧바로 업로드한다. 이에 고객의 뇌는 그들에게 익숙한 이야기 외에 다른 이야기에 적응할 필요가 없으므로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고객들의 시간은 늘 부족하므로 아이디어를 140글자 이하의 문장으로 만들어보자.


이야기 만들기는 자신의 몫이다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자신의 몫이다. 영웅 테세우스와 마찬가지로, 빨간 실은 식별끈처럼 고유하고 차별화된 관점을 드러낸다. 그리고 자신을 가장 원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로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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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 미중 패권 대결 최악의 시간이 온다
마이클 베클리.할 브랜즈 지음, 김종수 옮김 / 부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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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對중국 봉쇄 전략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실행에 옮겨졌거나 추진 중에 있다. 중국의 디지털 전제주의 확산의 첨병인 화웨이와 ZTE를 사실상 서방 진영으로부터 퇴출시켰고,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반도체 동맹의 결성을 추진 중이다. 군사적으로는 대만의 방어력을 키우는 한편, 미군의 태평양 전력과 일본의 군사력을 대만 인근으로 전진 배치시키고 있다. 미국, 인도, 일본, 호주가 참여하는 4자 안보 대화Quad는 단순한 회의체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 경제적 연합체로 발전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중에서




시진핑은 구舊 소련의 스탈린 이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독재자가 되었다. 반면에 미국의 정치권은 공화와 민주로 진영으로 갈린 채 난맥상이 계속되었고, 전 세계에 걸친 위기와 분쟁으로 인해 미국의 주의력이 분산되었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자 시진핑은 서서히 야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중국을 지배적인 지위로 올려놓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은 현실이 되기 직전이었다.


그런 시진핑의 야심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상승하는 중국의 시대가 아니라 이미 ‘정점에 도달한 중국’의 시대에 우리들이 살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세계를 재편하길 바라지만 그럴 수 있는 시간은 이미 끝나기 시작했다.


중국몽夢


과거의 중국은 역사적으로 상당히 긴 기간을 초강대국으로 군림했다. 그래서 중국 지도자는 이런 역사적 영광을 계승하는 것이 주어진 사명이라고 여긴다. 일련의 중국 왕조 국가들은 천하가 자신들의 손아귀에 있다고 여기며 주변의 다른 나라들은 모두 오랑캐로 얕잡아보았다. 그럼에도 과거 수나라와 당나라는 하찮게 여긴 한반도의 고구려를 침입했다가 멸망했고, 유목민들의 집합체로 생각했던 몽골에게 망해 원나라로, 또 여진족에게 망해 청나라로 새롭게 시작했다. 엄밀히 말해서 과거의 중국은 정통성이 있는 한족漢族의 역사만으로 보기 어렵다. 어쨌든 중국은 모두 자신들의 역사라고 생각하기에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한다.


그래서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이 초강대국이 아닌 차상위권 강대국에 머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는 분통 터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현재의 국제 질서는 분열된 중국이 영국, 포르투갈, 독일 등 서구열강에게 약탈당했던 ‘굴욕의 한 세기’가 끝날 무렵인 2차 세계대전 이후에 형성되었다. 이에 다시 중국을 최정상의 위치에 되돌려 놓음으로써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 바로 중국공산당의 사명인 것이다.


인구 정점을 찍은 차이나


중국공산당이 우려하는 위협적인 대상은 미국만이 아니다. 2021년 중국공산당은 중국이 부흥하는 데 치명적인 또 다른 적을 정조준했다. 바로 ‘이혼’이다. 이혼을 신청하는 부부에게 중국 당국은 30일간의 숙려기간을 의무화했다. 이 기간 중 유어느 한쪽이라도 이혼을 취소할 수 있다. 아이 없는 부부에게는 특별세를 발의하고 심지어 공산당은 정관수술을 단속했다.


그럼에도 수십 년간 중국의 출산율은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할만한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는 경제 성장의 장애 요인이었다. 탄탄한 경제 성장이 지속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중국몽은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만다. 이처럼 중국공산당은 이혼, 무자식 여성, 정관시술 남성을 장래의 위협으로 간주한다.


중국의 과욕이 대륙을 스스로 감금하다


미소 간의 냉전 이후 중국은 운좋게 행운을 거머쥘 수 있었다. ‘핑퐁외교’를 앞세운 미국을 위시한 자유민주세력들은 소련을 견제코자 넓은 중국 대륙을 ‘글로벌 공장화’함으로써 중국 경제를 도왔다. 지금껏 중국이 이룬 성취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되었다. 패권 시도를 견제하기 위해 결집한 대항 세력 연합체가 출현하고 말았다.


중국은 스스로 과욕을 부리는 바람에 중국이 부흥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초강대국을 적으로 돌리고 말았으며, 가까운 나라와 먼 나라를 가리지 않고 도처에서 공포와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유럽, 아프리카 대륙 모두 ‘어글리 차이니즈’를 외친다. 이제 중국이 수십 년간 누려 왔던 전략적 호시절은 끝났다.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중국공산당에 대한 경쟁자들이 전략적으로 사방에서 포위해 중국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미중 간의 파열음이 발생했다. 2017년 12월,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이란 문건은 중국을 “미국의 가치와 국익”에 상반되는 방식으로 세계를 재편하려는 무법자로 묘사했다. 한 달 뒤 미 국방부는 ‘국가방위전략’이란 문서에서 “현상 변경적인 수정주의 세력과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경쟁”이 미국의 전략적 지침이라고 선언했다. 국가안보회의(NSC)가 작성한 보고서는 중국이 기술 혁신의 우월한 고지를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자유세계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하며, 서태평양을 중국의 내해內海로 편입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상세 한 세부 계획을 제시했다.


투키디데스의 고전적 공식


기원전 431년부터 405년까지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에 벌어진 펠로폰네소스전쟁을 기록한 연대기에서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이자 정치철학자인 투키디데스는 고전적 공식을 제시했다. 발군의 해군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부상한 아테네가 당시 패권자인 육상 강국 스파르타를 위협했다. 아테네는 군사력 증강과 함께 주변국을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여 연합세력을 구축했던 것이다.이 과정을 지켜본 스파르타는 너무 늦기 전에 싸우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는 그리스 황금시대의 종말을 초래했다.


소위 ‘국제관계학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투키디데스는 강대국 사이의 충돌을 바라보는 설명을 통해 국제관계학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즉, 패권 이행 이론에 따르면 신흥 국가가 기존 패권국을 추월하려고 위협할 때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도전자가 점차 강성해짐에 따라 기존 체제는 불안정해진다. 신흥 강자는 기존의 패권국과 힘겨루기를 시도하고, 그 결과는 적대적인 대립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것이다.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독일제국이 교과서적인 사례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의 영국-독일 간 경쟁은 종종 미국-중국 간 경쟁의 전례前例로 간주된다. 급속히 성장하는 전제주의 강대국이 당시의 자유주의 초강대국에 도전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불길한 전조는 이것이다. 바로 궁지에 몰려 몰락하는 독일이 싸우지 않고서는 경쟁국을 추월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1차 세계대전은 독일의 놀라운 상승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빌헬름1세와 재상 비스마르크는 덴마크,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프랑스 등과 짧은 전쟁을 겪으며 1871년 독일제국을 세웠다. 이내 유럽의 선도적인 경제 대국이 되었는데, 강력한 육군과 영국에 맞먹을 해군력까지 구축했다. 그 결과, 독일은 주변 연합국들의 포위를 자초했다.


누군가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했다. 지난 역사의 수레바퀴를 또 다시 돌린다는 지적인 셈이다. 독일이 전쟁을 일으켜 혼이 난 역사를 경험하겠다고 자처한 나라가 있었다. 그렇다. 일본이다. 역사가들은 흔히 1차 세계대전 이전의 독일과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일본을 신흥 강국이라고 생각한다.


메이지 유신(1868년)은 일본을 근대화로 이끌었으며,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약소국에서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일본제국은 특히 1930년대에 급속히 성장했다. 1914년에 독일은 1871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강력한 경쟁자였다. 일본과 독일 두 나라는 이미 기존의 세계 질서에 근본적으로 도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그 절정의 순간에 독일제국과 일본제국의 지도자들은 그들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못했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


침체나 포위, 혹은 이 두 가지의 어떤 조합에 의해 그 절정의 순간이 지나가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미래를 불안해하기 시작한 현상 변경의 신흥 강국은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고 여기는 나라보다 더 충동적으로 행동할 공산이 크다. 이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함정이다.


민주주의를 막고 디지털 권위주의를 확산


민주주의를 막으려는 중국의 노력은 이념 공세인 바, 첫째 최근의 우려스러운 추세를 이용해서 민주주의 후퇴가 상대적으로 그들의 철권통치를 설득력있게 만들고, 둘째 주요 국제기구에서 주도적인 자리를 성공적으로 차지해 반민주적 영향을 확산시킨다. 코로나 창궐시 WHO(세계보건기구) 총장을 주물러서 중국발병기원설을 잠재웠던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세 번째이자 중국의 노력을 과열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 혁명이다.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가 갖고 있는 데이터 수집 능력과 메시지 전달 능력을 중국공산당의 손아귀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 보라. 중국 정부는 AI와 빅데이터, 사이버·생체·음성·안면인식 기술을 결합해서 독재자가 국민에 관해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설은 이젠 아예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변했다. 만약에 중국이 대만을 제압한다면 세계적 수준의 대만 반도체 산업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만 침공에 투입된 수십 척의 함선과 수백 기의 미사일 발사대, 수백 대의 전투기, 수십억 달러의 방위비를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적을 파괴하는 데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즉 중국은 태평양으로 군사력을 전개하고, 일본과 필리핀을 차단하며,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 관계를 깨뜨리기 위해 대만을 ‘불침항모不沈航母’로 이용할 것이다. 특히 대만 공격에 성공하면 세계에서 유일한 중화권 민주 국가를 제거하게 되므로 중국공산당의 정통성을 흔드는 위협을 없애 줄 것이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중국 본토의 일부가 되는 것을 원하는 대만인의 수효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으며, 미국 또한 대만과의 군사적, 외교적 동맹을 더욱 강화할 것이 때문이다.


미국은 상황에 적합한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앞으로 한 세대 또는 그 이상의 기간 동안 도전적인 전제주의 중국을 상대하기 위한 장기 전략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부터 10년간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를 헤쳐 나가려면 단기 전략 역시 필요하다. 미국이 이 불확실한 싸움에서 평화적으로 승리하려면 먼저 위험 구간을 건너가야 한다. 여기서 다시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트루먼은 1953년 퇴임하면서 “역사가 내 재임 기간에 냉전이 시작되었다고 말할 때, 그 8년 동안 우리가 냉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 또한 언급할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 었다. 사실 초기 냉전은 아마도 성공적인 위험 구간 전략의 가장 좋은 역사적 사례일 것이다.


위험 구간 속으로


2021년 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배경으로 중국에게 기술 냉전을 선언했다. 그는 대통령에 취임한 후 불과 몇 주일 만에 미국의 기술 공급망을 철저히 검토할 것을 의무화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장기 경쟁에서 희토류와 이외 핵심적인 투입 요소의 원천 확보가 긴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와 기타 기술 분야에서 압 도적 우위를 유지하려면 장기 투자가 필요했다.


역사는 그 시대의 핵심 기술을 지배하는 자가 그 시대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영국은 누구보다 앞서 증기기관, 제철, 전신 분야의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에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미국의 패권은 철강, 전자, 항공우주, 화학, 그리고 최근에는 정보기술 등의 분야에서 우위를 점한 바에 힘입었다. 지금 중국은 인공지능, 통신, 양자 컴퓨터, 합성생물학 같은 분야에서의 탁월한 역량을 이용해 다른 나라를 복속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산업혁명과 대규모 군대가 출현한 이래 강대국 간의 전쟁은 짧게 끝나기보다는 길어진 경우가 자주 있었다. 나폴레옹전쟁과 미국의 남북전쟁,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등이 모두 단기간에 한쪽이 전멸하기보다는 끈질긴 소모전을 하고 나서야 승패가 났다. 중국은 대만 침공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더라도 전쟁을 계속해야 할 강력한 이유가 여럿 있다. 시진핑이 대만의 반란 세력과 미 제국주의자들에게 당한 패배를 인정하면,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곤경에 빠지고 중국공산당의 정통성이 위험에 처해 결국은 자신의 권력이 전복될 것임을 우려할 게 확실하다.


몰락하는 강대국의 내리막길


“한 나라에는 많은 몰락의 단계가 있다.”


이는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한 말이다. 몰락하는 강대국의 내리막길은 실로 긴 여정이 될 수 있다. 소련은 냉전의 첫 10년 안에 승리할 수 있었던 최고의 기회를 놓쳤다. 1960년대에 소련은 와해되기 시작해서 1970년대에는 정치적, 이념적 사망의 소용돌이가 시작되었지만 소련의 군사력과 지정학적 팽창은 1970년대 말에서야 정점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예리한 관찰자들조차 소련 체제의 치명적인 침체 상황을 거의 알아채지 못했다.


소련제국은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가 되어서야 마침내 무너졌다. 미국이 냉전의 위험 구간을 통과한 뒤에도 냉전이 미국의 판정승으로 종식되기까지는 수십 년에 걸친 압박과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번 10년간 미국의 과제는 정점에 도달한 중국이 자신의 의지를 전 세계에 관철시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그러나 전략적 긴급성에는 반드시 전략적 인내가 뒤따라야 한다. 위험 구간 통과에 대해 미국이 받는 보상은 한 세대 또는 그 이상의 기간에 걸쳐 미국의 우위를 결정적으로 입증하는 기나긴 싸움에 들어서는 입장권에 불과할 수 있다. 이는 미흡하기 짝이 없는 보상처럼 보일런지 몰라도 오늘날 미국과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의 관점에서 보면 확실히 받을 만한 보상이다.


현재의 중국은 강대국의 함정에 빠진 상황


그동안 미중 경쟁은 100년에 걸친 장기 마라톤이라는 게 다수의견이었지만 저자는 그런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현재 양국은 2021~2030년 단기 총력 경쟁 중이라 전쟁의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은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에 접어들기 시작했으므로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모든 것을 걸고 정면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한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 1941년 태평양전쟁을 시작한 일본 모두 이런 ‘정점을 지난 강대국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부키 #중국은어떻게실패하는가 #미중갈등 #시진핑 #바이든 #미중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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