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통권 147호 - 2016년 3월~4월
녹색평론 편집부 엮음 / 녹색평론사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선거를 앞두고…]

선거다. 곧 있으면 또 하나의 중요한 선거가 있다이제 열흘도 안 남았다. 녹색당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써 주변 사람들에게 녹색당을 알리려고 많이 노력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녹색당이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녹색당이 꼭 국회에 진출했으면 좋겠다. 녹색당을 지지하게 된 원인은 바로 정기적으로 읽는 녹색평론 때문이다. 얼마 전에 녹색당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에 초대손님으로 시사인 주진우 기자가 나왔는데, 그 또한 녹색평론을 읽고 그로 인해 자신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그래서 녹색당을 지지한다고 이야기했다. 그 방송을 들으면서, 나도 "저도요~~"라고 속으로 이야기했다. 이 녹색평론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의 영혼에 녹색이 덧칠해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녹색당을 지지하게 되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정의당과 녹색당이 국회 제 1 당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그런 모습 말이다.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제는 결선 투표 없는 소선거구제로써 소수정당의 기회를 박탈하는 선거구제다. 대의 민주주의라면 백성들의 뜻을 충분히 대표할 수 있어야 하지만, 백성들의 정당의 지지율과 국회의원의 정당 비율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것을 어찌 대의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가? 국회의원이 300. 만약 정당 지지율이 3%인 경우, 대의 민주주의를 실천하려면 국회의원 300명 중 3% 9명의 국회의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녹색당이 3% 득표를 하더라고 국회의원 자리는 1. 이건 말이 안된다. 이럴 바에야 이번 녹색평론에서 이야기하고, 그 전에도 여러분 언급이 되었던 제비뽑기, 즉 추첨제 민주주의가 더욱 대표성을 띠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의 소선거구제는 지금의 집권당에 유리한 선거제도이니 그들이 바꿀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암울하다. 이번 선거 결과도 이미 누구나 예상하고 있듯 야당의 참패로 끝날 것 같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 하나? 정의 당의 선전과 녹색당의 국회진출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 두 가지만 이루어져도 이번 선거를 대패해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희망고문이 아니길…

 

[()을 살리는 세계로]

이번 녹색평론 147호의 주제는 바로 "()을 살리는 세계로". 농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정말 모른단 말인가? 해마다 농업에 대한 정책은 뒤로 가고, 그로 인해 힘없는 농민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서울로 올라와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언론의 펜 속에 숨은 칼을 맞아야 한단 말인가. 정말 슬픈 대한민국이다. 작년에 그런 농민들이 시위하다가 백남기라는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서 정신을 잃고 중태에 빠지셨고,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계신다. 하지만, 그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 그 누구도 처벌을 받지 않았고, 정부 또한 그 사건에 대한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 백남기 선생이 어떤 분일 줄 몰랐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그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젊은 시절은 민주화에 청춘을 불태웠고, 그 이후에는 우리 농촌을 살리기 위해 평생을 다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숙연해졌다. 그는 중앙대에 입학을 했고, 당시 학생운동으로 제적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광주 민주화운동에 연루되어 오랜 시간 감옥에 투옥되었다가 나와서, 그 이후에는 농촌에 내려가 농사를 지내며, 여러 농촌 살리기 운동을 하셨다고 한다. 그는 민주화에 앞장서면서도 우리나라 땅을 사랑하셔서 아이들 이름을 백도라지, 백두산이, 백민주화 라고 지었다고 한다. 이런 분들이 왜 찬 바닥에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야 하는가? 아무도 답을 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당시 그 시위를 진압했던 경찰들은 진급을 했다고 하니, 이게 과연 정의로운 사회인가 싶다.

농촌 살리기.. 결코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로컬 푸드의 개념을 확대하여 로컬의 개념을 국가로 확대해서 시행하자는 의견도 좋은 의견인 것 같았다. 그보다 전에도 한번 이야기가 되었던 농민기본소득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나 싶다. 농업은 어찌 보면 국가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농업이 무너지면 국가도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농민들에게 국가가 일정 정도 소득을 보장해주는 농민기본소득을 주는 것이다.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주는 국민기본소득이 어렵다면 국한적인 기본소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 성남시에서는 청년기본소득을 실시하고 있는 것처럼 농민기본소득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만이 죽어가는 농업의 마지막 인공호흡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해방 후 정치인 전진한이 1950년대 후반에 내세웠던 자유협동주의를 소개하였는데, 그 내용을 읽어보니 그 또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내용이 자유협동주의를 잘 설명하는 부분인 것 같아 발췌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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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균점권을 주장할 때 전진한 선생의 논리는 아주 명쾌했습니다. 그분의 말씀은, 노동을 상품으로 간주하여 자본에 예속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매우 고루한 사상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참신하고 용기 있는 발언이에요. '노동력=상품'이라는 관념은 19세기적 발상이라는 거예요. 시대를 그렇게 앞서 나갔던 분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어떤 진보적 지식인이 이렇게 과감한 논리를 펼칠 수 있겠습니까?

심지어 맑스를 공부한 사람들도 늘 노동력 상품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평생의 화두로 안고 살잖아요. 자본주의체제하에서의 노동은 상품이다, 라는 명제 자체를 근본적으로 비판하지는 않고 말입니다. 그러나 전진한 선생은 그것을 고루한 사상이라고 단정하고자본가가 돈을 출자했다면 노동자는 자기의 '노력'을 출자한 또하나의 '자본가'라고 선언합니다. 노동자도 출자자라는 거죠출자자와 출자자는 기본적으로 대등한 관계입니다. 그러므로 거기서 생기는 이익을 고르게 나누는 것즉 균점(均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당한 권리다, 이런 논리죠.'노동자=임금노예'라는 진부한 공식이 이 명쾌한 논리로 단번에 척결돼버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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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나라 농업은 어떻게 될까? 걱정이다. 그런데, 그런 농촌의 유권자들은 농촌을 그렇게 만들어놓은 이들에게 다시 표를 던지고 있으니,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4월은 세월호]

이젠 또 어떤 무서운 일이 일어날까 무섭기까지 하다. 세월호 사건이 벌써 2년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위로도 없었다. 이젠 국가는 그것에 대해 크게 관여하지도 않는 것 같다. 얼마 전 청문회에도 정부 관련자들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올해는 선거철이라고 더 관심이 줄어든 것 같다. 그들은 좋겠구나. 선거로 세월호가 감쳐줘서 말이다. 그런데 그게 그런다고 숨겨지나?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의 가슴에 깊은 트라우마를 준 사건이 말이다. 이번 녹색평론에서도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를 실었는데, 그보다 시 한 편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 시를 다시 한번 발췌했다. 이제라도 잘못한 사람들을 처벌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사과할 사람들은 사과하는, 그런 이해가 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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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는 묻지 않으리

 - 시천주 2014 4 16

 

                            홍일선

 

길섶 풀 한 포기

외진 곳 몽돌 하나이

응달 습생들 벌레 한 마리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공경의 말씀 이 땅에 누대로 계셔서

은빛 갈대들이 기꺼이

마을숲이 되어주었던 강마을

앉은뱅이꽃으로 만든 집 울타리

아기들 옹아리도 뉘엿뉘엿 지는 노을도

그 마을 저녁 연기 만나 지극했으리라

그러하온데 갈대숲 너머

단양쑥부쟁이들이 스러지던 봄날

 

연둣빛 신생의 아픔이 그믐달처럼

그 집을 찾아주신 것

이기지 못하고 늘 지는 것들 쓰라린 것들

그것들 슬픈 눈빛들이야말로

온 생명 보듬어 안아야 할 대덕이시라고

어머니시라고 그리운 님이시라고

한 농부에게 조용히 일러주신 것

그 농부 그믐달이 이윽한 마당에서

그리하여 흙님 숲님 강님 햇빛님 곡식님께

삼가 무릎 꿇어 삼배 올린 것

하늘 아래 생명 가진 것들에게는

하늘님이 계시다고 그 농부 믿게 되었을 것이다

 

산천 오랜 기다림들이

꽃망울 터뜨리는 봄날

2014 4 16일 봄날

그 집에선 어미 닭들

줄탁동시 산고가 있더니

병아리들이 세 마리 다섯 마리

아홉 마리 열네 마리

목숨의 꽃들을 꼬옥 보듬어 안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거룩한 봄날을 뵈옵고 있었던 것이다

 

아하 그러하온데 진도 어디라 했던가

어여쁜 꽃들로 가득 찬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청천벽력의 소리가 들려왔던 것

울음이 그리고 간절한 기도가 들려왔던 것

그 집 갓 태어난 병아리들도 들었을 것이다

앉은뱅이꽃 울타리 홍씨도 들었을 것이다

못자리 물을 대던 이장도 들었을 것이다

아욱 씨를 파종하던 새마을 지도자도 들었을 것이다

비닐하우스를 손보던 김씨도 들었을 것이다

배꽃이 영 글렀다고 한숨짓던 배씨도

밀린 사료값 때문에 밭 한 두락 내놓은 황씨도

4대강 공사가 끝난 뒤부터 양수장 물이 말렀다고

투덜대던 강씨도 들었을 것이다

우리 동네 사람들 모두 들었을 것이다

살려달라는 소리 들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대저 에프티에이가 무엇이기에 난리를 치는 거냐고

묻고 또 묻던 구노인회장도 들었을 것이다

대처 나가 사는 아들 내외 온 김에

땅콩이며 강낭콩 옥수수까지 심어 한시름 놓았다는

홀로 사는 충주댁 할머니도 들었을 것이다

부녀회장님 당나귀 다정이도 들었을 것이다

언평 벙어리 내외도 들었을 것이다

 

오호라

거룩한 봄 날

꽃 피는 봄 날

소용없는 그리움이었을까

처음부터 부질없는 비나리였을까

이 나라 귀태鬼胎들의 시간 어디였을까

가여운 가여운 팽목항에

붉은 동백꽃들이 하나씩 하나씩 질 때

마침내 우리나라 꽃이 다 질 때

밭에서 일하는 게 큰 죄를 짓는 서 같아

일찌감치 집에 들어와 귀 세우는 시간

앉은뱅이 꽃집 어미 닭의 일곱 시간은 

지극한 생명의 시간이었는데

꽃이 지기 시작한 오전 아홉 시부터

꽃이 가뭇없이 진 오후 다섯 시 그때까지

거룩한 생명의 시간이었으리

 

이제 다시는 박근혜 그에게 묻지 않으리

오늘부터 쓰러진 것들에게 물으리

아픈 강물에게 물으리

시든 풀들에게 물으리

깨진 몽돌들에게 물으리

쓰라린 생명들에게

공경의 말씀으로 물으리

누구는 봄날이 간다고 설워하기도 하지만

이 땅 또 찾아주신 붉은 진달래꽃이 고마워서

시천주로 고요히 호명하노니

봄날 어린 꽃들이여

우리나라 꽃들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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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이번 녹색평론에 실린 서평에서 소개된 책 네 권은 모두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리영희 선생의 삶을 쓴 <비판과 정쟁 - 리영희의 언론 사상>, 인간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의 관점에서 쓴 생존기(?)를 그린 <동물 인문학>, 그리고 귀농에 관한 <귀농, 참 좋다>, 마지막으로 앞서도 이야기했던 추첨 민주주의에 관한 책인 <국민을 위한 선거는 없다>라는 책... 다 괜찮았지만, 그 중에 하나만 고르라면 <동물 인문학>이라는 책이다. 그 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실었는데, 인간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이유 없이 죽어가는 동물들의 심정을 동물들의 시각에서 적은 글들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이 책이 읽고 싶어서 바로 주문했다. 이 책을 주문하면서 같이 주문한 책이 또 있는데, 그 책은 서평에서 소개해 준 책이 아니라,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여러번 이야기한 책이다. 전에 녹색평론을 통해 장일순 선생을 알게 되고 <좁쌀 한 알>을 읽은 적이 있는데그 책을 읽으면서도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다른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 중에 이번 녹색평론에서도 여러번 이야기된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도 같이 주문했다. 그 책들이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114쪽)
그(장일순)의 결혼 주례 이야기도 남다르다.

오늘날 세상은 온통 경쟁으로 가득 차 있네.
너나없이 남보다 한발 앞서서 남을 밟고 이겨야 해가 산다는 이상한 생각을 가진 채 살고 있어.
그렇지만 삶이란 건 일등부터 골찌까지 다 저마다 할 일을 하며 함께 도우며 사는 거라.
이 이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사람만이 아니고 자연과 더불어 이 지구상에 있는 생명체 모두가
서로 존귀하게 여기며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 이 말이야.
그게 참다운 공생의 삶인 거지.
오늘 새로 결혼하는 두 사람도 이웃과 더불어, 자연과 더불어,
천지신명과 더불어 그 모든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다면 그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133쪽)
장일순의 글을 인용하면서....

무엇을 이루려 하지 마라.
앉은 자리 선 자리를 봐라.
이루려 하면은 헛되니라.
자연은 이루려 하는 자와 함께하지 않느니라.
나는 한적한 들에 핀 꽃 밤이슬 머금었네.
나를 돌보는 사람 없지마는 나 웃으며 피어났네.
누구를 위해 피어나서 누구를 위해 지는 것일까.
가을바람이 불면 져야 해도 나는 웃는 야생화.

(177쪽) <토마스 페인, 한 혁명가의 삶과 사상> 中에서
개인재산은 사회의 영향으로 생겨났다.
사회의 도움 없이 한 개인이 개인재산을 획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그가 땅을 처음 만들어낸 자가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개인을 사회로부터 분리시켜 그에게 하나의 섬이나 대륙을 소유하도록 해보라.
그는 개인재산을 결코 획득하지 못한다.
그는 부자가 될 수 없다.
그처럼 수단과 목적은 분리할 수 없다.
수단이 없으면 목적도 없고 목적이 없으면 수단도 없는 법이다.
그러므로 한 인간이 스스로의 손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모든 개인재산의 축적은 그가 사회 속에서 삶을 영위함으로써
그에게 주어진 것이다.
정의와 감사와 문명의 원칙에 의거해 볼 때, 그가 축적한 재산의 일부는
그 모든 것이 거기서 유래하는 사회로 다시 되돌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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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올해는 유엔이 정한 콩의 해인 것을 아세요?

콩이 기본적으로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고,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며, 또 콩의 재배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여

땅을 기름지게 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므로 그러한 가치를 인정해서 콩의 해로 지정했다고 해요.

그런데 콩의 원산지가 한반도와 만주잖아요?

그러나 지금 우리의 자급률은 10% 정도에 불과해요.

미국은 불과 19세기부터 콩을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지금 한국이 미국산 콩을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습니다.(2014년 기준, 전체 126만 톤 대두 수입량에서 48%가 미국산).

게다가 최근에는 이집트콩, 렌탈콩 등 외국산 콩의 수입량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어요.

요즘 텔레비전의 소위 '먹방', '쿡방'과도 연결돼서 '슈퍼곡물'이라는 외국의 곡물이 대량으로 들어오고 있어요.

우리 토종 곡물도 영양상 전혀 뒤지지 않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으레 먹방 다음에 이어지는 홈쇼핑 프로그램에 그 외국산 곡물들이 등장하지요.

장삿속이라는 것이 참 집요하지요.



(65쪽) <농(農)을 살리는 세계로> '자유협동주의의 이념' 中에서...

이익균점권을 주장할 때 전진한 선생의 논리는 아주 명쾌했습니다.

그분의 말씀은, 노동을 상품으로 간주하여 자본에 예속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매우 고루한 사상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참신하고 용기 있는 발언이에요.

'노동력=상품'이라는 관념은 19세기적 발상이라는 거예요.

시대를 그렇게 앞서 나갔던 분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어떤 진보적 지식인이 이렇게 과감한 논리를 펼칠 수 있겠습니까?

심지어 맑스를 공부한 사람들도 늘 노동력 상품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평생의 화두로 안고 살잖아요.

자본주의체제하에서의 노동은 상품이다,

라는 명제 자체를 근본적으로 비판하지는 않고 말입니다.

그러나 전진한 선생은 그것을 고루한 사상이라고 단정하고, 

자본가가 돈을 출자했다면 노동자는 자기의 '노력'을 출자한 또하나의 '자본가'라고 선언합니다.

노동자도 출자자라는 거죠. 

출자자와 출자자는 기본적으로 대등한 관계입니다.

그러므로 거기서 생기는 이익을 고르게 나누는 것, 즉 균점(均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당한 권리다, 이런 논리죠.

'노동자=임금노예'라는 진부한 공식이 이 명쾌한 논리로 단번에 척결돼버린 거죠.



(114쪽)

그(장일순)의 결혼 주례 이야기도 남다르다.


오늘날 세상은 온통 경쟁으로 가득 차 있네. 

너나없이 남보다 한발 앞서서 남을 밟고 이겨야 해가 산다는 이상한 생각을 가진 채 살고 있어.

그렇지만 삶이란 건 일등부터 골찌까지 다 저마다 할 일을 하며 함께 도우며 사는 거라.

이 이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사람만이 아니고 자연과 더불어 이 지구상에 있는 생명체 모두가 

서로 존귀하게 여기며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 이 말이야.

그게 참다운 공생의 삶인 거지.

오늘 새로 결혼하는 두 사람도 이웃과 더불어, 자연과 더불어,

천지신명과 더불어 그 모든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다면 그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133쪽)

장일순의 글을 인용하면서....


무엇을 이루려 하지 마라.

앉은 자리 선 자리를 봐라.

이루려 하면은 헛되니라.

자연은 이루려 하는 자와 함께하지 않느니라.

나는 한적한 들에 핀 꽃 밤이슬 머금었네.

나를 돌보는 사람 없지마는 나 웃으며 피어났네.

누구를 위해 피어나서 누구를 위해 지는 것일까.

가을바람이 불면 져야 해도 나는 웃는 야생화.





(159쪽)

이제 다시는 묻지 않으리

 - 시천주 2014년 4월 16일


                            홍일선


길섶 풀 한 포기

외진 곳 몽돌 하나이

응달 습생들 벌레 한 마리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공경의 말씀 이 땅에 누대로 계셔서

은빛 갈대들이 기꺼이

마을숲이 되어주었던 강마을

앉은뱅이꽃으로 만든 집 울타리

아기들 옹아리도 뉘엿뉘엿 지는 노을도

그 마을 저녁 연기 만나 지극했으리라

그러하온데 갈대숲 너머

단양쑥부쟁이들이 스러지던 봄날



연둣빛 신생의 아픔이 그믐달처럼

그 집을 찾아주신 것

이기지 못하고 늘 지는 것들 쓰라린 것들

그것들 슬픈 눈빛들이야말로

온 생명 보듬어 안아야 할 대덕이시라고

어머니시라고 그리운 님이시라고

한 농부에게 조용히 일러주신 것

그 농부 그믐달이 이윽한 마당에서

그리하여 흙님 숲님 강님 햇빛님 곡식님께

삼가 무릎 꿇어 삼배 올린 것

하늘 아래 생명 가진 것들에게는

하늘님이 계시다고 그 농부 믿게 되었을 것이다


산천 오랜 기다림들이

꽃망울 터뜨리는 봄날

2014년 4월 16일 봄날

그 집에선 어미 닭들

줄탁동시 산고가 있더니

병아리들이 세 마리 다섯 마리

아홉 마리 열네 마리

목숨의 꽃들을 꼬옥 보듬어 안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거룩한 봄날을 뵈옵고 있었던 것이다


아하 그러하온데 진도 어디라 했던가

어여쁜 꽃들로 가득 찬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청천벽력의 소리가 들려왔던 것

울음이 그리고 간절한 기도가 들려왔던 것

그 집 갓 태어난 병아리들도 들었을 것이다

앉은뱅이꽃 울타리 홍씨도 들었을 것이다

못자리 물을 대던 이장도 들었을 것이다

아욱 씨를 파종하던 새마을 지도자도 들었을 것이다

비닐하우스를 손보던 김씨도 들었을 것이다

배꽃이 영 글렀다고 한숨짓던 배씨도

밀린 사료값 때문에 밭 한 두락 내놓은 황씨도

4대강 공사가 끝난 뒤부터 양수장 물이 말렀다고

투덜대던 강씨도 들었을 것이다

우리 동네 사람들 모두 들었을 것이다

살려달라는 소리 들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대저 에프티에이가 무엇이기에 난리를 치는 거냐고

묻고 또 묻던 구노인회장도 들었을 것이다

대처 나가 사는 아들 내외 온 김에

땅콩이며 강낭콩 옥수수까지 심어 한시름 놓았다는

홀로 사는 충주댁 할머니도 들었을 것이다

부녀회장님 당나귀 다정이도 들었을 것이다

언평 벙어리 내외도 들었을 것이다



오호라

거룩한 봄 날

꽃 피는 봄 날

소용없는 그리움이었을까

처음부터 부질없는 비나리였을까

이 나라 귀태鬼胎들의 시간 어디였을까

가여운 가여운 팽목항에

붉은 동백꽃들이 하나씩 하나씩 질 때

마침내 우리나라 꽃이 다 질 때

밭에서 일하는 게 큰 죄를 짓는 서 같아

일찌감치 집에 들어와 귀 세우는 시간

앉은뱅이 꽃집 어미 닭의 일곱 시간은 

지극한 생명의 시간이었는데

꽃이 지기 시작한 오전 아홉 시부터

꽃이 가뭇없이 진 오후 다섯 시 그때까지

거룩한 생명의 시간이었으리


이제 다시는 박근혜 그에게 묻지 않으리

오늘부터 쓰러진 것들에게 물으리

아픈 강물에게 물으리

시든 풀들에게 물으리

깨진 몽돌들에게 물으리

쓰라린 생명들에게

공경의 말씀으로 물으리

누구는 봄날이 간다고 설워하기도 하지만

이 땅 또 찾아주신 붉은 진달래꽃이 고마워서

시천주로 고요히 호명하노니

봄날 어린 꽃들이여

우리나라 꽃들이시여



(177쪽) <토마스 페인, 한 혁명가의 삶과 사상> 中에서

개인재산은 사회의 영향으로 생겨났다.

사회의 도움 없이 한 개인이 개인재산을 획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그가 땅을 처음 만들어낸 자가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개인을 사회로부터 분리시켜 그에게 하나의 섬이나 대륙을 소유하도록 해보라.

그는 개인재산을 결코 획득하지 못한다.

그는 부자가 될 수 없다.

그처럼 수단과 목적은 분리할 수 없다.

수단이 없으면 목적도 없고 목적이 없으면 수단도 없는 법이다.

그러므로 한 인간이 스스로의 손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모든 개인재산의 축적은 그가 사회 속에서 삶을 영위함으로써

그에게 주어진 것이다. 

정의와 감사와 문명의 원칙에 의거해 볼 때, 그가 축적한 재산의 일부는

그 모든 것이 거기서 유래하는 사회로 다시 되돌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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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는 묻지 않으리

 - 시천주 2014년 4월 16일


                            홍일선



길섶 풀 한 포기

외진 곳 몽돌 하나이

응달 습생들 벌레 한 마리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공경의 말씀 이 땅에 누대로 계셔서

은빛 갈대들이 기꺼이

마을숲이 되어주었던 강마을

앉은뱅이꽃으로 만든 집 울타리

아기들 옹아리도 뉘엿뉘엿 지는 노을도

그 마을 저녁 연기 만나 지극했으리라

그러하온데 갈대숲 너머

단양쑥부쟁이들이 스러지던 봄날



연둣빛 신생의 아픔이 그믐달처럼

그 집을 찾아주신 것

이기지 못하고 늘 지는 것들 쓰라린 것들

그것들 슬픈 눈빛들이야말로

온 생명 보듬어 안아야 할 대덕이시라고

어머니시라고 그리운 님이시라고

한 농부에게 조용히 일러주신 것

그 농부 그믐달이 이윽한 마당에서

그리하여 흙님 숲님 강님 햇빛님 곡식님께

삼가 무릎 꿇어 삼배 올린 것

하늘 아래 생명 가진 것들에게는

하늘님이 계시다고 그 농부 믿게 되었을 것이다



산천 오랜 기다림들이

꽃망울 터뜨리는 봄날

2014년 4월 16일 봄날

그 집에선 어미 닭들

줄탁동시 산고가 있더니

병아리들이 세 마리 다섯 마리

아홉 마리 열네 마리

목숨의 꽃들을 꼬옥 보듬어 안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거룩한 봄날을 뵈옵고 있었던 것이다



아하 그러하온데 진도 어디라 했던가

어여쁜 꽃들로 가득 찬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청천벽력의 소리가 들려왔던 것

울음이 그리고 간절한 기도가 들려왔던 것

그 집 갓 태어난 병아리들도 들었을 것이다

앉은뱅이꽃 울타리 홍씨도 들었을 것이다

못자리 물을 대던 이장도 들었을 것이다

아욱 씨를 파종하던 새마을 지도자도 들었을 것이다

비닐하우스를 손보던 김씨도 들었을 것이다

배꽃이 영 글렀다고 한숨짓던 배씨도

밀린 사료값 때문에 밭 한 두락 내놓은 황씨도

4대강 공사가 끝난 뒤부터 양수장 물이 말렀다고

투덜대던 강씨도 들었을 것이다

우리 동네 사람들 모두 들었을 것이다

살려달라는 소리 들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대저 에프티에이가 무엇이기에 난리를 치는 거냐고

묻고 또 묻던 구노인회장도 들었을 것이다

대처 나가 사는 아들 내외 온 김에

땅콩이며 강낭콩 옥수수까지 심어 한시름 놓았다는

홀로 사는 충주댁 할머니도 들었을 것이다

부녀회장님 당나귀 다정이도 들었을 것이다

언평 벙어리 내외도 들었을 것이다



오호라

거룩한 봄 날

꽃 피는 봄 날

소용없는 그리움이었을까

처음부터 부질없는 비나리였을까

이 나라 귀태鬼胎들의 시간 어디였을까

가여운 가여운 팽목항에

붉은 동백꽃들이 하나씩 하나씩 질 때

마침내 우리나라 꽃이 다 질 때

밭에서 일하는 게 큰 죄를 짓는 서 같아

일찌감치 집에 들어와 귀 세우는 시간

앉은뱅이 꽃집 어미 닭의 일곱 시간은 

지극한 생명의 시간이었는데

꽃이 지기 시작한 오전 아홉 시부터

꽃이 가뭇없이 진 오후 다섯 시 그때까지

거룩한 생명의 시간이었으리



이제 다시는 박근혜 그에게 묻지 않으리

오늘부터 쓰러진 것들에게 물으리

아픈 강물에게 물으리

시든 풀들에게 물으리

깨진 몽돌들에게 물으리

쓰라린 생명들에게

공경의 말씀으로 물으리

누구는 봄날이 간다고 설워하기도 하지만

이 땅 또 찾아주신 붉은 진달래꽃이 고마워서

시천주로 고요히 호명하노니

봄날 어린 꽃들이여

우리나라 꽃들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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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택트 2
칼 세이건 지음, 이상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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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드디어 기계를 만들다]

1권의 마지막에서 세계 메시지 컨소시엄을 열었었다. 직녀성으로부터 신호 분석에 관한 컨소시엄이었다. 그 컨소시엄 이후에 세계 각지의 천문대에서는 신호를 계속 받았다. 그런데, 어느날 드디어 맨 처음 받았던 신호가 다시 들어왔다. 직녀성에서 보낸 신호가 다시 처음부터 되풀이되고 있던 것이다. 그 이야기는 지구에서 받을 수 있는 신호는 다 받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전히 메시지를 해독할 수 없었다. 엘리를 비롯한 과학자들의 예상은 그 메시지들 속에 암호를 풀 수 있는 단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메시지는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엘리는 엄청난 부자이자 암호 해독 전문가인 헤든이라는 사람을 찾아갔다. 엘리는 헤든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헤든은 암호를 풀 수 있는 몇가지 단서를 주었다. 그리고 헤든은 한가지 제안을 했다. 기계를 만들게 되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갈 텐데, 그 돈을 자신이 대겠다고 했다. 자신이 기계를 만들겠다고 적극 나선 것이다. 그의 제안은 자금 마련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전 세계적인 프로젝트를 한 개인의 소유로 간다는 점에 문제가 있어서, 엘리는 답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엘리가 결정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 다시 연구소로 돌아온 엘리는 헤든이 준 단서를 가지고 신호들을 해석해보았다. 그랬더니 불가능한 줄 알았던 신호 해석이 되었다. 그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그 신호들은 어떤 기계를 만드는 매뉴얼이었다. 그런데 그 기계는 아주 정밀한 기계였다. 그 기계를 만드는 매뉴얼만 수천 페이지였다. 하지만, 정확하게 그 기계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몰랐다. 그런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다. 그저 과학자들은 그 기계가 직녀성으로 데려다 줄 수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그 기계의 이름을 따로 정하지 않고, 지금까지 불러왔던 대로 그냥 '기계'라고 부르기로 했다. “더 머신”. 이 기계를 만들기로 했는데, 이 기계는 한두 해로 되는 일이 아니다. 수 년 아니 십 수 년이 걸려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돌발 사고]

세계 각국의 관련자들은 이 기계를 미국과 소련에서 각각 만들기로 했다. 만의 하나 누군가 나쁜 예측을 한 것처럼 이 기계가 폭발할 수도 있으니, 인적이 드문 외진 곳에서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기계에 탑승할 수 있는 사람 5명은 미국인 한 명, 소련인 한 명, 중국인 한 명, 인도인 한 명, 한 명의 자리는 나중에 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유럽과 일본은 기계의 부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기계 제작에 대한 우려는 지구를 폭발하려는 음모일 수도 있다는 걱정 이외에 기계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아서 세계 경제에 안 좋을 거라는 예상으로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반대에 맞서, 이 기계 제작은 그동안 지구에 없던 신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로 결국 더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반론을 펴기도 했다. 그리고 이 기계에 대한 전 지구인의 호기심을 누가 막겠는가?

미국인 탑승인 한 명. 미국 탑승인의 최종 후보는 드럼린과 엘리가 되었다. 아무래도 그들 둘이 가장 이 기계와 관련이 깊었으니까 당연한 것이었다. 최종 결정은 엘리에게는 안타깝지만 드럼린이 되었다. 엘리는 실망을 했지만, 그것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빛의 속도로 가도 26년이나 걸리는데 나이 많은 드럼린이 가면 안되고 했다. 하지만, 광속으로 여행하는 이들의 시간개념은 지구의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이 이제 상식이다. 상대성 이론 말이다.

몇 년이 지났다. 여전히 기계를 만들고 있었다.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 가고 있었다. 드럼린, 엘리도 그곳에서 기계를 점검하는 일을 같이 했다. 그러던 어느날, 공사 도중 무슨 실수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큰 폭발이 일어났고, 그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 죽은 사람들 중에는 드럼린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드럼린은 엘리를 보호하려고 했고그의 그런 행동으로 엘리는 살아 남은 것인지도 몰랐다. 그 폭발로 미국에서의 기계 제작은 잠정 중단이 되었다. 또 안 좋은 소식은 소련에서도 결함이 발생하여 기계 제작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과연 기계는 다시 만들 수 있을까.

 

[드디어 탑승]

앞서 이야기했지만, 기계를 만들면서 습득된 기술과 기계로 인한 우주에 대한 많은 관심 때문에 지구에서는 우주 여행이 보편화되었다. 물론 소설 속 이야기. 암호 해독의 중요한 단서를 주었던 헤든은 지구의 위성 궤도에 있는 우주거주지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헤든 뿐만 아니라 노후를 보내려고 오는 이들도 있었다. 엘리는 헤든을 방문했다. 그리고 헤든의 돈 많은 일본인 이웃을 알게 되었고, 헤든과 그 일본인으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실 일본에서도 그 기계를 몰래 만들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거의 제작도 끝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기계 탑승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탑승자 다섯 명 중에 미국인 탑승인인 드럼린이 죽었기 때문에 그 자리는 엘리가 대신했다. 그리고 드디어 기계가 만들어졌다. 그 기계의 탑승일은 새로운 천 년을 코앞에 둔 1999 12 31일로 정했다. 지금의 시점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1999년은 이미 먼 과거가 되었고, 당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소설을 썼던 1985년을 기준으로 1999년은 먼 미래였고, 지은이 칼 세이건은 그런 미래를 상상했던 것이다.

엘리를 비롯한 탑승객 5명은 기계를 타고 출발했다. 그들은 놀라운 경험을 했다. 기계가 회전을 하면서도 어떤 구불구불한 통로를 가는 듯했다. 엘리는 그 통로를 블랙홀이나 웜홀이라고 생각했다.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중간중간 서기도 했다. 마치 지하철 역처럼... 거대한 중앙역 같은 곳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그곳은 어떤 행성이었다. 지구와 아주 비슷한 행성의 바닷가였다. 백사장이 있고, 야자수도 있고, 바다도 있었다. 사람과 같은 생명체는 없었다. 그들은 마친 휴양 온 사람들처럼 그곳에 있다가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는데, 해안가에 의문의 문이 하나 생겼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이젠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고 하는 그들은 그 문을 열고 한 명씩 들어갔다. 엘리는 망설였다. 그리고 결국 혼자 남았다. 혼자 있는 엘리에게 누군가 멀리서 다가왔다. 엘리는 깜짝 놀랐다. 바로 엘리의 아빠였다. 엘리는 그 사람이 진짜 아빠인지는 모르지만, 직녀성에 그가 살고 있고 딸에 대한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엘리의 아빠는 신호를 보낸 것도 자신들이 한 것이고, 엘리의 아빠가 그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였다고 했다. 그리고 이해 가능한 말들과 때론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을 했다.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문으로 들어갔던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왔다. 돌아올 때는 혼자 온 것이 아니고, 다들 다른 일행을 한 명씩 더 데리고 왔다. 그 사람들은 모두 죽은 가족들이나 자신이 동경하던 인물이었다. 중국인 탑승객은 진시황을 데리고 왔다. 사람들은 죽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모두 이곳 직녀성으로 오는 것 같다. 그들 열 명은 한 자리에서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기계에 탑승을 했다. 그리고 2 3일간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기계에 탔다. 그 기계는 다시 통로를 통해 지구로 돌아왔다. 엘리를 비롯한 탑승객들은 환희에 찼다. 그들은 진짜 직녀성 주변의 행성을 다녀온 것이다. 인류 역사의 정말 커다란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무사 귀환한 것에 환호도 했다. 그렇게 그들의 여행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

 

[꿈인가]

하지만 그들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이 탑승한 이후로 기계는 회전하는 듯 하다가 그러면서 모두 통신이 끊겼고, 20분 정도 흐르고 나서 기계는 멈춰섰고, 그들이 기계 밖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밖에서 기계를 지켜본 사람들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엘리를 비롯한 다섯 명은 흥분해서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다들 죽은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고 하니 누가 믿겠는가? 그리고 고작 20분이라니... 2조 달러를 쏟아붓고 난 결과가 이것이라니밖에 지켜 본 사람들은 엘리를 비롯한 탑승객의 경험을 조작이고,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들은 격리되어 각 국가의 정부요원에게 심문을 받았다. 엘리는 이 기계 만드는 것, 처음 신호 받은 것까지 모두 사기극이라고 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 사기극에 엘리도 포함 것이냐고 물어봤다. 그러면서 이 사기극의 배후에는 헤든이 있었던 거 아니냐고 물어봤다. 헤든은 돈 버는데 일인자였으므로, 이런 사기극을 만들고 기계 만드는데 참여해서 돈을 번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엘리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지만, 그들은 믿어주지 않았고,

그가 찍어온 카메라의 내용은 모두 지워지고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증명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기계는 한번 동작으로 하고 다시 동작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엘리는 억울하지만, 그들의 말에 수긍할 수 없었다. 다시는 그 기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그냥 연구소에서 연구만 하라면서 엘리에게는 어떤 죄도 묻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연구소로 돌아온 엘리. 요양소에 있다가 돌아가신 엄마가 남긴 편지 속에, 엘리의 진짜 아빠는 어렸을 때 죽은 아빠가 아니고, 계부였던, 자신과 평생 각을 세웠던 존 스터튼 이었다는 놀라운 소식이 있었지만, 엘리가 직녀성을 다녀온 경험보다 더 놀라운 것은 없을 것이다. 다시 엘리는 멀고 먼 우주의 지적 생명체로부터 또다른 신호를 기다라면서 우주를 연구하고 있다. 그렇게 소설은 끝났다.

외계 생명체 진짜 있을까? 개인적으로 진짜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무수한 별들 중에, 아무리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확률이 극히 낮다 하더라고 그 확률을 뛰어넘을 만큼 별이 많지 않는가. 당연히 지적 생명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몰래 지구에 숨어 들어와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 만약 없다면, 지구에 있는 우리가 전 우주에 있는 유일한 지적 생명체라면~~ 이건 말이 안된다. 지구의 인류는 우주의 나이로 보자면 곧 멸망할 것인데, 이 오묘하고 광대한 우주를 인식하는 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섬뜩할 정도로 이상한 느낌이 든다. 아무도 없는 이 광활한 우주가 팽챙만 하고 있다? 상상이 안간다. 그렇게 되면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생각해보니, 지구의 인류가 생겨나기 전에, 우주를 알아주는 이는 누가 있었을까? 그냥 무심하게 별들이 생기고 사라지고 팽창하고 그랬을까? 아무도 없이?

사실 나는 이 우주의 지적 생명체보다 이 우주 자체가 무엇일까가 더욱 궁금하다. 이 우주의 본질은 무엇이고, 어떻게 생겨났고, 우주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공간이라는 개념이 무한하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와 닿질 않는다. 우주에 관련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나면, 좀 더 그렇다. 그래서 회사생활에 스트레스를 받곤 하면, 범 우주적으로 생각을 하려고 한다. 이 광활하고 무한한 우주 속에서 한낱 사람이, 촛불 연기처럼 살다가 살 터인데,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냐고 말이다.

 

[영화 <콘택트>]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 <콘택트>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내용이 영화와 완벽하게 같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은 소설도 괜찮았지만, 살짝 각색한 영화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엘리 혼자 기계에 탑승하고, 아무도 엘리의 경험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캠코더에 아무 신호없이 녹화된 것이 17시간이었다는 사실이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엘리의 경험이 진짜였다는 것을 알려주었으니 말이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더 크면 이 영화를 같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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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da 2016-04-03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스모스의 저자의 작품이네요. 책과 영화 보고 싶네요. 덕분에 재밌는 책을 알게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bookholic 2016-04-03 10:1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 이유로 읽었습니다. 영화도 재미있습니다~~ 즐감하세요~
 

우선 그 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 김수영

 

우선 그 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그 지긋지긋한 놈의 사진을 떼어서

조용히 개굴창에 넣고

썩어진 어제와 결별하자 

그 놈의 동상이 선 곳에는

민주주의(民主主義)의 첫 기둥을 세우고

쓰러진 성스러운 학생(學生)들의 웅장(雄壯)한

기념탑(紀念塔)을 세우자

아아 어서어서 썩어빠진 어제와 결별하자

 

이제야말로 아무 두려움 없이

그 놈의 사진을 태워도 좋다

협잡과 아부와 무수한 악독의 상징인

지긋지긋한 그 놈의 미소하는 사진을―

대한민국(大韓民國)의 방방곡곡에 안 붙은 곳이 없는

그 놈의 점잖은 얼굴의 사진을

동회(洞會)란 동회(洞會)에서 시청(市廳)이란 시청(市廳)에서

회사(會社)란 회사(會社)에서

××단체(團體)에서 ○○협회(協會)에서

하물며는 술집에서 음식점에서 양화점(洋靴店)에서

무역상에서 개솔린 스탠드에서

책방에서 학교에서 전국(全國)의 국민학교(國民學校)란 국민학교(國民學校)에서 유치원(幼稚園)에서

선량한 백성들이 하늘같이 모시고

아침저녁으로 우러러보던 그 사진은

사실은 억압과 폭정의 방패이었느니

썩은 놈의 사진이었느니

아아 살인자(殺人者)의 사진이었느니

너도 나도 누나도 언니도 어머니도

철수도 용식이도 미스터 강도 류(柳)중사도

강중령도 그놈의 속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무서워서 편리해서 살기 위해서

빨갱이라고 할까보아 무서워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편리해서

가련한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서

신주처럼 모셔놓던 의젓한 얼굴의

그 놈의 속을 창자밑까지도 다 알고는 있었으나

타성같이 습관같이

그저그저 쉬쉬하면서

할 말도 다 못하고

기진맥진해서

그저그저 걸어만 두었던

흉악한 그 놈의 사진을

오늘은 서슴지않고 떼어놓아야 할 날이다

 

밑씻개로 하자

이번에는 우리가 의젓하게 그 놈의 사진을 밑씻개로 하자

허허 웃으면서 밑씻개로 하자

껄껄 웃으면서 구공탄을 피우는 불쏘시개라도 하자

강아지장에 깐 짚이 젖었거든

그 놈의 사진을 깔아주기로 하자……

 

민주주의(民主主義)는 인제는 상식(常識)으로 되었다

자유(自由)는 이제는 상식(常識)으로 되었다

아무도 나무랄 사람은 없다

아무도 붙들어갈 사람은 없다

 

군대(軍隊)란 군대(軍隊)에서 장학사(獎學士)의 집에서

관공리(官公吏)의 집에서 경찰(警察)의 집에서

민주주의(民主主義)를 찾은 나라의 군대(軍隊)의 위병실(衛兵室)에서 사단장실(師團長室)에서 정훈감실(政訓監室)에서

민주주의(民主主義)를 찾은 나라의 교육가(敎育家)들의 사무실(事務室)서

사․일구 후의 경찰서(警察署)에서 파출소에서

민중(民衆)의 벗인 파출소에서

협잡을 하지 않고 뇌물을 받지 않는

관공리(官公吏)의 집에서

역(驛)이란 역(驛)에서

아아 그놈의 사진을 떼어 없애야 한다

 

우선 가까운 곳에서부터

차례차례로

다소곳이

조용하게

미소를 띄우면서

 

영숙아 기환아 천석아 준이야 만용아

프레지덴트 김 미스 리

정순이 박군 정식이

그놈의 사진일랑 소리없이 떼어 치우고

 

우선 가까운 곳에서부터

차례차례로

다소곳이

조용하게

미소를 띄우면서

극악무도한 소름이 더덕더덕 끼치는

그놈의 사진일랑 소리없이

떼어 치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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